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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11월 2013

케이큐브 VIP파티-한국의 초기 스타트업을 키우는 회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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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큐브벤처스 임지훈대표의 초대로 케이큐브 VIP 파티에 다녀왔다. 케이큐브의 포트폴리오회사 CEO들과 IT업계의 귀빈들이  모인 이런 귀중한 자리에 고맙게도 초대해줘서 많은 훌륭한 분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임대표의 귀빈 소개말이 재미있었다. “여기 오신 분들은 네이버에 이름치면 나오는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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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카카오의장이자 한게임창업자이시고 케이큐브의 산파이시기도 한 김범수의장님을 처음으로 뵈었다는 것이다. 의장님은 예전에 실리콘밸리에서 2년동안 계시면서 그 동네의 활발한 창업생태계에 자극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그런 생태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초기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케이큐브를 만드셨다고 한다.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 그 결단력이 존경스럽다. 실리콘밸리의 ‘슬로우라이프’가 인상적이었다는 말씀을 서울대벤처동아리와 인터뷰에서 하셨는데 그런 미국에서 2년간의 ‘멈춤’의 시간이 카카오와 케이큐브를 낳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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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장님이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대단하다고 느낀 것은 케이큐브벤처스대표로 임지훈님을 발탁했을 때이다. 임대표는 몇년전 그가 소프트뱅크벤처스 심사역으로 있을때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되어 차를 한잔한 인연이 있었는데 그 열정과 실력에 감탄했었다. 과감하게 그런 젊은 열정에 100억을 투자해서 케이큐브를 만들어낸 김의장의 결단이 인상적이다.

Screen Shot 2013-11-26 at 11.26.11 AM어쨌든 이날 행사에서 훌륭한 케이큐브패밀리분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다음은 케이큐브의 1년반의 성과를 공유하는 슬라이드발표에서 인상적이었던 점 몇가지 메모.

Screen Shot 2013-11-26 at 11.27.58 AM처음에는 김범수의장님만 투자해서 시작한 펀드가 이제는 4백억규모가 됐다.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은 79억. 적게는 1억에서 크게는 10억까지의 규모로 투자했다고 한다. 초기스타트업투자가 전문이니 납득이 되는 규모다.

Screen Shot 2013-11-26 at 11.28.16 AM 독특한 점은 이 부분이다. 지금까지 투자한 18개 회사중 5개는 법인도 설립되기 전에, 11개는 서비스(즉, 제품)없이 투자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 스타트업의 ‘제품’이 아니고 ‘사람’, ‘팀’을 보고 투자를 했다는 얘기다. 말이 쉽지 실제로 이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케이큐브의 투자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 같다.

Screen Shot 2013-11-26 at 11.28.42 AM투자한 것중 인터넷 기반 서비스가 8개, 게임이 7개, 커머스가 3개다. 18개 스타트업중에서 회사를 접은 곳은 2군데라고 한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생존율 88.9%.

Screen Shot 2013-11-26 at 11.28.56 AM이미 제품을 내놓은 7개의 포트폴리오 회사중에서 평균누적 앱 다운로드수가 130만이라고 한다. 요즘 모바일앱을 내놓고 10만다운로드 달성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각해보면 대단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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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서 사실 깜짝 놀랐다. 1년반만에 7개 회사에서 나온 매출이 342억이라니. 그것도 초기스타트업 포트폴리오에서! 한 회사가 벌써 평균 57억씩 낸다니 놀라웠다. 사실은 어떤 한 회사가 매출을 견인하고 있을텐데 어딜까.

이 의문은 곧 풀렸다. 헬로히어로라는 게임을 출시한 핀콘이라는 회사가 홀로 위 금액의 73%쯤 되는 200억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아웃라이어인 핀콘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한 회사당 평균 23.6억이다. 그래도 대단한 금액이기는 하다. 참고 (스타트업 교과서에 실릴만한 핀콘의 성공 스토리 : 지미림 블로그) (Update: 처음에 블로그에 썼던 핀콘의 매출액은 핀콘 유충길대표가 이날 발표하면서 말한 금액. 하지만 이것은  11월매출까지 포함한 것이라고 해서 10월말까지 수치로 다시 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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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기업의 구성원끼리,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의 스타트업커뮤니티를 위해 지식공유를 하는 노력도 훌륭하다. 17번의 CEO데이를 통해서 초보CEO들끼리 서로 많은 경험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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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와의 협력, 각종 해외컨퍼런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케이큐브는 아주 빨리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에 초기스타트업투자회사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임지훈대표의 설명이후 16명의 포트폴리오 투자기업 CEO들이 빠짐없이 나와서 각기 2분~5분씩 회사소개를 했다.

