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4월 2011
아이패드로 TV보고, 신문, 책 읽기.
아이패드를 사용한지 일년하고 거의 1개월. 얼마전 아이패드2를 구입하면서 이제 집에는 아이패드가 2대 굴러다닌다. 돌이켜보면 일년사이 앱도 많이 충실해졌다. 아이패드는 내게 있어서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매체다. 책, 신문, TV를 대체한다. 운동할때 거실에 앉아있을때는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자기 전에 침대에서는 아이폰을 이용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편이다.
콘텐츠소비용 내 아이패드앱을 간단히 소개한다. 아이패드만 열면 그야말로 정보홍수시대라는 것을 실감한다.
TV폴더에는 20개의 앱이 있다. 가장 애용하는 것은 Netflix와 Hulu Plus앱. 둘다 유료(월 7.99불)로 사용하지만 그 값어치는 충분히 한다. HD화질로 마음껏 영화를 보거나 TV쇼를 시청한다.(한국서는 이용불가) 볼만한 프로그램은 넘쳐나는데 시간이 없는 것이 한이다. 그밖에도 CBS, NBC, ABC방송의 뉴스앱(모두 무료)이나 60 Minutes앱(유료, 4.99불)을 즐기는 편이다. TED앱(무료)도 보고 싶은 강연동영상을 저장해두었다가 오프라인상태에서 볼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좋다. 얼마전 나온 소니의 Crackle이라는 앱(무료)은 다빈치코드 등 수작영화와 함께 Seinfeld 사인펠드라는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공짜로 볼 수 있어서 요즘 갑자기 애용중이다.(역시 한국서는 안됨) Crunchyroll이라는 앱(무료)은 놀랍게도 한국드라마DB를 많이 확보하고 있어 아무 생각없이 볼 수 있다. 일본아니메도 많이 있다.
이런 영상앱들의 경우 뉴스를 제외하고 영화나 TV쇼는 지역제한이 걸려있어서 미국내에서만 재생된다. 어쨌든 이런 앱이 넘쳐나는 바람에 어둠의 경로에서 힘들게 파일을 구할 필요가 없다. 예전에는 솔직히 그런 파일을 보는 경우가 있었는데 찾기도 귀찮고 MP4로 인코딩하는 것도 번거로왔다. 요즘에는 워낙 볼 것이 넘치는 덕분에 거의 안보는 편이다. (물론 자막없이 보면 영어의 압박은 있지만) 넷플릭스, 훌루가 확실히 해적판시장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 등을 주로 넣어두는 폴더를 Read! Read!라고 이름지어두었다. 뭐 킨들앱안에만 들어가도 읽을 책이 수십권 존재하고 있어서 한도 없다. 그밖에 iBook, 구글북 등도 있지만 별로 쓰지는 않는다.(킨들하나로 충분하니까) 책 자체를 앱으로 구매한 경우도 있다. Being the boss와 일본의 드러커 관련책이 그렇다. 한국-일본의 책도 아마존킨들로 구매할 수 있다면 정말 걷잡을 수 없이 책을 충동구매하게 될 것 같다. (어떤 면에서 아직 안팔아서 다행인가?)
그리고 Instapaper를 이용해 읽고 싶은 웹페이지를 북마크해두었다가 아이패드나 아이폰으로 싱크해서 읽는다. 인스타페이퍼는 진짜 편리한 최고의 강추앱(유료)중 하나다. 최근에는 사전기능이 보강되어서 더욱 쓸만하다. 블로그RSS피드는 Reeder(유료)로 읽는 편이다. 플립보드는 가끔 쓴다.
업무관련 각종 자료(PPT, PDF)는 GoodReader에 넣어두었다가 읽는다. 일본어도서앱인 iBunko나 교과서앱인 Inkling은 심심할때 둘러보는 정도다.
뉴스폴더는 주로 신문앱을 넣어둔다. 여기에는 미국, 한국, 일본신문앱을 넣어두었는데 가장 애용하는 것은 역시 뉴욕타임즈앱이다. 계속된 업그레이드로 상당히 쓸만한 앱이 되었다. 이제는 전체내용을 다운로드받아서 오프라인상태에서 볼 수도 있다. WSJ앱도 좋지만 그래도 나는 NYT를 더 선호한다. 둘다 이제는 유료독자용이다. (NYT는 아마 무료로 톱기사는 볼 수 있을 듯)
USA투데이는 깔끔하고 잘만든 앱인데 안정성이 떨어져서 잘 안쓰는 편이었다. 지금 오랜만에 실행해보니 많이 좋아졌다. 자주 체크해야 할 듯 싶다. 워싱턴포스트앱도 좋은데 유료전환이 된 다음에는 안보게 된다. The Daily는 확인안한지 한참 됐다. 초기의 관심도 다 사그러져버렸다. 무엇보다 기사자체가 나에게는 별로 매력이 없다는게 문제다.
일본신문앱은 사실 나와있는 것이 거의 없다. (일본신문의 보수성을 웅변한다) 그나마 산케이신문이 좋은데 아이패드앱은 유료다. 그래도 1면은 공짜로 볼 수 있어서 매일 무슨 일이 있는지 들여다보는 편이다. (아이폰으로는 전면이 공짜다) 재미있는 것은 주간NY생활이라는 앱이 있는데 뉴욕의 일본커뮤니티무가지다. 나름 일본인입장에서 필요한 미국정보도 있고 재미있어서 일주일에 한번씩은 살펴본다. 미국의 한국정보지들도 이런 앱을 좀 제공했으면 좋겠다.
한국신문중에는 우선 중앙일보, 조선일보를 선호한다. 사실 경제지앱들도 받아놓았지만 다 들어가볼 시간이 없다. 한겨레신문도 아이패드용이 나오면 좋겠다.
