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7월 2016
영국의 19살 청년이 만든 인공지능 로봇변호사
미국 CBS뉴스에서 인공지능 로봇변호사를 개발해 16만명이 약 40~50억원어치의 주차위반벌금을 안낼 수 있도록 도와준 19세 죠슈아 브로더란 청년을 알게 됐다.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블로그에도 소개해 본다.
96년 런던태생인 그는 18세에 면허를 취득하고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주차위반티켓을 4번이나 받게 됐다. 부모님이 “이젠 네가 알아서 해라”라고 하며 더이상 벌금을 대신 내주는 것을 거부하자 그는 연구에 들어갔다. 쉬운 방법은 변호사를 써서 항의레터를 보내는 것이었는데 그는 변호사에게 비싼 돈을 주기 싫었다.
그래서 그는 주차티켓이 어떻게 해서 발부되는지를 알기 위해 수백개의 정부문서를 찾아서 읽었다. 심지어는 정보공개청구를 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게 된 그는 조심스럽게 항의서한을 직접 써서 당국에 보냈다. 그리고 티켓을 취소시키는데 성공했다. 나름 요령을 알게 된 그는 가족과 친구들의 위반티켓도 취소시키는 것을 도와주다가 더 많은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인공지능봇으로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어릴 때부터 코딩을 배워서 컴퓨터프로그래밍에 능숙했다. 스탠포드에 입학해서 유튜브를 통해 머신러닝 등을 익혀서 3달간 밤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집중적으로 코딩했다. 모르는 것은 머신러닝 전문가인 스탠포드 교수에게 직접 물어봤다. 그리고 지난해 9월 DoNotPay.co.uk라는 사이트를 완성했다.
이 사이트는 대화형으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 변호사가 써준 것 같은 항의레터를 자동으로 생성해 준다.
처음에는 주위 친구들에게만 알렸는데 점점 입소문이 났고 허핑턴포스트에서 한번 소개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서 이용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16만명이 이 사이트를 이용해 항의레터를 보냈고 티켓을 취소하는데 성공했다. 취소된 금액만 40~50억원정도. 많은 언론들이 이 소식을 소개했고 그는 유명해졌다.
그는 이 서비스를 뉴욕, 시애틀로 확장중이다. 또 항공편이 지연됐을 때 항공사에 배상을 청구하는 법률문서를 자동으로 써주는 서비스도 개발했다. 그리고 시리아난민을 돕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영어를 모르는 난민들이 아랍어로 서비스를 이용하면 난민망명신청서를 영어로 써주는 것이다.
이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는 생각과 접근 방법, 실행력이 참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역시나 유대계 청년이었다. 유대인들의 교육이란 정말…
죠슈아 브로더는 DLD컨퍼런스에 참가해 로봇변호사를 소개하면서 이 경험을 통해 자신이 느낀 것 두가지를 말했다.
첫번째로 앞으로 인공지능이 많은 인간이 숙련된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것이다. 자기처럼 어린 사람도 이처럼 쓸만한 인공지능변호사를 개발해 수많은 주차위반관련 변호사를 대체할 수 있는데 전세계 수천명의 실력있는 프로그래머들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대단한 인공지능서비스를 만들어낼 것이냐는 것이다.
두번째로 이런 인공지능은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것이다. 그는 로봇변호사를 만들고 노인들과 장애인들에게 감사편지를 많이 받았다. 이들은 주로 무분별한 주차위반티켓으로 피해를 봤던 사람들이다. 이처럼 예전에는 비싸서 법률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던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통해 쉽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란 얘기다.
어쨌든 겨우 19살 청년이 혼자 힘으로 이런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수천명 변호사를 대체하는 시대가 됐다. 앞으로 펼쳐질 수십년 미래는 어떤 세상이 될지, 우리 아이들은 어떤 세상을 살아갈지 기대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한다. 한국에도 죠슈아 브로더처럼 생각하고 실행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CBS뉴스의 보도 동영상.
죠슈아 브로더의 DLD컨퍼런스 발표 동영상.
디즈니에서 50년 근속한 페기
내가 처음 미국에 어학연수하러 갔을때 알게 되서 거의 25년간을 가깝게 지내고 있는 페기 페리스 아주머니가 올해 UCLA Extention(평생교육원) 졸업식 기조연설자로 멋진 발표를 하셨다.
대학생시절 알게 된 이 분을 통해 미국인에 대해서 참 좋은 인상을 갖게 됐다. 영화와 뉴스, 소설 등을 통해 접한 미국인에 대한 내 선입관을 깨버렸다고 할까. 워낙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인데 이런 멋진 키노트연설을 하는 것을 보고 감탄하는 마음에 몇자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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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는 평생 한 회사에서 50년을 일했다. 그 회사는 디즈니다. 나는 미국인은 뻔질나게 직장을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페기를 통해서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페기는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고교를 졸업한 65년 동네에 있는 디즈니랜드 스토리북라이드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손님들이 보트에 타면 마이크로 친절하게 라이드에 대해 설명하고 안전하게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일이었다. 페기는 이후 캘리포니아주립대 영문과를 다니면서도 계속해서 디즈니랜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리고 디즈니와의 인연이 50년간 이어졌다.
