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the ‘라이코스이야기’ Category
내 인생의 한 컷

2008년 가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전세계에 금융위기가 몰아닥쳤다. 당시 나는 인터넷포털회사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임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듬해 2월 오마바대통령의 취임식즈음해서 나는 보스턴의 라이코스 CEO로 임명되어 부임했다.
카네기멜론대학에서 잉태된 검색엔진 라이코스는 90년대말에 검은 개를 마스코트로 해서 급성장한 인터넷 회사다. 닷컴거품의 절정기였던 99년에는 야후와 함께 시대를 대표하는 인터넷회사로 각광받았다. 2000년에 스페인의 통신회사인 텔레포니카에 120억불이라는 엄청난 가격에 인수됐다. (지금 환율로 13조5천억원) 그런데 그리고 나서 인터넷회사들을 떠받치고 있던 나스닥증시가 폭락하면서 야후, 아마존 등 다른 인터넷회사들과 함께 라이코스의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바로 라이코스에, 아니 인터넷비즈니스에 흥미를 잃은 텔레포니카는 라이코스를 다시 팔아버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2004년 당시 한국의 인터넷포털인 다음이 1억불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라이코스를 인수했다. 닷컴버블당시의 100분의 1도 안되는 가격에 라이코스를 산 것이다.
하지만 당시는 미국에서는 구글이, 한국에서는 네이버가 검색엔진의 주도권을 잡고 쑥쑥 성장하던 시기였다. 라이코스를 방문하는 사람은 계속 줄어들었다. 라이코스를 되살려보려는 다음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고 매년 라이코스는 큰 폭의 적자를 내서 안그래도 네이버에 크게 밀리고 있던 다음을 괴롭혔다. 그러던 차에 금융위기가 터지자 새로 다음의 수장이 된 최세훈 대표는 내게 “라이코스에 가서 어떻게 든 흑자를 내라”고 명령했다.
내가 가서 본 라이코스는 철 지난 늙은 포털에 지나지 않았다. 워낙 위기상황이라 80여명의 직원을 60여명으로 줄였다. 온갖 비용을 다 줄였다. 그리고 그동안 신경쓰지 않았던 검색, 웹퍼블리싱, 게임 등 기존 서비스를 개선해서 매출을 더 올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미국은 정말 큰 시장이었다. 구글, 야후 같은 공룡회사가 아니어도 우리처럼 작은 회사에게도 잘만하면 기회가 있었다. 미국경제가 바닥을 치고 회복되면서 광고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덕분에 2009년 소폭이지만 15년 라이코스 역사상 첫 흑자를 냈다.
신기한 것은 그러자 어떻게 소문을 듣고 라이코스를 사고 싶다는 인수희망자가 나타났다. 와이브랜트라는 인도회사였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인도 회사가 최소한 몇백억원의 인수대금을 마련해서 낼 것인가.
매각협상은 고통스러웠다. 직원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큰 동요가 일어날 것이므로 몇몇 핵심임원들에게만 알리고 협상을 진행했다. 그들이 요구하는 자료, 질문이 끝없이 이어졌다. 한국, 미국, 인도, 이스라엘을 연결하는 컨퍼런스콜 회의를 수도 없이 했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에 딜이 깨질 것이라고 생각한 일도 많았다. 어쨌든 이 지루한 6개월간의 협상이 끝났다. 2010년 8월에 딜이 발표됐다. 인도의 와이브렌트가 라이코스를 420억원에 인수했다고 언론에 발표됐다. 그리고 인수회사와 매각회사의 경영진이 함께 이런 화기애애한 사진을 찍었다. 나는 회사의 안정화를 위해 최소한 1년간 라이코스에 CEO로 남아 일을 돕는 조건으로 남았다.
여기서 라이코스스토리는 해피엔딩으로 끝날줄 알았다. 그런데 세상 일이 그렇게 쉽지 않았다. 처음에 약 200억원을 선금으로 내고 나머지 잔금은 실적에 따라 지급하기로 매각딜이 계약됐다. 그런데 라이코스의 비즈니스가 잘 되서 그들이 추가로 내야할 돈이 400억원이상으로 늘어나자 와이브랜트는 딴 소리를 하며 잔금지급을 미루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이듬해 2월 CEO직을 사임했고 치열한 법정싸움과 싱가포르에서의 중재재판끝에 다음이 이겼다. 하지만 아직도 대금을 완전히 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글로벌비즈니스의 어려움을 몸으로 체험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하는 위클리공감이란 잡지에 기고한 글이다.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사진 한 장과 그 사연을 소개해달라고 해서 가볍게 써봤다. 세상 일이 참 쉽지 않다.
[라이코스 이야기 24] M&A가 활발한 미국
구글캠퍼스서울 임정민총괄이 최근 쓴 “한국의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엑싯하나”라는 블로그글을 읽었다. 벤처투자자가 스타트업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는 것을 엑싯이라고 하는데 보통 주식시장상장(IPO)이나 회사매각(M&A)의 방법의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IPO나 M&A 모두 쉽지 않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다.

한국과 미국의 스타트업 엑싯 유형 비교 (출처: 임정민총괄 블로그)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며 놀란 것은 미국의 경우 스타트업엑싯방법의 80%가 M&A인데 반해서 한국은 2%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IPO나 M&A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은 장외시장 등에서의 구주거래로 자금회수가 이뤄진다고 한다. 벤처투자자가 이렇게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우니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지 않았던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나는 2009년부터 3년간 미국에서 인터넷포털인 라이코스CEO로 일했다. 당시 미국업계의 활발한 M&A활동에 대해서 감탄한 경험이 있다. 라이코스가 운영하는 인터넷홈페이지서비스나 게임포털서비스를 인수하고 싶다는 제안을 여러번에 걸쳐서 받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홈페이지퍼블리싱 서비스업계의 경쟁업체(Webs.com)에게 연락이 왔다. 비슷한 성향의 고객을 가지고 있는 라이코스의 홈페이지 서비스(Tripod.com, Angelfire.com)를 인수해서 스케일을 키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딜이 성사되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 인수제안을 했던 회사는 2년뒤 더 큰 업계회사(Vistaprint)에 1천억원이 넘는 금액에 팔렸다. (그 인수제안의 당사자였던 Webs.com의 공동창업자 셜빈 피시바는 회사를 매각한 돈을 종자돈으로 우버에 투자해 성공, 이제는 실리콘밸리의 거물투자자가 됐다. 선순환을 만든 것이다.)
게임포털인 게임빌닷컴을 인수하고 싶다고 연락온 곳은 뉴욕의 작은 부띠크펌을 운영하는 젊은 흑인이었다. 어떤 큰 대기업이 작은 게임회사인수가 필요해서 찾고 있는데 자신이 그 프로젝트를 의뢰받았다는 것이다. 우리 게임포털이 그 대기업의 인수타겟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해서 그 대기업에 제안해보겠다는 것이었다. 우리 같이 작은 서비스를 어떻게 알고 연락했냐고 했더니 인터넷시장조사데이터를 분석해서 우리 게임서비스의 지표가 최근에 좋아지고 있는 것을 알아채고 연락했다는 것이다. 전문적으로 이렇게 M&A를 도와주는 회사들이 있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란 기억이 있다.
2011년에 결국 라이코스를 인도의 와이브랜트에 매각하게 된 계기도 야후출신 M&A브로커인 벤의 방문덕분이었다. 미국에서 인수할만한 회사를 찾아달라는 와이브랜트의 요청을 받고 벤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 많은 회사들을 방문해 인터뷰를 가진 뒤 라이코스를 추천했던 것이다. 벤은 인수협상과정까지 같이 참여해서 진행하고 커미션을 챙겼다.
