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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이야기 22] 미국 의료보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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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의대부속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 MGH. 미국의 일등병원이자 보스턴사람들의 자부심이다. (사진 출처 Wikipedia)

미국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찜찜하게 생각했던 것이 가족의 의료보험이었다. 나는 미국의 의료보험체계는 워낙 돈도 많이 들고, 복잡하고, 의료서비스도 형편없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내가 미국에 간 2009년 당시에는 막 대통령으로서 첫 임기를 시작한 오바마가 의료보험제도 개혁을 추진하던 때였다.

그래서 약간의 우려속에 라이코스를 통해 우리 네 가족의 의료보험을 가입했다. 그리고 회사에 다니는 동안 3년동안 미국병원을 이용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만족스러웠다.

회사마다 복지혜택이 다른데 라이코스는 의료보험혜택이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반 메디컬보험, 치과보험, 안과보험 등 4가지를 들어 내가 부담하는 금액은 매달 대략 4백불이 조금 넘었다. (급여에서 떼고 받는다.)

미국회사에 입사해서 의료보험을 선택할때 HMO로 할 것이냐 아니면 PPO로 할 것이냐는 질문을 가장 먼저 받는다. 이게 무엇인가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알고보니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은 자신의 지정의사(Primary doctor)를 정하고 일단은 그 의사만 만나야 한다. 그리고 전문의(Specialist)를 만나려면 지정의사의 소개를 통해서 HMO네트워크안의 의사만 찾아갈 수 있는 제도였다. 건강한 가족이라면 평소에 주치의만 만나다가 특별히 문제가 있으면 주치의를 통해서 전문의사를 소개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PPO(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은 지정의사가 없이도 PPO네트워크안의 의사 누구나 바로 직접 만나서 진찰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PPO네트워크 바깥의 의사를 만날 경우 추가로 비용이 비싸지는 문제가 있다.

전문의를 따로 만나야 하는 특별한 질병이 없으면 보통 보험료가 저렴한 편인 HMO를 가입한다고 해서 나도 HMO를 선택했다. 그리고 가족 모두 각각 주치의(Primary doctor)를 정했다.

나는 회사와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보스턴시내의 하버드계열병원의 한국인의사를 선택했다. 특별히 아픈데가 없어도 일년에 한두번 의사에게 가서 진찰을 받는다. 한국과 다른 점은 의사와 만날때는 꼭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정해진 시간에 가야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의사가 있는 방으로 가는 것이 아니고 작은 진찰실에 가서 먼저 간호사와 혈압, 체중 등을 재고 기다리면 의사가 온다. 의사가 책상앞에 앉아있고 환자인 내가 옆에 앉는 스타일의 한국병원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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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병원에서 의사에게 진찰받는 모습은 대충 이런 분위기다. 사진은 HBO미드 실리콘밸리의 한 장면.

한국과 다른 점은 의사가 성의를 가지고 비교적 오래 환자와 대화한다는 점이다. 어디 아픈데는 있는지, 있다고 하면 증상이 어떤지, 조근조근 물어보면서 한 20분정도는 천천히 대화하는 것 같다.

나는 한국에서부터 마음에 걸렸던 증상이 있었는데 의사와 충분히 상담하고 내시경을 포함해 충분히 검사를 받았다. 무엇보다도 의사가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매번 의사를 방문할 때마다 Co-pay라는 명목으로 15불정도를 지불하는 정도로 (미국 물가수준을 고려하면) 의료비가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아주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약 처방은 거의 해주지 않는 편이었다. (한국에서 의사를 하다가 보스턴으로 와서 의사생활을 하는 한국인의사는 “한국에서는 솔직히 과잉진료가 많다”고 내게 말하곤 했다.)

한번은 미국의 의료보험체계에 문제가 많으니 개혁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얘기를 HR매니저인 존에게 한 일이 있다. 그랬더니 그는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자기가 볼 때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의사들이 많은 돈을 벌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의료보험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 그리고 보스턴지역은 세계 최고수준의 병원과 의사들이 포진하고 있는 곳이라는 자랑도 곁들였다. 이런 세계최고의 의료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의료보험제도를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중에 보니 이런 시각을 가진 미국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경우 의료보험에 대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나중에 은퇴해서 65세이상이 되면 메디케어제도(노년층을 위한 국가의료보험)를 이용하면 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의료보험 없이 신음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어쨌든 미국회사에서 의료보험은 가장 중요한 복지혜택이다. 가정이 있는 직원의 경우 채용인터뷰를 할 때 회사가 어느 정도의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는지를 꼼꼼히 따진다. 배우자가 좋은 직장에 다녀서 의료보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경우 마음놓고 프리랜서로 일하기도 한다.

나는 미국의료보험제도의 무서움을 라이코스를 그만두고 나서야 알게 됐다.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쉬는 동안 가족의 의료보험은 유지해야겠기에 실직자를 위한 보험인 코브라(COBRA)보험을 들었다. 그런데 이 비용이 월 1천6백불(170만원)이 넘었다. 전혀 병원을 가지 않아도 보험료를 내야 했다. 이 돈이 아까워서 해지하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면 나중에 의료보험을 다시 가입하는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보험료를 냈다.

그런데 한번은 발을 삔 것 같아서 병원에 간 일이 있었다. 내과에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혈액검사와 X레이를 찍어보라고 해서 각각 따로 검사를 담당하는 진료소에 갔다. 그리고 몇달후에 내과, 혈액검사소, X레이촬영소에서 각각 따로 청구서가 날아왔다. 1천6백불의 의료보험료를 내고도 또 도합해서 수백불의 추가 진찰료, 검사비용을 내야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심지어 1년뒤에 청구서가 온 병원도 있었다. 의료비를 청구하는 시스템이 엉망이라고 느꼈다. 다행히 다리에 이상은 없었다.

의료보험혜택을 제공하는 좋은 회사에 다니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미국의 의료보험시스템이다. 하지만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잔인한 것이 미국의 의료보험시스템이다. 아무쪼록 오바마케어가 성공하길 빈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5월 16일 at 8:46 오전

자녀를 테크 스타트업 창업자로 키우는 방법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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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뉴욕에서 열린 유명한 스타트업행사인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뉴욕’에서 빔인터렉티브(Beam Interactive)라는 스타트업이 우승했다. 이 회사는 온라인게임중계를 수백, 수천명이 지연(delay)현상없이 같이 시청하고 또 집단으로 게임플레이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충분히 우승할만한 대단한 기술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더 놀란 것은 이 회사의 CEO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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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crunch 캡쳐)

발표에 나선 이 회사의 CEO 매튜 살라만디는 겨우 18살이다. 그것만해도 놀라운데 빔은 매튜의 첫번째 창업이 아니다. 이 친구가 14살때 게임서버를 호스팅하는 MCProHosting이란 회사를 만들었고 그 회사도 60만 게임을 호스트하면서 성공적으로 운영중이라는 것이다.

