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3월 8th, 2010
10년만에 첫 분기흑자낸 판도라 창업자이야기
오늘 뉴욕타임즈에 실려 상당히 화제가 된 기사 How Pandora Slipped Past the Junkyard (판도라는 어떻게 쓰레기장에 폐기되는 것을 면했나)를 나도 인상깊게 읽었다.
판도라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골라들을 수 있는 인터넷라디오. 미국내에서만 서비스되는데 4천8백만명이 가입해 가입자당 월평균 11.6시간을 듣는다는 맘모스급 라디오서비스다. 기존 FM/AM라디오의 영역을 위협하는 영역까지 성장했는데 이 블로그에서 “인터넷라디오서비스 판도라의 가능성”이란 제목으로 작년에 소개한 바 있다. 모르시는 분은 한번 꼭 보시길.
NYT에 따르면 판도라는 지난 10여년동안 적자를 내고 거의 존폐위기까지 몰렸다가 기사회생, 지난해 50M(약 560억)의 매출을 내며 지난해 4분기 첫 흑자를 냈다는 것. 그리고 올해는 두배성장한 100M의 매출을 예상한다고 한다. 냅스터 등 음악관련해서 성공한 케이스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런 판도라의 이야기는 많은 벤처들에게 큰 시사점이 있는 듯 싶다. 특히 창업자이자 Chief Strategy Officer인 Tim Westergren의 이야기는 내게 많은 교훈을 줬다.
몇가지 인상적인 부분 소개(NYT발췌)
-창업자 Westergren씨는 원래 재즈피아니스트. 그는 십수년동안의 록밴드생활을 거친 끝에 영화음악 작곡가로 일했다. 각 감독마다 취향을 분석해 맞는 음악을 작곡하는 것을 연구하던 그는 ‘뮤직게놈’을 만들어내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각 노래마다 400가지의 속성을 분류해내 DNA같은 게놈으로 기록한 음악DB를 만든 다음 비슷한 취향의 음악을 계속 들려주는 라디오를 만들겠다는 것. 첫번째 인터넷붐이 절정에 달했던 99년말에 이 아이디어를 떠올린 그는 1백50만불을 투자받아 2000년 1월 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버블이 다 꺼진 2001년말, 그는 50명의 직원이 데리고 있었지만 돈이 없었다. 그는 2주마다 전체직원미팅을 갖고 월급을 주지못하는 것에 대해 빌고 사과했다. 2년동안 이렇게 했다.(미국회사는 2주마다 봉급을 지급합니다) 그는 11개의 크레딧카드를 가지고 돈을 돌려막기도 하며 열심히 투자자 유치에 나섰다. 하지만 닷컴버블이 꺼진이후 인건비가 많이 나가는 그의 회사에 관심을 기울이는 투자자가 없었다.
-2004년 3월. 그는 348번째 투자자 설득에 나섰다.(이걸 다 세어봤다니!) 다행히도 Larry Marcus라는 VC가 9백만불의 투자를 결정했다. Marcus씨는 “그의 PT는 대단하지 않았지만 Tim이란 사람자체가 놀라울 정도로 흥미로왔다. 그는 실패하지 않을 창업가로 보였다” (“The pitch that he gave wasn’t that interesting,” Mr. Marcus said. “But what was incredibly interesting was Tim himself. We could tell he was an entrepreneur who wasn’t going to fail.”) 그는 이중 2백만불로 바로 직원들에게 밀린 봉급을 지불했다.(반년치가까이 밀렸던듯)
-2007년 판도라는 또 한번 위기에 직면했다. 연방로열티보드가 인터넷라디오에 부과되는 음악로열티를 올릴 계획이라는 소식을 들은 것. 만약 로열티비용이 상승된다면 판도라의 미래는 잿빛이 될 터였다. 판도라는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특히 Westergren씨가 직접 나서 판도라유저들에게 각자 지역구의원들에게 항의서한을 써줄 것을 호소했다. 이 방법이 효과적으로 먹혀 결국 인터넷라디오에 부과되는 로열티가 예상보다 낮게 책정되어 판도라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2008년 등장한 아이폰은 판도라에게 새로운 기회를 줬다. 아이폰앱을 내놓은 직후 하루 가입자수가 3만5천명으로 두배로 뛰었다. 회사의 전략을 PC데스크탑베이스에서 모바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10년동안 창업자 Westergren과 이 회사에 얼마나 많은 고난의 시간이 있었을까 생각해봤다. 회사를 문닫고 싶은 순간도 정말 많았을텐데 좌절하지 않고 수백번에 걸쳐 투자자를 설득하고 직원들에게 조금만 참아달라고 말했을 그의 열정에 감탄했다. 그리고 10년동안 상황에 따라 회사의 전략을 잘 선회해 결국 흑자에 이르렀다는 점도 대단하다. 처음에는 B2B비즈니스로 음악게놈데이터를 음반사나 유통사에 파는 것으로 시작했다가 Consumer대상으로 음악을 직접 서비스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또 고객에게 매달 사용료를 받는 Subscription모델이었다가 고객을 많이 끌어모아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 Free모델로 전환했다. 그리고 PC데스크탑 웹브라우저로 듣는 모델이었다가 iPhone의 등장이후 모바일중심으로 전략을 바꿨다.
자신의 프로덕트와 고객을, 그리고 마켓의 트랜드를 정확히 이해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얻어낸 것이 아닐까. 미국인들의 음악소비패턴을 바꿔나가는 판도라가 어디까지 성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