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12월 18th, 2011
블랙베리의 몰락-How the Mighty Fall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인데 블랙베리 RIM의 사례는 MBA수업용 케이스스터디 감으로 딱이다.
(사실 2002년초 버클리에서 MBA과정을 밟던 중에 RIM에 대해서 팀프로젝트를 했던 일이 있다. 당시 흑백 이메일전용디바이스를 내놓던 이 회사에 주목해서 전화도 되는 블랙베리를 내놓고 뜰 것이라고 발표했었는데… 당시엔 ‘스마트폰’이라는 용어조차 없었다.)
요 몇달간 끝없이 추락하는 RIM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짐콜린스의 명저 “How the Mighty Fall”에 나온 잘 나가던 기업이 침몰하는 5가지 단계묘사에 딱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예전 침몰하는 RIM의 내부사정에 대한 WSJ의 흥미로운 기사를 참고로 해서 대충 가볍게 정리해봤다.
Stage 1: Hubris Born of Success 1단계. 성공에 도취된 자만.
세상은 컨슈머위주의 마켓으로 바뀌고 있는데 계속해서 비즈니스시장을 고집. 스프린트같은 이통사조차도 카메라, 빅스크린, 뮤직플레이어 등의 기능을 넣어야하는 것 아니냐고 RIM에 건의했지만 공공시장고객들이 싫어할지도 모른다며 개발을 거부. 마진도 박하고 경쟁도 치열한 컨슈머마켓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함.
Stage 2: Undisciplined Pursuit of More 2단계, 원칙없는 확장.
그러다가 2007년 아이폰 등장. 이 시기 RIM의 두 창업자들은 금전관련한 법적분쟁과 미국의 아이스하키구단인수 등 다른 일에 주의력을 빼앗겼음. 하지만 스마트폰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블랙베리도 같이 순탄하게 같이 성장.
Stage 3: Denial of Risk and Peril 3단계, 위험신호 무시, 긍정적인 데이터를 맹신.
아이폰의 도전에도 “우리는 여전히 잘나간다. 캐쉬가 많다. 펀더멘털은 끄떡없다”라고 큰소리치는 창업자. 미디어가 우리의 잠재력을 몰라준다며 서운해함. 아이폰이 급속히 뜨고 있었지만 블랙베리의 기업시장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고 안드로이드폰도 겨우 기지개를 펴는 시기. 2008년 중반 주가는 최고치를 치면서 80조원가까운 시가총액을 자랑.
Stage 4: Grasping for Salvation 4단계, 구원을 위한 몸부림. 추락을 막기 위한 급진적인 딜이나 변화를 추구하기 시작.
아이폰의 부상과 함께 2009년말 모토로라 드로이드가 등장하면서 안드로이드도 급부상을 시작. RIM은 점점 유저경험의 중요성을 깨닫고 외부인재를 영입, QNX등 인수, 변화를 시도하지만 역부족. 터치스크린제품 등 어중간하면서 초점을 잃은 다양한 모델을 내놓으면서 모멘텀을 잃어감. 특히 블랙베리타블렛을 내놓으면서 타깃층을 비즈니스유저로 할 것인지, 일반 대중으로 할 것인지로 대혼란. 2011년 3월 이메일어플리케이션 등 핵심SW가 준비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플레이북을 발표해 큰 화를 초래함. 내부적인 갈등으로 간부들이 떠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제품이 탄생. 결국 플레이북을 아무도 안삼. 블랙베리의 마켓쉐어 붕괴가 본격적으로 시작.
Stage 5: Capitulation to Irrelevance or Death 5단계. 시장에서 무의미한 존재가 되거나 죽음을 향해 다가감.
새로운 블랙베리 모델발표, 플레이북 발표 등 새로운 시도가 실패, 또는 연기되면서 RIM은 2011년을 최악의 한해로 마감.
- 미국에서의 블랙베리 마켓쉐어는 2009년 49%에서 2011년 10%로 급감(Canalys).