이렇게 아이패드로 많은 신문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NYT와 WSJ의 종이신문을 같이 구독한다. 종이신문구독자가 되면 유료온라인도 같이 볼 수 있기 때문이고 종이신문을 통해 전체적인 뉴스를 조망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이신문에서 기사를 꼼꼼히 읽을 시간은 도저히 나질 않는다. 그래서 그냥 가볍게 스캐닝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아이패드는 이뿐만이 아니다. Podcast로 구독하는 수많은 뉴스, TED, IT뉴스… 그리고 오디오북, 각종 강의파일로 내 아이패드는 가득차있다. 지금 넣어둔 오디오북만 “코너오피스”, “블랙스완”, “In the Plex”, “Rework”이다. 넣어둔 오디오북만 연속해서 들으려면 대략 40시간이 소요된다. 집어넣은 Podcast도 다 따라가면서 들으려면 또 20시간은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동네도서관에 가서도 아이패드를 들고 있게 된다. 어차피 아이패드안에 도서관이 들어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니 그 이상이다. 각종 동영상 멀티미디어자료까지 다 들어가 있고 웬만한 영화도 다 볼 수 있으니까. 돈만 있으면 킨들을 통해 거의 모든 시판되는 인기책(영어)도 다 앉은 자리에서 다운로드받아 읽을 수 있다. 도서관이 손바닥위에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한국어만 사용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 우선 좋은 전자책앱이 없고 TV관련해서도 영화-드라마관련앱이 없으니까 말이다. 영어권과 한국어권의 콘텐츠의 양의 차이를 느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어쨌든 그래서 정보홍수시대(Contents overload)시대를 그대로 실감하면서 살고 있다. 알고 싶은 것이 많은 나에게는 즐겁기는 한데… 시간이 없는게 한이다.
Read Forever-반스앤노블의 Nook Color 광고캠페인
Till all the books are read… I’ll read.
오늘부터 시작된 반스앤노블의 Nook Color TV광고캠페인. 미국, 아니 세계최대의 대형서점체인인 반스앤노블이 전자책리더를 이렇게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광고를 만들었다는 것이 상징적인 의미를 전달한다고 생각. 어린이부터 학생, 노인까지 Nook Color리더를 사용해 책을 읽는 것이 인상적. 읽기의 즐거움을 축하한다는 테마라고. (욕조안에서만은 종이책!)
작년에 한번 Nook Color 첫인상기에 썼던 것처럼 값싸고 (259불) 컬러이며 가벼운 이 전자책리더에 대한 반응이 괜찮음. 그래서 반스앤노블도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인상. 반스앤노블이 Nook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전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면 주가는 완전히 바닥을 기고 있었을지도 모름.
그래도 오늘 현재 반스앤노블의 시가총액은 한화로 6천6백억원수준, 아마존은 91조원수준… 아마존이 시총으로는 반스앤노블의 130배쯤되는 공룡이라는….
많이 본 기사 유감
국내 언론사들의 기사를 보면 상당수가 오른쪽 날개부분에 인기기사 리스트를 배치한다. 가만히 보면 즉, “많이 본 기사”다.
그런데 이 리스트는 참 아쉬운 것이 페이지뷰만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정말 야한 제목의 기사가 리스트에 많이 오른다는 점이다. 얼핏 봐도 “성매매”, “성폭행” 같은 말이 들어간 제목이 항상 수위에 오른다. 모두들 잘 아시겠지만 클릭해보면 항상 허탈하다. 내가 기자라면 내가 힘들여 정성들여 쓴 기사는 죄다 제외되고 이런 가쉽성 기사위주로 선택받는 리스트에 열이 받을 것 같다. 결국 기사 내용이야 어떻든 다 제목을 섹시하게 말초적으로 달아야한다는 뜻 아닌가?
맨날 NYT찬양만 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기는 한데 뉴욕타임즈는 오래전부터 다른 방식을 택해왔다. NYT온라인은 Most view보다는 Most E-mailed기준으로 랭킹을 만들어 보여준다.(Video등 Most Viewed를 랭킹기준으로 삼는 부분도 물론 있기는 하다) 즉, 사람들이 충동적으로 클릭을 많이 하는 기사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이메일을 통해 나누는 기사가 더 좋은 기사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랭킹에는 정말 꼭 챙겨봐야할 좋은 기사들이 올라오는 편이다. 정말 참고가 된다. 물론 NYT의 파워가 대단한지라 이 랭킹에 오르기 위해서 장난을 치는 일도 많으리라. Email을 몇번 보내면 이 랭킹에 오를 수 있다더라 하는 블로그포스팅도 본 일이 있다. 그래도 최대한 각종 어뷰즈를 막아 공정하고 독자에게 도움되는 랭킹을 유지하려는 NYT의 의지가 느껴진다.
그런데 얼마전부터는 Recommended for you 라는 랭킹이 같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는 NYT를 로그인한 상태에서 읽기 때문에 내 기사읽기 이력을 알고 있는 NYT가 내가 흥미있어할만한 기사를 찾아서 추천해주는 것이다. 내가 IT기사를 주로 읽는 것을 알고 관련기사를 많이 추천해주는 편이다. 뿐만 아니라 요즘 이스라엘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을 알고 텔아비브발 기사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지난 30일간의 내 기사이력을 파악해 추천해준다고 로직을 설명해주는 페이지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국내 뉴스사이트도 좀 발전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일차원적인 편집을 할 것인가. 알아서 추천기사를 띄워주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싸구려 저질기사는 좀 안보이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온갖 가쉽기사와 저질 광고를 헤쳐나가며 진짜 가치있는 좋은 기사를 찾아내는 작업이 너무 힘들다. 항상 보면 저질기사에 좋은 기사가 매장당하는 구조다. 그러면서 무슨 고급콘텐츠가 미래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하는지…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Update : 오늘자 WSJ지면에 실린 Traffic report. WSJ는 사실 선정적인 기사는 없기 때문에 조회수가 높은 기사에 선정적인 내용이 섞이는 일이 거의 없다. 잘 보면 Most Emailed는 정보성 기사가 많이 포진하고, Most Viewed는 이슈성기사가 랭킹에 올라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두가지가 겹치는 경우도 많다.