Screen Shot 2013-11-26 at 12.30.47 PM이미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Viki를 2억불에 매각해 큰 Exit을 실현한 Vingle의 호창성대표님 같은 분이나 전 NHN 한게임대표였던 정욱 넵튠 대표 같은 분도 나와서 회사소개를 했고,

Screen Shot 2013-11-26 at 12.32.39 PM다음출신으로 모바일게임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초보CEO  서영조대표 같은 분도 있었다.

어쨌든 이들 16명의 스타트업CEO들을 보면서 느낀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대부분이 NHN, 다음, 안랩 같은 인터넷회사에서 상당한 경험을 쌓은 유능한 인재들이라는 것. 대학재학중이거나 대학을 갓 졸업한 천재(?)가 창업한 스타트업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케이큐브가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경험’을 중시하는가를 보여주는가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핀콘투자이야기 등을 읽어보면 단순히 찾아오는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고 열심히 유망한 팀을 발로 뛰어서 찾아다니며 과감히 투자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이제 또 1년반뒤 3살 생일을 맞은 케이큐브와 케이큐브패밀리회사들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까 궁금하다. 간단한 메모형 참관기 끝. 초대해 줘서 감사합니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11월 26일 at 1:2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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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삶과 창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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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근교 라이코스사무실에서 본 바깥 정경. 이 풍경을 3년동안 매일 봤었다.

보스턴 근교 라이코스사무실에서 본 바깥 정경. 이 풍경을 3년동안 매일 봤었다.

거의 5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최근 한국에 돌아왔다. 동부의 보스턴에서 3년 반, 서부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에서 1년 반을 살았다. 나름 미국이라는 나라를 동쪽과 서쪽에서 균형있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셈이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혁신의 산실인 보스턴과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살아볼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하지만 미국에 살면서 지역에 상관없이 전체 미국 사회가 뿜어내는 혁신의 양에 감탄하기도 했다. 미국은 엉망인 의료보험제도, 풀리지 않는 총기 규제 이슈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혁신 콘텐츠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혁신 대국이다.

나는 우선 서점에 갈 때마다 쏟아지는 신간 서적의 양에 놀라곤 했다. 매주 20~30권의 신간 책 비평을 소개하는 <뉴욕 타임스> 북리뷰에는 매주 1000권 가까운 신간 서적이 배달된다고 한다.

또 사업 모델이 독특한 혁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나와서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해 나가는 곳이 미국이기도 하다. 애플, 야후,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몇 년마다 한번씩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기업이 등장해 수백조원 가치의 회사로 성장해 간다.

나는 이런 창의력이 샘솟는 미국 사회의 저력이 어디에 있을까 궁금했다. 세계 각지의 인재들이 모이는 용광로,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거대한 시장 크기 등 많은 요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피부로 느낀 창의력의 원천이 있다. 바로 ‘저녁이 있는 삶’이다.

2009년 초 보스턴에 있는 미국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했을 때의 일이다. 처음 한동안은 간부 직원들에게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고 청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약속을 잡고 바쁘게 살던 한국에서의 버릇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였다. 친밀도도 높이고 회사 이야기를 깊이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묘하게 사람들은 나와 같이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을 꺼렸다. “집에 물어보고 가능한지 알려주겠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래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됐다. 미국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니고서는 회사일로 상대방의 저녁을 청하는 것은 실례였다. 반대로 내게 저녁 시간을 내주길 요청하는 미국인의 경우는 “가족들에게 폐가 되지 않겠느냐”고 꼭 물어봤다.

그런 문화를 알게 된 뒤에는 나도 가급적이면 저녁 약속을 잡지 않았다. 온갖 복잡한 사회관계, 각종 모임, 경조사에서 벗어나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보스턴으로 이사 간 나는 한국에 있을 때와는 비할 수 없이 많은 저녁과 주말을 가족과 함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업무 시간 이외의 많은 시간을 미국 사회와 정보기술(IT) 업계를 이해하기 위한 공부에 투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과 경험을 블로그 등에 글로 옮길 수 있었다. 한국에 계속 있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그런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미국인들의 왕성한 창의력은 이런 여유로운 저녁 시간, 즉 잉여 시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예를 들어 첫 애플 컴퓨터는 회사일이 끝나고 취미로 컴퓨터를 만들던 스티브 워즈니악의 잉여 활동에서 태어났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한국 사회로 다시 돌아와 생활하다 보니 여백이 있는 미국에서의 삶이 그리울 때가 있다. 초경쟁사회에서 남들에게 뒤처질까봐 두려워 정신없이 사는 한국인들은 정작 깊이 사색하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부족하다. 열심히 일하면 남들을 따라잡을 수 있겠지만 창의력은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창의는 잉여에서 나온다. ‘창조경제’를 위해서라면 우리도 조금은 느리게 살았으면 한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

이번주 한겨레칼럼으로 기고한 내용. 또 무슨 내용을 쓰나 고민하다가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써봤다. 너무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다른 소재도 없고 해서 주말동안 고민하다가 써서 보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받은 분들이 공감해주셨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2천번이상 공유가 됐다.