나는 초중고시절 암기식 시험공부에만 내몰리고 대학시절에도 스펙쌓기에 바쁜 한국의 학생들이 창업에 필요한 실제 기술을 배우고 경험을 쌓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레모네이드판매라든지 각종 방과후 활동을 통해 창업에 필요한 비즈니스경험을 쌓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대학생때는 이미 많은 경험을 가진 예비창업자가 되어 있는 경우를 봤다.

그런데 빔CEO 매튜를 보며 마침 얼마전 읽었던 월스트리트저널(WSJ)기사가 생각났다. 스몰비즈니스섹션 커버스토리였는데 제목은 “내 아이를 마크 저커버크로 키우기”(How to Raise the Next Mark Zuckerberg) 즉 자녀를 장래의 테크스타트업창업자로 키워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내용이다. 어릴 적부터 SNS, 즉 소셜미디어를 배우도록 하라는 등 우리 통념과 벗어나는 좀 도발적인 내용인데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어서 요지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그대로 번역한 것이 아닌 일부 번역하고 내 생각을 첨가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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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자로 키워라. (Raise problem solvers)

아이들은 항상 뭔가 불평하기 마련이다. 불평, 불만으로 끝내지 말고 뭐가 문제인지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도록 해라. 불만을 해결하면서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삼도록 아이들을 가르쳐라. 예를 들어 비디오게임을 친구와 같이 할 수 없다고 불평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친구들과 함께 협력해서 즐길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게임을 만들수 있을지 상상해보라고 하라.

어떻게 트위터나 플릭커 같은 아이디어가 작은 우연이나 발견에서 나왔는지를 알려주고 일상에서 세심한 관찰과 생각으로 그런 기회를 찾도록 이끌어라. 컴퓨터를 고치거나 명함을 스캔하는 것 같은 컴퓨터를 활용한 일을 시키고 어떻게 하면 더 능률적으로 할 수 있는지 찾아내도록 하라.

13살이 넘기 전에 SNS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라. (Get them social-media savvy-before they turn 13)

SNS는 젊은 창업자들이 실력발휘를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제는 사회생활을 하는데도 꼭 필요한 스킬이다. 일찍 배워서 나쁠 것이 없다. SNS의 부작용을 걱정하면서 애들을 보호하기 보다는 부모가 일찍 모범적인 사용법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사춘기가 되면 다 쓰게 되고 그때는 부모말을 귀담아 듣지도 않는다. SNS를 잘 쓰는 것을 제2외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생각하라. SNS를 잘하면 창업해서 회사를 홍보하고 고객과 소통을 잘 하는데 유리하다.

아이가 자신의 테크 재능을 찾아내도록 도와줘라. (Help children discover their tech talents)

꼭 틴에이저 창업자가 컴퓨터 프로그래밍 천재이여야만하는 법은 없다. 유튜브스타가 될수도 있고 뛰어난 글솜씨를 지닌 블로거나 뛰어난 감각의 디자이너가 될 수도 있다. 아이에게 비디오편집이나 포토샵, 코딩 등을 가르쳐보고 어디에 흥미를 가지고 있고 재능이 있는지 알도록 하라. 온라인에는 이미 이런 것을 학습할 수 있는 리소스가 널려 있다. 어도비의 유튜브채널이나 칸아카데미, 코드아카데미 등을 보여주면 좋다. 아이가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고 장차 테크회사에서 어떤 포지션을 택하게 될지 직접 해보고 길을 선택하게 하라.

스타트업처럼 일하는 법을 가르쳐라. (Teach children to work like a startup)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각종 온라인도구를 이용해서 효율적으로 일한다. 당신의 아이들도 에버노트, 구글독스, 캘린더, 원더리스트 등을 활용해서 일정과 숙제 등을 관리하도록 가르쳐라.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직접 찾아내서 평가하고 마스터하는 방법을 가르쳐라.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팀이 협업하는 것처럼 다른 가족멤버들과 가족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숙제마감기한을 공유하는 등 연습을 하도록 해라. 테크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을 가르쳐주면 나중에 자신들이 창업할때도 도움된다.

연습으로 벤처를 시작하게 하라. (Set up a practice venture)

창업을 배우기 위해 꼭 정식으로 회사를 설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블로그를 하도록 하거나 자신의 게임을 만들어 보도록 해라. 자신의 게임노하우를 커뮤니티에 공유하도록 해도 된다. 블로그를 써보거나 유튜브에 비디오를 올려보거나 스크래치 등으로 게임을 만들어 온라인에 올려보면서 온라인 광고를 붙여보도록 하거나 온라인장터에 올려서 팔아보도록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서 아이들은 비즈니스감각을 키우게 된다. 아이들이 예전에는 길에서 레모네이드를 팔거나 베이비시팅을 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고 비즈니스 감각을 익혔다면 요즘에는 블로그를 쓰거나 온라인장터에서 물건을 팔아보고 모바일앱을 만들면서 돈버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http://www.wsj.com/articles/how-to-raise-the-next-mark-zuckerberg-1462155391

[위 기사를 WSJ에 기고한 알렉산드리아 새뮤얼은 하버드대출신의 테크놀로지연구자다.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하는 책을 다수 펴냈으며 기업의 소셜미디어전략 등을 컨설팅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딸도 이렇게 키운다고 한다.]

***

마크 저커버그도 아마 이렇게 자라났을 것이다.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보고 해결방법을 생각해내고 직접 실행해봤을 것이다. 저커버그의 아버지인 에드워드 저커버그는 치과의사였다. 그는 집에서 치과를 운영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그가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것과 컴퓨터들을 그대로 보고 가지고 놀면서 자랐다. 저커버그는 아빠의 컴퓨터로 프로그래밍을 배워서 치과사무실과 집을 연결하는 인스턴트메시징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런 경험이 하버드에 진학한 뒤에 바로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했으리라.