그렇다고 페기의 디즈니에서의 여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여러번 좌절이 있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이어졌다.
페기는 대학시절 디즈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디즈니랜드 앰버서더 프로그램에 매년 도전했다. 디즈니홍보대사를 뽑는 이 프로그램에 3번을 도전했지만 그녀는 최종합격자로 선발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몇몇 디즈니 사람들의 눈에 들었다. 그래서 플로리다에 막 건설하기 시작한 월트디즈니월드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후 플로리다 디즈니월드에서 일하다가 구조조정이 있었다. 원래 원하던 오퍼레이션매니저는 되지 못했지만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를 디자인하고 운영하는 LA의 디즈니 이미지니어링로 옮겨서 기업협력을 담당하게 된다. 디즈니랜드에 가서 놀이기구를 자세히 보면 코카콜라, 제록스, 코닥, AT&T 등 스폰서회사들의 이름이 적혀있는데 이런 회사들을 끌어오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페기가 하는 일이었다. 파리, 도쿄, 홍콩 등 새로운 디즈니의 테마파크가 오픈할 때마다 할 일이 많았다. 회사와 함께 성장해 간 것이다.
페기는 다른 동료들은 모두 은퇴할 즈음인 환갑을 넘긴 나이에 또 새로운 일을 맡게 된다. 2010년 페기는 회사에서 파리 디즈니랜드의 이매지니어링 오피스를 총괄하는 일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캘리포니아 토박이로 평생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를 오가며 일했던 페기에게 낯선 외국으로 이주해서 이방인들로 구성된 팀을 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나이에 대개는 거절하고 편안한 삶을 택하겠지만 호기심 넘치는 페기는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5년간의 파리 근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페기는 올초 캘리포니아로 복귀했고 동료들의 축하속에 50년 근속상을 받고 디즈니를 퇴사했다.
내가 페기에게 또 감탄하는 점은 끊임없는 호기심을 통한 평생 배움의 자세다. 페기는 우선 책을 좋아한다. 처음 만나자마자 내게 가르쳐준 것이 동네 도서관 이용하는 법이었다. 항상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긴 출퇴근시간동안 차에서 항상 오디오북을 듣는다. 25년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차트렁크안에 오디오북 여러권이 항상 비치되어 있었다. 주말에는 뉴욕타임즈를 정독한다. 처음 발매된 킨들을 선물하고 일년쯤 지나서 만나니 70권쯤 전자책을 구매해서 넣어가지고 다닌다고 해서 놀란 일이 있다. 파리에 가서도 지인들과 독서클럽을 조직했을 정도다.
또 페기는 업무에서 모르는 것을 마주치면 피하지 않고 공부를 통해서 자신을 업그레이드한다. 22년전 새로운 업무를 맡았다가 IRR, NPV 등 알수없는 용어를 듣게 됐다. 그게 재무관련 용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UCLA 익스텐션에 등록해서 주말마다 파이낸스수업을 받아서 재무 및 회계지식을 익혔다. 거기에 재미를 붙인 페기는 이후 계속해서 프로젝트매니지먼트 등 업무와 연결되는 각종 비즈니스코스를 40개이상 UCLA익스텐션을 통해서 마쳤다. 어려움을 겪을때마다 관련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배운 것을 바로 써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82년의 리치와 페기.
페기는 디즈니에서 처음 만난 한 남자만을 평생 사랑하고 한번도 결혼하지 않았다. 리치는 페기가 디즈니랜드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할 때 매니저였다. 그들은 이후 50년간 한 동네에서 살면서 부부처럼 지내왔다. 하지만 둘 다 한번도 결혼한 일이 없는, 결혼하지 않고도 행복한 보기드문 커플이다. (리치는 공화당지지, 페기는 민주당지지로 정치성향은 반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잘 대화하는 또 보기드문 커플이다.)
페기는 엘리트는 아니다. 아이비리그스쿨을 나와서 월가은행이나 탑컨설팅회사에서 일하다가 명문비즈니스스쿨에서 MBA학위를 받고 고위임원으로 고액연봉을 받으며 언젠가 CEO가 되기 위해서 달리는 그런 트렉은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 중산층 출신으로 평범한 주립대를 나와 자신이 하는 일에 감사하면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온 전형적인 미국인이다.
디즈니안에서 좌절도 있었지만 호기심을 가지고 모든 일에 긍정적인 자세로 열심히 하다보니 계속 예기치 않은 기회를 얻게 됐고 50년 근속을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회사를 옮기지 않았으니 안정을 추구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롤을 맡아 도전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본인의 커리어를 ‘우연한 커리어'(Accidental career)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로 기조연설을 끝맺는다.