내가 라이코스CEO로 부임하기 전에도 라이코스는 Quote.com, Wired.com이라는 두 개의 서비스를 각각 약 3백억원, 2백50억원에 매각한 일이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미국에서는 M&A가 대단히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어느 정도만 괜찮은 밸류를 가진 회사를 만들어내면 누군가 사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탈출구(?)가 있다는 것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그럼 이들은 왜 이렇게 M&A에 적극적일까? 미국기업에게 있어 M&A는 빠른 기업성장을 위한 중요한 방법이다. 자신에게 부족한 역량을 빠르게 채울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하다. 워낙 M&A가 일상화되어 있다보니 뭔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직접 개발하기 보다는 시장을 조사하고 관련된 회사 인수에 즉각 나서는 것이 미국의 기업들이다. 그 덕분에 실력있는 스타트업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생기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스타트업을 해도 인수제안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대기업이 비슷한 아이템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다행이다. 설사 회사 매각을 하고 싶어도 관련되서 도움을 받고 협상과정을 도와주는 인수전문 프로페셔널회사가 별로 없다. 인수제안이 있어도 거의 다 헐값이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작은 기업이 그동안 쌓아온 무형의 가치에 댓가를 지불하는데 극히 인색하다. 기업정보가 투명하게 나오지 않는 불신사회다 보니 인수회사도 피인수회사의 정보를 믿지 않는다. 외국회사들에게 배타적이며 영어로 제공하는 정보도 부족하고 의사소통도 잘 되지 않다보니 외국회사들도 한국회사를 인수하는 것을 꺼린다. 기업간에 인수경쟁이 없으니 인수가가 올라갈 이유가 없다. 더 M&A기회가 적어진다.
이렇다 보니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투자도 많이 되고 있다고 하지만 스타트업엑싯은 극히 드물다. 특히 올해(2016년) 들어서 아직까지 내 기억에 단 한건의 의미있는 테크 스타트업 IPO나 M&A가 없다. 정말 우려할 일이다.
M&A활성화를 위해 법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인수기업에 각종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우선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빠른 성장을 위해서 외부의 혁신을 적극적으로 제값을 주고 받아들이는 문화가 되야 한다.
결국 M&A을 잘하는 회사가 글로벌기업이 된다. 구글이 창사이래 지금까지 행한 주요 M&A는 거의 2백회가 된다. 물론 실패한 경우가 더 많았겠지만 그중 안드로이드와 유튜브가 나왔다. 안드로이드와 유튜브가 없었다면 지금의 구글은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여전히 잘나가는 회사였겠지만 애플이나 페이스북과 휠씬 더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외부혁신을 사들여서 빠르게 본체에 붙이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실리콘밸리회사들이 글로벌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것이다. 한국기업들도 변해야 된다.
[라이코스 이야기 23] 세금 보고
이번에는 미국직장에서는 어떻게 연말정산을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직장에서는 2월중순까지 연말정산을 완료하고 지난 한해동안 원천징수한 근로소득세와 주민세를 정산해서 더 낸 부분이 있다면 환급받고 덜 냈다면 모자라는 세금을 더 낸다. 그리고 그 결과는 2월분 월급에 반영된다.
미국직장에서도 기본적으로 비슷하게 연말정산이 진행된다. Tax Return이라고 한다. 다만 직장인의 경우 마감시한이 4월15일로 한국보다 더 늦다. 그리고 회사에서 도와주지 않는다. 직접 본인이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공짜가 아니다. 돈이 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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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회사는 직원개인의 지난 1년간의 임금내역과 연방 및 주 세금 원천징수내역이 담긴 W-2라는 서류를 직원의 집주소로 1월31일까지 발송해 주게 되어 있다. 그럼 이 W-2를 받은 미국의 직장인은 4월15일까지 미국연방국세청(IRS)과 거주하고 있는 주의 세금담당부서로 Tax return 보고를 해야 한다. 그럼 정산내역에 따라서 더 낸 세금을 돌려받거나 모자라는 세금을 더 납부하게 된다.
2009년 3월에 보스턴 라이코스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나는 2010년초 첫번째 세금보고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 나는 회사의 HR부서나 회계부서에서 한국처럼 연말정산가이드를 주고 도와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런 안내가 없었다. 나중에 궁금해서 회사의 IT를 책임지고 있는 조에게 물어보니 “텍스리턴 소프트웨어를 사서 직접 하면 된다”는 답을 받았다.

인튜이트의 터보택스
알고 보니 ‘터보택스(Turbo Tax)’, ‘택스액트(Tax Act)’ 같은 40불~60불 정도의 세금정산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를 사서 쓰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내가 명색이 ‘사장’인데 이렇게 직접 연말정산을 직접해야 한다는 것이 좀 놀라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아마존에서 한 50불인가를 주고 터보택스를 구입했다. 그리고 CD를 넣고 실행해봤다. 시키는대로 W-2에 있는 소득내역과 세금내역, 그리고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는 내역을 질문에 따라 입력하면 된다. 예를 들어 “Are you married?(결혼했나요?)”, “자녀는 몇인가요. 각각 몇살인지 입력하세요” 등등 계속 해서 나오는 각종 지시에 따라서 입력하면 세금보고서가 작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살다가 중간에 미국으로 와서 세금보고를 처음으로 하는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주위 한국분들에게 문의하자 “예외사항이 많아서 당신의 경우는 터보택스로 혼자서 세금신고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회계사나 세무사의 도움을 받으라”는 조언을 받았다. 미국에서 처음하는 세금보고를 잘못했다가 탈세(?) 혐의를 받으면 큰일나지 않겠는가. 겁이 나서 터보택스는 반납하고 다시 주위에 어디에 가서 세금보고를 하면 되냐고 물어봤다.

사진출처 garryfrrz.soup.io
그러자 세금보고를 도와주는 ‘H&R블록’이라는 회사가 있으니 그곳에 가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회사 근방에 있는 H&R블록지점을 찾아서 예약하고 회사가 끝난다음에 찾아갔다. 나는 나이가 족히 70세는 넘어보이는 인도출신 할아버지가 담당자로 배정되었다. 이름은 ‘해리’라고 했다. 아주 느릿느릿 독수리타법을 구사하는 그 할아버지와 며칠에 걸쳐 몇시간을 씨름하면서 미국에서의 첫번째 세금보고를 완료했다. 이 할아버지는 은퇴하고 말년에 소일거리로 일주일에 며칠만 나와서 일을 한다고 했다.
이 세금보고를 작성하는데 H&R블록에 정확한 금액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2백불넘게 냈던 것 같다. 전년도에 보수적으로 계산해서 세금을 많이 냈던 탓에 IRS와 매사추세츠주 세무부서에 정산내역을 보고하면서 수천불의 환급액이 계산됐다. 그리고 일주일인가 후에 내 은행계좌에 IRS와 주정부에서 각각 세금 환급액이 입금됐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미국직장인의 세금보고에 대해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무엇보다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많은 미국인들이 이렇게 터보택스 같은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직접 회사의 도움없이 세금보고를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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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해서 한가지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오바마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을 지낸 티모시 가이트너는 2001년에서 2003년까지 IMF의 디렉터로 일하는 동안 세금보고를 부정확하게 해서 나중에 4만2천불의 세금을 추가로 추징당했다. 그는 2009년의 재무장관 인준 상원청문회 당시 의원들로부터 이 사실을 심하게 추궁당했다.
