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11월 3rd, 2009
미국의 eBook시장은 급속히 확대되는데 한국시장은?

테크크런치의 기사를 킨들과 실제 웹화면과 비교
@soonbongha님이 이런 질문을 하셨네요.
“한국에서는 아직 e북 관련해서 사업자들이 준비만 요란하지 아직은 소비자들은 미동도 않고 있다고 보여지는 데요.. 미국은 현재 어떤지요? 대표님 보시기에 한국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까요? 걍 궁금해서요..”
140자로 대답하기는 약간 부담(?)이 되서 블로그에 몇자 끄적거려 보기로 했습니다. 그냥 미국에서 킨들을 써보고, 한국에서도 북토피아를 통해 자주 이북을 구매해보던 소비자입장에서 든 생각을 그냥 개인적으로 써봤습니다.
미국에서 킨들을 올 3월에 사서 쓰고 있고 주위 분위기를 보고 있는 저로서는 미국에서 내년이 이북이 본격적으로 메인스트림으로 들어가는 해가 갈 것 같습니다.
일단 킨들은 사용하기가 아주 편합니다. 저는 킨들을 사서 컴퓨터와 접속하려는 시도를 한번도 한 일이 없고 오로지 Wireless로만 연결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받아서 포장을 뜯어보면 제 아이디까지 미리 입력되어 있습니다.(제 이름으로 주문했기 때문) 컨텐츠를 채우기 위해서 홈피가서 ebook파일 다운로드받고 USB케이블 연결하고 드라이버설정하고 온갖 삽질을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 장점입니다. 컴맹이라도 누구라도 쉽게 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개인적으로 2년전인가 소니 리브리에를 선물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단 전용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USB연결하고 세팅하는 작업이 엄청 번거로왔습니다. 저는 컴퓨터 등 기기를 잘 쓰는 편이긴 하지만 귀차니즘이 심한 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팅을 하고도 읽을 컨텐츠가 없었습니다. 억지로 해적판을 찾아서 다운로드해서 리브리에에서 보기 편하게 컨버팅을 해서 넣어줘야하는데 ‘아 너무 귀찮아서’ 그냥 안해버렸습니다. 소니의 전용소프트웨어도 완성도가 높지 않아서… 조금 써보면서 “이렇게 소프트웨어만드는 실력이 떨어지니 소니가 요즘 어려운 거구나”하고 절로 느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만큼 리브리에의 실패는 당연합니다.
반면 킨들은 사용도 쉬운 반면에 컨텐츠도 넘쳐납니다. 아직 대부분의 책들이 모두 킨들로 제공된다고 하긴 어렵습니다만 아마존의 막강한 힘으로 웬만한 베스트셀러는 다 구비해 놓았습니다. 옛날 명작이나 구간중의 베스트셀러들이 거의 공짜에 가까운 가격으로 제공되기도 합니다. 신문, 블로그도 저렴한 가격에 구독할 수 있습니다. 점점 많은 책들이 킨들버전으로 나오고 있죠. 재미있는 것은 종이책으로 나오지 않고 이북 전용으로 나오는 책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당연하죠. 만들기 쉬우니까) 조금 있으면 종이책보다 이북버전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점을 이야기하자면 일단 영어밖에 안된다는 점. 아무래도 원어민이 아니다보니 영어콘텐츠를 마구 읽기가 편하지 않습니다. 한글소설을 보거나 블로그를 구독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된다고 하는 글을 봤는데요. 귀차니즘때문에 못하겠습니다. 아마존에서 지원해주면 나중에 편하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하렵니다)
또 컬러가 아니고 그래픽 지원이 잘 안된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컬러화보의 책이나 도표나 그림이 많은 책의 경우는 종이책으로 사는 것이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진, 도표등이 킨들버전의 경우 누락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서요) 일부러 서점에 가서 종이책을 보고 거의 Text위주인 것을 확인하고 킨들버전으로 구매한 일도 있습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가벼운 킨들 하나에 수천권의 책을 저장할 수 있고 거의 전세계 어디서나 마음대로 킨들스토어에 접속, 사고 싶은 책을 사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매력입니다.
