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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on Internet

Archive for 2월 2010

닛케이신문의 온라인유료화 도전: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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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명문경제지인 일본경제신문(니혼게이자이:보통 줄여서 닛케이라고 함)이 3월23일부터 유료버전 온라인신문 ‘Web刊’을 창간해 유료화에 도전한다고 선언했다.

현재 310만부가량을 발행하는 닛케이신문은 경제종합지로 일본에서 가장 우량신문중의 하나다. 종합일간지 요미우리, 아사히와 함께 잘나가는 3대신문으로 꼽힌다. 특히 경제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의 대기업사원이라면 누구나 닛케이를 읽는 것이 상식으로 통할 정도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특히 뉴미디어에 대한 투자를 일찍 시작해 판매, 광고 그리고 뉴미디어 매출 포트폴리오가 균형잡힌 신문으로 알려져있다.

그런 닛케이지만 인터넷에 대한, 웹에 대한 투자는 좀 인색해 지금까지 닛케이넷 http://www.nikkei.co.jp에는 기사 일부분만을 제공해왔다. 그래서 사실 읽을 만한 기사가 많지 않고 기사의 앞부분만을 살짝 잘라서 제공하는 바람에 개인적으로는 별 흥미가 없는 사이트였다. 야후 등 포털에도 일체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는 정책을 고수해왔다.

위는 온라인유료화버전 Web刊의 초기페이지.

잘나가는 닛케이지만 시대의 흐름 변화에는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더이상 인터넷을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드디어 본격적인 유료화전략을 발표한 것이다.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 현재 닛케이넷을 리뉴얼하는 형태로 전기사의 본문을 제공.(한국, 미국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대부분 일본신문들은 웹에 전문을 제공하지 않는다)
  • 기본적으로 모든 기사는 유료회원에게만 개방되나 무료회원이라도 한달에 20개까지 기사를 볼 수 있음
  • 유료회원에게 과거 5년분 기사DB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함. 25개까지 본문을 보는 것이 가능.(역시 그동안 기사DB를 외부에 무료로 공개한 일이 없음)
  • 오픈형식(?)으로 스마트폰 네이티브앱은 따로 준비하지 않음. 모바일에서 웹브라우저로 읽으면 된다고.
  • 종이신문구독자에게는 월간기존 구독료 플러스 1천엔, 온라인으로만 구독의 경우에는 월간 4천엔. 참고로 종이신문 구독료는 (조간만 볼경우 3천5백18엔, 조석간세트는 4천3백83엔)

발표회에서 나온 멘트중 긍정적인 부분은

「良質なコンテンツはタダではない。本当に価値がある情報や機能には、それにふさわしい対価をいただきたい. “양질의 콘텐츠는 공짜가 아니다. 정말로 가치가 있는 정보와 기능에는 그것에 맞는 대가를 치뤄야한다.”

短期的な収益は追わず、じっくり育てていきたい考え。まずは無料会員50〜100万人、有料会員30万人(日経発行部数の1割)を目指す。「成功するまで5年、10年かかるかもしれないが、今スタートさせないと10年後の成功はないことは確かだ」단기적인 수익은 쫓지않는다. 제대로 키워가겠다는 생각이다. 우선은 무료회원 50~100만명, 유료회원 30만명을 목표로 한다. 성공할때까지 5년, 1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10년뒤의 성공은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안타깝게도 부정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적지 않다. 우선 가격이 너무 비싸다. 종이값, 잉크값, 배송료 등이 들지 않는 온라인으로 보는데 왜 종이신문과 같은 4천엔이나 내야할까. 왜 그런 가격으로 결정됐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대답이 한심하다. 「紙の新聞の部数に影響に与えない」ということを前提に、その範囲内で価格を模索しました。(종이신문의 부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그 범위안에서 가격을 모색했다) 결국 종이신문의 부수및 매출감소가 두려워서 웹신문 가격을 못 내렸다는 것인데… 독자들이 납득할리 만무하다.

그리고 종이신문 가입자에게는 무료로 웹버전을 제공했어야 하지 않을까? 종이신문가입자에게 추가로 1천엔을 더 내라고 하는 것도 좀 지나치다. 결국 종이신문부수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일본의 인구감소와 젋은 층의 종이매체 이탈 현상을 볼때 현 310만부 유지는 쉽지 않다. 종이신문에 미련을 버리고 이왕이면 온라인에 더 매력적인 가격으로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으면 좋았을텐데 좀 아쉽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깊이있는 정보가 웹에 흘러넘치는 요즘, 천하의 닛케이라도 과연 각종 온라인미디어, 블로그, 트위터와 경쟁해 우위에 있는 가치있는 정보를 온라인유료사이트에 채워넣을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지금까지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던 닛케이의 웹사이트를 보면 말이다. 어쨌든 귀추가 주목된다. 지켜보겠다.

Written by estima7

2010년 2월 26일 at 11:4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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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tter와 TV의 상관관계:Water-Cooler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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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뉴욕타임즈에 참 인상적인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Water-Cooler Effect: Internet Can Be TV’s Friend (워터쿨러효과:인터넷은 TV의 친구가 될 수 있다)

미디어관련기사에서도 참 읽으면서 NYT라는 신문의 퀄리티를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 이런 기사 때문이다. 보통은 그냥 넘어가기 쉬운 현상을 기자의 날카로운 직관력으로 다시 분석해 취재, 흥미로운 기사로 엮어낸다. 마치 말콤 그래드웰의 Tipping Point 같은 우리 사회의 현상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내용은 다름이 아니고 최근 수퍼볼, 밴쿠버올림픽 등에서 기록적인 TV시청율을 기록한 것이 상당부분 인터넷의 도움을 얻었다는 것이다. 기자가 그 부분에 착안해서 미국 TV방송국간부들을 취재했고 그를 뒷받침하는 이야기와 분석자료등을 얻어 그 내용을 기사로 만들어낸 것이다. Water Cooler는 차가운 물이 나오는 정수기 같은 것을 의미하는데 직장에서 사람들이 물을 뽑아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흥미로왔던 TV프로그램을 Water-Cooler show라고 한다. 아마 이 말에서 착안해낸 용어인듯 싶다.

