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의 데일리모션 인수 실패와 프랑스정부
프랑스태생의 동영상공유사이트 Dailymotion을 Yahoo가 약 3억불(3천3백억원)가치에 인수하려다가 실패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르노 몽트부르 프랑스 산업장관이 “프랑스의 베스트 스타트업을 (외국기업에) 팔게 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일개 민간기업의 매각에 어떻게 정부가 개입하나 했는데 데일리모션은 프랑스텔레콤의 100% 자회사고 프랑스텔레콤에는 27% 정부지분이 있다. 그래서 산업장관이 야후의 임원과 프랑스텔레콤의 CFO를 자기 방에 불러놓고 딜을 중재했다고 한다. 장관은 데일리모션의 지분 75%를 인수하려는 야후에 대해 “Win-win 파트너쉽을 위해 50대50으로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조인트벤처를 해본 사람이면 50대50으로 가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다 알 것이다. 그것도 (정부가 입김을 행사하는) 프랑스텔레콤같은 보수적인 회사와… 아마도 데일리모션을 인수해서 미국과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유튜브에 대항해 볼 심산이던 야후는 당연히 인수를 포기한다.
이에 대해 오늘자 월스트리트저널은 “A Yahoo in France”라는 제목의 사설을 썼다. 프랑스정부를 강력히 비판했음은 물론이다.
The reason for Yahoo’s failed bid to purchase a 75% stake in video website Dailymotion, which is owned by France Télécom, can be summed up in two words: nationalist prejudice.
데일리모션의 지분 75%를 인수하려했던 야후의 실패이유는 두개의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 “국수주의자의 편견.“
WSJ는 창업과 투자를 복돋우겠다고 세금감면과 외국인창업자특별비자 등의 정책을 발표하면서도 이처럼 민간기업의 이슈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프랑스정부를 비판했다. 특히 데일리모션이 3개국에 걸쳐 겨우 180명정도의 직원이 있는 아직 작은 회사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소기업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도 그들을 정부가 보호하고 가꿔줘야한다고 여기는 것이 위선이라고 지적한다. 만약 그 소기업들이 이처럼 성장하고 경쟁하기 위한 투자기회를 놓친다면 그들은 영원히 소기업으로 묶여있을 것이라고 사설의 끝을 맺는다. (확인해보니 데일리모션은 지난해 겨우 Break even정도를 한 상황이다. 격심한 유튜브와의 경쟁속에서 투자없이는 성장할 수 없는 벽에 부딫혀 열심히 투자처를 찾던 중이라고 한다.)
워낙 보수적이고 미국중심적이기도 한 WSJ의 오피니언면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나는 이 건에 관해서는 확실히 프랑스정부가 황당한 개입을 했다고 생각하고 트윗을 날렸다.
2011년 7월의 뽀로로 1조원매각설 소동이 연상됐다. “자랑스러운 한국의 자식을 어찌 외국기업에 팔 수 있느냐”는 애국주의적 언론의 보도와 일반대중의 반응이 이번 프랑스정부의 반응과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메신저의 선구자 ‘ICQ’, 보안기업 ‘체크포인트’ 등 조금 뜬다싶은 스타트업은 모조리 미국회사에 매각되는 이스라엘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이스라엘에서는 키운 회사를 미국기업에 큰 돈에 매각하면 영웅이 된다.
사실 나에게는 존재감조차 없는 데일리모션인데 야후와의 파트너쉽이 이뤄진다면 이 회사가 미국시장으로 진출하고 값비싼 콘텐츠 계약을 맺어 유튜브와 경쟁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프랑스텔레콤이 그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아마도 안될 것이다. 그래서 위와 같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런데 트윗을 날리고 생각이 다른 분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것이 트위터의 장점이다.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다는 것.)
어쨌든 그래서 이번에는 프랑스인에게 한번 물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인인 프랑스출신 벤처기업가에게 이 WSJ사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메일을 보냈다. 5분만에 온 답장은…
“내 생각에 이건 큰 실수입니다. 중산층에 어필하고자 하는 대중영합적인 정치적인 제스쳐일 뿐입니다. 데일리모션은 야후를 통해 유튜브와 Vimeo와 경쟁하기 위해서 필요한 돈과 각종 지원을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제 그런 희망이 없는 데일리모션은 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외국투자자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줄수 있습니다. “설사 성공하더라도 Exit를 할 수 없으니 프랑스의 스타트업에는 투자하지 않는 것이 낫다”라는 식으로요. 정치가 비즈니스를 망친 경우입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그의 생각에 나도 동의한다.