실리콘밸리의 아이들은 이런 환경에서 자라나는 경우가 많다. 가족 주위에 창업자, 엔지니어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비즈니스가 뭔지, 컴퓨터프로그래밍이 뭔지 알게 된다. 본인들이 창업에 나설때 조언을 받을 사람도 많다. 매튜와 같은 천재들이 계속 나오고 성공하는 토양이 갖춰진 미국스타트업생태계를 다른 나라들이 쫓아가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 : 실리콘밸리에서 인도계가 약진하는 이유)

그나저나 우리나라 아이들이 걱정이다. 그냥 얌전하게 교과서를 암기하고 시험공부만 해서 대학에 들어가고, 또 대기업입사를 위해 스펙쌓기에만 열중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서는 인공지능 알파고 시대에 순탄한 삶을 살기 어려울지 모른다. 애들이 게임과 SNS에만 빠져있다고 그저 야단칠 것이 아닌 것 같다. 공부만 하지 않고 적당히 놀기도 하면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잘 활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부모들이 잘 이끌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위 기사를 읽으면서 다시 느꼈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5월 15일 at 3:48 오후

[라이코스이야기 21] 미국에서 출장다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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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초년병때 미국에서 출장을 많이 다니는 사람을 보고 부럽다고 생각한 일이 있었다. 막연히 우아하게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멋지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미국직장에 다니며 직접 출장을 다녀보니 그게 그렇게 멋지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꽤 고달픈 일이었다. 미국에서는 워낙 잦은 출장에 건강을 해치기도 하고, 또 가정생활에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로 가급적 출장이 없는 일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좁은 나라인 한국에서 국내출장을 다닐 일은 많지 않다. 멀리가는 출장이라고 해봐야 부산이나 제주도 정도인데 비행기로 한시간도 안걸리는 거리라 사실 당일치기 출장도 가능하다. 공항까지 교통편도 편리하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다. 웬만한 기업에서는 보통 출장일정이나 예약은 총무부서 담당직원이나 거래하는 여행사에서 해준다. 내 경우도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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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공항

그렇지만 국토가 넓은 미국에서는 국내출장도 만만하지 않다. 해외출장을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멀고 힘들었다. 보스턴에 살때는 캘리포니아출장보다 런던출장이 더 편하게 느껴졌고 샌프란시스코에 있을 때는 서울출장이 뉴욕출장보다 더 편하게 느껴졌다. 심지어는 서울행 항공권가격(8백불구매)이 뉴욕행항공권가격(1천불구매)보다 더 저렴할 때도 있었다.

미국에서 국내출장을 조금 다녀본 내 경험을 소개한다. (그렇게 자주 다닌 것은 아니었지만)

CEO도 직접 항공권과 호텔 예약하는 문화

라이코스에 CEO로 부임을 하고 나는 내 출장일정 같은 것이 있으면 비서가 알아서 척척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전담 비서도 없었고 오피스매니저(사무실관리)를 겸하고 있는 리셉셔니스트에게 부탁하면 되기는 하지만 대체로 직접 예약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영업담당인 에드에게 “출장예약을 누가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냐”고 하니 어깨를 으쓱하면서 “여기서는 그냥 익스피디아 들어가서 각자 예약한다”고 답했다. 임원들도 다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CEO인 나도 누구에게 부탁하지 않고 직접 인터넷여행사이트에 들어가서 구매했다.

출장행선지에 따라서 항공권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수백개의 호텔중에서 적당한 곳을 골라내 예약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일단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델타, 아메리칸, 버진아메리카, 사우스웨스트, 젯블루, 알라스카, 프론티어항공 등 미국국내항공사도 많고 매리오트, 쉐라톤, 할리데이인 등 호텔체인도 다양하다. 출장지 미팅예정장소에 맞춰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게 호텔을 잡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비서 등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카약닷컴(Kayak.com)같은 사이트로 항공권 가격비교를 하고, 호텔은 Tripadvisor.com에서 평판을 체크한 다음 Expedia.com이나 Hotels.com 같은 여행사이트에서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하는 것이 평균적인 미국비즈니스맨이 출장일정을 잡는 방법이다.

공항까지는 택시가 유일한 수단

출장 당일이 되면 공항에 가는 것도 스트레스다. 보통 동부에서 서부로 가는 것 같은 장거리출장은 시간절약을 위해서 이른 비행기를 예약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새벽 4시나 5시에 일어나서 짐을 꾸려서 나가야 했다.

뉴욕같은 큰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미국에서 공항으로 가는 대중교통수단이 미비한 것이 보통이다. 보스턴교외(매사추세츠주 렉싱턴)에 살때에는 출장을 위해서 공항에 갈 때 택시나 사설리무진서비스를 불러서 이용했는데 약 20km, 40분정도 거리를 가는데 팁 포함해서 거의 편도 1백불을 줘야 했다. (보스턴시내에서는 지하철과 버스로 공항에 갈 수 있기는 하다.) 내가 라이코스에서 일하던 당시에는 우버가 그렇게 일반적이지 않아서 쓸 수가 없었다. 매번 택시를 예약하는 것도 참 귀찮은 일이었다.

사장이 출장간다고 직원에게 공항으로 태워달라거나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달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그냥 문화가 그렇다. 서울의 다음본사에서 누가 출장왔을때 내가 나가면 나갔지 직원에게 픽업해오라고 부탁한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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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로건 공항은 주차장이 협소한 편이어서 주차하느라 비행기시간에 늦을뻔한 일도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 차를 공항에 가져가서 장기주차장(Long-term parking lot)에 세워놓기도 했는데 분주한 공항일수록 주차료도 비싸다. 며칠만 세워놓아도 역시 10만원에 가까운 요금이 나온다. 그래서 또 주차료가 상대적으로 싼 공항외부의 장기주차장을 검색해서 이용하기도 해봤는데 번거롭기는 마찬가지다. 차를 주차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들어가야 한다.

짜증나는 보안검색

미국의 국내항공편은 티켓팅도 거의 셀프로 해야 한다. ID를 주면 친절하게 알아서 발권을 해주는 항공사직원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짐은 가능하면 부치지 않고 가지고 탄다. 보통은 랩탑을 넣는 손가방이나 배낭과 함께 기내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바퀴가 달린 여행가방을 가지고 간다. 젯블루나 사우스웨스트 같은 항공사를 제외하고는 짐을 부치는 것도 가방 하나당 20불씩 별도 요금을 받기 때문이다. (예전에 프론티어항공은 기내 화장실이용에 돈을 받겠다고 했다가 성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철회한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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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줄이 늘어선 보안검색대를 지나는 것도 고역이다. 랩탑을 일일이 꺼내야 하고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은채로 금속탐지기를 지난다.(갈아신을 슬리퍼를 제공해주는 한국공항은 고객에 대한 배려심이 아주 깊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 역시 피곤하고 퉁명스러운 얼굴의 공항검색요원과 마주해야 하고 재수없으면 몸을 더듬는 검사까지 받아야 한다.

국내선 항공사라운지는 거의 이용한 일이 없다. 한두번 들어가 본 일이 있는데 정말 별 것이 없다. 스낵과 음료가 조금 있는 정도이며 사람이 많아서 쾌적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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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게이트앞.

