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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 동기 부여 R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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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리더십과 동기부여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잘해야 저희 투자사 대표님들에게도 잘 조언을 해드릴 수 있는데 쉽지 않아서 입니다. 그러다가 센드버드 김동신 대표님의 유튜브 동영상을 만나서 계속 반복해서 보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내적 동기부여 RAMP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동기부여에 있어서 외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번아웃 없이 지속적으로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는 내적 요소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RAMP를 생각하면서 내가 일하는 환경이 이 4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는가 한 번 따져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첫 번째 관계성(Relatedness), 내 직장에서 동료들과 관계가 좋은가요. 자신이 거기에 확실히 소속되어 있다는 소속감을 느끼시나요?

두 번째 자율성(Autonomy), 내가 회사에서 자율적으로, 자기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인가요. 보스가 톱다운으로 자신의 생각을 찍어누르고 부하들은 알아서 그 지시를 실행만 해야 하는 분위기의 회사인가요. 아니면 자신이 생각할 때 정말 필요한 것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실행할 수 있는 분위기의 회사인가요.

세 번째 숙련(Mastery), 학습과 성장을 통한 몰입이 가능한 조직인가요. 이 조직에서 일하고 있으면 나도 같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인맥을 확장하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나요. 아니면 그냥 배우는 것 없이 하루하루 소모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조직인가요.

네 번째 의미있는 목적(Purpose)를 추구하는 조직인가요. 회사에서 하는 일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이외에 우리 사회, 공동체를 위해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나요. 조금이라도 내가 하는 일이 보다 많은 사람들을 돕는,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는데 일조하는 일일까요. 아니면 그저 돈을 더 많이 벌고, 사주 개인의 부의 축적을 위해 일을 하는 조직일까요.

이런 4가지 RAMP를 따져보고 이 4가지 조건 모두가 충족되는 조직, 직장에서 일한다면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을 저도 해봤습니다. 김동신 대표의 동영상을 한번 보시고 여러분들도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Written by estima7

2021년 3월 7일 at 10:48 pm

소프트뱅크는 황금알 제조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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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0일 소프트뱅크의 분기 실적 발표회가 있었는데 유튜브로 뒤늦게 봤습니다. 흥미로운 부분들이 보여서 블로그에 조금 메모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소프트뱅크가 놀라운 실적을 냈다는 것부터 설명을 시작합니다. 지난 회계연도 1~3분기 당기순이익이 무려 3조552억엔으로 한화로 하면 약 32조원의 순이익을 낸 것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배 상승했습니다. 이런 놀라운 실적에 대한 손정의 회장의 코멘트가 재미있습니다.

“이 결산 숫자는 회계적인 것으로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가로서 태어나서 이 정도의 숫자에 만족할 생각은 없습니다. 40년 가까이 회사를 경영해서 이 정도라는 것이 대단히 창피하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그러면서 소프트뱅크는 어떤 회사인가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합니다. 많은 이들이 소프트뱅크는 투자회사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프트뱅크는 투자회사가 아니고 제조업 회사라고 합니다.

이게 무슨 얘기인지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소프트뱅크는 정보혁명 거위를 통해 황금알을 낳는 (만드는) 제조회사라는 것입니다.

첫 번째 황금알은 미국의 야후 투자였고, 이후 뜸하다가 2014년 알리바바의 미국 상장으로 다시 황금알 제조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황금알 제조에 뛰어들기 위해 2016년말 비전펀드를 만들었고 그 결실이 이제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람들은 비전펀드를 비판했지만 자신은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그 결실이 지난 2~3년사이에 나오기 시작해 신규상장사(IPO)가 15곳이 나왔다고 합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사는 모두 131사입니다. 펀드1에서 92사, 펀드2에서 39사입니다. 말도 많았던 펀드2에서도 벌써 많이 투자했네요.

비전펀드의 분기별 손익입니다. 위워크 때문에 분기에 10조원 넘는 손실을 냈다가 엄청난 반전이 이뤄졌습니다.

이런 반전은 물론 최근 전세계적인 초강세 증시 덕분입니다. 그 중에서도 지난 12월에 상장한 미국의 배민, 도어대시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2018년 도어대시에 미쳤다는 얘기를 들으며 7천억원 넘게 베팅했습니다. 그 과감한 투자가 불과 2년여만에 9조원 가까운 수익으로 돌아왔습니다. 13.2배의 엑싯입니다.

그 말이 많았던 우버 투자도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약 8조원을 투자해서 지금 지분 가치는 12조원대입니다. 1.5배입니다.

펀드 투자액중 아직도 상장이 안된 투자액이 펀드1의 경우 87%입니다. 이 중 실패로 끝날 투자도 있겠지만 아직 황금알을 더 낳을 가능성은 많이 있습니다.

비전펀드 1호 1.1조엔 투자액이 지금 시가로 3조엔이 됐는데 그중 도어대시와 우버의 비중이 가장 큽니다.

손회장은 지금도 비전펀드 2로 열심히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비전펀드2로 벌써 28개 기업에 투자를 했고 파이프라인에 있는 기업들도 A사~K사까지 11개사를 작업중일 정도로 투자활동이 활발하다고 합니다. 특히 코로나 이전에는 2주에 한번씩은 해외출장을 다니며 기업들을 만났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 대신 매일 자정까지 줌미팅을 잡아서 하고 있어서 효율은 휠씬 좋아졌고 투자팀이 예전보다 더 많은 팀을 파이프라인에 두고 만나고 있다고 자랑합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합니다. 황금알을 만드는 터보차지 전략을 쓴다는 겁니다.