국가의 기간 산업을 다루는 기업이라면 물론 해외 매각시에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민간의 작은 스타트업의 딜까지도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분명한 실수다. 정부는 어디까지나 벤처생태계를 지원하는 입장에 있어야지 그 위에서 콘트롤을 하려고 하면 안된다. Level playing field를 만들어주는 역할이 제일 중요하지 쓸데없는 규제를 만들고 간섭하려고 하면 안된다. 행여나 비슷한 일이 한국에도 벌어졌을때 훼방을 놓기보다는 우리 스타트업이 해외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으면 한다.
어쨌거나 프랑스 올랑드정권의 현재 지지도가 25%라고 하던데 과연 프랑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겨 댓글을 남깁니다.
경우는 다르지만 과거 안철수 의원이 미국 맥아피사에서 기업 인수 제안을 받았을 때, 안랩(당시 안철수연구소)를 파는 게 잘했다고 생각하시는지, 안판 게 잘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주체가 정부냐, 개인이냐라는 큰 차이가 있지만, 대중은 맥아피사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걸 ‘애국’의 일종으로 받아들였으니까요.
Yong Jun Lee
2013년 5월 3일 at 9:31 am
그것이 잘한 것이었는지 아닌 것이었는지 제가 판단을 내리기에는 정보가 너무 없습니다. 사실 구체적으로 딜 내용이 확정되고 최고급임원들의 컨펌까지 나왔던 것 같은 야후-데일리모션딜과 달리 맥아피의 안랩인수제안은 어느 정도까지 이야기가 오간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딜의 구체적인 내용도 모르고요. 경우에 따라 천차만별이었을텐데 맥아피가 단지 한국진출을 위해서 시장 1위 보안업체를 헐값에 인수해 안랩제품을 Kill하고 맥아피로 이름을 바꿔 한국보안시장을 먹으려고 했다면 당연히 팔지 않고 안랩을 그대로 키우는 것이 좋았을 것 같고요. 그게 아니고 안랩의 기술력을 맥아피가 인정하고 당시 자본도 딸리고 미국시장에 경험도 없었던 안랩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동반 파트너가 될 수 있었다면 회사를 파는 것이 좋았겠지요. 데일리모션의 경우는 후자에 가깝고요. 설사 전자의 모습으로 회사를 팔고 안박사가 큰 돈을 챙겼더라도 그 돈을 종잣돈으로 더 훌륭한 보안업체를 세워서 성공했다면 또 이야기가 다르겠지요.ㅎㅎ
estima7
2013년 5월 3일 at 11:52 am
외국기업에게 매도할때는 중요한 것이 그 외국기업의 매수이유라고 생각되네요. estima7님 말대로 그 기업을 인수해서 더 발전시키거나 세계시정으로 진출하는 기회를 제공해준다면 윈-윈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국내기업은 매각대금으로 더 좋은 기업을 만들수도 있구요. 그런데 국내의 중요부분을 담당하는 기업(자동차처럼 수많은 인원을 고용하고 있는 경우나 은행같은 중요한 금융을 담당하는 경우)이거나 공기업 같은 경우에는 신중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결정할 때 단순한 애국심이 아니라, 진짜 국가전체에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Ellery
2013년 5월 3일 at 12:23 pm
사실 그렇기 때문에 큰 기업의 인수합병의 경우에는 정부쪽의 리뷰절차가 있는 것이겠죠. ㅎㅎ 하지만 일일이 이렇게 작은 기업의 이슈까지 개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estima7
2013년 5월 11일 at 8:19 am
음, 중요한것은 기업이 살아 남아 창립자가 생각하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아닌지 일것 같습니다.
