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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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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0일 제로페이가 처음 등장한 후 지난 두 달간 자주 써보려고 꽤 노력했다. 내 스마트폰 네이버앱에 은행계좌와 연동해 제로페이를 쓸 수 있도록 해놨다. 하지만 겨우 한번 써봤다. 우선 제로페이가 되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파리바게뜨에서 된다고 해 여러 매장에서 물어봤지만 단 한 곳에서만 가능했다. 본사 직영점이었다. 물론 서울시청 인근에는 제로페이를 받는 곳이 있다. 하지만 강남에서 일부러 광화문까지 가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하철역 등 서울시내 곳곳이 제로페이 광고로 도배돼 있는데도 그렇다. 그럼 왜 상인들은 제로페이를 적극 받아들이지 않을까. 제로페이를 먼저 쓰자는 고객이 없는 탓이다. 그럼 왜 사람들은 제로페이를 쓰지 않을까. 기존 신용카드보다 혜택이 거의 없고 사용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소득공제가 더 된다지만 모든 지출을 제로페이로 하지 않으면 공제금액은 미미하다. 잔고 없이도 물건을 살 수 있는 신용카드와 달리 제로페이는 연결 계좌에 꼭 돈이 있어야 한다. 제로페이를 은행앱 등에 등록하고 사용하는 과정도 신용카드 사용에 비해 더 불편하다. 상인 입장에서도 제로페이가 줄여 준다는 결제 수수료는 체감상 크지 않다. 이미 영세 상인에게 카드 수수료는 높은 편이 아니다. 카드 수수료 몇푼 줄여 주는 것보다는 손님이 더 많이 와서 매출이 올라가는 것이 휠씬 중요하다. 그래서 제로페이를 외면하는 것 같다.

반면 이웃 나라 일본을 보자. 일본은 QR코드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결제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NTT도코모, 라쿠텐, 라인, 아마존, 페이페이, 오리가미 등 통신, IT 대기업과 스타트업 회사들이 현금 사용을 선호하는 일본인의 습관을 바꾸기 위해 막대한 돈을 퍼부으며 경쟁 중이다. 가맹점으로 가입하는 상점들에는 대부분 회사가 향후 2~3년간 수수료를 무료로 하면서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업계 자발적으로 경쟁을 통해 제로페이가 만들어진 것이다. 아마존 등은 상점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태블릿 컴퓨터를 무상으로까지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결제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고 보도하는 ANN뉴스.

여기서 한술 더 떠 고객이 자신의 모바일 결제 상품을 사용하도록 오히려 돈을 준다. 소프트뱅크와 야후재팬이 설립한 후발 주자인 페이페이는 지난해 12월 이 회사의 모바일 결제 상품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결제 금액의 20%를 환원해 준다는 마케팅 캠페인을 실시해 큰 화제를 모았다. 즉 1만원을 결제하면 2000원을 포인트로 돌려준다는 것이다. 약 100억엔(약 1000억원)의 마케팅 예산이 소진될 때까지 진행한다고 했는데 큰 관심을 모으며 불과 10일 만에 전액이 소진됐다. 가입자도 폭증했다. 큰 효과를 본 페이페이는 최근 다시 한번 1000억원을 들여 20% 환원 캠페인을 또 시작했다.

PayPay로 꽃을 사는 아베총리. ANN보도.

심지어 아베 총리도 이달 소상공인의 꽃집에 가서 페이페이로 꽃을 구입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일본의 소상공인들 입장에서는 이런 마케팅 캠페인으로 고객이 늘어나고 경쟁으로 당장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면 안 쓸 이유가 없다.

한일 간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일본에서는 민간 업체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정부가 직접 경기장에 선수로 뛰어들어서 경쟁에 참가한다. 경기장에서 심판을 봐야 할 사람이 말이다. 1인당 5건씩 제로페이 가입을 할당하는 식으로 구청 직원 등 공무원들이 나가서 가맹점을 늘린다. 서울시 공무원 복지포인트를 제로페이로 쓰라고 한다. 공공광고 공간을 이용해 마케팅에 나선다. 하지만 별 효과는 없다. 근본적으로 공무원들이 첨단 모바일 결제 상품을 개발해 업계를 선도한다는 것이 무리다. 잘된다고 해도 인센티브도 없다. 결국 정부가 잘할 수 없는 일이다. 결제 비즈니스는 엄청나게 복잡하다. 2017년말에도 서울시는 택시 승차거부문제를 해소하겠다고 ‘지브로’앱을 만들었지만 무참히 실패했다.

