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에게 있어 페이스북이란…
지금 미국은 그야말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겠다. Myspace로 점화된 소셜네트워크열기가 Facebook으로 옮겨붙어 맹렬히 타오르고 있고 Linkedin, Foursquare같은 유니크한 SNS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 올초부터 Twitter가 대박이 터지면서 완전히 Facebook과 Twitter의 쌍두마차가 SNS열기를 견인하고 있는 느낌이다.
미국에서는 TV만 켜면 뉴스앵커, 기자, 배우 등등 할 것 없이 수시로 Facebook, Twitter를 외쳐대고 있는 형편이니 SNS를 쓰지 않는 사람도 도저히 두 서비스를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집에 들르신 부모님이나 우리 아이들도 나에게 “트위터가 뭐냐?”, “아빠 트위터가 뭐야?”라고 물어보는 상황이다.
올초부터 미국에 건너와서 50여명의 미국직원들과 매일 부대끼고 일하는 나는 미국인들에게 Facebook이나 Twitter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조금 더 진하게 느끼고 있다. 한마디로 Facebook은 “만인을 위한 SNS”, Twitter는 “할말이 많은 사람을 위한 Broadcasting형 SNS”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Company Meeting에서 Facebook을 쓰지 않는 사람을 손들어보라고 하면 대여섯명이 손을 들고, Twitter하는 사람을 손들어보라고 하면 한 10명쯤 손을 든다.
특히 Facebook은 광활한 국토에 흩어져 사는 미국인들에게는 참 각별한 의미가 있는 서비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한다. 오늘 또 그런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는 일이 있었다.
우리회사에 최근에 입사한 젊은 친구가 있다. 막 대학을 졸업하고 조인한 풋내기인데 오늘 같이 점심을 먹었다. 보스턴에서 서쪽으로 2시간반정도의 매사추세츠의 중소도시에서 자라난 친구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Facebook이 화제에 올랐다.
요즘 Facebook기반의 Farmville같은 소셜게임이 인기라고 하자 “맞다. 우리 부모님도 매일같이 페이스북에서 게임한다. 맨날 붙어산다”고 맞장구친다.
음… “부모님과 페이스북 친구로 맺어져 있나? 부모님이 40대후반 아닌가?” “그렇다. 그런데 사실 우리 할머니도 페이스북 하신다”
“헉, 할머니가? 할머니는 연세가 얼마나 되시나?”, “70세”
“아니 할머니가 페이스북에 사진도 올리고 하시나? 어려울텐데…”, “사실 내가 가르쳐 드렸다. 지금은 곧잘하신다”
알고 보니 미전역에 흩어져 사는 가족, 친척들이 모두 페이스북에 가입해 있고 페이스북을 통해 할머니가 자식들과 손자손녀들의 근황을 즐기시는 것이다. 할머니가 엄청 열심히 하신다고 한다.
Facebook의 Status Update를 통해 서로의 근황을 알고 안심감을 느끼며, 가족들에게 무슨 재미있는 소식이 있으면 서로 전화를 걸어 그 화제를 다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Facebook이 Family connector역할을 하는 격이다.
또 다른 직원 이야기. 30대중반의 그녀는 20대시절에 전세계를 순회하는 대형유람선에서 일을 했다. 당시 전세계를 돌며 즐거운 경험을 많이 했고 같이 일하던 승무원들과 진한 우정을 쌓았다. 그런데 그 일을 그만두고는 다 연락이 끊겼다. 그런데 Facebook에 들어간 이후 줄타래엮어내듯이 전세계에 퍼져있는 그 친구들을 다 찾아냈다는 것이다! Facebook을 통해 안부를 서로 전하고 서로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 뭔가 큰 마음의 안정감을 얻었다고 한다. Facebook이 아니었으면 평생 다시 볼 일이 없었던 사람들이 다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우리 개발자 하나는 4~5년전에 서해안의 오레곤으로 이주해서 일을 했었다. 새로이 도전하는 마음으로 그곳에 갔지만 피붙이, 친구하나 없는 곳에서 외로움을 느끼다 결국에는 고향 매사추세츠로 돌아왔다. 그래도 당시 사궜던 친구들이 궁금했는데 지금은 Facebook으로 다 연결이 되어 있다. 자기 연락을 할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라도 Facebook을 통해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면 기분이 좋다는 것이다. 게임을 개발하는 그 친구는 또 Twitter도 쓰고 있는데 Game업계에서 자신이 존경하는 멘토들을 Follow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래고 기쁘다는 이야기를 한다. 자신은 트윗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씩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자신이 존경하는 분들과 의견을 교환할때 희열을 느낀다는 것이다.