소프트뱅크의 더 큰 비전, 더 큰 자금, 소프트뱅크 그룹의 시너지를 통해서 황금알을 만드는 것을 가속화하겠다는 얘기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기술, 비즈니스모델, 창업가, 시장, 경쟁회사를 분석하고, 투자회사로서 분야별 전문 팀을 두고 인센티브 시스템 등으로 동기부여를 강화하며, 투자면에서는 자금조달, 투자계약, (소뱅그룹과의) 시너지창출, IPO서포트 등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소프트뱅크 라틴펀드까지 해서 총 164개사를 투자했는데 여기서 황금알을 지속적으로 제조하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서 약간 농담조로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행진곡에 맞춰 황금알이 하나씩 나오는 모습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줍니다. 무척 기분이 좋아보입니다. ^^

어쨌든 인류는 불, 농업, 자동차, 전기, 인터넷의 순서로 기술을 진보를 이뤘는데 이제는 AI의 차례고, 자신은 AI혁명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에 “AI는 인류가 창조한 최대의 진화다”라며 한 시간이 넘는 프리젠테이션을 끝냅니다.

소프트뱅크가 황금알을 낳는 제조업 회사라는 그의 비유는 사실 그렇게 황당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엄청난 자금과 혁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될성부른 창업자를 찾아서 될 때까지 밀어준다면 도어대시 같은 초특급 황금알이 나올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워크 같은 실패사례도 나오겠죠.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 한다면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했을 겁니다. 모두가 망할 것이라고 했던 쿠팡에 3.3조원을 투자했던 손정의 회장은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을 통해 또 한번 황금알을 만들어낼 것 같습니다. 손회장은 실리콘밸리에도 없던 초대형 스케일의 거대 투자회사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21년 2월 15일 at 11:40 pm

앞으로 10년은 한국스타트업의 중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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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상 이스라엘을 스타트업 강국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이스라엘에는 어마어마한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인텔이 15B(16조)을 주고 인수한 모빌아이부터 나스닥에 상장해 7B(8조)이상 가치의 테크회사가 된 wix.com 등 대단한 회사가 많습니다. 지난 10년간 큰 성과를 낸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을 소개하는 이 표를 보면 우리가 모르는 조단위 엑싯을 한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큰 엑싯 성과를 보여주는 표(IPO와 M&A) 출처 : Entree Capital

하지만 이스라엘에 가보면 오히려 한국을 부러워합니다. 이스라엘에는 의외로 큰 대기업이 없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전자 같은 글로벌 대기업은 이스라엘에 없습니다. 모빌아이나 윅스, 웨이즈 같은 유명한 스타트업들도 자세히 보면 이스라엘보다 미국쪽에 더 중심을 두고 있는 회사들이라 완전히 이스라엘회사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또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결국 미국회사에 매각되고 비즈니스의 중심이 해외로 이전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작은 나라라서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죠.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부족한 점이 많고 스타트업 강국인 이스라엘처럼 되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도 처음부터 이렇게 스타트업들이 잘 된 것은 아닙니다.

ICQ Messenger by Mirabilis

처음 계기는 미라빌리스라는 작은 스타트업이 만들었습니다. 98년 ICQ라는 인터넷 메신저를 만든 미라빌리스라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미국 AOL에 4억불(지금 환율로 약 4천4백억)에 매각된 것입니다. 매출이 거의 없는 기업인데도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거액에 미국 공룡 IT기업에 팔린 것이죠. 단번에 이스라엘의 영웅이 됐습니다. 이 딜은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엄청난 자극이 됐다고 합니다. 이들을 흉내낸 많은 테크 스타트업 창업이 이어졌습니다. 미라빌리스의 엔젤투자자였던 요시 바르디는 투자 수익으로 계속 활발히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이어갔고 이것이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루는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제 이스라엘 같은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2015년까지만해도 테크 스타트업의 가장 큰 엑싯이라고 해봐야 내비게이션앱 김기사가 카카오에 626억에 팔린 정도였습니다. 수천억원대의 스타트업M&A딜은 실리콘밸리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2019년말에 수아랩이라는 인공지능 스타트업이 2300억원에 미국 코그넥스에 인수됐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배달의 민족앱을 만든 우아한 형제들이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에 약 5조원 규모로 인수되는 딜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비디오채팅앱 아자르로 유명한 하이퍼커넥트가 약 1조9천억원에 미국의 매치그룹에 인수되는 딜이 나왔습니다. 하이퍼커넥트는 그동안 사실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어서 1조원대 가치의 유니콘 스타트업 리스트에도 들어있지 않던 기업이었습니다. 그리고 곧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되서 30조원 이상 가치의 회사가 될 예정입니다.

혹자는 이런 알짜기업들이 해외에 팔리면 국부유출이 아니냐고 합니다. 하지만 회사가 해외에 매각된다고 그 회사를 들어서 외국으로 옮기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는 그대로 한국에 남아있습니다. 거액의 인수자금은 이 회사들을 창업한 창업자와 위험을 감내하고 초기에 투자한 벤처캐피탈에 돌아가게 됩니다. 이스라엘 미라빌리스의 사례처럼 이런 딜로 돈을 번 창업자와 스타트업 임직원들은 다시 창업에 나설 것입니다. 그리고 투자자들도 더 열심히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서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게 될 것입니다.

