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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노예가 된 우리들

with 23 comments

사진 출처 :CBS모닝쇼

한달전쯤인가 CBS TV모닝쇼를 보다가 흥미로운 내용을 접했다. “스마트폰또라이가 되지 말자”(Don’t be a smartphone jerk)란 제목이었는데 상대방과 대화는 안하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요즘 세태 때문에 생긴 웃기는 풍속도 얘기였다. 재미있어서 아래처럼 가볍게 트윗했다.

그런데 트윗하자마자 내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을 받았다. 수백번이상의 RT(리트윗)이 이어진 것이다. 수많은 분들이 “정말 공감한다. 한국에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답을 주었다. 나는 “아,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도 이런 현상에 염증을 느끼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더구나 세계최고수준의 스마트폰의 보급속도와 함께 특히 온국민이 카톡을 쓴다는 한국이 더 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Update 추가 : NYT 2013년 9월 23일자에 “Step away from the phone”이란 기사에 위와 같은 방식이 ‘Phone Stack’이라는 게임으로 유행중이라고 보도. 링크 : 폰스택 게임룰 링크 인스타그램 폰스택 사진모음. 

그러다가 얼마전에 보스턴시내에 생긴 한국순두부식당에 갔다가 비슷한 상황을 목격했다. 그 식당에 온 젊은 한국유학생커플이 자리에 앉자마자 서로 이야기는 안하고 각자 아이폰화면을 들여다보느라 바쁜 것이었다. 정말 기묘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사랑하는 연인사이 같은데 데이트하면서 서로 이야기는 안하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에 빠지면서 정작 가까운데 있는 사람을 챙기지 않게 됐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광경이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실제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폰4S에 들어간 시리(Siri)덕분이다. 사람들은 진짜 인간에게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기 보다는 점점 똑똑해져가는 시리에게 인생상담을 하게 될지 모른다. 지금의 기술발전 속도를 보면 머지않은 장래에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애플은 최근 새로운 아이폰4S TV광고를 내놓았는데 유명 여배우 조이 데샤넬이 잠옷을 입고 시리와 대화하는 내용이다.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시리와 대화하는 것이 쿨(Cool)한 것이라고 착각하지 않을까 두렵다.

MIT에서 기술과 인간사회와의 관계를 연구하는 셰리 터클교수는 지난 1월 “함께 있는 외로움”(Alone Together)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사람들이 기술에 더 많은 것을 의존하게 되면서 정작 사람간의 진짜 관계는 줄어들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터클교수는 얼마전 TED에서 “Connected, but alone?”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또 지난 NYT 일요판에 “The Flight From Conversation”란 제목의 컬럼을 기고해 큰 반향을 얻기도 했다. 들어보고, 읽어보고 그 내용을 음미해볼만한 좋은  글과 동영상이다. 추천! (TED발표내용과 NYT컬럼내용이 거의 같은 내용이다.)

터클교수는 엄청나게 기술이 진보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항상 연결되어 있고 소통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단순히 연결(Connection)을 위해서 대화(Conversation)를 희생하고 있다고 했다. 문자주고받기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은 실제로 상대방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문자를 주고 받으며, 트위터를 하면서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폰과 함께하면 절대로 외로워질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스마트폰이 우리의 진정한 인간관계를 단절시키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사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사실 회피하면서 스마트폰을 통한 쉬운 소통에 몰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다. 회사에서 관계가 불편한 사람과 직접 대면을 피하고 건조한 이메일만을 주고 받기도 했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이런 문자를 통한 가벼운 관계, 소통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 잠시도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 스마트폰이 우리에게서 생각을 할 고요한 시간을 빼앗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트위터를 통해서 내 생각을 알리고 공유하면서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자위하고 있었지만 가끔은 “I share, therefore I am”이란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서 그저 떠오르는 생각을 트윗하기에 바쁘다.  그렇게 계속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혼자서 깊은 사색에 잠길 여유가 없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스라엘인들과 일하면서 유태인들의 힘이 사밧(Sabbath-안식일)에서 온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해가 질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금요일저녁에 가족들과 식탁에서 대화를 나누고 토요일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안식의 시간을 갖는다. 이메일을 보내도 답장이 없다. 그러다가 토요일밤이 되면 장문의 답장을 하고는 했다. 그만큼 그들은 고요속에서 생각할 시간을 얻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렇게 자라난 유태인 아이들이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고 창의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스마트폰혁명을 만든 장본인중 한 명인 스티브 잡스는 오히려 산책을 하면서 사색을 즐겼다. 그는 항상 걸을 때 더 잘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이 오면 항상 산책을 가자고 하면서 걸으면서 자유로운 대화를 즐겼다. 물론 전화의 방해가 없이 말이다.

