Archive for 3월 21st, 2019
퀵쏘 이상원대표의 MWC 참가 팁

위클리비즈에 MWC참관기를 기고하면서 MWC에 꾸준히 참가해온 퀵쏘(Qeexo)의 이상원대표 인터뷰를 실었다. 내가 궁금한 내용을 이메일로 질문한 것인데 너무 자세히 대답해주어서 나만 보기 아까와 블로그에 내용을 공유해 둔다. (기사에는 크게 축약해서 나갔다.) 나중에 MWC나 CES 등에 전시를 고려하는 스타트업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퀵쏘는 이상원대표가 카네기멜론대의 크리스 해리슨 교수와 2012년 창업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다.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핑거센스, 이어센스라는 기술을 개발한 B2B 소프트웨어 회사다. 핑거센스는 손가락 마디 등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리면 특정 동작을 구분해서 할 수 있는 기술이다. (투자받을 때 기억해야 할 세 가지-2016년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에서 이상원대표 발표 내용)
위 동영상에 나오는 이어센스는 물리적인 근접 센서 없이 SW기술만으로 통화모드에서 폰을 귀에 가까이 가져가면 귀모양을 인식하여 화면이 자동으로 끄게 해주는 기술이다. 스마트폰에서 노치(notch)를 없애 베젤이 없는 넓은 화면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서 이런 첨단 기능을 구현한 퀵쏘에는 지금 약 50명의 직원이 있고 화웨이, Oppo 등이 주요 고객이다. 모바일 대기업을 고객으로 둔 실리콘밸리 SW스타트업의 입장에서 바라본 현실적인 MWC 참가 후기다.
MWC에 왜 매년 참가하는지요. 이 큰 전시회에서 스타트업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Qeexo는 2014년 MWC 부터 2019년 4YFN까지 총 4회 참가했습니다. (퀵쏘는 MWC이외에도 CES 2회, Display Week 1회, 그리고 Semicon West 1회 참가했습니다. 각각의 전시회가 성격이 조금씩 차이가 있고, 장소도 다르고 참석자도 달라 그에 맞게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저희 같이 IP Licensing을 주 비지니스로 하는 스타트업이 전시회 참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다음의 4가지라고 생각합니다.
1. New customer connection
– 저희는 큰 전자회사를 주 고객군으로 타겟하여 IP Licensing 비지니스를 하고 있어서 딜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기술을 찾고 있는 전자회사의 담당자를 만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MWC나 CES같은 Tradeshow는 전세계 전자회사에서 기술 소싱을 담당하는 담당자들이 꼭 참석하는 이벤트여서 그동안 연결이 닿지 않아 만나보지 못한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물론 MWC나 CES는 규모가 매우 크고, 참가하는 업체들이 많아 참여를 한다고 해도, 기술 소싱 담당자들이 수많은 업체들을 둘러보는 전시장에서 의미있는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도 참여를 하지 않으면 그런 기회조차 없기에 적절한 비용을 투자하여 참여하고 있습니다.
2. 기존 Customer 미팅
– MWC와 CES는 큰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들도 참석하는 이벤트여서 좀더 효율적인 미팅을 할수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이미 뭔가 커넥션이 있는 잠재 고객회사라도 많은 경우 의사결정권자와의 미팅은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MWC와 CES는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무언가 결과를 가지고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참석하는 자리여서 높은 위치의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담당자들과도 미팅을 잡기가 수월합니다.
– 그리고 전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는 이벤트이다보니, 평소에 우리가 방문하기 어려운 지역의 고객들과의 미팅도 짧은 기간에 한 곳에서 모아서 할 수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시관에 부스를 운영하지 않더라도, 미팅룸만 마련해서 고객들과 미팅을 하는 회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3. General 홍보
– MWC와 CES에는 다양한 산업군에서 참석하다보니,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저희 기술을 홍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 그리고 비록 많은 경우는 아니지만 현재 저희 기술이 적용되어있는 기기를 사용하고 있으나 사용방법을 모르는 분들에게 시연을 통해 사용방법을 알려주어 사용자를 늘리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4. Employee Morale Boost (직원들의 사기 진작)
– 그동안 다수의 전시회를 참석하면서 가장 와닿는 부분은 직원들의 사기진작(Morale boost)입니다.
위에 나열된 1,2,3가 전시회를 참석하는 주 목적이기는하나, 실제로 전시회에서 받은 호응이 비지니스로 연결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전시회에서 새로운 기술을 찾는 technology sourcing 담당자들이 많은 경우 관심을 보이고 Follow up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내부 보고용 전시회 동향 파악으로 끝납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의 인력 구성의 다수가 개발자여서 전시회 참석시 개발자들도 전시회에 운영에 참여하게 됩니다. 본인들이 개발한 기술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직접 듣고 느끼기에는 전시회만한 기회가 없습니다. 직원들이 시장의 반응을 느끼면서 제품에 자긍심을 갖고 흥분(excite)되어 있는 모습을 볼때면 전시회에서 바로 사업 성과를 얻지 못해도 직원의 사기 진작만으로도 충분히 투자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자주하게됩니다. 저희는 특히나 작은 회사임에도 사무실이 5개 도시에 나눠져있어서 직원들이 한군데 모여서 협업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이런 전시회에 여러 사무실 직원들이 참여하므로써 팀빌딩을 하는 계기가 됩니다.