* 안랩의 경우에 힘들었지만, 먹히게 되면 우려먹히기만 하는 위험도와 자금 부족의 위험도를 같은 레벨로 평가할 수 있었다면, 팔지 않았던게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이번 프랑스의 경우에는 정부가 자국 기업의 존재 자체를 위험하게 만든다는것은 맞는것 같습니다.
* 그리고 댓글에서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듯이, “공기업”은 공기업을 만들때 하고 싶었던 본연의 역할. 그리고 공기업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역할을 앞으로 계속 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하겠죠. 공기업 부채가 심각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면 매각해야 한다고 보지만, 최근 국내의 사례들 (인천공항 같은 이슈들)은 우선,
#1. 첫번째 “지속적으로 본래 역할을 할 수 있는가?”
#2. 두번째 “재정적인 측면에서 매각할 정도인가?”
라는 두가지 질문들에 답은 Y라는 답을 찾을수 없어서 옳지 않은 판단 같습니다.
만약, 두번째에 Y 였다면 매각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사실 특정 자본에 매각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즉, 첫번째는 사기업이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두번째에서 국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적 위기가 크다면 어쩔 수 없겠죠. 그러나 최근 그런 사례들을 그다지 접한 기억이 없네요.
(국민 생활과 밀접, 정치 상황과 밀접한 사업이라면 판매자 스스로 최대한 국내 업체를 먼저 고려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이건 민족/국수 주의라고 볼 수는 없을것 같습니다. 이것이 현재 현실속의 인류의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이 한계를 뛰어 넘기 전까지는요.)
G
2013년 5월 3일 at 11:36 pm
인수해 주거나 투자해줄만한 회사가 적은 나라에 있는 회사로서는 어쩔 수 없이 해외매각할 수밖에 없겠죠. 이스라엘의 경우처럼. 제가 코맨트해주신 것을 너무 늦게 봤습니다. 죄송합니다.
estima7
2013년 5월 11일 at 8:22 am
스타트업들의 나름 제각각의 생태계가 있겠습니다만 기업 인수 합병의 경우 지배 구조가 나중에 어떻한 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중요한 포인트가 될 듯 합니다만 ,,,글로벌한 경제 논리로 보자면 그 회사가 성장하고 발전 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딜이면 오히려 적극 추진 해야 되리라 판단 됩니다.. 끌어 안고서 경쟁력을 더이상 키우지 못하는 순간 내리막의 빠른 변화를 맛보아야 할 지도 모르니까요 … 나라가 그회사를 먹여 살린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런 케이스는 우리가 보아왔듯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이 될 우려가 매우 높다는 것에 잇습니다…
rapael99
2013년 5월 6일 at 9:03 pm
말씀 감사합니다. 기간산업이 아니라면 최대한 민간에 맡기고 잘 발전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겠지요.
estima7
2013년 5월 11일 at 8:23 am
야후와 정체성 및 이해를 함께할 wsj의 견해가 그러할 수 있고, 또한 국가가 곧 신앙인 프랑스인의 마음과 그것으로부터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프랑스정부의 견해가 이러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인이라고 모두 견해가 같을리가 없으니 또한 메일을 주고받으신 프랑스의 지인이 피력하신 견해까지 갖다가 부연하시더라도 그게 그쪽 편의 1표로 기능할 수 없구요
이스라엘에서 컨셉과 스타트업을 팔아치우는게 영웅적인 업적이라는 사례도, 최고급 두뇌는 아주 많지만 내수의 시장이 보잘것없는 이스라엘만의 환경이자 태도일 뿐입니다
아울러, 이것이 트위터의 장점이라느니 판에박인 대사로써 본인의 겸허함을 과시하면서 반대의견에 뜨끔거리지 마시라는 말씀을 간곡히 드리고 싶군요
그냥 그러면 그런거고 아니면 아닌거고 한마디 해보고 싶으면 하는거고 욕먹거나 트집잡히거나 말문이 막힐수도 있는겁니다
그냥 기억해놨다가 나중에 프랑스 it업계가 고립되어 말라죽든지 데일리모션이 부도났을 때 ‘거봐라 내가 뭐랬냐’나 멘션이나 한번 하세요
우다리
2013년 5월 11일 at 6:01 am
말씀대로 부족한 글이고 제 사견일 뿐입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estima7
2013년 5월 11일 at 8:23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