비행기가 추락할 때 배운 3가지 인생의 교훈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사람의 이야기에는 울림이 있다. 지난 금요일에 공개된 TED 동영상 Ric Elias의 “3 things I learned while my plane crashed”를 보고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이 Ric Elias는 2009년 1월15일 뉴욕 라과디아공항에서 이륙하자마자 새가 제트엔진에 충돌해 엔진고장으로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했던 US Airway 1549에 탔었던 승객이다. 1D에 앉았었다고 한다. (즉, First class) 당시 설즈버거기장의 기지로 155명의 승객과 승무원전원이 부상없이 생환해 큰 화제가 됐었다. (참고로 이 사건은 뉴스속보매체로서의 트위터의 위력을 세계만방에 알린 이벤트이기도 하다. 당시 페리를 타고가다가 현장을 보고 아이폰으로 찍어서 트윗한 이 사진이 전세계에 퍼져나갔다.)
이 Ric Elias가 추락하면서 배운 세가지 교훈.
“I no longer postpone anything in my life.”-추락하면서 그동안 못했던 일, 후회가 남는 일들이 주마등처럼 비춰짐. 인생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이제는 아무 것도 미루지 않겠다.
“I decided to eliminate negative energy in my life. I’ll no longer try to be right, I choose to be happy.“-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별 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화를 냈던 일이 떠올랐다. 이제는 내 인생에서 부정적인 에너지를 없애겠다. 항상 내가 맞다고 고집하지 않고 행복을 택하겠다.
The only thing that matters to my life is being great dad. – 이 사건 이후 한달뒤 초등학교 1학년 딸의 학예회에 참석해서 엉엉 울어버렸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아빠가 되는 것이란 것을 깨달았다.
I was given the gift of miracle not dying that day. I was given another gift which was able to see into the future and come back and live differently.-나는 그날 죽지 않았다는 신의 선물을 얻었다. 그리고 미래를 미리 들여보았다가 생환해 다르게 살수있는 선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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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지만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사람을 초청해 5분스피치를 맡긴 TED의 기획력에 감탄했다. 그리고 이 Ric은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졌다. First Class에 앉아있었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을 때 뭔가 범상치 않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찾아보니 Ric Elias는 Red Ventures라는 마케팅컨설팅회사의 CEO. 푸에르토리코출신으로 보스턴칼리지에 유학했으며 GE를 거쳐 하버드MBA를 나온 성공적인 기업인이다.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역시 죽음의 문턱앞에 다녀온 또 한 사람의 감동적인 연설이 생각났다. 스티브 잡스. 마침 오늘 중앙일보에 그의 이 명연설을 해설한 기사가 실렸다.
암수술 뒤 잡스가 말했다 “삶은 영원치않아요 … 낭비하지 마세요” (중앙일보) 참고하시길.
블랙베리 플레이북 5분 인상기
오늘 베스트바이에 갔다가 지난주부터 새로 시판된 RIM의 블랙베리 플레이북을 잠시 만져보다. 아이패드2, 허니콤 안드로이드타블렛 등이 벌이고 있는 타블렛전쟁에 새로 참가한 선수다.
잠시동안 웹브라우징과 게임, 동영상플레이 등을 해봤는데 그다지 좋은 인상은 받지 못했다. 7인치화면이라 크기와 무게는 갤럭시탭과 거의 비슷한 느낌이었다.
HD동영상 재생을 할때 화면의 퀄리티는 뛰어났다. 하지만 웹브라우징을 하면서 본 화면의 해상도는 별로 마음에 드는 수준은 아니었다.
특히 웹페이지를 불러들이는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서 완전히 인상을 구겼다. 그런데 나중에 인터넷에 뜬 리뷰동영상 등을 찾아보니 이 부분을 지적한 경우는 없었다. 내 생각에는 베스트바이매장의 wifi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애플스토어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인데 베스트바이는 이런 면에서 좀 한심하다. 제품을 최상의 상태에서 써볼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제대로 인터넷세팅등을 해놓지 않아서 인상을 구기는 경우가 많았다. 구글TV도 그런 경우였다.)
생소한 UI도 처음에는 조금 걸림돌이 될 듯 싶다. 특히 전면에 아무 버튼이 없는 관계로 앱실행화면에서 홈스크린으로 다시 돌아갈 수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도저히 모르겠어서 지나가던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그 사람도 방법을 몰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화면 아래에서 위로 Swipe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한번 기억하면 문제는 없겠지만 아무 설명없이 처음 손에 든 사용자에게는 난감한 문제일 수 있겠다.
그리고 쓸 수 있는 앱이 너무 없었다. 무엇보다도 메일과 캘린더앱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블랙베리사용자가 아니라면 웹브라우저를 통해 웹메일을 봐야한다는 뜻이다. 3G버전없이 wifi버전만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치명적인 약점이다. 오프라인상태에서는 지나간 메일을 읽고 일정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조만간 나오기는 하겠지만 완전히 Premature한 상태에서 제품을 내놓은 셈이다. 앞으로 안드로이드앱도 지원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아직’이다.
