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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이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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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27일 업데이트: 아래 글은 지난해 7월중순쯤 썼던 글을 8월15일에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내용입니다. 한국에서 아이패드가 발매되기도 휠씬 전입니다. 보스턴에 여름동안 방문하신 아버님께 아이패드를 선물해드린 이야기를 쓴 것입니다. 마침 할아버지제사때가 됐는데 아버님이 미국에서라도 꼭 제사를 드리고 싶다고 하셔서 간소하게 차린 제사를 차려드린 일이 있습니다. 그때 우연히 영정사진대신 아이패드를 쓰게 됐는데 이 사진이 요즘 들어 인터넷에 “아이패드의 위엄”이라는 제목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상황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오해를 하시는 것 같고 저희 집의 개인적인, 그것도 조부모님 사진이 엉뚱하게 돌아다니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썼던 글인데 오해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머리에 오랜만에 추가합니다.


아이패드의 가장 큰 장점은 쉽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꿔말하면 새로운 첨단기기에 익숙한 젊은층은 물론 기계에 거부감을 느끼는 주부나 노년층에도 환영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아버지께 아이패드를 선물한 이후 아이패드의 이런 장점에 대해 다시 실감했다.

지난달 손자들의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에 계신 부모님이 보스턴을 방문하셨다. 이번에 아버지는 작은 랩탑컴퓨터를 가지고 오셨다. 올해 일흔둘이 되신 아버지는 아직도 컴퓨터가 익숙치 않으시다. 그래도 미국에 계시는 동안 랩탑으로 한국신문사이트에 들어가 뉴스를 읽으시고 가끔 DVD영화를 보시기 위해 가지고 오신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컴퓨터를 쓰시는 것을 보니 참 어렵다. 사이트에 들어갈 때마다 떠오르는 팝업. 어지러운 광고들. 윈도창들이 너무 많이 열려서 어떻게 정돈해야할지 당황하시기도 하고 액티브엑스 설치 권유창이 떠오를 때마다 어찌해야할지 모르신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수많은 경고창에 ‘예’를 누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스파이웨어가 깔려있기 일쑤다. 아버지가 하고 싶어하시는 것은 그저 뉴스를 읽고, 영화를 보고, 손자들 사진을 보는 것뿐인데 너무 복잡하다 싶었다.

그래서 아이패드를 선물해 드리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아직 아이패드에서 한글입력이 지원되지 않아 시기상조다 싶었지만 아버지가 글 입력보다는 주로 ‘읽기’위주로 컴퓨터를 사용하셔서 괜찮겠다 싶었다)

Wifi버전 아이패드를 구입해서 우선 아버님이 보시기 좋게 뉴욕타임스 등 미국신문앱, 조선일보, 한국경제신문 등 한국신문앱을 설치했다.  포토앱에는 가지고 계신 손주들의 사진을 정리해서 넣어드리고 미국뉴스 팟캐스트동영상도 넣어드렸다. 그리고 사파리, 구글맵, 유튜브 등의 기본적인 사용법을 알려드렸다. 한글입력이 안되지만 급한대로 검색은 다음이나 구글앱을 통해 음성검색으로 할 수 있도록 사용방법을 알려드렸다. (음성검색을 직접 사용해보시고 그 정확도에 깜짝 놀라셨다)

아이패드를 받으시고 너무 기분이 좋으셨던 아버지는 그날밤 밤새도록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꿈을 꾸셨다고 한다. 한시간 남짓 이것저것 설치하고 설명해드린 것뿐인데 그만큼 강렬하게 인상이 남은 것이다.

그뒤로 미국에 계신 동안 아버지는 아침저녁으로 아이패드로만 신문을 보셨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일보 등등 기존에 나와있는 한국신문의 아이폰앱을 아이패드를 통해서 2배 확대해서 보시는데 글씨가 크고 사용하기 편해서 별 불편을 느끼지 않으신다. 또 USA투데이나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미국신문도 전용아이패드앱을 통해서 보신다. 매경앱을 통해서 한국경제뉴스도 들으시고 라디오앱을 통해서 한국의 라디오방송도 들으신다.

보스턴에서 처음으로 아버님과 함께 조부모님 제사를 지냈다. 그런데 영정사진이 없었다. 한국에서 이메일로 받은 사진을 인쇄해서 붙이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그냥 "아이패드로 쓰면 되지 않냐"고 하셨다. 그래서 그냥 아이패드로 사진을 확대해서 영정사진으로 썼다.

이메일을 설정해서 사용법을 알려드리니 자료가 필요할 때는 서울에 전화해서 이메일로 자료를 보내라고 해서 바로 읽으신다. 첨부문서나 사진을 터치만 하면 보기 편하게 열리기 때문에 이용하는데 부담이 없으시다고 한다. 손주들의 사진과 여행을 다녀온 사진, 비디오를 정리해서 앨범에 넣어드리니 자주 들여다 보신다. 종이에 인화할 필요가 없이 바로 아이패드로 사진을 열람하시는 것이다. 아예 애플스토어에 같이 가서 전용 케이스와 받침대를 사서 디지털사진액자로 사용하시기도 한다.