터클교수는 그래서 이렇게 제안한다. 집안의 부엌이나 식탁을 기계해방구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대화의 가치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자고 말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방법을 가르치자고 말이다. 그리고 주위 사물을 보고, 나무를 보고, 하늘을 보면서 걷자고 말한다. 전화화면에 고개를 처박고 타이핑을 하면서 걷지 말고 말이다.  일단 나부터 실천해야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도 아이폰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Update: 위에서 소개한 셰리 터클 MIT대교수의 “Alone Together”가 “외로워지는 사람들”(부제:테크놀로지가 인간관계를 조정한다)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되었다.  다음책 링크  중앙일보 서평 페이스북 친구 많은데 말 붙일 친구는 없네

Written by estima7

2012년 4월 24일 , 시간: 10:50 오후

짧은 생각 길게 쓰기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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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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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얼마전부터는 집에가서는 혼자있을때가 아니면 아이폰을 집어들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단 아직 어린 아기가 크면서 따라할까봐 걱정되서요^^;

    duii

    2012년 4월 24일 at 11:00 오후

    • 위에 저렇게 써놓긴 했지만 저도 힘듭니다. 요즘엔 아이패드도 있기 때문에…^^

      estima7

      2012년 4월 25일 at 7:02 오전

  2. 예전에는 사람들 앞에 두고 스마트폰 들여다 보는게 (그사람을 위해 뭔가 찾아 주는게 아닌이상) 예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도 어느새 모르게 길고 지루한 미팅 중에는 슬그머니 눈과 손이 아이폰으로…

    저도 그렇고 어른들에게는 스마트폰이 새로운 문명이니 ‘이게 우리를 더 고립시키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다분한 반면, 아이들을 보면 (어려서 그렇겠지만) 그런 거리낌이 참 없어 보입니다. 그냥 당연한 기기라고 생각하죠. 마치 우리 세대가 TV를 시청하며 TV가 우리를 바보로 만들지는 않을까 걱정 별로 안하는 것 처럼요. 근데 스마트폰이 생각할 고요한 시간을 빼앗는다는 말은 참 공감이 갑니다.

    liveandventure

    2012년 4월 25일 at 12:15 오전

    • 예, 저도 가끔 “아빠가 어렸을 때는 휴대폰이란게 없었다”고 이야기해주고는 합니다만 그런 세상을 이해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쨌든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우리는 잠깐의 자투리시간도 심심할 틈이 없게 됐는데… 저는 그게 참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요즘은 솔직히 피곤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머리가 쉴 틈이 없어요. 머리에 숨을 쉬게 해줘야 하는데 말이죠.ㅎㅎ 잠도 아이폰과 같이 자고 있으니…

      estima7

      2012년 4월 25일 at 7:04 오전

  3. Phone Stack 게임을 말씀하시나보네요. 몇달전에 텀블러에서 알게되었는데, 이 게임의 반론들에 관한 칼럼이 있는데 상당히 흥미롭더군요 http://www.getkempt.com/the-code/defending-the-phone-stack.php

    Joohwan Kwon

    2012년 4월 25일 at 9:47 오전

  4. 깔끔한 정리와 좋은글 감사합니다. 제가 요즘 생각하고 있는 바로 그 주제네요. 저는 얼마전부터 친구들을 만났을때 스마트폰 안보기 운동을 저부터 하고 있습니다. 눈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하려고요. 와이프와도 산책의 시간을 더 늘려야겠네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개발자이지만 기술의 발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생각에 생각을 곱하게 되는 소통은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전해주세요~

    kwangshin

    2012년 4월 25일 at 10:25 오전

  5.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The Shallows라는 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네요!~

    ideaots

    2012년 4월 25일 at 12:22 오후

  6. 아이폰 과부라는 말이 괜시리 생긴 건 아니죠.. 남편을 아이폰에게 빼앗겨버린 아내의 한마디.. 남편은 저랑 사는 게 아니라 아이폰과 살아요..

    gichoi

    2012년 4월 25일 at 6:46 오후

  7.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마침 최근에 나온 “디지털 단식”이라는 책을 읽어보려고 하고 있었는데, 다시 제 모습 뿐만아니라 우리 가족과 다른 분들까지 조금 처량한 시선으로 보게 됩니다. 어느 식당에서 한 가족을 보게 되었는데, 아이는 게임, 아빠는 뉴스, 엄마는 조용히 밥을 드시면서 침묵으로 “가족외식”을 하는 모습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저희 가족은 그정도는 아니지만, 점점 그렇게 될까봐 의식적으로 핸드폰은 치우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좋은 글 감사드려요 ^^~.

