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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샤피로의 핫시트

‘핫시트’라는 책을 감수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감수의 글을 썼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위한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얼마전 시애틀 출장을 간 김에 일부러 이 책의 저자인 댄 샤피로를 연락해서 만나기까지 했다. 그와 나눈 이야기와 책의 흥미로운 내용을 일부 블로그로 소개하고 싶은데 게으르기도 하고 짬이 안나서 하지 못했다. 일단 감수의 글부터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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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가 왜 강한가”라는 이야기를 할 때 나는 항상 이렇게 설명한다. 실리콘밸리의 강점중 하나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실패를 겪고, 또 다시 시작해 성공시켜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어서 그렇다고. 실리콘밸리는 전세계의 어떤 곳보다 그런 사람들이 많은 곳이며 그리고 그들의 경험과 지식이 적극적으로 전파되고 공유되는 문화를 갖고 있다고.
(비록 실리콘밸리는 아니고 시애틀에 살고 있지만) 이 책의 저자 댄 새피로도 그런 풍부한 스타트업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중의 하나다. LA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리얼네트웍스 같은 시애틀의 테크 대기업을 거쳤다. 그리고 10년전인 2005년 그의 첫번째 스타트업인 온텔라를 창업했다. 온텔라는 스마트폰이 나오기 이전 시대에 휴대폰에 들어있는 사진을 온라인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포토버킷이란 당시 유명했던 스타트업에 매각됐다. 그의 두번째 스타트업인 스파크바이는 온라인쇼핑몰의 물건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쇼핑검색엔진이었다. 얼마지나지 않아 구글에 매각됐고 그는 구글의 자회사CEO로 2년넘게 일했다. 그의 3번째 스타트업인 로봇터틀스는 보드게임을 통해 코딩의 개념을 배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 그의 이 제품은 킥스타터에서 당시 가장 많은 돈을 모금해 화제를 모았었다. 그는 다시 또 도전을 시작해 2014년부터는 글로우포지라는 3D레이저프린터를 만드는 스타트업을 시작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그는 스타트업창업자로서 겪을 수 있는 과정을 대부분 경험했다. 소프트웨어 대기업에서 제품개발 과정을 관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B2B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창업해 대기업과 협업했다. 그리고 매각했다. 그런다음 쇼핑검색엔진을 창업해 바로 구글에 팔고 또 인수된 스타트업회사의 창업자로서 구글에 들어가 일해봤다. 그리고 자신의 어린 자녀들을 위한 보드게임을 만들어 당시 뜨고 있는 크라우드펀딩사이트에 공개해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이번에는 하드웨어스타트업에 도전중이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소프트웨어에서부터 하드웨어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가진 창업가를 만나기는 힘들 정도다. 그 과정에서 그는 아마도 수백번 이상의 투자협상과 회사 매각협상을 경험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한마디로 360도 전방위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CEO라고 할 수 있다.
이 핫시트는 그가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녹여서 진솔하게 써낸 책이다. 공동창업자들과 함께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초기 제품을 개발하고, 투자자들에게 열심히 제품과 비즈니스계획을 발표한 뒤 투자를 받고, 회사를 경영하고, 또 매각하는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수많은 경우에 대해서 과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위주로 풀어냈다. 특히 투자과정에서 어떻게 벤처캐피털들을 소개받는지, 투자자에게 피칭하기 위한 발표자료는 어떻게 만드는 것이 좋은지 등에 대해서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면 쓰기 어려운 아주 현실적인 내용으로 조언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 책은 우선 스타트업 창업자나 구성원들이 읽기에 적합하다. 공동창업자와 함께 창업하고 지분을 나누는 방법, 벤처캐피털리스트나 엔젤 등 투자자들에게 효과적으로 투자를 받는 방법, 이사회를 잘 운영하는 방법 등 현실적인 교훈과 팁이 가득하다. 물론 주로 미국의 스타트업문화를 담고 있어서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도 일부있다. 하지만 많은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실리콘밸리VC에게 투자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알아두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많다.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도 점차 진화하면서 미국처럼 변화해 하고 있기도 하다.
직접적으로 스타트업과 관련이 없더라도 평소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도 추천할만한 책이다. 창업자의 관점에서 스타트업의 창업부터 매각까지의 과정이 잘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어떻게 창업되고 투자받아 성장해 나가고 매각을 통한 엑싯을 하는 것인지 궁금한 분들은 이 책을 읽어보면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무쪼록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에서도 댄 새피로와 같은 경험을 한 창업자들이 후배들을 위해 이런 좋은 책을 많이 써내기를 기대한다. 이런 경험과 노하우를 혼자서만 알고 있는 것보다 많은 이들과 나눠야 전체 생태계가 건강하게 발전해 나갈 수가 있다.
생각하는 경영자, 김봉진 대표
며칠전 프라이머데모데이에 갔다가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 김봉진대표의 강연을 들었다. 그의 창업스토리부터 회사의 기업문화, 경영철학까지 망라되서 펼쳐지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듣다가 귀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어서 가볍게 메모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참고: 김봉진 대표, ‘푸드테크’는 배달의민족이 만들었다-플래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불행한 사람을 뽑아서 행복하게 만들기는 어렵다. 처음부터 행복해 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맞다. 이것을 피눈물 흘리며 배웠다.”
공감이 되었기 때문에 공유한 것이긴 했지만 이렇게 많은 이들의 공명을 일으킬지는 몰랐다. 이 짧은 글을 보고 김대표를 비난하는 코맨트도 있었는데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을 회사에서 내보내겠다는 뜻이 아니라 회사문화에 맞지 않는 사람은 처음부터 받지 않는 것이 좋다는 뜻으로 나는 해석했다. 나도 조직을 운영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여러번 했기 때문에 공감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회사에 붙여져 있다는 포스터를 담은 이 슬라이드다. 이미 SNS에서 크게 회자된 내용인데 나는 처음 봤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출처 비주얼다이브)
1.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우리는 규율 위에 세운 자율적인 문화를 지향합니다.)
2. 업무는 수직적, 인간적인 관계는 수평적. (조직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수직과 수평의 밸런스를 유지한다.)
3. 간단한 보고는 상급자가 하급자 자리로 가서 이야기 나눈다.
4.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
5.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고,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잘하면 회사는 망한다.
6. 휴가 가거나 퇴근시 눈치 주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작은 농담이나 말장난이 꼰대의 시작입니다. 생리휴가 장기휴가 칼퇴 등)
7. 팩트에 기반한 보고만 한다. (본 것을 본대로 보고하고, 들은 것을 들은대로 보고하자. 본 것과 들은 것을 구분해 보고하고, 보지 않고 듣지 않은 것은 절대 이야기하지 말자 -이순신)
8. 일을 시작할 때는 “목적, 기간, 예상산출물, 예상결과, 공유 대상자”를 생각한다.
9. 나는 일의 마지막이 아닌 중간에 있다. (이 일로 인해 미칠 영향을 미리 고려해봅니다. “개발, 법무, 재무, 데이터사이언스, CS, 영업부서 등”)
10. 책임은 실행한 사람이 아닌 결정한 사람이 진다. (결정을 내린 사람은 실무자가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11. 솔루션 없는 불만만 갖게 되는 때가 회사를 떠날 때다. (이끌거나 따르거나 떠나거나~~~ 어쩌라고~~~)
얼마나 실질적인 기업문화인가! 자유를 허용하면서도 규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김봉진대표의 철학이 담겨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면서도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한 내용이 적혀 있는 것 같다.

이런 메시지를 구성원들에게 전하는데 있어 항상 유머러스하게 전달한다는 것이 우아한 형제들의 멋진 점이다.

맨 마지막에는 책 추천을 잊지 않는다. 항상 독서를 하는 경영자답다.

얼마전 공유했던 우유 배달로 독거노인 안부 확인 기사도 반응이 뜨거웠다. 행정자치부의 서주현과장은 아래와 같은 멘션을 보내오기도 했다.

1년여전 우아한 형제들 사무실을 방문했을때 찍어두었던 포스터 사진이다. 이런 좋은 일을 기획하고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봉진대표는 항상 고민하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경영자다. 그의 이런 노력과 독특한 스타일이 회사안 곳곳에 투영되어 있다. 우아한 형제들이 아무쪼록 잘 성장해서 이런 멋진 기업문화를 한국의 기업계에 널리 퍼뜨리고 좋은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다. #가볍게메모
알토스벤처스 애뉴얼 미팅 후기

지난 11월11일 알토스벤처스의 Annual meeting이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있었다. 벌써 열흘전의 일인데 늦게라도 가볍게 사진위주로 기록해둔다.