즉, 사람들이 수퍼볼을 보면서 Facebook, Twitter를 통해 채팅하듯이 이야기를 하고 그게 TV를 둘러싼 거대한 채팅룸을 형성 TV를 더많이 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TV시청을 하면서 인터넷을 같이 하는 것은 미국인들에게 버릇이 되었고 컴퓨터가 없더라도 아이폰 등 스마트폰을 통해 트위터를 계속 보고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경우에도 정확히 들어맞는다. 요즘 TV를 켜놓고 보면서 항상 맥북을 무릎위에 놓고 열어놓고 양쪽을 보고 있다ㅎㅎ 심지어는 아이폰도 옆에 두고 트위터를 힐끔거리기도 한다. 3가지 스크린을 같이 열어두고 있는 셈이다.

그제 김연아 올림픽 실황의 경우에는 동부시간 11시부터 시작하는데 1분정도 늦게 봤다. 깜빡 다른 일을 하고 있느라 잊고 있었는데 마침 트위터를 보니 시작한다고 실시간으로 많은 분들이 말씀을 해주고 있어서 “아차!”하고 바로 TV를 켜고 중계를 봤다. 트위터가 아니면 놓칠뻔했다. 김연아의 연기가 끝나자마자 수많은 분들이 흥분된 어조로 소감을 이야기했고 그 거대한 수다의 스트림속에 나도 같이 끼여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일본어로 트위터검색을 해서 일본인들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그 반응을 지켜보기도 했다. 마치 TV를 둘러싸고 전세계를 연결한 거대한 TV채팅룸이 생긴 것 같았다. 이것이 Water Cooler Effect라는 것이다.

그래서 CBS CEO는 “The Internet is our friend, not our enemy”라고 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방송국 간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인터넷을,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시청자들과 소통하라!

이 기사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흥미로와하고 공감을 했던지 NYT가 오늘 블로그에 ‘Water-Cooler Talk About the Water-Cooler Effect‘라는 제목으로 다시 소개했다. 이 기사가 오늘 NYT에서 가장 많이 트윗된 기사중 하나라고 한다. 참 ‘Smartphone Effect’도 잊으면 안된단다. Water-Cooler Effect와 자매효과다. ㅎㅎ 남들 다 쓰는 기사말고 이런 기사를 써야 신문을 차별화할 수 있지 않을까.

Update: 방금 김연아경기를 감동적으로 보면서 영어, 일본어, 한국어로 트위터검색을 해봤다.

일본인들도 김연아에 대한 감탄뿐…. 완벽. 퍼펙트… 별차원.

영어권도 마찬가지. Incredible, Speechless, Awesome.

바로 이런 것이 Water-Cooler Effect. 김연아의 경기를 나혼자보고 있는 것이 아니고 전세계인과 같이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듬^^ 김연아 금메달 축하!

Written by estima7

2010년 2월 25일 at 4:5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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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아이디어에 매일같이 No를 연발하는 회사-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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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Apple COO Tim Cook이 Goldman Sachs annual tech conference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중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We are the most focused company that I know of or have read of or have any knowledge of. We say no to good ideas every day. We say no to great ideas in order to keep the amount of things we focus on very small in number so that we can put enormous energy behind the ones we do choose.

The table each of you are sitting at today, you could probably put every product on it that Apple makes, yet Apple’s revenue last year was $40 billion. I think any other company that could say that is an oil company. That’s not just saying yes to the right products, it’s saying no to many products that are good ideas, but just not nearly as good as the other ones.

I think this is so ingrained in our company that this hubris you talk about that happens to companies that are successful and sole role in life is to get bigger, I can tell you the management team at Apple would never let that happen. That’s not what we’re about. Small list of things to focus on.”-From 9to5Mac

무슨 이야기인지 의역을 섞어서 한번 풀어서 써봤습니다. 컨퍼런스 팀쿡의 세션에서 한 애널리스트가 “애플의 이노베이션문화”에 대해 질문을 합니다. 그 질문에 대해 팀쿡은 아래와 같이 대답합니다. (대답중 후반부분입니다)

내가 알기로 애플은 가장 포커스된 회사다. 우리는 사내의 훌륭한 아이디어에 대해 매일같이 No를 연발한다. 그 이유는 우리의 기존 제품,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 좀더 집중하기 위함이다. 많은 것을 포기하는 대신 우리가 집중하기로 선택한 부분에 대해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집약시킨다. 일단 만들기로 한 제품에 대해서는 세계최고를 만들기 위해서 그렇다.

예를 들어 무슨 말이냐하면 당신들 책상위에 아마도 우리 애플이 만드는 전 제품을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경쟁사들은 흘러넘칠 정도로 제품군이 많다는 뜻) 애플은 작년에 40B매출(약 46조원)을 올린 회사다. 이 정도 규모에 그렇게 할 수 있는 회사는 사실 얼마 없다. 아마 Oil회사뿐일 것이다.