새벽에 일찍 공항에 간다고 해서 사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국공항은 새벽 5시에 가봐도 놀랄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 다들 이처럼 바쁘고 부지런하게 산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장거리비행에도 음식을 주지 않는 미국국내항공편

장거리비행의 경우에는 샐러드나 샌드위치라도 사서 탑승해야 한다. 점심이나 저녁시간을 포함해서 비행시간이 7시간이 넘더라도 미국국내선의 경우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돈을 내고 식사를 살 수 있지만 차가운 샌드위치나 스낵, 땅콩 정도만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항공사의 항상 미소를 띄고 있는 친절한 승무원들의 서비스를 받다가 사무적이고 딱딱한 미국항공사 승무원을 대하면 처음에는 좀 적응이 안된다. (사우스웨스트나 젯블루는 예외. 이 항공사들의 승무원은 아무 명랑하다.) 불결하고 좁은 좌석에 짐짝처럼 실려가는 것도 괴로운데 배까지 고프면 최악이다. 뭔가 먹을 것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렌트카가 꼭 필요

목적지 공항에 내리면 서둘러 렌트카를 빌리러 가야 한다. 뉴욕 같은 일부도시를 제외하고 보통 미국에서는 어디를 가나 차가 없으면 꼼짝할 수 없기 때문에 차를 빌리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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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공항에서 렌트카회사 셔틀버스 기다리기

렌트카회사 셔틀버스를 타고 렌트카 오피스에 가면 또 긴 줄이 늘어선 경우가 많은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예약해둔 렌트카를 빌려서 새로운 차에 적응해가며 조심조심 낯선 곳에서 운전해 역시 예약해둔 호텔로 찾아간다. (이것도 지금은 우버 덕분에 렌트카가 필요없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빨간눈 비행

서부에서 동부로 출장가는 경우 3시간의 시차가 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에 3시간 더 빨리 일어나서 미팅장소로 가는 것도 고역이다. 서부에서 동부로 갈때 밤 10시~새벽1시사이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면 3~5시간을 비행하고 2~3시간의 시차를 더해 아침일찍 도착한다. 비행기에서 새우잠을 자는 대신 도착하자마자 바로 일정을 시작해 하루를 절약할 수 있다. 이런 노선을 ‘빨간눈 항공편'(Red Eye Flights)이라고 부른다. 피로에 절어 눈이 빨개진 것을 지칭하는 것이다. 나도 캘리포니아에서 뉴욕출장을 갈 때 이용해 본 일이 있다. 비행기에 탑승해 자리를 잡고 나면 모두 담요를 뒤집어 쓰고 모두 취침모드로 돌입한다. 시간과 돈(호텔비)를 절약하기 위해 시도해봤는데 몸이 상한다.

***

보통은 이게 평균적인 미국 비즈니스맨의 출장패턴이다. 경우에 따라 상상을 초월하게 출장을 많이 다녀야 하는 직업이 있다. 앱인디에어(Up in the air)라는 영화에 나오는 조지 클루니 같은 사람이다. 미국전역을 돌아다니는 트럭운전사들도 마찬가지다. 전형적인 소위 ‘로드워리어’라고 할 수 있다.

미국회사의 임원이라고 해도 조금 더 좋은 좌석에 앉고 조금 더 좋은 호텔에 묵는 정도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미국 국내항공편의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도 사실 한국국적기처럼 훌륭한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조금더 넓은 좌석을 제공할 뿐이다.

그래서 미국의 진짜 부자들은 개인전용기(Private Jet)를 갖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라이코스는 당시에 비용절약을 위해서 나를 포함한 임원들도 모두 이코노미석을 타는 것으로 했다. 그래서 더 출장이 고달팠는지도 모르겠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5월 14일 at 11:11 오후

[라이코스이야기 20] 드라이한 미국비즈니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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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에서는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드라이한 미국의 비즈니스문화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회사에서 감정을 배제하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미국의 비즈니스문화를 개인적으로는 편하게 느꼈다.

거래처 접대

업종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일했던 미국의 IT업계에서는 거래처 접대라는 것이 별로 없었다.

라이코스의 경우 대부분의 비즈니스파트너들은 다른 도시에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실제로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어떤 새로운 회사를 접촉해서 새로 거래를 시작하게 되도 대부분 전화나 이메일로 일을 진행했다. 아주 중요한 계약이 아니고서는 일부러 상대방 회사까지 출장가서 만나는 일은 드물다. 대신 일년에 한두번 있는 업계컨퍼런스에서 직접 얼굴을 대하고 미팅을 하는 정도다. 직접 만난다고 해서 꼭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같이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볍게 미팅만 하는 경우가 많다. 꼭 한번 밥을 같이 먹어야 제대로 만났다고 생각하는 우리 문화와는 좀 다르다. 대신 컨퍼런스에 가면 큰 회사들은 별도로 저녁에 칵테일 파티를 마련하고 비즈니스관계자들을 초대해 음료를 제공하고 자유롭게 네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였다. (이것도 업계마다 좀 다른 것 같은데 게임관련 컨퍼런스에 가면 특히 각 업체가 주최하는 파티가 많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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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가을 라이코스를 인수한 Ybrant와 함께 Ad tech New York컨퍼런스에 나갔다. 당시 우리 부스.

오랜 비즈니스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경우 정기적으로 상대방 회사를 방문하기도 한다. 라이코스는 구글과는 애드센스광고계약을 맺고 있고, 야후와는 검색관련 광고 및 신디케이션 계약을 맺고 있었다. 두 회사 모두 라이코스로서는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파트너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두 회사의 세일즈담당자는 일년에 한두번씩 우리 회사를 방문하고 식사를 같이 하는 정도였다. 구글보다는 야후가 우리를 더 신경써준 것 같다. 보스턴 시내에 초청해줘서 스테이크디너를 같이 한 일이 있고, 서니베일 본사의 파트너 컨퍼런스에 초청해줘서 가본 일이 있다. (하지만 출장 여행여비는 우리가 부담했다.)

이렇다보니 거래처 임원들과 함께 골프를 치는 경우도 물론 없었다. 우선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많지 않다.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할 주말에 골프를 같이 하자고 할 수도 없는 분위기다. 다음본사에서 출장온 분들과 골프 나간 것외에 따로 골프를 쳐본 기억이 없다.

한번은 우리 회사의 회계감사를 위해 KPMG 회계사들이 와서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이 보였다. 사장으로 고생하는데 밥이라도 사야겠다는 한국적인 생각으로 콘트롤러 티파니에게 “점심식사시간을 좀 잡아보라”고 말한 일이 있다. 티파니는 뜨악한 표정으로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바빠서 시간을 잡기가 힘들다”는 답이 돌아왔다. 티파니는 “당연히 할 일을 하는 것인데 밥 먹을 필요없다”고 했고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돌이켜보니 라이코스는 거래처 접대를 너무 안했던 것 같기도 하다. 라이코스가 잘 나갈때는 미식축구팀인 뉴잉글랜드패트리오츠 스타디움에 귀빈석을 사놓고 비즈니스파트너들을 간간히 초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회사의 규모가 줄면서 그런 것도 모두 없애버렸다.

