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본 기사 유감
국내 언론사들의 기사를 보면 상당수가 오른쪽 날개부분에 인기기사 리스트를 배치한다. 가만히 보면 즉, “많이 본 기사”다.
그런데 이 리스트는 참 아쉬운 것이 페이지뷰만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정말 야한 제목의 기사가 리스트에 많이 오른다는 점이다. 얼핏 봐도 “성매매”, “성폭행” 같은 말이 들어간 제목이 항상 수위에 오른다. 모두들 잘 아시겠지만 클릭해보면 항상 허탈하다. 내가 기자라면 내가 힘들여 정성들여 쓴 기사는 죄다 제외되고 이런 가쉽성 기사위주로 선택받는 리스트에 열이 받을 것 같다. 결국 기사 내용이야 어떻든 다 제목을 섹시하게 말초적으로 달아야한다는 뜻 아닌가?
맨날 NYT찬양만 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기는 한데 뉴욕타임즈는 오래전부터 다른 방식을 택해왔다. NYT온라인은 Most view보다는 Most E-mailed기준으로 랭킹을 만들어 보여준다.(Video등 Most Viewed를 랭킹기준으로 삼는 부분도 물론 있기는 하다) 즉, 사람들이 충동적으로 클릭을 많이 하는 기사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이메일을 통해 나누는 기사가 더 좋은 기사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랭킹에는 정말 꼭 챙겨봐야할 좋은 기사들이 올라오는 편이다. 정말 참고가 된다. 물론 NYT의 파워가 대단한지라 이 랭킹에 오르기 위해서 장난을 치는 일도 많으리라. Email을 몇번 보내면 이 랭킹에 오를 수 있다더라 하는 블로그포스팅도 본 일이 있다. 그래도 최대한 각종 어뷰즈를 막아 공정하고 독자에게 도움되는 랭킹을 유지하려는 NYT의 의지가 느껴진다.
그런데 얼마전부터는 Recommended for you 라는 랭킹이 같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는 NYT를 로그인한 상태에서 읽기 때문에 내 기사읽기 이력을 알고 있는 NYT가 내가 흥미있어할만한 기사를 찾아서 추천해주는 것이다. 내가 IT기사를 주로 읽는 것을 알고 관련기사를 많이 추천해주는 편이다. 뿐만 아니라 요즘 이스라엘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을 알고 텔아비브발 기사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지난 30일간의 내 기사이력을 파악해 추천해준다고 로직을 설명해주는 페이지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국내 뉴스사이트도 좀 발전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일차원적인 편집을 할 것인가. 알아서 추천기사를 띄워주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싸구려 저질기사는 좀 안보이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온갖 가쉽기사와 저질 광고를 헤쳐나가며 진짜 가치있는 좋은 기사를 찾아내는 작업이 너무 힘들다. 항상 보면 저질기사에 좋은 기사가 매장당하는 구조다. 그러면서 무슨 고급콘텐츠가 미래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하는지…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Update : 오늘자 WSJ지면에 실린 Traffic report. WSJ는 사실 선정적인 기사는 없기 때문에 조회수가 높은 기사에 선정적인 내용이 섞이는 일이 거의 없다. 잘 보면 Most Emailed는 정보성 기사가 많이 포진하고, Most Viewed는 이슈성기사가 랭킹에 올라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두가지가 겹치는 경우도 많다.
정말 동감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자극적인 기사들은 왠만하면 클릭안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문화의 차이인지.. 양심의 차이인지.. 아니면 정말 수준자체의 차이인지..^^
그나저나 영어아티클, 일본어아티클 모두 자유자재로 보시니 부럽습니다.^^
송창렬
2011년 4월 24일 at 10:05 pm
철학이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왜 이 서비스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말이죠. ㅎㅎ 철학이 없다보니 가장 쉬운 Metric은 페이지뷰가 되고, 그러니 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안하고 페이지뷰만 올리게 경주하게 되는 것이죠. (뭐 저도 남 말할 입장은 아닙니다만ㅎㅎ)
estima7
2011년 4월 25일 at 5:40 am
그래서 저는 네이버 이런거 웬만하면 잘 안보려고 합니다.
