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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미국의 대선후보 TV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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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선거의 첫번째 TV대선토론이 10월3일 이틀앞으로 다가왔다. 미국언론들은 연일 이 대선후보 토론에 대한 뉴스를 내보낸다. 오바마와 롬니가 얼마나 열심히 이 토론회를 준비해 맹연습을 하고 있는지가 나온다. 이 대선후보 토론은 TV로 중계되며 미국유권자의 절반이 시청한다고 한다. 이번에는 유튜브로 생중계까지 한다.

나는 작년에 공화당 대선후보토론회를 보면서 좀 놀랐다. 내 기억으로 거의 10번 가까이 TV토론회가 열렸다. 그렇게 많이 열렸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때마다 각 후보들은 각 정책별로 언론인들과 경쟁자들의 아주 날카로운 질문을 받고 진땀을 뻘뻘 흘려야했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전국적으로 큰 웃음거리가 되고 결국 레이스에서 밀려나야했다. 처음에 화려하게 등장했으나 정부부처 이름 몇개를 갑자기 기억해내지 못해 망신당하고 결국 후보에서 사퇴한 텍사스주지사 릭 페리가 대표적인 예다.

또 TV뉴스에서 본 한 미국 중부에 사는 파파할머니가 “XX는 debate를 잘하지 못해서 능력이 없는 것 같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많은 미국인들은 토론능력을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듯 싶다. 항상 자신의 생각, 의견을 말하도록 훈련받은 미국식 교육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대선후보 TV토론은 미국대선레이스의 큰 분수령이다. 다음은 내가 인상적으로 본 몇개의 대선토론장면이다.

1960년의 케네디 vs. 닉슨의 TV토론은 TV정치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이벤트였다. 웬지 지쳐보이고 불안해보이는 얼굴표정에 앉은 다리 자세도 묘하게 어긋난 닉슨에 비해 더 젊어보이고 안정된 표정의 존 케네디의 모습. 미국의 TV시청자들은 이 모습에서 젊은 대통령후보 케네디에게 신뢰감을 느끼고 표를 던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닉슨은 TV출연을 위한 화장도 거부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라디오로 이 토론을 들은 사람들은 닉슨이 우세했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역사적인 TV토론은 TV가 정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미디어가 됐다는 신호탄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후 대통령들은 TV토론을 기피하다가 76년 지미 카터 vs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TV토론을 시작으로 다시 TV토론이 미국정치에 있어서 필수요소가 되었다.

1992년의 조지 부시 현역 대통령과 도전자인 빌 클린턴의 TV토론이다. (가운데 앉은 사람은 로스 페로후보) 여기서 한 흑인여성이 질문을 던진다. “미국의 National Debt가 당신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것이었다. 부시대통령은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좀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젊고 잘 생긴 클린턴후보는 뚜벅뚜벅 질문자 앞으로 걸어나선다. 그리고 “나는 작은 주의 주지사로서 12년간 일했다. 그리고 지난 4년간 실제로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가까이서 지켜보았다”라고 하면서 호소력있게 또박또박 이야기한다.

미국민들은 바로 이 장면에서 아주 강한 인상을 받았다. 노쇠해 보이고 동문서답을 하는 현직대통령에 반해 젊고 똑똑하고 매력적인 민주당후보가 더욱 잘 국민의 아픔을 이해하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리고 이 토론이 클린턴의 승리를 결정짓는 defining moment가 되었다. 4분동안의 두 후보의 말하는 모습과 행동, 얼굴표정 등을 주의깊게 지켜보면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부시대통령은 멍한 표정도 그렇지만 토론중에 시계를 보는 모습이 비춰지면서 큰 감점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내가 흥미롭게 본 대선토론은 84년의 레이건 vs 먼데일 토론이다. 당시 73세의 고령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레이건대통령에 대해서 많은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대선토론진행자가 “극심한 스트레스속에서도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며 나이문제에 대해서 질문했다. 그러자 레이건은 “”I will not make age an issue in this campaign.  I’m not going to exploit for political purposes my opponents youth and inexperience.”(나는 이번 대선에서 나이를 문제삼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내 상대의 젊음과 짧은 경험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조크했다. 순간 상대후보인 먼데일을 포함해서 폭소가 터지며 그 이후 더이상 나이문제가 대두되지 않았다고 한다. 나중에 먼데일후보는 “그때 이미 내가 졌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번 수요일, 연설과 토론의 달인인 오바마가 낙승을 거둘 수 있을지, 아니면 롬니가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고 역전승을 거둘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싶다. 한국의 대선후보 TV토론은 과연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지도 궁금하다.