그렇게 (집중된 소수의 제품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적합한 제품아이디어에 Yes를 하는 것뿐만아니라 수많은 훌륭한 제품아이디어를, 그 아이디어가 다른 경쟁제품보다 확실히 뛰어나지 않다면 No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문화는 애플에 뿌리깊게 박혀있다. 반면 많은 성공적인 회사들은 성공하면 할수록 더 욕심을 부리며 이것도 추가하고 저것도 추가하고 그런 오류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Adding this and that).  확실히 말하면 애플의 매니지먼트팀은 절대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문화가 아니다. 우리는 항상 집중할 수 있는 작은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팀쿡의 육성을 듣고 싶으면 여기에 가시면 됩니다. 맨 마지막 3분정도 남겨두고 이 이야기를 합니다.(Update: 지금 확인해보니 이 컨퍼런스콜내용은 시간이 지나서 애플사이트에서 지워진 모양입니다. 아쉽게도. 2011년 8월말현재)

팀쿡의 이 이야기를 들으며 단순함을 위해 과감히 기능을 빼버리는 스티브잡스를 떠올렸습니다. iPad라는 디바이스자체도 그런 문화의 산물인 것 같고요. COO가 이렇게 정돈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회사내에 철학이 확실히 서있는 회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이것이 애플인 것 같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10년 2월 24일 at 12:48 am

온라인기사는 이 정도는 되야-NYT 김연아관련기사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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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의 온라인기사를 가끔 보다보면 정말 공들인 편집에 감탄하는 일이 많다.

온라인의 장점인 기사중의 적절한 하이퍼링크, 구글맵과의 연동, 지면보다 더 많은 선명한 컬러사진제공, 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를 최대한 살린 훌륭한 편집이 마치 온라인기사의 교과서를 보는 것 같다.

일전에 트윗으로 소개한 ‘One Noodle at a Time in Tokyo’ 기사도 그런 한 예이다.  도쿄의 훌륭한 라면집을 소개하는 내용인데 수박겉핥기식도 아니고 상당히 깊게 취재했으며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기사본문중에 소개되는 웹사이트나 라면집의 웹링크를 적절히 제공하고 있으며 그 라면가게들의 위치를 구글맵을 통해 표시해서 보여준다. 또 신문지면보다 많은 14장의 생생한 사진을 슬라이드쇼를 통해 제공하고 있으며 4분짜리 잘 만들어진 비디오영상까지 붙여놓았다.  NYT온라인은 단지 트래픽 지상주의가 아니라 두고두고 읽히고 참고될만한 가치있는 기사를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연아의 경기를 한시간반 앞둔 지금, 올림픽 관련 기사를 읽어보면서 또 한번 NYT온라인의 고품질을 실감했다. 오늘의 피켜스케이팅경기가 주목되는 만큼 공들인 온라인기사를 준비한 것이다.

주요 출전선수 10명의간단한 프로필과 올 시즌에 다운 그레이드받은 비율을 점프 별로 분석하고 다운 그레이드 요소(under rotation, wrong edge)들에 대해 설명해놓았다. (Thanks to Cheolhee Park)

위 사진은 NYT의 김연아선수소개다. 잘만들어진 김연아의 정식 프로필페이지도 따로 있다.

‘What the moves look like’라는 파트에서는 피겨스케이팅 점프기술의 포인트가 되는 부분을 훌륭한 그래픽으로 보여준다.

특히 감탄한 부분은 아래 동영상이다. 오늘의 올림픽 하이라이트가 될 내용을 NYT기자가 2분여짧은 동영상으로 매일 브리핑해주는 Inside the Rings 코너다.

대단한 기술을 동원해서 감탄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날의 이슈가 되는 기사를 소개하면서 오른쪽 박스에서 그 해당기사의 링크를 롤링하면서 소개해준다. 기자가 이야기하는 기사를 보고 싶으면 그 자리에서 링크를 누르면된다. 독자들에게 참 친절하지 않은가?

위 링크를 누르면 나오는 김연아관련 기사는 이거다.

김연아가 직접 자신의 트리플러츠 기술에 대해 설명한다.

온라인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입체적인 기사를 독자에게 제공하는 뉴욕타임즈에 갈채를 보내고 싶다.  온오프를 망라해 내가 좋아하는 명실공히 세계최고 퀄리티신문이다.

Update 1: 1차전에서 김연아가 세계신기록으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마침 NYT가 김연아사진으로 톱을 장식했길래 기념으로 찰칵! NYT는 라이브블로깅으로 피겨스케이팅중계를 하고 있는데 이것도 참 스마트한 것 같음. 스포츠기자와 전 피겨스케이팅 미국대표선수출신해설가가 협력해서 실시간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음.

Update 2: 김연아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우승확정 직후 NYT톱페이지 화면

Update 3: 다음날인 2월26일 오전 김연아선수의 연기를 분석하는 비디오해설을 톱페이지 가운데 배치한 NYT.

Written by estima7

2010년 2월 23일 at 7:1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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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잃어버린 영화평론가 로저이버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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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 처음 미국땅을 밟았을때 일이다. 신문의 영화광고를 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Two Thumbs Up!”이란 것이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했다. 그러다가 두개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린다는 이 말이 로저이버트(Roger Ebert)와 진 시스켈(Gene Siskel)이라는 유명한 영화평론가 둘이 같이 ‘At the movies’라는 프로그램에서 좋은 영화로 합의해 추천한다는 뜻이란 것을 알게 됐다. (요즘 같으면 구글검색해서 위키피디아로 바로 뜻을 알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미국사람 붙들고 물어보는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엔 80년대에 작고한 정영일이라는 유명한 영화평론가가 있었다. 조선일보기자로 매주 주말의 명화를 해설하던 그는 “놓쳐서는 안될 영화”를 특유의 화법으로 이야기해 큰 인기를 모았었다. 시카고 선타임즈 영화담당기자인 로저이버트도 그런 사람이었다. 세계최고의 영화평론가중 하나로 불리우는 그의 할리웃에서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그의 엄지손가락에 영화의 흥행이 좌우됐다.  그런데 그의 파트너였던 Gene Siskel이 1999년에 뇌종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떴다. 그 이후 이버트는 Roeper를 새로운 파트너로 맞아들여 Ebert & Roeper로 ‘At the movies’프로그램을 이어갔다.

