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EstimaStory.com

Thoughts on Internet

Archive for 10월 2012

애플을 떠나는 스캇 포스톨을 보며 든 생각

with 19 comments

한때 애플의 차기 CEO후보로 거론되던 스캇 포스톨이 갑자기 물러나는 모습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전설적인 CEO를 계승해 리더쉽을 확립중인 팀 쿡 CEO에게는 자존심이 강한 포스톨이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인사이드애플’과 각종 언론보도에 묘사된 포스톨은 천재적이긴 하지만 강한 정치적 야심으로 주위와 충돌을 일삼는 인물로 그려져 있다. 특히 NYT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애플맵스캔들 당시에도 애플맵의 문제가 과장되었다며 회사의 공식적 사과에 사인하지 않겠다고 버틴 것이 이번 인사의 주요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그가 자의에 의해 물러난 것이 아니고 해고(Fired)됐다고 표현했다. 또 파워블로거 존 그루버는 그렇기 때문에 팀 쿡이 내보낸 보도자료 어디에도 스캇 포스톨의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서 고마와한다는 표현(Thank you)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나는 특히 애플맵이 이렇게 문제가 많은 상태에서 출시가 됐음에도 지난 애플키노트에서 포스톨이 애플맵을 ‘the most beautiful, powerful mapping service ever.’이라고 표현했다는 것을 주목한다. 불완전한 제품을 이런 식으로 내놓는 것은 잡스치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사과까지 거부했다면 그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리고 NYT는 포스톨과 조니 아이브가 같은 미팅룸에 앉는 것을 거부할 정도로 사이가 틀어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포스톨의 해고를 두고 내부에서 나왔다는 이런 표현이 재미있다.

“This was better than the Giants winning the World Series,” he said. “People are really excited.” (이건 샌프란시스코자이언츠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것보다 더 좋은 일이다. 사람들은 정말 흥분하고 있다.)

나도 이런 비슷한 경향의 친구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 팀 쿡의 입장이 이해가 간다.

예전에 있던 회사에 실적은 뛰어난데 리더쉽에 큰 문제가 있는 간부가 있었다. 대략 이런 문제였다.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한다. 자기편 아니면 다 적이다.
-회의석상에서 항상 자신에게 유리한 굿뉴스만 이야기한다. 어렵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결과 회사의 문제점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어려워진다.
-자신이 다 알고 있는 양 청산유수로 이야기한다. 다른 동료를 약간 깔보듯이 말한다. 자기가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동료들의 자신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을 자신에 대한 시기로 해석한다.
-자신의 부서를 일종의 섬으로 만든다. 사일로다. 자신의 부하들이 다른 팀과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도록 한다. 반면 팀내에서는 다른 팀에게서 자신의 부하들을 지키고 보호해주는 자애로운 보스의 이미지를 만든다.

-부하들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잘 트레이닝을 시켜주지도 않는다. 정보는 자신이 독점한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즉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

이 친구가 회사에 끼친 공로도 컸기에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고자 노력했다. 일부러 술을 마시면서 직설적으로 그 친구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고쳐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 친구 한 사람 때문에 제대로 회의를 진행하기가 힘들었다. 서로 불신이 싹텄다. 그 친구와는 같이 미팅을 하지 않겠다는 다른 간부조차 나왔다.

결국 해고할 수 밖에 없었다. 스캇 포스톨의 Out을 보면서 그 친구와 겪었던 일이 오버랩됐다.

그 친구를 해고하고 회사 전체에 보낸 메일에서 그 친구에 대한 Thank you가 빠져있었다. 해고시 그런 단어를 넣으면 안된다는 조언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오래 고생한 사람에게 미안했지만 그것이 미국식 해고방법인 것 같았다.

오늘 애플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간의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변화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그렇다. Collaboration이다.