김한준대표의 배려로 3년전 캘리포니아 하프문베이에서 열린 알토스벤처스의 애뉴얼미팅에 가볼 기회가 있었다. 벤처캐피탈회사의 애뉴얼미팅행사는 투자펀드에 돈을 투자해준 투자자(LP-Limited partner라고 한다)에게 지난 일년간의 성과를 보고하는 이벤트다. 그리고 투자포트폴리오회사의 CEO들이 투자자들을 위해 회사소개 프리젠테이션이나 대담을 하고 끝나고 나서 같이 식사를 하며 어울리는 자리다. 즉 벤처투자펀드에 돈을 대는 투자자들, 벤처에 직접 투자하는 VC들, 벤처기업가들이 함께 모여서 교류하는 흥미로운 시간이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회사인 알토스벤처스는 실리콘밸리에서 애뉴얼미팅을 갖는다. 그런데 이 한국에서 갖는 애뉴얼미팅은 알토스가 운영하는 코리아펀드의 성과를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다. 해외에서온 투자자들이 절반이상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영어로 진행됐다.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스타트업에 돈을 투자해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들도 역시 다른 대형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아서 펀드를 조성해야 그 돈을 가지고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다. 알토스벤처스는 미국, 중국, 일본 등의 해외투자자, 대기업 등을 설득해서 한국스타트업에 투자할 목적으로 만든 코리아펀드에 투자하도록 만든 것이다.
2시부터 시작된 이벤트에서 우선 2시간동안은 LP들만 모아놓고 설명회를 가졌다. (감사하게도 투자자가 아닌데도 나도 참관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우선 한국시장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한국회사들은 상당한 시장가치를 가지고 있고, 한국정부는 스타트업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는 성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이미 12개정도의 유니콘급 인터넷회사들이 있는 큰 시장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초기투자생태계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엔젤투자자도 늘어나고 엑셀러레이터, 코워킹스페이스도 많아지고 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기에 좋은 환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에 창업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은 밸류에이션면에서 매력적이다. 초기투자 밸류에이션은 비슷한 미국회사들보다 2~3배 낮다. 한국스타트업의 자금소모율(Burn rate)도 낮다. 한달에 1억이하다! 그런데 그런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후기투자단계에 가면 글로벌수준의 밸류에이션으로 올라간다. 글로벌투자자들이 들어와 한국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스타트업에 국내외 벤처투자자들이 이처럼 다양하게 들어와 투자하고 있다. 이들은 알토스벤처스와 협력하고 있다.

알토스는 글로벌/국내시장지향성과 엔터테인먼트/편리서비스 등의 관점에서 다양한 한국스타트업에 이처럼 투자하고 있다.
위는 수십장의 슬라이드중 일부만 소개한 것이다. 김한준, 앤소니, 호 파트너, 박희은 수석심사역 등 4명이 번갈아가면서 한국의 스타트업시장이 왜 매력적인지, 당신들이 왜 계속 한국펀드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설득력있게 이야기한다.
2시간동안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서 4시부터는 새롭게 알토스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을 선보이는 시간이다. 이번에는 Von Von, 트릴리어네어, 하이퍼커넥트, 레트리카, 렌딧 등 5개 회사가 발표했다. 이 시간부터는 LP외에 알토스와 친한 다른 VC들과 알토스의 포트폴리오기업 창업자들도 초대되어 참관할 수 있다.

Von Von의 김종화대표. 페이스북위에서 여러가지 흥미로운 분석을 해주는 심심풀이 서비스인데 이미 글로벌하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인 전용 역직구 뷰티커머스 후이서울(Huiseoul)의 송호원대표.

하이퍼커넥트의 안상일대표. 전세계적으로 3천만다운로드를 돌파한 비디오채팅앱인 아자르를 운영하는 회사다. 지난주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100억원을 투자받았다.
레트리카의 박상원대표. 전세계에서 3억다운로드를 기록한 카메라 필터앱이다.
P2P대출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스타트업 렌딧의 김성준대표다.
어디서 이런 회사들을 찾아서 투자했나 싶을 정도로 좋은 회사들이다. 알토스의 선구안이 참 놀랍다는 생각을 한다.

저녁시간에는 인근 파크하이야트로 옮겨서 칵테일리셉션과 디너행사가 진행된다. 본격적으로 서로 대화하는 시간이다. 왼쪽에 본엔젤스 장병규대표, 오른쪽끝에 강석흔이사가 보인다.

해외투자자들이 꽤 많이 왔다. 몇몇 붙잡고 “어떤 계기로 투자하게 됐고 오게 됐냐”고 물어봤다. 미국에서 온 투자자 대부분은 “한킴과의 오랜 인연으로 투자하게 됐다”고 대답했다. 오래전부터 실리콘밸리 알토스벤처스에 투자해왔고 신뢰하는 관계가 됐기에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리라.

디너가 시작됐다. 김한준대표가 건배를 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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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타트업이 글로벌화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해외투자자들이 한국스타트업에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스타트업생태계의 매력을 해외투자가들에게 설명하고 투자하도록 인도하는 다리역할을 하는 알토스벤처스는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알토스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알토스는 소프트뱅크에서 1조원을 투자받은 쿠팡이나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으로 성장중인 배달의 민족에 투자했다. 직방, 하이퍼커넥트, 비트, 미미박스, 잡플래닛, 이음, 비바리퍼블리카 등 주목받는 스타트업들에 줄줄이 투자했다. 알토스는 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좋은 조언을 해주고 해외투자가들을 연결해주고, 해외진출까지 도와주고 있다.
초기스타트업발굴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투자에만 열중하는 한국의 VC업계에 알토스의 활동이 좋은 자극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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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렇게 김한준대표가 나를 각별히 애뉴얼미팅에 초청해주시는 이유가 있다. LP들에게 나를 소개해주시면서도 밝혔는데 2013년 5월에 하프문베이에서 골프라운딩을 한 일이 있다. 그때 나와 같은 카트를 타고 라운딩을 했는데… 홀인원을 하셨다.^^ 그래서 나와 같이 하면 행운이 따를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나… 그때 찍어둔 사진을 지금 찾아서 올려본다.

다양한 물고기가 사는 기업생태계의 중요성
나는 2006년부터 3년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다닐때 임원으로서 여러가지 다양한 일을 맡았었다. 서비스지원본부, 서비스혁신본부, DKO, 대외협력본부, 글로벌센터 등 짧은 기간동안 다양한 일을 했다. 그러면서 많게는 150명쯤 있는 본부의 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그리고 2009년 라이코스CEO로 발령받아 미국 보스턴으로 떠났다.
다음시절 내가 맡았던 분야들은 처음에는 마케팅부터 영화, 금융, 미즈넷 등 미디어정보섹션쪽, 로그인, 빌링, 회원정보 등 인프라, 고객지원, 사업제휴, 대외홍보, 법무까지 정말 다양했다. 그야말로 포털회사에서 일하는 거의 모든 직군의 사람들과 같이 했던 느낌이다. 모두 20대와 30대중반의 젊은 직원들이었다. 그런데 요즘 그때 같이 일하던 본부원들을 테헤란로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일이 있다. 지난 9년간 다음이 어려가지 곡절을 겪으면서 그때의 동료들이 많이 회사를 떠났다.
그런데 요즘 느끼는 것이 그들중 쿠팡이나 카카오(다음과 합병전에 미리 가있었다는 뜻이다) 같은 회사에 가있는 친구들이 많다. 이들은 모두 밝은 표정으로 나에게 인사한다. 예전에 다음에서 같이 일할 때 주니어였던 친구들도 이제는 시니어로서 팀장이나 프로젝트리더로서 일을 하고 있다. 얼굴을 보니 일을 재미있게 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요즘에는 이들이 배달의 민족, 쏘카 등 더 다양한 스타트업회사로 퍼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처음 다음에 다니다가 라이코스를 떠나기 직전인 2006~2008년쯤에는 이직을 하려고 해도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네이버 아니면 SK컴즈(싸이월드)로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있었던 야후코리아도 사라지고 파란닷컴(KTH)도 사업을 접고 싸이월드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선택지는 더욱 좁아지는 느낌이었다. 나도 혹시 다음을 떠나야 하는 일이 생기면 어디를 가야하나 생각해봤는데 업계안에서 갈만한 회사가 네이버나 SK컴즈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 암담했었다.
그런데 좋은 스타트업이 많아지는 지금은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갈 곳이 마땅치 않았던 중견급 팀장들도 경험있는 인재가 필요한 스타트업에 가서 CTO 등을 맡아 즐겁게 일하고 있다. 이제는 꺼꾸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쪽의 인재유출을 걱정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고래만 몇 마리 있는 기업생태계보다 이처럼 많은 다양한 물고기가 있는 기업생태계가 휠씬 더 사람들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렇게 다음 다닐때의 동료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다. 내가 미국에 있으면서 목도한 보스턴이나 실리콘밸리의 기업생태계가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너무 좋은 회사들이 많고, 인재들이 나와서 새로 창업한 유망한 스타트업들이 넘쳐 흘러서 인재들이 회사를 골라서 갈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들은 인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직원들에게 열심히 잘해줄 수 밖에 없다. 고용문제는 자연히 해결된다.
