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부부 이야기
오늘은 아내의 영어선생님부부가 자신의 집에 저녁초대를 해주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아내는 지난해부터 렉싱턴도서관에서 영어과외를 받고 있는데 일흔살의 자원봉사 백인할머니에게 지도를 받고 있다.(즉, 공짜로 지도해주신다) 이 활달한 할머님이 우리 가족을 모두 초대해 주셔서 그 분 남편이신 빌할아버지와 딸 부부 그리고 그 손자 4명을 만났다.
일흔이 넘으신 할아버지께서는 아직도 현역이시다. 평생 보스턴인근의 테크놀로지업계에서 일하셨다는 이 분은 지금도 25명짜리 오일계측기기를 만드는 벤처기업의 CEO시다. 재미있는 점은 이 분이 애플을 무척 싫어하신다는 것. 지난해 사셨다는 HTC EVO를 꺼내서 보여주시며 “안드로이드는 아이폰보다 오픈되어 있는 시스템”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신다. 앱은 무지 많이 깔려있지만 전화기능외에는 거의 이메일과 인터넷브라우징, 카메라기능만 쓰신다고. 4G네트워크인데도 모든 것 다 포함해서 월 사용료가 69불밖에 안한단다.(스프린트, 꽤 괜찮은 딜인듯 싶다) 그리고 아이패드는 애들 장난감일뿐이라고 평가절하하신다. 애플은 “모든 것을 자기들이 통제하려고 해서 싫다”며 2년전에 300불에 산 이머신스 넷북이 끝내준다고 들고 나와서까지 자랑하신다. ㅎㅎ 심지어는 다음달 손자생일에 선물로 주려고 중국출장길에 사왔다는 싸구려 안드로이드타블렛까지 몰래 보여주신다. 그런데 우리가 가져온 아이패드에 손자들이 우르르 달라붙어서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을 가르키며 “그래도 아이패드가 더 인기있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그래서 저건 어차피 토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여전히 평가절하하신다.ㅎㅎ
할머니에게는 작년 추수감사절선물로 킨들을 사드렸는데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너무 잘쓴다. 이젠 킨들버전이 없는 책을 제외하고는 모든 책을 다 킨들로 사서 본다”고 하신다. 심지어는 딸에게도 킨들을 선물해주고 딸과 같은 아마존계정으로 책을 사서 서로 같이 나눠서 본다는 것이다. “책이 어떤 원리로 킨들로 쏙쏙 들어오는지 내가 이해할 길은 없지만 두꺼운 책을 여러권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 너무 편리하다”고 하신다.
이 노부부의 흥미로운 공통점하나는 두 분다 현대차를 가지고 계신다는 것. 할아버지는 산타페를, 오랫동안 엘란트라를 타시던 할머니는 얼마전 신형소나타로 바꿨는데 너무 마음에 든다고 좋아하신다. 현대차는 아주 훌륭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딸 부부는 남편은 평범한 LG폰을, 부인은 Palm Pre를 쓰고 있다. 왜 Palm Pre를 쓰냐고 했더니 폰을 사러갔을때 그것으로 권유받기도 했고 예뻐서 샀다고 했다. 우리는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전화가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애플을 싫어하는 할아버지지만 손자들을 위해서 아이팟터치를 몇개 사두었다고 했다. 3살부터 8살까지의 4명의 손자는 할아버지집에 오면 아이팟터치부터 찾는다고 한다. 다같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패드가 화제가 오르자 3살짜리도 자기도 아이패드를 안다며 대화에 끼여든다. 3살짜리까지 아이패드를 안다니 정말 대단한 애플이다.
아무래도 업이 그렇다보니 미국인들을 만나도 이런 테크놀로지 이야기를 화제로 많이 올리는 편이다. 그러면서 요즘이야말로 정말 빠르게 트랜드가 변해간다는 것을 느낀다. 일흔이 넘은 노부부가 안드로이드스마트폰, 킨들을 만족스럽게 쓰는 시대다. 또 일년, 이년뒤에는 얼마나 변해있을까.
다른 건 다 그냥 고개 끄덕이며 읽었는데, 마지막 테니스 코트를 보면서 확 부러워졌습니다. 제가 테니스를 좋아하는데, 한국에선 골프 붐 이후로 천대받는 스포츠라 코트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서요. 저런 집 만들 수 있는 미국이 정말 부러워요.
김상훈
2011년 3월 26일 at 10:39 pm
네, 뭐 사치가 아니고 Backyard에 어느 정도 공간만 있으면 충분히 만들수있겠더군요. 부부가 자주 운동도 하고 애들이 스케이트보드나 롤러스케이트도 타고 농구도 하고 그런답니다. 저도 부러웠어요 ^^
estima7
2011년 3월 27일 at 5:51 am
잘 읽었습니다. 훈훈하네요.
박종배
2011년 3월 26일 at 11:11 pm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아쉬운 것은 “스마트폰”은 쓸데없는 장난감으로, “전자책”은 그게 과연 진정한 책읽기냐는 비판, “트위터”는 사람들한테 쓸데 없이 개인사는 왜 적냐는 투로 무조건 평가절하하는 한국 중년층이 생각났다는 점이었습니다. 말씀하신 분들은 연세그 많으셔도 생활에 잘 활용하시는데..
마두리
2011년 3월 27일 at 1:18 am
네 제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저렇게 테크놀로지가 생활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
estima7
2011년 3월 27일 at 5:52 am
킨들에서 ebook 공유 힌트를 얻었네요..하하
재밌게 읽었습니다.
김도은
2011년 3월 27일 at 4:37 am
아마 5~6대까지는 공유가 되기 때문에 북클럽에서 킨들을 같이 구입해서 책을 나눠읽는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estima7
2011년 3월 27일 at 5:5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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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27일 at 7:16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