그런데 그가 이렇게 세금보고를 부정확하게 한 것은 자신이 직접 터보택스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세금내역을 입력하면서 실수를 했기 때문이었다. IMF의 국장이자 나중에 재무장관이 될 정도의 고위인사도 손수 서류를 뒤져가면서 직접 컴퓨터소프트웨어로 세금보고를 하는 것이 미국이다. 위 동영상 마지막부분 2분지점쯤 상원의원이 “어느 브랜드의 소프트웨어를 썼나요”라고 질문하자 가이트너는 멋적게 웃으며 “이건 내 책임입니다. 소프트웨어 회사의 잘못이 아닙니다”라며 “터보택스를 썼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문화가 있기 때문에 미국의 소프트웨어산업이 잘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라이코스이야기 22] 미국 의료보험 이야기

하버드의대부속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 MGH. 미국의 일등병원이자 보스턴사람들의 자부심이다. (사진 출처 Wikipedia)
미국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찜찜하게 생각했던 것이 가족의 의료보험이었다. 나는 미국의 의료보험체계는 워낙 돈도 많이 들고, 복잡하고, 의료서비스도 형편없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내가 미국에 간 2009년 당시에는 막 대통령으로서 첫 임기를 시작한 오바마가 의료보험제도 개혁을 추진하던 때였다.
그래서 약간의 우려속에 라이코스를 통해 우리 네 가족의 의료보험을 가입했다. 그리고 회사에 다니는 동안 3년동안 미국병원을 이용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만족스러웠다.
회사마다 복지혜택이 다른데 라이코스는 의료보험혜택이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반 메디컬보험, 치과보험, 안과보험 등 4가지를 들어 내가 부담하는 금액은 매달 대략 4백불이 조금 넘었다. (급여에서 떼고 받는다.)
미국회사에 입사해서 의료보험을 선택할때 HMO로 할 것이냐 아니면 PPO로 할 것이냐는 질문을 가장 먼저 받는다. 이게 무엇인가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알고보니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은 자신의 지정의사(Primary doctor)를 정하고 일단은 그 의사만 만나야 한다. 그리고 전문의(Specialist)를 만나려면 지정의사의 소개를 통해서 HMO네트워크안의 의사만 찾아갈 수 있는 제도였다. 건강한 가족이라면 평소에 주치의만 만나다가 특별히 문제가 있으면 주치의를 통해서 전문의사를 소개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PPO(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은 지정의사가 없이도 PPO네트워크안의 의사 누구나 바로 직접 만나서 진찰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PPO네트워크 바깥의 의사를 만날 경우 추가로 비용이 비싸지는 문제가 있다.
전문의를 따로 만나야 하는 특별한 질병이 없으면 보통 보험료가 저렴한 편인 HMO를 가입한다고 해서 나도 HMO를 선택했다. 그리고 가족 모두 각각 주치의(Primary doctor)를 정했다.
나는 회사와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보스턴시내의 하버드계열병원의 한국인의사를 선택했다. 특별히 아픈데가 없어도 일년에 한두번 의사에게 가서 진찰을 받는다. 한국과 다른 점은 의사와 만날때는 꼭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정해진 시간에 가야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의사가 있는 방으로 가는 것이 아니고 작은 진찰실에 가서 먼저 간호사와 혈압, 체중 등을 재고 기다리면 의사가 온다. 의사가 책상앞에 앉아있고 환자인 내가 옆에 앉는 스타일의 한국병원과는 다르다.

미국병원에서 의사에게 진찰받는 모습은 대충 이런 분위기다. 사진은 HBO미드 실리콘밸리의 한 장면.
한국과 다른 점은 의사가 성의를 가지고 비교적 오래 환자와 대화한다는 점이다. 어디 아픈데는 있는지, 있다고 하면 증상이 어떤지, 조근조근 물어보면서 한 20분정도는 천천히 대화하는 것 같다.
나는 한국에서부터 마음에 걸렸던 증상이 있었는데 의사와 충분히 상담하고 내시경을 포함해 충분히 검사를 받았다. 무엇보다도 의사가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매번 의사를 방문할 때마다 Co-pay라는 명목으로 15불정도를 지불하는 정도로 (미국 물가수준을 고려하면) 의료비가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아주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약 처방은 거의 해주지 않는 편이었다. (한국에서 의사를 하다가 보스턴으로 와서 의사생활을 하는 한국인의사는 “한국에서는 솔직히 과잉진료가 많다”고 내게 말하곤 했다.)
한번은 미국의 의료보험체계에 문제가 많으니 개혁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얘기를 HR매니저인 존에게 한 일이 있다. 그랬더니 그는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자기가 볼 때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의사들이 많은 돈을 벌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의료보험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 그리고 보스턴지역은 세계 최고수준의 병원과 의사들이 포진하고 있는 곳이라는 자랑도 곁들였다. 이런 세계최고의 의료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의료보험제도를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중에 보니 이런 시각을 가진 미국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경우 의료보험에 대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나중에 은퇴해서 65세이상이 되면 메디케어제도(노년층을 위한 국가의료보험)를 이용하면 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의료보험 없이 신음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어쨌든 미국회사에서 의료보험은 가장 중요한 복지혜택이다. 가정이 있는 직원의 경우 채용인터뷰를 할 때 회사가 어느 정도의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는지를 꼼꼼히 따진다. 배우자가 좋은 직장에 다녀서 의료보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경우 마음놓고 프리랜서로 일하기도 한다.
나는 미국의료보험제도의 무서움을 라이코스를 그만두고 나서야 알게 됐다.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쉬는 동안 가족의 의료보험은 유지해야겠기에 실직자를 위한 보험인 코브라(COBRA)보험을 들었다. 그런데 이 비용이 월 1천6백불(170만원)이 넘었다. 전혀 병원을 가지 않아도 보험료를 내야 했다. 이 돈이 아까워서 해지하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면 나중에 의료보험을 다시 가입하는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보험료를 냈다.
그런데 한번은 발을 삔 것 같아서 병원에 간 일이 있었다. 내과에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혈액검사와 X레이를 찍어보라고 해서 각각 따로 검사를 담당하는 진료소에 갔다. 그리고 몇달후에 내과, 혈액검사소, X레이촬영소에서 각각 따로 청구서가 날아왔다. 1천6백불의 의료보험료를 내고도 또 도합해서 수백불의 추가 진찰료, 검사비용을 내야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심지어 1년뒤에 청구서가 온 병원도 있었다. 의료비를 청구하는 시스템이 엉망이라고 느꼈다. 다행히 다리에 이상은 없었다.
의료보험혜택을 제공하는 좋은 회사에 다니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미국의 의료보험시스템이다. 하지만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잔인한 것이 미국의 의료보험시스템이다. 아무쪼록 오바마케어가 성공하길 빈다.
[라이코스이야기 21] 미국에서 출장다니기
사회초년병때 미국에서 출장을 많이 다니는 사람을 보고 부럽다고 생각한 일이 있었다. 막연히 우아하게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멋지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미국직장에 다니며 직접 출장을 다녀보니 그게 그렇게 멋지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꽤 고달픈 일이었다. 미국에서는 워낙 잦은 출장에 건강을 해치기도 하고, 또 가정생활에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로 가급적 출장이 없는 일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좁은 나라인 한국에서 국내출장을 다닐 일은 많지 않다. 멀리가는 출장이라고 해봐야 부산이나 제주도 정도인데 비행기로 한시간도 안걸리는 거리라 사실 당일치기 출장도 가능하다. 공항까지 교통편도 편리하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다. 웬만한 기업에서는 보통 출장일정이나 예약은 총무부서 담당직원이나 거래하는 여행사에서 해준다. 내 경우도 그랬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그렇지만 국토가 넓은 미국에서는 국내출장도 만만하지 않다. 해외출장을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멀고 힘들었다. 보스턴에 살때는 캘리포니아출장보다 런던출장이 더 편하게 느껴졌고 샌프란시스코에 있을 때는 서울출장이 뉴욕출장보다 더 편하게 느껴졌다. 심지어는 서울행 항공권가격(8백불구매)이 뉴욕행항공권가격(1천불구매)보다 더 저렴할 때도 있었다.