미국에 머물 당시에는 그의 활기찬 모습을 TV에서 대하거나 리뷰를 읽는 경우가 있었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다만 몇년전인가 그가 낸 ‘위대한 영화’책이 한국에 번역된 것을 보고 그를 떠올렸을 뿐이다.

그런데 지난주 트위터를 통해 엄청나게 RT되는 기사를 클릭했다가 그를 만났다. 깜짝 놀랐다. 처음에 로저이버트 사진에 누가 장난을 쳐놓은 것 아닌가 했다.

에스콰이어지의 인터뷰기사를 읽고 로저 이버트의 팬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이었기에 깜짝 놀랐다. 알고보니 2002년부터 생긴 갑상선암으로 이버트는 여러번의 수술을 거쳤다. 죽을 고비도 몇번이나 넘긴 그는 끝내는 목소리는 물론 음식을 먹을 수도 없이 튜브로 영양분을 공급받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크리스 존스라는 기자가 쓴 이 인터뷰기사는 정말 명문이다. 너무너무 잘썼다. 영어권에서 엄청나게 RT가 되면서 화제가 된 이유가 이해가 된다. 이 기사는 목소리로 유명세를 얻고 인기를 구가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그 목소리를 잃어버린 로저이버트의 아이러니한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3일동안 그를 밀착취재해서 아주 디테일하게 로저이버트의 변화된 모습을 그려냈다.

재미있는 것은 로저이버트는 결코 죽지않고 새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Writer였던 로저이버트는 그동안 작가라기보다는 TV엔터테이너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그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Writer였던 것이다. 말할 능력을 잃어버린 그는 기력이 쇠약해진 지금도 연간 거의 매일처럼 영화를 보고 리뷰를 쓴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밤마다 엄청난 열정을 글로 토해낸다. 영화이외에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그의 생각을 쏟아내고 독자들과 소통을 즐긴다. 자유주의자임을 자부하는 그는 트위터를 통해 보수주의자인 러쉬 림보를 공격한다.

그가 애용하는 맥북프로는 그의 분신이다. 음성합성프로그램을 통해서 말을 하는 그는 처음에는 로렌스라는 영국액센트를 구사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했으나 지금은 알렉스라는 미국식액센트를 사용한다. 그리고 예전 그의 목소리를 Custom bulid해달라고 음성소프트웨어회사에 오더를 준 상태이다.

그의 요즘 모습은 위 동영상을 통해 볼 수 있다. 컴퓨터를 통해 나오는 목소리가 생각보다 상당히 사실적이다.

위 에스콰이어인터뷰기사가 화제가 된 뒤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그 기사에 대한 감상을 밝혔다. 이버트가 에스콰이어 인터뷰에 응한 것은 그도 젊은 시절 많은 인터뷰를 에스콰이어지에 기고했으며 그 빚을 갚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다만 인터뷰를 요청한 크리스 존스라는 기자에 대해서는 미리 그의 기사를 읽어보고 “이 정도 기사를 쓰는 사람이라면 인정할만하다”고 인터뷰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대체로 만족한다고… 다만 그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묘사에 대해서는 … “어차피 인간 모두가 서서히 죽어가는 것 아닌가?”하고 반론을 폈다.ㅎㅎ

워낙 재미있게 읽은 글인데 영어의 압박이 있어서 쉽지 않다. 그래도 관심있는 분은 로저이버트의 에스콰이어인터뷰를 일독하실 것을 권한다. 진짜 밀착인터뷰를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Update: 위에 소개한 로저이버트의 컴퓨터 합성보이스가 드디어 나왔다.

Written by estima7

2010년 2월 23일 at 12:55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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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cos라는 이름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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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테크놀로지 디렉터인 Joe가 회사 복도에 써놓은 글과 사진. 트위터를 통해서 애견이름을 Lycos라고 지은 라이코스유저를 만났고 너무 반가와서 “회사에 전시하고 싶으니 애견의 사진을 꼭 보내달라”고 요청해서 받았다고.

한국도 그렇지만 가만 보면 참 오래동안 한 서비스를 애용하는 로열한 유저들이 미국에는 많이 있음. 3억인구중 이런 로열한 유저 수천, 수만명이 기꺼이 가치있는 서비스에 매달 몇달러에서 수십달러의 비용을 지불하고 이런 매출이 많은 니치웹서비스를 지탱하는 힘이 되는 듯 싶음.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10년가까이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라이코스를 10년간 이용해온 고객들이 이렇게 존재한다는 자체에 감사할 뿐. 이제는 좋은 서비스로 보답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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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22일 at 7:2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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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아이폰앱과 아이폰이 잘 안터지는 MIT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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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 MIT에 가서 MIT 아이폰앱 프로젝트를 리드한 앤드류 유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앤드류는 하버드를 졸업하고 두번의 스타트업경험을 거쳐 지금은 MIT에서 모바일플렛홈매니저를 담당하고 있는 인재이십니다.

제가 예전에 MIT의 모바일최적화 사이트를 트윗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그 사이트를 만든 분이 한국분이라고 소개한 일이 있습니다. 바로 그 분입니다. MIT의 IT오피스에 계신 분이 감사하게도 소개를 해주셔서 앤드류를 만나뵙고 또 많은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MIT아이폰앱은 MIT재학생에게 필수적인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는 훌륭한 앱입니다.

앤드류는 MIT모바일프로젝트의 리드를 맡고 있습니다.

