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5월 16th, 2013
갑들에게 감시카메라를
지난주 5월9일 미국의 이른 새벽 시간,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듯하던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찬물을 끼얹는 게시물 하나가 미국의 한 한인주부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왔다. 대통령을 수행한 청와대 윤창중 대변인이 인턴으로 일한 동포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이었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나는 출근을 준비하면서 이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서 처음 접했다. “설마 그럴 리가.” 반신반의하면서 사무실에 도착해서 컴퓨터를 켜보니 트위터는 온통 이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한국은 자정을 훨씬 지난 새벽 시간이었는데도 포털의 급등 검색어 1위가 이미 ‘윤창중’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관련 온라인뉴스가 속속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청와대의 윤 대변인 해임 뉴스가 떴다. 처음 의혹 제기에서 해임까지가 겨우 반나절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나는 옛날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정보의 확산 속도에 경악했다.
소위 ‘라면 상무’ 사건도 그렇고 남양유업 욕설 녹취 파일 사건도 그렇다. 예전 같으면 텔레비전이나 신문의 토막뉴스로 끝났을 일들이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의 힘으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사회적 이슈로 순식간에 탈바꿈한다. 이제 국민들은 힘있는 자, 갑들의 오만한 행동에 즉각적으로 공분을 표출한다. 더구나 이제는 국경도 없다. 전세계의 한국인들이 동시에 같은 이슈를 공유하고 한마디씩 자신의 생각을 보탠다.
방송사와 신문사만 잘 대응하면 됐던 올드미디어 환경에 익숙한 정부나 기업의 리더들은 이런 미디어 상황의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변해야 한다. 바뀐 세상을 원망하기보다는 리더가 먼저 이런 변화를 잘 이해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이제는 내 일거수일투족을 누군가 항상 보고 있고 기록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좋겠다. 그도 그럴 것이 스마트폰을 넘어서서 이제는 말 한마디로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녹화할 수 있는 일종의 스마트안경인 구글글라스가 내년이면 상용화될 예정이다. 이제는 모든 사람들의 눈이 일종의 감시카메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내부 조직의 교육을 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여기에 한가지 좋은 참고사례가 미국에 있다.
요즘 미국 경찰에는 경찰관의 선글라스에 장착해서 필요할 경우 동영상 녹화가 가능한 담배 한 개비 크기의 소형 카메라가 보급되고 있다. (참고:모든 것을 다 찍는 경찰의 소형비디오카메라-엑손 플렉스) 시민에게 법집행을 하는 현장의 모습을 경관의 시선에서 쉽게 담아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일종의 블랙박스다. ‘빅브러더’라는 반발도 있었지만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의 리앨토시 경찰국은 1년 전부터 이 제품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실험에 나섰다. 54명의 제복경찰 중 매일 무작위로 절반을 선택해 이 카메라를 착용하고 시민과 접촉하는 경우 반드시 촬영하도록 했다.
그 결과는 놀랍다. 카메라 도입 이전과 비교해서 시민들의 경관에 대한 불평 민원 신고가 88% 줄었다. 카메라를 착용했을 경우 경관이 시민에게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행동을 최대한 조심했던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경관이 법집행을 위해서 무력을 사용한 경우도 60% 줄어들었다. 카메라의 존재를 의식한 시민들도 억지를 부리지 않고 얌전하게 행동하는 효과가 있었다. 빅브러더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갑의 횡포 뉴스를 읽으며 앞으로 일정 직급 이상의 고위공직자나 기업 간부들에게 미국 경찰처럼 이런 카메라 착용을 일반화하고 일반 시민이나 ‘을’과 접촉할 때는 촬영을 의무화하도록 하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그렇게 하면 국민이 항상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정말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되지 않을까. 이런 제안이 단지 농담으로만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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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4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칼럼.