대기업에게 청년고용을 늘리라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청년희망재단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이처럼 좋은 기업들이 많이 나오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면 문제는 자연히 해결된다.
혁신적 스타트업, 왜 한국에서는 쉽게 등장하지 못할까
미국에서 5년간 살다가 2013년말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국의 스타트업을 돕고 바람직한 스타트업생태계를 만드는 일을 시작한지 이제 2년이 되어 간다. 그런데 그동안 관찰한 결과 정부가 창조경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창업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스타트업이 나오는 것 같지는 않다. 쿠팡으로 대표되는 소셜커머스분야나 배달의 민족이 있는 O2O분야, 선데이토즈, 데브시스터즈가 떠오른 모바일게임분야를 제외하고는 아직 많은 성공사례가 나오지는 않았다.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특히 몇몇 분야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불모지에 가까왔다. 금융분야에서 혁신을 추구하는 핀테크스타트업이 전세계적으로 수천개씩 쏟아나와 있는데도 한국에는 지난해까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마트폰과 택시를 연결해주거나 일반인이 자신의 차로 직접 택시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미국의 우버, 리프트나 중국의 디디타처 같은, 교통분야에서의 혁신을 추구하는 서비스들이 전세계적으로 다양하게 뜨고 있는데도 한국은 최근에 카카오택시가 인기를 끌기 전까지는 유사한 서비스가 거의 없었다.
중국의 DJI 같은 기업이 일반 대중이 즐길 수 있는 드론을 만들어 세계시장을 호령하고 세계적으로 다양한 드론기업이 수백개 쏟아져 나올 동안에도 한국에는 드론파이터라는 드론을 만드는 바이로봇외에 눈에 띄는 드론기업이 없었다.
스마트폰시장에서도 샤오미나 원플러스 같은 새로운 중국 스마트폰 스타트업들이 등장해 중국은 물론 세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동안 한국시장에는 새로운 기업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팬택은 쓰러지고 LG전자의 스마트폰비즈니스는 더욱 고전하는 중이다.
도대체 왜 그럴까? 왜 한국에서는 이런 핀테크, 드론, 교통, 스마트폰 분야의 혁신스타트업이 잘 나오지 않을까. 단지 시장이 작아서 그런 것인가. 그 이유를 몇가지 생각해봤다.
미국의 규제스타일은 네거티브형, 한국은 포지티브형.
미국의 도로에서는 아무 교차로에서나 유턴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유턴을 할 수 없는 곳에만 금지표시가 되어 있다. 규제시스템도 비슷하다. 안되는 것(Negative)만 표시해놓고 규제대상으로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것은 자유롭게 해봐도 되는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를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서 도전을 하는 기업이 많이 나온다.
한국같으면 위법이라 못할 사업도 미국에서는 거침없이 한다. 2015년 2월 삼성전자가 약 2천5백억원을 주고 인수한 루프페이 윌 그레일린CEO를 컨퍼런스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직접 물어봤다. 루프페이는 신용카드정보를 읽어서 스마트폰에 집어넣는 방식인데 기존 카드회사들의 허락을 받고 했냐고 했다. 그랬더니 “그런 규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해도 된다. 허락받지 않고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덕분에 루프페이는 이런 신기술을 킥스타터를 통해 ‘시도’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연락을 받았다.
한국같으면 카드정보를 스마트폰에 저장한다는 것부터 위법일 가능성이 있고 또 카드회사들의 반발로 시작도 하지 못할 아이템이다. (실제로 모카드회사분에게 물어본 일이 있는데 단호하게 안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루프페이의 기술을 이용해 삼성페이를 개발해 8월20일부터 국내서비스를 시작했고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루프페이가 만약 한국회사였다면 이런 기술을 개발해 선보이고, 삼성 같은 대기업에 인수될 가능성은 아주 희박했을 것이다.

지금은 6조가 넘는 기업가치의 회사가 됐지만 2007년 렌딩클럽도 아주 미약하게 시작했다. 2007년 페이스북위에서 투자자와 돈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들을 중계해주는 회사로서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스타트업이 규제를 신경쓰지 않고 시작했더라도 회사가 덩치가 커지면 그때 규제당국이 나선다. 소비자보호를 위해 필요할 경우다. 개인간의 투자와 대출을 연결해주는 렌딩클럽의 경우 2007년 창업후 규제에 상관없이 비즈니스를 키우다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영업정지를 당했다. 하지만 6개월뒤 규제기관과 합의를 했고 P2P대출이 제도권에서 인정을 받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후 P2P대출은 미국에서 꽃을 피우게 된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의 도로에서는 유턴은 무조건 안된다. 허용되는 곳에만 표지만이 있다. 규제시스템도 비슷하다. 허용되는 것만 촘촘하게 규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이 있고 그곳에 없는 것을 하면 무조건 위법이다. 규제에 걸릴 것 같더라도 소비자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으면 우버처럼 일단 질러보는 미국의 스타트업들과는 달리 한국의 스타트업은 시작하기도 전에 법령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 사후규제가 아니고 사전규제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필요이상으로 법률지식에 해박하다. 제품개발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라든지 전자금융거래법 몇조 몇항을 외울 정도로 해박하게 알고 있는 스타트업창업자들을 만나서 놀라기도 했다. 이런 꼼꼼한 규제는 창업자들의 상상력을 제한한다. 그리고 결국 그들을 좌절시키고 포기하게 만든다.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인 트랜스링크캐피탈의 음재훈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규제시스템은 방목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커다란 목장에 양떼를 풀어놓고 울타리를 쳐놓는 식이죠. 울타리안에만 있는 한은 마음대로 뭐든지 해보라는 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더 많은 데이터를 공개하는 미국, 데이터를 감추는 한국.
미국은 공공데이터를 되도록 많이 공개한다. 법원의 판례정보, 부동산거래정보 등등 수많은 공공데이터가 공개되어 있고 그 데이터를 가공해서 판매하는 데이터업자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해서 자동으로 투자를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개인이나 기업의 공개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분석을 해주는 핀테크기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빅데이터 산업도 이런 기반위에서 성장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공공기관도 사기업도 데이터를 꽁꽁 싸매고 공개하지 않는 편이다. 공개를 하더라도 가공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엄격한 보안규정도 그렇고 개인정보보호법이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스타트업이 공공데이터에 기반한 사업을 시작하기가 어렵다.
아웃소싱문화의 미국, 전부 직접 내부에서 해야 하는 한국.
미국기업들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핵심비즈니스에만 집중한다. 그렇지 않은 것은 주저 없이 외부기업의 제품을 사서 쓴다. 예를 들어 휴렛패커드 같은 대기업이 사내 인사관리시스템은 워크데이라는 외부기업의 인사관리 소프트웨어를 계약해서 쓴다. 내부에서 직접 만들어 쓰지 않는다. 핵심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런 풍토가 뛰어난 역량을 지닌 외부 소프트웨어회사들이 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반면 한국기업들은 어떤가. 외부 회사의 제품을 쓰지 않는다.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그룹내 계열IT회사를 시켜서 직접 제작하거나 하청을 줘서 만들어서 쓴다. 최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져다 쓰기 보다는 좀 품질이 떨어져도 내부 계열사의 것을 우선해서 쓴다. 그렇게 하다보니 역량있는 독립 소프트웨어회사들이 클 수 있는 자리가 없다. 올해부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제품을 쓰지만 삼성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문서작성을 하는데 내부에서 만든 훈민정음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했다.
좋은 품질의 외부제품보다 내부 계열사의 제품을 쓰는 것을 우선시하는 이런 문화는 기업들의 전체적인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 그리고 국내에서 큰 B2B(엔터프라이즈)소프트웨어회사가 나올 수 없게 한다. 정부나 기업이 사주질 않으니 나올 수가 없다. 기업들은 하청업체처럼 쓸 수 없는 오라클, SAP,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대형소프트웨어회사들의 소프트웨어정도를 직접 구매한다.
혁신에 둔감한 리더
그리고 한국은 정부나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이 혁신을 받아들이는데 둔감하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요즘 이메일 때문에 궁지에 몰려있다. 국무장관시절 사설 이메일서버를 써서 주고 받은 이메일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FBI가 힐러리가 사설이메일서버를 통해 국가기밀이 담긴 이메일을 주고 받은 일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는데 그 이메일갯수가 3만여통이다. 역설적으로 미국의 장관들이 얼마나 업무에 이메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지 알 수 있다.
