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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8월 2016

오바마의 VR체험사진을 보고 느낀 점 몇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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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기어VR을 쓰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고 느낀 점 몇가지를 페이스북에 메모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지 않아 1천2백개가 넘는 좋아요가 붙었다. 좀 놀랍기도 해서 블로그에도 이 내용을 남겨둔다. 페친분들이 추가로 알려주신 정보까지 담았다.

오바마의 VR체험 사진을 보고 느낀 점 몇가지.
-대통령집무실(오벌오피스)과 개인비서의 거리가 아주 가깝다.
-대통령의 양복상의가 비서앞 의자에 걸려 있다. 거기 앉아서 잡담을 했던 모양.
-대통령이 뭘하든 자연스럽게 자신의 일을 하는 비서.(연출된 사진은 아닐 것이다. 이 사진을 찍은 백악관전속사진가 피트 수자는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수많은 사진촬영속에 이런 자연스러운 일상을 담은 사진이 찍힌다. 이런 사진을 Candid photography라고 한다.)
-비서는 맥이 아니고 PC를 쓰는 것 같다. 대통령 지근거리에 있지만 소형선풍기와 작은 화분까지 놓여있는 아주 평범한 직장인의 책상모습이다.
-비서가 앉아있는 의자는 Herman Miller Aeron Chair다. 아마존에서 세금제외 939불이다. 가격대비 품질이 좋은, 소프트웨어회사에서 인기있는 모델이라고 한다.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대통령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오바마가 쓰고 있는 VR제품은 삼성 갤럭시를 장착한 삼성 기어VR이다. 그리고 헤드폰은 Bose의 제품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이 직접 출연하고 나레이터 역할까지 한 내셔널파크VR동영상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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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에 옆에 앉아있는 비서의 실명이 나와있다. Ferial Govashiri다. 구글링해보니 링크드인프로필, 위키피디아, 트위터프로필이 차례대로 나온다. 놀랍게도 파시(페르시아어)에 능통한 이란계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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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ial의 링크드인프로필을 보니 오마바비서가 된지 2년4개월째다. 자신이 무슨 업무를 하고 있는지 소상하게 밝혀놓았다. 매일 대통령에게 들어가고 나오는 정보를 관리하고, 대통령의 일정을 관리하는 업무다. 그야말로 대통령의 문고리를 잡고 있는 사람이다.
-그 바로 밑에는 전 백악관대변인인 제이 카니의 추천글이 붙어있다. 그는 지금은 아마존 부사장으로 이직했다. Ferial과 5년간 같이 일했는데 대통령의 조언자와 게이트키퍼 역할을 훌륭하게 하고 있는 사람이라 추천한다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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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ial은 트윗도 열심히 한다. 자신이 나온 오바마의 VR사진을 리트윗하며 “Never a dull day in the office!”라고 썼다. 정말 지루할 틈이 없겠다.
겨우 사진 한 장을 통해 정말 이렇게 쿨하게, 투명하게, 자신감 있게 일하는 백악관사람들의 일상을 엿본 듯한 느낌이 든다.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가 이렇게 격의없이 일하는 것도 신선한데 자신이 하는 일을 당당하게 링크드인에 밝히고 트윗도 한다. 더구나 그 비서는 미국과 긴장관계에 있는 이란계 여성이다. 자신감에서 이런 투명함과 소탈함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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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청와대에서 대통령 개인비서의 자리는 어디일까 생각하다가 이 사진을 떠올렸다. 2015년 9월 박대통령이 청년희망펀드 공약신탁에 가입할 당시 공개된 사진이다. 가입신청서에 사인하는 대통령을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왜 저렇게 멀리 떨어져서 박수를 치고 있을까 보면서 의아했었다. 책상이 너무 깨끗하고 집무실이 너무 넓다. 너무 휭해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안들 것 같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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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의 VR체험사진은 이미 두번이나 공개됐다. 한번은 위는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아래는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개소식에서 공개된 사진이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8월 29일 at 8:05 am

짧은 생각 길게 쓰기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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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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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나오기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요즘 다시하고 있다. 이제는 너무 많이 이야기해서 입이 아픈 ‘규제’ 때문이다. 좀 나아졌나 생각을 하다가도 다시 좌절하게 된다.

