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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 이야기 23] 세금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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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미국직장에서는 어떻게 연말정산을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직장에서는 2월중순까지 연말정산을 완료하고 지난 한해동안 원천징수한 근로소득세와 주민세를 정산해서 더 낸 부분이 있다면 환급받고 덜 냈다면 모자라는 세금을 더 낸다. 그리고 그 결과는 2월분 월급에 반영된다.

미국직장에서도 기본적으로 비슷하게 연말정산이 진행된다. Tax Return이라고 한다. 다만 직장인의 경우 마감시한이 4월15일로 한국보다 더 늦다. 그리고 회사에서 도와주지 않는다. 직접 본인이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공짜가 아니다. 돈이 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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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회사는 직원개인의 지난 1년간의 임금내역과 연방 및 주 세금 원천징수내역이 담긴 W-2라는 서류를 직원의 집주소로 1월31일까지 발송해 주게 되어 있다. 그럼 이 W-2를 받은 미국의 직장인은 4월15일까지 미국연방국세청(IRS)과 거주하고 있는 주의 세금담당부서로 Tax return 보고를 해야 한다. 그럼 정산내역에 따라서 더 낸 세금을 돌려받거나 모자라는 세금을 더 납부하게 된다.

2009년 3월에 보스턴 라이코스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나는 2010년초 첫번째 세금보고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 나는 회사의 HR부서나 회계부서에서 한국처럼 연말정산가이드를 주고 도와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런 안내가 없었다. 나중에 궁금해서 회사의 IT를 책임지고 있는 조에게 물어보니 “텍스리턴 소프트웨어를 사서 직접 하면 된다”는 답을 받았다.

turbotax

인튜이트의 터보택스

알고 보니 ‘터보택스(Turbo Tax)’, ‘택스액트(Tax Act)’ 같은 40불~60불 정도의 세금정산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를 사서 쓰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내가 명색이 ‘사장’인데 이렇게 직접 연말정산을 직접해야 한다는 것이 좀 놀라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아마존에서 한 50불인가를 주고 터보택스를 구입했다. 그리고 CD를 넣고 실행해봤다. 시키는대로 W-2에 있는 소득내역과 세금내역, 그리고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는 내역을 질문에 따라 입력하면 된다. 예를 들어 “Are you married?(결혼했나요?)”, “자녀는 몇인가요. 각각 몇살인지 입력하세요” 등등 계속 해서 나오는 각종 지시에 따라서 입력하면 세금보고서가 작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살다가 중간에 미국으로 와서 세금보고를 처음으로 하는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주위 한국분들에게 문의하자 “예외사항이 많아서 당신의 경우는 터보택스로 혼자서 세금신고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회계사나 세무사의 도움을 받으라”는 조언을 받았다. 미국에서 처음하는 세금보고를 잘못했다가 탈세(?) 혐의를 받으면 큰일나지 않겠는가. 겁이 나서 터보택스는 반납하고 다시 주위에 어디에 가서 세금보고를 하면 되냐고 물어봤다.

hr블록

사진출처 garryfrrz.soup.io

그러자 세금보고를 도와주는 ‘H&R블록’이라는 회사가 있으니 그곳에 가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회사 근방에 있는 H&R블록지점을 찾아서 예약하고 회사가 끝난다음에 찾아갔다. 나는 나이가 족히 70세는 넘어보이는 인도출신 할아버지가 담당자로 배정되었다. 이름은 ‘해리’라고 했다. 아주 느릿느릿 독수리타법을 구사하는 그 할아버지와 며칠에 걸쳐 몇시간을 씨름하면서 미국에서의 첫번째 세금보고를 완료했다. 이 할아버지는 은퇴하고 말년에 소일거리로 일주일에 며칠만 나와서 일을 한다고 했다.

이 세금보고를 작성하는데 H&R블록에 정확한 금액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2백불넘게 냈던 것 같다. 전년도에 보수적으로 계산해서 세금을 많이 냈던 탓에 IRS와 매사추세츠주 세무부서에 정산내역을 보고하면서 수천불의 환급액이 계산됐다. 그리고 일주일인가 후에 내 은행계좌에 IRS와 주정부에서 각각 세금 환급액이 입금됐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미국직장인의 세금보고에 대해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무엇보다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많은 미국인들이 이렇게 터보택스 같은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직접 회사의 도움없이 세금보고를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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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해서 한가지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오바마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을 지낸 티모시 가이트너는 2001년에서 2003년까지 IMF의 디렉터로 일하는 동안 세금보고를 부정확하게 해서 나중에 4만2천불의 세금을 추가로 추징당했다. 그는 2009년의 재무장관 인준 상원청문회 당시 의원들로부터 이 사실을 심하게 추궁당했다.

그런데 그가 이렇게 세금보고를 부정확하게 한 것은 자신이 직접 터보택스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세금내역을 입력하면서 실수를 했기 때문이었다. IMF의 국장이자 나중에 재무장관이 될 정도의 고위인사도 손수 서류를 뒤져가면서 직접 컴퓨터소프트웨어로 세금보고를 하는 것이 미국이다. 위 동영상 마지막부분 2분지점쯤 상원의원이 “어느 브랜드의 소프트웨어를 썼나요”라고 질문하자 가이트너는 멋적게 웃으며 “이건 내 책임입니다. 소프트웨어 회사의 잘못이 아닙니다”라며 “터보택스를 썼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문화가 있기 때문에 미국의 소프트웨어산업이 잘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6월 4일 , 시간: 6:5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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