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2월 23rd, 2010
온라인기사는 이 정도는 되야-NYT 김연아관련기사의 예
뉴욕타임즈의 온라인기사를 가끔 보다보면 정말 공들인 편집에 감탄하는 일이 많다.
온라인의 장점인 기사중의 적절한 하이퍼링크, 구글맵과의 연동, 지면보다 더 많은 선명한 컬러사진제공, 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를 최대한 살린 훌륭한 편집이 마치 온라인기사의 교과서를 보는 것 같다.
일전에 트윗으로 소개한 ‘One Noodle at a Time in Tokyo’ 기사도 그런 한 예이다. 도쿄의 훌륭한 라면집을 소개하는 내용인데 수박겉핥기식도 아니고 상당히 깊게 취재했으며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기사본문중에 소개되는 웹사이트나 라면집의 웹링크를 적절히 제공하고 있으며 그 라면가게들의 위치를 구글맵을 통해 표시해서 보여준다. 또 신문지면보다 많은 14장의 생생한 사진을 슬라이드쇼를 통해 제공하고 있으며 4분짜리 잘 만들어진 비디오영상까지 붙여놓았다. NYT온라인은 단지 트래픽 지상주의가 아니라 두고두고 읽히고 참고될만한 가치있는 기사를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연아의 경기를 한시간반 앞둔 지금, 올림픽 관련 기사를 읽어보면서 또 한번 NYT온라인의 고품질을 실감했다. 오늘의 피켜스케이팅경기가 주목되는 만큼 공들인 온라인기사를 준비한 것이다.
주요 출전선수 10명의간단한 프로필과 올 시즌에 다운 그레이드받은 비율을 점프 별로 분석하고 다운 그레이드 요소(under rotation, wrong edge)들에 대해 설명해놓았다. (Thanks to Cheolhee Park)
위 사진은 NYT의 김연아선수소개다. 잘만들어진 김연아의 정식 프로필페이지도 따로 있다.
‘What the moves look like’라는 파트에서는 피겨스케이팅 점프기술의 포인트가 되는 부분을 훌륭한 그래픽으로 보여준다.
특히 감탄한 부분은 아래 동영상이다. 오늘의 올림픽 하이라이트가 될 내용을 NYT기자가 2분여짧은 동영상으로 매일 브리핑해주는 Inside the Rings 코너다.
대단한 기술을 동원해서 감탄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날의 이슈가 되는 기사를 소개하면서 오른쪽 박스에서 그 해당기사의 링크를 롤링하면서 소개해준다. 기자가 이야기하는 기사를 보고 싶으면 그 자리에서 링크를 누르면된다. 독자들에게 참 친절하지 않은가?
위 링크를 누르면 나오는 김연아관련 기사는 이거다.
김연아가 직접 자신의 트리플러츠 기술에 대해 설명한다.
온라인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입체적인 기사를 독자에게 제공하는 뉴욕타임즈에 갈채를 보내고 싶다. 온오프를 망라해 내가 좋아하는 명실공히 세계최고 퀄리티신문이다.
Update 1: 1차전에서 김연아가 세계신기록으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마침 NYT가 김연아사진으로 톱을 장식했길래 기념으로 찰칵! NYT는 라이브블로깅으로 피겨스케이팅중계를 하고 있는데 이것도 참 스마트한 것 같음. 스포츠기자와 전 피겨스케이팅 미국대표선수출신해설가가 협력해서 실시간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음.
Update 2: 김연아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우승확정 직후 NYT톱페이지 화면
Update 3: 다음날인 2월26일 오전 김연아선수의 연기를 분석하는 비디오해설을 톱페이지 가운데 배치한 NYT.
