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이 고객의 주문을 받을 수 있을까?”
“태블릿이 고객의 주문을 받을 수 있을까?”
지난주 <월스트리트 저널>을 읽는데 이런 제목의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버지니아비치의 한 컵케이크집 주인이 고객의 주문을 받는 10명의 종업원을 태블릿컴퓨터를 이용한 무인주문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재는 종업원에게 시간당 7.25달러를 주고 있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로 최저임금이 9달러로 올라갈 경우 채산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서라는 것이다.
이 기사를 보자 얼마 전 보스턴의 파네라브레드라는 빵집에 갔던 일이 기억났다. 오랜만에 가본 그 가게엔 사람이 주문을 받는 계산대가 절반 이하로 줄고 그 자리에 아이패드를 이용한 주문시스템이 대신 자리잡고 있었다. 화면 위의 음식 사진을 눌러 주문하고 신용카드를 긋고 번호표를 받아가면 음식을 테이블로 가져다준다. 생각보다 사용이 간편했다.
지난주에는 또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가 요금징수소의 직원을 모두 없애고 완전 무인화된다는 뉴스가 화제가 됐다. 카메라가 차량번호판을 촬영해 자동으로 차 주인에게 요금청구서를 우편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금문교는 이렇게 해서 향후 8년간 1600만달러의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뉴스에서는 수십년간 일하던 일터를 잃게 된 요금징수원의 아쉬움과 함께 이런 무인징수시스템이 머지않아 미국의 모든 유료도로와 교량에도 적용될 것 같다는 전망이 뒤따랐다.
심지어 뉴스에 따르면 햄버거고기를 뒤집는 로봇도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한다. 2000만원에서 3000만원 사이에 구입할 수 있는 로봇이 인간이 하는 단순한 일을 대체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 실리콘밸리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가끔 구글의 무인운전자동차를 만나기도 한다. 일정 속도로 안정감 있게 주행하는 그 차를 보면 앞으로 버스나 택시운전사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위 동영상에 나오는 백스터같은 로봇이 바로 햄버거고기를 뒤집는 로봇으로 개발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참고: 중국 공장을 위협하는 로봇, 백스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컴퓨터로 인한 자동화와 급속히 발전하는 로봇기술이 인간을 단순작업에서 해방시켜줌과 동시에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도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스마트 기기 혁명과 함께 인간이 인간과 대면하고 대화할 기회가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점이나 음식점에 갔을 때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고 안부를 나눌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신 상점에 설치된 태블릿컴퓨터가 당신을 맞아줄 것이다. 카메라로 당신의 얼굴을 인식해 인공음성으로 이름을 불러주고 당신이 선호하는 메뉴를 알아서 추천해주게 될 가능성이 크다.
상대방을 앞에 놓고도 스마트폰 화면과 대화하는 것을 더 편해하는 요즘 세대의 아이들에게는 이런 세상이 더 편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기계와 대화하는 것은 즐기면서 인간과 직접 대면해 이야기하는 것은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
앞으로 올 수십년 뒤의 세상은 과연 어떻게 될까. 기술의 진보가 인류에게 더욱 편안한 삶을 보장해주는 것일까? 디지털혁명이 가져온 혁신을 즐기며 신봉해온 나였지만 요즘은 인터넷, 휴대전화 없이도 잘 살았던 수십년 전을 돌아보면서 혁신과잉의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 태블릿이 고객의 주문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인간의 일자리는 급속히 사라지고 있으며 인간은 더는 인간과 대화하지 않는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의 인간으로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기계가 하지 못하는 비판적 사고능력을 키우며 역설적으로 인간과 효과적으로 대화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미래를 대비해 단순지식을 암기하는 것보다 이런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교육의 방향을 바꿔야 할 것이다.
/2013년 4월2일자 한겨레지면에 실린 칼럼입니다.
Update: 위 칼럼에 나온 무인화된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를 6월초에 통과할 일이 생겼다. 그리고 열흘만에 6불 요금고지서를 우편으로 받아서 온라인으로 크레디트카드로 납부. 정말 귀찮았다. 얼마나 인건비 절약한다고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다.