회사 입장에서 대략 어느 정도의 비용과 리소스가 드는 것인가요. 충분한 가치가 있나요.
20×20 제곱미터 기준으로 인건비를 제외한 비용은 대략 40,000 Euro 에서 70,000 Euro 정도 소요됩니다. 여기에는 자리 임대비용, 부스 제작 비용, 교통, 숙박, 식사, 각종 부대비용 등이 포함한 금액입니다. 4YFN가 가장 저렴하고, 그다음 CES와 MWC는 가격이 비슷한 편입니다.

정확한 금액의 가치 평가를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위에 말씀드린 1,2,3,4에 나열된 것들을 고려하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기술에 대한 홍보와 영업 비용, 그리고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직원 사기 진작 효과를 생각하면 투자할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특히나 CES와 MWC의 기술 혁신상을 시상할 수 있다면 추가 홍보와 기술에 신뢰성(credibility)을 더하게 됩니다.
CES와 비교해서 MWC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MWC는 명확히 Mobile Focus 되어있어 모바일 시장을 타겟하는 회사에게는 CES보다 더 relevant 한 audience 를 만날수 있습니다. CES는 아무래도 더 폭넓은 범위의 산업을 cover하므로 방문객들의 관심사도 매우 다양합니다. 특히나 입장료가 매우 저렴하여 (조기 등록하면 $0) 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 방문객들도 많이 있습니다. 때문에 전시장을 운영할때 Distraction이 많이 발생할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소비자가 저희 고객이라는 생각으로 전시회를 운영해야하나, 때로는 CES에서 정작 중요한 타겟 고객사의 기술 담당자가 방문했을때 인력부족으로 적절한 대응을 못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MWC는 입장료가 워낙 비싸다보니 방문객이 모바일 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경우 참석이 어렵습니다. (참관비용은 최소 799유로-1백만원) 때문에 대부분의 방문객이 기술의 이해도가 높고 potential customer/partner일 확률이 높습니다.
또하나의 장점으로는 CES 대비 중국기업의 참여가 높습니다. 모바일 시장은 어느덧 중국기업없이 시장을 논하기가 무의미해 졌습니다. CES는 미중 무역 마찰과, 중국 기업들에 대한 미국시장의 배타적인 자세로인해 중국기업의 참여도도 낮고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MWC대비 부스 규모가 매우 작습니다. 때문에 모바일시장을 타겟 하는 저희입장에서는 MWC가 적합한 고객을 만날 확률이 더 높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것에 역설적으로 CES대비 MWC의 단점은 방문객의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자동차 산업의 참여는 CES와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작습니다. 때문에 Mobile을 넘어서 다른 산업으로 진출을 원하는 경우에 CES보다 만날수 있는 고객군이 적습니다.
MWC 같은 전시회를 한국기업이 잘 이용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희도 아직 경험이 부족하여 제가 말씀드리는 답변이 실제로 유용한지는 확신있지 않습니다만 제 생각을 공유해 드리자면, 전시회를 통해서 새로운 고객을 찾기를 원한다면 비용을 조금더 투자하더라도 좋은 위치 선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전시회에 참여하는 기술 소싱 담당자들이 모든 부스를 돌아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물론 큰 기업에서는 담당자들이 분야와 전시관을 나눠서 최대한 많이 둘러보려하지만 사실상 3-4일 동안 모든 부스에 방문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당영한 얘기지만 사람들이 이동하는 경로에게 눈에 띄는 부스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전시회 운영측에서 전시회관 지도를 제공하므로 부스 위치 선정시에 입구에서 부터 방문객의 동선을 그려보면서 위치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좋은 전시관에 있더라도 전시관내에서 방문객 동선에서 보이지 않는 곳이면 관심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또하나 관심을 끌기위해서 Hanging Sign을 설치할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CES는 일반적으로 20×20 부스를 운영하면 천장에 매달린 Hanging sign을 달수 있게 해줍니다. Hanging sign이 있고 없고는 천지차이입니다. MWC는 제가 정확한 기준을 모르겠으나 Hanging Sign이 안된다면 최대한 벽의 높은 곳에 싸인을 다는것이 좋습니다. 일부러 부스를 방문하시려는 분들도 부스를 찾기가 어려우면 중도 포기하고 갑니다. Hanging Sign이 있으면 방문객 동선에서 조금 떨어져있더라도 보완이 됩니다. 예로 저희가 몇년전 CES에서 Hanging sign없이 부스를 운영하면서 지인들이 부스 위치를 문의 하실때에 옆에 달려있는 다른 회사의 Hanging sign을 안내해 드렸습니다. 결과적으로 다른 회사 홍보해주는 것입니다. 반면에 Hanging sign이 있으면 다른 부스 방문하는길에 sign을 보고 들러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좋은 위치 선점을 하려면 미리 계획을 해야합니다. CES와 MWC는 보통 전시회가 끝나고 부스를 운영했던 회사에 같은 위치를 먼저 계약할수 있는 기간을 제공합니다. 때문에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있던 기업들은 대부분 다음 해에도 같은 위치에서 부스를 운영합니다. MWC나 CES에서 삼성, SKT, 등 큰 기업들이 항상 같은 자리에서 부스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이 이때문입니다. 새로 참여하는 기업들은 전년도에 참여한 기업들이 선계약 기간이 지난후에 자리 선택을 할수가 있습니다. 자리 선택은 최대한 빨리 하는 것이 좋지만 이는 스타트업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9~10개월 뒤에 있을 전시회를 선점하기위해 몇 만불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큰 리스크일수 있습니다. 다만 참여가 확실하다면 주저하면 안됩니다. 보이는 위치 중에 가장 좋은 곳을 선택하고 계약을 하면, 나중에 더 좋은 자리가 나오면 변경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되도록 빨리 결정을 하고, 그후에는 지속적으로 전시회 운영에 연락을 하여 새로나오는 자리 업데이트를 받아보는게 좋습니다.