또 젭 부시 등 공화당 대선후보들은 우버를 옹호하며 유세중에 우버차량을 불러서 이용하기도 한다. 4백60만명의 팔로어를 가진 도널드 트럼프는 ‘트위터의 달인’이다. 이처럼 미국의 교수, 기업인, 관료 등 지식인들을 만나보면 능수능란하게 트위터,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며 우버 등 새로운 혁신서비스를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금태섭변호사의 신간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에는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이야기가 나온다. 국가의 IT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이메일도 쓸 줄 모른다는 것이다. 얼마전 나는 장관 등 고위직을 역임한 분들이 많은 그룹에 강연을 하면서 인터넷쇼핑이나 인터넷뱅킹을 직접 하시는 분이 계신지 물어보았다. 20여분의 그룹에서 단 2명이 손을 들었다.
지금은 정부부처의 상당수는 세종시로 옮겨가 있고 많은 정부산하기관들이 전국으로 이전해있다. 그런데 내가 만나보는 상당수의 공무원이나 산하기관직원들은 출장을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화상회의나 컨퍼런스콜을 하면 간단히 끝날 일을 위해 하루를 날린다. 물어보면 고위층일수록 이메일이나 화상회의에 익숙하지 않다고 한다. 그냥 오라고 한다는 것이다. 클라우드서비스조차 다 차단해놓아서 외부에서 업무를 보는 것도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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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최종의사결정권자인 사회고위층이 혁신을 받아들이는데 있어 미국보다 한국이 휠씬 보수적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혁신기업이 더디게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런 경우 혁신기업에 대해 우호적인 정책이나 투자, 인수합병 등의 의사결정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뭔지 모르는데 어떻게 그 가치를 제대로 산정하고 투자를 하겠는가.
한국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의 혁신스타트업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위에 열거한 규제시스템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 한국에서 창조경제가 불을 뿜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통령과 장관들부터 직접 솔선수범해서 혁신트렌드를 배우고, 혁신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쓰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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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한국일보에 기고했던 글을 다듬어서 다시 블로그에 써봤습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한국의 기업생태계
대기업간의 불공정한 내부거래는 그 기업의 자체 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은 물론이고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비즈니스 기회를 앗아간다.
어떤 대기업이 글로벌시장에 내놓고 경쟁해야 하는 하드웨어제품이 있다고 해보자. 그리고 그 하드웨어는 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하는 요즘 유행하는 사물인터넷(IoT)제품이다. 그런데 이 제품을 개발하고 서비스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클라우드(Cloud)서비스도 IT계열사에서 만든 것만 써야 하고, 그 콘텐츠플랫폼을 올릴 통신망도 계열통신사의 것만 가능하고, 핵심부품도 관련계열사가 만든 것위주로 써야 한다면 어떨까. 제품을 배송하는데 필요한 물류도 관련 계열사를 써야 하고, 광고 마케팅도 계열사인 광고대행사만 써야 한다면 어떨까. 각 분야에서 최고로 잘하는 회사들의 서비스를 써서 제품을 만드는 경쟁사와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
그리고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쓰는 사무용소프트웨어까지 계열 IT회사에게 의뢰해서 개발시킨다면 어떨까. 설사 외부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쓰더라도 관련 계열사를 통해서만 구입하게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결국 제품의 원가가 높아진다. 제품의 경쟁력도 떨어진다. 계열사끼리의 비즈니스는 결국 거져먹는 장사라고 생각하고 더 잘하려고 노력도 안할 것이다. 한마디로 그 안에서는 경쟁이 없는 것이다.
해외 같았으면 이런 방식으로 경영하는 회사는 일찌감치 경쟁에서 밀려서 탈락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하는 것이 그동안은 먹혔다. 덩치를 키워서 그룹의 물량만 내부에서 소화해도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계열회사를 통해서 외부소프트웨어 등을 구입할 때는 갑을관계를 이용해 최대한 가격을 깎아서 오히려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심지어 그룹 임직원들에게 다른 경쟁사의 제품을 쓰지 못하게 하고, 계열사의 제품을 그룹임직원과 가족에게 강매하는 경우도 있다.
그룹의 대표상품을 만드는 핵심회사는 이렇게 해서 국내시장을 장악했고 여기서 얻은 힘을 바탕으로 해외에는 국내보다 더 싸게 제품을 팔아서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갔다.
이런 식으로 하다보니 이런 성을 쌓은 성의 성주(소위 오너)들 입장에서는 왕국의 규모를 크게 키우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리고 일단 성의 규모가 커지면 정부와 언론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했다. 각종 사업권, 면허를 정부로부터 얻고, 독점시장에 경쟁자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규제의 틀을 지키는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런 카르텔을 언론이 문제삼지 않도록만 하면 웬만해서는 이 성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오너들은 계열사의 사장은 누가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게 됐다. 어차피 내부거래로 쉽게 장사하는 이상 계열사의 사장들은 말 잘 듣는 충성스러운 사람을 월급쟁이로 앉히면 된다. 능력보다는 이런 문화를 깨지 않는 충성심이 우선이다. 그러니 이런 문화를 이해 못하는 외국인 경영자는 못 데리고 온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타겟으로 삼은 B2B소프트웨어스타트업들의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본다. 이 Onelogin이라는 스타트업은 유니콘스타트업(가치가 1조이상되는 비상장스타트업)을 겨냥해 이런 광고를 냈다.
문제는 이런 한국의 대기업위주 기업생태계가 작은 물고기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간다는 것이다. 이런 기업관행은 수많은 작은 회사들이 대기업과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간다. 대기업을 상대로 판로를 개척한다고 해도 대기업 IT계열사들을 통해서 을이나, 병 관계로 해서 값싸게 간접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팔게 된다. 당당하게 자신의 제품을 가지고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가져간다는 것은 꿈같은 얘기다. 오히려 거래 중소기업이 잘 되는 것 같으면 거래단가를 깎거나 계약을 파기하는 방식으로 견제한다.
이런 불공정한 거래, 카르텔구조를 깨야 혁신적인 제품을 가진 작은 회사들이 비즈니스를 키워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문화가 없어지지 않는한 성공한 회사들도 성장하면 다른 기업과 똑같이 계열사를 만들어서 성을 쌓게 된다. 규모가 커지는데 따라 계열 IT회사를 만들고, 건설회사를 만들고, 광고회사를 만든다. 덩치를 키우는데 급급하다. 어줍잖게 그룹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행세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니 동반성장을 하는 건전한 생태계는 없고 각 재벌 그룹사들의 크고 작은 생태계만 넘친다. 그런 생태계가 유지되도록 정부가 라이센스를 주고 보호막을 쳐준다. 오너가 범법을 저지르더라도 타이밍을 봐서 사면해 준다. 큰 기업이 어려워지면 국책은행을 동원해서 구제금융을 해준다. 이런 정부의 따뜻한 도움에 대기업들은 대규모투자계획과 채용계획을 발표하면서 화답한다. 이것이 한국적 기업생태계다. 실리콘밸리에서 보는 것처럼 작은 기업들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만을 가지고 급성장을 하기는 참 힘들다. B2B시장은 막혀있고 B2C시장의 많은 길목도 대기업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실리콘밸리 스톰벤처스의 남태희디렉터를 만났다. 그 분은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한국대기업생태계의 문제를 그림까지 그리며 설명해주셨다. 위쪽이 B2C, B2B시장이고 아래쪽이 스타트업, 그 중간이 Goto market채널이다. 빗금친 부분이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곳이다. 즉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피해 위로 올라가기가 극히 어렵다.
미국은 수많은 기업들이 자신의 전문분야에만 집중하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성장하는 혁신중심 기업생태계를 갖고 있다. 역동적이다. 우리와 기업생태계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 일본만해도 일찌기 재벌이 해체되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휠씬 더 다양성이 존재하는 기업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해외출장을 다니며 외국의 상대적으로 건전한 기업생태계를 보면서 부러웠다. 한국의 이런 재벌중심 기업생태계와 문화가 좀 바뀌어야 진정한 창조경제가 이뤄질 것 같다. 결국 공정한 시장을 위한 감시자가 되야 하는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의 분발을 촉구한다.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에 대해 아르헨티나에 알리다
지난 9월의 첫주 벤처기업협회의 초청으로 아르헨티나에 다녀왔다. 그리고 부에노스아이레스시에서 개최한 벤처캐피털포럼아르헨티나에서 패널토론에 참가했다. 어떻게 하면 아르헨티나의 스타트업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을까가 주제인 이 포럼에서 미국에서 라틴아메리카펀드를 운영하는 수산나 가르시아 로블스의 키노트 발표가 끝나고 바로 이어지는 50분간의 패널토론이었다. 앞서 키노트발표를 한 수산나가 사회를 보고, 이스라엘 카난파트너스의 Ehud Levy와 나를 패널게스트로 초청해 이스라엘과 한국의 스타트업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것이었다.