Written by estima7

2012년 10월 1일 , 시간: 10:52 오후

10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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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올해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대선을 좀 제대로 (부끄럽지만 처음으로;;) 지켜보려고 하는데, 인상적인 유튜브와 좋은 글을 공유해 주신 덕에 관심이 더 커졌습니다. 감사합니다!

    April Kim (@aprkim)

    2012년 10월 1일 at 11:30 오후

    • 네 어제 뉴스를 보다가 문득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나서 적어봤습니다. ^^

      estima7

      2012년 10월 2일 at 8:35 오전

  2. 감사합니다. 에스티마님 덕분에 그 유명한 케네디와 닉슨의 토론 장면을 처음 보게 되었네요. 그런데 상상했던 것보다 닉슨은 젊어 보이고, 케네디는 나이들어 보인다는…

    Andy

    2012년 10월 2일 at 1:49 오전

    • ㅎㅎ 네 사실 그렇게 보이기도 하죠. 사실 두 사람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으려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그렇게 편집된 것이 없더군요. 그래서 그냥 저 동영상을 올렸어요.

      estima7

      2012년 10월 2일 at 8:35 오전

  3. 예전에도 그랬지만 다시봐도 클링턴과 부시의 토론이 제일 인상깊네요.
    클링턴은 정확하게 사회문제를 인식하고 학습하고 있는 반면에
    부시는 인식자체가 정확히 되지 않아서 실수를 범하게 되는 모습은
    정치력과 특유의 매력은 갖췄지만 사회문제에 대해서 무지한 국내 정치인들의 모습과도 일치하는거 같군요.

    과연 대한민국 대선후보토론회에서는 어떤 명언을 남기고, 어떤 실수가 생길지 기대가 됩니다.

    Jihoon Kong

    2012년 10월 2일 at 4:43 오전

    • 저런 토론을 통해서 정치인들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특히 극도의 스트레스하에서의 자기콘트롤, 유머 감각 등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stima7

      2012년 10월 2일 at 8:37 오전

    • 한국에서도 그런 토론이 있으면 머하나요? 언론이 불공정한데…언론이라도 그런 정치인들을 깨우쳐야 되는데, 정치 혐오증을 갖도록 의제선정 및 이슈화를 시켜대니…솔까말 한국 정치인이래도 대선 후보군이었다면 ㅂㄱㅎ말고 다른 두사람 정도면 충분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은 보장한다고 봅니다.
      글쎄요…ㅂㄱㅎ가 과연 토론 능력이라도 있을까요? TV토론이 성사될 지도 의문이네요..

      ㅂㄱㅎ가서애나봐

      2012년 10월 2일 at 9:32 오전

  4. 케네디, 클린턴, 레이건, 모두 대단한 달변가들이군요. 새삼 감탄스러웠습니다. 저런 토론 문화가, 이번 한국 대선에서도 잘 발휘되길 기대합니다.

    김상현

    2012년 10월 2일 at 8:47 오전

  5. 저는 요번 토론회에 개인적으로 텀블러의 Live GIF coverage 뉴스가 흥미롭더군요.
    http://www.digitaljournal.com/article/334013

    Joohwan Kwon

    2012년 10월 2일 at 7:24 오후

  6. 저도 주말을 이용해서 이번 토론 봤는데, 롬니가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레이건의 농담은 짱인듯~

    MBA Blogger (@mbablogger)

    2012년 10월 7일 at 9: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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