MWC를 통해 언론 노출도를 높일 수 있는지요.
– 큰 전시회에서 작은 기업이 언론에 노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케이스 입니다. 대형 전시회의 주인공은 대기업입니다. 대다수 대기업들이 신제품 발표를 전시회에 맞춰 발표하기 때문에 전시회기간에는 기사거리가 넘쳐고 작은 스타트업에 대한 큰 기사가 나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작은 기사들은 나가겠지만 다수의 대기업 신제품 기사 속에서 의미있는 노출이 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전시회 기간은 대기업들간에도 서로 눈치 작전을 펼치면서 PR시기가 겹치지 않게 하려고 신경을 쓸정도입니다.
물론 많은 글로벌 테크 미디어 기자분들이 전시회를 참관하고 부스를 둘러 보시니 아마도 전시회에서 스타트업들을 눈여겨 보았다가 전시회가 지난 후에 기사를 쓰는 경우들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걸 감안한다면 MWC 같은 전시회가 스타트업이 기자분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니 결과적으로 언론 노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수 있지만, 꼭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흥미로운 제품을 개발했다면 PR Agency를 통해 테크미디어들에게 소개되어 언론노출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저희는 PR이 필요할시에는 PR 시기를 잡기전에 Tech 전시회와 tech 대기업 unpacked 행사 일정을 확인합니다. PR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저희가 전시회에 참가하고 참가내용을 PR하는 것이면 PR일정을 되도록 전시회 직전 (약 1-2주전) 또는 직후 (약1-2주후)로 잡습니다. 전시회를 참가하지 않거나 전시회와 관련없는 PR일경우 (예: 투자유치) PR 일정을 되도록 전시회나 Unpacked행사 일정과 멀찌감치 떨어뜨려서 잡습니다.
-한국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참가한 일이 있나요. 전시회에서 한국관은 어떻게 보시나요.
– 저희는 한국 정부로 부터 투자나 전시회 지원을 받은 것이 전혀 없습니다. 저희가 한국에서 창업한 것이 아니고, 한국에 지사도 없어 한국정부 지원 요청을 생각해 보지도 못했습니다. 물론 미국 기업이 한국 정부 지원 요청을 생각하는 것 자체도 합당하지도 않구요. 최근 들어서 자국 스타트업에게 전시회 참여 지원을 하는 국가들이 점점 더 많아 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스페인, 프랑스, 대만, 등 여러나라에서 자국의 스타트업들을 위한 전시관을 운영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국 시장규모가 좁아 해외 진출이 절실한 국가의 스타트업들에게는 MWC같은 해외 전시회가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기회가 될수 있기에 전시회 참여는 매우 유익합니다. 때문에 비용의 부담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을 국가가 지원하여 참여할수 있게 해준다는 취지는 바람직해 보입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다른 국가들 대비 더 많은 투자를, 더 비효율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여졌습니다. CES나 MWC에서 항상 느끼는 것이, 한국 전시관은 여러군데 나누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한데 모아서 했더라면 더 웅장하게 할수도 있고 결과적으로 방문객의 관심을 끌기가 더 좋았을텐데, 수많은 대기업들이 으리으리한 전시관을 운영하는 전시회에서 조각조각 나누어져 다수의 한국 전시관을 운영하는 것이 때로는 방문객들의 비웃음 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이상 가감없이 이상원대표의 이메일 답장 내용을 블로그에 소개했다. 이대표는 오히려 MWC에 참가한 한국 스타트업 토룩의 참가후기에 큰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토룩의 참가후기도 같이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어쨌든 무척 바쁠텐데도 성심성의껏 자세히 대답해주신 이대표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