로봇 금지법이 생길수도 있겠네요
kimjunho79
2013년 4월 3일 at 5:25 am
ㅎㅎ 이 글 쓰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기업들로 하여금 과도한 자동화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생각을요. 인류 모두가 고도의 지식노동자가 될 수는 없을텐데 이런 단순노동 일자리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세상이 무섭습니다.
estima7
2013년 4월 3일 at 3:11 pm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스칸디나비아 쪽의 교육형태를 많이 본받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무관하지 않은것 같습니다. 이제는 남보다, 타인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속도전보다 본인 스스로의 인생관점에서 되돌아봐야할 때가 오나 봅니다. 경쟁자보다 동반자가 더 중요한 시대. 비교보다 함께라는 단어가 더 가치가 있는 사회 ^^
Hyun-young Park
2013년 4월 3일 at 9:24 am
당장 저부터 십년, 이십년뒤에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노후를 위해서도 뭔가 새로운 세상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훈련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결국 사람을 잘 대하는 훈련을 더 해야할지도요.
estima7
2013년 4월 3일 at 3:13 pm
아마 앞으로는 공장노동자도 모두 로봇이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MIT애서 개발한 로봇을 보니 그 미래가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http://interpiler.com/2012/11/26/baxter-the-robot/
Ellery
2013년 4월 3일 at 12:32 pm
소개해 주신 로봇이 “햄버거고기를 뒤집는 로봇”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소개 감사합니다.^^ 위 포스트에도 추가해 넣었습니다.
estima7
2013년 4월 3일 at 3:54 pm
전 금문교가 요금징수 시스템이 제일 인상적이네요. 잘 정착된다면 톨게이트 정체, 요금징수 실랑이 모두 사라질 것 같습니다. 그러면 하이패스는 없어질수도 있지 않을까요.
jandbond
2013년 4월 3일 at 7:57 pm
아, 사실은 하이패스와 비슷한 Fastrak이란 것을 이용하는 경우가 절반이상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현금을 내는 차량이었는데요. 그것을 번호판 자동인식으로 바꾸면서 무인화한 것이죠. 그래도 아무래도 메일로 받고 지불하는 것은 운전자입장에서는 불편하기는 합니다. 사실 바람직한 변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술편의주의로 밀어붙이는 미국적인 현상이죠. ㅎㅎ
estima7
2013년 4월 4일 at 12:21 am
오랜 만에 보는 금문교이군요 ㅎㅎ 출장추억이 새록새록 …. 아뭏든 무인화 시스템은 미래형 노동의 데체 기술이되어 가는 것만은 확실 할것 같군요 . 결국 , 아직가지는 기계나 로봇이 대체 불가능한 랜덤발생 이벤도 ( 이 부분도 알고리듬 개발로 언제가는 인공 지능확장이 되겟습니다만 ) .. 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의 일자리등 점차 제한 적인 되는 ㄱ것을 막을 수도 없다고 봅니다….
이전 세대와는 다른 기술 교육 이라는 측면도 이러한 로봇과 기계에 용화되어 갈 수 있는 방향으로 지향 해야 될가 같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 좋은 트랜드 글 감사합니다.
라파엘 99
rapael99
2013년 4월 5일 at 9:15 pm
[…] @estima7 님의 “태블릿이 고객의 주문을 받을 수 있을까?” | 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에서도 다양한 예시가 나온다. 종업원을 무인주문시스템으로 바꾸려는 컵케이크상점, 이미 바꾼 빵집, 요금징수소의 직원이 무인 징수 시스템에 의해 완전히 대체되는 금문교, 햄버거 고기를 뒤집는 로봇 등은 인력을 효율적으로 대체해가고 있다. https://twitter.com/estima7/status/318183263824924672 https://twitter.com/estima7/status/318182814753370112 […]
생산성 는다고 고용 느는 시대 끝났다: 기술 발달 가속 시대에 기술이 일자리를 대체해 갈 때, 기계와 협력하라, 기술을 이용하라, 기술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라. 사회는 제도적으로 이를 도우라
2013년 5월 17일 at 7:06 am
금문교의 무인화에 대해서는 교통흐름을 끊지 않는 것도 한가지 동기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얼마나 체증이 심한 지에 따라 비중이 달라지긴 하겠지만요. 저는 시애틀 방문 시에 같은 시스템을 본 적이 있는데 밤길에 중간에 차 세워서 카드/현금을 주고받는 것 보다 나중에 제가 편할 때 온라인으로 납부하는 방식이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HP
2014년 2월 23일 at 4:09 am
[…] 이것이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전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한겨레에 “태블릿이 고객의 주문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칼럼을 썼었다. 나는 당시에 이런 조치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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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6일 at 12:02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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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6일 at 2:35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