Update : 어제 썼던 내용에서 팀 쿡이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 포스톨에 대한 Thank you가 빠져있다고 했는데 내 착오였다. 이메일이 아니고 보도자료였다. 존 그루버의 글을 읽고 깨닫게 되었는데 쓰면서 착각해서 이메일이라고 했다. @philkooyoon님의 제보에 따르면 오늘 팀쿡이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포스톨에게 Thank you 메시지를 넣었다.

Written by estima7

2012년 10월 30일 at 12:57 오전

경영에 게시됨

Tagged with , ,

서피스 타블렛 인상기

with 15 comments

오늘 잠시 짬을 내 집근처 쇼핑몰의 마이크로소프트스토어에 다녀왔다. 새로 등장한 MS의 타블렛, 서피스(Surface)를 실제로 보고 싶어서였다.

첫인상은 ‘그닥~’이다. 타블렛컴퓨터를 처음 접해봤다면 엄청 신기해하고 감탄했겠지만 이미 아이패드에 익숙할대로 익숙해져버린 뒤라 그런지 모르겠다. 타블렛을 딱 세울 수 있는 ‘킥보드’와 터치키보드가 들어있는 ‘터치커버’는 좀 신기했지만 사용성이 그다지 뛰어나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일단 기기자체는 단단하고 견고해보인다. 그리고 묵직하다. 아이패드보다 더 크고 묵직하게 느껴졌다. 견고해보이기는 한다.

스크린은 밝고 색상도 괜찮았지만 인터넷을 서핑할때 보이는 글자의 해상도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글을 볼때 픽셀이 나타나 보였다. 264PPI의 아이패드 레티나디스플레이에 익숙해져버린 내게 서피스의 148PPI는 눈에 거슬렸다.

인터넷브라우징을 해보니 인터넷익스플로러가 떠오르고, MS오피스 등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마치 윈도우OS를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랄까 속은 윈도OS인데 겉에 보이는 포장인터페이스를 타일형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랄까?

앱을 쓰다가 어떻게 다시 스타트화면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앱으로 넘어갈 수 있는지 몰라서 한참 헤메다가 결국 종업원에게 물어봤다. 아이패드처럼 하드웨어적인 홈버튼이 없기 때문에 설명을 듣지 않고는 도저히 알수가 없었다. 알고 보니 오른쪽 베젤 가장가리에서 안쪽으로 스와이프하면 홈버튼 메뉴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한번 익숙해지면 될지 모르지만 처음 쓰는 사람은 정말 쉽게 찾기 어려운 방법이다.

한글 등 다른 언어사용은 어떨까 싶었는데 별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 세팅화면에 들어가보니 윈도처럼 세계각국어의 Input system을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다시 속살은 윈도라는 느낌을 받았다.

터치커버로 타이핑을 하는 것은 신선했지만 그렇다고 일반 키보드보다 더 빠르고 편하게 칠 수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트랙패드 같은 것도 있어서 사용을 하다보니 스크린을 터치할 일이 없어 마치 PC랩탑을 쓰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잠깐 들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일반 랩탑을 쓰는 것보다는 불편했다. 그래서 화면을 터치하면서 써보려고 했는데 그것도 역시 묘하게 불편했다. 인터넷익스플로러를 열어놓고 화면을 터치하는 느낌은 뭐랄까 옛날 윈도우스 타블렛버전OS를 쓰는 느낌이랄까. 뭔가 부자연스럽다.

확실히 iOS나 안드로이드와 비교해서 차별화가 된 타일인터페이스의 포토앱, 메일앱, 지도앱 등은 신선하기는 했지만 딱히 경쟁사와 비교해서 낫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오히려 앱의 부족으로 인해 MS의 디폴트앱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점이 안습이었다.