얼마전에는 온라인스트리밍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넷플릭스앱의 사용법을 알려드렸다. 그랬더니 최근 스웨덴작가 스티그라르손의 소설 ‘밀레니엄’의 영화판인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를 넷플릭스앱을 통해서 감상하시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아버지는 결코 능숙하게 아이패드를 활용하시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미국인과 비교하면 쓰임새가 휠씬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만족도는 아주 높다.  “어렵지 않고 간단해서 좋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버지는 “아이패드를 계속 사용해보니 종이신문을 볼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까지 말씀하신다. 아이패드를 쓰기 시작한 이후로 아버지는 랩탑은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패드에 아직 한글입력이 지원되지 않고 한국신문 등의 아이패드전용앱이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다. 아버지가 아이패드를 사용하시는 모습을 보고 아이패드가 한국에 정식 발매되고 주요 신문, 방송 등의 아이패드앱이 등장하면 생각보다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주 시사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Written by estima7

2010년 8월 15일 , 시간: 11:51 오후

모바일웹트랜드, iPad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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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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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런 일이 있었군ㅎㅎ 한글입력이 안되는게 큰 한계이고, 한글로된 아이패드 앱도 너무 적은게 정말 큰 문제. 넷플릭스는 한국에 돌아가시면 안될테니 좀 답답해 하시지 않으실까 걱정.

    sangwooklim

    2010년 8월 16일 at 12:03 오전

  2. 일단 분명한 건 애플을 선두로 태블렛 열풍이 불고 있고, 그 여파로 eBook의 가격이 전체적으로 하락한 것만 보아도 충분한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이폰이 전세계를 휩쓸었을 때, 애써 한국 시장만 모른체 했지만, 아이폰을 선두로 한국에도 스마트폰 열풍이 불엇던 것처럼, 아이패드가 한국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오리라 생각합니다. 단순히 아이패드의 사용율과 판매율은 둘째치고요.

    jeongism

    2010년 8월 16일 at 12:06 오전

  3. 곧 효도 선물로 아이패드가 대세가 될지도 모르겠군요. =)

    zingle

    2010년 8월 16일 at 1:46 오전

  4. 아이패드 영정사진이 참 인상적이네요. ^^

    째시기

    2010년 8월 16일 at 3:45 오전

  5. 영정사진을 프린트 없이 ipad로!!

    hibreeze

    2010년 8월 16일 at 3:54 오전

  6. 얼마전 한 개발자분이 한글 키보드를 개발해서 배포하셨습니다. 탈옥하시면 한글 입력이 가능하답니다^^ 개발자분 블로그 주소 참고하세요. http://codedesign.tistory.com/51

    dukeom

    2010년 8월 16일 at 4:26 오전

    • 탈옥하면 은행어플이 실행 안되는게 가장 큰 단점입니다. 아이폰으로 은행업무를 못 보니 아이패드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탈옥을 못하고 있습니다. 탈옥하면 한글 뿐만 아니라 아이패드 실행 화면을 그대로 텔레비전에 연결해서 보여줄 수도 있는데… 연결선도 사 놓았는데, 은행업무 때문에 탈옥 못하고 있습니다.

      yesunny

      2010년 8월 16일 at 6:46 오후

      • 간신히 했습니다. 생각보다 번거로운 점이 많네요. 그런데 아버님은 이미 귀국하셔서 ㅠ.ㅠ

        estima7

        2010년 8월 17일 at 11:01 오후

  7. 선생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영정사진을 아이패드로 대신한 사진이 묘한 느낌을 줍니다. ‘제사’라는 전통적이고 아날로그적 이미지와 ‘아이패드’라는 최첨단 디지털 이미지의 조화. 가끔 찾아 뵐 때마다 껍질을 하나 하나 벗어내는 듯 합니다.^^

    생각하는 꼴찌

    2010년 8월 16일 at 2:23 오후

  8. ㅎㅎㅎㅎㅎㅎㅎㅎ 아이패드가 영정사진으로 쓰이는 경우는 아마 세계 최초가 아닐까 짐작합니다. ㅎㅎㅎㅎㅎㅎ

    내용이 예전에 읽었던 이 글이랑 비슷한 취지의 글이네요.
    http://neoocean.net/blog/2039

    zariski

    2010년 8월 17일 at 9:39 오전

  9. ㅎㅎ 잘 읽었습니다. 에스티마님 글은 차가워 보일 수 있는 IT포스트를 참 따듯하게 쓰시네요.

    redreamer

    2010년 8월 17일 at 10:59 오후

  10. 한국아이패드는 내년패드가 될 것 같습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결국 아직도 판매할 기색이 없어 이번 가을 미국 여행시에 미국에서 아이패드 두대(부부)를 사서 쓰다 가지고 오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패드에 대한 검색을 하다 여기까지 왔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샛솔

    2010년 8월 18일 at 2:19 오전

  11. […] 생각했는데 의외로 잘 읽었다는 인사를 많이 받은 글이었다. (나중에 ‘아버지와 아이패드’라는 제목으로 내 블로그에도 공개했다.) 제사에서 아이패드를 […]

  12. 이렇게 전후맥락을 알고 보니
    저 사진이 아이패드 자랑질도 아니고
    바나나가 올라온 것도 정황상 그럴싸한 일이군요 ㅎㅎ

    저 사진을 유머게시판에서 댓글들과 함께 봤을 때랑은
    전혀 다른 느낌이네요.

    MarkTheK

    2011년 1월 26일 at 8:04 오후

    • 네, 미국에 있더라도 제사는 꼭 지내고 싶으시다는 아버님 말씀에 급히 준비하느라고 그렇게 된 겁니다. 사진 올릴때 혹시 인터넷에서 놀림감이 되지 않을까하는 약간의 걱정을 했는데 현실화된 것 같네요. 부모님은 모르시길…

      estima7

      2011년 1월 26일 at 9: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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