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지진과 트위터
3월11일 오후 4시40분 출발 비행기였다. 정확히 2시간전인 2시4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해 티켓팅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카운터에 줄을 섰다. 짧은 4박5일간의 한국출장을 마치고 보스턴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생각보다 줄이 길어 기다리다가 아이패드를 꺼내들었다. 아무 생각없이 버릇처럼 트위터앱을 켜서 타임라인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마침 막 요코하마에 있는 내 동생(@5wlim)의 트윗이 보였다.
“지진으로 죽는 줄 알았음…” 순간적으로 일본에 큰 지진이 발생했음을 직감했다. 웬만해서는 이렇게까지 표현하지 않는 성격의 동생인데 어지간했으면 이렇게 이야기했을까. 어느 정도의 진도였을까. 규모7? 탑승수속을 하면서도 찜찜하고 불안했다. 막내동생은 일본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제수씨와 두 아이들도 요코하마에 살고 있다. 배웅을 나오신 부모님께 “일본에 큰 지진이 발생한 것 같다”고 바로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즉시 일본의 동생에게 전화를 시도했지만 불통이었다. (어느 정도 큰 지진이 나면 전화는 금새 불통된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지진정보를 얻고자 한국과 미국의 신문사웹사이트 등을 열어봤지만 아직 일본지진소식이 뜬 곳은 없었다. (정확한 지진발생시각은 오후 2시46분이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바로 동생에게 DM(다이렉트메시지)를 트위터를 통해 보냈다. “어떻게 집에 있는 가족들은 무사하니?”. 1~2분후 바로 DM답장이 왔다. “응, 가족들은 괜찮아.”
동시에 내가 팔로우하는 일본인트위터유저들의 타임라인을 살피기 시작했다. 모두들 비슷한 반응이었다. “내 평생 이런 엄청난 지진은 처음 겪어본다”는 트윗들이 보였다. 아니 일상생활속에서 지진에 단련된 일본인들조차 이런 반응을 보인다면 도대체 얼마나 엄청난 지진이란 말인가? 곧 리히터규모 8.6의 지진이라는 트윗을 발견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나중에 9.0으로 정정됐다)
2007년 니이가타대지진당시 일본에 잠시 여행중이었다. 요코하마의 호텔 32층에서도 건물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었다. 그때도 순간적으로 별 생각이 다 들었었는데 리히터규모 9라면 어느 정도의 공포를 느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 지진의 세기-진도와 규모)
전화는 계속 불통상태였지만 다행히 트위터로 동생과 대화를 주고받은 덕분에 부모님을 바로 안심시켜드릴 수 있었다. 20여분이 지나자 한국미디어와 뉴욕타임즈등에 일본지진 1보뉴스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기존미디어의 보도가 너무 느리게 느껴졌다. 트위터를 통해 일본 현지에 있는 한국인과 일본인들의 트위터타임라인을 그대로 따라가며 현지의 상황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공포와 현지의 긴박한 분위기가 그대로 내게 전달되어 왔다. 너무너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6개 일본방송의 지진대응방송을 비교한 동영상. NHK의 빠른 지진방송이 돋보인다)
츠나미피해소식을 접하기 시작하는 가운데 4시40분 비행기는 미국을 향해 이륙하고 나는 바깥세상과 통신이 두절됐다. 12시간뒤 중간경유지인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서야 다시 뉴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때도 뉴스사이트보다 트위터 타임라인을 살펴보는 것이 실제 상황을 이해하는데 휠씬 도움이 됐다.
다들 소셜미디어, 소셜미디어 하지만 이번만큼 소셜미디어의 힘을 강력하게 느낀 일이 없었다. 외국에서 이런 엄청난 재해가 발생한지 불과 몇분안에 소식을 접했으며 모든 전화가 불통된 상황에서 동생가족의 안부를 확인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터넷을 통한 소셜미디어가 가족친지의 생사를 확인하고 귀중한 정보를 나누는 생명줄 역할을 했다.
확실히 소셜미디어가 대세다.
-시사인최근호에 기고한 글을 약간 보완했습니다.
두분이 형제였다니.. 헉 하고 놀랐지 뭡니까.
DM 으로 안부를 확인한 순간 가슴을 쓸어내리셨겠네요. DM 이 재해시 긴급연락망이 될줄 누가 알았겠어요.
yoehanee
2011년 4월 3일 at 8:14 am
그러게 말입니다. DM이 아주 요긴한 연락수단이더군요. 그런데 저희가 형제인지 모르셨군요ㅎㅎ
estima7
2011년 4월 3일 at 8:52 am
저도 두분 모두 팔로 하고 있었는데 형제이신줄은.. ^^
지진 났을때 @5wlim 님 트윗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고
다른분께도 팔로를 권했었거든요. 암튼 다행입니다.
colorstation
2011년 4월 4일 at 11:21 am
예. 겸연쩍게도 형제 둘이 다 트위터에서 떠벌이가 되어 있습니다 ^^
estima7
2011년 4월 4일 at 2:25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