미국에서 국내출장을 조금 다녀본 내 경험을 소개한다. (그렇게 자주 다닌 것은 아니었지만)
CEO도 직접 항공권과 호텔 예약하는 문화
라이코스에 CEO로 부임을 하고 나는 내 출장일정 같은 것이 있으면 비서가 알아서 척척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전담 비서도 없었고 오피스매니저(사무실관리)를 겸하고 있는 리셉셔니스트에게 부탁하면 되기는 하지만 대체로 직접 예약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영업담당인 에드에게 “출장예약을 누가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냐”고 하니 어깨를 으쓱하면서 “여기서는 그냥 익스피디아 들어가서 각자 예약한다”고 답했다. 임원들도 다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CEO인 나도 누구에게 부탁하지 않고 직접 인터넷여행사이트에 들어가서 구매했다.
출장행선지에 따라서 항공권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수백개의 호텔중에서 적당한 곳을 골라내 예약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일단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델타, 아메리칸, 버진아메리카, 사우스웨스트, 젯블루, 알라스카, 프론티어항공 등 미국국내항공사도 많고 매리오트, 쉐라톤, 할리데이인 등 호텔체인도 다양하다. 출장지 미팅예정장소에 맞춰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게 호텔을 잡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비서 등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카약닷컴(Kayak.com)같은 사이트로 항공권 가격비교를 하고, 호텔은 Tripadvisor.com에서 평판을 체크한 다음 Expedia.com이나 Hotels.com 같은 여행사이트에서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하는 것이 평균적인 미국비즈니스맨이 출장일정을 잡는 방법이다.
공항까지는 택시가 유일한 수단
출장 당일이 되면 공항에 가는 것도 스트레스다. 보통 동부에서 서부로 가는 것 같은 장거리출장은 시간절약을 위해서 이른 비행기를 예약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새벽 4시나 5시에 일어나서 짐을 꾸려서 나가야 했다.
뉴욕같은 큰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미국에서 공항으로 가는 대중교통수단이 미비한 것이 보통이다. 보스턴교외(매사추세츠주 렉싱턴)에 살때에는 출장을 위해서 공항에 갈 때 택시나 사설리무진서비스를 불러서 이용했는데 약 20km, 40분정도 거리를 가는데 팁 포함해서 거의 편도 1백불을 줘야 했다. (보스턴시내에서는 지하철과 버스로 공항에 갈 수 있기는 하다.) 내가 라이코스에서 일하던 당시에는 우버가 그렇게 일반적이지 않아서 쓸 수가 없었다. 매번 택시를 예약하는 것도 참 귀찮은 일이었다.
사장이 출장간다고 직원에게 공항으로 태워달라거나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달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그냥 문화가 그렇다. 서울의 다음본사에서 누가 출장왔을때 내가 나가면 나갔지 직원에게 픽업해오라고 부탁한 일도 없었다.

보스턴 로건 공항은 주차장이 협소한 편이어서 주차하느라 비행기시간에 늦을뻔한 일도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 차를 공항에 가져가서 장기주차장(Long-term parking lot)에 세워놓기도 했는데 분주한 공항일수록 주차료도 비싸다. 며칠만 세워놓아도 역시 10만원에 가까운 요금이 나온다. 그래서 또 주차료가 상대적으로 싼 공항외부의 장기주차장을 검색해서 이용하기도 해봤는데 번거롭기는 마찬가지다. 차를 주차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들어가야 한다.
짜증나는 보안검색
미국의 국내항공편은 티켓팅도 거의 셀프로 해야 한다. ID를 주면 친절하게 알아서 발권을 해주는 항공사직원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짐은 가능하면 부치지 않고 가지고 탄다. 보통은 랩탑을 넣는 손가방이나 배낭과 함께 기내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바퀴가 달린 여행가방을 가지고 간다. 젯블루나 사우스웨스트 같은 항공사를 제외하고는 짐을 부치는 것도 가방 하나당 20불씩 별도 요금을 받기 때문이다. (예전에 프론티어항공은 기내 화장실이용에 돈을 받겠다고 했다가 성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철회한 일이 있다.)
긴 줄이 늘어선 보안검색대를 지나는 것도 고역이다. 랩탑을 일일이 꺼내야 하고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은채로 금속탐지기를 지난다.(갈아신을 슬리퍼를 제공해주는 한국공항은 고객에 대한 배려심이 아주 깊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 역시 피곤하고 퉁명스러운 얼굴의 공항검색요원과 마주해야 하고 재수없으면 몸을 더듬는 검사까지 받아야 한다.
국내선 항공사라운지는 거의 이용한 일이 없다. 한두번 들어가 본 일이 있는데 정말 별 것이 없다. 스낵과 음료가 조금 있는 정도이며 사람이 많아서 쾌적하지도 않다.

새벽의 게이트앞.
새벽에 일찍 공항에 간다고 해서 사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국공항은 새벽 5시에 가봐도 놀랄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 다들 이처럼 바쁘고 부지런하게 산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장거리비행에도 음식을 주지 않는 미국국내항공편
장거리비행의 경우에는 샐러드나 샌드위치라도 사서 탑승해야 한다. 점심이나 저녁시간을 포함해서 비행시간이 7시간이 넘더라도 미국국내선의 경우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돈을 내고 식사를 살 수 있지만 차가운 샌드위치나 스낵, 땅콩 정도만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항공사의 항상 미소를 띄고 있는 친절한 승무원들의 서비스를 받다가 사무적이고 딱딱한 미국항공사 승무원을 대하면 처음에는 좀 적응이 안된다. (사우스웨스트나 젯블루는 예외. 이 항공사들의 승무원은 아무 명랑하다.) 불결하고 좁은 좌석에 짐짝처럼 실려가는 것도 괴로운데 배까지 고프면 최악이다. 뭔가 먹을 것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렌트카가 꼭 필요
목적지 공항에 내리면 서둘러 렌트카를 빌리러 가야 한다. 뉴욕 같은 일부도시를 제외하고 보통 미국에서는 어디를 가나 차가 없으면 꼼짝할 수 없기 때문에 차를 빌리는 것이 답이다.

LA공항에서 렌트카회사 셔틀버스 기다리기
렌트카회사 셔틀버스를 타고 렌트카 오피스에 가면 또 긴 줄이 늘어선 경우가 많은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예약해둔 렌트카를 빌려서 새로운 차에 적응해가며 조심조심 낯선 곳에서 운전해 역시 예약해둔 호텔로 찾아간다. (이것도 지금은 우버 덕분에 렌트카가 필요없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빨간눈 비행
서부에서 동부로 출장가는 경우 3시간의 시차가 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에 3시간 더 빨리 일어나서 미팅장소로 가는 것도 고역이다. 서부에서 동부로 갈때 밤 10시~새벽1시사이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면 3~5시간을 비행하고 2~3시간의 시차를 더해 아침일찍 도착한다. 비행기에서 새우잠을 자는 대신 도착하자마자 바로 일정을 시작해 하루를 절약할 수 있다. 이런 노선을 ‘빨간눈 항공편'(Red Eye Flights)이라고 부른다. 피로에 절어 눈이 빨개진 것을 지칭하는 것이다. 나도 캘리포니아에서 뉴욕출장을 갈 때 이용해 본 일이 있다. 비행기에 탑승해 자리를 잡고 나면 모두 담요를 뒤집어 쓰고 모두 취침모드로 돌입한다. 시간과 돈(호텔비)를 절약하기 위해 시도해봤는데 몸이 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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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이게 평균적인 미국 비즈니스맨의 출장패턴이다. 경우에 따라 상상을 초월하게 출장을 많이 다녀야 하는 직업이 있다. 앱인디에어(Up in the air)라는 영화에 나오는 조지 클루니 같은 사람이다. 미국전역을 돌아다니는 트럭운전사들도 마찬가지다. 전형적인 소위 ‘로드워리어’라고 할 수 있다.
미국회사의 임원이라고 해도 조금 더 좋은 좌석에 앉고 조금 더 좋은 호텔에 묵는 정도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미국 국내항공편의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도 사실 한국국적기처럼 훌륭한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조금더 넓은 좌석을 제공할 뿐이다.