항상 그렇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내게 이런 국제행사에서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은 큰 도전이다. 10년전만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인데 여러번 하다보니 좀 나아졌다. 대충 기억나는대로 나간 영어로 진행되는 컨퍼런스를 꼽아보니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OCED회의(2007),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WIPO심포지움(2008), MIT 아시아비즈니스컨퍼런스(2012, 2015) ,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2015), 비글로벌SF(2014) 등이 있다. 대중앞에서 부족한 영어로 토론하는데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여러번 하다보니 좀 나아졌다. 물론 라이코스에서 3년간 CEO로 근무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미리 말할 내용을 준비해두지 않으면 쉽지 않다.
사실 아르헨티나에서의 발표도 사회자인 수산나는 슬라이드발표없이 말로만 진행한다고 질문리스트를 미리 보내줬다. 그래도 지구반대편에 있는 나라에서 온 사람이 비주얼한 자료가 없이 설명해주면 와닿지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서울-로마-부에노스아이레스를 잇는 총 12시간+14시간의 비행시간동안 짬을 내서 평소하는대로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설명하는 간결한 슬라이드를 준비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됐을때 약 10분동안 슬라이드와 함께 가볍게 설명했다.
한국이 얼마나 모바일인프라가 잘 되어 있는 나라인지,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한 대기업은 많지만 스타트업은 많지 않았는데 2년전부터 정부의 창조경제정책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테헤란로의 스타트업붐과 각종 정책으로 인해 스타트업생태계에 선순환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소프트뱅크에게서 1조원의 투자를 유치한 쿠팡같은 유니콘스타트업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긍정적인 이야기만 했다.
이것이 청중들에게 예상외로 좋은 인상을 준 것 같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생태계가 강하다는 것은 어차피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 한국에서 그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세션이 끝나고 내 이야기를 인상적으로 들었다는 인사를 아르헨티나 현지인들로부터 많이 들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에서 두번째로 큰 신문사인 La Nacion의 기자에게서 이메일을 받았다. 한국스타트업생태계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자세히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원래 이메일로 보낸 질문에 답을 해달라는 것이었는데 따로 시간을 내서 Luján Scarpinelli 기자를 만났다. 직접 만나서 설명을 해줘야 제대로 내용이 전달될 것 같아서다. 햄버거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도 어떤 면에서는 언론사 선배(?)인지라 신문업계의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한 것 같았다. 자기의 어린 남동생은 종이신문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나.
어쨌든 이 인터뷰후에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팔로업을 했다. 이런 기사를 작성하려면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숫자’가 필요한데 나름 자료를 찾아서 제공했다. 그 결과 지난 9월23일 한국스타트업생태계에 대한 기사가 멋지게 La Nacion지면을 장식했다.
제목은 “강남 스타일 이후 창업으로 세계를 제패하려는 한국”. 아주 긍정적인 내용이라 감탄했다.
갑자기 잡힌 출장이었지만 그래도 아르헨티나에 한국스타트업생태계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흐뭇했다. 한국을 알리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현지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현지 언론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한달전의 일이지만 기억해두기 위해서 블로그에 메모.
샤오미의 경영철학을 다룬 ‘참여감’을 읽고
샤오미의 공동창업자인 리완창이 쓴 ‘참여감’이란 책의 번역본을 다 읽었다. (추천사를 써달라고 출판사인 와이즈베리에서 부탁을 받아 미리 읽어본 것이다. 이 책은 8월말에 번역판이 출간될 예정이다.)
리완창은 샤오미의 경영진 소개페이지에서 레이쥔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다. 그는 레이쥔이 CEO로 있던 소프트웨어회사인 킹소프트에서 2000년부터 일했다. 10여년간 레이쥔과 고락을 같이 한 샤오미의 핵심멤버다. 샤오미 초기에는 MIUI 연구개발을, 나중에는 샤오미닷컴을 총괄 담당했다.
이 책은 사용자의 참여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그 좋은 제품을 (인터넷) 입소문을 통해 널리 퍼지게 한다는 샤오미의 핵심철학에 대해서 쓴 것이다. 샤오미의 성장과정에 있어서 실제로 어떻게 제품개발을 하고, 고객과 소통을 해왔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소개한다. “참여감이라는 ‘태풍’은 돼지도 하늘을 날게 한다”라는 제목의 레이쥔 서문은 이 책이 그의 철학을 그대로 표현해 냈다는 인상을 준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다음과 같다. 이 책에 실린 샤오미의 철학, 전략이 과장이 아니고 실제로 조직내에서 다 그대로 실행하고 있다면 샤오미는 앞으로 무서운 회사로 계속 성장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회사는 실리콘밸리회사 못지 않은 제품중심주의, 사용자중심주의, 그리고 수평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용자에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참여감을 갖게 하고 ‘친구’로서 끌어들이는 힘은 왠만한 실리콘밸리 회사 이상이다. 게다가 마치 애플처럼 디자인중심문화까지 가졌다.
이 회사는 모바일, 소셜미디어(SNS)시대라는 글로벌트랜드에 딱 맞는 체질을 가진 회사다. 그런 회사가 실리콘밸리가 아닌 중국에서 나왔다는 것이 놀랍다. 삼성, LG는 샤오미를 배워야 하겠지만 이렇게까지 회사를 변화시키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샤오미는 출발부터가 스타트업이었던 회사고, 레이쥔을 비롯한 경영진이 모바일기술, 소프트웨어기술과 소셜미디어를 뼈속 깊이 이해하고 솔선수범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기존 회사들이 CEO를 비롯한 경영진을 송두리채 바꾸지 않으면 따라하기 힘든 부분이다. DNA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쨌든 샤오미는 계속 주시해야 할 회사다. IT강국이라고 자부했던 한국에서는 이런 새로운 문화를 지닌 강력한 성장회사가 거의 나오지 못하고 재벌계열기업들만 융성하게 되었다는 점이 좀 아쉽다.
참여감의 마지막 장인 ‘인터넷 체질로의 전환, 폭-편-상이 관건이다’라는 부분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몇군데 발췌해서 아래 소개한다. 회사가 제품 라인을 단일화하고 조직 구성을 효율화하면 직원들은 홀가분해진다는 뜻의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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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은 평평하게, 즉 단순하고 효율적인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 인터넷 시대의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적극성과 창의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층층이 이루어진 수직 구조 안에서 과연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을까? 제안 하나 하려 해도 일곱, 여덟 단계의 의사결정 구조를 거쳐 최종 피드백을 받기까지 다시 두세 달이 걸린다면, 어느 누가 대담한 혁신을 시도할 수 있을까? (중략) 샤오미의 연구개발 조직은 엔지니어, 핵심 주관, 협력 파트너, 이렇게 세 개 층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특히 연구개발 부문에는 과장, 부장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관리체계가 없다.“
“직원들을 세세한 규정으로 옭아매지 말고, 회사 안에서도 자유롭고 홀가분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사실 샤오미의 방법은 다른 기업에 맞을 수 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의 관리자들이 좀 더 자세를 낮추고 직원들과 하나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직원들이 좀 더 참여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지 귀 기울여 듣고 직원들을 격려해야 한다. 자신의 일터에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직원들은 자연히 최고의 열정을 불태우며 일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창업 초기부터 직원들을 뽑을 때 능력과 경험이 풍부한 동시에 창업 마인드를 갖춘 인재를 원했다. 우리 또한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고, 회사의 이익도 함께 공유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충분히 금전적 보상을 하고 자긍심과 참여감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제품과 서비스의 질은 자연히 높아진다.”
“KPI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샤오미에는 사실상 KPI가 없다. 그러나 KPI가 없다고 해서 회사 차원의 목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KPI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창업자들이 KPI를 책임진다. (중략) 우리는 결과보다 과정에 더 집중한다. 모든 직원들이 과정에 최선을 다 하면 자연히 최상의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피라미드형 조직에 층층시하, 상명하달의 경직된 조직문화로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들고 직원들의 주인의식과 동기부여가 어려운 한국의 대기업은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다.
“레이쥔은 크게 절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열린 마인드로 샤오미를 만들었다. 창업 당시에도 그는 20년 가까이 기업 활동을 하면서 돈과 명예와 성공을 거머쥔, 무엇하나 부족할 것 없는 엔젤투자자였다. 사람들은 믿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런 그가 샤오미를 만든 것은 어디까지나 위대한 기업을 만들어 위대한 일을 하고 싶다는 꿈 때문이었다. 그래서 공동창업자들은 물론 핵심 직원들에게도 충분한 이익과 권한을 보장하고, 직원 존중을 다른 무엇보다 중시했던 것이다.”
