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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3월 2013

당신의 오피스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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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 하나가 내 눈길을 끌었다. 기사 제목은 “Who’s Your Office Mom?”. 누가 당신의 오피스맘인가?

그리고 그 아래에 실린 오피스맘의 정의는 (대충) 이렇다. 1. 당신의 생일을 기억하는 동료. 컵케익을 가져오고 ‘해피버스데이’를 가장 크게 불러주는 사람. 휴지와 밴드에이드를 상비하고 조언을 해주는 사람. 2. 마치 엄마같고 터프하게 챙겨주는 나이많은 동료. (하지만 진짜 엄마와 달리 당신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3. 당신이 관심을 받으면 더 열심히 일하고 분발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멘토. (한글판WSJ 기사링크)

즉, 한국식으로 이야기하면 직장에서 동료들을 챙겨주고 도닥여주는 푸근한 왕언니 이야기다. 나는 이 기사 제목을 보자마자 전에 라이코스에서 같이 일하던 HR디렉터 다이애나를 떠올렸다.

거의 환갑이 다 된 나이지만 그녀는 약 60여명의 라이코스직원들을 정말 잘 챙겨주었다. (나는 그녀의 나이를 전혀 몰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내 생각보다 10년은 더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우선 전 직원의 생일을 다 챙겼다. 매달 말이면 다음달 직원들의 한달치 생일축하카드를 사와서 나를 비롯한 임원진의 생일축하사인을 챙겨갔다. 그리고 생일 당일날 아침 일찍 해당 직원의 책상위에 축하카드를 놓아두었다. 생일날 자동으로 날아가는 이메일보다는 이런 것이 휠씬더 효과가 있다.

발렌타인데이라든지, 세인트패트릭스데이, 할로윈 등 뭐든지 기념할 만한 날이 있으면 다이애나는 미리 초콜릿이라든지 도넛 등을 준비해서 아침일찍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내놓았다.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다.

피자런치를 한다든지 금요일오후에 맥주파티를 한다든지 하고 싶을때 그런 아이디어만 다이애나에게 이야기하면  열성적으로 준비하고 홍보해주었다. 비빔밥유랑단이 라이코스에 찾아오고 싶다고 했을 때도 다이애나에게 이야기하자 “그거 좋은 생각이다!”라고 일사천리로 준비해줘서 너무 고마왔다. (참조 : 라이코스를 방문한 비빔밥 유랑단)

푸근한 아줌마의 이미지라서 직원누구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다이애나에게 가서 상담을 했다. 아무리 CEO나 임원에게 와서 편하게 이야기하라고 해도 (어려워서) 안오는 직원들이 그녀에게는 편하게 가서 이야기하는 것이 신기했다. 직원들은 보스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아니면 부당한 일을 시켰거나,  동료에게 문제가 있거나,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이 있거나 할때 그녀에게 가서 털어놓고 이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다이애나는 회사내부를 살피며 누가 표정이 좋지 않거나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으면 먼저 다가가 안부를 체크한다. 덕분에 다이애나는 회사안의 사정에 대해서 항상 휜하다.

사정상 수술을 받게 된 어떤 젊은 직원의 경우 부모대신 병원에 데려가서 거의 엄마처럼 보호자역할을 해준 경우도 있다. 성전환수술을 한 한 직원에 대해서 우리가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면서 모두들 그 사실을 모른척 해달라고 회의시간에 당부를 하던 것도 기억난다. 다이애나는 “사람을 일로서 평가를 해야지 다른 업무외적인 것으로 사람을 평가하면 안된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물렁물렁하게 좋은게 좋은 식으로 일은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녀만의 룰이 있다. 어떤 팀장이나 직원이 문제가 있으면 일찌감치 파악해서 당사자나 그 상관과 상담을 해서 개선방법을 조언한다. 그리고 CEO인 내게도 이런 문제가 있다고 보고한다. 항상 내가 듣지 좋은 말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불편한 이야기도 (기분 나쁘지 않게) 하는 기술이 있다. 나의 리더쉽에 대해서도 좋은 조언을 해주었다.

문제가 있는 직원에게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이고 그것을 고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정확히 피드백을 준다.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일수록 그렇게 피드백을 줘도 자신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반발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에도 다이애나는 뭐가 문제인 것 같다고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정확히 피드백을 주는 편이었다.