그래서 미국의 진짜 부자들은 개인전용기(Private Jet)를 갖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라이코스는 당시에 비용절약을 위해서 나를 포함한 임원들도 모두 이코노미석을 타는 것으로 했다. 그래서 더 출장이 고달팠는지도 모르겠다.
[라이코스이야기 20] 드라이한 미국비즈니스문화
이번 회에서는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드라이한 미국의 비즈니스문화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회사에서 감정을 배제하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미국의 비즈니스문화를 개인적으로는 편하게 느꼈다.
거래처 접대
업종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일했던 미국의 IT업계에서는 거래처 접대라는 것이 별로 없었다.
라이코스의 경우 대부분의 비즈니스파트너들은 다른 도시에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실제로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어떤 새로운 회사를 접촉해서 새로 거래를 시작하게 되도 대부분 전화나 이메일로 일을 진행했다. 아주 중요한 계약이 아니고서는 일부러 상대방 회사까지 출장가서 만나는 일은 드물다. 대신 일년에 한두번 있는 업계컨퍼런스에서 직접 얼굴을 대하고 미팅을 하는 정도다. 직접 만난다고 해서 꼭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같이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볍게 미팅만 하는 경우가 많다. 꼭 한번 밥을 같이 먹어야 제대로 만났다고 생각하는 우리 문화와는 좀 다르다. 대신 컨퍼런스에 가면 큰 회사들은 별도로 저녁에 칵테일 파티를 마련하고 비즈니스관계자들을 초대해 음료를 제공하고 자유롭게 네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였다. (이것도 업계마다 좀 다른 것 같은데 게임관련 컨퍼런스에 가면 특히 각 업체가 주최하는 파티가 많이 열린다.)

2010년 가을 라이코스를 인수한 Ybrant와 함께 Ad tech New York컨퍼런스에 나갔다. 당시 우리 부스.
오랜 비즈니스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경우 정기적으로 상대방 회사를 방문하기도 한다. 라이코스는 구글과는 애드센스광고계약을 맺고 있고, 야후와는 검색관련 광고 및 신디케이션 계약을 맺고 있었다. 두 회사 모두 라이코스로서는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파트너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두 회사의 세일즈담당자는 일년에 한두번씩 우리 회사를 방문하고 식사를 같이 하는 정도였다. 구글보다는 야후가 우리를 더 신경써준 것 같다. 보스턴 시내에 초청해줘서 스테이크디너를 같이 한 일이 있고, 서니베일 본사의 파트너 컨퍼런스에 초청해줘서 가본 일이 있다. (하지만 출장 여행여비는 우리가 부담했다.)
이렇다보니 거래처 임원들과 함께 골프를 치는 경우도 물론 없었다. 우선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많지 않다.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할 주말에 골프를 같이 하자고 할 수도 없는 분위기다. 다음본사에서 출장온 분들과 골프 나간 것외에 따로 골프를 쳐본 기억이 없다.
한번은 우리 회사의 회계감사를 위해 KPMG 회계사들이 와서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이 보였다. 사장으로 고생하는데 밥이라도 사야겠다는 한국적인 생각으로 콘트롤러 티파니에게 “점심식사시간을 좀 잡아보라”고 말한 일이 있다. 티파니는 뜨악한 표정으로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바빠서 시간을 잡기가 힘들다”는 답이 돌아왔다. 티파니는 “당연히 할 일을 하는 것인데 밥 먹을 필요없다”고 했고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돌이켜보니 라이코스는 거래처 접대를 너무 안했던 것 같기도 하다. 라이코스가 잘 나갈때는 미식축구팀인 뉴잉글랜드패트리오츠 스타디움에 귀빈석을 사놓고 비즈니스파트너들을 간간히 초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회사의 규모가 줄면서 그런 것도 모두 없애버렸다.
신용도 조사
새롭게 비즈니스거래관계를 시작할때는 상대방회사의 신용도조사를 한다. 보통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D&B라는 회사의 신용도조사를 이용한다. 이것은 상대회사가 건전한 재정상태를 가지고 있는지, 거래대금 지급을 늦게 한 일이 없는지 등등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 서비스에 연간 일정액을 내고 가입해서 쓰는데 미국회사들은 비즈니스를 하는데 있어 이처럼 상대회사의 신용도체크를 하는 것은 필수라는 인식이 확고하다. 만약 거래할 회사가 일정등급이하의 신용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면 재무부서에서 거래를 못하게 한다.
미국에서는 개인의 크레딧지수가 낮으면 은행대출도 안되고 자동차할부구입 등도 안된다.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회사의 신용도도 아주 중요하다. 라이코스의 재무를 책임졌던 콘트롤러 티파니는 거래회사에 대금 지급이 늦어지거나 심지어는 사무실 렌트비, 전기료 등의 납부가 늦어질까봐 항상 신경을 곤두세웠다. 깜빡하고 지불이 늦어지면 회사의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거래회사와 비즈니스계약을 할때 Net 30, Net 45 같은 식으로 대금지급조건을 표시한다. 이것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뒤 청구서(Invoice)를 받고 30일이내, 45일이내에 그 대금을 지급한다는 뜻이다. 어음거래는 없다. 라이코스의 거래처의 경우 대부분 이 계약조건을 잘 지켜서 상대회사가 파산했던 경우를 제외하고 특별히 대금회수에 힘들었던 경우는 없었다. 우리도 물론 항상 제때에 대금을 지급했다.
비즈니스 선물 문화
거래처간에 선물을 주고 받는 일도 거의 없다. 세일즈를 담당하는 에드가 크리스마스때 주요거래처 몇명에게 와인선물을 보내야겠다고 허락해달라고 했던 것을 빼고는 특별히 어디에 선물을 보낸 기억이 없다. 그저 값싼 회사기념품을 만들어두었다가 방문객이 오면 주는 정도였다. (이런 회사 기념품을 영어로 스웨그(Swag)라고 한다.) 그나마 내가 부임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간 라이코스는 회사기념품을 한번도 더 만든 일이 없었다. (미국의 IT업계는 특히 회사티셔츠를 기념품으로 많이 주는 편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선물을 받은 일도 거의 없다. 주요 파트너인 야후에게 연말에 컵, 펜 같은 회사기념품세트를 우송받았던 정도가 유일하게 기억나는 선물이다.
가족, 친지간에는 반드시 크리스마스선물을 주고 받으면서 비즈니스 거래처사이에는 거의 선물을 주고 받지 않는다는 것이 신선했다.
마찬가지로 거래처의 지인이 승진했다고 꽃이나 난을 보내거나 선물을 보내는 경우도 없다. (요즘엔 우연히 링크드인에서 지인의 승진소식을 접하면 축하한다고 댓글을 다는 정도다.) 거래처 지인의 경조사도 거의 챙기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 알리지 않으니 챙길 방법도 없다.
정부나 관공서와의 관계
정부나 관공서의 존재감도 미국회사에서는 상당히 낮다. 라이코스CEO로 3년간 일하는 동안 단 한번도 시나 주정부의 관리와 접촉한 일도, 정부주최의 관련 행사에 참석을 요청받은 일도, 참석한 일도 없다. 기본적으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쪽에서 전혀 연락이 없고 회사직원들도 정부에게서 뭔가 도움을 받을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외국인이고 그쪽에 인맥이 없어서 그런 탓도 있었을 것이다. 또 라이코스가 작은 회사가 되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에서 민간회사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정부를 신경쓰지 않고 대체로 제각기 자기 할 일만 하는 문화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법대로, 원리원칙대로.
그리고 미국의 직장인들은 법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투철하다. 대충 넘어가도 될 것 같은 일을 “이렇게 하면 법규정에 맞지 않아 탈법의 소지가 있다”며 몸을 사린다. 어떤 비즈니스관련한 의사결정을 할 때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 같으면 항상 사내변호사인 마크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러면 마크는 그 사안이 법적으로 위험성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제공했다.