어쨌든 그래서 블랙베리 플레이북에 대한 내 첫인상은 “제 정신인 사람이 누가 이걸 살까”였다. 아이패드2와 같은 가격에 wifi버전만 있고, 쓸 수 있는 앱도 거의 없는데다, 밧데리성능(6시간정도)도 휠씬 떨어지기 때문이다. 웬만한 파워유저가 아니고서는 영화, 음악, 책 등을 마음껏 넣어서 즐길 방법도 없다. (있겠지만 굉장히 어렵다)
역시 그래서 그런지 바로 옆의 아이패드전시대에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지나가면서 만져보는데 반해 플레이북을 만지작거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갤럭시탭 등 다른 타블렛들도 사람들의 관심이 없어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플레이북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안좋은 인상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어 집에 돌아온 뒤 몇가지 리뷰를 찾아봤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그러자 파워리뷰어들의 경우는 생각보다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부족한 앱, 이메일-캘린더앱의 부재는 누구나 지적하고 있었지만 직관적인 UI, 멀티태스킹, 훌륭한 플래시실행능력에는 높은 평가를 하는듯 싶었다.
하지만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봤을때는 아이패드를 두고 플레이북을 선택할 이유는 도대체 없어보인다. 정말 갈 길이 멀어보였다. 그게 내 5분 첫인상이다.
아직까지는 애플 아이패드의 타블렛시장독식행진에 거칠 것이 없어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플레이북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SW가 보강되고 3G버전이 나오는 올후반기나 되야 할지 모르겠다. 뭐 한국에 이 제품이 나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 같지만 참고삼아 소개.
실패하는 회의의 7가지 법칙
실패하는 회의의 7가지 법칙
- 항상 회의 시작 시간이 늦어진다.
- 요령부득인 자료가 대량으로 배포된다.
- “대략”, “라고 생각합니다” 등 애매한 보고가 많다.
- 아무도 다른 부문의 이야기에 발언을 하지 않는등 발언자가 한정되어 있다.
- 리더가 자주 “결론은 다음에 내자”고 말한다.
- 회의 종료후 뭘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된다.
- 종료시간은 누구도 알 수 없다.
-닛케이비즈니스에서…
2003년도에 다른 블로그에 썼던 글을 우연히 발견, 이곳으로 옮김. 일본의 회의문화에서 나온 지적이지만 만국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생각. 당시 이 글을 읽고 “결론을 다음에 내자”는 말을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지금까지도 노력.
전자책의 종이책압도현상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는 미국시장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전에 “미국의 베스트셀러는 얼마나 많이 E-Book으로 존재할까?”라는 블로그포스팅을 쓴 일이 있다. 킨들이야기를 트윗하면 “실제로 미국에 전자책이 그렇게 많이 나와있냐”는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는 아이패드첫버전이 발매된지 정확히 3주가 되는 시점이었다. 킨들도 성공적으로 시장진입을 했지만 지금버전보다 많이 비쌌고 (260불) 그만큼 대중화는 되지 못한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당시 내가 본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책 22권중 단 2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킨들전자책버전이 나와있었다.
불과 1년사이 아이패드는 전세계적으로 1천4백만대 팔린 상태에서 신제품 아이패드2가 나와서 또 날개돛힌듯이 팔리고 있다. 지난해 8월말 발매된 아마존 킨들3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공표는 안하지만 최소한 5~6백만대는 팔리지 않았을까 싶다. 지난해 11월 발매되어 좋은 반응을 얻은 반스앤노블 Nook Color도 최근 3백만대판매에 근접하고 있다고 기염을 토한바 있다.
갤럭시탭, 모토로라 Xoom같은 아이패드의 경쟁 안드로이드타블렛을 제외하고도 1년여사이에 족히 2천5백만대내외의 전자책리더가 미국내에 보급됐을 것이다. 실로 가공할 만한 일이다. 보더스가 파산하게 된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며칠전에는 아마존이 스크린세이버에 광고를 넣는 대신 $25 더 싼 $114짜리 킨들을 발표했다. 이제 보급형모델이 1백불이하로 내려가는 것도 시간문제인듯 싶다.
문득 그래서 며칠전 샌프란시스코공항 출장길에서 마주친 공항서점 진열대의 신간들은 얼마나 많이 킨들버전으로 나와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지금 찾아봤다. 베스트셀러랭킹이라기 보다는 서점의 큐레이터가 자신의 입맛대로 진열한 소설들이다. 신경숙씨의 “Please look after mom”이 진열되어 있길래 찍어본 사진이었다.
시간을 내서 하나하나 아마존에서 검색해봤다.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이 신간 12권 모두 킨들버전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도 1년전에는 더러 킨들버전이 안나와있는 책이 수십권에 한두권은 있었는데) 더 흥미로운 것은 (소설이라 그렇겠지만) 오디오북다운로드버전도 동시에 나와있다는 점이다. 즉, 미국에서는 책이 새로 출간될때 하드커버, 전자책, 오디오북(CD and 다운로드버전)이 동시에 발매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는 이야기다.
생각해보면 너무 놀랍고 편리한 세상이다. 내가 고교때 신문에 광고가 난 에릭시걸의 신간을 읽고 싶어서 노량진의 동네서점을 찾아헤멘 일이 있다. 어느 곳에도 없었다. 그렇다고 광화문 교보문고까지 갈수는 없었기에 서점아저씨에게 부탁해서 일주일만에 그 책을 구할 수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전세계 어디서나 본인이 원하면 1분안에 책을 구해서 읽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영어책만 그렇기는 하지만) 오디오북조차 5분안에 다운로드받아서 아이폰에 넣어서 들고다니면서 들을 수 있다. 전자책의 판매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마침 이 글을 쓰다가 내 예상을 정확히 뒷받침하는 통계를 발견했다. 지난 2월 미국의 전자책이 다른 모든 포맷(하드커버, 페이퍼백, 오디오북)의 매출을 눌렀다는 미국퍼블리셔협회의 발표다. 이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전자책매출은 전년도와 비교해 202% 늘어났다. 다운로드하는 디지털오디오북도 36.7% 늘어났다. 스마트폰의 보급량을 생각하면 역시 당연한 수치다.