MIT는 m.mit.edu라는 주소로 거의 모든 휴대폰에 최적화된 모바일웹페이지를 일찍부터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폰앱은 2월초에 막 1.0버전이 처음 나왔습니다. 아이폰이 나오지 얼마안된 한국이라면 이해가 되지만 이미 아이폰출시가 3년이 된 미국에서, 그것도 MIT가 아이폰전용앱을 이렇게 늦게 내놓았다는 것은 좀 이해가 안됐습니다. 물론 훌륭한 앱이긴 하지만요. 그래서 왜 그런 것인지 물어봤습니다.

m.mit.edu MIT모바일전용페이지

그러자 정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아이폰을 MIT에서 쓸 수가 없기 때문에 그랬습니다. 학생들이 쓸수가 없는데 어떻게 아이폰앱을 개발하겠습니까”

앗,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냐고 했더니 MIT캠퍼스의 상당부분이 AT&T음영지역이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아이폰이 잘 터지질 않는다는 것이죠. 쓸 수 있는 것처럼 신호는 들어오는데 실제로는 안터지는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폰을 쓰고 싶어도 전화가 터지지 않으니 구입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상당수의 MIT MBA 학생들은 iPhone쓰는 것으로 봐서 다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심지어는 앤드류가 1년여전에 NYT와 인터뷰를 한 일이 있는데 그때 이런 AT&T의 불안정한 MIT캠퍼스 네트워크 문제를 제기한 일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그 기사를 구글링해봤습니다. 쉽게 찾았습니다. Welcome, Freshmen. Have an iPod. 이라는 1년반전 기사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At the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iPhones might already have been everywhere, if AT&T, the wireless carrier offering the iPhone in the United States, had a more reliable network, said Andrew J. Yu, mobile devices platform project manager at M.I.T.

MIT의 모바일디바이스플렛홈프로젝트매니저 앤드류 유의 이야기에 따르면 AT&T가 보다 안정적인 망을 MIT에 제공했다면 iPhone은 광범위하게 (캠퍼스에) 퍼졌을 것이다.

당시 이 기사를 보고 AT&T가 발칵 뒤집혀 연락이 왔고, 부사장등 담당임원들까지 날아 와서 어떻게 하면 MIT에서 아이폰보급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인지, 망개선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논의하고 갔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은 망이 좋아졌겠네요” 했습니다.  아니랍니다. 1년반이 지난 지금도 거의 진전이 없다고 합니다. 한국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알고 보니 AT&T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미국의 행정문제 탓이 크다고 합니다. 셀타워를 MIT앞에 새로 올리는 경우에도 일부 주민 등이 민원을 제기하면 그대로 스톱이라고 합니다. 그 상태에서 교착상태에 빠지고 진전이 없다는 것이죠. 미국의 행정프로세스상 양쪽 이야기를 들어보고 판단내리고 등등 절차를 진행하다보면 한도끝도 없이 시간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전화 안터진다고 하면 일사천리로 달려와서 중계기 달아주는 한국과는 하늘과 땅차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2000년에 제가 버클리유학시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아무생각없이 전자제품양판점 Frys에 갔다가 스프린트 삼성폰을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버클리캠퍼스끝쪽에 위치한 비즈니스스쿨 입구를 들어가면 바로 전화가 안터지는 것이었습니다. 한국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학교에서 전화할 일도 없을 것이고 금새 해결되겠지 하고 그냥 참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졸업할 때까지 2년이 되도록 결국 스프린트폰은 학교에서 터지지 않았습니다.(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ㅎㅎ)

저는 그것이 단순히 관료주의적이고 느린 미국이통사들의 프로세스와 광활한 국토탓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군요.(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진행한다는 것인데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방면에 밝지 않은 저로서는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라 MIT 앱을 소개하는 김에 적어봤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새로 휴대폰을 구입할 때는 반드시 자신의 집과 사무실에서 잘 터지는지 확인합니다. 아이폰을 쓰고 싶은데 자기 집에서는 AT&T가 잘 안터져서 구입을 못한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은 일이 있습니다.

어쨌든 MIT에서 아이폰이 펑펑 터진다면 MIT출신의 혁신적인 아이폰앱도 더 많이 등장하고 관련벤처도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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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19일 at 10:5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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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만의 첫 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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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올해 들어서 첫 회사 전체 미팅을 갖고 라이코스멤버들과 기쁜 소식을 공유했다. 그것은 라이코스가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

이미 지난해 3분기에 다음이 라이코스를 인수한 뒤 첫 분기 영업흑자를 기록한 바 있는데 4분기에도 조금더 개선된 영업흑자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는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한화 약 10억가량의 소폭 흑자(Net Income)를 낸 것이다.

이 흑자는 기본적으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 덕분이기도 하지만 다같이 노력해서 적은 인원으로도 전년과 비슷한 매출을 올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여러가지 행운과 불운도 함께 했다. (라이코스가 1994년 창립의 나름 오래된 인터넷회사라 규모는 작아졌지만 참 많은 풀어야할 숙제를 갖고 있었다.)

컴퍼니 미팅을 준비하면서 아주 옛날 자료까지 찾아보면서 놀랐던 것은 올해로 창립 17년째를 맞는 라이코스가 2009년 이전까지 단 한번도 흑자였던 적이 없다는 점이다. 94년 카네기멜론에서 시작해 96년 IPO(상장), 2000년 스페인의 테라네트웍스에 매각, 200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에 매각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15년동안 계속 적자를 내왔다. 어떻게 보면 넷스케이프, 야후 등과 비슷한 인터넷의 여명기에 시작해 성공적인 IPO를 거쳐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한번도 제대로 된 비즈니스모델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지난해 라이코스는 본업인 Search-Games-Web Publishing 비즈니스에서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해 연초의 구조조정비용 및 여러가지 예상치 못한 비용지출에도 불구하고 일부 행운도 따라 최종적인 흑자를 보고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미팅에서는 약 10분동안 짧게 지난해 우리가 처했던 어려웠던 상황을 리뷰하고, 지난 15년간의 라이코스의 역사와 매출, 손실액을 간략히 보여줬다. 그리고 지난해 우리가 드디어 16년만에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을 선언했다.