한국NFC 황승익 대표는 자신의 신용카드를 스마트폰에 가져다 대고(NFC태그) 비밀번호 2자리를 누르는 것만으로(경우에 따라서는 지문인증도 추가) 본인인증을 할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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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휴대폰본인인증과 아이핀본인인증에 불편해하는 것을 보고 더 편리한 신용카드본인인증방법을 제공하면새로운 비즈니스기회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오랜 기간동안 관련 회사들과 협의해 이 서비스를 준비해 지난 6월 론칭하려고 했으나 지금은 방통위 때문에 좌절한 상태다. 최근 방통위는 (금융서비스를 제외하고) 본인인증은 정보통신망법에 의거, 아이핀, 휴대폰 인증 2가지 방법으로만 가능하다고 한국NFC에 통보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8/09/2016080901269.html

신용카드로는 하지말라는 얘기다. 아이핀도 가입하려면 휴대폰번호로 본인인증을 해야 하므로 결국 휴대폰본인인증만된다는 얘기다. http://news.mk.co.kr/newsRead.php?no=564445&year=2016 (매경 관련기사)

NFC간편 결제기술을 개발해놓고 규제때문에 거의 2년을 고생하다가 타이밍 다 놓치고 간신히 론칭했던 황대표로서는 2번째로 겪는 좌절이다. 사실 이 기술로 성공할지 실패할지 해보기 전엔 미리 알기 어렵다. 아이디어를 빨리 실행해보고안되면 다른 방법으로 또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시작조차 해볼 수가 없다.

이런 식으로 하면 도대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도전해 비즈니스를 만들 방법이 없다. 앞으로 각종 생체정보를 이용해서 본인인증을 하는 것도 가능해질텐데 우리나라는 온라인에서는 천년만년 휴대폰만을 이용해서 본인임을 증명해야하는가? 민간기업이 알아서 하면 안되나? 문제가 생기면 그 기업이 끝까지 책임지고 고객에게 보상하도록 하면 안되나.휴대폰이 없는 사람은 사람도 아닌가? 자기 명의의 휴대폰이 없는 사람은 온라인에서 어떻게 본인임을 증명하라는 것인가. 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은 아예 고국의 온라인서비스는 절대 쓰지 말라는 것인가? 이런 식으로 하는데 어떻게 글로벌서비스를 만들겠는가.

고려대 박경신교수는 “외국에서는 다양한 신원확인방식이 국가 개입 없이 개발되고 이용되고 있다”며 “사업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신원을 확인해서 서비스제공을 하고 혹시 잘못되면 리스크는 자기가 부담한다”고 말했다. 이렇기 때문에 구글에서 identity verification service(신원확인서비스)라고 검색하면 다양한 본인확인서비스가 나온다. 이들 회사는 심지어 글로벌베이스로 본인확인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시작도 해보기 전에 원천봉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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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웹사이트에 1년 가까이 접속하지 않아 휴면고객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내게 온 안내메일.

온라인사이트에 겨우 1년 로그인을 안하면 모조리 휴면 계정으로 만들어버리고 휴대폰번호가 없으면 본인인증을 못해서 아예 쓸 수 없도록 만들어버리는 규제도 가관이다. 요즘 오랜만에 네이버에 로그인하려고 했다가 비밀번호가 기억안나 영영 못쓰게 된 해외교포가 많다. (한국휴대폰이 없으니 본인인증을 해서 패스워드리셋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에 대한 명백한 역차별이다.

이 정도로 정부가 시시콜콜 간섭을 하고 시어머니 노릇을 해서 새로운 혁신의 싹을 잘라버리는 나라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 기존 업계를 뒤흔들고 파괴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혁신 스타트업이 거의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이런 꼼꼼한 규제와 기존 업계의 견제 때문이다. 규제의 폐해를 그토록 몇년간 이야기해왔지만 계속 문제는 진행형이다. 창조경제라는 슬로건이 갑자기 공하게 느껴진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8월 20일 at 9:42 pm