개인적으로 작년에 킨들1을 선물해드린 미국분이 계십니다. 이 분이 킨들이 끌리기는 했는데 구매를 망설이다가 제가 선물을 해드려서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그리고 대단히 만족스러워하시더군요. 이 분 말씀이 처음 산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충동구매로 거의 10권의 책을 킨들을 통해 샀다는 것입니다. 너무 구매과정이 쉽기 때문이지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ActiveX을 안깔아도 됩니다. 킨들을 통해서 책을 구매하면 미리 입력한 아이디, 패스워드 정보가 저장되어 있어 그냥 클릭만 하면 됩니다. 잘못 구매한 경우에는 바로 취소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킨들은 소비자 중심적인 접근으로 이북 시장을 열어젖혔습니다. 미국 출판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아마존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제프 베이조스라는 걸출한 인물이 미래를 내다보고 시장을 개척한 겁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 자기가 먼저 선수를 치지 않으면 또 애플에게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니 오프라인서점의 최강자인 반스앤노블도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Nook를 내놓았습니다. 아마존이 이북시장을 독점해 버리면 어떻게 하나 노심초사하고 있는 출판업계로서는 환영할 일입니다. 제품도 아주 잘나왔습니다. 안드로이드기반입니다. 솔직히 킨들보다도 더 매력적입니다. 아마존의 독주를 두려워하는 미국의 출판업계는 반스앤노블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콘텐츠를 공급할 겁니다. 그러니 이북 컨텐츠가 더욱 넘쳐날 수 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아이폰도 이북리더로서 대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Kindle for iPhone 어플을 이용해 킨들로 주문한 책을 아이폰으로도 읽습니다. 최근엔 게임앱보다 도서앱의 출시건수가 더 많아졌다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저만해도 킨들보다 아이폰으로 휠씬 많이 신문을 읽습니다. NYT, USA Today, WSJ의 주요기사와 타이틀을 아이폰으로 매일아침 훑어봅니다. 스마트폰도 이북리더로서 다크호스입니다.
또하나 메가폰급의 파괴력을 지닌 기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년초에 나올 애플타블릿입니다. 스티브잡스가 개인적으로 애정을 가지고 챙기고 있다는 이 작품이 나오면 아이폰이 모바일업계를 뒤집어놓았듯 출판계를 비롯한 미디어업계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NYT 등 주요신문들이 애플타블릿버전을 준비하고 있고 출판사들도 비밀리에 콘텐츠를 준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엄청난 음악, 비디오매출을 올리고 있는 아이튠스를 통해 책을 공급한다면 순식간에 출판매출을 잠식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상의 미국미디어업계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내년에 이북마켓이 본격적으로 뜰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업계의 움직임이 그 방향입니다.
반면 한국은 제 생각엔 이북이 보급되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아마존이나 애플처럼 하드웨어기획력도 뛰어나면서 미디어업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장의 규모가 작아서 이런 글로벌 기업들이 특별히 한국시장을 개척하는데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계 웬만한 나라에 다 들어간 아이폰이 아직도 출시가 안됐고, 이번에 출시된 킨들인터내셔널버전이 한국이 지원안되는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습니다. (100여개국에서 된다는데….)
그렇다면 한국의 제조업체들이 혁신적인 이북리더를 내놓고 (최소한 킨들정도는 되는) 텍스트 콘텐츠를 쥐고 있는 신문, 출판업계가 적극적으로 달려들어야하는데 그런 분위기도 아니죠. 실험, 모험정신이 넘쳐나는 작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Market Changer’가 없습니다.
좋은 이북리더와 콘텐츠… 적어도 둘중에 하나는 나와줘야 소비자들이 미동이라도 할텐데요. 그런 면에서 한국의 이북시장이 열리려면 상당히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요? 좀 긴 답변이었습니다…. 도움이 되시길…
PS. 요 며칠사이 TV에서 시작한 아마존킨들 광고입니다. 상당히 Cute한 광고였는데 아마존이 더욱더 공을 들여 Kindle마케팅에 나섰다는 느낌입니다. http://is.gd/4Mp3R 아마존광고컨테스트 1위작품이라고 하네요.
막 발견한 inews24기사입니다. e북, 단말기는 있는데 “볼 책이 없다” http://it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454997&g_menu=02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