한국은 사실 스타트업창업에 있어서 전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은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은 열심히 공부하고 해외유학까지 다녀온 젊은 인재들을 많이 보유한 나라입니다. 카이스트, 포스텍, 유니스트 같은 훌륭한 연구중심 이공계 대학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시장도 그리 작지 않습니다. 1인당 3만불이상의 국민소득을 가진 5천만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나라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얼리어답터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작은 나라가 이커머스시장은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일 정도입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강한 제조업 역량을 가진 대기업들이 포진하고 있고 정보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입니다. 200곳이상의 벤처캐피탈 투자사들이 포진하고 있으며 연간 7조원이상의 벤처자금이 스타트업에 투자됩니다. 이런 혁신 스타트업들을 인수해 줄만한 IT대기업들도 많습니다. 네이버, 카카오는 수십조원이상의 기업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게임 대기업, 그리고 1조원이상의 가치를 지닌 유니콘 스타트업도 10개가 넘게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창업지원에 있어서는 전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정부지원 프로그램이 있는 나라입니다. 많은 나라들을 다녀봤지만 이 정도로 환경이 잘 갖춰진 나라를 보지 못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같은 한국의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 역량을 해외에서는 아직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배달의 민족과 하이퍼커넥트 같은 메가 딜이 나오면서 이같은 상황도 바뀔 것으로 기대합니다. 많은 해외 투자자들과 IT기업들이 한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케이팝과 한국드라마, 영화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타이밍이라 더 좋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10년이 스타트업 코리아의 중흥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이 10년뒤에는 이스라엘을 능가하는 스타트업 강국으로 글로벌하게 인정을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결코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사실 20여년전을 돌이켜보면 삼성전자, 현대차가 이 정도의 글로벌 기업이 되고, 한국 콘텐츠가 이렇게 전세계에서 사랑을 받을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한국스타트업들도 전세계적인 한류 히트상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Written by estima7

2021년 2월 13일 at 12:53 pm

KBS와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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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에 이제는 넷플릭스 등 OTT서비스와 기존 전통TV와의 전쟁이고 좋은 콘텐츠는 다 OTT에서 나온다는 인터뷰가 나왔다. 

OTT는 매달 안정적으로 받는 구독요금이라는 수입이 있기 때문에 강력하다는 것이다. 이걸 보고 문득 KBS 시청료 수입과 넷플릭스의 한국에서의 매출을 비교해 보고 싶어졌다. 결국 얼마나 매출을 올리느냐가 앞으로 TV와 OTT의 경쟁의 방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KBS는 매달 2500원의 시청료를 가구당 징수한다. 한국의 세대수는 2020년 현재 2천3백만 정도니 연간 수입은 6천900억원정도가 나온다. 실제로 KBS는 2019년 시청료 수입이 6천600억원이었고 1인가구의 증가로 매년 이 수입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KBS전체 매출에서 수신료 비중은 절반정도라고 하는데 광고 부진으로 이제는 수신료 비중이 휠씬 커졌을 것이다. 3분의 2정도를 차지 하지 않을까…)

반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9월현재 가입자수가 3백30만명이라고 한다. 이용요금은 스탠더드 요금인 12000원을 기준으로 해봤다. 그렇게 계산해 보면 넷플릭스의 한국에서의 연매출은 4천7백억원 수준이 된다. (넷플릭스의 2020년 연간 매출은 약 20B이다. 한화로 22조원쯤된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올리는 매출은 전체 매출의 2%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런 가정으로 계산해서 표로 만들어보니 다음과 같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가입자를 크게 늘릴 것은 올해에도 확실하다. 쉽지는 않겠지만 올해 5백만명의 가입자를 달성한다면 연매출은 7천억원 수준이 되면서 KBS의 시청료 수입을 넘어서게 된다. 일년만에 34% 성장해서 5백만명의 가입자를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그런데 2019년 10월에는 넷플릭스의 가입자수가 2백만명으로 추정됐다. 즉, 넷플릭스의 2020년 성장률은 거의 60% 이상이었던 것이다. 이 추세면 넷플릭스는 몇 년안에 한국에서 천만 가입자도 넘어설 수 있다. 천만 가입자면 연간 매출은 1조4천억원이상 갈 수 있다. 광고수입을 모두 포함한 KBS의 매출을 뛰어넘는 것이다.

외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매출이 KBS의 수입을 넘어선다? KBS분들은 10년 아니 5년전만해도 생각도 못해봤을 구도인 것 같다. 10년뒤는 너무 멀고 5년뒤의 방송 미디어 경쟁 구도는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상륙한지 이제 겨우 5년이 막 넘었다.

Written by estima7

2021년 1월 18일 at 11:31 pm

IQ 180, 38세 대만 IT장관 오드리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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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ANN뉴스를 유튜브에서 보다가 제목이 흥미로워서 클릭해 보다. IQ180 IT담당장관의 코로나 대책. 이게 무슨 얘기인가 싶어서…

마스크를 구할 수 없어서 혼란상태인 일본과 달리 대만은 이 마스크 재고 맵을 보면 마스크를 판매하는 가게와 재고 상태를 한 눈에 볼 수 있다고.

클릭하면 이 약국에 성인용, 아동용 마스크가 몇 개나 재고가 있는지 알 수 있다.

이게 가능하게 된 이유는 대만의 디지털 담당 장관인 38세의 오드리 탕씨 덕분이라고. 그는 8세때 프로그래밍을 배웠고, 14세에 중학교를 중퇴했으며, 16세에 IT기업을 창업한 IQ 180의 천재 프로그래머.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2016년 10월에 입각.