이런 판국이니 종이책판매가 타격을 안받을래야 안받을 수가 없다. 미국퍼블리셔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적 전자책 매출은 지난해보다 169%늘어난 1억6천4백만불, 종이책매출은 24.8% 떨어진 4억4천1백만불수준이었다. 즉, 미국책시장의 약 27%, 1/4이 이미 전자책이다. 종이책 매출이 사라지는만큼 전자책 매출이 채워주는 셈.
잊지말고 또 일년뒤에 책시장 상황점검을 해봐야겠다. 현재 내 예상으로는 일년뒤면 이미 전자책판매가 종이책판매를 능가할 듯 싶다. 아니, 올해가 가기전에 전자책이 종이책을 완전히 눌렀다는 뉴스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참, 글을 다 쓰고 든 생각인데 한국교보문고 소설진열대의 책리스트를 가지고 비슷하게 전자책발매여부를 따져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다. 과연 몇권이나 전자책으로 나와있을까 궁금하다.
[위 서점에 진열된 소설들의 킨들북리스트]
All the Time in the World: New and Selected Stories [Kindle Edition]
The Free World: A Novel [Kindle Edition]
Touch: A Novel [Kindle Edition]
Left Neglected [Kindle Edition]
Please Look After Mom [Kindle Edition]
The Silent Land: A novel [Kindle Edition]
The Inner Circle [Kindle Edition]
The Four Ms. Bradwells: A Novel [Kindle Edition]
Say Her Name: A Novel [Kindle Edition]
영어강의 의무화에 대한 생각
예전부터 한국인들이 보다 더 영어를 잘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영어로 얻을 수 있는 지식의 양이 만만치 않고, 영어를 해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해외에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지난 2년간 미국에 와서 일하면서 더 강해졌다.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 정말 많은 폭넓은 콘텐츠를 접하고 즐겁게 읽고 호기심을 채우고 트위터를 통해 한국에 계신 분들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나를 팔로우하신 분들은 공감해주실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한국어로 제대로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쓸 수 있는 바탕이 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에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은 아니지만 대학교에서 나름 영어공부와 일본어공부를 열심히 했었다. 영어로 하는 수업을 한번도 들어본 일은 없지만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도서관에 쌓여있는 NYT 영어기사를 찾아읽기도 하고 영어오디오북을 사다가 들어보려는 노력을 하면서 영어실력을 키웠다. 토익성적을 올리고자한 공부는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은 토익성적도 부차적으로 따라왔다. 93년인가에 토익 895점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토익성적이 높다고 영어를 잘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던 기억이 있다. (물론 요새는 이 점수로 명함도 못내민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일본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학교1학년 여름방학에 아버지의 배려로 아버지일본친구분의 아들이 하는 피자가게에 가서 한달간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피자를 자르고, 상자를 접고 자투리시간에는 공사판일을 따라나서기도 했다. 당시 일본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상태에서 처음 갔다가 일본이라는 나라에 호기심을 느껴 일본어학습에 동기부여가 됐다. 거의 만화-소설 등을 통해 독학으로 일본어를 익혔다. 보통 매년 한번씩 일본에 갔는데 갈때마다 내 일본어가 향상되는 것에 기쁨을 느껴 더 열심히 하게 됐다. 일본은 많이 갔지만 일본에 장기체류하거나 일본학교에 유학한 경험은 없다. 그래도 일본어로 일을 하는 회사를 경영하기도 했었고 일본인들과 비즈니스를 많이 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일본에 살아본 일도 없으면서 어떻게 일본을 그렇게 잘 아느냐는 말을 일본인들로부터 많이 들었다. 그것은 다 일본에 대한 호기심이 원동력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한국에서의 영어강의 의무화 때문이다. 예전에 지인의 부탁으로 서울의 모대학 국제대학원에 가서 영어로 인터넷트랜드에 대한 강의를 한 일이 있다. 솔직히 지금도 영어에 스트레스가 많은 나는 당시에 “될대로 되라”라는 식으로 가서 더듬거리며 강의를 했다. 대략 45분간 20여명의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질문을 받으면서 놀랐다. 학생들이 생각과 달리 영어원어민이 아니었고 그래서 그런지 궁금한 내용을 속시원히 질문하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도 속시원히 답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알고 보니 학생들중에서 중국에서 온 학생 1명만이 영어원어민이라고 했다. 그 때 든 생각은 “도대체 이게 뭔가”, “참 유연성이 부족하다”였다. 배움의 목적이 영어가 아닐진데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교수의 강의만 영어로 하면 됐지 무엇때문에 모국어가 한국어인 사람들끼리 더듬거리는 영어로 어색한 장면을 연출하는가 싶어서였다. 그냥 우리말로 강의를 했으면 휠씬 더 많은 얘기를 해줬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 트위터를 읽다가 공감이 되는 글을 하나 발견했다. 카이스트 교수님의 글 같았다. 제목은 영어강의에 대한 개인 의견과 경험담.
한국어는 한국의 대표언어이고, KAIST는 한국의 과학대표 대학인데, 그런 대표 대학에서 자기나라 말이 아닌 영어로 100% 학문을 해야만 한다는 것은, 그 국가의 수치라고 믿습니다. 고등 학문을 자기나라 말로 하지 못하고, 자기 말로 배우지 못해 외국어로 사유해야 한다면, 그 국가의 국민들은 잘못하면 <미개인>취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나의 언어를 갈고 닦으려면 그 국민들이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학자들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중략~ 결과적으로 제가 영어를 잘 하게 된 것은, 탄탄한 수학 전공 실력이 있어서였고, 그런 수학 전공 실력은 우리말로 KAIST의 교수님들께 잘 배운 덕분이었으며, 그래서 박사과정에서 제 영어 실력과 상관없이 박사과정 동기들이 제 전공 실력을 보고 저와 같이 공부하자고 온 덕분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원래 영어를 잘 못했지만, 오랜 시간동안 준비를 하면서 이를 키워 나갈 기회를 거친 이후에야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었고, 또 그런 실력 키울 기회도, 준비 안된 제가 영어 강의를 들으면서 영어 실력이 는 것이 아니라, 전공 실력이 바탕이 된 덕에 쌓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자신의 모국어가 확고하게 자리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또 다른 외국어로 어려운 전공과목을 배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그 언어권의 나라에 가서 24시간 그 언어환경에 노출된 상태로 철저하게 붙어야한다. 수업만 영어로, 그것도 거의 단방향으로 받고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한국어로 잡담하는 식으로는 되지 않는다.