구글I/O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들
오늘(5월15일) 있었던 구글 I/O 컨퍼런스의 내용을 이제야 따라잡고 있다. 그런데 CNET에 올라와있는데 키노트내용 전체 동영상이 4시간55분 분량이다. ㅎㄷㄷ…
그래서 CNET에 올라온 짧은 편집동영상클립을 몇개만 챙겨봤다. 그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을 공유한다.
나는 무엇보다 위 동영상이 인상적이다. 데스크탑 크롬브라우저에서 아예 키보드에 손도 대지 않고 “Ok Google”하면서 음성으로 검색하는 것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Siri보다 더 잘 알아듣는 음성검색의 성능도 뛰어나지만 자세히 보면 무엇보다도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간결하게 정돈해서 보여주는 구글의 검색능력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구글의 진정한 강점이다.
마침 데모로 보여주는 산타크루즈 관련 정보는 나도 직접 생활속에서 검색을 많이 했던 내용이라 더욱 피부에 와닿았다. (내가 사는 쿠퍼티노에서 산타크루즈 비치는 30분정도 거리다. 어떤 비치가 좋은지, 식당은 어디를 가야하는지, 길경로는 어떻게 되는지 직접 이리저리 검색을 해봤던 경험이 있다.) 지식그래프(Knowledge graph)와 연동해서 빠른 속도로 정보를 찾아내 나에게 맞게 검색결과를 잘 개인화시켜서 보여주는 능력은 구글경쟁력의 원천이다.
다만 한국에서는 이런 구글검색의 강점을 느끼기는 힘들 것 같다. 개인화 검색, 로컬검색에 강한 구글이 검색할 한글 콘텐츠도 많지 않고 인구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해서 살고 있기 때문에(?) 한국 인터넷사용자들이 검색결과의 차별화에 별로 신경을 안쓰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강점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구글+의 한층 개선된 UI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사진을 자동으로 분석해서 자동해쉬태그를 달아주는 기능은 구글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Geek, nerd들만을 위한 소셜네트워크라는 비판도 있지만 꾸준히 개선해 간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구글+에 추가된 사진편집기능이 놀라왔다. 빅 곤도투라 부사장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사진을 가지고 보여준 사진 enhance기능은 대단히 훌륭했다. 이건 뭐 포토샵같은 전문 사진 에디팅소프트웨어가 전혀 필요없게 된 것 아닌가. 버벅대는 iPhoto를 쓸 필요가 있을까. 그냥 찍은 사진을 구글로 다 올려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UI가 대폭 개선된 새로운 구글맵도 실제 사용해보면 어떨지 궁금하다. 데스크톱웹과 모바일웹의 통일성을 구현한듯 하다.
뮤직스트리밍서비스인 All Access는 어떨지 모르겠다. 판도라, 스포티파이가 장악하고 있는 영역에 구글이 들어간 것인데 과연 선도업체를 넘어설만한 차별화요소가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 Trial로 지금 가입해서 음악을 들어보고 있는 중이다. 일단은 판단유보.
키노트발표를 다 본 것은 물론 아니지만 안드로이드에 대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고 오히려 데스크톱웹 중심으로 발표가 이뤄졌다는 점도 흥미롭다. (석찬님의 안드로이드가 위험하다! 포스팅 참고) 구글글래스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점은 조금 의외였다.
마지막으로 래리 페이지의 모습에 감탄했다. 그가 CEO가 되기 전부터 구글사람들로부터 그가 말을 할때 너무 어눌하고 어색하다는 얘기를 들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CEO가 됐을 때도 그것 때문에 CEO로서의 자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내부에서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성대마비증상 때문에 그랬었는지는 몰랐다. 사실 아무런 장애없이 멀쩡한 재벌회장이나 오너, CEO들도 대외적으로 기자나 직원들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는 것을 게을리하거나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세상에 아쉬울 것 하나 없을 것 같은) 구글 CEO 래리 페이지가 이렇게 키노트이벤트에 나와서 30분이나 연설하고나서 청중들로부터 온갖 질문을 받고 성실히 대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늘 구글의 주가가 급등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