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EstimaStory.com

Thoughts on Internet

Archive for 8월 15th, 2010

아버지와 아이패드

with 15 comments

2011년 1월 27일 업데이트: 아래 글은 지난해 7월중순쯤 썼던 글을 8월15일에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내용입니다. 한국에서 아이패드가 발매되기도 휠씬 전입니다. 보스턴에 여름동안 방문하신 아버님께 아이패드를 선물해드린 이야기를 쓴 것입니다. 마침 할아버지제사때가 됐는데 아버님이 미국에서라도 꼭 제사를 드리고 싶다고 하셔서 간소하게 차린 제사를 차려드린 일이 있습니다. 그때 우연히 영정사진대신 아이패드를 쓰게 됐는데 이 사진이 요즘 들어 인터넷에 “아이패드의 위엄”이라는 제목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상황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오해를 하시는 것 같고 저희 집의 개인적인, 그것도 조부모님 사진이 엉뚱하게 돌아다니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썼던 글인데 오해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머리에 오랜만에 추가합니다.


아이패드의 가장 큰 장점은 쉽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꿔말하면 새로운 첨단기기에 익숙한 젊은층은 물론 기계에 거부감을 느끼는 주부나 노년층에도 환영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아버지께 아이패드를 선물한 이후 아이패드의 이런 장점에 대해 다시 실감했다.

지난달 손자들의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에 계신 부모님이 보스턴을 방문하셨다. 이번에 아버지는 작은 랩탑컴퓨터를 가지고 오셨다. 올해 일흔둘이 되신 아버지는 아직도 컴퓨터가 익숙치 않으시다. 그래도 미국에 계시는 동안 랩탑으로 한국신문사이트에 들어가 뉴스를 읽으시고 가끔 DVD영화를 보시기 위해 가지고 오신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컴퓨터를 쓰시는 것을 보니 참 어렵다. 사이트에 들어갈 때마다 떠오르는 팝업. 어지러운 광고들. 윈도창들이 너무 많이 열려서 어떻게 정돈해야할지 당황하시기도 하고 액티브엑스 설치 권유창이 떠오를 때마다 어찌해야할지 모르신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수많은 경고창에 ‘예’를 누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스파이웨어가 깔려있기 일쑤다. 아버지가 하고 싶어하시는 것은 그저 뉴스를 읽고, 영화를 보고, 손자들 사진을 보는 것뿐인데 너무 복잡하다 싶었다.

그래서 아이패드를 선물해 드리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아직 아이패드에서 한글입력이 지원되지 않아 시기상조다 싶었지만 아버지가 글 입력보다는 주로 ‘읽기’위주로 컴퓨터를 사용하셔서 괜찮겠다 싶었다)

Wifi버전 아이패드를 구입해서 우선 아버님이 보시기 좋게 뉴욕타임스 등 미국신문앱, 조선일보, 한국경제신문 등 한국신문앱을 설치했다.  포토앱에는 가지고 계신 손주들의 사진을 정리해서 넣어드리고 미국뉴스 팟캐스트동영상도 넣어드렸다. 그리고 사파리, 구글맵, 유튜브 등의 기본적인 사용법을 알려드렸다. 한글입력이 안되지만 급한대로 검색은 다음이나 구글앱을 통해 음성검색으로 할 수 있도록 사용방법을 알려드렸다. (음성검색을 직접 사용해보시고 그 정확도에 깜짝 놀라셨다)

아이패드를 받으시고 너무 기분이 좋으셨던 아버지는 그날밤 밤새도록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꿈을 꾸셨다고 한다. 한시간 남짓 이것저것 설치하고 설명해드린 것뿐인데 그만큼 강렬하게 인상이 남은 것이다.