일본어도 영어로 배운다는 얘기도 있다. 정말 황당하다. 하긴 국어도 영어로 수업한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듯 싶다. (한겨레 “일어도 영어로 배워…’장짤’땐 낙오자” 숨쉴틈 없었다”)
중국사도 동양철학도 일본어도 영어로 배운다.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딱 한번 한국어로 강의를 받아본 적이 있다. 보강수업이어서 가능했다. 너무 잘 알아들을 수 있어서 혁명적이었다.” 게시판에는 “영어 강의를 한번도 이해해본 적이 없다”는 글도 올라와 있다.
나는 2년전부터 미국에 와서 한국사람이 한명도 없는 회사를 맡아서 경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참 힘들었다. 10년전에 2년간 버클리경영대학원을 다닌 일은 있지만 유학하면서 내가 영어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했었다. 한번도 내가 영어를 미국에서 일할 수 있을만큼 잘한다고 생각한 일이 없다. 말을 더듬대면서 나도 어렸을때 미국에서 교육을 받아서 원어민처럼 영어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래도 지금은 하루종일 직원들과 회의하고 일대일미팅하고 필요하면 전체직원을 모아놓고 이야기도 한다. 그리고 깨달은 것이 있다. 우선 듣는 능력이 중요하다. 일단 알아들어야 의사결정을 내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경영능력이다. 그것은 꼭 언어로 좌우되지 않는다. 미국에는 영어를 어눌하게 하는 이민자들이 많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짜 실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내용을 잘 알아듣고 조금 더듬대더라도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할 수 있으면 된다. 결국 그런 사람이 오래간다.
지금 돌이켜보면 항상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미국에 대해서 열심히 배우고, 인터넷트랜드에 대해서 열심히 배우고, 직원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회사운영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결과 자연스럽게 리더쉽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 영어를 아무리 잘하더라도 미국문화와 인터넷업의 본질에 대해서 잘 모르면 누가 사장을 믿고 따라가겠는가. 그리고 직접 부딪히면서 일을 하면서 실전영어가 정말 많이 늘었다.

얼마전 우리 회사를 방문한 Ybrant인도본사 Chairman 슈레쉬(오른쪽에서 두번째), 이스라엘본사CEO 제이콥(왼쪽에서 두번째). 내가 영어가 좀 부족하다는 이야기에 둘다 하는 얘기가 "정욱, 뭘 걱정하나. 우리 모두 다 억양이 있는 영어를 구사한다. 다 마찬가지다. 자신을 가져라"고 말했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20년전에 비해 지금은 엄청나게 영어공부하기가 좋은 환경이 되어 있다. 마음만 먹으면 굳이 영어수업을 받지 않아도 얼마든지 영어실력을 늘릴 수 있는 학습자료들이 인터넷에 널려있다. 특히 요즘은 학교에서 한국인교수들의 영어수업을 굳이 듣지 않아도 유튜브만 열면 세계 석학들의 영어강의를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시대다. 마이클샌달교수의 정의론조차 유튜브, 팟캐스트 등으로 전편이 공개되어 있다.
학교에서는 한국어로 교수님과 깊이 있게 공부하고 내공을 쌓은 뒤에 더 호기심이 있으면 흥미로운 외국교수의 동영상강의를 들어보고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는 시대다. 그리고 그 실력을 바탕으로 해외유학에 나서서 열심히 공부하면 얼마든지 세계의 인재들과 경쟁하고 같이 일할 수 있는 영어실력을 쌓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서도 어려서부터 영어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해주고 영어를 통한 지식에 대해 충분히 호기심을 갖도록 유도해주면 값비싼 영어유치원, 조기유학 등이 없이도 영어를 충분히 잘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영어원어민처럼 영어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굳이 외국인으로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뜻만 충분히 통하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한국 조기유학생들이나 교포2세들이 정작 한글이메일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를 보는데 오히려 그것도 안타까왔다.)
결국 중요한 것은 “Being Curious”다. 언어는 도구일 뿐이다. 자신의 모국어로 내공을 충분히 쌓은 다음에 영어수업을 해도 늦지 않을까 싶다.
케이블TV업계의 아이패드앱전쟁과 넷플릭스, 훌루이야기
어제 타임워너케이블이 WSJ에 전면광고를 내고 자사가 낸 아이패드앱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있다고 트윗을 했다.
이 아이패드앱으로는 타임워터케이블이 제공하는 모든 방송채널을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었는데 거대방송사들이 맹렬히 반대를 했기 때문이다. 케이블에 제공하는 콘텐츠는 TV에만 사용할 수 있을뿐 아이패드에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항의였던 것이다. 원래 32개채널을 제공했는데 강력반발한 바이어콤의 MTV, 코미디센트럴 등 12개채널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나서 며칠후 타임워너케이블은 아이패드앱의 정당성을 “30만명이 이미 이 앱을 다운로드받았다”며 홍보하고 나선 것이다.
