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피드백의 힘
조직에서 상사가 부하에게 주는 긍정의 피드백이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존경하는 부서장의 칭찬 한마디에 고무되어 엄청나게 열정적으로 일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심혈을 기울여서 했던 일을 상사에게 보고했는데 잘했다는 칭찬을 담은 메일을 받고 너무 기뻐서 그 메일을 두고두고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있다. 불과 몇마디만 적혀있던 간단한 메일이었는데도 말이다.
내 그런 경험을 떠올리며 팀원들의 열정을 복돋워주는 이메일 답장을 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가능하면 꼭 팀원들의 메일에 답장을 빨리하고 간단하더라도 힘이 되는 말을 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한다. 그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내 경험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루먼전기, “Truman”을 읽다가 공감가는 내용을 만났다. 한국전당시 국무장관이던 딘 애치슨이 나중에 회고록에서 공개한 트루만대통령에게서 받았던 메모다. 애치슨은 한국전이 발발하자마자 워싱턴에서 긴급히 가진 안보회의에서 회의를 주도하면서 한국전에 빠른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득해 성공시켰다. 그는 몇주뒤 트루먼에게서 아래와 같은 친필로 쓴 메모를 받는다.
7/ 11/ 50
Memo to Dean Acheson
Regarding June 24 and 25— Your initiative in immediately calling the Security Council of the U.N. on Saturday night and notifying me was the key to what followed afterwards. Had you not acted promptly in that direction we would have had to go into Korea alone. The meeting Sunday night at Blair House was the result of our action Saturday night and the results afterward show that you are a great Secretary of State and a diplomat. Your handling of the situation since has been superb. I’m sending you this for your record.
Harry S. Truman
1950년 7월11일
딘 애치슨에게 보내는 메모
6월24일과 25일의 일에 관해-당신이 토요일밤에 UN안전보장이사회를 즉각 소집하고 나에게 알린 것은 그 이후 조치에 있어서 핵심적인 일이었습니다. 당신이 그 방향으로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마 한국에 홀로 참전했을 것입니다. 일요일밤에 블레어하우스에서 가진 미팅은 토요일밤의 조치의 결과였고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은 당신이 훌륭한 국무장관이자 외교관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한 당신의 조치는 훌륭했습니다. 나는 이 메모를 당신이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보냅니다.
해리 S 트루먼.
한국전 발발이후 애치슨의 훌륭한 대처에 대해 공로를 치하하는 내용이다. 어찌보면 말로 해도 될 것을 일부러 친필 메모를 썼다. “그 상황에서 당신의 대응은 훌륭했다”고 치하하면서 “나는 이 메모를 당신이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보낸다”라고 썼다.
미국의 국무장관이면 엄청나게 파워풀한 자리다. 웬만한 나라의 원수이상이다. 그런 그도 이 메모를 받고 정말 감동했던 모양이다. 트루먼전기에는 수년뒤 (아마도 대통령과 국무장관 퇴임후) 애치슨이 이 메모를 공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나와있다.
Acheson said, (this memo) well illustrated the quality of the man who “bound his lieutenants to him with unbreakable devotion.”
“이런 메모는 부하들이 굳건한 헌신을 하도록 만드는 상사의 품성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애치슨이 무조건 트루먼의 말에 받들어 충성을 한 것은 아니다. 그는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필요하면 부하로서 쓴 소리를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필요하면 트루먼에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트루먼은 그런 의견을 내치지 않고 귀담아 들었다.