그는 보건당국과 협력해서 대만의 마스크 재고 데이터를 인터넷에 공개했고,

한 민간 엔지니어가 그 데이터를 활용해 마스크 재고 맵을 개발했다는 것.

그러면서 뉴스는 “우리 일본은 어떤가. 이렇게 (대만처럼) 할 수 없는가?”라고 반문. 아베총리는 “마스크가 어느 정도 비축되어 있는지 현재는 알 수가 없다”고 국회에서 밝혔다고 한다.

거기다가 일본의 IT담당장관(대신)은 79세의 다케모토 나오카츠씨. 이 분은 지난해 입각했을 때 자신의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았던 일을 두고,

“왜 내 홈페이지가 Lock이 되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해 구설수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는 또 일본의 도장(인감)문화를 두고 “도장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이해는 하지만 바로 디지털화 할 수 없는 분야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쨌든 대만의 IT장관 오드리 탕씨는 “이 일은 민간 여러분이 노력해서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라며

“우리는 단지 그 가운데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데이터를 공개한 것 뿐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뉴스라서 오랜만에 블로그에 메모해봤다. 일본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관련해서 혼란을 겪는 이유중 하나는 너무나 노쇠한 기존 정치인들 위주로 내각이 구성되고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 측면에서 나름 코로나 바이러스를 잘 막아내고 있는 대만 정부의 독특한 IT장관의 존재가 돋보인다. 2016년 10월에 입각했는데 지금 5년째 계속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도 경희대 대학생이 만든 코로나맵이 있다. 이것도 사실 정부가 데이터를 활용가능하게 잘 공개했기 때문에 이뤄진 일이다. 오드리 탕 장관의 말처럼 정부는 투명하게 데이터를 잘 공개하면 된다. 정부부처가 예산을 들여서 직접 맵까지 만들 필요는 없다. 데이터만 잘 공개하면 민간에서 누군가 사람들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만들어 낸다. 그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Written by estima7

2020년 3월 3일 at 11:23 pm

사라져 가는 1인치 자막의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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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즐겨보는 CBS This Morning에서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 다음날 방영한 내용. 여기서 호스트인 게일 킹이 한 말을 소개.

게일 킹은 오른쪽에 노란 옷을 입고 있는 흑인 여성. 아주 경험이 많은 방송인이자 저널리스트다. 나이는 65세. 기생충의 수상을 전하는 리포터의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덧붙인다.

“패러사이트(기생충) 영화 이야기를 조금 하고 싶다. 영화를 봤다. 그런데 사실 보는 것을 좀 망설였다. 자막(Subtitle)이 있는 영화를 보는 것을 사실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가 너무 좋았다. 내가 자막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였다!”

그러면서 옆의 진행자에게 말한다. “그렇지 않나? It was so good you forget what you’re reading!”

위 동영상 3분 18초 지점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다.

미국에 5년간 살면서 정말 그렇다는 것을 실감했다. 미국인들은 자막을 읽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워낙 영어로 된 좋은 콘텐츠가 넘치기 때문에 굳이 비영어권 콘텐츠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등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오타쿠들도 있지만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보통 미국 사람들은 극장에서 자막이 나오는 영화를 본 경험이 거의 없을 것이다.

심지어 서점에 가서도 그런 생각을 한 일이 있다. 미국의 서점에서는 번역서를 보기가 쉽지 않다. 한국의 서점에는 서구와 일본, 중국책의 번역서들이 넘쳐난다. 한국인 저자가 쓴 책보다 번역서가 휠씬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미국서점에서는 비영어권 작가가 쓴 베스트셀러는 거의 본 일이 없다. 번역자의 이름이 같이 나온 책을 본 기억이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그동안 오스카상이 영미 영화중심으로 운영된 것이 이해가 안가는 바가 아니다. 일단 미국인들은 자신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나오는 영화를 보는 것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기생충이 오스카상 4개부문, 그것도 외국어영화상(이제는 국제영화상으로 이름을 바꿨다)뿐만 아니라 작품상까지 거머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이런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은 기생충이 워낙 뛰어난 작품이기 때문에 그렇기는 하지만 나는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사이트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미국에서 한국영화의 인지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6년 1월 넷플릭스가 전세계 130개 국가로 서비스확장을 시작하면서 전세계 각국의 글로벌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영어로 더빙을 제공하는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막을 통해서 봐야했다. 나는 넷플릭스가 미국인들의 자막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프랑스의 영어방송인 France 24에서도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에 대해 “”Streaming services made Americans like subtitles”(스트리밍 서비스가 미국인들이 자막을 좋아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예전에 미국인들은 자막이 있는 영화를 보지 않는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스트리밍서비스 덕분에 지금 미국인들은 자막이 있는 이탈리아TV시리즈를 보게 됐습니다. 5년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태국, 콜럼비아 같은 곳에서 만든 작품을 다 보게 됐습니다. 1인치의 장벽(자막)이 사라진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속에 봉준호 감독도 골든그로브 시상식에서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더 많은 놀라운 작품들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세계의 경쟁력있는 스토리텔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콘텐츠세계에 언어와 국경의 장벽이 사라지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그것을 증명했다.