오히려 트위터나 sns 를 통해서 접하죠~
전창민
2011년 4월 24일 at 10:38 pm
저는 사실 포털보다는 언론사닷컴 홈페이지의 경우를 이야기한 것인데요. ㅎㅎ 트위터덕분에 좋은 글을 휠씬 쉽게 찾게 된 면은 있습니다.
estima7
2011년 4월 25일 at 5:41 am
저도 뉴스는 네이버보다 트위터를 통해서 더 넓고 깊게 얻고 있습니다. 요즘 제목부터 낚시가 너무 심해서, 정말 의제설정과 타이틀이 많은 걸 좌우한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totoro4
2011년 4월 25일 at 7:56 am
한국에서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저변이 이렇게 확대된 만큼 언론사들이 소셜뉴스를 개발해도 될텐데요. 아마 내부적으로는 열심히 고민중이고 실험중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위에 글은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겠지만 겉으로 잘 나타나지 않아서 노파심에서 쓴 것입니다.^^
estima7
2011년 4월 25일 at 8:17 am
덧글은 디폴트가 추천순인데 기사도 그래야 겠죠.
무명
2011년 4월 24일 at 11:41 pm
추천을 가지고 Abuse를 하는 경우도 많아서 간단치는 않습니다. 그래서 사실 알고리듬을 개발하고 갈고 닦는 것인데…
estima7
2011년 4월 25일 at 5:41 am
포털의 특성이 그런가봅니다. 저도 블로그에 글 쓰면서 어느새 노출을 의식해 제목을 변경하는 버릇이 생겼더라구요. 어쨌든 많이 봐줘야 한다는 생각에…이런 우를…
kkolzzi
2011년 4월 25일 at 1:45 am
위에도 썼지만 포털이야기한 것이 아닌데…ㅎㅎ 사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마찬가지라고 다 생각하시는군요.
estima7
2011년 4월 25일 at 5:42 am
국내뉴스에 대한 신뢰가 이렇게 점점 떨어지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결국 낚시를 해서 광고주에게 페이지뷰가 올라가고 있음을 보여줘야 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요즘 언론사 사이트는 찌라시 수준을 넘어서 공해에 가깝다고 느끼고 있을 정도에요. 미디어다음의 경우는 그래도 대부분 안에서 해결되는데 네이버뉴스는 꼬리에 해당언론사 관련뉴스가 나오게 만들어 해당 언론사이트를 가게 만들어놔서 더더욱이요. 희망이 안보입니다.
문군
2011년 4월 25일 at 2:08 am
왜 이런 악순환이 시작됐는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합니다. 모두가 문제지적을 하고 있는데 아무도 고양이목에 방울을 달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말씀대로 희망이 안보입니다. 그렇다고 정부규제를 하라고 할수도 없고.. 이것 참.
estima7
2011년 4월 25일 at 5:43 am
흑! 그래서 우린 ‘가장 적게 본 기사’ ‘읽기를 기다리는 기사’ ‘편집국이 추천하는 기사’ 등을 따로 뒀지요. 근데, 그러니.. 망하더라구요. ㅎㅎ (웃자고 하는 얘기구요 망한 건 당근 무능해서였습니다. ^^)
haawoo
2011년 4월 25일 at 6:08 am
뉴스일을 하시는군요ㅎㅎ 어떤 매체이신지?
estima7
2011년 4월 25일 at 7:57 am
악순환이 아니라 낚시 기사만 읽는 한국인과 한국 사회의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자들도 모두 낚시 기사에만 미쳐있지 진실에는 아무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궁금하시면 최근에 있었던 최철원 선고에 관한 오보에 대한 것만 봐도 됩니다. 오보가 났음에도 그 누구도 관심이 없고, 모 여기자 한분이 오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에 또다시 모두들 낚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낚시 기사에 유명인/지식인/교수/기자/파워블로그할 것 없이 4천만 국민 모두 낚인 최철원 판례 사건 http://asrai21c.tistory.com/513
언제나 그렇듯 최철원 판례 오보 여부에 대한 이야기는 철저한 냄비 근성에 따라 누구도 관심 없는 이슈일 뿐 http://asrai21c.tistory.com/514
즉, 국민들 단 한명도 진실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신문기사라고 사실을 밝히는 데 노력을 할까요?
포탈사이트나 블로그라서 관련이 없을 것 같지만, 기사같은 글을 쓴다는 의미에서는 비슷한 면이 있어서 제가 적은 글을 소개합니다.
그들이 얼마나 낚시에 미쳐있는 지를 잘 알 수 있으니, 관심있으면 참고하길 권합니다.
실사례로 알아보는 진정한 파워블로그 연재 http://asrai21c.tistory.com/377#powerblog
일회성 방문자에 목을 매는 메타 블로그와 블로그들 http://asrai21c.tistory.com/377#bubble_visitor_count
즉, 진실은 외면하고, 모두들 낚시에만 관심이 있는데, 아무리 진실을 까발려본들 누가 관심을 갖겠습니까?