“We should be proud of our achievement!”

지난 1년간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된 회사구조를 만드는데 주력했다면 올해는 진짜로 달릴 때다. 다시 라이코스가 옛날의 영광(?)을 되찾는 것은 어렵겠지만 최소한 우리 고객들에게는 의미있고 사랑받는 서비스로 다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하는 한해가 됐으면 한다. 그리고 새로운 성장엔진도 찾아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개인적으로 지난 1년간 라이코스와 함께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한국에서는 결코 알 수 없었던 많은 어려움을 현장에서 라이코스현지멤버들과 부대끼며 배우고 해결해 나갔다. 단순히 문화적 차이라고만은 말하기 힘든 글로벌비즈니스의 수많은 장벽과 어려움을 직접보고 느꼈다는 것이 큰 수확이다. 이방인 CEO와 함께 고생해준 라이코스멤버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1997년 Lycos Annual Report

Written by estima7

2010년 2월 17일 at 4:2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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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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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한 일본인의 트윗에서 페이스북 일본지사가 설립됐다는 뉴스를 발견했다. 작년말에 참석했던 일본 IVS컨퍼런스에서도 페이스북 글로벌담당이 참가해 페이스북일본지사 설립방침을 이야기했던지라 관심이 가는 뉴스였다. 그래서 짧게 트윗했다.

@estima7 페이스북이 드디어 최초의 해외지사를 일본에 지난 2월2일 설립했다고 http://bit.ly/bNxDGU (일본어) 페북이 해외로 엔지니어를 파견하는 것도 이번이 최초라고. 일본휴대폰사이트부터 개발. 사장은 일본인으로 내정한듯.

해외지사 하나 없이 웹서비스하나로 거의 세계정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페이스북이다. 전세계에서 잘 공략이 안되는 몇개 안되는 나라중 하나가 한국, 중국, 일본인데 그중 일본을 겨냥해서 지사를 설립하고 본사 엔지니어를 처음으로 보낸다고 하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중국도 예전에는 페이스북유저가 꽤 있었는데 워낙 토종 경쟁 SNS도 많았고 무엇보다 트위터 등 서구 SNS를 다 차단하고 있는 상태라 페이스북이 진입이 불가능한 상태다. 일본도 사실 잘 안된다고 했었는데 요즘에는 꽤 사용자가 늘어나서 지금은 백만이상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페이스북이 잘 안되는 이유는 저도 모름.)

어쨌든 위 내용을 트윗하자 금새 반응이 왔다. 트위터의 매력의 하나는 글로벌성이다. 반응이 실시간으로 그것도 거리에 관계없이 전세계에서 온다.

인도네시아에 계신 것으로 추정(?)되는 @briancheong님이 아래와 같이 말씀해주셨다.

@briancheong 2억 인구 시장인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이 보여지는 사이트가 구글도 아닌 페이스북이랍니다. 서점에선 페이스북으로 사업하는 방법, 페이스북 응용하는 방법 등에 대한 책들이 넘쳐나고 있죠.

동남아시아에서 페이스북의 인기와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이야기를 일찌기 들어온터라 바로 RT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역시 인도네시아에 계신@nd75님이 말씀을 주셨다.

@nd75: 인터넷은 몰라도 FB는 다알죠. 저가폰 마저 FB 연동이 안되면 쳐다도 안본다는..

아니 인도네시아에서 그 정도로 인기였단 말인가? 예전에 @sbroh님이 말씀해주셔서 필리핀에서도 페이스북이 엄청나게 인기라는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다. 그리고 내 동생의 증언에 따르면 일본에 온 필리핀사람들을 만났는데 그야말로 자투리시간만 나면 페이스북을 접속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까지?

마침 나도 2년전에 저작권관련세미나에 초청받아 자카르타에 다녀온 일이 있다. 그때 인도네시아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초고속인터넷이 거의 보급되어 있지 않아 한국에 비하면 인터넷발전이 매우 더디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에서 ‘인터넷은 몰라도 페이스북은 알 정도’라니! 트위터가 아니라면 어떻게 현지에 있는 분들에게 이렇게 물어볼 수 있을까. @nd75님에게 “도대체 왜 페이스북이 인도네시아에서 인기인가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친절한 답변. (트윗3개를 이어 약간 보기좋게 편집)

@nd75: 어떤 마케팅 활동 없이 (페이스북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엔 너무 솔직한 글들 때문인듯 합니다. 훔쳐보기에 대한 원초적인 관심과 남의 시선을 끌기위한 도를 넘어선 폭로에 가까운 포스트들과  커뮤니티를 뒤늦게 너무 사랑하는 그들만의 친근한 문화 그리고 몇년전부터 fixed wireless CDMA진출로 저가 폰들이 중하층에 많이 보급되면서 컨텐츠에 목말라 있던 폰벤더들이 저가폰에 페이스북을 탑재하기 시작한것도 인도네시아인들이 쉽게 FB를 접할수 있도록 한몫한듯..  참고로 인도네시아 3대 이통사의 전체 가입자수가 2009년에 벌써 1억을 넘어 섰습니다. 물론 중복도 있지만 최근들어 모바일 이용자의 증가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말씀하신 FB의 증가이유는 인터넷 인프라랑 별개로 모바일의 영향이 가장 큰것 같네요 ㅋ

그렇구나 싶었다. 그럼 인도네시아의 페이스북 인구가 어느 정도 되는지 통계를 조금 찾아봤다.