그렇게 두사람이 신뢰를 쌓아온 탓일까. 트루먼과 애치슨은 53년도에 각각 대통령과 국무장관직에서 퇴임하고 나서도 꾸준히 편지를 주고 받으며 우정을 쌓았다. 미주리와 워싱턴을 꾸준히 오간 이들의 편지는 애치슨이 사망한 71년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그리고 그들의 편지내용이 ‘Affection and Trust’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어나오기도 했다. 직장에서 이렇게 평생 사랑과 존경, 신뢰를 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Update : 추가로 “감사합니다” 인사의 힘 뉴스페퍼민트의 포스팅도 추천하고 싶다. 하버드의 프란체스카 지노교수의 감사 피드백에 대한 연구결과를 소개한 것인데 감사의 표현을 담은 이메일을 받은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배이상의 동기부여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지노 교수는 감사를 표현할 기회를 놓친다는 건 조직의 리더들이 비교적 비용이 덜 들면서 직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라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좋은 글 감사. 덕분에 저도 트루만 전기를 재밌게 읽었습니다. 두사람의 관계가 개인적 친분과 미국 국내정치를 넘어 국제정치에 많은 영향을 미쳤기에 주목할 수 밖에 없더군요. 그로튼, 예일, 하버드 법대 출신의 애치슨이 평범한 시골 농부 출신 트루만과 “tangled up”(애치슨의 표현을 빌려.^^) 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한 부분이 큰 의미를 갖더군요. “I never thought I was the President, and he never thought he was the Secretary…” 라고 회고하는 부분에서 약간의 과장도 느껴지긴 하지만 둘의 관계를 가장 설명해 주는 표현으로 보입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전국무장관의 관계도 저랬을까? 상상해 보면서 역대 대통령과 국무장관의 역관계가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에 미친 영향를 연구한 것들이 있는지 찾아 볼까 합니다.
Jeong Kim
2013년 3월 21일 at 7:15 am
앗. 그 두꺼운 책을 벌써 다 읽으셨나요?^^ 저도 줄 그어 놓은 “I never thought I was the President, and he never thought he was the Secretary…” 부분을 인상깊게 읽으셨군요. 위에 인용을 할까 하다가 말았습니다. 읽으면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과 총리, 장관사이에도 저런 정도의 신뢰가 있는 관계가 있었을까 생각해봤답니다. ㅎㅎ
estima7
2013년 3월 21일 at 12:27 pm
실제 3주 정도 걸렸습니다. 봄방학도 끼고 해서…ㅎㅎ 처음엔 킨들 버젼을 찾아 받아는데 전체가 아닌 “Truman Fires MacArthur”란 발췌본이어서 황당했죠. 왜 이렇게 싸게 파나 했어요.ㅜ 그래서 새책을 사서 읽게 됐습니다. 읽을수록 트루만이란 분에 심취하게 되더군요. command in chief으로서의 평가는 이견이 있었지만 퇴임후의 인생이 더 멋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부인과 직접 차를 몰고 워싱턴 여행을 한 부분도 그렇고 인간적으로 매력이 있는 분이었던거 같아요.
Jeong Kim
2013년 3월 21일 at 1:57 pm
저도 킨들버전이 1.99불이어서 깜짝 놀랐는데 알고보니 발췌본이더군요.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추천한 보람이 있습니다. 저는 트루먼의 일생을 보고 개인적인 용기까지 얻었습니다. ㅎㅎ
estima7
2013년 3월 21일 at 3:07 pm
저도 요즘 feedback의 힘을 절실히 느끼고 있네요, 심지어 negative feedback 이 no feedback 보다 100배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Paul Kim (@totworld)
2013년 3월 21일 at 2:38 pm
맞습니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고 했나요?^^
estima7
2013년 3월 21일 at 5:57 pm
늘 도움이 되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트루먼 전기는 올해가 가기전에 한번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Jongwook Kim
2013년 3월 21일 at 4:05 pm
네 길지만 한번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estima7
2013년 3월 21일 at 5:58 pm
좋은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Han Kim
2013년 3월 21일 at 4:38 pm
감사합니다!
estima7
2013년 3월 21일 at 5:58 pm
부하직원을 소모품으로 여기고 자신의 출세의 발판으로만 생각하고 질책밖에 모르는 상사는 그들의 술자리 안주꺼리가 되기 쉽상이죠.^^
이준성
2013년 3월 21일 at 4:57 pm
네, 부하들이 어떻게 자신을 보고 있을지 항상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estima7
2013년 3월 21일 at 5:58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