그러니 당연히 많이 본 낚시 기사에만 관심이 있는 겁니다.
Ara
2011년 4월 25일 at 10:26 am
네 말씀하신대로 우리가 먼저 진실에 관심을 갖고 좋은 기사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
estima7
2011년 4월 25일 at 4:34 pm
제가 예전부터 해왔던 생각을 적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미국에 살아서 한국뉴스를 접할 길이 인터넷 밖에 없는데 포털이 아니라 신문 사이트에 가도 첫 화면에 링크된 기사들은 읽을만한 게 없더라구요. 저는 신문을 많이 읽는 편도 아닌데 말이죠. 약간 다른 얘기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또 답답한 건 신문 웹사이트 초기화면에 링크된 왠만한 기사들은 다 짧아서 어떤 큰 사건 터질 때마다 짤막짤막한 기사 읽으면서 이야기 짜맞추느라 정말 답답합니다. 약간 더 장문의, 과거의 배경부터 오늘의 사건, 그리고 그 의미까지 쫘라락 정리한 기사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Kyoung
2011년 4월 25일 at 1:53 pm
네 마침 떠오른 생각을 간단히 적은 것인데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네요ㅎㅎ 말씀하신 부분도 공감합니다. 저도 미국에 있는 입장에서 온라인밖에 볼 수가 없는데 관련기사 연결이 하나도 안되어 있어서 Context를 알수가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기본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데 제대로 되어 있는 곳이 거의 없군요. 언젠가는 나아지길 기대할 뿐입니다.
estima7
2011년 4월 25일 at 4:35 pm
따옴표를 입력하니 댓글에서 내용이 날라가는군요. 에고
========================================================
국내 미디어 사이트에서의 PV중심으로 세팅된 [많이본 뉴스]와 다른 뉴스 서비스들은 기사를 분석하는 알고리즘 시스템의 부재도 있겠지만, 편집국의 다분히 의도적인 목적도 함께 있을 듯 합니다.
국내 미디어의 포털로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광클릭과 기사 어뷰징이 난무하고, 편집국 자체에서 [최다클릭 기사상]이 세팅되는것을 보더라도 편집국 문화가 클릭중심으로 이미 편화되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독자들이 진짜 원하는 기사가 무엇이며, 그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들의 고민과 노력이 아쉽습니다.
제노
2011년 4월 25일 at 8:01 pm
글쎄요. 전 특별히 의도적일거라고 생각은 안하는데요 ^^ 그런데 최다클릭기사상이란게 있나보죠? 하긴 미국에서도 AOL은 내부적으로 그런 비슷한 방침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겠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지길 기대하겠습니다.^^
estima7
2011년 4월 25일 at 9:13 pm
이런 얘기가 나올 때 늘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이는 모든 언론사가 오너 체제인 것과 뗄레야 뗄수 없다고 봅니다. 서비스 잘해봤자 뭐가 필요 있겠습니까? 내부에서 독자보다 우선 순위를 점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독자를 위한 발전보다 오너를 위한 발전입죠. 네. 종편 빗대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듯 합니다.
mistic
2011년 4월 26일 at 9:01 am
그렇게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그 내부에 있어본 제 입장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한겨레나 경향은 오너체제가 아니기도 하고요. 포털도 비슷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니까요.
온라인미디어종사자들이 더 고민을 하고 멀리 내다보고 사이트를 가꿔나가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stima7
2011년 4월 27일 at 9:18 pm
온라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겠네요. ‘추가적인 광고 수익이 나는 공간’정도로 인식하는 것 같아요. 회사 이미지에 되려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네요. 이건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분야 그렇죠. 웹에 대한 이해 자체가 많이 다른 게 사실이니까요.
makeithot
2011년 4월 26일 at 10:47 am
네 온세상이 온라인으로, 디지털로 가고 있는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엄청난 인터넷광고매출이 다 포털로 흘러가 버린 것이죠. 지금이라도 인식전환을 확실하게 해야하는데… 쉽지는 않은 일 같습니다.
estima7
2011년 4월 27일 at 9:20 pm
그들보고 바뀌라고 말하면 이제 늦은것 같습니다. 독자들의 관심이 바꿔야 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자극적인 타이틀과 거의 포르판인 광고사진들. 이제 지긋지긋합니다. 국내 포탈사이트들은 이제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뉴스에서 말하는 것을 비판없이 믿어 버리는 의식도 버려야 할텐데 대부분 그렇지 않으니까… 언론사들은 그런점을 더 이용하는 듯합니다.
rockchild
2011년 5월 7일 at 5:58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