이런 열렬한 반응을 접하면서 너무나 바쁜 삶을 살아가는 우리 한국인들이 모두 “저녁이 있는 삶”에 뭔가 갈증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회시스템과 문화를 송두리채 바꾸기 전에는 미국처럼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또 서울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1천만명이 넘는 인구가 몰려사는 이유도 있다. 우리는 개인주의적인 미국인들에 비해서 친구, 친지들과 휠씬 더 서로 자주 연락하고 자주 만나는 편이다. 그런데 웬만하면 1시간이내에 다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바쁠 수 밖에 없다.

솔직히 고백하면 보스턴에서는 정말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았는데 지난 1년여동안의 실리콘밸리 생활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보스턴과 비교해서 워낙 한국분들도 많이 사시고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들도 많아서 보스턴보다는 몇배 바쁜 저녁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클릭하면 스토리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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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위 칼럼에서 살짝 쓴 라이코스에서의 경험은 다음 스토리볼 연재 1화로 “매니저들과 저녁같이 하기”라는 글로 몇주전에 썼던 것이다. 이때도 예상외로 3천번이 넘는 공감을 받았기에 한겨레칼럼으로도 비슷한 소재를 써볼 생각을 했던 것이다.

어쨌든 가능한 한 한국에서도 여유로운 저녁시간을 만들려고 노력중이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Written by estima7

2013년 11월 21일 at 11:39 pm

대기오염이 중국 온라인쇼핑의 가장 큰 성장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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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출처 : 블룸버그TV

화면출처 : 블룸버그TV

알리바바가 지난 11월11일 빼빼로데이에 하루 약 6.2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배기홍님이 6.2조원이란 포스팅에서 전하듯 엄청난 금액이다. 11월 11일은 알리바바가 대폭 세일을 하는 쇼핑 페스티발 데이란다. 지난해 같은 날 알리바바의 매출 3.3조원의 거의 2배다. 중국 시장의 성장율이 이렇게 엄청나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참고로 위 동영상은 이 소식을 전하는 중국 CCTV의 영어뉴스다.

그런데 오늘 블룸버그TV에 나온 한 중국애널리스트의 말을 듣고 또 놀랐다. (이 뉴스 리포트 동영상 링크) 전혀 생각지 못한 ‘공해(Pollution)’, 즉 중국의 대기오염을 이런 온라인쇼핑 급성장의 요인으로 지목해서다.

Screen Shot 2013-11-20 at 10.58.37 PM이 차이나마켓리서치회사의 쉐인 레인이란 사람은 알리바바는 정말 대단한 회사고 중국 온라인쇼핑은 매년 50%씩 성장할 것을 예상한다면서도 거침없이 아래와 같은 말을 해서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중국소비자들은 단지 싼 가격이나 오프라인매장보다 더 폭넓은 제품 라인업 때문에 온라인쇼핑을 선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공해’ 때문에 온라인쇼핑을 선호합니다. 공해는 중국 온라인 쇼핑의 가장 큰 성장요인입니다. 특히 올해의 대기 오염지수가 정말 나빠서 중국의 소비자들은 외부에 나가서 쇼핑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중국의 오프라인 백화점 등은 매출이 저조합니다. 그래서 특히 알리바바처럼 온라인쇼핑에서 이미 소비자들에게 큰 신뢰를 쌓은 회사에게 더 큰 기회가 있습니다.”

“공해가 온라인쇼핑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요? 그건 좀 황당한 얘기네요.(That’s crazy) 그런 얘기는 들어본 일이 없는데요.”(앵커)

“아닙니다. 투자자들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올해 1월의 대기오염 지수는 제가 본 최악이었습니다. 베이징의 공기는 국제건강기구가 선정한 사람이 살만한 공해 한계치의 20배로 측정되었습니다. 게다가 올해부터 중국의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앱으로 공해지수를 측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공해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있는지 알게 된 겁니다. 전 지금 뉴욕에 출장와서 깨끗한 푸른 하늘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제 가족을 이리 옮겨와서 살고 싶은 심정입니다. 상하이의 공해도 정말 심각합니다. 공해가 온라인쇼핑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대충 듣고  의역해서 적어본 것인데 얼마나 중국의 공해가 심각한 것인지 알만하다.