원본링크 nick burcher Blog (원 데이터는 페이스북을 참고해서 작성) 원본에는 30위까지 나와있음.

인도네시아는 이미 1천4백만명이상의 페이스북 유저가 있으며 1년사이에 1천5백배 성장했다. 성장률로 따지면 필리핀과 선두를 다투는 형국. 정말 엄청나게 인기가 있는 것이 사실인듯 싶다.

더 호기심이 발동해 혹시 왜 인도네시아에서 페이스북이 인기가 있는지 더 찾아보고자 “Why facebook popular in Indonesia”로 구글링을 해봤다. 그래서 쉽게 찾은 블로그포스팅하나를 소개한다.

Facebook in Indonesia – the need for IT research center in Indonesia

I was told that in terms of number of Facebook users, Indonesia is number 3 in the world – after USA and UK. (나는 페이스북 유저수로 인도네시아가 미국과 영국다음으로 세계 3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역자주:사실은 터키다음으로 4위. 아니 지금은 역전됐을지도)
I can assure you that this is true. In Indonesia, everybody (and his/her pets) perhaps has facebook account. Some even have more than one accounts. (One for each personality? ha ha ha.) The number of Facebook users in Indonesia exceeds the number of people in Singapore and Malaysia! Take that!(그건 사실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누구나 -심지어 애완동물까지도- 페이스북계정이 있다. 심지어 누구는 한개이상의 계정을 가지고 있다. 인도네시아페이스북유저수는 싱가폴과 말레이시아의 인구보다도 많다-확인필요)

Because of Facebook, many people buy BlackBerry (BB). Yes, you may want to check with RIM that the number of BlackBerry users in Indonesia is unbelievably large. I guess, we can safely say that facebook is a killer application for BlackBerry. At least, that is true in Indonesia. My point is that Indonesia is an important market for BlackBerry and Facebook. (페이스북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블랙베리를 샀다. 아마 RIM에 확인해보면 인도네시아의 BB유저가 놀랄정도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페이스북은 블랙베리의 킬러앱이 됐다. 적어도 인도네시아에서는 그렇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블랙베리와 페이스북에게는 인도네시아가 중요한 마켓이라는 것이다)

Why Facebook and BlackBerry are popular in Indonesia? I suspect it has something to do with our social culture, that tends to gather and talk among families and friends. (왜 페이스북과 블랙베리가 인도네시아에서 인기인가. 내 생각에는 친구와 가족이 모여서 대화를 즐기는 우리 인도네시아문화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Facebook allows us to connect with people from our past. Once we are connected, we tend to have reunion; university reunion, high school reunion, preschool reunion, what not. Yes, you would not believe the number of reunion that have happened because of facebook. (페이스북은 우리 과거의 잊고 지내던 사람들과 연결을 시켜준다. 일단 한번 다시 연결이 되면 수많은 대학, 고교, 유치원 등 수많은 동창회들이 생긴다. 그렇다. 인도네시아에 지금 페이스북 덕분에 얼마나 많은 동창회가 열리고 있는지 알면 놀랄 것이다)

어떤 면에서 마치 아이러브스쿨이 유행하던 99년과 2000년의 한국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만 그때와 다른 것은 페이스북의 인기가 모바일에 상당부분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블랙베리가 인기라니 상당수가 블랙베리기반 페이스북앱을 사용하는 듯 싶다.

어쨌든 위 블로그글의 저자는 그렇기 때문에 구글, 야후, 페이스북 등 서구 IT기업들은 인도네시아에 리서치센터를 설립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 페이스북은 우선 일본으로 갔다. 인구는 많아도 아직 시장성은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일까. 사용인구는 압도적으로 많은데도 미국IT기업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이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페이스북의 전세계적인 급속한 확산현상은 분명히 사회학적으로도 큰 연구거리다.  20~30대에 인기를 끌다가 그 이상의 연령대에까지는 미치지 못했던 싸이월드와 달리 페이스북은 60~70대 노인층까지 자연스럽게 침투하는가 하면 (예전 포스팅인 ‘미국인에게 있어 페이스북이란’ 참고)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전세계인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문득 트위터로 시작한 화두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고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시간은 좀 소비하게 되긴 하지만^^) 좋은 화두와 정보를 주신 @briancheong, @nd75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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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16일 at 11:0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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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러시아고교생이 만든 ChatRoul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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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덕분에 흥미로운 웹서비스를 발견했다. 웹의 또다른 가능성을 느끼게 해주는, 그 즐거움과 그 부작용을 동시에 떠올리게 해주는,  여러면에서 흥미로운 웹서비스다.

그 이름은 Chatroulette, 즉 Chat+Roulette(채트+룰렛)이다. 이름 한번 절묘하다. 이 서비스의 핵심을 찌르는 네이밍이다.

지난 11월 or 12월에 첫 등장한 이 사이트는 최근 동시접속자가 2만명까지 넘어서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원리는 단순하다. 스카이프 화상대화를 하는 것인데 Play버튼을 누르면 그 상대가 완전히 랜덤하게 전세계 누군가로 선택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휴먼 룰렛게임이다.

챗룰렛현상을 다룬 뉴욕매거진의 기사제목이 The Human Shuffle인데 딱 떨어지는 타이틀이라고 생각한다. 휴먼 셔플!

사이트는 그야말로 단순 그 자체다. 'Play'버튼을 누르면 랜덤하게 상대를 찾아서 채팅이 시작된다. 아래부분에는 구글애드센스광고가 보인다.