Written by estima7

2020년 2월 16일 at 12:05 am

2019년 11월 실리콘밸리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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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도한 기업 가치 거품이 빠지며 투자사인 소프트뱅크에 거액의 손실을 안긴 ‘위워크 사태’ 때문에 드디어 유니콘 스타트업의 거품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또 너무나 비싼 집값과 물가 때문에 실리콘밸리 탈출 현상이 벌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닷컴붐이 2000년처럼 꺼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2000년 버클리로 유학을 갔을 때 정말로 닷컴거품이 붕괴하면서 테크기업들이 채용을 동결하고 감원에 나서고 실리콘밸리의 경기가 얼어붙는 경험을 한 일이 있다.

과연 그런 일이 또 벌어질까. 실리콘밸리에서 사람들이 떠나고 있을까? 궁금해하던 중에 1년 만에 실리콘밸리에 11월초 다시 방문하게 됐다. 그리고 산호세부터 샌프란시스코, 버클리, 심지어 북쪽으로 소살리토, 보데가베이까지 짧은 시간에 많은 지역을 다녀봤다.

갈 때마다 항상 느끼지만 그 동네의 날씨는 정말 예술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체감한 실리콘밸리의 테크 열기는 예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여전하다는 것을 느꼈다. (정확히 얘기하면 집값은 피크에 비해 조금 빠졌고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도 조금 조정기기는 하다.) 다음은 내가 이번 실리콘밸리 방문에서 느낀 몇가지다.

우선 교통체증이 살인적이었다. 거의 30년 가깝게 실리콘밸리를 오가고 유학시절을 포함해 한 4년가까이 살아 보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길이 심하게 막히는 것을 본 일이 없다. 화요일 저녁 산호세 코트라 실리콘밸리에서 가질 테헤란로커피클럽 행사를 위해서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 근처 500스타트업 본사에서 미팅을 마치고 나름 3시쯤 일찍 차로 출발했다.

그런데 산호세까지 2시간반이 걸린다고 구글맵에 나왔다. “그럴리가…길이 막혀도 1시간반이면 가는 거리인데..”하면서 운전을 시작했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 80 고속도로로 들어가는 길이 벌써 꽉 막혀있다. 한 블록을 움직이는데 15분 가까이 걸려서 간신히 탈출했다. 그리고 101고속도로쪽으로 나갔는데 역시 막혀서 잘 나가지 않았다.

두 명 이상이 동승해야 달릴 수 있는 카풀 차선이 나오는 것을 기대했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됐다. 카풀차선 구간이 얼마 안되기도 하고 카풀 차선을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을 준 테슬라 같은 친환경 전기차가 너무 많아진 탓인지 카풀 차선을 이용해도 길이 막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6시가 넘어서 코트라 실리콘밸리에 지각 도착했다.

특히 테크기업이 밀집한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가고 나가는 것이 큰 스트레스였다. 워낙 교통체증이 심하고 주차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와 버클리에서 일정이 있던 날에는 샌프란시스코 바깥쪽에 있는 칼트레인 주차장에 아침에 일찍 가서 차를 세우고 대중교통으로 샌프란시스코와 버클리를 다녀온 다음 차를 픽업해서 다시 남쪽으로 내려갔다.

아니 도대체 요즘에는 회사에 안나가고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도 많고 교통혼잡을 피해 미리 움직이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는데 도대체 왜 이럴까 싶었다.

호텔 숙박비도 살인적이었다. 1년 전 1박에 약 200달러에 묵었던 호텔이 가격이 두 배 이상으로 치솟아 있었다. 코트라 실리콘밸리 차장님이 “예전에 200불 하던 호텔이 지금은 600불 합니다”라는 한 말씀으로 요즘 상황을 정리해주셨다.

일년전 호텔투나잇으로 1박에 205불(세금제외)를 주고 묵었던 샌프란시스코 닛코 호텔을 지금 검색해보니 1백에 거의 1천불이다. 4~5배 오른 것이다. 여기서 5박을 하면 약 700만원을 내야한다. 5성이 아니라 4성호텔의 일반 객실이다. 이처럼 주중에는 말도 안되는 호텔 가격이 나온다.

평범한 별 셋짜리 호텔에서 하룻밤 자는 데 50만~60만원을 줘야 한다. 모텔6 같은 거의 바닥권의 모텔에 가야 한 20만원대에 숙박할 수가 있다. 별로 좋지도 않은 호텔에 이 정도 돈을 지불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해서 사실 친구집에 가서 잤다. 실리콘밸리에 20여년 넘게 출장을 다녀봤지만 이처럼 호텔비가 말도 안되게 비싸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도 주중 주요 지역의 괜찮은 호텔은 방이 거의 없었다. 왜 그럴까.

이벤트가 워낙 많이 열려서 그렇다고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콘퍼런스가 샌프란시스코부터 새너제이까지 곳곳에서 열린다. 예전보다 더 많아졌다. 이런 이벤트에 참석하려고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든다. 큰 이벤트가 없는 날에는 호텔가격이 내려간다. 하지만 문제는 거의 매일처럼 이런 이벤트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

나만 해도 지난 7일 오전에는 현대자동차의 샌프란시스코 콘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오후에는 팰로앨토의 트랜스링크 애뉴얼 미팅 이벤트에 참석했다.

팔로알토에서 열린 트랜스링크 애뉴얼 미팅

그날 내가 만난 KTB벤처투자 이호찬지사장은 “오늘만 4개의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며 바삐 움직였다.