지난 여름에 한 중국 벤처기업의 CEO와 쿠퍼티노에서 밥먹으면서 이야기한 일이 떠오른다. 쿠퍼티노에 집과 가족이 있는 그는 지난 10여년간 베이징의 회사와 쿠퍼티노를 왔다갔다 했다고 한다. 그런데 자식들도 다 대학을 갔다고 해서 “애들도 장성했는데 왜 쿠퍼티노의 집을 정리하고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단호한 대답.

“너 베이징 공기가 얼마나 나쁜지 아냐. 난 가능하면 거기서 일만 하고 웬만하면 미국에 와 있으려고 한다. 사람 살 곳이 아니다. 할 수만 있으면 미국에 사는 것이 좋다.”

캐나다 밴쿠버부터 캘리포니아까지 미서부 집값 상승요인의 상당부분이 중국인들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 알리바바가 대단한 회사지만 이런 요인도 있다는 것이 재미있어서 메모.

Written by estima7

2013년 11월 20일 at 11:31 pm

인상깊었던 소프트뱅크벤처스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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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 Shot 2013-11-19 at 9.05.00 PM

소프트뱅크 벤처스 코리아의 문규학대표님 초청으로 오늘 W호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벤처스 포럼에 다녀왔다. 참 바람직한 행사였다는 생각에 사진위주로 기록을 남겨둔다.

Screen Shot 2013-11-19 at 9.05.16 PM첫번째로 소프트뱅크 본사의 미야우치 켄 부사장이 소프트뱅크의 역사와 비전을 설명하는 키노트스피치를 했다. 그는 손정의사장 다음의 No. 2다. 1981년 손정의사장이 소프트뱅크를 창업하면서 귤상자위에 올라가 2명의 직원앞에서 “장차 10조원매출을 올리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한 얘기부터 시작했다. 이 3명으로 소프트뱅크가 시작됐으며 그 2명의 직원은 그 다음주에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

Screen Shot 2013-11-19 at 9.05.34 PM손정의사장의 승부사적 기질이 이 한장의 슬라이드에 잘 나타나 있다. 미국 야후에의 투자, 중국 알리바바에의 투자, 일본을 브로드밴드 대국으로 만든 야후BB사업, 도박과도 같았던 보다폰 인수를 통한 이동통신사업에의 진출, 그리고 최근의 미국 스프린트인수건까지.

Screen Shot 2013-11-19 at 9.05.56 PM창업부터 지금까지 소프트뱅크는 1천3백여개의 인터넷기업에 투자해왔다고 한다. 소프트뱅크가 없었으면 세계 인터넷업계 지형도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까지 든다. 적어도 소뱅이 없었으면 일본의 인터넷업계지도는 지금과 크게 달랐을 것이다.

Screen Shot 2013-11-19 at 9.06.11 PM그래서 소프트뱅크의 직원수는 지금 10만명이 넘는다. 손정의 사장은 여전히 귤상자위에 서있다.

Screen Shot 2013-11-19 at 9.06.39 PM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은둔자'(문규학사장이 소개하면서 쓴 표현) 넥슨 김정주 회장의 키노트발표였다.

흥미롭게도 김회장은 미국의 코미디언 Louie C.K.의 페이스북현상을 조롱하는 스탠드업 코미디동영상을 보여주면서 키노트를 시작했다. 어쨌든 코믹한 이 동영상을 통해 많은 웃음을 유도해냈다. (물론 이 동영상 후반부의 민망한 부분까지는 가지 않고 중간에 끊었다.)

Screen Shot 2013-11-19 at 9.06.59 PM그리고 위에 보이는 사진 두개가 김회장의 사무실이라고 한다. 왼쪽은 샌프란시스코, 오른쪽은 뉴욕의 사무실.

Screen Shot 2013-11-19 at 9.07.18 PM직접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Prezi를 이용한 프리젠테이션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김회장이 이야기한 내용은 IDINCU 김동호대표가 순발력있게 잘 정리해주었다. 링크:넥슨 김정주 회장 키노트 @ SoftBank Ventures Forum 2013 나도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Lyft에 엔젤투자를 하셨다고 해서 순간 부럽다는 생각이… 🙂  김회장께 오랜만에 인사라도 드리려고 했는데 순식간에 가버리셔서 아쉬웠다. 예전에는 가끔 연락도 드리고 뵙고는 했는데 이젠 너무 대단한 분이 되셔서 차마 연락을 못하겠다는…

추가로 한국경제 기사로 김회장의 이날 발언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소개한다. 링크: 김정주 넥슨 회장 쓴소리 “한국 IT업계, 게임에만 편중”(한국경제)

어쨌든 오늘 소프트뱅크 포럼의 주인공은 소프트뱅크 벤처스 코리아가 투자한 포트폴리오회사의 창업자들이었다.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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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많은 훌륭한 한국의 스타트업을 알게 되었고 훌륭한 창업자들 분의 이야기를 듣고 인사를 할 수 있었다.