32기가 메모리 서피스의 가격은 499불. 터치커버를 포함해서는 599불이다. 경쟁제품인 아이패드(16기가 499불)와 비슷한 가격이며 아이패드미니, 넥서스7, 킨들파이어 등 2백~3백불대 저가형 타블렛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어떻게 경쟁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MS의 회심의 역작이라고 해서 긍정적으로 보려고 했으나 아무리 봐도 현재의 모습으로는 성공은 쉽지 않을 듯 싶다. 윈도우스폰도 그랬지만 너무 늦었다. 이미 시장은 iOS, 안드로이드로 양분되어 저가형 모델까지 쏟아져나오는 판국에 너무 늦게 뛰어들었다.

내가 아이폰, 아이패드에 너무 익숙해져서 서피스에 편견을 가지고 본 것이 아닌가 생각해봤지만 아직은 소프트웨어가 너무 설익은 듯 싶다. 갈 길이 멀다. MS.

Written by estima7

2012년 10월 29일 at 11:21 오후

월드시리즈 참관체험

with 5 comments

어제 아는 벤처캐피탈리스트에게서 메일을 받았다. 저번에 한번 보자고 했는데 못만나서 시간을 잡자는 것이다. 난 오늘도 좋고 내일 오후도 마침 시간이 된다고 답을 했다. 그러자 뜻하지 않은 이메일답장이 왔다. 혹시 시간이 되면 내일 월드시리즈 경기 2차전표가 있는데 오라는 것이다. 그러면 자기네 포트폴리오회사 사람들도 소개해주겠다는 것이다.

솔직히 요즘 야구는 열심히 팔로하지 않는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열광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월드시리즈를 내 눈으로 AT&T파크에서 볼 수 있다니 이게 웬 떡인가 싶어 얼른 간다고 답장했다.

오후 5시의 AT&T파크 입구.

이야기를 들은대로 티켓오피스에서 미리 내 이름으로 맡겨져있는 티켓을 받아서 스위트룸 로비로 올라갔다. 가격은 후덜덜한 350불. 사실 지금은 외야의 스탠딩석도 5백불정도에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스위트룸 로비의 모습. 관람석이 딸린 작은 방이 수십개가 있고 각 방마다 기업스폰서가 있다. 기업들은 각 방마다 20명까지 손님을 초대할 수 있다고 한다.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가보니 AT&T파크는 정말 아름다운 구장이었다. 외야석 밖으로 시원하게 보이는 베이와 요트들이 눈을 시원하게 해줬다.

스위트에서는 타코와 와인, 맥주, 피자 등을 서브해줬다. 사람들은 먹을만큼 음식을 집어다가 경기를 보면서 조금씩 먹는 편이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도 많았다.

나도 타코와 와인을 즐기며 경기관람. AT&T파크 아니랄까봐 AT&T wifi가 빵빵하게 잡히는 경기장.

그리고 나를 초청해준 고마운 Artiman Ventures의 톰과 아킬. SF 자이언츠의 홈게임이 일년에 80번있는데 그중 40번의 경기를 이 스위트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계약했다고 한다. 2006년부터 이렇게 하고 있는데 2010년에도 월드시리즈우승하고 올해도 결승에 진출해 훌륭한 투자였다고 흐뭇해하는중.

이처럼 방마다 그 스위트룸의 스폰서인 기업의 이름이 크게 써있다. 이 방을 나눠서 쓰고 있는 회사는 또 다른 벤처캐피털펌인 Accel. 페이스북에 투자해서 유명해진 회사다.

경기중간중간에 사람 소개도 받고 비즈니스이야기도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여기서 가볍게 인사를 해놓고 나중에 정식미팅을 갖는 것도 괜찮아보였다.

경기를 보면서 공수교대때마다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강남스타일이 나온다면 딱 어울릴텐데”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강남스타일이 경기장에 울려퍼지는 것이었다! 거의 3분정도 전광판에 뮤직비디오까지 해서 흥겹게 울려퍼지고 사람들은 말춤을 추고 꽤 즐거운 분위기였다. 난 싸이가 혹시 경기장에 와서 이렇게까지 오래 강남스타일을 트는 것인가 생각했을 정도였다.ㅎㅎ

잘 찍은 동영상은 아니지만 우리 옆 스위트에 있는 아이들과 아줌마가 특히 열심히 말춤을 췄다.