한국, 일본, 중국에서 온 대기업관계자, 투자자들이 많았던 트랜스링크 애뉴얼 미팅 행사

생각해보면 실리콘밸리에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수만명의 직원들을 거느린 공룡 테크 기업들이 즐비하다. 18년전 내가 유학할 당시만 해도 테크기업이 별로 없던 샌프란시스코에는 세일즈포스, 트위터, 우버 등 수십조 가치의 테크 상장기업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실리콘밸리지역 전체에는 줄잡아 100개가 넘는 1조원 이상 가치의 유니콘 스타트업이 있다. 내가 가본 샌프란시스코의 소파이(SoFi)라는 핀테크 유니콘만 해도 벌써 직원이 1500명이란다.

샌프란시스코의 SoFi 본사 로비

이들이 모두 빠르게 사무실을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회사에 적어도 각각 수백, 수천명의 직원이 있고, 또 성장을 위해 맹렬히 추가로 직원을 뽑고 있는 것이다. 4년전 스트라이프라는 회사에 방문했을 때 직원이 200명쯤 된다고 했는데 지금은 3천명이 넘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스트라이프는 이제 약 40조원 가치의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이렇다보니 실리콘밸리에 더이상 뽑을 사람이 없다. 그러니 전 세계에서 데려온다.

이런 혁신 기업에 좀 더 가까이 있고자 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또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연다. 한국 기업만 해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외에 한화, GS, 두산 등이 속속 지사를 만들고 있다. 트랜스링크 행사장에서 한화 드림플러스, 삼성화재 분들을 만났는데 이렇게 한국에서 실리콘밸리로 주재원으로 새로 나온 한국 대기업분들이 예전보다 휠씬 많아졌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네델란드 등 전세계 대기업에서 이런 식으로 실리콘밸리 주재원을 내보낸다. 주재원에 그치지 않고 아예 혁신센터를 만드는 회사들도 많다. 그러다보니 심지어 각국 언론에서 보내는 실리콘밸리 주재 기자들도 더 많아졌다.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술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고 본사와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안테나 역할이다.

이처럼 다들 실리콘밸리로 들어가려고만 하지 철수한다는 얘기는 (내가 과문해서 그런지) 별로 듣지 못했다. 딴 지역으로 갔던 사람들도 일자리가 여기 더 많다며 다시 실리콘밸리로 돌아온다.

출처 : NBC Bay Area

새로 들어온 이들의 가족이 정착할 새로운 주택단지가 올라간다. 하지만 더이상 교통체증과 혼잡을 원하지 않는 기존 주민들은 새로운 단지 개발을 맹렬히 반대한다. 내가 살던 쿠퍼티노의 오래된 쇼핑몰을 허물고 대규모 주택단지를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주민들의 반대로 교착상태다. 땅값, 인력비용도 비싼데다 주민반대까지 극심하니 실리콘밸리의 주택 건축비용이 전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됐다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다.

집값이 올라가 젊은 부부들이 쿠퍼티노로 들어오지 못하니 초등학교에 들어갈 아이들이 줄어든다. 그래서 이번에 쿠퍼티노의 초등학교 하나가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또 학교교사, 경찰관, 소방관 등 지자체의 중심역할을 하는 직업군 사람들이 비싼 실리콘밸리에 살 수가 없어 먼 지역에 살면서 힘들게 통근해야 한다는 뉴스도 자주 나온다.

애플, 페이스북 등 테크 기업들은 수조원을 기부해 캘리포니아의 주택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런 이유로 해결은 쉽지 않다. 나가는 사람들은 별로 없고 들어오는 사람들만 넘쳐나는 탓이다.

이런 중에 실리콘밸리 북쪽 소노마카운티에서 큰 산불이 났다. 인접 지역인 밀밸리에 사는 지인인 레베카 황은 “5일 동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모든 것이 정지했다”고 말했다. 교통신호는 물론이고 슈퍼마켓, 병원 그리고 주유소까지 모든 것이 다 불통이 됐다는 것이다. 더 북쪽인 보데가 베이에 사는 또 다른 지인은 산불의 위협으로 피난 명령이 떨어져 모든 동네 주민들이 집을 비우고 3일 동안 피난까지 갔었다고 말했다. 예전에 없던 규모의 큰 자연재해다.

이렇게 인구가 늘어나는데도 대중교통 시스템은 낙후된 그대로다. 샌프란시스코와 새너제이를 연결하는 칼트레인은 수십년 동안 변한 것이 없다. 느리고 이용하기 불편하다. 그나마 조금씩 확장하고 있는 지역 전철 바트도 한국의 지하철에 비하면 비싸고 지저분하다. 어쩌면 이렇게 나아지는 것이 없는지 이용할 때마다 기가 차다는 생각을 한다. 그나마 실리콘밸리의 많은 지역에서는 이런 대중교통수단은 그림의 떡이다. 직접 차를 운전하거나 우버를 이용해야만 어디엔가 갈 수 있다.

길거리의 노숙자들은 더 많아졌다. 샌프란시스코 곳곳에는 아예 길에 텐트를 치고 사는 노숙자들이 많이 보였다.

자동차 유리를 깨고 귀중품을 훔쳐 가는 도난 사고도 빈번하다. 카페에서도 갑자기 랩탑컴퓨터를 채가서 훔쳐 가는 도둑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문이 여기저기 보인다. 억대 연봉을 받는 주민들이 가득한 실리콘밸리의 역설적인 모습이다.

이처럼 실리콘밸리의 명과 암은 극명하다. 세계최고의 고소득을 자랑하는 혁신가들이 살고, 최고의 경제호황을 구가하고, 덕분에 지방정부는 많은 세수를 올릴텐데도 사회인프라는 이렇게 열악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과연 실리콘밸리가 전세계 나라들의 롤모델로 맞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다.