조직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직원의 경우는 다이애나는 보통은 한달간의 말미를 준다. 뭐가 문제인지 피드백을 준뒤 한달뒤에 문제가 호전이 됐는지 다시 평가해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상황이 호전이 안되면 냉정하게 해고하는 것이 좋겠다고 내게 보고한다. 그리고 해고로 결정이 되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한다. (워낙 많이 해봐서 베테랑이다.)

이런 식으로 내보낸 직원도 꽤 된다. 하지만 나중에 비교적 잡음이 없는 것은 다이애나가 편파적이 아니고 공정하게 일을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녀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을 챙기는 것을 좋아하는 기본적인 품성과 함께 오랜 HR매니저생활을 통한 경험 덕분이다.  기본적으로 정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참고: 다이애나의 북마크-이상적인 인재의 조건)

어쨌든 이런 다이애나와 같은 ‘오피스맘’의 존재가 회사의 푸근한 분위기를 형성하는데는 절대적이다. 이런 직원이 직접적인 생산성에의 기여는 적더라도 회사전체 직원들에 대한 간접적인 동기부여에의 기여는 엄청나다. 모든 직원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고 의지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 없으면 회사를 떠나는 인재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이런 오피스맘은 CEO가 꼭 챙겨야 한다.

어쨌든 이 기사를 보고 보스턴의 다이애나에게 기사링크를 메일로 보냈다. 그러자 날라온 답장.

“A-hothis is me! “

Written by estima7

2013년 3월 28일 at 11:15 pm

긍정적인 피드백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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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 상사가 부하에게 주는 긍정의 피드백이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존경하는 부서장의 칭찬 한마디에 고무되어 엄청나게 열정적으로 일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심혈을 기울여서 했던 일을 상사에게 보고했는데 잘했다는 칭찬을 담은 메일을 받고 너무 기뻐서 그 메일을 두고두고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있다. 불과 몇마디만 적혀있던 간단한 메일이었는데도 말이다.

내 그런 경험을 떠올리며 팀원들의 열정을 복돋워주는 이메일 답장을 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가능하면 꼭 팀원들의 메일에 답장을 빨리하고 간단하더라도 힘이 되는 말을 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한다. 그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내 경험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루먼전기, “Truman”을 읽다가 공감가는 내용을 만났다. 한국전당시 국무장관이던 딘 애치슨이 나중에 회고록에서 공개한 트루만대통령에게서 받았던 메모다. 애치슨은 한국전이 발발하자마자 워싱턴에서 긴급히 가진 안보회의에서 회의를 주도하면서 한국전에 빠른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득해 성공시켰다. 그는 몇주뒤 트루먼에게서 아래와 같은 친필로 쓴 메모를 받는다.

트루먼대통령(왼쪽)과 딘 애치슨 국무장관(트루먼라이브러리)

트루먼대통령(왼쪽)과 딘 애치슨 국무장관(트루먼라이브러리)

7/ 11/ 50

Memo to Dean Acheson

Regarding June 24 and 25— Your initiative in immediately calling the Security Council of the U.N. on Saturday night and notifying me was the key to what followed afterwards. Had you not acted promptly in that direction we would have had to go into Korea alone. The meeting Sunday night at Blair House was the result of our action Saturday night and the results afterward show that you are a great Secretary of State and a diplomat. Your handling of the situation since has been superb. I’m sending you this for your record.

 Harry S. Truman

 1950년 7월11일

딘 애치슨에게 보내는 메모

 6월24일과 25일의 일에 관해-당신이 토요일밤에 UN안전보장이사회를 즉각 소집하고 나에게 알린 것은 그 이후 조치에 있어서 핵심적인 일이었습니다. 당신이 그 방향으로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마 한국에 홀로 참전했을 것입니다. 일요일밤에 블레어하우스에서 가진 미팅은 토요일밤의 조치의 결과였고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은 당신이 훌륭한 국무장관이자 외교관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한 당신의 조치는 훌륭했습니다. 나는 이 메모를 당신이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보냅니다.

 해리 S 트루먼.  

한국전 발발이후 애치슨의 훌륭한 대처에 대해 공로를 치하하는 내용이다. 어찌보면 말로 해도 될 것을 일부러 친필 메모를 썼다. “그 상황에서 당신의 대응은 훌륭했다”고 치하하면서 “나는 이 메모를 당신이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보낸다”라고 썼다.