어쨌든 월드시리즈 2차전도 SF자이언츠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 2-0으로 낙승. 기분좋게 경기도 즐길 수 있었다. 색다른 문화체험 한번 했다.

Written by estima7

2012년 10월 25일 at 11:39 오후

미국 대선 토론을 보고 놀란 세 가지

with 6 comments

지난 2주 사이 미국에서는 두차례의 대선 TV토론이 있었다.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와 그에 도전하는 공화당 후보 롬니의 1차 토론과 부통령인 조 바이든과 도전자 폴 라이언의 토론이 그것이다. 첫번째 토론에서 롬니의 예상외 승리로 오바마의 우세에서 전세가 다시 박빙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 대선 TV토론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나는 미국의 대선 토론을 보며 세가지 점에서 놀랐다.

첫째, 국민과 언론의 높은 관심이다. 1차 토론회가 열리기 훨씬 전부터 언론은 지난 대선 토론의 중요 장면들을 보여주며 분위기를 띄웠다. 양쪽 진영이 토론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토론회의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는지를 보도하며 국민들의 관심을 환기했다. 대선 TV토론 자체는 <에이비시>(ABC), <엔비시>(NBC) 등 메이저 채널을 비롯해 <폭스>, <시엔엔>(CNN) 등 케이블 채널까지 무려 11개 TV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그 결과 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6700만명이 넘는 미국인이 집에서 TV로 1차 대선 토론을 시청해 대선 TV토론 역사상 32년 만에 최고의 시청률이 나왔다. 모든 채널의 프로그램을 통틀어 올 2월 열렸던 미식축구대회결승전인 수퍼볼 다음으로 시청율이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바에서 스포츠경기를 관전하듯 토론중계를 보는 미국인들.(NYT사진)

마치 스포츠 경기를 관전하듯 삼삼오오 바에 모여 한잔씩 하며 토론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1차 대선토론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관련트윗이 발생했는지를 분석한 그래프(출처:트위터)

둘째는 소셜미디어의 가공할 영향력이다. 1차 대선 토론이 벌어진 90분 동안 토론과 관련해 1000만개가 넘는 트위터 메시지가 쏟아졌다. 유력정치인부터 일반국민에 이르기까지 토론을 지켜보며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쏟아낸 것이다. 이는 1분당 평균 11만개의 메시지가 쏟아진 것이며, 주목을 끄는 발언이 나올 때면 분당 15만개까지 메시지 수가 늘어나기도 했다. 사람들은 토론을 시청하며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자신과 연결된 사람들과 즉각 의견을 나눴다. 나도 미국인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트위터와 스마트폰이 막 성장하기 시작한 4년 전의 대선에서 조금씩 나타나던 현상이 이젠 일반대중에게까지 확산된 것이다. 그 결과 한밤중에 열리는 토론회의 승패를 다음날 아침 조간을 받아보기도 전에 트위터를 통해 즉각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NYT홈페이지 캡처. 위에 동영상을 보여주며 아래에는 자동으로 스크롤되는 토론내용 대본과 함께 오른쪽에 Fact check글을 연결해놓았다.