한편 한국인에게 희망도 보였다. 실리콘밸리 테크 업계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의 숫자가 매년 크게 늘고 있는 것을 갈 때마다 체감한다. 센드버드, 타파스미디어, 몰로코 등 현지에서 쑥쑥 성장하는 한인 스타트업도 많아졌다. K그룹, 82스타트업 등 테크 업계 한인들의 모임도 활발하고 많은 이들이 참여한다.

82스타트업에서 인사말을 하는 사제파트너스 이기하 대표

그래서 현지 테크 기업에서 일하는 젊은 한인 엔지니어들이 창업을 꿈꾼다. 현지에서 열린 82스타트업 행사에는 60여명이 와서 창업자들의 발표를 듣고 있었다. 세마트랜스링크 김범수 대표, 사제파트너스 이기하 대표, 빅베이신캐피탈 윤필구 대표 등 막 창업한 초기 한인 창업가들에게 활발히 조언해 주고 투자하는 이들도 생겼다. 내가 만나본 한인 창업자들은 거의 다 이 분들을 만나서 창업 관련된 조언을 들어본 것 같았다.

한국 스타트업과 창업자들의 역량과 실력도 많이 올라가서 제품, 서비스의 질이나 투자유치에서 실리콘밸리 톱 스타트업들과의 격차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느꼈다. 예전에는 수백억이상 투자받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들으면 살짝 기가 죽었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에도 그 정도 투자를 받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못지 않게 잘 성장하는 훌륭한 스타트업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인도계와 중국계가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들이 쑥쑥 성장해 한국과 실리콘밸리를 잇는 가교가 되기를 기대한다.

테크기업들이 전세계를 좌지우지하게 된 지금 전세계의 테크 캐피탈이라고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가 번영을 구가하면서도 한편으로 겪고 있는 몸살은 넥스트 실리콘밸리를 꿈꾸는 다른 나라의 도시들에게도 뭔가 시사점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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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17일 at 9:57 pm

만화로 배우는 투자유치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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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창투사)에 자금을 공급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LP인 한국벤처투자에서 흥미로운 책자를 펴냈다. 만화로 배우는 투자유치 입문서 ‘투자유치가 처음이세요?”다.

전자책 플랫폼 기업인 가상의 스타트업 ‘놀자북스’가 성장하면서 차례 차례 투자를 유치하고 M&A인수제안을 거절하고 IPO까지 이르는 과정을 통해 투자유치에서 주의할 부분을 가르쳐주는 내용이다.

확실히 만화라 쉽게 읽힌다.

자세히 설명해 줘야 하는 부분에서는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마지막에는 보통주 투자계약서 양식, 전환우선주 투자계약서 양식을 실어놓았다.

창업자들에게 꽤 유용한 내용인 것 같은데 얼마나 많이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찾아 볼지는 모르겠다. 지난 6월에 나왔는데 나도 이제야 알았다.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알고 보면 좋을 것 같아서 내 블로그에 메모해둔다. PDF 다운로드는 여기서.

Written by estima7

2019년 10월 27일 at 9:33 pm

넷플릭스 아메리칸 팩토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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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에 나와서 워낙 호평인 아메리칸 팩토리를 봤다. 과연 큰 찬사를 받을만한 다큐멘터리라는 생각을 했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 2008년 GM이 데이톤에서 공장을 폐쇄해 2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극심한 후유증을 겪는 이 중부도시에 중국의 유리회사인 후야오 유리공업(福耀玻璃工业)이 들어와서 2016년 약 2천명을 고용하는 자동차용 유리공장을 개설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의 도입부분에는 희망이 넘친다. 일자리를 잃고 밑바닥 생활을 하던 평범한 미국인들이 새로 공장에 들어와서 익숙하지 않은 일이지만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한다.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지만 회장님 포스가 넘치는 후야오 차오 더왕회장님은 공장 곳곳을 둘러보며 지시한다. 약 2백명의 중국인들이 복건성 후야오본사에서 넘어와서 공장 초기 생산 안정화를 위해 일하며 미국인들과 교류하기 시작한다. 이 중국인들도 대부분 생전 처음 자기 땅을 떠나본 평범한 공장 노동자들이다. 미국인경영진과 주요 라인매니저들은 복건성 후야오 본사에 초대된다. 군말없이 밤낮없이 일하는 중국 공장 노동자들과 가족과 회사가 일체가 된 중국회사의 문화를 보며 놀라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잘해보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세상 일이란 것이 그렇게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작업속도가 느린 미국인노동자들에게 중국인들은 불만을 터뜨린다. 미국인노동자들은 중국인매니저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무조건 시킨다고 고개를 젓는다. 또 경영진이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작업장에서 사고가 빈발한다고 한다. 시급 12불도 너무 적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GM공장시절에는 시급 29불을 받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노조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나온다. 한편 공장의 생산성은 본사만큼 오르지 않고 품질 문제도 심각하다. 흑자전환이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다.

이런 갈등속에서 미국인 경영진이 교체되고 중국인CEO가 임명된다. 미국에서 26년을 살았다는 이 CEO는 중국인직원들에게 미국인의 정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미국인들은 어릴 때부터 칭찬을 많이 들으면서 자라서 자신감이 넘친다는 식이다.