Screen Shot 2013-11-19 at 9.07.36 PM

KnowRe의 경우 뉴욕앱경진대회에서 교육용앱으로 1등을 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감탄.

Screen Shot 2013-11-19 at 9.08.54 PM

한국1등의 사진인화서비스 Snaps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됐고 박재욱대표의 VCNC 해외진출 스토리도 흥미로웠다. 위 사진은 곧 발표된다는 Between 2.0 스크린샷.

Screen Shot 2013-11-19 at 9.09.27 PM행사가 끝난 뒤 뒷풀이 파티까지 정말 세심하게 신경을 쓴 창업자들을 위한 행사였다.

Screen Shot 2013-11-19 at 9.09.48 PM뒷풀이 파티에서 마술쇼까지.

문규학대표님은 2001년이후 12년만에 이렇게 큰 대외행사를 가진 이유에 대해 “한국의 스타트업을 해외에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말씀하셨다. 키노트나 패널토론 같은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뒤쪽에서 열린 각종 미팅이었는데 한국의 소뱅 포트폴리오 스타트업들을 만나보기 위해서 본사에서 대거 40명이나 왔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내가 잠깐 이야기한 소프트뱅크 본사에서 온 친구는 한국의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모처럼 많이 만날 수 있게 되서 흥분된다고 이야기했다.

소프트뱅크가 매년 이런 좋은 행사를 이어가기 바라며 다른 한국의 VC들도 이렇게 창업자들에게 자극이 되는 좋은 행사를 자주 가졌으면 한다. 물론 스타트업얼라이언스도 한국의 창업자들을 위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심히 찾아볼 생각이다. 🙂

Written by estima7

2013년 11월 19일 at 10:14 pm

한국 vs 미국 직장 1mm 차이-다음 스토리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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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 Shot 2013-10-17 at 8.53.17 AM

어쩌다가 한달전부터 다음 스토리볼에 “한국 vs 미국 직장 1mm차이“라는 시리즈를 연재하게 됐다. 스토리볼은 다음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드는 일종의 ‘웹툰의 텍스트, 스토리버전’으로 다음이 직접 기획, 작가를 섭외해서 모바일에 맞게 편집해서 연재하는 모바일콘텐츠플렛홈이다. 다음앱이나 모바일브라우저에서 최적화된 상태로 볼 수 있다.

모바일 다음탑화면에서 제일 오른쪽 '스토리볼'탭을 누르면 볼 수 있다. 요일별로 갱신되는 스케줄은 딱 웹툰스타일이다.

모바일 다음탑화면에서 제일 오른쪽 ‘스토리볼’탭을 누르면 볼 수 있다. 요일별로 갱신되는 스케줄은 딱 웹툰스타일이다.

사실은 우아한 형제의 김봉진대표가 스토리볼에 연재를 하도록 내가 ‘청탁’을 넣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스토리볼을 담당하는 다음의 임선영, 최문희, 민금채님에게 받았다. 그래서 내가 김대표에게 따로 부탁을 했고, 김대표가 수락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참에 나도 같이 연재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작하게 된 것이다. (김봉진대표도 “배달의민 족같은 디자인 경영” 스토리볼연재를 시작했다. 강추)

연재내용은 2009년 내가 보스턴의 라이코스CEO로 부임했을 때 겪은 좌충우돌 경험이다.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해보지 못한 토종 한국인이 갑자기 미국회사의 CEO를 맡게 되면서 겪은 여러가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이다. 회사경영에 대한 내용이라기 보다는 직원들과 부대끼면서 경험한 양국의 문화차이에서 오는 여러가지 해프닝이나 깨달음을 적어보기로 한 것이다. 술자리에서 안주거리로 주위에 가끔 이야기하던 내용을 잊어버리기 전에 가볍게 기록으로 남겨보자는 생각도 작용했다.