그뒤로 미국에 계신 동안 아버지는 아침저녁으로 아이패드로만 신문을 보셨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일보 등등 기존에 나와있는 한국신문의 아이폰앱을 아이패드를 통해서 2배 확대해서 보시는데 글씨가 크고 사용하기 편해서 별 불편을 느끼지 않으신다. 또 USA투데이나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미국신문도 전용아이패드앱을 통해서 보신다. 매경앱을 통해서 한국경제뉴스도 들으시고 라디오앱을 통해서 한국의 라디오방송도 들으신다.

보스턴에서 처음으로 아버님과 함께 조부모님 제사를 지냈다. 그런데 영정사진이 없었다. 한국에서 이메일로 받은 사진을 인쇄해서 붙이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그냥 "아이패드로 쓰면 되지 않냐"고 하셨다. 그래서 그냥 아이패드로 사진을 확대해서 영정사진으로 썼다.

이메일을 설정해서 사용법을 알려드리니 자료가 필요할 때는 서울에 전화해서 이메일로 자료를 보내라고 해서 바로 읽으신다. 첨부문서나 사진을 터치만 하면 보기 편하게 열리기 때문에 이용하는데 부담이 없으시다고 한다. 손주들의 사진과 여행을 다녀온 사진, 비디오를 정리해서 앨범에 넣어드리니 자주 들여다 보신다. 종이에 인화할 필요가 없이 바로 아이패드로 사진을 열람하시는 것이다. 아예 애플스토어에 같이 가서 전용 케이스와 받침대를 사서 디지털사진액자로 사용하시기도 한다.

얼마전에는 온라인스트리밍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넷플릭스앱의 사용법을 알려드렸다. 그랬더니 최근 스웨덴작가 스티그라르손의 소설 ‘밀레니엄’의 영화판인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를 넷플릭스앱을 통해서 감상하시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아버지는 결코 능숙하게 아이패드를 활용하시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미국인과 비교하면 쓰임새가 휠씬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만족도는 아주 높다.  “어렵지 않고 간단해서 좋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버지는 “아이패드를 계속 사용해보니 종이신문을 볼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까지 말씀하신다. 아이패드를 쓰기 시작한 이후로 아버지는 랩탑은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패드에 아직 한글입력이 지원되지 않고 한국신문 등의 아이패드전용앱이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다. 아버지가 아이패드를 사용하시는 모습을 보고 아이패드가 한국에 정식 발매되고 주요 신문, 방송 등의 아이패드앱이 등장하면 생각보다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주 시사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Written by estima7

2010년 8월 15일 at 11:51 오후

모바일웹트랜드, iPad에 게시됨

Tagged with

HP의 마크 허드가 쫓겨난 진짜 이유(NYT기사를 읽고)

with 10 comments

얼마전 HP CEO 마크 허드의 급작스러운 사임 뉴스를 듣고 고개를 갸우뚱한 일이 있다. 몇년간 수천억원의 연봉을 받는 CEO가 겨우 외부 Contractor에게 쓴 1천불에서 2만불사이의 비용이 부적절하다고 사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가 된 상대 여인과 따로 식사정도를 했을지언정 성관계는 없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미국 기업계가 그렇게 깨끗한가? 이런 기준을 대면 한국CEO중에 버텨낼 사람 하나도 없겠네”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가 “아니다 뭔가 있다. 그럴리가 없다. 다른 이유가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라고 결론내렸다. 더구나 칼리 피오리나 이후 등장 HP의 실적을 극적으로 올린 스타 CEO가 아닌가. 정말 이상했다. (그런 스타CEO인데도 왜 나는 그에 대해 거의 전혀 몰랐을까? 사실 HP CEO이름이 마크 허드라는 것도 처음으로 인식했다)

그런데 오늘 뉴욕타임즈에 내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기사가 났다. 제목이 “Real Reason for Ousting H.P.’s Chief“. 그가 쫓겨난 진짜 이유란다. 도대체 뭘까 싶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CEO리더쉽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기사였다. 관심있는 많은 분들이 일독했으면 한다.

귀차니즘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요약하면.