“I hope you will let your curiosity drive you to unknown places, let your courage give you the strength to leave your comfort zone, to pursue your dreams, to fill your life with interesting people, and to follow your heart.” 호기심이 당신을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길 바랍니다. 당신이 안정적인 자리를 떠나 흥미로운 사람들과 일하며 당신의 열정을 쫓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용기를 갖길 바랍니다.
위 UCLA익스텐션 졸업식 동영상 44분지점부터 16분간 계속되는 페기의 기조 연설은 디즈니에서의 그녀의 커리어를 상징하듯 설득력있고 유쾌하고 재미있다. 열정적이며 밝고 쾌활한 페기의 캐릭터가 살아있다. 디즈니에서 오래 일해서 그런지 그녀는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하는지 안다. 내가 MBA프로그램에 지원할 때 페기가 내 에세이 리뷰를 해줬는데 그녀의 유려한 글솜씨 덕을 많이 봤었다. 덕분에 원하는 학교(UC버클리)에 갈 수 있었다. 내가 항상 페기에게 감사하는 이유중 하나다. Congratulations! Peggie!
대통령의 밤 시간
Obama after dark이라는 NYT기사를 인상적으로 읽었다. 내가 항상 궁금하게 여기는 것은 대통령이나 큰 기업의 CEO같은 리더들이 자신의 시간, 특히 밤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이다.
최근 몇년간 대통령, 장관, 한국 주요 대기업의 CEO 등 높으신 분들을 지근거리에서 뵐 기회가 여러번 있었다. 이들의 일정이 얼마나 바쁜지를 목도하면서 나와 똑같이 하루 24시간밖에 없는 이 높은 분들이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고 엄청난 정보를 흡수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궁금했다.

백악관 트리티룸에서 국민들에게 온 편지를 읽는 오바마. 사진 : 피트 수자.
하물며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위치에 있는 리더인 오바마대통령의 경우는 어떨까. 이 NYT기사가 오바마의 밤 시간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도록 해줬다.
-오바마는 매일 저녁 6시30분에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한다.
-7시15분쯤 게임룸에서 요리사와 함께 당구게임을 한다.
-그런 다음 그는 Treaty room이라는 자신의 서재로 간다.
-그는 여기서 보통 4시간에서 5시간정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다.
-많은 경우 그는 이 시간에 자신의 연설문을 가다듬는다. 정말 중요한 연설문을 쓸 경우에는 연설문작성 비서를 불러서 같이 작업한다.
-행정부 각 부서에서 온 데일리브리핑 문서를 읽는다.
-그에게 온 국민들의 편지중 비서가 골라준 10개의 편지를 읽는다.
-중요한 스포츠경기가 있을 때는 ESPN을 본다. 경기내용 관련해서 스탭들에게 장난스러운 이메일을 보내곤 한다.
-소설을 읽기도 하고 NYT, 워싱턴포스트, WSJ 등을 아이패드로 읽는다.
-밤에는 물만 마신다. 커피나 알콜은 마시지 않는다. 간식으로는 아몬드 7알을 먹는다.
-부부가 케이블 드라마를 같이 보기도 한다. 그는 보드웍 엠파이어, 게임오브쓰론스, 브레이킹 배드의 팬이다.
-금요일밤은 무비나잇이다. 백악관에 있는 40명 좌석이 갖춰진 스크리닝룸에서 최신 개봉영화를 가족이 같이 보기도 한다.
바쁜 리더일수록 이렇게 뭔가 생각을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바마는 조용한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고 잘 사용하는 것 같다. 특히 그 시간을 연설문 작성에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대통령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임무중 하나는 효과적인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나가는 메시지를 본인이 직접 생각하고 작성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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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리 박대통령은 밤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는지 정말 궁금하다. 나는 대통령이 너무 딱딱하게 지내는 것보다는 오바마처럼 TV, 영화도 시청하고, 가족, 친지들과 편하게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여유가 있어야 생각도 할 수 있고 좋은 아이디어도 떠오른다.
위 사진 출처 SBS [비디오머그] 이원종 “가장 슬픈 분이 대통령”…’세월호 보도통제’ 공방
그런데 “대통령이 공식 일정이 없을 때 주로 관저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업무를 보시냐”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대해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휴식이라는 말씀에 동의할 수 없고 대통령께서는 제가 보기에 주무시는 시간을 제외하고 100% 일을 하고 있고 그 분 마음속에 오직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민 외에는 없다”고 대답한 것을 보고 실망했다. 나라 걱정 그만하시고 좀 한국드라마도 보고, 편하게 소설책도 읽고, 조카의 재롱도 보고, 친구들을 불러서 수다도 떨고 그랬으면 좋겠다. 여유가 있어야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나오고 국가경영도 잘 된다.
그리고 그런 대통령의 잉여롭고 여유로운 모습을 언론을 통해서 살짝 공개해주면 좋겠다. 대통령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느낄 때 국민들은 더욱더 대통령을 공감하고 지지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