회계처리나 HR관련된 문제에서 이런 일이 많았다. 융통성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사안을 변호사와 회계사에게 물어보고 늦장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 본사에서는 답답해 했다.
그런데 가만보니 이것은 미국인들이 준법정신이 투철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에 문제가 되면 개인적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많이 작용하는 것 같았다. 감사를 통해서라든지 내부고발자에 의해 편법이 드러날 경우 법에 따라 일벌백계되고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특히 회계관련해서는 예전 엔론사건이후 관련규정이 대폭 강화된 영향이 아주 커보였다.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농담 비슷하게 “I don’t want to go jail”이라고 말하는 것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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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미국의 비즈니스문화를 ‘정’이 없고 건조하게만 느낀 것은 내가 전혀 지인이 없는 보스턴의 미국회사에 홀로 가서 일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국회사와 비교해서 보면 상대적으로 일 중심이고 메말라있는 편인 것도 사실이다. (일단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고, 선배-후배라는 말 자체가 없는 영향도 크다. 같은 대학출신들끼리도 챙겨주기는 커녕 소닭보듯 하는 경우도 봤다.)
하지만 거래처간의 접대라든지 경조사, 관공서 대응 등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니 비즈니스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서도 비즈니스외적인 것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건조한 미국의 비즈니스문화지만 그만큼 일에만 집중할 수 있고 남는 시간을 가족에게 쏟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CEO였던 나는 이런 문화가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외국인 CEO입장에서는 참 감사한 일이었다.
[라이코스 이야기 19]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의 차이
서부 샌프란시스코옆의 버클리에서 2년동안 유학을 했고 동부보다는 주로 서부 실리콘밸리에 업무차 출장을 다녔던 나는 서부와 동부의 직장문화차이에 대해서 처음에는 잘 알지 못했다.

UC버클리 새더타워에서 샌프란시스코쪽을 바라본 모습 (직접 촬영)
실리콘밸리가 있는 북캘리포니아 베이에어리어지역이나 LA가 있는 남캘리포니아의 경우는 날씨가 항상 좋고 따뜻한 편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항상 여유가 있는 편이다. 비교적 친절하고 느긋하고 개방적이다. 직장에서 양복을 입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캐주얼하게 남방셔츠나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재킷도 걸치지 않고 셔츠만 입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스턴의 라이코스도 인터넷기업이라 복장은 자유로웠다. 캘리포니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3년동안 일하면서 양복을 입고 출근한 기억이 한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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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동부의 문화가 다르구나하고 실감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알고 지내던 VC(벤처캐피털리스트)가 있었다. 그는 내가 보스턴으로 옮겨갔다고 하자 자기 회사의 보스턴본사에서 투자자와 벤처기업가들이 모이는 이벤트가 있으니 와보라고 초대해주었다. 보스턴 백베이의 하버드클럽에서 열린 행사에 나는 아무 생각없이 캐주얼한 복장으로 갔다. 캐주얼한 상하의에 재킷정도를 걸친 것이다.
그런데 행사장에 들어가보고 깜짝 놀랐다. 나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참석자들이 짙은 색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캘리포니아의 VC모임에 가보면 항상 모두 캐주얼한 차림이었는데 같은 VC모임이라도 동부의 분위기는 아주 달랐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같았다고 할까) 그날 하루종일 내가 잘못된 복장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절부절했다. 나중에 보니 나처럼 자유롭게 입고 있는 사람들도 몇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이 VC들이 투자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었다.
또 한번은 모욕적인 취급을 당한 일도 있었다. 라이코스의 전직 임원이 CEO인 회사에 방문한 일이 있다. 제휴할 일이 있지 않을까 해서 논의하러 간 것이었는데 그 중년의 백인CEO는 나와 같이 방문한 우리 회사 부사장인 에드의 이야기를 이야기를 듣다가 아무말 없이 갑자기 일어나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바이바이”하면서 방을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황당해 하는 나에게 에드는 “우리와 협업할만한 것이 없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 것”이라며 “원래 예의가 없는 사람이다”라고 모욕을 당한 내게 미안해했다. 사실 서부에서는 그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본 일이 없기에 “동부에는 저런 사람도 있구나”하고 생각하게 됐다. 물론 내가 재수가 없었을 수도 있다. 다행히도 미국에서 비즈니스하면서 그런 모욕적인 일을 당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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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부의 전통적인 항구도시인 보스턴지역에서 3년,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지역에서 대략 3년을 살아보았다. 내가 느낀 두 지역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토박이들이 사는 동네, 이방인들이 사는 동네

UC버클리 새더타워에서 샌프란시스코쪽을 바라본 모습 (직접 촬영)
보스턴지역은 뉴잉글랜드지역 토박이들이 주류다. (뉴잉글랜드는 매사추세츠, 메인, 버몬트, 뉴햄프셔, 로드아일랜드, 커넥티컷주를 통칭하는 명칭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깊은 고장인만큼 자기 동네에 대한 자존심이 남다르다. 라이코스직원들중에 대부분은 백인이며 대를 이어 뉴잉글랜드에 살아온 후손들이다. 다른 지역에 가서 살아보겠다는 모험심(?)이 거의 없다. 당연히 보수적인 편이며 스타트업에 가서 대박을 노리기 보다는 안정적인 대기업근무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스턴 레드삭스, 보스턴 셀틱스, 뉴잉글랜드 패트리오츠 등 지역 프로스포츠팀의 성적에 열광하고 하나로 뭉친다.
샌프란시스코지역은 캘리포니아토박이보다 전세계곳곳에서 이민온 이방인들이 주류다. 토박이들도 1840년대 골드러시당시부터 일확천금을 꿈꾸고 온 사람들의 후예다. 웬만한 회사에서 백인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인도, 중국계 등 아시아계의 비율이 대단히 높다. (백인들도 유럽 등등 세계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많다.) 전통보다는 자유를 중시하고 모험정신이 높다. 그래서 스타트업에 뛰어드는데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월급보다는 스톡옵션으로 대박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 내가 살던 쿠퍼티노 같은 지역은 인도 이민자들이 주류고 (애플직원들을 빼고는) 백인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지역스포츠팀에 열광하기는 하지만 이방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보스턴사람들에 비하면 그 열광정도는 많이 떨어진다고 느꼈다.
보스턴 사람들은 캘리포니아를 마치 다른 나라처럼 느낀다. 비행기로 6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곳이니 그럴만도 하다. 평생 한번 캘리포니아에 못가본 사람들도 제법 있다. 오히려 정서적으로 보스턴과 비슷한 느낌의 유럽을 더 가깝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 보스턴에서 런던까지도 비행기로 6시간 40분정도 걸린다. 캘리포니아와 비슷한 거리다.
캘리포니아에서 호기심에 보스턴 우리 회사에 와서 취직을 한 젊은 여성 디자이너가 있었다. 1년만에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간다고 회사를 그만뒀는데 HR매니저 존은 사내미팅에서 그 사실을 직원들에게 전하면서 그녀가 “캘리포니아 공화국”(Republic of California)로 돌아간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보스턴에서 아시아는 너무 먼 곳
특히 보스턴에서 아시아는 너무도 먼 곳이다. 지금은 일본 도쿄와 중국 베이징에 가는 직항편이 생겼지만 내가 살던 2009년부터 2012년까지만 해도 보스턴에서 아시아로 가는 직항편이 하나도 없었다. 라이코스직원들과 이야기해보면 아시아에 한번도 못 가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제대로 된 한국음식점 등 아시아요리점이 많지 않은 것이 항상 아쉬웠다. (물론 어디까지나 캘리포니아와 비교해서.)