미국의 국무장관이면 엄청나게 파워풀한 자리다. 웬만한 나라의 원수이상이다. 그런 그도 이 메모를 받고 정말 감동했던 모양이다. 트루먼전기에는 수년뒤 (아마도 대통령과 국무장관 퇴임후) 애치슨이 이 메모를 공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나와있다.

Acheson said, (this memo) well illustrated the quality of the man who “bound his lieutenants to him with unbreakable devotion.”

“이런 메모는 부하들이 굳건한 헌신을 하도록 만드는 상사의 품성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애치슨이 무조건 트루먼의 말에 받들어 충성을 한 것은 아니다. 그는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필요하면 부하로서 쓴 소리를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필요하면 트루먼에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트루먼은 그런 의견을 내치지 않고 귀담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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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사람이 신뢰를 쌓아온 탓일까. 트루먼과 애치슨은 53년도에 각각 대통령과 국무장관직에서 퇴임하고 나서도 꾸준히 편지를 주고 받으며 우정을 쌓았다. 미주리와 워싱턴을 꾸준히 오간 이들의 편지는 애치슨이 사망한 71년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그리고 그들의 편지내용이 ‘Affection and Trust’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어나오기도 했다. 직장에서 이렇게 평생 사랑과 존경, 신뢰를 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Update : 추가로 “감사합니다” 인사의 힘 뉴스페퍼민트의 포스팅도 추천하고 싶다. 하버드의 프란체스카 지노교수의 감사 피드백에 대한 연구결과를 소개한 것인데 감사의 표현을 담은 이메일을 받은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배이상의 동기부여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지노 교수는 감사를 표현할 기회를 놓친다는 건 조직의 리더들이 비교적 비용이 덜 들면서 직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라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3월 21일 at 6:07 am

내가 생각하는 전자책의 장점과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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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은 전세계 어느 곳보다도 스마트폰과 타블렛컴퓨터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나라가 됐다. 하지만 전자책의 보급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나는 이 점을 개인적으로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종이책보다 전자책이 더 우월해서가 아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스마트폰에 중독된 요즘 세태에 미국처럼 전자책플렛홈이 일찍 자리를 잡았다면 한국인들이 책을 접할 기회가 더 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자책이 자리잡기도 전에 스마트폰이 확산되는 바람에 그런지 한국인들은 스마트폰을 채팅, 게임, 동영상감상에만 쓰는듯 싶다. 얼마전 만난 한 출판사대표는 “지하철에서 보면 종이책이나 신문, 잡지를 읽는 사람들이 완전히 씨가 말랐다”면서 “이제 한국은 텍스트의 종말이 왔다”고 말할 정도다.

출처:Pew Research Center

출처:Pew Research Center

반면 미국의 경우는 전자책이 확실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16세이상의 미국인중 전자책을 읽은 경험이 있는 비중이 일년만에 16%에서 23%으로 늘어났다.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전자책전용리더나 타블렛컴퓨터를 가지고 있다고 답한 경우도 조사대상자의 33%나 됐고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나는 미국에서 책을 전자책을 사서 읽기 시작한지 벌써 4년쯤 된다. 가끔 트위터를 통해 “전자책으로 읽는 것이 종이책보다 낫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전자책의 장단점에 대해서 소개해 보려고 한다.

많은 책을 전자책으로 읽은 편은 아니지만 꽤 두꺼운 스티브 잡스 전기와 또 그 두배의 분량쯤 되는 해리 트루먼 전기를 최근에 아이패드의 킨들앱으로 읽었다. 아래 소개한 나의 전자책 활용경험은 미국에서 영어로 된 책을 읽을 때 주로 해당된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1천페이지가 넘는 해리트루먼전기와 비교하면  킨들리더의 무게는 그 절반도 안될 것이다. 두께는 말할 것도 없고.

1천페이지가 넘는 해리트루먼전기와 비교하면 킨들리더의 무게는 그 절반도 안될 것이다. 두께는 말할 것도 없고.