신용도 조사

새롭게 비즈니스거래관계를 시작할때는 상대방회사의 신용도조사를 한다. 보통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D&B라는 회사의 신용도조사를 이용한다. 이것은 상대회사가 건전한 재정상태를 가지고 있는지, 거래대금 지급을 늦게 한 일이 없는지 등등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 서비스에 연간 일정액을 내고 가입해서 쓰는데 미국회사들은 비즈니스를 하는데 있어 이처럼 상대회사의 신용도체크를 하는 것은 필수라는 인식이 확고하다. 만약 거래할 회사가 일정등급이하의 신용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면 재무부서에서 거래를 못하게 한다.

미국에서는 개인의 크레딧지수가 낮으면 은행대출도 안되고 자동차할부구입 등도 안된다.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회사의 신용도도 아주 중요하다. 라이코스의 재무를 책임졌던 콘트롤러 티파니는 거래회사에 대금 지급이 늦어지거나 심지어는 사무실 렌트비, 전기료 등의 납부가 늦어질까봐 항상 신경을 곤두세웠다. 깜빡하고 지불이 늦어지면 회사의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거래회사와 비즈니스계약을 할때 Net 30, Net 45 같은 식으로 대금지급조건을 표시한다. 이것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뒤 청구서(Invoice)를 받고 30일이내, 45일이내에 그 대금을 지급한다는 뜻이다. 어음거래는 없다. 라이코스의 거래처의 경우 대부분 이 계약조건을 잘 지켜서 상대회사가 파산했던 경우를 제외하고 특별히 대금회수에 힘들었던 경우는 없었다. 우리도 물론 항상 제때에 대금을 지급했다.

비즈니스 선물 문화

거래처간에 선물을 주고 받는 일도 거의 없다. 세일즈를 담당하는 에드가 크리스마스때 주요거래처 몇명에게 와인선물을 보내야겠다고 허락해달라고 했던 것을 빼고는 특별히 어디에 선물을 보낸 기억이 없다. 그저 값싼 회사기념품을 만들어두었다가 방문객이 오면 주는 정도였다. (이런 회사 기념품을 영어로 스웨그(Swag)라고 한다.) 그나마 내가 부임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간 라이코스는 회사기념품을 한번도 더 만든 일이 없었다. (미국의 IT업계는 특히 회사티셔츠를 기념품으로 많이 주는 편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선물을 받은 일도 거의 없다. 주요 파트너인 야후에게 연말에 컵, 펜 같은 회사기념품세트를 우송받았던 정도가 유일하게 기억나는 선물이다.

가족, 친지간에는 반드시 크리스마스선물을 주고 받으면서 비즈니스 거래처사이에는 거의 선물을 주고 받지 않는다는 것이 신선했다.

마찬가지로 거래처의 지인이 승진했다고 꽃이나 난을 보내거나 선물을 보내는 경우도 없다. (요즘엔 우연히 링크드인에서 지인의 승진소식을 접하면 축하한다고 댓글을 다는 정도다.) 거래처 지인의 경조사도 거의 챙기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 알리지 않으니 챙길 방법도 없다.

정부나 관공서와의 관계

정부나 관공서의 존재감도 미국회사에서는 상당히 낮다. 라이코스CEO로 3년간 일하는 동안 단 한번도 시나 주정부의 관리와 접촉한 일도, 정부주최의 관련 행사에 참석을 요청받은 일도, 참석한 일도 없다. 기본적으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쪽에서 전혀 연락이 없고 회사직원들도 정부에게서 뭔가 도움을 받을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외국인이고 그쪽에 인맥이 없어서 그런 탓도 있었을 것이다. 또 라이코스가 작은 회사가 되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에서 민간회사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정부를 신경쓰지 않고 대체로 제각기 자기 할 일만 하는 문화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법대로, 원리원칙대로.

그리고 미국의 직장인들은 법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투철하다. 대충 넘어가도 될 것 같은 일을 “이렇게 하면 법규정에 맞지 않아 탈법의 소지가 있다”며 몸을 사린다. 어떤 비즈니스관련한 의사결정을 할 때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 같으면 항상 사내변호사인 마크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러면 마크는 그 사안이 법적으로 위험성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제공했다.

회계처리나 HR관련된 문제에서 이런 일이 많았다. 융통성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사안을 변호사와 회계사에게 물어보고 늦장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 본사에서는 답답해 했다.

그런데 가만보니 이것은 미국인들이 준법정신이 투철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에 문제가 되면 개인적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많이 작용하는 것 같았다. 감사를 통해서라든지 내부고발자에 의해 편법이 드러날 경우 법에 따라 일벌백계되고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특히 회계관련해서는 예전 엔론사건이후 관련규정이 대폭 강화된 영향이 아주 커보였다.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농담 비슷하게 “I don’t want to go jail”이라고 말하는 것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

이처럼 미국의 비즈니스문화를 ‘정’이 없고 건조하게만 느낀 것은 내가 전혀 지인이 없는 보스턴의 미국회사에 홀로 가서 일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국회사와 비교해서 보면 상대적으로 일 중심이고 메말라있는 편인 것도 사실이다. (일단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고, 선배-후배라는 말 자체가 없는 영향도 크다. 같은 대학출신들끼리도 챙겨주기는 커녕 소닭보듯 하는 경우도 봤다.)

하지만 거래처간의 접대라든지 경조사, 관공서 대응 등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니 비즈니스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서도 비즈니스외적인 것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건조한 미국의 비즈니스문화지만 그만큼 일에만 집중할 수 있고 남는 시간을 가족에게 쏟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CEO였던 나는 이런 문화가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외국인 CEO입장에서는 참 감사한 일이었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5월 8일 at 10:12 오후

[라이코스 이야기 19]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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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샌프란시스코옆의 버클리에서 2년동안 유학을 했고 동부보다는 주로 서부 실리콘밸리에 업무차 출장을 다녔던 나는 서부와 동부의 직장문화차이에 대해서 처음에는 잘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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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버클리 새더타워에서 샌프란시스코쪽을 바라본 모습 (직접 촬영)

실리콘밸리가 있는 북캘리포니아 베이에어리어지역이나 LA가 있는 남캘리포니아의 경우는 날씨가 항상 좋고 따뜻한 편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항상 여유가 있는 편이다. 비교적 친절하고 느긋하고 개방적이다. 직장에서 양복을 입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캐주얼하게 남방셔츠나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재킷도 걸치지 않고 셔츠만 입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스턴의 라이코스도 인터넷기업이라 복장은 자유로웠다. 캘리포니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3년동안 일하면서 양복을 입고 출근한 기억이 한번도 없다.