한편 민간 결제서비스 업체들은 속앓이를 한다. 한 결제 스타트업 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한 고객이 전화해서 그럽니다. 제로페이는 돈을 안 받는데 너희는 왜 수수료를 받느냐고요. 이러다가 이 비즈니스 자체가 공짜라는 인식이 생길까봐 두렵습니다.”

안 그래도 한국은 소프트웨어 등 지식형 서비스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데 인색한 시장이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는데도 그렇다. 그까지 모바일 결제 시스템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우습게 생각해 정부가 뛰어든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다. 이런 인터넷, 모바일서비스는 겉으로 간단해 보일수록 사실은 만들기가 더 어렵다. 그 뒤에서는 더 많은 소프트웨어 노동자들이 고생하고 고객입장에서 고민해서 만들어낸 작품인 것이다.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도 번듯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온라인 결제회사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민간에서 알아서 고객을 위한 혁신 제품을 만들어 내도록 정부는 뒤에서 응원하고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

***

2019년 2월 18일 서울신문에 칼럼으로 기고한 글을 제 블로그에도 옮겼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19년 2월 18일 , 시간: 5:40 오후

6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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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드사가 수수료로 걷어들인 돈이 있기때문에 카드 혜택이 있고, 카드 혜택이 있어서 소비가 촉진되는 것인데, 이런건 전혀 고려안하고 그저 수수료가 0원이면 만사 OK라고 생각하는 한국 공무원의 발상이ㅉㅉ…

    그리고 제로페이는 절대 제로가 아님. 제로페이 운영비와 홍보비는 어디서? 결국 세금으로 충당할 것이 뻔하다. 결국 남의 수수료를 모두가 부담해야 하는 가짜페이.

    한심한 공무원들

    2019년 2월 18일 at 6:06 오후

    • 박원숭이 대권잡으려 무리하는듯..공무원도 안하고싶어해요.ㅋㅋ 한국공무원은 아무것도 안하고 싶어함.

      익명

      2019년 2월 19일 at 8:18 오전

  2. 카드 수수료 때문에 영세상인이 힘들다는 말은 거짓말 이었나요?
    제로페이가 도입되기 전에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하지 그러셨어요.
    이거라도 하고 있는게 다행 아닌가요
    제로 페이가 정답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이렇게라도 시도하는 것이 정답이죠.
    비난보다는 현실에 맞는 대안 또는 수정안을 제시해 주세요.

    익명

    2019년 2월 19일 at 1:19 오전

    • 저도 잘 됐으면 하는 바람에 제로페이를 열심히 써보려고 지난 2달간 유심히 봤는데요. 위 글에 쓴 것처럼 역시 정부가 잘할 수 없는 일이고 정부가 직접 선수로 뛰어드는 것도 영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영세상인에 대한 카드수수료는 이미 많이 낮고요. 작은 가게의 경우 직접 제가 물어봐도 그것 줄여봐야 (모든 사람들이 다 제로페이를 쓰지 않는 한) 한달에 몇만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것보다는 이런 가게들이 마케팅을 잘해서 매출을 더 올리게 해준다든지, 경제가 활성화되서 장사가 잘되게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 같습니다.

      estima7

      2019년 2월 19일 at 7:17 오전

    • 제로페이라도 시도하는 것이 다행이고 정답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장경제 룰을 위반하고 창의성을 저해하는 악한 행태입니다.
      공정한 시장경제 룰 속에서 진정으로 가맹점과 소비자에게 기여하는 솔루션이 만들어지길 기원합니다. 여태 시도가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시도가 더 늘어나게 규제가 완화되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미국의 스퀘어처럼 가맹점의 결제데이터를 모아 신용공여나 매출/재고관리를 돕고 더 나아가 빅데이터 사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이걸 잘 할 수 있는 사업자는 밴사들입니다. POS와 결제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현실은 어떻습니까 – 카드사와 통틀어 적폐로 규정하고 그저 중간수수료를 걷어내는 것만이 영세한 국민들을 돕는 것인 양 정부에 의해 억압만 받고 있습니다. 밴사, 그리고 그들이 협력할 수 있는 스타트업들과 시장경제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솔루션을 만들어 도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합니다.

      NLB

      2019년 2월 19일 at 11: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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