일단 전자책의 장점은 가볍고 휴대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종이책은 일단 무겁고 부피를 많이 차지한다. 두꺼운 책을 몇권만 가방에 넣어도 어깨가 뻐근하다. 하지만 전자책은 한권을 가지고 다니나 수백, 수천권을 가지고 다니나 무게가 똑같다.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기기만 있으면 된다. 전자책 전용리더는 웬만한 책보다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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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는 책을 읽다가 사전이나 추가정보를 찾아보기가 편하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냥 단어를 손가락으로 터치하면 바로 뜻이 나온다. 그 단어에 대해서 바로 그 자리에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거나 위키피디아를 열어볼 수도 있다. 킨들앱의 경우는 다른 앱이나 사파리브라우저를 띄울 필요없이 바로 그 안에서 원하는 단어를 구글검색을 하거나 위키피디아 항목을 찾아볼 수 있다. 그 단어를 일일이 다시 타이핑할 필요없이 바로 선택해서 원터치로 검색이 가능하다는 점은 써보면 써볼 수록 정말 편리하다고 느꼈다.

특히 책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해서 바로바로 찾아보기에 정말 좋았다.

특히 책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해서 바로바로 찾아보기에 정말 좋았다.

세번째로 문자크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다. 운동하면서 읽을때는 문자크기를 크게 해서 움직이면서 읽으면서도 피곤하지 않도록 했다. 조용히 책을 읽을 때는 적당히 보통크기로 글자크기를 줄여서 집중하면서 읽었다. 또 상황에 따라 아이패드로 읽거나 아이폰으로 읽거나 PC에서 읽거나 편리한 디바이스로 읽을 수 있는 것도 편하다. 읽었던 위치나 북마크한 내용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므로 쉽게 왔다갔다 하면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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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자책은 구매가 간편하다. 사고 싶은 책이 있을 때 일부러 서점에 가거나 인터넷서점에서 주문해놓고 기다릴 필요가 없다. 궁금한 책이 있으면 언제나 아이북스나 아마존에서 검색을 해서 책내용을 살펴보고 책의 앞부분 샘플을 무료로 다운로드받아본다. 앞부분을 읽고 독자리뷰를 읽고 정말 괜찮을 것 같을때 구매하면 된다. 심심할때 아이폰을 들고 아이북스에서 책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물론 위 장점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사용할 경우에 얻을 수 있다. 2007년 아마존이 킨들을 소개하면서 열린 미국의 전자책시장은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아서 거의 모든 책이 종이책출간과 동시에 전자책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전자책으로 읽으면 아쉬운 점도 물론 있다. 우선 종이책의 질감, 존재감을 전자책에서는 느끼기 어렵다. 종이페이지를 한장한장 넘기면서 책을 읽어나가는 ‘성취감’이 적은 것이다. 내가 읽고 있는 페이지가 전체 책에서 어디쯤인지, 다 읽으려면 얼마나 남았는지를 감각적으로 느끼기 어렵다.

또 전자책은 종이책과 달리 서가에 물리적으로 책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니고 온라인속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읽다가 말았을 때 망각속으로 빠지기 쉽다. 일부러 킨들페이지에 들어가 내가 샀던 전자책 목록을 열어보기 전에는 옛날에 샀던 책을 다시 읽게 되지 않는다.

다 읽은 책을 남에게 빌려줄 수가 없다는 것도 큰 아쉬움이다. 그저 아마존 전자책 계정 하나로 가족끼리는 공유하는 정도다. 아마존계정을 친구랑 공유할 수는 없으니 사실 가족이상으로 내가 구매한 전자책을 나눠서 읽기는 어렵다. 사실 책은 나눠읽는 기쁨이 큰 법인데 좋은 책을 읽고 나서 나눠줄 수가 없어서 아쉬울 때가 많다. 읽은 전자책을 중고책을 팔듯이 처분할 수도 없다.

(업데이트추가) 내게 장점이라고도, 단점이라고도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눈의 피로도인데 나는 이제 워낙 익숙해져서 그런지 레티나 아이패드로 오래 전자책을 읽어도 그다지 눈이 피로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종이책은 조명이 있어야 해서 불편할 때가 있는데 그럴때 아이패드로 읽으면 편리하다. 다만 아이폰으로 읽는 것은 너무 화면이 작아서 불편하다.