타임워너케이블에 이어 케이블비전도 비슷한 아이패드앱을 내놓았다. 타임워너의 경우 브로드밴드인터넷과 케이블TV를 동시에 가입한 유저만 자기 망안에서 쓸 수 있는데 반해 케이블비전은 인터넷가입없이도 케이블TV만 가입한 고객에게도 이 아이패드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이 뉴스를 보고 케이블사업자들의 적극적인 행보에 사실 감탄했다. 미국에서는 거실외에서 케이블TV를 보기 위해 침실이나 운동하는 방에 따로 TV와 셋탑박스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욕실에 설치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경우 공사가 번거롭기도 하고 비용도 추가로 든다. 그런데 아이패드로 실시간TV를 볼 수 있다면 그건 기가 막히게 편리한 일이다. 번거로운 공사없이 침대에 누워서, 러닝머신위에서, 욕실에서 TV를 자유롭게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로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케이블TV업체입장에서는 매출이 떨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할까? 그것도 콘텐츠제공업체(PP)들의 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심지어는 그 정당성을 신문전면광고로 홍보하면서까지 말이다. 그것은 이렇게 미래를 대비해 변신하지 않으면 나중에 고객들이 케이블TV를 해약하고 등을 돌릴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무엇보다 넷플릭스와 Hulu의 도전이 무섭다. 이 두 업체는 TV미디어업계에서 그야말로 파괴적기술(Disruptive Technology)로 미디어지형을 바꾸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기술도 있지만 파괴적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기존 세력에 도전하고 있다고 할까)
넷플릭스의 N스크린전략에 대해서는 예전에 포스팅을 한 일이 있다. 넷플릭스는 이미 한번에 방송사, 영화사에 몇천억원씩 지불하며 영화, 드라마의 온라인스트리밍권리를 사들이고, 넷플릭스온라인을 통해 독점방송하는 대작드라마계획(데이빗핀처감독의 하우스오브카드)을 발표하는 등 미국영상미디어업계의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예전에 읽은 기사에서는 몇년전까지만 해도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계약이 미국방송사의 일개매니저 전결사항이었는데 지금은 CEO 결재를 맡아야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만큼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만 한 것이 넷플릭스가 미국저녁 8~10시 프라임타임의 인터넷다운로드사용량의 최고 20%까지 차지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만큼 사람들이 일반TV를 보지 않고 넷플릭스를 통해 온라인스트리밍 콘텐츠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집만해도 이미 그렇게 됐다. 넷플릭스에 대해서는 거센 견제가 시작됐지만 이미 2천만명의 유료가입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넷플릭스에 대한 예전 포스팅 : Netflix vs. Blockbuster: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케이스)
사실 Hulu.com 제이슨 킬러사장의 올 1분기 실적 포스트를 보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졌다. Hulu.com은 ‘유튜브대항마’로 2007년 NBC유니버설, 뉴스콥, 디즈니의 조인트벤처로 설립되었으며 3년전인 2008년 3월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방송사의 합법적인 콘텐츠를 웹으로 무료로 보여주고 광고로 수익을 올린다는 모델이다. 온갖 회의적인 시각을 무릅쓰고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정말 급성장중이다. 나도 “방송사들이 해봐야 얼마나 하겠어”라는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3년전 베타서비스가 발표되자 마자 사용해보고 생각이 확 달라졌었다. 생각보다 유저입장에서 너무 잘만든 서비스였기 때문이다.
Hulu 급성장의 배경에는 든든한 거대방송사들의 지원도 있지만 제이슨 킬러라는 능력있는 경영자가 있다. 아마존출신인 이 젊은 경영자의 수완과 비전에는 감탄할 뿐이다. 다음은 그가 어제 블로그에 발표한 1분기 실적이다. (꽤나 자랑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을 것이고, 콘텐츠제공자와 광고주들에게 확신을 심어주고 싶은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 – We are on pace to approach half a billion dollars in revenue in 2011. In Q1, our revenue grew approximately 90 percent over Q1 2010. (Hulu did $263 million in revenue for all of 2010).
올해 이 추세대로 나가면 예상 매출이 한화로 5천5백억원수준이 된다는 것이다. 전년에 훌루는 대략 2천8백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온라인비디오광고로만 이런 실적을 올렸다는 것이 놀랍다. 급성장하는 미국의 온라인비디오시장에 대해서는 일년여전에 “급성장하는 미국의 온라인비디오마켓-그리고 내 생각“이라는 포스팅으로 소개했던 일이 있다.
- – The content community will earn approximately $300 million through Hulu over the course of 2011. As a young company (we just reached our third anniversary since the public launch of Hulu.com), we’re excited about that number and we also expect it to grow aggressively in the years to come.
이렇게 된다면 훌루가 콘텐츠업체들에게 지불하는 비용도 3천3백억원가량이 될 전망이다. 매출포트폴리오면에서 이제 훌루도 콘텐츠업계에 무시할 수 없는 매출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 – We served approximately 50 percent more advertisers in Q1 2011 than we did in Q1 2010 (specifically, 289 advertisers in Q1 2011, up from 194 in Q1 2010).
1년전에 비해 광고주가 50%늘어나 289개의 광고주가 훌루에 비디오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광고단가가 꽤 높아졌을듯 싶다.
- – We grew the number of content partners to Hulu Plus and Hulu from 211 in Q1 2010 to 264 in Q1 2011, including brands from the Viacom family (MTV, Comedy Central, VH1, BET, and more).
콘텐츠파트너도 자그마치 264사나 된다. CBS나 HBO, AMC같은 특정채널이 없는 것은 상당히 아쉽지만 끝도 없이 봐도 될만큼 콘텐츠가 넘쳐흐른다. 심지어는 한국드라마도 이제는 Viki와 Drama Fever의 노력덕에 굉장히 많아졌다.
- – We are on track to exceed 1 million Hulu Plus subscribers in 2011 (up from 0 in 2010). To our knowledge, this is the fastest start of any online video subscription service.
월 7.99불에 아이패드, 아이폰, Roku박스 등을 통해 더 많은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Hulu Plus유저가 순조롭게 늘어 올해 1백만을 돌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도 놀랍다. 개인적으로 정말 잘 사용하고 있다. 필요하면 TV로 훌루를 보기도 하고, 자기 전에 침대에서 잠깐 아이폰으로 미드를 보다가 자는 것이 버릇이 됐다.
