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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토론을 보고 놀란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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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 사이 미국에서는 두차례의 대선 TV토론이 있었다.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와 그에 도전하는 공화당 후보 롬니의 1차 토론과 부통령인 조 바이든과 도전자 폴 라이언의 토론이 그것이다. 첫번째 토론에서 롬니의 예상외 승리로 오바마의 우세에서 전세가 다시 박빙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 대선 TV토론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나는 미국의 대선 토론을 보며 세가지 점에서 놀랐다.

첫째, 국민과 언론의 높은 관심이다. 1차 토론회가 열리기 훨씬 전부터 언론은 지난 대선 토론의 중요 장면들을 보여주며 분위기를 띄웠다. 양쪽 진영이 토론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토론회의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는지를 보도하며 국민들의 관심을 환기했다. 대선 TV토론 자체는 <에이비시>(ABC), <엔비시>(NBC) 등 메이저 채널을 비롯해 <폭스>, <시엔엔>(CNN) 등 케이블 채널까지 무려 11개 TV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그 결과 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6700만명이 넘는 미국인이 집에서 TV로 1차 대선 토론을 시청해 대선 TV토론 역사상 32년 만에 최고의 시청률이 나왔다. 모든 채널의 프로그램을 통틀어 올 2월 열렸던 미식축구대회결승전인 수퍼볼 다음으로 시청율이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바에서 스포츠경기를 관전하듯 토론중계를 보는 미국인들.(NYT사진)

마치 스포츠 경기를 관전하듯 삼삼오오 바에 모여 한잔씩 하며 토론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1차 대선토론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관련트윗이 발생했는지를 분석한 그래프(출처:트위터)

둘째는 소셜미디어의 가공할 영향력이다. 1차 대선 토론이 벌어진 90분 동안 토론과 관련해 1000만개가 넘는 트위터 메시지가 쏟아졌다. 유력정치인부터 일반국민에 이르기까지 토론을 지켜보며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쏟아낸 것이다. 이는 1분당 평균 11만개의 메시지가 쏟아진 것이며, 주목을 끄는 발언이 나올 때면 분당 15만개까지 메시지 수가 늘어나기도 했다. 사람들은 토론을 시청하며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자신과 연결된 사람들과 즉각 의견을 나눴다. 나도 미국인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트위터와 스마트폰이 막 성장하기 시작한 4년 전의 대선에서 조금씩 나타나던 현상이 이젠 일반대중에게까지 확산된 것이다. 그 결과 한밤중에 열리는 토론회의 승패를 다음날 아침 조간을 받아보기도 전에 트위터를 통해 즉각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NYT홈페이지 캡처. 위에 동영상을 보여주며 아래에는 자동으로 스크롤되는 토론내용 대본과 함께 오른쪽에 Fact check글을 연결해놓았다.

셋째는 팩트체크, 즉 사실확인에 대한 언론의 노력이다. 미국 언론들은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발언을 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뉴욕 타임스>는 토론회 직전까지 20명의 기자를 투입해 76개의 팩트체킹 보고서를 미리 작성해 놓았다. 즉, 감세정책, 실업률, 재정적자 등에 대해 예상되는 토론과 관련 수치를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실시간으로 블로그를 통해 후보의 발언이 정확한지를 검증·해설했다. 그리고 토론이 끝난 뒤 90분간의 토론 전체 대본과 동영상을 누리집(홈페이지)에 올리고 검증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해설기사를 조목조목 게시했다. 이런 현미경 같은 검증공세 속에서 후보자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토론을 하기 위해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모습을 보며 동문서답에다 모호한 답을 해도 대충 넘어가며 제대로 된 토론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던 우리의 지난 대선 TV토론이 떠올랐다. 미국처럼 여론의 엄청난 관심이 집중되고 제대로 준비가 된 티브이토론회가 열린다면 우리의 대선 후보들도 더욱 열심히 준비하고 진지한 자세로 임하지 않을까?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리더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후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대선 토론에 아무리 큰 관심을 기울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온 국민이 면접관이 돼서 월드컵을 시청하듯 열심히 대선 토론을 지켜보고 함께 토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10월16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렸던 칼럼입니다.)

Written by estima7

2012년 10월 16일 , 시간: 8:26 am

6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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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올해도 ‘잘하겠습니다.’, ‘잘해야겠지요.’ 라는 말로 일관할 몇몇 후보들을 생각하면, 안타깝습니다ㅏ.

    n

    2012년 10월 16일 at 1:11 pm

    • 노무현 전대통령 때는 토론자체에 진정성이 있어서 즐겨 봤고, 대통령 연설도 꼭 찾아서 봤죠. 진심으로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말하면 누구나 집중할거라 봅니다.

      다른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그냥 미사어구만 늘어 놓던지 남이 써준대로 읽기만 하거나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는게 정말 꼴보기 싫게 만들더군요.

      오바마의 토론실력(진정성)에 사람들이 보고싶도록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부시였다면 토론이나 연설을 미국인도 그닥 좋아하진 않았을거라 봅니다.

      hodragon

      2012년 10월 16일 at 4:49 pm

  2. 대한민국도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제대로 된 토론이 없는게 상당히 아쉽네요.
    개인적으로 이런 시사토론 재밌게 보는데, 대선후보랑 관계없는 평론가 분들의 토론이 대다수라서 그런지 무게감도 떨어지고, 기간이 임박함에도 관심도 점점 멀어져가는게 체감되네요.
    뉴스로 단편적인 모습아니면 접할일이 거의없어서 그들의 대한 정보도 부족해서 찾아봐야하는데
    미국은 역시 다르군요.
    대선에 임하는 국민들의 수준이나 대선후보들의 준비 모두 우리가 배워야할 대상인거 같습니다.

    Jihoon Kong

    2012년 10월 16일 at 5:36 pm

  3. 좋은글 잘봤습니다.^^
    @obs_cura

    @obs_cura

    2012년 10월 16일 at 5:48 pm

    • nyt 대단하네요;;
      뉴스룸이 dream 이 아니라니..와우

      astraea

      2012년 10월 17일 at 3:59 am

  4. Reblogged this on happy7star and commented:
    우리나라의 대선도 성큼 다가오니 미국의 대선후보토론에 흥미가 생긴다.

    happy7star

    2012년 10월 24일 at 7:4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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