전자책의 가격도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 편이다. 종이책보다 전자책이 2~3불정도 싼 경우가 많은데 사실 나온지 좀 된 책은 서점에서 할인행사등을 통해서 더 싸게 살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전자책은 그런 할인행사를 통해서 싸게 사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전자책으로 사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살 수 있다는 구매의 편리함과 휴대의 간편성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전자책은 책에 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런데 좀 써보니 그것도 사용하기 나름이다. 인상적인 부분을 터치해서 하일라이트해놓기 쉽고 그 부분에 코맨트를 입력해 놓는 것도 쉽다. 무엇보다 편리한 것은 그렇게 입력한 내용을 PC나 맥의 킨들앱에서 열어놓고 다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정리할때 편하다.

어쨌든 전자책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리한 매체다. 책의 진화다. 하드커버, 페이퍼백, 오디오북 등 다양한 책의 형식이 존재하는 미국에서는 종이책, 오디오북외에 편리하게 볼 수 있는 책의 포맷이 하나 더 생긴 것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내가 책을 소비하는 여건에 따라 편리한 책의 포맷을 골라서 사면 되는 것이다. 한국에도 빨리 전자책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를 기대한다.

/최근 시사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3월 16일 at 1:07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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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스에서 길러지는 창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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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올드시티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는 유대인들.

예루살렘의 올드시티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는 유대인들.

예전에 이스라엘 사람과 일한 적이 있다. 그는 유대교를 독실하게 믿는 사람이었다. 반면 나는 이스라엘이나 유대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평소에는 밤늦게라도 이메일이나 전화에 바로바로 응답을 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이 사람이 금요일 오후부터는 매번 연락두절 상태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토요일 저녁이 되면 비로소 답장이 왔다. 처음에는 급한 일로 연락했는데 간단한 질문에도 답을 안 해주니 섭섭했다. 그런데 나중에 이유를 알고 보니 그는 유대교의 안식일인 ‘사바스’를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그 시간 동안은 일을 해서도 안 되고 전화나 컴퓨터를 써도 안 되기 때문에 당연히 이메일을 읽고 답장하는 것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철저하게 쉬는 것이다. 그것을 알고부터는 안식일에는 그를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에는 종교적인 이유로 일주일에 하루 일을 멀리하는 그가 그리 부럽지 않았다. 오히려 쓸데없는 구속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달라졌다. 강제로라도 그런 안식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너무나 바쁘게 사는 한국인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는 정말 열심히 산다. 아침 일찍 조찬모임에 가거나 학원에 가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종일 정신없이 일하고 야근도 다반사다. 그리고 또 직장동료나 친구들과 함께 한잔을 한다. 주말은 주말대로 등산·골프 등 취미활동에 바쁘다. 놀러 가는 것도 무슨 전투를 치르듯이 한다. 아이들도 부모와 마찬가지로 바쁜 일정 속에서 산다. 밤늦게까지 학원에 있고, 주말에도 과외활동을 하기에 바쁘다. 한마디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이것이 오늘날의 한국을 만든 원동력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이처럼 열심히 사는 한국인들이 요즘 ‘스마트폰’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만났다. 덕분에 예전보다도 더 바쁘게 산다. 머리가 쉴 새가 없다. 남들을 따라가려면 유행하는 게임도 열심히 해야 한다. 쉴새없이 울리는 카톡메시지에도 답을 해야 인간관계가 유지된다. 인기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빠지지 않고 봐줘야 한다. 지하철을 타보면 온 국민이 스마트폰 화면에 머리를 박고 있는 듯싶다. 스마트폰은 바쁜 생활을 더욱 ‘스마트’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이제 우리에게 멍하니 있는 자투리 시간은 허용되지 않는다. 덕분에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은커녕 조용한 아침이나 한가로운 주말도 없는 삶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

 얼마 전 뉴욕에서 독실한 유대교 신자인 한 젊은이를 만났다. 그는 컴퓨터프로그래머다. 그런 그도 안식일은 철저히 지킨다고 한다. 전화·컴퓨터는 건드리지도 않는단다. 그럼 주로 뭐 하냐고 물었더니 “그냥 철저하게 쉰다. 독서를 하고, 가족·친구와 대화하고, 사색을 많이 한다. 정말 머리를 식히기에 좋다”고 한다.

 삶을 열정적으로 바쁘게 사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처럼 여유롭게 사색하면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유대인들을 접하면서 그들이 얼마 안 되는 인구인데도 인류에 큰 족적을 남긴 수많은 창의적인 인물을 배출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주일에 한번씩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면서 토론하고 사색하는 습관도 그들의 중요한 성공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우격다짐으로 쥐어짠다고 창의적인 생각이나 혁신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유대인의 안식일을 보면서 무엇보다도 쉬면서 사색하고 대화하는 습관을 익히는 것이 창의력을 키우는 원천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일주일에 몇 시간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앞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습관을 만들어보자.