Screen Shot 2013-11-18 at 11.31.39 PM

그냥 글만 있었으면 별 재미가 없을텐데 박소라작가의 코믹한 삽화가 감칠맛을 더해준다. 매번 볼때마다 내 모습이 코믹하다는 생각을 한다.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회사모습을 담은 사진을 미리 전달해서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별 생각없이 가볍게 썼던 첫 화 “매니저들과 저녁 같이 하기“가 첫날 순식간에 1천공감을 달성해서 깜짝 놀랐다. 마치 페이스북의 좋아요(like)버튼처럼 스토리볼도 읽고 나서 빨간 하트 공감 버튼을 누르도록 되어 있는데 이게 의외로 작가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

어쨌든 이어지는 뜨거운 반응과 공격적인 댓글에 긴장하면서 한 회 한 회 연재하고 있다. 내 개인적인 한 회사에서의 경험을 미국직장의 일반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일까 걱정도 되서 미리 어느 정도는 사전조사(?)를 하고 쓰고 있는데 매번 한회씩 선보일때마다 뭔가 아슬아슬한 느낌이다. 그래도 댓글을 통해서 많이 배우고 있다. 독자님들에게 가볍게 답해주는 것도 재미있다.

다음 모바일에서만 노출이 되고 처음으로 보이는 것도 아니기에 스토리볼에 써도 트래픽이 나올까 의문이었는데 1화의 경우는 거의 14만뷰가 나왔다. 주위에서 잘 읽었다는 인사도 자주 받고 있어서 포털의 파워를 실감하는 중이다.

다음 스토리볼팀이 SNS에서 인기가 있는 작가를 열심히 섭외해서 모신뒤 모바일에 맞게 콘텐츠를 편집해서 올린다. 우아한 형제 김봉진대표는 삽화, 사진까지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경우다.

다음 스토리볼팀이 SNS에서 인기가 있는 작가를 열심히 섭외해서 모신뒤 모바일에 맞게 콘텐츠를 편집해서 올린다. 우아한 형제 김봉진대표는 삽화, 사진까지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경우다.

하지만 원래 처음에는 12회 연재로 요청해서 대충 가볍게 쓰면 되겠다 했는데 실제 시작하면서 총 20회로 의뢰를 받아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것도 (마치 웹툰처럼) 주 2회의 살인적인 연재스케줄이다. (우리나라는 드라마도 그렇고 주 2회를 좋아하는듯.) 그럭저럭 14회까지 써놓았는데 나머지 6회를 뭘로 채울지 궁리중이다.

종이신문, 잡지 등의 아날로그매체부터 트위터, 블로그까지 참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글을 써왔는데 또 새로운 매체 실험에 동참한 느낌이다. 다음스토리볼팀의 분발이 놀랍다. 내가 아는 내공높은 필자분들도 속속 스토리볼필자로 섭외되고 있다. 아무쪼록 스토리볼이 대박이 나서 한국의 콘텐츠생태계가 진화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토리볼 파이팅!

Written by estima7

2013년 11월 19일 at 9:00 pm

귀로 듣는 뉴스, 우마노(Umano)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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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에 정진욱기자와 함께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이라는 시리즈인터뷰를 한달에 한번씩 진행하고 있다. 흥미로운 기술이나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해외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코너인데 지난번에 소개했던 오디오 뉴스앱 ‘우마노(Umano)’가 제법 호평을 받아 블로그에도 간단히 소개해 본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유용하게 사용하는 앱중 하나다.

우마노는 뉴스를 읽어주는 앱이다. 그런데 그냥 라디오뉴스같은 방송뉴스가 아니고 “신문이나 잡지, 블로그” 등의 기사를 “취사선택”해서 “실제 성우가” 읽어준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물론 영어권뉴스에 국한된 얘기지만 우리는 읽고 싶은 좋은 기사가 있는데 바빠서 못읽는 것들이 있다. 나의 경우 뉴욕타임즈나 테크크런치 같은데 실리는 테크기사중 특히 그런 것이 많다. 그런 경우 이것을 누가 내게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우마노는 그런 점에서 딱 가려운데를 긁어주는 듯한 앱이다.

Screen Shot 2013-11-10 at 9.25.19 PM일단 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뉴스카테고리의 기사가 있다. 뉴스소스는 NYT, 뉴요커, 패스트컴퍼니 등 주로 신문과 잡지, 블로그다. 특히 창업-건강-테크관련 기사가 많이 올라오는 것이 특징이다. 기사 리스트에서 +버튼을 누르면 그 기사가 플레이리스트로 들어간다. 우마노에서 골라서 성우가 직접 읽은 기사가 하루에 약 70개가량 올라온다. 짧으면 1~2분, 길면 7~8분정도의 기사들이다.