셋째는 팩트체크, 즉 사실확인에 대한 언론의 노력이다. 미국 언론들은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발언을 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뉴욕 타임스>는 토론회 직전까지 20명의 기자를 투입해 76개의 팩트체킹 보고서를 미리 작성해 놓았다. 즉, 감세정책, 실업률, 재정적자 등에 대해 예상되는 토론과 관련 수치를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실시간으로 블로그를 통해 후보의 발언이 정확한지를 검증·해설했다. 그리고 토론이 끝난 뒤 90분간의 토론 전체 대본과 동영상을 누리집(홈페이지)에 올리고 검증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해설기사를 조목조목 게시했다. 이런 현미경 같은 검증공세 속에서 후보자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토론을 하기 위해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모습을 보며 동문서답에다 모호한 답을 해도 대충 넘어가며 제대로 된 토론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던 우리의 지난 대선 TV토론이 떠올랐다. 미국처럼 여론의 엄청난 관심이 집중되고 제대로 준비가 된 티브이토론회가 열린다면 우리의 대선 후보들도 더욱 열심히 준비하고 진지한 자세로 임하지 않을까?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리더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후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대선 토론에 아무리 큰 관심을 기울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온 국민이 면접관이 돼서 월드컵을 시청하듯 열심히 대선 토론을 지켜보고 함께 토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10월16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렸던 칼럼입니다.)

Written by estima7

2012년 10월 16일 at 8:26 오전

@barry_lee님의 명복을 빕니다

with 14 comments

처음엔 위 트윗이 장난인줄 알았다. 트위터에서 얼마전까지 생생하게 살아숨쉬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니.

지난해 언제였던가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갔다가 연락이 닿아서 배리님과 아침식사를 같이 한 일이 있다. 워낙 열정적으로 트윗을 하시는 분이라 어떤 분인가 궁금하기도 했다.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어라. 이 분 혹시… 그렇다. 내가 16년전에 인터뷰를 해서 기사로 소개했던 분이었다.

배리님도 내가 조선일보기자였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이 생전처음 신문에 소개되었던 인터뷰기사를 떠올렸다고 한다. 우리는 서로 트위터가 맺어준 이 기막힌 인연에 대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사실은 나는 96년에 기사를 쓰면서 배리님(이진행씨)를 만나지 못했다. 마감에 몰려 바쁘게 쓴 기사라 전화인터뷰만 해서 낸 기사였다. 그후 실제로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결국 만나지 못했었다. 그랬던 두 사람이 16년만에 캘리포니아에서 조우한 것이다. 우리는 나이도 같았다.

황망한 그의 부고를 접하고 나는 96년 6월28일에 실렸던 그의 기사인터뷰기사를 찾아보았다.

나는 그가 유망 벤처기업에서 유망신종직업인 웹마스터를 맡아서 잘 나가고 있을 줄 알았다. (기사를 쓰면서 그를 부러워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렇지 못했다. 메디슨도 부침을 거듭했고, 집안형편이 어려워져서 갑자기 LA로 원하지 않던 이민을 왔어야 했다. 그리고 오랜 고생끝에 이제 소프트웨어엔지니어로서 자리잡고 겨우 안정을 찾은 것 같았다.

미국 생활에 안정을 찾고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열정을 뿜어내고 있는 그의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허망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그리고 가족들도 아픔에서 빨리 벗어나고 안정을 찾기를 바랍니다. Rest In Peace.

Written by estima7

2012년 10월 15일 at 11:42 오후

짧은 생각 길게 쓰기에 게시됨

Tagged with ,

흥미로운 미국의 대선후보 TV토론회

with 10 comments

미국 대통령선거의 첫번째 TV대선토론이 10월3일 이틀앞으로 다가왔다. 미국언론들은 연일 이 대선후보 토론에 대한 뉴스를 내보낸다. 오바마와 롬니가 얼마나 열심히 이 토론회를 준비해 맹연습을 하고 있는지가 나온다. 이 대선후보 토론은 TV로 중계되며 미국유권자의 절반이 시청한다고 한다. 이번에는 유튜브로 생중계까지 한다.