한번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창업에 도전해 성공하는 이런 사람을 연쇄창업자(Serial entrepreneur)라고 한다. 몇번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세상을 바꾸는 의미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어하는 창업가들을 실리콘밸리에서 가끔 봤다. 레이쥔도 그런 사람의 하나인듯 싶다.
“직원 채용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언제나 최고의 인재를 요구한다. 연구 개발 업무는 창의적이기 때문에 개발자들에게 충분한 여유가 주어지지 않으면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 ‘최고의 인재’란 혼자서 10명, 100명의 몫을 해내는 인재를 가리킨다. 특히 핵심 엔지니어는 천금을 아끼지 말고 적극적으로 영입해야 한다. 적당히 똑똑한 대학생을 뽑아 잘 양성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은 금물이다. 최고의 인재는 스스로 강한 동기와 추진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회사는 단지 그가 좋아하는 일에 그를 배치하기만 하면 된다. 그는 스스로 즐기는 마음으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그에게 영감을 받은 것이 확실하다.
“핵심 인재를 감동시켜야 다른 직원들에게도 널리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지금 샤오미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은 모두 스스로 즐기는 마음으로 창의적으로 일하고 있다. 최고의 인재를 찾았다면, 그가 가장 잘하고 좋아 하는 일을 하게 하라. 특히 연구개발 부문의 직원들은 너무 엄격하게 관리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창의적 인재일수록 엄격히 관리하려 들면 갑갑함을 느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엔지니어들은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하는 데 관심이 없고, 형식에 맞춘 보고서 작성도 골치 아파한다. 관리자가 아닌 사용자들이 엔지니어를 관리하게 하라. 엔지니어들은 사용자에게서 긍정적 피드백을 받으면 신이 나서 혼을 불사르며 일하고, 사용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스스로 참지 못해 문제 개선에 매달린다.“
관리자가 아닌 사용자들이 엔지니어를 관리하게 하라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든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제 중국기업에서 배워야 할 것 같다. 윗 글은 중국기업이 아니라 실리콘밸리 회사의 문화에 대한 내용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믿을 것 같다.
지난해 8월 아무 생각없이 베이징의 샤오미본사에 갔다가 아주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때 쓴 샤오미 방문기 맨 아래부분에 내가 직원들에게 받은 좋은 인상에 대해서 썼다. 참여감을 읽고 직원들의 친절함과 적극성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오미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잘 나가는 회사의 실적보다도 우리를 맞아준 직원들의 친절함이었다. 회사에 들어가는데 있어 복잡한 보안절차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스티커하나를 나눠주고 붙이라는 것 정도. 회사내에서도 마음껏 사진을 찍으라고 놔두었다. 찍어서 SNS에 올리든 어떻게 하든 전혀 상관없다는 자세였다. 아마 회사의 보안체계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아서 그랬겠지만 어쨌든 신선했다.
우리를 안내해준 MIUI담당 신디는 중앙대에서 유학한 경력이 있어서 조금 서툴지만 한국어로 설명해주려고 노력했다. 4년전부터 샤오미에 조인했으니 창업멤버나 다름없는데도 전혀 뽐내지 않는 겸손한 모습이었다.
거의 2시간동안 회사에 대한 설명도 해주고 우리 스타트업일행의 서비스에 대한 설명도 듣고 500미터 떨어진 MI스토어에 가서 안내까지 해준뒤에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샤오미 직원들은 우산을 받쳐주며 떠나는 우리 일행이 모두 택시를 잡을때까지 기다리고 도와주었다. (변두리 지역이라 택시가 거의 오지 않았다. 모두 떠나는데 한 20분정도는 걸렸다.)
급성장하는 잘 나가는 회사의 직원들이 거만하게 행동하지 않고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이 내게는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말랑스튜디오 김영호대표의 이야기에 따르면 대체로 샤오미의 문화가 그렇다는 것 같다.
‘대륙의 실수’ 샤오미가 계속 잘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 회사는 특허도 없고 모방을 통해 싸구려 제품을 만들기만 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해외진출이 불가능한 회사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중국경제가 최근 어려움을 겪으면서 샤오미의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는 뉴스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회사든지 어려움은 겪게 되어 있고 그런 난관을 극복하면서 더 강한 회사가 된다. 그런 어려움을 이기기 위해서는 훌륭한 리더와 좋은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샤오미를 방문해보고, 일부 제품을 써보고, 참여감을 읽고 나니 이 회사가 우리 생각보다는 더 큰 역량을 지닌 회사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계속 지켜봐야겠다.
일본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열기
얼마전 한국의 스타트업컨퍼런스에 참석하러 방한한 토마츠벤처서포트의 기무라 마사유키 해외영업부장을 만났다. 토마츠벤처서포트는 일본의 대형회계법인인 딜로이트토마츠의 자회사로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연결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하는 회사다. 기무라상은 공인회계사로서 일하면서도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아 주말마다 열심히 스타트업을 만나고 각종 회계자문을 하면서 도와줬다고 한다. 그러다가 2010년부터는 아예 자회사로 옮겨서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수립, 펀딩, 상장 등을 자문해주고 대기업들의 스타트업투자를 돕고 있다. 그는 올해부터는 실리콘밸리로 파견되서 일본스타트업의 해외진출과 해외스타트업의 일본진출을 돕는 일을 맡고 있다. 이런 일을 하는 토마츠벤처서포트는 도쿄에 30명, 전국에 150명정도의 직원이 있다고 하니 일본에서 스타트업열기가 만만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기무라상이 일본의 스타트업투자열기에 대해서 내게 해준 이야기를 그의 슬라이드를 곁들어 메모해봤다. 그는 발표자료를 한글로 번역해서 가져왔다.
그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스타트업투자금액은 2006년 1천4백억엔대에 이를 정도였지만 계속 감소하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반토막이 됐다. 그리고 2012년에는 5백억원대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의 스타트업붐을 타고 2014년에는 1천1백억엔대까지 회복됐다. 그리고 올해에는 2006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투자열기에 비해 의외로 투자금을 받은 스타트업의 수는 오히려 소폭 하향세다. 이에 대해 기무라상은 “아직도 일본에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창업이 활발하지 못하다”며 “특히 실패하면 다시 대기업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문화때문에 일본에서는 좋은 인재들이 스타트업으로 덜 가는 편인데 이것도 최근에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해서 소수의 좋은 일본스타트업은 몸값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스타트업별 평균 투자금액은 2006년의 5천만엔에 비해 2014년은 7천2백만엔으로 휠씬 높아졌다.
그리고 몇백억원규모의 거액 자금조달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뉴스, 구노시 등의 모바일뉴스앱을 내는 스타트업들도 수백억원의 펀딩에 성공했다.
이런 일본의 스타트업 열기속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대기업의 CVC설립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CVC는 Corporate Venture Capital의 약자로 대기업이 스타트업투자를 목적으로 만든 벤처펀드를 말한다. 야후재팬 같은 인터넷기업이 YJ캐피탈이란 약 2천억원규모의 벤처캐피털을 만들어서 모바일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추세가 인터넷기업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NTT도코모, KDDI 같은 이동통신회사와 니콘, 오므론 같은 제조업체 그리고 심지어는 후지TV, 도쿄방송같은 미디어까지 CVC를 만들고 스타트업투자에 나서고 있다.
또 KDDI, NTT도코모 등은 스타트업육성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에 관심이 아주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토마츠가 매주 개최하는 모닝피치 이벤트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에 도쿄 신주쿠에서 일본의 대기업 신규사업담당자 150명이 모여서 스타트업 4~5개사의 발표를 듣고 열띤 질문을 던진다. 지금까지 90회이상 개최됐고 50건이상의 사업제휴가 이뤄졌다. 이번 7월16일에는 한국의 스타트업 2팀이 참가할 예정이기도 하다.
일본내의 스타트업 몸값이 너무 올라가고 투자할 스타트업의 숫자가 부족하다보니 이들은 해외에까지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라쿠텐은 호창성, 문지원부부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비키(ViKi)를 2013년에 약 2천억원에 인수했다.
이밖에도 모바일게임회사인 DeNA는 비트윈앱으로 유명한 한국의 VCNC에 투자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약 1조원을 투자했다. 이처럼 리쿠르트, KDDI,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 등은 해외투자가 가능한 펀드를 조성하고 적극적으로 해외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기무라상은 이것은 한국스타트업에게도 일본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런 일본 대기업의 스타트업투자열기는 한국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 조금 다르다. 정부의 스타트업지원정책이 거의 없는 일본에서 이런 대기업의 움직임은 자발적인 것이다. 기무라상은 급격히 변화하는 디지털경제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부의 혁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오픈이노베이션’철학이 일본기업에서는 대세가 됐다고 말한다. 반면 한국의 대기업들은 전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오픈하고 스타트업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일본기업들처럼 완전히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다. 정말 필요를 느끼서 한다기보다는 정부의 창조경제정책에 화답하는 느낌이 강하다.