SNS가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렇듯 내가 옆에서 관찰한 SNS와 미국인들의 모습은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물론 보스에게 나 SNS 중독됐다고 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SNS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수많은 학자들이 깊이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Facebook은 정말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유니버설한 웹서비스의 자리에 등극한 것 같다. 글로벌하게 봐도 이제는 Facebook이 인기가 없는 나라를 거의 찾기 어려울 정도다. 굳이 따지자면 Facebook을 block한 중국. 그리고 한국정도라고 할까.
앞으로 2~3년뒤 Facebook과 Twitter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Facebook 이용행태는 한국 싸이월드 이용행태와 3~4년전 싸이월드 이용행태와 흡사한 듯 하네요. 지금은 아니지만 만인의 SNS였죠.
안더루
2009년 11월 25일 at 12:56 am
글쎄요. 전 싸이와는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싸이는 20대와 30대초반에서만 인기가 있었지 결코 만인의 서비스는 아니었거든요. 일례로 저희 부모님대에서 누구도 싸이를 쓰는 사람이 없었어요. 마이스페이스가 사실 싸이와 비슷했어요. 반면 페이스북은 인종, 연령대를 초월한 뭔가를 만들어낸거죠. 요즘 미국에서는 틴에이저의 부모세대도 페이스북을 이용하는게 아주 당연하게 되버렸습니다. 심지어는 조부모까지 쓴다고 하니까요. ^^
estima7
2009년 11월 25일 at 1:07 am
저도 많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에스티마님의 의견과 비슷한데요, 싸이는 sns로 재미를 보다가 바로 수익모델로 바꿔버렸어요. 그러니 젊은 층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마이룸 같은데 투자를 했고, 결국엔 그런데에 돈을 쓰는 사람들만을 고객으로 만들고 말았죠. 어리석은 짓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WOODY
2009년 11월 25일 at 2:46 am
지금 싸이월드의 트래픽을 버텨주고 있는 계층이
10대 중고등, 30, 40대 아기가 있는 주부계층 그리고 60,70대 어르신입니다.
3~4년전만해도 20,30대가 주도층이었죠.
지금은 쇠락해서 laggard 층이 주도하고 있는 셈이죠.
사실 사용계층으로 봐서는 SNS가 구분되지는 않고 어떤 주제와 목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냐가 해당 SNS를 구분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죠. ^^
soulasia
2009년 11월 25일 at 10:20 pm
과연 싸이와 페이스 북이 다른 걸까요? 미국의 기성세대와 한국의 기성세대가 다른 걸까요? 이 문제는 단순히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의 서비스 차이라기 보다는 기성세대 간의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격차라 생각됩니다.
ctojang
2009년 11월 30일 at 10:30 am
싸이월드는 한국 SNS 계의 왕자였음에도 그들 스스로는 소셜 네트워크의 가치를 그리 높히 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결국 이런저런 시도 끝에 어영부영 포탈이 되고 말았죠.
shyjune
2009년 12월 13일 at 6:59 am
싸이가 재밌고 유용한 문화를 만들어 냈던 거는 분명하죠. 다만 그 다음이 뭔지 놓친 면이 있었고 그들이 SNS의 범주라고 할 수 있는 비지니스를 하면서 그게 SNS의 하나인 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어 주기 위해 해야될 것이 무엇인지 몰랐던 것이 한게였던 것 같아요. 물론 한국이라는 시장의 size도 문제가 있겠지만…
이동호
2010년 5월 10일 at 12:40 am
저 역시 말씀하신 페이스북 열풍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싸이월드가 떠올랐습니다. 프리챌의 커뮤니티나 다모임, 아이러브스쿨 등의 사그러짐보단 덜하지만 예전보단 그 열기가 많이 잦아들었지요. 싸이월드가 이렇게 된 연유가 ‘달이 차면 기운다는’ 당연한 순리인지도 궁금하지만 – 만일 그렇다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미래도 밝지만은 않겠군요 – 왜 미국의 페이스북은 장년층도 서스럼없이 접속하는 만인의 서비스가 됐는지 무척 궁금하네요.