목소리를 잃어버린 영화평론가 로저이버트이야기
92년 처음 미국땅을 밟았을때 일이다. 신문의 영화광고를 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Two Thumbs Up!”이란 것이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했다. 그러다가 두개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린다는 이 말이 로저이버트(Roger Ebert)와 진 시스켈(Gene Siskel)이라는 유명한 영화평론가 둘이 같이 ‘At the movies’라는 프로그램에서 좋은 영화로 합의해 추천한다는 뜻이란 것을 알게 됐다. (요즘 같으면 구글검색해서 위키피디아로 바로 뜻을 알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미국사람 붙들고 물어보는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엔 80년대에 작고한 정영일이라는 유명한 영화평론가가 있었다. 조선일보기자로 매주 주말의 명화를 해설하던 그는 “놓쳐서는 안될 영화”를 특유의 화법으로 이야기해 큰 인기를 모았었다. 시카고 선타임즈 영화담당기자인 로저이버트도 그런 사람이었다. 세계최고의 영화평론가중 하나로 불리우는 그의 할리웃에서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그의 엄지손가락에 영화의 흥행이 좌우됐다. 그런데 그의 파트너였던 Gene Siskel이 1999년에 뇌종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떴다. 그 이후 이버트는 Roeper를 새로운 파트너로 맞아들여 Ebert & Roeper로 ‘At the movies’프로그램을 이어갔다.
미국에 머물 당시에는 그의 활기찬 모습을 TV에서 대하거나 리뷰를 읽는 경우가 있었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다만 몇년전인가 그가 낸 ‘위대한 영화’책이 한국에 번역된 것을 보고 그를 떠올렸을 뿐이다.
그런데 지난주 트위터를 통해 엄청나게 RT되는 기사를 클릭했다가 그를 만났다. 깜짝 놀랐다. 처음에 로저이버트 사진에 누가 장난을 쳐놓은 것 아닌가 했다.
이 에스콰이어지의 인터뷰기사를 읽고 로저 이버트의 팬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이었기에 깜짝 놀랐다. 알고보니 2002년부터 생긴 갑상선암으로 이버트는 여러번의 수술을 거쳤다. 죽을 고비도 몇번이나 넘긴 그는 끝내는 목소리는 물론 음식을 먹을 수도 없이 튜브로 영양분을 공급받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크리스 존스라는 기자가 쓴 이 인터뷰기사는 정말 명문이다. 너무너무 잘썼다. 영어권에서 엄청나게 RT가 되면서 화제가 된 이유가 이해가 된다. 이 기사는 목소리로 유명세를 얻고 인기를 구가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그 목소리를 잃어버린 로저이버트의 아이러니한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3일동안 그를 밀착취재해서 아주 디테일하게 로저이버트의 변화된 모습을 그려냈다.
재미있는 것은 로저이버트는 결코 죽지않고 새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Writer였던 로저이버트는 그동안 작가라기보다는 TV엔터테이너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그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Writer였던 것이다. 말할 능력을 잃어버린 그는 기력이 쇠약해진 지금도 연간 거의 매일처럼 영화를 보고 리뷰를 쓴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밤마다 엄청난 열정을 글로 토해낸다. 영화이외에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그의 생각을 쏟아내고 독자들과 소통을 즐긴다. 자유주의자임을 자부하는 그는 트위터를 통해 보수주의자인 러쉬 림보를 공격한다.
그가 애용하는 맥북프로는 그의 분신이다. 음성합성프로그램을 통해서 말을 하는 그는 처음에는 로렌스라는 영국액센트를 구사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했으나 지금은 알렉스라는 미국식액센트를 사용한다. 그리고 예전 그의 목소리를 Custom bulid해달라고 음성소프트웨어회사에 오더를 준 상태이다.
그의 요즘 모습은 위 동영상을 통해 볼 수 있다. 컴퓨터를 통해 나오는 목소리가 생각보다 상당히 사실적이다.
위 에스콰이어인터뷰기사가 화제가 된 뒤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그 기사에 대한 감상을 밝혔다. 이버트가 에스콰이어 인터뷰에 응한 것은 그도 젊은 시절 많은 인터뷰를 에스콰이어지에 기고했으며 그 빚을 갚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다만 인터뷰를 요청한 크리스 존스라는 기자에 대해서는 미리 그의 기사를 읽어보고 “이 정도 기사를 쓰는 사람이라면 인정할만하다”고 인터뷰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대체로 만족한다고… 다만 그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묘사에 대해서는 … “어차피 인간 모두가 서서히 죽어가는 것 아닌가?”하고 반론을 폈다.ㅎㅎ
워낙 재미있게 읽은 글인데 영어의 압박이 있어서 쉽지 않다. 그래도 관심있는 분은 로저이버트의 에스콰이어인터뷰를 일독하실 것을 권한다. 진짜 밀착인터뷰를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Update: 위에 소개한 로저이버트의 컴퓨터 합성보이스가 드디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