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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내고 책 읽고, 의무적으로 독후감까지… 그럼에도 트레바리를 찾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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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안 읽고 다들 스마트폰만 뚫어지게 보는 시대. 뭔가 읽기보다는 유튜브로 보고 듣는 것을 휠씬 편안해 하는 시대. 당장 나부터 그렇다. 이런 시대에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몇년전만 해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 같다. 그런데 독서모임을 사업화해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트레바리가 국내 대표VC중 하나인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패스트인베스트먼트로부터 각각 45억원, 5억원 등 50억원을 투자받았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생각난 김에 지난해 2018년 10월에 나라경제에 기고한 트레바리 윤수영대표와의 인터뷰글을 내 블로그에 다시 소개해 둔다.

사진 : 나라경제

한국의 출판업계는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들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희귀동물이 됐다. 당연히 책도 잘 안 팔린다. 서점은 줄어들고, 출판사들은 경영난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클럽을 만들어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트레바리’다. 트레바리는 ‘매사에 남의 말에 반대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2015년 당시 27세의 윤수영 대표가 창업해 지적호기심을 가진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불과 3년 만에 3,500명이 참여하는 대형 독서커뮤니티로 성장했다.

공짜로 강연도 듣고 식사까지 제공하는 무료 행사가 넘치는 시대에 트레바리는 4개월에 최고 29만원(클럽장 모임의 경우, 클럽장이 없는 클럽은 19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내고 가입해야 한다. 게다가 매달 자기 돈으로 책을 사 읽고, 독후감까지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윤수영 대표. 사진 나라경제

이런 얘기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게 될 리가 있나”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특히 출판계에 있는 분들일수록 더 그런 반응이다. 그런데 3,500명이 가입해 돈을 내고 참석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궁금해서 나도 지난 2018년 5월부터 트레바리에 직접 참가해봤다. 윤 대표의 집요한 요청에 스타트업에 관한 책을 읽는 클럽장을 맡아 트레바리를 경험한 것이다.

트레바리는 이렇게 진행된다. 클럽장이 어떤 주제를 가지고 클럽을 개설하면 기존 멤버에게 신청 우선권이 주어지고, 일주일 뒤에는 외부에도 오픈된다. 참가비가 29만원이나 되는 내 클럽은 놀랍게도 며칠 만에 바로 마감됐다. 박지웅 패스트트렉아시아 대표 같은 스타급 클럽장의 경우는 오픈하자마자 바로 마감된다.

기본적으로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진행된다. 참가자는 미리 정한 책을 읽고 모임이 열리는 주 월요일 저녁까지 최소 400자의 독후감을 내야 한다. 모임은 저녁 7시 40분에 시작해 11시 20분에 끝나는 것이 기본이다. 뒤풀이 모임이 자정을 넘어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모임이 시작되면 클럽장인 내가 책 내용에 대한 미니강연을 진행하고 토론이 이어진다. 스타트업이 전문 분야다 보니 보통은 내가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만 참가자들이 고르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서로 질문하도록 유도한다. 3시간 40분은 의외로 후딱 지나간다.

사진 출처 : 트레바리 홈페이지

참석자들은 대체로 30대의 직장인이고 여성이 조금 더 많은 편이었다. 매일 같은 사람을 만나는 직장생활에서 빠져나와 다양한 사람과 색다른 생각을 접하고 싶은 갈증에서 트레바리에 참여한단다. 상당수가 트레바리를 시작한 뒤 길게 쭉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클럽을 몇 개씩 가입한 사람도 있다.
각 모임에는 ‘파트너’가 할당돼 모임이 무리 없이 진행되도록 운영한다. 클럽장이 바빠서 신경을 쓰지 못해도 독후감 제출을 독려하고 모임 내용을 정리해 공유한다. 

트레바리멤버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

독서모임 멤버가 되면 4개월 동안 클럽회원들을 위해 열리는 각종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책 강연회, 위스키·와인 시음회, 영화 시사회 등에 참가할 수 있다. 고급 콘텐츠를 즐기고 지적 호기심이 강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클럽에 가입한 셈이라고 할까. 어떻게 이런 매력적인 클럽을 만들어냈는지 윤 대표에게 창업동기를 물어봤다.

윤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2014년 1월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입사했다. 순탄하게 대학을 나와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셈이다. 그러나 당시 다음은 포털시장의 헤게모니가 PC에서 모바일로 급속하게 변하면서 진통을 겪을 때였다. 신입사원이었던 윤 대표는 1년 내내 조직개편을 경험했다. 돈을 벌지 못하는 서비스는 가차 없이 정리됐다. 결국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카카오와의 합병을 거쳐 사라졌다. 윤 대표는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입사 1년 만에 창업을 결심했다.


“겨우 1년이었지만 다음에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텐센트, 버즈피드 같은 회사들이 급부상하면서 미디어·콘텐츠 시장이 급변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 대기업에 머무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안전한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실패해도 아직 젊기 때문에 전혀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2015년 초 처음 생각한 창업 아이디어는 실패했다. 다음으로 도전한 것이 독서모임이다. 윤 대표는 개인적으로 독서모임에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의미 있는 성장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런 독서모임이 많아져야 정상인데 왜 잘 안 될까 의문을 갖게 됐다.