보스턴지역의 사람들은 뉴욕과 워싱턴DC와 같은 시간대에 위치해서 그런데 정치와 경제뉴스에 많이 민감하고 이야기화제로 많이 올린다. 반면 캘리포니아사람들은 동부에서 나오는 정치나 경제뉴스에 둔감하다. 거리와 함께 3시간의 시차가 있으니까 그런 것 같다. 중앙정부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런만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정부규제나 기존 전통적인 산업질서에 반하는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온다고 느낀다. 다만 샌프란시스코 지역사람들은 거의 IT이야기만 화제에 올리는 것 같아서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나중에 보니 위에서 소개한 나를 초대해준 벤처캐피털회사의 실리콘밸리사무소가 없어졌다. 나중에 그 VC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실리콘밸리사무소 VC들과 보스턴본사 VC들이 서로 싸우다가 실리콘밸리VC들이 보스턴회사를 나가 독립해버렸다는 것이다. 같은 미국인이라고 해도 문화차이로 인한 동부인와 서부인의 갈등이 제법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라이코스 이야기 18] 이메일 중심 업무문화
한국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그렇긴 하지만 미국회사에서 이메일은 업무의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일이 이메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메일만 잘 써도 능률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큰 문화차이를 보여주는 보이스메일
업무관계로 만난 사람과도 아무 거리낌없이 휴대전화번호를 교환하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용건으로도 상대방의 휴대폰으로 주저없이 전화를 거는 편인 한국문화는 미국에서는 무례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인들은 비즈니스관계에서 예고 없이 전화를 잘 걸지 않는 편이다. 모르는 번호에서 온 전화는 잘 받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전화를 받을 수 있는데도 자동으로 보이스메일(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게 놔두는 경우가 많으며 남겨진 메시지를 들어본 다음에 필요하면 콜백을 한다.

미국에서 생활할 때는 그렇게 많이 쓰던 보이스메일 기능을 한국에 오니 전혀 쓸 일이 없다
문자메시지를 애용하는 한국문화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폭설로 인한 휴교 같은 대량으로 학부모들에게 보내야 할 메시지도 문자로 안보내고 자동녹음된 전화메시지로 알려준다. 알림전화를 받지 못하면 음성메시지로 남겨지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전화나 문자를 받는 편에서도 요금을 부담한다. 그래서 스팸문자에 특히 민감하다.)
보통 아주 절친한 사이가 아닌 경우 보통 비즈니스파트너에게 미리 이메일을 보내서 “오늘 몇시쯤 전화통화가 가능하냐. 용건은 무엇이다”라고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확인하고 통화일정을 잡는 경우가 많다. 컨퍼런스콜 일정이 잡히면 캘린더(일정관리)소프트웨어의 초대기능을 통해서 참석자들에게 초대메일을 보내고 Yes나 No로 응답해서 참석여부를 조율한다.
워낙 다양한 시간대와 생활문화가 존재하는 나라다 보니 멀리 떨어져 있는 거래처와의 통화는 서로 업무시간이 겹치지 않을 수도 있고 서로의 식사시간, 가족시간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예고없는 전화걸기를 피하는 것이다.
내가 경험한 미국의 비즈니스 이메일문화
어쨌든 이메일은 미국직장생활의 기본이다. 내가 경험한 미국 비즈니스이메일문화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격식 없이 짧게 쓴다.
정말 용건만 간단히 쓰는 편이다. “Hi John.” 같은 식으로 가볍게 시작해 용건으로 곧바로 들어간다. 오랜만에 연락하는 경우에도 “I hope this email finds you well.”, “I hope all is well with you.” 같은 간단한 안부뒤에 용건만 이야기한다. 그리고 Best, Best wishes 등의 맺음 인사와 함께 끝맺는다. 생각해보면 간결하게 쓰는 것이 더 어렵다.
2. 답장이 빠르다.
데스크탑PC에서든 스마트폰에서든 이메일을 받으면 보는 즉시 답장하는 사람이 많다. 이메일을 보내면 당연히 답장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전화해서 “이메일보냈으니 확인하고 답장바란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답장도 “Yes”, “OK”같은 식으로 아주 간단히 답하는 사람이 많고 마치 채팅하듯 이메일을 교환할때가 많다. 이메일 교환속도가 업무의 스피드와 직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3. 참조(cc)를 잘 활용한다.
이메일을 보낼때 업무에 직접 관여하는 상대방외에 관련해서 그 내용을 알아야 할 사람들을 참조자로 잘 집어넣는 편이다. 답장을 할 때는 꼭 전체답장(Reply all)을 해서 정보를 다 같이 공유한다. 나중에 길게 이어진 이메일교환내용만 봐도 무엇을 어떻게 논의했는지 알수있도록 한다. 물론 지나치게 참조자를 많이 남발해 집어넣는 것은 꺼꾸로 공해다. (한국에서는 전체답장을 안하고 메일보낸 당사자에게만 답장을 하는 경우가 있어서 가끔 당황스럽다.)
4. 이메일자체가 업무상 효력이 있다.
구매지출결의(Purchase Order)나 대외 계약체결 같은 건이 아니면 별도의 결재문서없이 웬만한 회사내부의사결정은 이메일을 통해서 끝내는 경우가 많다. 이메일이 공식 결재문서로서의 효력이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관련자를 cc해서 메일로 회람하는 전자결재 같이 생각하면 된다. 대기업이 아니고 작은 규모의 회사일수록 더욱 그렇다. 미국회사들은 (구매결정시스템 등을 빼고) 전자결제소프트웨어를 잘 쓰지 않고 이메일로 그 역할을 대신한다.
5. 회사이메일만 쓴다. 개인이메일주소를 섞지 않는다.
회사일에 야후메일이나 지메일 같은 개인이메일을 쓰는 것은 금기시되어 있다. 회사이메일주소도 john.wood@icn.com 같은 식으로 자신의 이름을 기본으로 작명한다. 회사이메일에 Honeybee@icn.com movielover@icn.com 같은 식으로 닉네임 이메일주소를 쓰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솔직히 본 기억이 없다.) 이런 이메일주소를 보면 미국비즈니스맨들은 프로페셔널하지 않다고 여길 것이다. 미국회사와 비즈니스를 할 때는 꼭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6. 사람소개는 이메일로.
많은 새로운 비즈니스가 사람 연결에서 나온다. 그런데 미국에서 많은 회사-사람소개는 실제 만남없이 단순히 이메일을 통해서 이뤄진다. 소개시켜주려는 사람이나 회사가 멀리 떨어져있어서 물리적으로 직접 만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소개이메일을 잘 써야 유능한 비즈니스맨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지난 몇년간 미국에서 몇백번은 넘게 소개메일을 쓰거나 이메일로 사람을 소개받았던 것 같다. 그 중 실제로는 못만나본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이런 경우 “Nice to meet you over email.”보다는 “It’s great to connect with you”라고 이메일로 인사하는 것이 낫겠다.
7. 이메일박스는 (당연히) 회사소유다.
회사에서 해고가 되면 가장 먼저 회사 이메일박스부터 차단이 된다. 업무이메일에 담겨있는 내용이 회사의 재산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영업담당자가 해고되면 후임자에게 전임자의 이메일박스를 통째로 주기도 한다. 영업상 중요한 내용이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8. 이메일은 증거자료다.
업무상 사고가 생기거나 소송이 걸리면 이메일이 증거자료가 된다. 법원명령에 따라 이메일을 모두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수가 있다. 고의로 이메일을 삭제하는 것은 증거인멸시도가 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쓰는 회사 이메일은 나중에 남들이 다 들여다 볼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사적인 이메일이나 감정섞인 이메일은 자제해야 한다. 나중에 만천하에 다 드러나서 망신을 당할 수가 있다. (내가 라이코스를 나오면서 3년치의 이메일이 남았다. 소송을 거치면서 인도회사쪽에서 그 이메일을 변호사를 시켜서 모두 리뷰했다. 잘못한 일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나중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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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는 사뭇 다른 한국의 이메일문화
이런 이메일문화에서 일해온 미국인들은 다른 나라회사와 일하면서 이메일답장이 느리거나 거의 없다고 불평을 하는 경우가 많다. 라이코스직원들도 모회사인 다음에 대해서 이메일 답장이 없거나 느리다는 불만이 많았다. 얼굴도 보지 못하고 이메일로만 소통하는 상황에서 그런 일이 계속되면 신뢰가 사라진다.