***

그런데 동부의 문화가 다르구나하고 실감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알고 지내던 VC(벤처캐피털리스트)가 있었다. 그는 내가 보스턴으로 옮겨갔다고 하자 자기 회사의 보스턴본사에서 투자자와 벤처기업가들이 모이는 이벤트가 있으니 와보라고 초대해주었다. 보스턴 백베이의 하버드클럽에서 열린 행사에 나는 아무 생각없이 캐주얼한 복장으로 갔다. 캐주얼한 상하의에 재킷정도를 걸친 것이다.

그런데 행사장에 들어가보고 깜짝 놀랐다. 나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참석자들이 짙은 색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캘리포니아의 VC모임에 가보면 항상 모두 캐주얼한 차림이었는데 같은 VC모임이라도 동부의 분위기는 아주 달랐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같았다고 할까) 그날 하루종일 내가 잘못된 복장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절부절했다. 나중에 보니 나처럼 자유롭게 입고 있는 사람들도 몇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이 VC들이 투자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었다.

또 한번은 모욕적인 취급을 당한 일도 있었다. 라이코스의 전직 임원이 CEO인 회사에 방문한 일이 있다. 제휴할 일이 있지 않을까 해서 논의하러 간 것이었는데 그 중년의 백인CEO는 나와 같이 방문한 우리 회사 부사장인 에드의 이야기를 이야기를 듣다가 아무말 없이 갑자기 일어나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바이바이”하면서 방을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황당해 하는 나에게 에드는 “우리와 협업할만한 것이 없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 것”이라며 “원래 예의가 없는 사람이다”라고 모욕을 당한 내게 미안해했다. 사실 서부에서는 그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본 일이 없기에 “동부에는 저런 사람도 있구나”하고 생각하게 됐다. 물론 내가 재수가 없었을 수도 있다. 다행히도 미국에서 비즈니스하면서 그런 모욕적인 일을 당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

나는 동부의 전통적인 항구도시인 보스턴지역에서 3년,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지역에서 대략 3년을 살아보았다. 내가 느낀 두 지역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토박이들이 사는 동네, 이방인들이 사는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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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버클리 새더타워에서 샌프란시스코쪽을 바라본 모습 (직접 촬영)

보스턴지역은 뉴잉글랜드지역 토박이들이 주류다. (뉴잉글랜드는 매사추세츠, 메인, 버몬트, 뉴햄프셔, 로드아일랜드, 커넥티컷주를 통칭하는 명칭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깊은 고장인만큼 자기 동네에 대한 자존심이 남다르다. 라이코스직원들중에 대부분은 백인이며 대를 이어 뉴잉글랜드에 살아온 후손들이다. 다른 지역에 가서 살아보겠다는 모험심(?)이 거의 없다. 당연히 보수적인 편이며 스타트업에 가서 대박을 노리기 보다는 안정적인 대기업근무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스턴 레드삭스, 보스턴 셀틱스, 뉴잉글랜드 패트리오츠 등 지역 프로스포츠팀의 성적에 열광하고 하나로 뭉친다.

샌프란시스코지역은 캘리포니아토박이보다 전세계곳곳에서 이민온 이방인들이 주류다. 토박이들도 1840년대 골드러시당시부터 일확천금을 꿈꾸고 온 사람들의 후예다. 웬만한 회사에서 백인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인도, 중국계 등 아시아계의 비율이 대단히 높다. (백인들도 유럽 등등 세계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많다.) 전통보다는 자유를 중시하고 모험정신이 높다. 그래서 스타트업에 뛰어드는데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월급보다는 스톡옵션으로 대박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 내가 살던 쿠퍼티노 같은 지역은 인도 이민자들이 주류고 (애플직원들을 빼고는) 백인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지역스포츠팀에 열광하기는 하지만 이방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보스턴사람들에 비하면 그 열광정도는 많이 떨어진다고 느꼈다.

보스턴 사람들은 캘리포니아를 마치 다른 나라처럼 느낀다. 비행기로 6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곳이니 그럴만도 하다. 평생 한번 캘리포니아에 못가본 사람들도 제법 있다. 오히려 정서적으로 보스턴과 비슷한 느낌의 유럽을 더 가깝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 보스턴에서 런던까지도 비행기로 6시간 40분정도 걸린다. 캘리포니아와 비슷한 거리다.

캘리포니아에서 호기심에 보스턴 우리 회사에 와서 취직을 한 젊은 여성 디자이너가 있었다. 1년만에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간다고 회사를 그만뒀는데 HR매니저 존은 사내미팅에서 그 사실을 직원들에게 전하면서 그녀가 “캘리포니아 공화국”(Republic of California)로 돌아간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보스턴에서 아시아는 너무 먼 곳

특히 보스턴에서 아시아는 너무도 먼 곳이다. 지금은 일본 도쿄와 중국 베이징에 가는 직항편이 생겼지만 내가 살던 2009년부터 2012년까지만 해도 보스턴에서 아시아로 가는 직항편이 하나도 없었다. 라이코스직원들과 이야기해보면 아시아에 한번도 못 가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제대로 된 한국음식점 등 아시아요리점이 많지 않은 것이 항상 아쉬웠다. (물론 어디까지나 캘리포니아와 비교해서.)

보스턴지역의 사람들은 뉴욕과 워싱턴DC와 같은 시간대에 위치해서 그런데 정치와 경제뉴스에 많이 민감하고 이야기화제로 많이 올린다. 반면 캘리포니아사람들은 동부에서 나오는 정치나 경제뉴스에 둔감하다. 거리와 함께 3시간의 시차가 있으니까 그런 것 같다. 중앙정부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런만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정부규제나 기존 전통적인 산업질서에 반하는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온다고 느낀다. 다만 샌프란시스코 지역사람들은 거의 IT이야기만 화제에 올리는 것 같아서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나중에 보니 위에서 소개한 나를 초대해준 벤처캐피털회사의 실리콘밸리사무소가 없어졌다. 나중에 그 VC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실리콘밸리사무소 VC들과 보스턴본사 VC들이 서로 싸우다가 실리콘밸리VC들이 보스턴회사를 나가 독립해버렸다는 것이다. 같은 미국인이라고 해도 문화차이로 인한 동부인와 서부인의 갈등이 제법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5월 7일 at 1:01 오후

이메일실명제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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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힐 교수. 출처 조선일보.

지난주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에 실린 기사중 린다 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교수의 인터뷰기사가 와닿았다. 그중에 특히 아랫 부분.