Screen Shot 2013-11-10 at 9.25.32 PM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간 기사들은 wifi상태에서 다운로드받았다가 오프라인상태에서도 들을 수 있다. (월 4불짜리 프리미엄버전에서만 되는지도 모르겠다.) 듣고 싶은 기사를 플레이리스트에 골라두었다가 들으면 좋다. 각 기사는 어떤 성우가 읽었는지가 나온다. 성우입장에서는 자신을 홍보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도 있는 셈이다.

Screen Shot 2013-11-10 at 9.25.41 PM소셜기능이 있어서 내 페이스북친구들이 어떤 기사를 좋아했는지를 공유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주로 어떤 기사를 들었는지도 통계로 다 나온다. 이런 취향을 반영해서 자동으로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해주는 기능도 있다. 특히 괜찮은 것은 “View Original Article”을 누르면 원글의 링크가 뜬다는 점이다. 알아듣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바로 원문과 대조해서 읽어볼 수 있는 셈이다.

Screen Shot 2013-11-10 at 9.43.47 PM특히 쓸만한 것은 검색기능이다. 우마노에는 현재 1만1천여개의 오디오기사가 쌓여있는데 덕분에 검색하면 꽤나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예전에 못읽었던 어떤 토픽의 기사들을 찾아서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고 운전할때 들으면 편리하다.

우마노는 SoThree라는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이 만들었다. 구글출신이자 캐나다 워털루공대 출신 3명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회사라 SoThree라는 이름이라고 한다. 첫선을 보인지 1년쯤 지났는데 그 기능이 날로 일취월장하고 있다.

영어공부삼아 오디오북을 듣고 싶은데 너무 길고 어려워서 힘들다는 분들에게 특히 우마노가 좋을 것 같다. 관심분야의 뉴스만 골라서 부담없이 반복해서 들을 수도 있고 원문과 대조해보기도 쉽기 때문이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버전이 모두 나와 있다. 다운로드는 http://umanoapp.com

Written by estima7

2013년 11월 10일 at 4:55 am

초감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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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나오는 두 정상의 다정한 모습. NSA스캔들은 메르켈총리의 오바마에 대한 신뢰에 금을 가게 했다.(출처:구글이미지검색)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나오는 두 정상의 다정한 모습. NSA스캔들은 메르켈총리의 오바마에 대한 신뢰에 금을 가게 했다.(출처:구글이미지검색)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의 정보기관이 그동안 독일·프랑스·멕시코 같은 우방국 정상의 휴대전화와 이메일을 도청해 왔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메르켈 독일 총리,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화가 난 우방국 정상들을 달래느라 오바마가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연일 뉴스 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혹자는 “모든 나라의 정보기관들은 어차피 서로 도청전쟁을 벌이는 것 아닌가. 서로 알면서도 쉬쉬하던 공공연한 비밀이었을 뿐이다. 흥분할 필요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저런 도청-감시 전쟁은 고위 인사나 유명인들의 이야기지 나 같은 보통 사람과는 관계없는 딴 세상 이야기라고 치부한다. 누가 할 일 없이 나 같은 보잘것없는 사람들의 전화통화나 이메일을 감시하겠는가.

그렇지 않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스마트폰과 빅데이터 기술은 이제 사람들의 사생활 속으로 그 활동 영역을 침범해 들어가고 있다. 기계가 모든 사람을 감시하고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초감시사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찍히고 분석당하고 있다.

NCR Restaurant Guard라는 소프트웨어 소개문구. 레스토랑전산시스템의 Add-on으로 제공되는 것 같다. 시스템에 기록되는 종업원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해 의심되는 건이 있으면 경보를 울린다.

NCR Restaurant Guard라는 소프트웨어 소개문구. 레스토랑전산시스템의 Add-on으로 제공되는 것 같다. 시스템에 기록되는 종업원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해 의심되는 건이 있으면 경보를 울린다.

 얼마 전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다. 미국의 인기 체인레스토랑 약 400곳에 종업원들의 행동을 감시하는 소프트웨어가 시범 설치됐다. 미국의 외식업체들한테는 종업원의 절도행위가 큰 골칫거리다. 음식계산서에 보통 15~20%로 추가로 주는 팁은 종업원의 몫이기 때문에 더 많은 팁을 받기 위해서 음식이나 음료를 공짜로 제공하거나 현금을 일부 빼돌리는 행위가 많다는 것이다. 이익률이 2~5%밖에 되지 않는 외식업종에서 종업원 절도로 인한 손실이 전체 매출의 1%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고 일일이 몰래카메라를 식당 곳곳에 설치하고 종업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주문시스템에 추가 설치되는 이 소프트웨어는 식당 안에서 일어나는 음식 주문, 계산, 쿠폰 사용 등 모든 행위를 분석한 뒤 일상적이지 않은 의심스러운 경우가 감지되면 매니저에게 경보를 보낸다.