미국회사에서 일하는 한국분들도 한국회사와 업무이메일을 교환하면서 답답해 하는 경우가 많다. 이메일을 한국쪽에 보냈는데 답장이 없고 함흥차사인 경우가 많아 꼭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로 수신여부를 확인하고 이메일답장을 독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업무내용을 한국에서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교환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지 못한다. 업무히스토리는 이메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이메일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제때 답장을 하지 않아 주위의 원성을 사는 직원도 있었다. 너무 이메일을 많이 받아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온 메일은 잘 답장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업무관련해서 평판이 나빠지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슬랙이 가져오는 변화
최근에는 이런 미국의 이메일중심문화에 조금 변화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슬랙(Slack)같은 이메일을 대체하는 업무도구 소프트웨어가 나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팀 협업용 게시판+메신저 같은 슬랙을 쓰면 메일을 많이 보내지 않고도 원활하게 일을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비슷한 소프트웨어로 잔디(Jandi)가 나와있다. 하지만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은 그래도 이메일로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미국식 이메일문화는 좋다고 생각한다. 미국회사들이 재택근무나 원격근무를 허용하는 것도 이처럼 이메일을 효율적으로 업무에 사용하는 문화가 확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는 (모든 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고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이메일을 잘 안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높은 고위층분들중에는 받기만하고 전혀 답장을 안하시는 분들이 있다. 대신 문자나 카톡을 선호한다. 또 회사 업무에 개인이메일을 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기업임원이나 고위공무원중에 버젓히 명함에 개인이메일을 적어놓은 일이 있어서 어처구니가 없게 느낄 때가 있다. 미국의 문화가 무조건 좋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과 사를 구분하는 프로페셔널한 이메일문화가 확립되어 있다면 업무의 진행속도도 빠를 것이고 무엇보다도 업무 히스토리가 잘 보존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글로벌비즈니스를 진행하기도 수월해진다. 한국의 이메일문화도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라이코스 이야기 17] 오버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올핸즈미팅(전사미팅), 트렌드미팅에 대한 이야기를 어제 쓴 김에 2012년 2월 라이코스CEO를 사임한지 얼마 안되서 썼던 ‘오버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란 글을 다시 한번 소개합니다. 당시 떠오른 생각을 거칠게 쓴 글이었는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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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에 비빔밥 유랑단이 찾아왔을 때의 모습
2012년 2월 갑작스럽게 라이코스 CEO자리에서 물러난 뒤 전 직원에게 굿바이메일을 보냈었다. 전체 미팅을 갖고 안녕을 고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굿바이인사는 하고 싶었다. 그래서 HR매니저 다이애나에게 부탁해 간접적으로 전체직원들에게 굿바이이메일을 보냈다.
[라이코스 이야기 16] 올핸즈미팅
미국회사를 경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는 (내가 생각하기에) 전사미팅이다. 미국직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올핸즈미팅’(All hands meeting)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모든 이들이 다 참여하는 미팅이란 뜻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이 말이 꽤 생소하게 들려서 뭐냐고 다시 여러번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
미국회사에서는 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정기적으로 이런 전사미팅을 소집해 회사의 경영상황을 전직원들과 공유하고 질문을 받고 답해준다. 회사의 매각이나 구조조정 등 큰 변화가 있을 때도 신속히 전사미팅을 소집해 직원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가 처음 라이코스에 갔을때 당시 있었던 한 한국인직원이 이렇게 조언해줬다. “정욱님, 영어를 더듬어도 상관없으니까 꼭 전사미팅을 갖고 회사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명해주세요. 미국사람들은 그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솔직히 나는 1대1 미팅을 편하게 여기는 성격이며 사람이 많을수록 말을 잘 못한다. 더구나 그것을 익숙치도 않은 영어로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크게 긴장이 됐다. 하지만 내가 CEO로 부임했을 당시인 2009년초는 리먼브라더스파산이후 미국경제가 얼어붙고 실업률이 2자리수까지 치솟은 몹시 암울한 시기였다. 추가 구조조정이 있을까 두려워하며 회사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직원들에게 회사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회사의 상황이 파악된 한달여후 첫번째 전사미팅을 갖고 회사에서 가장 넓은 공간에 모인 60여명의 직원들앞에서 회사의 경영상황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후 매분기별로 회사의 실적과 나아갈 방향을 알리는 전사미팅을 꾸준히 가져갔다.
잊을 수 없는 것은 2009년 8월과 10월의 전사미팅이었다. 그 8월초에는 본사에 가서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사회 멤버들에게 라이코스의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보고했었다. 라이코스로 복귀한 다음에 바로 전사미팅을 열고 이사회에서 보고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전달했다. 긴 슬라이드를 만들어 회사의 실적, 제품리뷰,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설명했다.
또 3분기실적을 막 마감한 10월의 전사미팅에서는 회사가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 회복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유머러스한 내용으로 슬라이드를 만들어 솔직한 내 느낌을 전했다. 각 부문을 담당하는 매니저들이 짧게 직접 발표를 하도록 했다. 이후 직원들의 나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진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참고 : 라이코스 실적 3분기 실적공유미팅 )
다만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은 이런 전사미팅시간에 질문을 거의 받지 않은 것이다. 질의응답에 익숙하지 않기도 했고 불편한 질문이 나올까봐 사실 걱정되기도 했다. 그런 질문은 나중에 팀별로 미팅을 할 때 소화하도록 했다.
매 분기 가졌던 회사실적공유 전사미팅 이외에 또 자주 가졌던 것이 소위 ‘트렌드미팅’이다. 내가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테크놀로지트랜드나 인상적으로 본 짧은 TED같은 강연동영상을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원들에게 설명하고 같이 관람했다. 참가는 자유였고 보통 피자를 주문해서 간단한 식사로 제공했다. (미국에서 이런 이벤트를 가질때 가장 만만한 음식이 피자다.) 나중에 지나고 보니 이것도 직원들과 나의 유대감을 강화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사장이 첨단 업계 트렌드에 관심이 있고 직원들과 자신이 알게 된 것을 항상 공유하려고 한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CEO로서 직원들에 대한 이런 커뮤니케이션은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그때 실감했다. (참고 링크 : 라이코스 트랜드 세션-에스티마블로그 )
나중에 실리콘밸리에 가서 보니 잘되는 미국회사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CEO가 직접 주재하는 전사미팅을 자주 갖는다는 것이었다. 구글의 경우 매주 목요일에 TGIF미팅이라고 해서 전사미팅을 갖고 래리 페이지 CEO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나서서 회사의 경영내용이나 현안에 대해서 설명하고 질문을 받는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도 매주 전사미팅을 갖는다. 물론 이제는 전세계에 지사를 둔 몇천~몇만명 단위의 회사들이 되었기에 이 내용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 이 두 회사는 매주 그런 미팅을 갖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서 몇번씩 확인을 했던 기억도 있다. 그런 거대기업의 CEO라면 엄청나게 바쁠텐데 매주 그렇게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넷플릭스, 링크드인, 트위터 등 방문하는 회사마다 물어봤는데 분기별이나 한달에 한번씩 미팅을 갖는다는 점이 다를 뿐 전사미팅을 갖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올핸즈미팅을 갖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적극적인 전사미팅을 통해 회사의 상황과 비전을 직원들과 솔직히 공유하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다.
이런 전사미팅 문화는 한국 기업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실행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