―천재적인 조직을 만드는 데 성공한 리더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경험이 적거나 젊은 직원의 의견도 무시하지 말고, 직원들이 의견을 말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치약과 세제 등 생활용품을 만드는 미국 콜게이트 파몰리브(Colgate Palmolive)는 S&P500에 포함된 상장사 중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합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제너럴일렉트릭(GE)보다 자본력이나 영업이익률 등이 더 높은 회사입니다. 특이하게도 콜게이트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배려’인데, 누구든지 아이디어를 내놓도록 배려하고 합리적인 실패를 용인합니다. 2007년 퇴임한 콜게이트의 장수 CEO인 루벤 마크는 ‘리더로서 경영자가 할 일은 직원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고 이를 상용화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십여년 전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때 제가 경영학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인터넷 시대에는 어떤 기업이 뜰까요?’라고 물었습니다. 한 학생이 이베이를 추천해주더군요. 제 눈에는 수익 모델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작은 신생 기업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당시 제 상식으로 이베이는 연구 대상이 될 만한 기업이 아니었지만, 인터넷 문화에 더 친숙한 학생의 눈에는 달랐던 겁니다.”

***

꼭 천재적인 조직까지 가지 않더라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빠르게 실행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처럼 다양한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평등하게 경청하고 실행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18년전의 내 경험이 떠올라 소개해 본다.

98년초 나는 조선일보 경제과학부기자로 일하다가 사장실로 발령이 났다. 회사의 경영전략 등을 실행하는 부서였는데 내가 막내였다. 인터넷 등에 밝다고 해서 그렇게 발령이 난 것이었다.

가서 보니 사장실에는 당시 김문순실장부터 다들 나보다 휠씬 연배가 높은 훌륭한 선배들이 있었다. 기자생활 3년을 마치고 경영쪽으로 막 옮긴 나로서는 어떻게 일해야 할지 좀 막연하고 걱정도 됐다. 처음에는 그냥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시키는 일을 했다.

그런데 매주 주간회의에서 김실장은 실원 한명 한명에게 잘하고 있느냐고 확인했다. 그리고 뭔가 아이디어가 있으면 내보라고 했다. 막내인 나에게까지 항상 “뭐 없냐”고 물어봤다.

매번 그렇게 물어보시니 뭔가 아이디어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당시에 인터넷을 열심히 쓰며 전세계인과 주고 받을 수 있는 통신수단인 이메일에 특히 매료된 상태였다. 경제과학부기자시절이던 96년 4월에는 미국 USA투데이 부사장과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를 한 일도 있었다. (이메일인터뷰는 아마 한국언론 최초였을 것이다.) 그런 경험을 통해 나는 기자들이 독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서 의견이나 제보를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보도자료도 이메일을 통해서 받으면 편리할 것이다. 기사로 쓰려고 팩스로 받은 보도자료를 가방에 하나 가득 넣어가지고 다니는 것이 무척 불편하기도 했다.

그래서 기사의 기자이름에 이메일주소를 같이 붙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주간회의시간에 용감하게 그 아이디어를 내놨다. 그런데 신문지면에까지 이메일을 쓰자는 것은 좀 급진적인 것 같아 인터넷기사에만 이메일주소를 붙이자고 했다.

당시는 지금처럼 이메일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시대였다. 인터넷조차 안써본 사람이 많았다. 선배기자들중에는 이메일을 쓸 줄 모르는 사람도 많았고 아예 이메일주소를 발급받지도 않은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이메일주소를 모든 기자이름에 붙이자는 것은 파격적인 아이디어였다. 실장이 그 자리에서 “그게 무슨 필요가 있냐”며 묵살했어도 사실 아무 불만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그거 좋은 아이디어다”라고 받아주셨다. 그리고 밀어주셨다.

사장실이 내놓은 아이디어에 편집국장은 반대했다. “뉴욕타임즈도, 아사히신문도 안하는 것을 왜 우리가 먼저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사실 그때 모든 기사에 기자이메일주소를 집어넣은 언론은 내가 알기로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 IT관련기사 정도에 제한적으로 독자제보를 위한 이메일주소를 공개했을 뿐이다.

그런데 사장실장은 내 아이디어를 지지하고 밀어주셨다. 사장을 설득하고 편집국장을 설득해냈다. 방상훈사장은 한술 더 떴다. 아예 신문지면에도 이메일주소를 모두 표기하자고 했다.

나는 신이 났다. 편집국기자들의 절반정도는 이메일주소가 없었는데 내가 한명 한명 연락해서 직접 발급했다. 일주일만에 편집국 전원의 이메일주소가 발급되고 나서 98년 4월24일 1면 사고를 통해서 ‘이메일 실명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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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실시하고 보니 당시에는 사람들이 이메일을 많이 쓰지 않던 시기라 기대만큼 이메일이 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사에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지적하는 이메일이 반드시 날라와 좀 언짢아 하는 선배들도 있었다.

하지만 독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이런 채널을 오픈했다는 사실은 회사의 이미지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모두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했다. 독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그러자 경쟁지가 불과 일주일만에 우리를 따라서 기자이름뒤에 이메일주소를 붙이기 시작했다. 몇달이 지나자 심지어는 공중파방송뉴스도 모두 이메일주소를 쓰기 시작했다.

그 여세를 몰아 기자들을 소개하는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아이디어를 또 냈다. 독자들이 기자들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편집국’이라는 기자 소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편집국 모든 기자들의 사진과 프로필을 올린 미니 홈페이지였다. 좋은 편집기가 없던 시절이라 내가 직접 FTP로 HTML파일에 직접 들어가서 내용을 편집하고 직접 찍은 기자들의 사진을 올렸다.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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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한국언론의 전향적인 변화에 주목한 일본신문 특파원들이 와서 나를 인터뷰해갔다. 결과적으로 내 사진이 처음 신문지면에 등장한 것은 조선일보가 아니고 산케이신문이었다. (아사히와 마이니치신문에도 내 인터뷰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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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반응이 있었다는 것을 자랑할 겸 기사로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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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이라 아주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초년병이었던 내가 정말 신이 나서 일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김문순사장실장이 주간 회의에서 모든 실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어주었기 때문에 그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애송이 어린 직원의 설익은 아이디어도 무시하지 않고 믿고 밀어주었기 때문에 더 신이 나서 일할 수 있었다.