영재
2009년 11월 25일 at 5:29 am
서구에서도 Friendster라는 SNS가 떴다가 기울었고, Myspace도 지고 있고 그 자리를 Facebook이 차지하게 된 것이죠. 휠씬 지배력을 강화하면서요. 다만 다른 SNS와 달리 Facebook은 글로벌하게 구글의 뒤를 잇는 인터넷의 수퍼파워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야후의 위치를 거의 다 따라잡았죠.
즉, 아직까지는 Facebook은 혁신을 거듭하며 무서운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 IPO도 하지않은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Next Google이라고 할 수 있죠. 더 지켜봐야할듯.
왜 ‘만인의 서비스’가 됐는지는 다른 포스트에서 약간 제 생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stima7
2009년 11월 25일 at 2:51 pm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sooo
2009년 11월 25일 at 12:58 am
감사합니다!
estima7
2009년 11월 25일 at 1:07 am
무섭죠, 페이스북.
전 언젠가 페이스북을 OS로 하는 넷북 같은 것도 나올 것 같습니다. ^^
Christopher Roh
2009년 11월 25일 at 1:23 am
재작년에 플렛홈 오픈했을때 저도 그런 생각했었는데요. Facebook OS.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거기까지는 안가는군요^^
estima7
2009년 11월 25일 at 6:19 pm
각박해진 사회에서 인간적인 면이 부각되는군요 예전에도 혈연이나 지연,학연 등으로 맺어졌던 국내외 서비스가 있었으나 페이스북이 차별화 컨셉으로 제패를 하는 것을 보면 컨셉이 보편타당하게 먹힌 다른 철학이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사회적, 기술적, 문화적 인프라의 발전이나 개방형, 편의성, 플랫폼화 등 말이죠. 트위터를 통해 늘 많고 유익한 정보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박재철
2009년 11월 25일 at 2:13 am
네, 인간적인 측면에서 SNS는 앞으로 많이 연구가 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재미있는 연구주제라고 생각합니다^^
estima7
2009년 11월 25일 at 6:20 pm
잘 읽었습니다. 디자인 같은데 연연하는 90년대말 부터 최근까지의 우리 웹사이트들을 보면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보다 먼저 사용자가 원하는 게 있을텐데 말이죠. 야후가 바뀌어 가고 구글이 등장한 때가 생각이 납니다. ^^
WOODY
2009년 11월 25일 at 2:49 am
그러게요. 생활이 바빠서 잘 못 만나고 있는 친구의 회사 생활을 페이스북을 통해서 접하게 될 때 반갑고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사적 만남에서 접해 보지 못한 친구의 모습이 보이니까요. 페이스북의 또다른 매력인 것 같습니다. 🙂
꼬날
2009년 11월 25일 at 5:20 am
잘 읽었습니다.
soit
2009년 11월 25일 at 7:18 am
facebook이 얼마나 영향을 발휘하고 있는지 느껴지는 글이네요
외국에서 1년간 생활한 경험이 있어 함께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들의 소식이 늘 궁금했는데 우리가 cyworld가 한참일 때에 그 친구들에게는 한참 먼 이야기만 같았는데요… 오히려 지금은 모두들 Facebook으로 연결이 되어 facebook에 익숙하지 않은 제 소식을 궁금해 하더라구요.
오히려 최근 사용이 간단한 트위터에 재미를 붙이던중 그 친구들이 혹시 트위터를 사용하면 facebook 보다 훨씬 편하고 금방 소식을 접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에 트위터 하냐고 물어보면~ 활용하는 친구가 적더라구요…
그래서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친구들이 트위터에 익숙해져갈 때 쯤 트위터와 facebook이 여러 형태로 연동되는 서비스가 나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는데요… 그렇게 되면 한국에서도 트위터 다음으로 facebook이 조금은 힘을 얻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어복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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