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2월 14th, 2010
17세 러시아고교생이 만든 ChatRoulette
NYT 덕분에 흥미로운 웹서비스를 발견했다. 웹의 또다른 가능성을 느끼게 해주는, 그 즐거움과 그 부작용을 동시에 떠올리게 해주는, 여러면에서 흥미로운 웹서비스다.
그 이름은 Chatroulette, 즉 Chat+Roulette(채트+룰렛)이다. 이름 한번 절묘하다. 이 서비스의 핵심을 찌르는 네이밍이다.
지난 11월 or 12월에 첫 등장한 이 사이트는 최근 동시접속자가 2만명까지 넘어서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원리는 단순하다. 스카이프 화상대화를 하는 것인데 Play버튼을 누르면 그 상대가 완전히 랜덤하게 전세계 누군가로 선택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휴먼 룰렛게임이다.
챗룰렛현상을 다룬 뉴욕매거진의 기사제목이 The Human Shuffle인데 딱 떨어지는 타이틀이라고 생각한다. 휴먼 셔플!
Rocketboom에서 아주 깔끔하게 ChatRoulette을 설명했다. 이 동영상을 보면 대충 이해가 된다.
ABC방송의 Good Morning America에서도 Talk to Strangers with Chatroulette 이란 제목의 리포트로 ChatRoulette을 소개했다. 3분. 이 두개의 동영상을 보면 개념이 이해될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보면 바로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온갖 변태성욕자로 가득찬 어두컴컴한 인터넷세상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현재 이용자의 대부분은 남성들이며 틴에이저들이 주류를 이루고 온갖 음담패설이 오간다는 이야기도 많다. 또 그런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야말로 ‘즐거운 우연’을 기대하며 지구 어딘가에 있는 새로운 사람과 즐거운 담소를 나누는 방법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듯하다.
위 비디오를 보면 알 수 있지만 그룹으로 재미삼아 화상채팅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어쨌든 이 채트룰렛이 몇달만에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면서 “도대체 어디 있는 누가 만든 것인가”가 화제로 떠올랐다고 한다. 사이트에는 이메일주소만 하나 나와있을뿐이며 트래픽을 역추적해보면 유럽으로 연결된다고 해서 유럽의 누군가가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채트룰렛의 주인공이 뉴욕타임즈의 문의메일에 답을 했다. 그 주인공은 겨우 모스크바에 사는 17살짜리 러시아 고등학생이었다! 이름은 Andrey Ternovskiy.
뉴욕타임즈 테크팀은 Bits 블로그 Chatroulette’s Creator, 17, Introduces Himself (채트룰렛 제작자, 17살, 자신을 소개하다)라는 포스팅을 통해 그를 소개했다. 그리고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이자 테크블로거인 프레드 윌슨이 Some Interesting Facts About Chatroulette 포스팅을 통해 NYT가 밝혀낸 이 신비로운 고등학생에 대해 요점만 정리했다. 다음은 그 내용.
- 창업자 앤드리는 17살의 모스크바거주 고등학생
- 그는 이 사이트를 재미로 만들었으며 상업적인 목적은 없었다.
- 채트룰렛은 친구들과 스카이프화상채팅을 많이 즐기다가 고안해냈다.
- 채트룰렛은 전적으로 구전효과(Word of mouth)로만 퍼졌다.
- 폭증하는 트래픽을 견뎌내기 위해 그는 Code를 여러번 고쳐썼다.
- 그리고 서버를 더 확충할 수 있도록 친척들이 약간의 자금을 대서 도와줬다.
- 처음부터 글로벌한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서버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두고 있다. 현재 서버는 7대를 쓰고 있다.
- 현재 모든 서비스는 완전히 그 혼자힘으로 운영하고 있다.
- 현재 대부분의 사용자는 미국에 몰려있다. 그는 한번도 미국을 방문한 일은 없지만 언젠가는 가고 싶어한다.
프레드윌슨은 블로그 말미에 “우리(유니온스퀘어벤처스)는 이 친구를 뉴욕으로 초청할 계획이다. 이 채트룰렛이 우리가 투자할만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어쨌든 이 친구를 꼭 만나보고 싶다. 이 친구는 우리가 그동안 같이 일했던 많은 젊은 벤처기업가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썼다.
나도 약 두시간전에 위 NYT기사를 통해 채트룰렛을 처음 알게 됐다. 그 단순성, 그리고 그 놀라운 가능성에 깜짝 놀랐으며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한탄했다. 그리고 Napster를 만든 숀패닝, Facebook의 마크저커버그 등 수많은 젊은 인터넷기업가와 벤처신화를 떠올렸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드는 생각 또 하나는 “왜 우리나라에서 만든 웹서비스는 해외로 뻗어나가지를 못할까”. 글로벌마인드가 부족한 것일까. 창의력이 떨어지는 것일까. 단순히 언어의 장벽일까.
마침 오늘 트위터에서 @leesop 님의 트윗도 이런 고민을 말해준다.
@leesop 최근 주목도가 더 올라간 ustream을 보면 계속 드는 생각 : 조금 먼저 출발한 한국의 afreeca는 왜 계속 국내용으로만 남아서 섬처럼 되버렸는지가 떠오릅니다. IE6 + ActiveX + no모바일의 한국 웹의 고립도 원인의 하나인지.
겨우 17살짜리 고등학생이 만들었다고 하지만 채트룰렛은 처음부터 글로벌한 서비스다. 영어로 사용방법이 설명되어 있으며 플래쉬만 설치되어 있으면 어떤 브라우저에서도 쉽게 작동되는 듯 싶다. 이 어린 친구가 처음부터 글로벌한 서비스운영을 염두에 두고 서버를 독일에 뒀다고 한 점도 인상 깊다. 반면 우리의 경우 언어의 한계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한글로 된 국내서비스만 기획하고 발표하며 “잘되면 나중에 글로벌서비스도 생각해보겠다”정도로 이야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그 정도에 안주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서비스를 가지고 해외진출을 계획하는 경우에도 (초기단계에 해외서비스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탓에) 온갖 시행착오를 겪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쨌든 이 ChatRoulette이라는 서비스가 또다른 인터넷신화가 될지 아니면 온갖 섹스와 저열한 채팅으로 가득한 쓰레기 서비스가 되서 사라져버릴지 흥미롭다. 만약 미국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이 Andrey Ternovskiy라는 고등학생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한다면 이 친구를 미국으로 불러들여 벤처를 창업시키고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게 용기를 북돋워 줄 것이다.
우리는 몇년뒤 또 다른 Skype or Facebook or Napter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