포켓몬GO와 올레 캐치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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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GO열풍이 불면서 자꾸 5년전 한국에 AR과 캐릭터를 적용한 게임(KT 올레 캐치캐치)이 나왔을 정도로 AR기술이 앞서있었는데 캐릭터력 부재와 정부지원이 모자라서 실패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자꾸 보면서 신경이 거슬리는데 우리나라만 AR을 응용한 모바일앱이나 게임이 나왔던 것 아니다. 제대로 찾아보지 않아서 그렇지 그동안 다른 나라도 이런 류의 앱이나 게임이 제법 많이 나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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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kai Camera 앱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돈치넷이라는 스타트업이 내놓은 세카이카메라다. 스마트폰카메라로 주위를 비추면 관련 정보가 떠오르는 이 앱은 무려 2008년 9월에 테크크런치이벤트를 통해 선보여 당시 실리콘밸리사람들조차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때는 아이폰이 나온지 1년밖에 안되고 애플이 앱스토어를 처음으로 열 즈음이었으니 돈치넷이 얼마나 빨랐는지 알 수 있다. 나도 증강현실, AR이란 개념을 이 앱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됐다. (당시 한국에는 아이폰조차 출시되지 않았던 시점이라 세카이카메라가 별로 화제가 안됐던 것 같다.)
돈치넷은 추가 투자도 받고, 이 AR소셜태깅기술을 활용해 AR플랫폼을 만드려고 했으나 결국 2014년 1월 서비스를 접었다.
AR기술을 스마트폰을 통해서 열어젖히는데는 성공했으나 사람들이 매일 세상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추며 정보를 찾게 하는 생활필수앱으로 만드는데는 실패했다는 해석이었다. 꼭 혁신적인 기술로 시작했다고 그대로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쨌든 일본의 이 스타트업은 2008년말 당시 정말 창의적인 발상과 실행으로 세계IT업계의 주목을 받는데 성공했었다. 그때 2009년말 일본의 IT컨퍼런스에 간 일이 있는데 일본IT업계사람들이 어깨를 조금 으쓱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에 비해 요즘 언론에 나오는 올레캐치캐치게임이나 세계 첫 MP3플레이어라는 새한MP맨은 조금 일찍 나왔는지는 모르나 한국에서도 써본 사람이 거의 없고 외국에서는 아예 아무도 모른다. 전혀 화제가 되지 못했다. 싸이월드도 사실 마찬가지다. 무척 앞선 서비스이긴 하지만 외국에서는 IT업계인중에서도 SNS의 역사를 연구한 정도의 사람이 아니면 전혀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세계인들이 감탄할 정도의 화제를 일으킨 창의적이고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냈는데 그것을 살리지 못했다면 우리가 IT선발주자이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고 한탄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적어봤다.
진짜 지금 한탄해야 하는 것은 일본이다. 일본은 AR기술을 스마트폰에 가장 먼저 적용한 세카이카메라라는 제품을 2008년에 내놨고,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강력한 캐릭터인 포켓몬이라는 IP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은 세계적인 게임대국이다. 포켓몬GO는 일본에서 이미 나왔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정작 이 두 가지를 연결해 글로벌 메가히트상품으로 만들어낸 것은 구글에서 스핀오프한 작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나이앤틱이었다.
작은 장난 같은 아이디어라도 잘 받아주고 키워내는 구글의 문화, 일단 하기로 했으면 빠르게 밀어붙이는 구글과 닌텐도의 대기업 답지 않은 의사결정과 실행력, 구글의 임원이라는 안정적인 자리를 떠나 재창업에 도전하는 창업가의 열정,그런 도전을 믿고 안정된 회사를 그만두고 스타트업으로 따라가는 구글의 인재들, 이런 도전을 밀어주는 실리콘밸리의 자본 생태계 등이 포켓몬GO의 성공의 요인이다.
한국과 일본의 기업생태계가 따라잡기 힘든 실리콘밸리생태계의 장점이 잘 보이는 사례인 것이다. 우리가 선진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이런 문화와 생태계를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관련 포스팅 포켓몬GO의 탄생비화와 그 교훈)
그리고 생각해보면 포켓몬GO의 성공에서 미국이나 일본정부의 역할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민간에서 알아서 잘 해서 이런 성공이 나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포켓몬GO같은 게임이 한국에서 나오지 못한 것을 가지고 또 정부의 부실한 지원책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핀트가 좀 어긋났다는 생각도 든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8월 20일 at 9:29 pm

[라이코스 이야기 24] M&A가 활발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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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캠퍼스서울 임정민총괄이 최근 쓴 “한국의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엑싯하나”라는 블로그글을 읽었다. 벤처투자자가 스타트업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는 것을 엑싯이라고 하는데 보통 주식시장상장(IPO)이나 회사매각(M&A)의 방법의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IPO나 M&A 모두 쉽지 않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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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스타트업 엑싯 유형 비교 (출처: 임정민총괄 블로그)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며 놀란 것은 미국의 경우 스타트업엑싯방법의 80%가 M&A인데 반해서 한국은 2%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IPO나 M&A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은 장외시장 등에서의 구주거래로 자금회수가 이뤄진다고 한다. 벤처투자자가 이렇게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우니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지 않았던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나는 2009년부터 3년간 미국에서 인터넷포털인 라이코스CEO로 일했다. 당시 미국업계의 활발한 M&A활동에 대해서 감탄한 경험이 있다. 라이코스가 운영하는 인터넷홈페이지서비스나 게임포털서비스를 인수하고 싶다는 제안을 여러번에 걸쳐서 받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홈페이지퍼블리싱 서비스업계의 경쟁업체(Webs.com)에게 연락이 왔다. 비슷한 성향의 고객을 가지고 있는 라이코스의 홈페이지 서비스(Tripod.com, Angelfire.com)를 인수해서 스케일을 키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딜이 성사되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 인수제안을 했던 회사는 2년뒤 더 큰 업계회사(Vistaprint)에 1천억원이 넘는 금액에 팔렸다. (그 인수제안의 당사자였던 Webs.com의 공동창업자 셜빈 피시바는 회사를 매각한 돈을 종자돈으로 우버에 투자해 성공, 이제는 실리콘밸리의 거물투자자가 됐다. 선순환을 만든 것이다.)