회계법인인 토마츠가 스타트업생태계육성에 나서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한국에서는 정부기관에서 하는 일을 민간에서 한다. 토마츠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이런 활동을 한다. 스타트업들이 성장해서 장차 그들의 중요한 클라이언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보수적인 문화의 일본대기업들도 이처럼 변신하고 있다는 것은 놀랍다. 글로벌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싫든 좋든 혁신을 더 빨리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한국의 대기업들도 스타트업과의 소통이 필수다. 한국의 대기업들도 늦기 전에 빨리 이 점을 깨달았으면 한다.
“스타트업 영웅이 필요하다” – 바람직한 스타트업생태계에 대한 생각
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혁신지대인 실리콘밸리에서 3년, 또 하버드, MIT 등 명문대가 즐비한 최고의 교육도시인 보스턴에서 3년여동안 살아보는 행운을 누렸다. 보스턴에서 라이코스 최고경영자(CEO)로 일하는 동안은 이스라엘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텔아비브를 방문해 현지의 스타트업들을 만나보기도 했다. 그리고 2013년 11월부터 한국에 복귀해 스타트업얼라이언스센터장으로 일하면서 세계 각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근접해서 관찰할 기회를 갖기도 했다. 물론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난 1년여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기쁨이었다. 그러면서 바람직한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왔다.
우선 실리콘밸리가 언제나 잘 나갔던 것은 아니다. 15년전을 돌아보자. 나는 2000년에서 2002년까지 실리콘밸리에 인접한 UC버클리에서 유학했다. 당시는 닷컴버블이 꺼지고 2001년에 9.11테러까지 발생해서 실리콘밸리는 암울한 분위기였다. 거품을 끼고 부풀어 올랐던 웹밴(Webvan), 펫츠닷컴(Pets.com) 등 많은 닷컴회사들이 도산했다. 실리콘밸리에는 실업자가 넘쳐흘렀다. 내가 떠날 당시의 실리콘밸리는 재기가 불가능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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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0년 뒤인 2012년 여름 나는 실리콘밸리의 한가운데에 있는 쿠퍼티노로 이주했다. 그리고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글로벌부문장으로 일하며 투자와 제휴를 위해 많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과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을 만났다. 마치 2000년의 닷컴붐이 다시 도래한 것 같았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의 대표 테크기업들은 이미 공룡같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계속 성장하며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 틈바구니안에서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새로 태어나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가지고 경쟁하고 있었다. 각종 행사나 데모데이 등을 갈때마다 새로 만나는 실력있는 스타트업들을 접하면서 나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 ‘하늘의 별처럼 많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그처럼 역동적인지,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계속 나올 수 있는지 열심히 관찰했다. 실리콘밸리는 스타트업생태계의 이상향에 가깝다. IT업계인에게 있어서 일종의 메이저리그 같은 곳이다. 다음은 실리콘밸리와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 관찰을 통한 내 생각의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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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실리콘밸리는 워낙 특수한 곳이다. 겨울의 약간의 우기를 제외하고는 일 년 내내 화창한 날씨의 축복받은 땅이다. (버클리 다닐때 교수님이 “우리 학교 최고의 경쟁력은 날씨”라고 하는 말도 들었다) 덕분에 전 세계에서 스탠포드와 UC버클리에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이 졸업 후에 상당부분 남아서 정착한다. 날씨 좋고 살기 좋은데다가 IT 관련 일자리도 많기 때문에 전 세계의 IT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기도 하다. 하버드, MIT 등 보스턴의 명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생들의 상당수가 실리콘밸리로 온다.
최고 수준의 컴퓨터공학과로 유명한 피츠버그의 카네기멜론대를 나와 실리콘밸리 링크드인에 취업한 한 한국인은 “우리 클래스를 들어다가 그대로 실리콘밸리에 가져다 놓은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많은 동문들이 이 지역에 와있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인도공대같은 인도 이공계 대학의 졸업생들은 물론, 한국의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출신 엔지니어들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실리콘밸리다.
이렇게 세계 각국의 인재들이 실리콘밸리로 모이는 이유가 있다. 인종, 나이, 종교, 학력, 배경에 상관없이 비교적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가깝게 지내던 비디오광고회사 Adap.TV의 헨릭 부사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이민자출신이다. 그는 실리콘밸리를 “세계에서 가장 텃세가 없는 곳”이라고 했다. 워낙 이민자들이 대부분인 동네다 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업자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 정부, 대학, 벤처 캐피털(VC), 엔젤투자자, 로펌, 회계사, 심지어 대기업조차도 스타트업 창업자의 지원자다. 스탠포드대학 등은 창업지원센터 등을 만들어 학생들의 창업을 장려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가 가진 지적재산권도 너그럽게 졸업생들에게 공유해주는 편이다. 엔젤이나 VC들은 창업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발 벗고 달려가서 만난다. 회사 설립, 투자, 매각 등의 단계에 있어서 실리콘밸리의 로펌이나 회계법인들은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조언해주고 심지어는 인수합병(M&A) 딜까지도 가까이서 조언해준다.
스타트업을 창업해 키워서 상장(IPO)시키거나 매각해서 큰 돈을 번 창업자들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번 돈으로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투자하는 엔젤투자자가 되거나 새로운 스타트업을 시작한다. 이런 사람들을 ‘연쇄창업자(Serial entreprenuer)’라고 한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로서 많은 부를 축적했지만 테슬라, 스페이스X 등을 창업해 더 큰 도전을 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람들이 다른 수많은 예비창업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롤모델(Role model)이 된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또 후배 스타트업을 조건없이 도와주는 것을 실리콘밸리의 페이잇포워드(Pay it forward) 문화라고 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아주 일반화된 문화다. 마크 저커버그 같은 250조원이 넘는 회사의 CEO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모이는 행사에 나가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조언을 해준다.
이메일 소개만으로도 스스럼없이 만나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개적으로 주고받는 ‘열린 문화(Open culture)’도 혁신의 원천이다. 가능하면 정보를 서로 다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만난다. 크고 작은 밋업(Meetup) 행사가 여기저기서 매일 열리고 많은 만남을 통해 아이디어가 적극적으로 교환되며 검증된다. 그런 자리에서 잠재투자자가 연결되고 미래의 공동창업자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규제나 권위에 굴하지 않고 도전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우버(Uber)나 에어비앤비(Airbnb)의 사례에서 보듯 법령이나 조세제도 등 기존의 규제환경을 고려하면 선뜻 시작하기 어려운 비즈니스에 스타트업이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의 규제환경을 따지기 보다는 사람들의 불편을 어떻게 해결했느냐를 더 중시한다. 내가 잘 아는 한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의 경우는 비즈니스 모델에 저작권 침해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벤처캐피털리스트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걱정하지 말고 해봐라. 나중에 서비스가 커져서 저작권자들이 찾아오게 되고 문제가 된다면 그것 자체가 절반의 성공이다”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정부의 그림자도 거의 없다. 민간에서 투자가 일어나고 스타트업들도 정부의 도움을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가 워싱턴DC에서 멀어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농담들도 많이 한다. 캘리포니아의 주도인 새크라멘토도 실리콘밸리에서 자동차로 3~4시간 거리로 멀리 떨어져 있는 편이다. 정부에서 주도하는 행사도 거의 없다. 어떤 행사에 정부관료가 와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을 보기도 힘들다. 정부의 보호나 간섭이 없어서인지 실리콘밸리사람들은 정부의 도움을 받을 생각을 거의 안하는 편이다. 그냥 알아서 한다. 쓸데없는 행사에 불려가느라고 시간을 빼앗기는 일도 없다. 그저 제품개발에만 집중한다. 실리콘밸리는 이렇게 자생적인 창업생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모험감수(Risk taking)의 정신이다. 이것은 아마 160여전 골드러시때부터 이 지역에 심어져 있는 기운인 것 같다.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것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있다. 자신이 직접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창업자만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큰 IT 대기업에 다니는 직원 중에도 당장 월급은 줄어들더라도 스톡옵션을 통해서 나중에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이 활발하다. 직원들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천국같은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구글의 경우도 “아무리 잘해줘도 스타트업 하겠다고 퇴사하는 직원들은 막지 못한다”고 말할 정도다.