지속 가능한 독서모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료로 운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비용을 들여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가설이 가능할지 확인하기 위해 2015년 중반에 월회비 3만원의 소규모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베타테스트였다. 그런데 반응이 좋았다. 독서모임에 참여한 10명 전원이 한 달 뒤 계속 하겠다고 답했다. 독서모임을 3개로 늘렸다. 그렇게 ‘가설이 검증’된 것을 확인하고 2015년 9월부터 3개월 단위의 시즌제로 트레바리 독서모임을 정식 시작했다. 첫 시즌에는 4개의 클럽에 80명이 참가했다. 이제 3주년이 지난 트레바리는 10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200개의 클럽에 3,500명이 참가하고 있다. 3년간 40배나 성장한 것이다.

이런 트레바리의 급성장을 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책이 목적이 아닌 사교클럽이라는 비판이다. 하지만 윤 대표는 트레바리의 가치를 이렇게 설명한다.

“트레바리에 오는 분들의 절반은 책을 전혀 읽지 않던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이 트레바리를 통해 습관적으로 책을 읽게 됩니다. 독서의 허들을 낮추는 것이 ‘트레바리 효과’입니다.”

또 책을 많이 사서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쌓은 지식과 생각을 남들과 나누고 토론해야 진짜 자기 것이 된다는 것이 윤 대표의 신념이다. 덕분에 시즌마다 1만개가 넘는 독후감이 트레바리에 쌓인다.

내가 직접 경험한 트레바리의 경쟁력은 젊은 세대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 제공한 기획력이다. 가치 있는 경험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요즘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을 정확히 가격했다.

또 트레바리는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유명 작가나 SNS에서 인지도가 있는 유명 인사들을 윤 대표가 나서서 삼고초려하며 집요하게 설득해 클럽장으로 끌어들였다. 윤 대표는 “트레바리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번 돈은 좋은 기획을 위해 대부분 재투자한다.
윤 대표는 계속 성장을 갈구한다.

“트레바리가 만드는 변화가 커지면 세상을 꽤 의미 있게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변화의 시대입니다. 어느 때보다 지적 업데이트가 필요하죠. 트레바리가 사람들이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방법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독특한 학습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독서플랫폼이 된 트레바리가 이제 50억원을 투자금을 가지고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궁금하다.

Written by estima7

2019년 2월 12일 at 9:41 am

구글스토리-구글 창립 20주년 기념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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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책이 나와서 소개. 구글 설립 20주년을 기념해 개정판이 나온 ‘구글스토리’. 인플루엔셜에서 출간했다. 영광스럽게도 장병규 4차위 위원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장관에 이어 내 추천사도 책 뒷면에 실렸다.

사실 이 구글스토리는 미국에서는 2005년 11월에 초판이, 한국에서는 2006년 3월에 ‘구글, 성공신화의 비밀’이란 제목으로 번역판이 나온 책이다. 2004년 8월에 성공적으로 기업을 공개(IPO)하고 쑥쑥 성장하고 있던 구글에 대해서 전 워싱턴포스트 기자 데이빗 A 바이스가 쓴 책이다. 사실 번역자인 우병현 선배가 13년전에 내게 번역판을 주셔서 별 기대없이 봤다가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로 이번에 개정판을 내는 인플루엔셜에서 추천사 부탁을 해서 다시 보게 됐다.

1998년 9월4일이 구글의 설립일자라 지난해 2018년 9월 설립 20주년을 맞아 이 책의 예전 내용에 구글의 문샷과 자율주행차에 대한 챕터가 더해져서 개정판이 나오게 된 것 같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어떤 가정에서 어떻게 성장했고, 그들의 스탠포드 생활은 어땠는지, 어떻게 구글 검색엔진을 생각해 내서 창업을 하게 되고 엔젤투자를 받고, VC투자를 받고,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내고 상장까지 하게 되었는지 흥미진진하게 묘사되어 있다. ‘초기 스타트업’ 구글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고 할까. 20년전이나 지금이나 테크 스타트업의 성장과정은 비슷하다. 대학이 창업을 장려하고, 교수들이 실력있는 VC들과 연결되어 있어 적절하게 재능있는 학생을 투자자와 연결해주는 실리콘밸리가 얼마나 혁신기업이 나오기 좋은 환경인지도 느낄 수 있다.

이 책이 나오던 2005년의 구글의 매출은 6.1B에 이익은 1.4B이었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2018년의 구글 매출은 136.8B, 이익은 30.7B의 어마어마한 회사가 됐다. 2005년 당시만해도 주위에 구글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던 기억이 있다. 구글은 애들 장난 같은 회사이며 저러다 거품이 꺼지는 것 아니냐고 하시던 분들 기억도 난다.

그리고 이 책을 다시 들춰보다가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했다. 2006년에 책을 읽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지 생각이 안난다. 96년 래리 페이지의 스탠포드 대학원생 시절을 묘사한 3장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왜 구글이 2009년도에 일찍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섰고 2013년에 우버에 2억5천8백만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했는지 궁금했다. 구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율주행차 개발부문을 웨이모로 독립시키고 자율주행차 서비스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왜 그런지 궁금했는데 96년 스탠포드대 대학원건물에서 공부하던 래리 페이지는 이미 이렇게 자율주행차시스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제 수긍이 간다. 앞으로 구글이 정복하고자하는 넥스트 프론티어는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모빌리티 서비스일 것이란 생각이 확실히 든다.

Written by estima7

2019년 2월 5일 at 1:2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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