 게임포털인 게임빌닷컴을 인수하고 싶다고 연락온 곳은 뉴욕의 작은 부띠크펌을 운영하는 젊은 흑인이었다. 어떤 큰 대기업이 작은 게임회사인수가 필요해서 찾고 있는데 자신이 그 프로젝트를 의뢰받았다는 것이다. 우리 게임포털이 그 대기업의 인수타겟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해서 그 대기업에 제안해보겠다는 것이었다. 우리 같이 작은 서비스를 어떻게 알고 연락했냐고 했더니 인터넷시장조사데이터를 분석해서 우리 게임서비스의 지표가 최근에 좋아지고 있는 것을 알아채고 연락했다는 것이다. 전문적으로 이렇게 M&A를 도와주는 회사들이 있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란 기억이 있다.

2011년에 결국 라이코스를 인도의 와이브랜트에 매각하게 된 계기도 야후출신 M&A브로커인 벤의 방문덕분이었다. 미국에서 인수할만한 회사를 찾아달라는 와이브랜트의 요청을 받고 벤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 많은 회사들을 방문해 인터뷰를 가진 뒤 라이코스를 추천했던 것이다. 벤은 인수협상과정까지 같이 참여해서 진행하고 커미션을 챙겼다.

내가 라이코스CEO로 부임하기 전에도 라이코스는 Quote.com, Wired.com이라는 두 개의 서비스를 각각 약 3백억원, 2백50억원에 매각한 일이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미국에서는 M&A가 대단히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어느 정도만 괜찮은 밸류를 가진 회사를 만들어내면 누군가 사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탈출구(?)가 있다는 것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그럼 이들은 왜 이렇게 M&A에 적극적일까? 미국기업에게 있어 M&A는 빠른 기업성장을 위한 중요한 방법이다. 자신에게 부족한 역량을 빠르게 채울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하다. 워낙 M&A가 일상화되어 있다보니 뭔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직접 개발하기 보다는 시장을 조사하고 관련된 회사 인수에 즉각 나서는 것이 미국의 기업들이다. 그 덕분에 실력있는 스타트업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생기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스타트업을 해도 인수제안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대기업이 비슷한 아이템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다행이다. 설사 회사 매각을 하고 싶어도 관련되서 도움을 받고 협상과정을 도와주는 인수전문 프로페셔널회사가 별로 없다. 인수제안이 있어도 거의 다 헐값이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작은 기업이 그동안 쌓아온 무형의 가치에 댓가를 지불하는데 극히 인색하다. 기업정보가 투명하게 나오지 않는 불신사회다 보니 인수회사도 피인수회사의 정보를 믿지 않는다. 외국회사들에게 배타적이며 영어로 제공하는 정보도 부족하고 의사소통도 잘 되지 않다보니 외국회사들도 한국회사를 인수하는 것을 꺼린다. 기업간에 인수경쟁이 없으니 인수가가 올라갈 이유가 없다. 더 M&A기회가 적어진다.

이렇다 보니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투자도 많이 되고 있다고 하지만 스타트업엑싯은 극히 드물다. 특히 올해(2016년) 들어서 아직까지 내 기억에 단 한건의 의미있는 테크 스타트업 IPO나 M&A가 없다. 정말 우려할 일이다.

M&A활성화를 위해 법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인수기업에 각종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우선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빠른 성장을 위해서 외부의 혁신을 적극적으로 제값을 주고 받아들이는 문화가 되야 한다.