2013년 3월12일자 한겨레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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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무슨 내용으로 한겨레칼럼을 쓸까 고민하다가 유대인의 사밧(Sabbath), 즉 안식일과 관련해 써봤다. (원래 ‘사밧’이라고 써서 칼럼을 보냈는데 ‘사바스’로 고쳐져서 나왔다. 뭐 미국에서는 ‘사밧’이라고 발음하지만…) 어쨌든 이스라엘인과 유대인을 접하면서 이런 안식일을 갖는 전통이 그들의 생각의 깊이와 창의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 것이 아닌가 평소 생각했었다. 물론 일반화는 위험하다. 많은 이스라엘인과 미국의 유대인들은 그다지 ‘종교적’이지 않다. 내가 위에 소개한 사람들처럼 안식일의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안식일에 그냥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민족과 비교할때 유대인은 안식일을 조용히 보내고 특히 사밧의 저녁은 모든 것을 끄고 가족과 함께 대화하는 만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리고 이처럼 쉬면서 사색하고 가족들과,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생각의 깊이가 더해지는 것 같다.

그에 비하면 요즘 한국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모두들 너무 바쁘게 산다. 이제는 조금있는 여유시간도 스마트폰과 보내면서 머리가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카톡메시지에 답하느라 바쁜 사람들을 보면 ‘스마트폰의 노예’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나도 마찬가지지만) 그리고 다들 너무 부지런해서 딴 생각을 할 틈이 없어 보인다. 다들 열심히는 사는 것은 좋은데 이야기를 해보면 의외로 생각의 폭이 넓지 않고, ‘자기 생각’이 없는 사람도 많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학창시절 암기식 교육으로 자기 생각을 가질 수가 없었는데 사회에 나와서도 시키는 일만하고 남들 따라가느라 바쁘다보니 ‘내 생각’이 없어진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나의 경우 그래도 4년전 미국에 와서 살게 된 것이 나름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보다는 삶의 속도가 한 템포 느린 미국에서 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하고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한국에 계속 있었더라면 과연 지금처럼 블로그를 쓸 마음의 여유가 있었을까 의문이다.

내가 4년전 라이코스CEO로 갈 때 절친한 미국인 CEO분에게 조언을 구한 일이 있다. 그 분이 해준 조언중에 이런 말씀이 있었다. “일주일에 적어도 몇시간은 외부 미팅이나 전화 등을 완전히 블락하고 자신의 시간으로 갖도록 해라. CEO가 너무 바쁘면 안된다. 일주일에 한번은 지금 상황을 냉정히 돌아보고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일부러 그런 시간을 꼭 만들어야 한다.” 참 귀중한 조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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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2일 at 11:18 pm

생각의 단편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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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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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콘신의 한 도서관. 미국도서관들은 오디오북을 적극적으로 빌려준다.(사진출처:Flickr)

위스콘신의 한 도서관. 미국도서관들은 오디오북을 적극적으로 빌려준다.(사진출처:Flickr)

글을 읽는 것이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 텍스트를 읽는 것이 부담이 될 때가 있다. 눈도 힘들고 지친 머리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탓이다.

그럴 때 오디오북이 유용하다. 눈으로 읽는 것이 부담이 될 때 의외로 성우가 경쾌하게 읽어주는 오디오북이 책의 내용을 부담없이 귀로 흡수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서 나는 오디오북을 즐긴다.

경우에 따라서는 책과 오디오북을 같이 사서 듣기도 한다. 책이 읽히지 않을때는 오디오북으로 듣고 들은 부분만큼 건너뛰고 책으로 읽는 식이다. 예전에 엄청나게 두꺼운 스티브 잡스 전기를 그런 방식으로 읽었다. (참고: 디지털시대의 책 읽기 : 스티브 잡스 전기의 경우) 돈이 좀 들긴 하지만 할인해서 사거나 도서관에서 빌리는 방법도 있고 그렇게라도 해서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90년대초 미국에 처음와서 오디오북을 접했는데 그때는 대부분 카세트테이프로 나와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의 내용을 축약한 Abridged버전이 주류였다. 당시엔 영어가 잘 안들렸기 때문에 그냥 영어공부 삼아 들었다. 그러다가 CD버전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음질도 좋아지고 편리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긴 책의 경우는 CD가 10장이 넘기 때문에 번거로왔다. 가격도 비쌌다.