Rocketboom에서 아주 깔끔하게 ChatRoulette을 설명했다. 이 동영상을 보면 대충 이해가 된다.

ABC방송의 Good Morning America에서도 Talk to Strangers with Chatroulette 이란 제목의 리포트로 ChatRoulette을 소개했다. 3분. 이 두개의 동영상을 보면 개념이 이해될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보면 바로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온갖 변태성욕자로 가득찬 어두컴컴한 인터넷세상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현재 이용자의 대부분은 남성들이며 틴에이저들이 주류를 이루고 온갖 음담패설이 오간다는 이야기도 많다. 또 그런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야말로 ‘즐거운 우연’을 기대하며 지구 어딘가에 있는 새로운 사람과 즐거운 담소를 나누는 방법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듯하다.

위 비디오를 보면 알 수 있지만 그룹으로 재미삼아 화상채팅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어쨌든 이 채트룰렛이 몇달만에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면서 “도대체 어디 있는 누가 만든 것인가”가 화제로 떠올랐다고 한다. 사이트에는 이메일주소만 하나 나와있을뿐이며 트래픽을 역추적해보면 유럽으로 연결된다고 해서 유럽의 누군가가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채트룰렛의 주인공이 뉴욕타임즈의 문의메일에 답을 했다. 그 주인공은 겨우 모스크바에 사는 17살짜리 러시아 고등학생이었다! 이름은 Andrey Ternovskiy.

채트룰렛창업자를 소개한 뉴욕타임즈 Bits블로그. 사진은 오드리가 보내온 자신의 사진이라고.

뉴욕타임즈 테크팀은 Bits 블로그 Chatroulette’s Creator, 17, Introduces Himself (채트룰렛 제작자, 17살, 자신을 소개하다)라는 포스팅을 통해 그를 소개했다. 그리고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이자 테크블로거인 프레드 윌슨이 Some Interesting Facts About Chatroulette 포스팅을 통해 NYT가 밝혀낸 이 신비로운 고등학생에 대해 요점만 정리했다. 다음은 그 내용.

  • 창업자 앤드리는 17살의 모스크바거주 고등학생
  • 그는 이 사이트를 재미로 만들었으며 상업적인 목적은 없었다.
  • 채트룰렛은 친구들과 스카이프화상채팅을 많이 즐기다가 고안해냈다.
  • 채트룰렛은 전적으로 구전효과(Word of mouth)로만 퍼졌다.
  • 폭증하는 트래픽을 견뎌내기 위해 그는 Code를 여러번 고쳐썼다.
  • 그리고 서버를 더 확충할 수 있도록 친척들이 약간의 자금을 대서 도와줬다.
  • 처음부터 글로벌한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서버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두고 있다. 현재 서버는 7대를 쓰고 있다.
  • 현재 모든 서비스는 완전히 그 혼자힘으로 운영하고 있다.
  • 현재 대부분의 사용자는 미국에 몰려있다. 그는 한번도 미국을 방문한 일은 없지만 언젠가는 가고 싶어한다.

프레드윌슨은 블로그 말미에 “우리(유니온스퀘어벤처스)는 이 친구를 뉴욕으로 초청할 계획이다. 이 채트룰렛이 우리가 투자할만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어쨌든 이 친구를 꼭 만나보고 싶다. 이 친구는 우리가 그동안 같이 일했던 많은 젊은 벤처기업가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썼다.

나도 약 두시간전에 위 NYT기사를 통해 채트룰렛을 처음 알게 됐다. 그 단순성, 그리고 그 놀라운 가능성에 깜짝 놀랐으며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한탄했다. 그리고 Napster를 만든 숀패닝, Facebook의 마크저커버그 등 수많은 젊은 인터넷기업가와 벤처신화를 떠올렸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드는 생각 또 하나는 “왜 우리나라에서 만든 웹서비스는 해외로 뻗어나가지를 못할까”. 글로벌마인드가 부족한 것일까. 창의력이 떨어지는 것일까. 단순히 언어의 장벽일까.

마침 오늘 트위터에서 @leesop 님의 트윗도 이런 고민을 말해준다.

@leesop 최근 주목도가 더 올라간 ustream을 보면 계속 드는 생각 : 조금 먼저 출발한 한국의 afreeca는 왜 계속 국내용으로만 남아서 섬처럼 되버렸는지가 떠오릅니다. IE6 + ActiveX + no모바일의 한국 웹의 고립도 원인의 하나인지.

겨우 17살짜리 고등학생이 만들었다고 하지만 채트룰렛은 처음부터 글로벌한 서비스다. 영어로 사용방법이 설명되어 있으며 플래쉬만 설치되어 있으면 어떤 브라우저에서도 쉽게 작동되는 듯 싶다. 이 어린 친구가 처음부터 글로벌한 서비스운영을 염두에 두고 서버를 독일에 뒀다고 한 점도 인상 깊다. 반면 우리의 경우 언어의 한계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한글로 된 국내서비스만 기획하고 발표하며 “잘되면 나중에 글로벌서비스도 생각해보겠다”정도로 이야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그 정도에 안주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서비스를 가지고 해외진출을 계획하는 경우에도 (초기단계에 해외서비스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탓에) 온갖 시행착오를 겪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쨌든 이 ChatRoulette이라는 서비스가 또다른 인터넷신화가 될지 아니면 온갖 섹스와 저열한 채팅으로 가득한 쓰레기 서비스가 되서 사라져버릴지 흥미롭다. 만약 미국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이 Andrey Ternovskiy라는 고등학생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한다면 이 친구를 미국으로 불러들여 벤처를 창업시키고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게 용기를 북돋워 줄 것이다.

우리는 몇년뒤 또 다른 Skype or Facebook or Napter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Written by estima7

2010년 2월 14일 at 6:3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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