마크 허드가 4년전에 CEO가 된 이후 매출은 $80B에서 2009년에 $115B으로 뛰었다. 주가도 2배상승하고 마진도 높아졌다. 그는 월가의 사랑을 받는 CEO였다. 하지만 그는 이면에서는 정치에 능한 무자비한 보스였고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CEO였다. 직원 모두가 그를 싫어했다. 내부 조사에 따르면 HP직원중 3분지 2가 다른 회사에서 오퍼를 받으면 HP를 떠나겠다고 할 정도였다. 무례하고 저속한 분위기의 그는 공포를 기반으로 부하를 통치했으며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 임원들을 쪼아댔다 그리고 단기실적을 위해 미래를 희생했다. HP의 전통이었던 R&D비용은 매출의 9%대였다. 그러던 것이 마크 허드이후에는 2%까지 떨어졌다. PC그룹에서는 R&D비용이 1%이하였다. HP가 아이패드에 대응을 못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는 심지어 기부예산까지도 삭감했다.

즉, 아무 성적이 좋아도 HP의 가치를 갉아먹는 이런 CEO를 몰아내기 위해 이사회는 “부적절한 비용사용”과 “섹스스캔들”(성관계는 없는)을 들어 그를 내쫓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월스트리트의 화살을 피할 수 있으니까. 정말 이사회의 생각이 이랬다면 정말 흥미있는 스토리다.

이 기사의 마지막 부분이 나에게는 특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One thing I found surprising this week was learning that to many H.P. observers Ms. Fiorina no longer seemed quite so bad. It was actually her strategic vision that Mr. Hurd had executed, I heard again and again. Her problem was that while she talked a good game, she lacked the skill to get that big, hulking, aircraft carrier of a company moving in the direction she pointed. Mr. Hurd was a brilliant operational executive, but had the strategic sense of a gnat, and knew only how to cut costs.(이번 취재에서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많은 HP주변인들이 더이상 칼리 피오리나를 나쁘게 보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사실 마크 허드가 실행한 것은 그녀의 전략적 비전었다는 이야기를 나는 여러번 들었다. 그녀의 문제는 사실 그녀가 제대로 된 전략게임을 이야기했지만 그녀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 커다란 공룡기업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마크허드는 오퍼레이션에 뛰어난 중역이었다. 하지만 전략적 센스는 젬병이었고 오로지 비용을 깎는 방법밖에 몰랐다)

What H.P. needs in its next leader, Mr. House told me, is “someone with Carly’s strategic sense, Mark’s operational skills, and Lew’s emotional intelligence.” (HP가 필요로하는 차세대리더는 칼리피오리나의 전략적센스, 마크허드의 오퍼레이션능력, 그리고 루플렛(피오리나이전CEO)의 감성지수가 있어야한다)-Emotional intelligence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말입니다-리더는 모름지기 부하를 감싸안는 감성적인 능력이 있어야한다는 얘기죠.)

That is a tall order, but not an impossible one. It is certainly plausible that the H.P. board can find such a person. Given its recent track record, though, don’t hold your breath.(그것은 참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HP이사회가 그런 인물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의 실적으로 볼때는 큰 기대를 하지 말기를…. )

이 글을 읽고 CEO의 리더쉽에 대해서 또 다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됐다. 젊었을 때 역시 이사회의 결정으로 쫓겨났던 스티브 잡스는 어땠을까?

마침 또 이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허드 前 HP CEO ‘미운 털’ 스티브 잡스 ‘인기 짱’(한국경제)

마크허드는 HP직원들에게 단지 34%의 지지를 얻어 조사대상 IT CEO중 가장 낮은 지지도를 기록한 반면에, 스티브 잡스는 애플직원들에게 98%의 지지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둘 다 폭군 같지만… 사실은 굉장히 다른 리더쉽이라는 생각이 든다.

Written by estima7

2010년 8월 15일 at 6:54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