이 같은 위험에 대한 도전정신은 실패를 용인해주는 문화에도 이유가 있다. 창업해서 결국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발전하고 성숙한 창업자들에게는 투자자들이 또 투자해준다. 그리고 설사 스타트업을 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실력만 있다면 다시 들어갈 수 있는 수많은 실리콘밸리의 IT 대기업과 셀 수 없는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일종의 (정신적) 안전판(Safty net) 역할을 해준다. Job mobility가 높은 것이다. 즉,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장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스타트업을 지지부진하게 끌고 가느니 그냥 빨리 문을 닫고 남은 돈은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고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들어가 억대연봉을 받는 엔지니어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가 기회가 보이면 다시 대기업을 뛰쳐나와 창업한다. 실리콘밸리에 좀비벤처가 별로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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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리콘밸리의 모든 것이 장밋빛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살인적으로 비싼 물가가 외부인의 실리콘밸리 진입을 어렵게 한다. 한국에서 1년은 버틸 수 있는 자금을 가지고 가도 몇달이면 돈이 동이 난다. 공짜로 사무실을 얻거나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도 거의 없다. 실리콘밸리에 가면 무조건 투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착각이다. 톱클래스 스타트업들의 극심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라 실력이 없으면 금세 도태된다.
하지만 이런 생태계의 선순환이 그곳 기업들의 성공률을 높이고 인재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게 한다. 지난해 만난 아이소켓이라는 샌프란시스코 인터넷광고회사의 창업자 존 래미는 내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미주리주에서 사업을 시작한 나는 처음에는 반(anti)실리콘밸리주의자였다. 자신들이 IT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거만함이 싫었다. 그런데 회사를 키우면서 나중에는 나도 실리콘밸리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 내 회사의 주요 고객과 실력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그리고 투자자들이 모두 실리콘밸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내의 다른 도시의 뛰어난 테크회사나 인재들도 결국 실리콘밸리 소용돌이(Vortex)에 휩쓸려 가버린다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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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떨까.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특징은 우선 강력한 정부 주도의 스타트업 지원이다. 박근혜 정부의 슬로건이 ‘창조경제’인만큼 한국은 스타트업 주무부서인 중소기업청과 미래창조과학부는 물론 각종 부처와 산하기관에서 경쟁적으로 창업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만 노력하면 많은 정부지원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수천만원에서 몇억까지의 초기 투자지원은 늘어나는데 수십억에서 수백억단위의 시리즈 A, B, C, D 등 대형투자는 부족한 편이다.
각종 정부지원책과 마이크로VC와 액셀러레이터의 등장으로 초기 스타트업이 초기단계 투자를 받기 쉬워졌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검증된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한 번에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 단위의 자금을 투자해줄 대형 투자자는 아직 한국에 많지 않은 편이다. 그리고 많은 창업투자사들의 투자펀드가 한국벤처투자 등 정부의 모태펀드에서 지원받고 있기 때문에 모험적인 큰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사실상 국민의 세금으로 펀드가 채워지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이 나는 투자처를 찾기 마련인 것이다. 투자한 기업이 실패하면 나중에 배임으로 몰릴 수 있다고 (나중에 증거가 될 수 있는) 서류를 스타트업에 과중하게 요구하기도 한다. 한국의 벤처캐피털(VC)이 무늬만 VC라는 비난을 듣는 이유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또 기술 분야의 스타트업이 부족하며 비즈니스 아이디어 위주의 창업이 많다. 대표적인 액셀러레이터인 프라이머가 2014년 초까지 투자하고 육성한 23개 스타트업을 보면 패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바일광고 등 B2C 서비스 분야가 60%, B2B 분야가 26%, 커머스 분야가 13%였다. 이처럼 많은 스타트업이 B2C 분야에 편중돼 있고 기술로 차별화하기 보다는 해외에도 이미 존재하는 비즈니스 아이디어에 기반해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좋은 엔지니어를 구하기 어려운 환경 때문에 그렇다는 의견도 있다.
또 B2B분야 창업이 적은 것은 한국의 기업문화가 다른 회사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사주기 보다는 웬만하면 내부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삼성, 현대, LG그룹 등 한국의 대기업집단들은 각기 IT시스템통합(SI)관계회사들을 두고 그룹내부에서 직접 사내용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쓰는 편이다. 이런 문화에서 작은 스타트업이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판로를 개척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거나 규제가 심한 시장에 새로 들어가서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을 만나기가 어렵다. 정부정책이 기존 대기업 위주로 돼 있고 새로운 사업자에게 비우호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에는 수천개씩 등장해 붐을 이루고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이 국내에는 최근까지 거의 없었다는 것이 단적인 예이기도 하다. 그래서 큰 시장에 도전하기 보다는 니치마켓에 들어가려는 고만고만한 스타트업이 많은 편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초기 창업자를 끌어줄 경험 많은 투자자·멘토층이 아직 부족하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창업육성기관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지만, 예비·초기창업자들을 잘 이끌어 줄 경험 많은 투자자나 멘토층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스타트업으로 성공한 창업가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얼마 안 되는 성공한 창업가들이 대외활동을 잘 하지 않는 문화 탓도 있다. 그 결과 많은 초기창업자들은 경험 있는 선배의 조언을 목말라한다.
대기업의 벤처투자 및 스타트업 인수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사내 벤처캐피털(CVC)을 설립해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거나 그로 인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M&A에 나서는 해외 대기업에 비해 국내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에 대해 관심이 부족하다. 대기업중심의 규제 등으로 보호(?)받고 있고 그룹내에서 웬만한 일은 자급자족(?)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의 혁신에 대한 절실함이 외국기업들보다 떨어진다.
최근 들어 한국 대기업들도 점점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해외와 교류도 부족한 편이다. 다국적군으로 구성된 실리콘밸리나 이스라엘의 스타트업과 달리 한국의 스타트업의 구성원은 대부분 한국인 일색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있어 국제적인 다양한 시각과 아이디어를 불어넣는데도 어려움이 있고 해외진출에 있어서 약점으로 작용된다.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아직도 어려운 환경이다. 기업공개(IPO)나 M&A를 통한 스타트업의 엑시트 사례가 많지 않다. 코스닥시장 등의 등록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기업공개 문턱이 높은 편이며, 대기업들도 스타트업 인수합병에 미온적이다. 엑시트가 나와야 투자자금의 선순환이 이뤄지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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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를 영웅으로 보는 문화가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창업자를 우러러 보고, 청소년의 롤모델으로 만들어야 한다. 젊은이들이 장차 진로를 탐색할 때 정치가, 변호사, 의사 등 안정적인 전문직보다 스타트업 창업자가 되는 것을 더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마윈 같은 롤모델이 한국에서도 나와야 하며 재벌 2세보다 성공한 창업자들이 더 유명해지고 우대를 받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테크업계를 잘 모르는 부모가 들어도 딱 알만한 스타트업 영웅이 나와야 한다.
민간 주도의 자생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투자는 민간에 맡기고 스타트업이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 특히 스타트업의 목을 죄고 대기업에게만 혜택을 주는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 평등한 경쟁환경(level playing field)을 만드는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 스타트업들이 대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하기 시작하면 대기업들도 새로운 경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합병을 늘릴 것이다.
학교에서의 창업교육 강화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육성도 필요하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는 스탠퍼드대학은 창업 관련 교육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교육과정이 강력하다. 특히 스탠퍼드는 풍부한 창업 경험을 가진 창업가나 벤처 캐피털 리스트들이 수시로 학교에 와서 강의하고 학생들의 멘토가 되는 시스템을 갖고 있기에 성공한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대학에서도 창업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교육이 현장경험이 없는 교수들의 탁상공론이 되지 않도록 실제로 창업경험을 갖고 성공한 경험이 있는 창업가들이 대학에서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
스타트업 생태계 구성원의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 해외 인재의 국내 스타트업 참여 유도 및 해외 스타트업 커뮤니티와의 교류를 증진해야 한다. 다양성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나오고 해외 진출도 쉬워진다. 특히 부족한 개발자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의 재능을 지닌 해외 인재에게 적극적으로 창업 비자를 내주는 것 같은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어쨌든 최근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비키 창업자 호창성·문지원 대표나 올라웍스 창업자 류중희 대표가 엑시트 후 각각 더벤처스, 퓨처플레이 같은 벤처투자회사를 만들고 스타트업 육성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서울대공대, 카이스트 등 명문공대 출신의 유수한 인재들이 스타트업으로 뛰어들거나 삼성, LG, 네이버 등의 대기업을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드는 사례도 갈수록 많이 목격되고 있다.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디캠프, 마루180,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구글 캠퍼스 서울 등에서 매일매일 좋은 스타트업 행사가 열린다.
수준이 높아진 한국 스타트업에 세콰이어캐피탈, 골드만삭스 등 유명해외 투자자들이 거액을 투자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소프트뱅크의 1조1천억원 쿠팡투자는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이 방향으로 잘만 육성해나간다면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실리콘밸리 같은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시간이 걸린다. 한국스타트업생태계의 구성원 모두가 멀리 내다 보고 자생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테크엠에 기고했던 글을 블로그에 옮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