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베스트셀러는 얼마나 많이 E-Book으로 존재할까?
디지털시대로 본격적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요즘, 우리는 전자책이나 종이책이냐 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사실 전자책시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한국시장에서도 미국의 아마존 킨들, 애플의 아이패드 등의 이야기들이 들려오면서 관심이 부쩍 높아진 듯 싶다. 그리고 아이리버스토리나 인터파크 비스킷 등의 전자책리더들이 나오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옛날부터 전자책이란 매체에 대해 관심이 높던 나에게 가장 중요한 전자책의 성공요소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충분한 콘텐츠’라고 할 것이다. 거의 7~8년전 일본 소니가 처음 내놓은 E-Ink기반 스크린을 탑재한 ‘리브리에’를 일본 전자양판점에서 만져보면서 가진 첫번째 의문은 “이 디바이스로 읽을 수 있는 충분한 콘텐츠가 있는가?”였다. 일반 소설이든 만화든 다 좋다. 무엇보다도 최신 베스트셀러를 전자책으로 바로 읽을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리브리에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전용 소프트웨어도 사용하기 불편한데다 세간의 인기 베스트셀러를 ‘리브리에’를 통해 전혀 볼 수 없는데 성공할리가 만무했다. 그렇듯 시도는 빨랐던 일본의 전자책리더는 금새 관심권에서 멀어져갔고 결국 실패했다.
그런 면에서 아마존 킨들의 성공은 사용하기 쉬운 훌륭한 디바이스의 완성도, 무료 와이어리스 다운로드가 가능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탓도 크지만 무엇보다도 아마존의 강력한 힘으로 이룩한 폭넓은 전자책콘텐츠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침 오늘 코스트코에 장을 보러갔다가 코스트코의 도서코너를 보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코스트코의 도서코너라면 이른바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고 잘 팔릴만한 책들을 골라 염가로 파는 코너다. 그야말로 미국의 보통사람들이 원하는 책들이 그대로 진열되어 있는 곳이다. 최소한 킨들이나 아이패드 같은 전자책 리더를 구입한 사람이라면 이런 곳에서 살 수 있는 책을 전자책으로도 다 구할 수 있어야 전자책의 매력이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진열된 하드커버 책들의 사진을 찍고 집에 가서 이 책들이 전자책버전으로도 존재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정말 쓸데없는 호기심이다…ㅠ.ㅠ) 아래 보이는 6컷을 찍었다.
집에 와서 정리해보니 내가 찍어온 총 6컷의 사진에는 22권의 책이 등장한다. 책 제목으로 한권한권 아마존에서 모두 검색해봤다.
그 결과 22권의 책중 전자책버전이 존재하지 않은 책은 2권 뿐이다. 마이클 루이스의 The Big Short(이건 확실히 베스트셀러)와 Women food and god라는 책. 그리고 나머지 20권은 모두 Kindle버전으로 전자책이 존재한다. 그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The help
Solar
Every last one
The pacific
Deception
2010 take back america
The bridge
Courage and consequence
The silent sea
Tudors
The creation of eve
The last time I saw you
The immortal life of Henrietta lacks
That’s no angry mob, that’s my mom
The walk
Beatrice and virgil
Mandela’s way
House rules
Matterhorn
Oprah
사실 위 실험(?)을 해보고 내가 놀랐다. 킨들을 산 것은 사실 1년전인데 그때만 해도 킨들버전으로 존재하지 않는 책이 절반 이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사실 많은 책들이 전자책버전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년동안 이 정도의 진전을 이룬 것이다. 이 정도라면 거의 모든 베스트셀러가 킨들버전으로 지원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킨들을 산 뒤 “아 그 책 읽고 싶은데 전자책으로 없어서 살 수 가 없었어”라고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위 리스트에서 내가 읽어보고 싶은 책도 많았는데 이미 다 전자책으로 제공되고 있다. 전자책으로 제공되지 않는 2권도 오래 지나지 않아 곧 전자책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일이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위 책들의 대부분은 아직 애플의 iBooks를 통해서 제공되지는 않는다.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애플의 iBooks는 5만권, 아마존 킨들은 45만권의 전자책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사실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아이패드 발매와 동시에 아마존 킨들앱을 아이패드 버전으로 출시한 아마존이 사실 애플을 도와준 셈이 된다.
킨들 아이패드앱이 없었으면 아이패드를 구입해도 위에 열거된 베스트셀러들을 아이패드로 구입해 읽을 방법이 (당장은) 없다.
어쨌든 미국의 책을 즐기는 독서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위에 소개한 하드커버 책들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일단 크고 두껍다. 대부분 300페이지 이상되는 책들은 킨들보다 무겁고 두껍다. 2권만 포개서 가지고 다닌다고 하면 아이패드보다 크고 두껍다.
실용적인 경향이 강한 미국인들 입장에서 이 정도라면 전자책리더를 구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킨들이 잘나가고 그리고 최근 발표된 아이패드가 대 선풍을 일으키는 이유중 하나는 이처럼 ‘콘텐츠’가 받쳐주기 때문이다.
물론 종이책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 아래서라면 매년 종이책의 매출은 큰 폭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출판업계가 전자책에 전력투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참! 부럽습니다. 메어저 유통업체(아마존)와 제조업자(애플)가 주도하는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를 우리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두 업체다 모두 이미 IT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이지요.