어쨌든 갈등은 고조되고 노조설립 주장 피켓을 들고 다니는 노동자들이 나타난다. 그래서 해고 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회사밖에서 UAW, 미국자동차노조와 같이 노조설립 시위를 벌인다. 노조설립 찬반 투표를 앞두고 회사는 노조회피 컨설팅 회사를 고용해 직원들을 모두 면담하도록 하고 노조설립을 만류한다. 시급을 2불 올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노조설립을 위한 찬반투표 날이 밝았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끝까지 보고 나서 감탄한 것은 이런 모든 상황을 참으로 객관적으로 담았다는 점이다. 노동자를 착취하는 중국인 경영자와 그 때문에 고통받는 미국인 중산층으로 흑백구도로 다룰 것 같았는데 끝까지 보면 그렇지 않다. 선동적이지 않다. 그저 중국인 회장님이나 중국인 직원들이나 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담았다. 당대에 10조가 넘는 규모의 기업을 키운 중국인 회장님도 자신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경영자인지 환경파괴자인지 고민하는 모습을 담았다.

나도 예전에 미국 보스턴 라이코스에 가서 미국인 직원들과 부대끼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미국인은 세계최강국의 국민이라 뭔가 다 잘살고 똑똑한 엘리트일 것처럼 느끼기 쉽다. 하지만 만나서 얘기해보면 대부분 우리와 똑같은 보통 사람들이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며 성실하게 일하고 돈을 벌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희노애락의 감정을 가진 사람이다. 다만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인해 서로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 뿐이다. 이 다큐는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아메리칸 팩토리를 보면서 놀란 점은 “어떻게 저런 장면을 찍었을까”였다. 중국인직원이나 미국인노동자들이나 가감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찌보면 비밀스러운 중국인 CEO와 회장님의 대화나 미국인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이 날 것 그대로 나온다. 도대체 어떻게 찍었을까 궁금했다.

그 궁금증은 이 다큐를 찍은 스티븐 보그나와 줄리아 라이커트의 오바마 부부와의 대화 동영상을 보고 풀렸다. 버락 오바마와 미셸 오바마의 제작사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스는 첫 제작 배급작품으로 이 작품을 골랐다.

이 대담에서 스티븐 보그나감독은 “처음부터 우리가 들어가서 다 찍을 수 있도록 해줬다”고 말했다. 단순히 회사의 홍보동영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편집권은 우리에게 있다고 했는데도 허용해줬다고 말했다. (아마 잘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신이 났어요. 양쪽의 문화가 융합되며 모든게 잘 될 것 같았어요. 모두가 낙관적이었죠. 우리도 현장에 있었어요. 그런데 상황이 어려워지기 시작했죠. 우리도 현장에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상황이 어렵지만 당신들도 이제 우리와 같은 사람이니 여기 계속 같이 있도록 해요’라면서 다 찍을 수 있도록 해줬어요. 사람들은 우리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줄 것이라고 신뢰했고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했죠.” (스티븐 보그나)

그래서 이 부부 제작팀은 3년동안 1200시간의 영상을 담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나온 작품은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지 않고 국가간 문화의 차이, 글로벌라이제이션, 자동화로 인한 미래 일자리의 변화 등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내용을 담은 명작이 됐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 대해서 궁금해서 찾아본 동영상중에 The Hill에서 스티븐 보그나와 줄리아 라이커트를 인터뷰하는 동영상을 흥미롭게 봤다. 이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후야오 아메리카 공장은 지금 어느 정도 안정이 되서 큰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오히려 재미있는 점은 여기 나오는 남성 진행자의 태도다. “어떻게 중국회사가 미국에서!”하는 식으로 차별적인 관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댓글에서 많은 사람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런 사람이 이런 다큐를 만들었으면 완전히 다른 내용이 나왔을 것이란 생각을 해봤다. 어쨌든 강추하는 다큐.

Written by estima7

2019년 9월 7일 at 9:05 pm

테슬라 모델3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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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테슬라 모델X 시승을 해볼 기회가 있어서 청담과 하남의 테슬라 매장에 들러볼 기회가 있었다. 청담에는 차를 픽업하러 갔고 그 차로 스타필드하남에 오랜만에 가봤다가 그곳 테슬라매장도 지나갔다.

모델3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 인상이었다. 매장에 줄을 서서 차례로 들어간다. 살짝 들으니까 굉장히 인기가 있다고 한다.

모델3는 아무리 싸다고 해도 최저사양이 5천만원이상의 꽤 비싼 차다. 그런데 전기차 보조금 등의 혜택이 있어서 그것을 최대한 이용하면 1500만원정도 싸게 살 수 있다고 한다. 나도 궁금해서 위 동영상을 봤는데 아주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다. 그러면서 요즘 ‘모델3 광풍’이 불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우리는 한국을 항상 너무 작은 시장으로 여긴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특히 첨단 제품을 일찍 구매해 이용하는 얼리아답터의 밀도는 전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은 것 같다. 테슬라가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잘된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다.

목에 거는 360도 웨어러블 카메라 FITT 360을 만든 링크플로우 김용국 대표를 얼마전에 전시회에서 만났다. 한국에는 시장이 없다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서 제품을 내놨다. 그런데 최근에 KT와 협업해서 공동마케팅을 하면서 한국에서 제품을 본격적으로 홍보중이다. 김대표는 내게 “한국에서 잘 되고 있습니다. 한국시장이 작은 줄 알았는데 안 그렇더라고요”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한국시장이 너무 작다고 자학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도 전세계 어디 못지 않은 수준 높고 구매력이 높은 고객이 포진하고 있는 만만치 않은 시장이다.

Written by estima7

2019년 8월 24일 at 10:46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