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들의 회사 블리자드 구경
이달초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갔다가 블리자드 엔지니어 박종천님의 도움으로 블리자드 본사를 견학할 수 있었다. 스타크래프트의 그 블리자드 말이다. Geek, 게임매니아들이 한번 가보기를 꿈꾸는 게임회사다. 그때 찍어둔 사진 몇장을 블로그에 남겨둔다.
회사 복도에서 마주친 그림인데 박종천님은 이렇게 설명을 해줬다. 블리자드는 게임디자이너나 크리에이터가 왕인 회사다. 특히 이런 환상적인 세계를 생각하고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이 높은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웨이 왕이라는 중국인이다. 십여년전 이 사람이 웹에 올린 그림을 블리자드가 발견하고 너무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블리자드는 웨이 왕에게 연락을 해서 중국에서 만났다. 그리고 그에게 “우리 회사로 오라”고 했는데 웨이 왕은 “나는 영어도 못하고 중국을 떠나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처음에는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단념하지 않고 그에게 전담 통역까지 붙여주는 조건으로 결국 본사로 데리고 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는 블리자드를 대표하는 크리에이터가 됐다.
11년간 블리자드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박종천님도 처음에는 영어가 안되서 좌절했다. 그래서 매니저에게 “영어가 안되서 괴롭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매니저는 “괜찮다. 영어 잘하는 사람을 쓰려면 길거리에서 거지를 데려다 쓰지 왜 널 데리고 왔겠냐”고 격려했다.
회사입구에는 이렇게 오래 근속한 직원들의 이름을 써놓고 축하한다. 오른쪽 아래 Wei Wang의 이름도 있다.
20년 근속상인 투구. 5년단위로 칼, 방패, 반지, 마스크 등을 기념으로 받는다.
회사 중심광장에는 거대한 오크동상이 있다. 회사 곳곳에 이런 것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이 오크동상을 둘러싸고 블리자드의 미션스테이트먼트와 8대 핵심가치가 적혀있다.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오크동상을 정가운데 놓고 이렇게 8방향으로 코어밸류를 새겨놓았다.
미션스테이트먼트
Dedicated to creating the most epic entertainment experiences…ever.
- 8가지 코어밸류
gameplay first 흥미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이 최고로 중요하다.
commit to quality 게임의 품질이 중요하다.
play nice; play fair 고객, 동료, 비즈니스파트너에게 친절하게 공정하게 대하라.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에서나 모두.
embrace your inner geek 당신의 안에 내재되어 있는 덕심을 걱정말고 꺼내서 즐겨라
every voice matters 훌륭한 아이디어는 어디서든 나올 수 있다.
think globally 글로벌을 생각하고 게임을 만들라.
lead responsibly 우리는 세계의 게임업계를 이끄는 리딩게임회사다. 자부심을 가지고 프로페셔널하게 일하자.
learn and grow 배우며 성장한다.
http://us.blizzard.com/en-us/company/about/mission.html
이렇게 회사의 핵심가치를 정해두고 회사 곳곳에 잘 보이도록 붙여두었다.
이렇게 하니 직원들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내가 하려는 일이 회사의 방향과 가치에 부합하는지 한번 생각해보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근면성실, 정직, 주인의식, 품질제일 같은 추상적인 사훈보다는 이렇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을까 싶었다. 특히 embrace your inner geek라는 핵심가치 덕분에 마음놓고 덕질을 할 수 있어서 좋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여간 이런 멋진 캐릭터들이 회사곳곳에 장식되어 있는 블리자드는 오덕들의 회사임에는 틀림없다.
내부 직원이 추천한 사람이 채용되었을 경우 주는 ‘블리자드 헤드헌터’세트.
한국 블리자드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입니다. 정욱님 오래 팔로우했는데, 이 글을 이제서야 접했네요. 반가운 마음에 인사 남기고 갑니다. 🙂
류류
2018년 3월 19일 at 2:02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