 이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뒤의 변화가 놀랍다. 설치 전과 비교해서 이 400곳 레스토랑의 매출이 평균 7% 올랐다는 것이다.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종업원들이 편법으로 돈을 조금 더 벌기보다는 고객에게 더 음식을 주문하도록 유도해 팁을 더 받는 쪽을 택한 것이다. 감시당하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더 정직하게 행동하게 된 것이다.

Awareness Technologies라는 회사의 Interguard MobileMoniter라는 소프트웨어. 이 제품은 회사직원의 스마트폰에 심어져 전화, 이메일, 문자등을 회사가 모두 모니터할 수 있게 해준다. 블랙베리, 안드로이드폰에서만 된다고.

Awareness Technologies라는 회사의 Interguard MobileMoniter라는 소프트웨어. 이 제품은 회사직원의 스마트폰에 심어져 전화, 이메일, 문자등을 회사가 모두 모니터할 수 있게 해준다. 블랙베리, 안드로이드폰에서만 된다고.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에는 이런 기사도 나왔다. 버지니아주의 한 해충제거회사의 임원은 외근직원들이 근무시간 중에 개인적인 일을 많이 본다는 의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그는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지급한 스마트폰에 위치추적 소프트웨어를 몰래 설치했다. 그 결과 한 직원이 지나치게 특정 주소에 자주 드나든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추궁한 결과 근무시간에 여자를 만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 직원은 바로 해고됐다. 이후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개인 용무를 봐야 할 일이 생겼을 때는 회사로 연락해 미리 양해를 구하게 됐다며 관리자들은 흡족해한다.

 우리는 항상 감시당하고 있다. 내 카톡메시지, 이메일, 전화통화는 누군가 항상 보고 듣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컴퓨터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탈을 실시간으로 잡아낸다. 젊은 날 한번의 실수도 인터넷 검색으로 평생 낙인처럼 따라다니는 세상이다. 그야말로 사생활이란 없는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일년 365일 24시간 나의 사생활은 낱낱이 감시당하고 있다고 체념하자.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사는 것이 곧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대비하는 삶의 지혜라고 해야 할 듯싶다.

***

지난주에 실린 한겨레 생각의 단편 칼럼.

예전에 “모든 것을 다 찍는 경찰의 소형비디오카메라-엑손 플렉스“라는 글을 쓴 일이 있다. 그 내용은 미국 리알토시 경찰이 법집행과정을 엑손 플렉스라는 비디오카메라가 장착된 선글래스를 통해 녹화하기 시작하면서 경찰과 시민이 보다 “얌전하게” 행동하게 됐다는 것이다. 비디오카메라를 통한 감시가 사람들의 행동을 바꿨다는 것이다.

위 칼럼은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쓴 것이다. 특히 NCR의 레스토랑가드 같은 소프트웨어가 식당종업원들의 행동을 분석하면서 부정행위를 실시간으로 잡아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섬뜩하다. 컴퓨터가 사람을 감시하는 세상으로 돌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NSA스캔들은 이런 초감시사회가 정말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엄청난 컴퓨팅파워, 촘촘히 전세계가 연결된 인터넷망, 스마트폰의 보급, 빅데이터기술의 발전 등이 이런 초감시사회를 가능하게 해준 것이다. 11월 3일자 NYT 일요판에 실린 NSA에 대한 심층보도기사(No Morsel Too Minuscule for All-Consuming N.S.A.)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Today’s N.S.A. is the Amazon of intelligence agencies, as different from the 1950s agency as that online behemoth is from a mom-and-pop bookstore. It sucks the contents from fiber-optic cables, sits on telephone switches and Internet hubs, digitally burglarizes laptops and plants bugs on smartphones around the globe.

오늘날의 NSA는 정보기관들의 아마존이라고 할 수 있다. NSA와 50년대 정보기관의 차이는 마치 온라인공룡 아마존과 동네 구멍가게 서점의 차이만큼 다르다. NSA는 광케이블에서 콘텐츠를 빨아들이고, 전화교환기와 인터넷허브위에 앉아있고, 랩탑컴퓨터를 디지털하게 강도질하고, 전세계의 스마트폰을 감청한다.

예전에는 정보를 아무리 많이 모아도 분석할 사람이 없으면 소용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을 컴퓨터가 해준다. 인공지능, 빅데이터기술을 이용해서 사람보다도 휠씬 빠르고 영리하게. 우리는 정말 무서운 세상에 돌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11월 3일 at 9:25 am

생각의 단편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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