나는 작년에 공화당 대선후보토론회를 보면서 좀 놀랐다. 내 기억으로 거의 10번 가까이 TV토론회가 열렸다. 그렇게 많이 열렸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때마다 각 후보들은 각 정책별로 언론인들과 경쟁자들의 아주 날카로운 질문을 받고 진땀을 뻘뻘 흘려야했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전국적으로 큰 웃음거리가 되고 결국 레이스에서 밀려나야했다. 처음에 화려하게 등장했으나 정부부처 이름 몇개를 갑자기 기억해내지 못해 망신당하고 결국 후보에서 사퇴한 텍사스주지사 릭 페리가 대표적인 예다.

또 TV뉴스에서 본 한 미국 중부에 사는 파파할머니가 “XX는 debate를 잘하지 못해서 능력이 없는 것 같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많은 미국인들은 토론능력을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듯 싶다. 항상 자신의 생각, 의견을 말하도록 훈련받은 미국식 교육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대선후보 TV토론은 미국대선레이스의 큰 분수령이다. 다음은 내가 인상적으로 본 몇개의 대선토론장면이다.

1960년의 케네디 vs. 닉슨의 TV토론은 TV정치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이벤트였다. 웬지 지쳐보이고 불안해보이는 얼굴표정에 앉은 다리 자세도 묘하게 어긋난 닉슨에 비해 더 젊어보이고 안정된 표정의 존 케네디의 모습. 미국의 TV시청자들은 이 모습에서 젊은 대통령후보 케네디에게 신뢰감을 느끼고 표를 던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닉슨은 TV출연을 위한 화장도 거부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라디오로 이 토론을 들은 사람들은 닉슨이 우세했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역사적인 TV토론은 TV가 정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미디어가 됐다는 신호탄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후 대통령들은 TV토론을 기피하다가 76년 지미 카터 vs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TV토론을 시작으로 다시 TV토론이 미국정치에 있어서 필수요소가 되었다.

1992년의 조지 부시 현역 대통령과 도전자인 빌 클린턴의 TV토론이다. (가운데 앉은 사람은 로스 페로후보) 여기서 한 흑인여성이 질문을 던진다. “미국의 National Debt가 당신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것이었다. 부시대통령은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좀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젊고 잘 생긴 클린턴후보는 뚜벅뚜벅 질문자 앞으로 걸어나선다. 그리고 “나는 작은 주의 주지사로서 12년간 일했다. 그리고 지난 4년간 실제로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가까이서 지켜보았다”라고 하면서 호소력있게 또박또박 이야기한다.

미국민들은 바로 이 장면에서 아주 강한 인상을 받았다. 노쇠해 보이고 동문서답을 하는 현직대통령에 반해 젊고 똑똑하고 매력적인 민주당후보가 더욱 잘 국민의 아픔을 이해하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리고 이 토론이 클린턴의 승리를 결정짓는 defining moment가 되었다. 4분동안의 두 후보의 말하는 모습과 행동, 얼굴표정 등을 주의깊게 지켜보면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부시대통령은 멍한 표정도 그렇지만 토론중에 시계를 보는 모습이 비춰지면서 큰 감점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내가 흥미롭게 본 대선토론은 84년의 레이건 vs 먼데일 토론이다. 당시 73세의 고령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레이건대통령에 대해서 많은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대선토론진행자가 “극심한 스트레스속에서도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며 나이문제에 대해서 질문했다. 그러자 레이건은 “”I will not make age an issue in this campaign.  I’m not going to exploit for political purposes my opponents youth and inexperience.”(나는 이번 대선에서 나이를 문제삼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내 상대의 젊음과 짧은 경험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조크했다. 순간 상대후보인 먼데일을 포함해서 폭소가 터지며 그 이후 더이상 나이문제가 대두되지 않았다고 한다. 나중에 먼데일후보는 “그때 이미 내가 졌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번 수요일, 연설과 토론의 달인인 오바마가 낙승을 거둘 수 있을지, 아니면 롬니가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고 역전승을 거둘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싶다. 한국의 대선후보 TV토론은 과연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지도 궁금하다.

Written by estima7

2012년 10월 1일 at 10:52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