    자중

    2012년 4월 25일 at 9:30 오후

  8.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시금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내용입니다. 사색의 시간을 빼앗긴채 인스턴트스러운 정보만 소비하는 제자신을 발견하게 되네요.

    Gihun Jung

    2012년 4월 25일 at 11:52 오후

  9. […] 채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블로그를 쓰면서 발견한 에스티마의 블로그 (‘스마트폰의 노예가 된 우리들’)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MIT의 사회학자이며 심리학자인 셰리 터클 교수의 […]

  10. […]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블로그를 쓰면서 발견한 에스티마의 블로그 (‘스마트폰의 노예가 된 우리들’)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MIT의 사회학자이며 심리학자인 셰리 터클 교수의 […]

  11. Reblogged this on luvbq.

    jawsbar73

    2012년 4월 28일 at 10:11 오전

  12. 지난주에 아이폰을 잃어버려서 노예에서 잠시 벗어난 상태입니다. ^^ 뭐랄까? 좀 불안하기도 하고, 홀가분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일주일 정도 지내보니 좋긴 한데, 아무래도 뭔가 중요한 전화가 걸려오지는 않을까? 라는 막연한 FOMO와 함께 갑자기 어딜 갔다가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라는 기우(?) 때문에 다시 스마트 폰을 고려중입니다. ㅎㅎ

    Taekyung Kim

    2012년 4월 28일 at 8:56 오후

  13. 유대인의 힘이 안식일에서 온다는 것에 공감가는 군요,
    사실 전 샤워시간이 긴데 (물낭비가 있습니다만) 혼자 생각하는데 무척이나 도움이 되더군요.

    Deuk-Woo Kim

    2012년 4월 28일 at 11:16 오후

  14. 스마트폰이 대새군요.노예가된저도실천해봐겠네요.

    김태완

    2012년 4월 28일 at 11:18 오후

  15. 셰리 터클 교수의 도 위에 소개하신 것과 같은 맥락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요즘 사람들의 스마트폰 집착을 보면 미디어를 사람의 연장(extension)으로 보았던 마셜 매클루언도 떠오릅니다. 이런 세태와 행태가, 차츰 새로운 유형의 인류를 만들어가지 않는가 생각도 하고요. 깔끔하게 정리해 주셔서 이해하기에 더 좋았습니다. 저도 오프라인을 실천하려고 생각은 하는데, 늘 생각에만 그치고 맙니다. 참 힘들어요.

    김상현

    2012년 5월 1일 at 8:44 오후

    • ‘Alone Together’라는 책 제목 좌우에다 ”를 넣었더니 사라져버렸네요. HTML로 인식한 모양입니다. ㅎㅎ

      김상현

      2012년 5월 1일 at 8:46 오후

  16. […] 글을 쓰거나. 물론 아이패드도 여기에 포함된다. 임정욱님이 최근 ‘스마트폰의 노예가 된 우리들‘이라는 글을 쓰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다. 애플에서 […]

  17. 포스팅 고맙습니다.

    흠..
    정말 요새 지하철에서 사람들 보면 열에 일고여덟은 머리 처박고(죄송합니다 달리 표현할 길이. 저도 가끔 그래요=_=;) 있는데..
    그걸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
    혹은 문제라고 생각해도 표현하지 않는 것인지.
    정말 궁금합니다-_ =

    아흑.
    영상도 잘 봤습니다.
    구구절절이 와닿네요.

    Hyeonah Choi

    2012년 5월 6일 at 6:26 오전

  18. 함께있는외로움 이란 킹워드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공감을 주네요

    천사

    2012년 5월 10일 at 8:53 오전

  19. estima님의 글을 읽고 우리 집에서 가족들간에 규칙을 하나 정했습니다. 거실에서는 휴대폰 사용하지 않기. 문자 보내거나 전화를 받아야할 경우에는 각자 방으로 가서 하기로 했습니다. 가족들이 거실로 나오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실제로는 거실에서 대화가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하변길

    2012년 5월 10일 at 7:05 오후

  20. […] 주의를 빼앗기는 빈도도 미국인들보다 휠씬 높아보인다.  얼마전” 스마트폰의 노예가 된 우리들“이란 미국의 스마트폰중독현상에 대한 글을 보스턴에서 쓴 일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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