특히 Roku Box를 구입한 이후로는 간편하게 Hulu나 Netflix를 TV로 볼 수 있게 되서 정말 편리하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Hulu를 보는 것도 편리하다. 특히 화질이 HD급으로 선명하고 끊김이 없어 굳이 아이튠스에서 영화나 미드를 렌트-구입할 필요도 없다.
물론 아이폰, 아이패드로 보면 한가지 단점은 있다. Closed Caption(자막)을 지원하지 않아서 영어프로그램을 볼 때 완벽히 알아들을수가 없다… (앞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추가될 기능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미국인들의 입장에서 일부러 불법콘텐츠를 비트토런트를 통해 다운받아서 인코딩을 해서 아이폰, 아이패드에 집어넣는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쉽게 볼 수 있는데 누가 힘들게 불법복제를 하겠는가?
두서없이 내용이 길어졌는데 미국미디어업계는 정말 큰 패러다임변화의 한가운데 놓여있는 듯 싶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처음에는 넷플릭스, 훌루가 불을 떼기 시작했으며 지난해부터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점입가경이 된 느낌이다. N스크린이라는 것도 이제는 생활속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구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와 훌루가 여기서 조금만 더 힘을 얻고 콘텐츠가 더욱 충실해진다면 케이블TV를 끊어버리고 그냥 인터넷을 통해 영상콘텐츠를 소비하는 트랜드가 가속화될 듯 싶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코드커팅(Cord Cutting)이다. 타임워너케이블의 절박함이 이해되는 것 같다.
물론 넷플릭스와 훌루가 기존 미디어업계의 견제로 결국에는 좌초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향후 몇년간 미디어업계의 판도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운 이유다.
일본대지진과 트위터
3월11일 오후 4시40분 출발 비행기였다. 정확히 2시간전인 2시4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해 티켓팅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카운터에 줄을 섰다. 짧은 4박5일간의 한국출장을 마치고 보스턴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생각보다 줄이 길어 기다리다가 아이패드를 꺼내들었다. 아무 생각없이 버릇처럼 트위터앱을 켜서 타임라인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마침 막 요코하마에 있는 내 동생(@5wlim)의 트윗이 보였다.
“지진으로 죽는 줄 알았음…” 순간적으로 일본에 큰 지진이 발생했음을 직감했다. 웬만해서는 이렇게까지 표현하지 않는 성격의 동생인데 어지간했으면 이렇게 이야기했을까. 어느 정도의 진도였을까. 규모7? 탑승수속을 하면서도 찜찜하고 불안했다. 막내동생은 일본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제수씨와 두 아이들도 요코하마에 살고 있다. 배웅을 나오신 부모님께 “일본에 큰 지진이 발생한 것 같다”고 바로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즉시 일본의 동생에게 전화를 시도했지만 불통이었다. (어느 정도 큰 지진이 나면 전화는 금새 불통된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지진정보를 얻고자 한국과 미국의 신문사웹사이트 등을 열어봤지만 아직 일본지진소식이 뜬 곳은 없었다. (정확한 지진발생시각은 오후 2시46분이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바로 동생에게 DM(다이렉트메시지)를 트위터를 통해 보냈다. “어떻게 집에 있는 가족들은 무사하니?”. 1~2분후 바로 DM답장이 왔다. “응, 가족들은 괜찮아.”
동시에 내가 팔로우하는 일본인트위터유저들의 타임라인을 살피기 시작했다. 모두들 비슷한 반응이었다. “내 평생 이런 엄청난 지진은 처음 겪어본다”는 트윗들이 보였다. 아니 일상생활속에서 지진에 단련된 일본인들조차 이런 반응을 보인다면 도대체 얼마나 엄청난 지진이란 말인가? 곧 리히터규모 8.6의 지진이라는 트윗을 발견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나중에 9.0으로 정정됐다)
2007년 니이가타대지진당시 일본에 잠시 여행중이었다. 요코하마의 호텔 32층에서도 건물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었다. 그때도 순간적으로 별 생각이 다 들었었는데 리히터규모 9라면 어느 정도의 공포를 느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 지진의 세기-진도와 규모)
전화는 계속 불통상태였지만 다행히 트위터로 동생과 대화를 주고받은 덕분에 부모님을 바로 안심시켜드릴 수 있었다. 20여분이 지나자 한국미디어와 뉴욕타임즈등에 일본지진 1보뉴스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기존미디어의 보도가 너무 느리게 느껴졌다. 트위터를 통해 일본 현지에 있는 한국인과 일본인들의 트위터타임라인을 그대로 따라가며 현지의 상황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공포와 현지의 긴박한 분위기가 그대로 내게 전달되어 왔다. 너무너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6개 일본방송의 지진대응방송을 비교한 동영상. NHK의 빠른 지진방송이 돋보인다)
츠나미피해소식을 접하기 시작하는 가운데 4시40분 비행기는 미국을 향해 이륙하고 나는 바깥세상과 통신이 두절됐다. 12시간뒤 중간경유지인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서야 다시 뉴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때도 뉴스사이트보다 트위터 타임라인을 살펴보는 것이 실제 상황을 이해하는데 휠씬 도움이 됐다.
다들 소셜미디어, 소셜미디어 하지만 이번만큼 소셜미디어의 힘을 강력하게 느낀 일이 없었다. 외국에서 이런 엄청난 재해가 발생한지 불과 몇분안에 소식을 접했으며 모든 전화가 불통된 상황에서 동생가족의 안부를 확인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터넷을 통한 소셜미디어가 가족친지의 생사를 확인하고 귀중한 정보를 나누는 생명줄 역할을 했다.
확실히 소셜미디어가 대세다.
-시사인최근호에 기고한 글을 약간 보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