내가 알기로 90년대까지는 주로 베스트셀러만 오디오북으로 나왔다. 그것도 오디오북팬들을 대상으로 Booksontape같은 회사가 회원제로 오디오북을 제작해 보급하곤 했다. 그런데 오디오북의 대중화를 이끈 것은 사실 스티브 잡스의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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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의 디지털화를 이끄는 Audible.com이란 회사가 있다. 9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오디오북을 다운로드받아 디지털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초창기 이 회사는 오디오북 디지털파일을 휴대해서 들을 수 있는 기기가 적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이 회사는 아이팟의 대중적인 보급과 함께 기사회생했다. 아이팟이 초기부터 Audible파일포맷을 지원해주었고 아이튠스에서 오디오북을 판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3년 내가 애지중지하던 아이리버MP3플레이어를 포기하고 아이팟으로 갈아탄 이유도 Audible 오디오북을 아이팟에서 재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살아난 Audible은 꾸준히 성장해 2008년에 3억불에 아마존에 인수됐고 지금까지 성업중이다. (난 12년째 유료회원이다.) Audible에는 10만권이 넘는 오디오북타이틀이 있다고 한다.

Audible의 아이폰앱화면. 앱에서 구매한 오디오북을 다운받아서 바로 들을 수 있다. 많이 들으면 마치 게임처럼 배지를 준다.

Audible의 아이폰앱화면. 앱에서 구매한 오디오북을 다운받아서 바로 들을 수 있다. 많이 들으면 마치 게임처럼 배지를 준다.

어쨌든 아이폰을 위시로 한 스마트폰의 대중화 덕분에 미국의 오디오북시장은 완전히 자리잡았다. 미국의 오디오북시장규모는 약 1조원가량된다고 한다. 이제는 상상할 수 없이 긴 책도 축약없는 Unabridged버전으로 나온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해리 트루먼 전기는 총 54시간분량이다. 요즘 웬만한 책은 모두 오디오북버전이 (전자책버전과 함께) 같이 발매된다.  이제는 스마트폰에서 오디오북을 다운로드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오디오북이 더욱 대중화되고 있는 것이다.

긴 운전을 많이 하는 미국인들에게 오디오북은 좋은 길동무가 된다. 내가 아는 미국 분은 LA남부의 오렌지카운티에서 LA인근 글렌데일까지 교통상황에 따라 편도 1시간에서 2시간이 걸리는 길을 수십년간 출퇴근했다. 그 분이 그 긴 통근길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디오북 덕분이었다. 차 트렁크에 오디오북CD를 가득 넣고 다니면서 그때그때 원하는 책을 들으셨다.

또 한번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 건너 마린카운티로 출퇴근하는 분과 식사를 한 일이 있는데 그 분도 항상 오디오북을 듣는다고 했다. 그 분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남아있다. “집에 도착해도 차에서 내리고 싶지 않은 적이 많아요. 오디오북 스토리에 푹 빠져서 중단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나는 오디오북을 오래 즐겨왔지만 지금도 영어로 듣는 책 내용이 100%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두리뭉실 “이런 이야기를 하는구나”하고 넘어갈 때도 많다. 조금만 딴 생각을 하면 스토리를 놓치기 일쑤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흥미로운 책을 접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래도 덕분에 영어가 많이 늘기도 했다. (영어공부를 목적으로 오디오북을 듣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요즘은 머리가 많이 지쳤는지 한글로 된 책을 제대로 읽기도 힘들다. 진도가 잘 안나간다. 읽고 싶은 화제의 신간이 많은데도 말이다. 이럴 때 성우가 멋진 목소리로 책 내용을 읽어주는 오디오북이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이 글을 써봤다.

(요즘은 책의 저자나 유명배우들이 읽어주는 오디오북도 많다. 위는 앤 해서웨이가 읽은 오즈의 마법사)

Written by estima7

2013년 3월 6일 at 10:41 pm

‘하우스오브카드’로 TV방송국의 자리를 넘보는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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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인기드라마를 거느린 거대방송국에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자체 드라마로 도전장을 내민 넷플릭스. TV업계의 기존 문법을 바꾸려는 넷플릭스의 실험이 성공할 것인가.