우리나라에서 Yes24나 알라딘 등이 이러한 시도를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때론 우리나라 언론이나, 인터넷이 너무나도 ‘이야기 거리’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 걱정스러울 때가 있어요. 저도 이제 deep reading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Kindle for PC를 이용해서 읽고 있는데, 장소의 제약을 많이 받습니다.
이정묵
2010년 4월 18일 at 11:46 pm
우리나라는 인터파크에서 비스킷이란 이북리더를 가지고 도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기대가 큽니다. 가능하면 아마존처럼 ‘비스킷 for iPad’를 내주었으면 좋겠어요. 그 앱을 통해서 한국을 책을 바로 해외에서 구매해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ㅎㅎ
estima7
2010년 4월 19일 at 2:40 pm
참 재미있는 실험을 하셨네요. 그래서 한 번 기자는 영원한 기자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사진 일일이 찍어서, 집에 가서 확인하고, 하는 게 바로 취재 아닙니까? ㅎㅎㅎ 저는 처음에 소니 리더로 시작해서 지금은 아마존 킨들을 주로 쓰는데, 코스코든 서점에든 가서 흥미로운 책이 보이면 일단 메모해둔 다음 집에 가서 e북 버전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버릇이 됐습니다. 십중팔구는 e북이 훨씬 더 값싸기 때문이죠. 하지만 어떤 책들은 그 장정이 하도 예뻐서, 물욕에 눈이 멀어 그냥 종이책을 선택할 때도 있지요. 아이팻이나 다른 태블릿을 쓰게 된다면 종이책을 선택할 일이 더 줄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같은 텍스트라도 e북으로 읽을 때와 종이판으로 읽을 때, 생각보다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한 물성의 감각뿐 아니라, 그 컨텐츠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대한 감각이랄까, 그에 대한 제 두뇌의 반응이랄까, 이미지랄까, 그게 적잖이 다른 듯해요. 이쪽으로도 좀 생각을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Media is the message잖아요. 이 말의 적실성, 그 통찰을 요즘만큼 자주, 깊이 실감한 적도 드문 듯합니다. 흥미로운 실험, 잘 읽었습니다 ㅎㅎ.
김상현
2010년 4월 19일 at 12:48 pm
ㅎㅎ 이게 취재인가요? 하긴 저는 요즘 어디 가면 메모하기 보다는 아이폰 꺼내놓고 찍는 경우가 많습니다. 찍어놓으면 나중에 기억하기도 편하고 필요하면 트위터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으니까요.
Ebook은 아무래도 사고 싶을 때 그 자리에서 몇초면 구매를 할 수 있으니 그 즉시성 때문에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리고 책 욕심이 많아서 (그러면서 읽지도 못하면서) 한번에 여러권을 사두는 일도 있고, 어떤 책은 꼭 읽어야겠다고 싶어서 매일 가지고 다니면서 사실은 눈도 못주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경우에 아이패드나 킨들에 한꺼번에 넣고 다닐 수 있으면 좋은 것 같습니다.
솔직히 책은 사두고 제대로 못읽고 자꾸 부피만 차지해서 마음에 걸립니다. 이사할때마다 가지고 다니기도 힘들고…ㅎㅎ 앞으로 책이 모두 클라우드에 올라가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싶은데.. 이제는 말씀하신대로 종이매체가 또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드네요. 매번 너무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게을러서 댓글에 답글도 잘 못다는데…
estima7
2010년 4월 19일 at 2:36 pm
신문도 마찬가지일듯 합니다. 저희집은 신문을 동아일보 하나만 구독하지만 전 요즘 매경이나 조선 중앙일보등을 어플로 읽고있습니다. 각 어플마다 신문 보기처럼 면별 섹션별로 기사를 제공해서 아이팟터치에서도 새벽에 잠깐 와이파이로 당일 신문을 다운받아 들고다니며 읽거든요. 더욱이 유용한게 날짜별로 다시 확인할수도있고 관심있는 기사들은 메일로 보내거나 스크랩기능을 이용해 보관이 가능합니다. 만약 저희집에서 구독중인 신문사의 무료 어플이 있다면 구독을 정지하고 싶을 정도로 훌륭하더라구요. 미국의 신문들은 대부분 유료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있으면 한국도 전자신문덕에 진짜 뉴스페이퍼의 발행량이 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정말 킨들의 막대한 컨텐츠 보유량은 부럽고 샘이납니다. ㅎㅎ
허성욱
2010년 4월 20일 at 4:5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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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0일 at 7:13 pm
정말 좋은글들 감사합니다ㅎㅎ
책과 음악, 음식 등에 영감을 많이받고 금융, 사업계에 관심이 많은 저로써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정말 매력덩어리입니다ㅜ
구글이 출판된 모든 책을 전자로 옮길거라는 엄청난 계획이 있다던데 혹시 그쪽에대해서 아시나요?ㅎ 저는 사람들이 잘 안읽는 책들도 많이 찾게되기 때문에 킨들의 콘텐츠가 더 방대해지고 시장이 성숙해지면 구매하려 합니다 ㅎ
다시한번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강형석
2010년 4월 28일 at 8:55 am
[…] 정확히 1년전에 “미국의 베스트셀러는 얼마나 많이 E-Book으로 존재할까?”라는 블로그포스팅을 쓴 일이 있다. 킨들이야기를 트윗하면 […]
전자책의 종이책압도현상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는 미국시장 « 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2011년 4월 17일 at 11:33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