린다 힐 교수의 “경험이 적거나 젊은 직원의 의견도 무시하지 말고, 직원들이 의견을 말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라는 말을 접하고 18년전 내 경험이 떠올라 장황하게 적어봤다.  솔직히 나는 그때 김실장처럼 경청의 리더십을 실천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내가 간부가 되고 나서야 그때 김실장의 리더십의 가치를 깨닫게 됐다.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항상 마음속으로 감사하고 있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5월 6일 at 9:43 오후

TIPS의 원형인 이스라엘 TIP에 대한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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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출처 : 팁스홈페이지

더벤처스 호창성대표의 구속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TIPS프로그램은 지난 2013년 시작됐다. 위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초기 스타트업에 민간투자회사가 1억원정도를 투자하면 정부에서 5억원, 경우에 따라 9억원까지 추가로 매칭 투자해주는 방식이다. 투자를 받기 어려운 초기 기술스타트업에 민간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주는 취지다. 지금까지 팁스는 21개 투자파트너사와 함께 157개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나는 외국에서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를 보러온 외국손님들에게 항상 팁스프로그램을 가장 성공적인 한국정부의 스타트업지원프로그램으로 소개해왔다. 실제 스타트업업계에서도 다들 그렇게 이야기한다.

이 프로그램은 사실 이스라엘의 TIP(Technological Incubators Program)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난 막연히 이스라엘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역할을 다해서 끝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문득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보고 그게 아닌 것을 알았다. 이 프로그램은 아직 살아있고 잘 운영되고 있는 듯 싶다.

참고 삼아 이스라엘의 TIP에 대해 아래 메모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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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 이 TIP은 1991년 시작됐다. 91년 2월 걸프워가 끝나고 아무도 이스라엘에 투자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말라버린 기업투자에 씨앗을 뿌리기 위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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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은 이스라엘정부기관인 OCS(오피스 오브 치프 사이언티스트)에서 주관한다. (OCS는 이스라엘 경제부 하부조직으로 국가R&D를 담당한다.)

현재 20개의 인큐베이터가 있다. 이 인큐베이터들 소속으로 160개의 기업이 프로그램에 들어와있다. 인큐베이터 라이센스는 받으면 8년간 유효하다.

프로젝트당 예산은 50만불에서 80만불사이에서 결정된다. 이중 15%를 인큐베이터가 부담하고 나머지 85%는 정부에서 제공한다. 성공할때 되갚으면 된다. 스타트업은 향후 나오는 매출에서 3~5%를 로열티로서 정부에 이자포함 전액을 갚을 때까지 내면 된다. (한국TIPS는 성공시 매출의 일부를 로열티로 내는 방식으로 R&D출연금의 10%까지만 갚으면 된다.)

인큐베이터는 투입예산의 15%만 투자하면 되며 50%까지의 지분을 받을 수 있다. (한국TIPS는 40%까지 지분을 받을 수 있다.)

현재 160개 회사중 40%는 의료기기회사, 8%는 바이오테크 및 약품, 15%는 클린테크, 35%가 ICT다.

91년에서 2013년까지 이스라엘정부는 1900개의 기업에 누적으로 7억3천만불을 투자했다. (대략 8천3백억원정도의 돈으로 한 기업당 4억원정도 투자한 셈.)
이중 2년뒤 졸업한 회사는 1600개. (300곳은 2년안에 문닫았다는 뜻인듯) 그중 60%는 민간투자회사에서 후속투자를 받았다고 한다. (약 960사) 2013년말 졸업한 회사중 35%정도는 아직 살아있다. ( 약 560개사) 어쨌든 지금까지 이들 회사들이 받은 누적민간투자는 40억불이라고.

이 프로그램은 정부가 나서서 위험을 지는 방식으로 매년 70~80개의 새로운 스타트업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OCS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다. 2013년 이후의 데이터는 업데이트가 안되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어쨌든 이스라엘정부로서는 대외적으로 크게 자랑하는 정책이라고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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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5년이나 운영된 프로그램인데 항상 칭찬만을 받는 것은 아닌 듯 싶다. Haaretz라는 이스라엘매체에서 2년쯤전에 “테크인큐베이터 : 이제는 그 역할이 끝난 것인가?“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기사를 썼다. 이 기사의 부제는 “이 정부프로그램은 지난 20년간 스타트업의 산실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대기업과 부유한 투자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지나치게 이용해먹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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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마지막 부분이 흥미로워서 소개해 본다.

The program still suffers the reputation of a refuge for lesser-quality startups. Many suffer from what the industry calls Death Valley — an inability to raise capital after leaving the incubator. According to one startup investor, it’s an open secret that investors shun incubator startups because they use their capital poorly.

이 프로그램은 질이 떨어지는 스타트업의 피난처라는 평판에 아직 시달리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이 인큐베이터를 떠난 뒤 펀딩을 하지 못해 고전한다.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인큐베이터스타트업을 기피한다는 것은 알려진 비밀이다.

중략

In addition, the government lets incubators take too large a percentage of startups’ shares, often between 30% to 50%, says the investor. In most cases they take the maximum. All this dampens an entrepreneur’s incentive to make a company a success, he says.

게다가 정부는 인큐베이터가 스타트업의 지분을 30~50%까지 너무 많이 가져가게 했다. 대부분의 경우 인큐베이터는 최대치를 지분으로 가져간다. 이렇게 하면 창업자가 회사를 성공시킬 동기부여가 안된다.

Critics say another problem is that life for incubator operators is too comfortable. They put up very little of their own money and the government takes most of the risk, making the upside sizable. It’s no wonder so many big companies and wealthy investors want in. There’s a suspicion that big companies use the incubators as an R&D arm at the public’s expense.

또다른 문제는 인큐베이터를 운영하는 것이 너무 쉽다는 것이다. 그들은 약간의 돈만 투자하면 되고 대부분의 위험은 정부가 가져간다. 덕분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 있게 된다. 대기업이나 부유한 투자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기업들의 R&D용 인큐베이터를 공공자금을 들여 지탱해준다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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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읽어보니 중기청이 디자인한 TIPS가 이스라엘 TIP과 아주 유사하다. 이스라엘에서 이 프로그램이 시작될때 인큐베이터가 스타트업 지분의 30~50%까지나 가져갈 수 있도록 한 부분은 좀 놀랍다. 25년전 당시만해도 워낙 투자가 말라있어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이스라엘의 사례를 따라서 그래서 한국에서도 인큐베이터가 40%까지 지분을 가져갈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부분은 좀 다르게 했어도 좋았을텐데.

어쨌든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만들어도 악용하는 경우도 있고 뒷말이 나온다. 하지만 크게 보아 이스라엘 TIP처럼 많은 스타트업들이 탄생하고 민간투자가 활성화되었다면 그 할 일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창성대표의 구속 사건을 계기로 팁스프로그램에 미비한 점이 있으면 보완해 나가면 될 것이다. 사실 어떤 부분이 잘못되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나도 궁금하다. 재판과정을 통해서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팁스프로그램이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를 계속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하고 이스라엘TIP처럼 20년뒤에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사례가 됐으면 한다.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5월 5일 at 11: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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