넷플릭스는 인터넷으로 영화나 TV드라마를 볼 수 있는 미국의 유료서비스다. 97년 인터넷을 통해 DVD를 우편으로 대여해주는 서비스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2009년에는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에만 연결되었다면 컴퓨터, 스마트폰은 물론 웬만한 TV, 게임기, DVD플레이어, 셋탑박스 등 1백여가지의 다양한 기기를 통해서 어디서나 넷플릭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으로 성공했다.

이제 넷플릭스는 지난해말기준으로 미국에서만 2천7백만명의 가입자를 거느리고 있고, 캐나다, 영국, 멕시코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연매출이 4조원가까이 달하는 공룡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 가정 4곳중 한곳은 넷플릭스에 가입되어 있고 저녁 프라임타임 미국인터넷트래픽의 3분지 1을 넷플릭스가 차지한다고 할 정도로 미국에서는 완전히 자리를 잡은 서비스다.

그런데 기존 영화나 TV방송국의 드라마 등 외부콘텐츠를 구매해 이용자들에게 보여주던 넷플릭스가 최근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에서만 독점적으로 볼 수 있는 오리지널콘텐츠를 만들어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그 1탄으로 넷플릭스는 2011년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라는 드라마프로젝트에 1억불을 투자하고 그 독점권리를 확보했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으로 출연하고 ‘세븐’, ‘파이트클럽’의 명감독 데이빗 핀처가 메가폰을 잡은 화제작이다.

넷플릭스는 이 작품의 총 2시즌 26화에 1억불(약 1천1백억원)을 투자했다. 단순계산으로 한편당 약 40억원을 주고 사온 것이다. 한국에서 드라마 1편의 제작비가 평균 1~2억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투자다.

드디어 지난 2월1일 하우스오브카드를 넷플릭스를 통해 온라인으로 독점공개하면서 넷플릭스는 또한번 기존의 방송국과는 차별되는 독특한 접근방법을 폈다. 1시즌 13화를 한꺼번에 공개해버린 것이다.

기존 방송국들의 드라마방영방법은 세계적으로 거의 비슷하다. 새 드라마의 경우 일주일에 보통 1편씩 방영한다. 특히 한국처럼 사전제작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경우는 매주 드라마를 제작해 그때그때 방영한다. 그러다보니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드라마의 후반줄거리가 바뀌기도 하고 인기여부에 따라 드라마의 전체길이가 늘어나거나 줄어들기도 한다. 시청자 반응이 워낙 시원찮으면 단 몇회만에 종영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것이 방송국입장에서는 투자 위험부담을 줄이고 이익을 내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매주 드라마가 방영될때마다 마지막부분에 다음회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장치를 붙이고 입소문을 내서 계속해서 시청율을 올려가는 전략을 쓴다. (Cliffhanger라고 한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한번에 13화 모두 공개하는 방법을 택했다. 온라인스트리밍시대의 시청자들은 주말이나 심야에 긴 드라마도 한번에 몰아서 마라톤하듯 본다는 ‘빈지뷰잉'(Binge viewing), 혹은 마라톤뷰잉이라는 새로운 시청행태에 도박을 건 것이다. 넷플릭스에는 광고가 없고 모든 수입을 가입자의 월이용료(7.99불)에 의존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시도이기도 하다.

독점적인 콘텐츠를 확보해 가입자를 끌어모으려는 이런 넷플릭스의 전략은 기존 미국의 프리미엄케이블채널인 HBO나 쇼타임 등과 비슷하다. 왕좌의 게임, 소프라노스 등의 개성넘치는 오리지널시리즈로 유명한 HBO의 경우도 광고가 아닌 시청자의 월시청료로 운영한다.

넷플릭스는 계속해서 자체 오리지널콘텐츠를 만들어 가입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역시 독립창작자들을 지원해 자체 콘텐츠를 확보해나간다는 유튜브의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단순한 인터넷영화서비스에서 TV방송국의 영역으로 진군해 들어가는 넷플릭스의 전략이 성공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 첫 시도인 하우스 오브 카드에 대한 평은 대단히 좋다.

-최근 시사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3월 4일 at 11:23 pm

Webtrends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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