- 대재앙으로 판명난 플레이북으로 RIM은 엄청난 재고를 떠안게 됨. 5백불에 발표한 모델을 결국 2백불까지 디스카운트판매. 하지만 그래도 안팔림. 결국 최근 5천5백억원정도를 관련 손실로 반영.
- 지난 10월 전세계에서 대규모 블랙베리 장애사태가 일어나 고객들이 이메일을 쓸수 없게 됨. RIM의 12년역사에 최대 장애사태로 아이폰4S 발표와 맞물려 열받은 고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감.
- 블랙베리10 OS발표연기. 내년초 발표되어야 할 이 OS가 내년말로 연기됐다고 발표. 즉, 내년말까지 아이폰, 안드로이드, 윈도스폰의 협공을 손가락만 빨며 지켜보아야 할 상황.
- 지난 3분기 순이익은 $265M으로 1년전 같은 분기의 $911M보다 77% 하락.
- RIM은 이번 4분기 블랙베리판매량을 1천1백만대~ 1천2백만대로 낮추어 예상. 이것은 지난해 4분기의 1천4백90만대판매량보다 휠씬 떨어진 것임. Update : 결국 4분기 판매량을 1천1백만대로 발표.
- 올초 CEO로 임명된 Thorsten Heins는 현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 2달전 그는 CEO에 임명되자마자 1성이 RIM의 전략적 방향에 문제는 없으며 큰 변화가 필요없다고 말해 투자자들을 실망시켰음. 이번 그의 태도는 크게 바뀐 것임.
- 공동 CEO이자 이사회임원이기도 한 Jim Balsillie가 사임하고 회사를 완전히 떠난다고 발표. (너무 늦었지만) 그리고 COO와 CTO도 사임을 발표. 회사의 최고경영진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는 중.
- 하지만 매출은 계속 급속히 추락중. 전년 동기 대비 25% 하락. 타블렛 등에서 생긴 손실을 반영하느라 125M 적자를 기록. 전화사업은 아직 약간 흑자라고는 하지만 이 추세가 계속되면 적자가 되는 것은 얼마 남지 않았음.
- CEO Heins는 Consumer마켓에서 회사의 포커스를 Enterprise시장으로 다시 돌리겠다고 이야기. 하지만 모바일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뀐 상황에서 이런 전략수정이 먹힐지는 의문. 회사매각이나 전략적 제휴(라이센싱) 같은 것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 비관적인 뉴스속에서 그나마 CEO가 위기를 천명한 것은 그나마 희망적인 신호라는 해석이 많음. 그래도 과연 RIM의 회생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견해가 우세.
한때 미국스마트폰시장의 절반을 호령하던 블랙베리가 이렇게 급격하게 몰락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두 창업자CEO의 오만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유니클로 야나이회장의 “과거의 성공은 빨리 쓰레기통에 버려라”라는 말을 명심하고, 아이폰이 등장했을때 모든 것을 빨리 바꾸기 위해서 노력했으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어제 베스트바이와 타겟의 모바일코너에 가서 둘러보니 아이폰+안드로이드폰의 협공속에 이제 블랙베리는 존재감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Canalys의 분석에 따르면 2011년 3분기 미국의 블랙베리점유율은 9%까지 떨어졌다고 하는데 내가 느끼기에 4분기에는 거의 5% 수준까지가지 않을까 싶다.
짐 콜린스의 How the mighty fall의 5단계. 즉, 더이상 마켓에서 Relevant하지 않은 “있으나 마나한 제품을 가진 회사”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비록 인도네시아같은 개발도상국시장에서 블랙베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저가형 모델로 인기를 끝고 있는 것일뿐 그 우위가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노키아도 비슷한 처지였다)
과연 누가 RIM을 구할 수 있을까. 월스트리트는 지금 지극히 회의적인데 1년뒤 RIM의 모습을 점쳐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