결국 M&A을 잘하는 회사가 글로벌기업이 된다. 구글이 창사이래 지금까지 행한 주요 M&A는 거의 2백회가 된다. 물론 실패한 경우가 더 많았겠지만 그중 안드로이드와 유튜브가 나왔다. 안드로이드와 유튜브가 없었다면 지금의 구글은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여전히 잘나가는 회사였겠지만 애플이나 페이스북과 휠씬 더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외부혁신을 사들여서 빠르게 본체에 붙이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실리콘밸리회사들이 글로벌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것이다. 한국기업들도 변해야 된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8월 10일 at 10:4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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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서 뜨고 있는 오토테크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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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내용과 관련해서 8월11일 목요일 오후 5시에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오토테크 미니 컨퍼런스를 개최합니다. 제가 요즘 오토테크 트렌드에 대해서 발표하고 카페인, 팝콘사, 지오라인, 볼트마이크로 등 오토테크스타트업들이 소개세션을 갖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참석신청페이지 링크. http://onoffmix.com/event/75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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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7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한 테슬라의 자율주행(Autopilot)모드중 일어난 첫번째 인명사고로 시끄럽다. 테슬라 오너인 조슈아 브라운이 자율주행모드에서 트럭트레일러와 충돌해 사망한 사고로 지난해 10월 공개한 이후 찬사를 받던 테슬라의 자율주행기능이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아직 멀었고 자율주행차 기술개발이 큰 도전에 직면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편 오히려 이런 사고가 자율주행차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 기술 발전과 관련 제도 정비가 가속화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아이티클 최완기대표는 “이런 사고들을 통해 자율주행차기술이 더 보완되고 발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CB인사이츠오토테크도표
[사진설명 – 급증하고 있는 오토테크 스타트업들을 정리한 CB인사이츠의 그래픽]
사실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는 ‘오토테크’다.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차량공유, 디지털지도 등 각종 첨단 자동차 관련 기술에 실리콘밸리투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기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자동차가 점점 전자제품화되고 있고 센서와 소프트웨어를 보강해서 자동차가 움직이는 인공지능 컴퓨터 로봇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첨단기능을 맞보기 위해서 꼭 새로운 첨단 고급자동차를 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앱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사고를 예방하면서 자동차운행을 보다 똑똑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자동차에 센서와 컴퓨터장치 등을 추가로 장착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자율주행차로 개조할 수 있는 애프터마켓 키트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회사들은 자동차가 완전자율주행으로 가는 과도기에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운전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인간의 운전부담을 줄여주고 교통시스템을 효율화한다. 이런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주목받는 해외 스타트업회사들을 소개한다.
넥사앱
[넥사의 스마트폰앱. 주위 차량의 사고 이력 조회를 해준다. 사진출처 넥사]
넥사라는 이스라엘스타트업은 차량용 블랙박스카메라를 대체하는 스마트폰용앱을 개발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앱은 인공지능 블랙박스라고 할 수 있다. 앞에 가는 자동차들중 부주의한 운전을 하는 차를 발견하면 차번호를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한다. 데이터를 wifi로 회사서버로 전송한다. 이미 7백만대의 주행정보가 입력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위험한 차가 근처에 보이면 경고해준다. 또 사고가 많이 나는 지역이나 도로지점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미리 운전자에게 경고해 준다.
안전운전스마트폰센서들-우버
[우버앱은 GPS, 가속기센서, 자이로스코프 등의 스마트폰 센서를 통해 우버운전사의 안전운전이력을 감지해 보여준다. 사진출처 우버]
우버안전운전점수
우버는 최근 업그레이드를 통해 우버운전사의 운전스타일을 모니터링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즉, 스마트폰 우버앱을 통해서 운전사의 주행속도와 가속이나 브레이크패턴을 측정해 얼마나 안전하게 운전하는지를 보여주도록 했다. 매번 주행중 얼마나 자주 급가속을 하거나 급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알 수 있다. 또 스마트폰의 자이로스코프센서를 통해서 주행중에 운전사가 문자 등을 보내기 위해서 전화를 움직이는 것도 확인해 경고를 보낸다. 너무 지나치게 쉬지 않고 오래 운전하면 쉬라고 경고메시지를 보낸다. 이런 방식으로 매번 운행시마다 안전운전기록을 보여줘 우버의 1백만명의 운전사들이 안전운전을 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도 이런 시도가 이뤄진다. SK텔레콤은 T맵 최신 버전에 주행이력을 바탕으로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안전습관’기능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2013년 구글이 약 1조원을 들여 인수한 내비게이션앱 웨이즈도 최근 흥미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웨이즈 이용자중 실리콘밸리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을 매칭시켜 주는 웨이즈 카풀서비스의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것이다. 이미 카풀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우버, 리프트 등과 경쟁을 시작한 셈이다. 한편 브라질에서는 웨이즈에 주소를 잘못 입력해서 범죄율이 높은 지역으로 들어갔다가 살해당한 여성의 사례도 나왔다. 그래서 웨이즈는 범죄율이 높은 지역으로 운전해 들어갈 때에는 경고로 알려주는 기능을 탑재하기로 했다.
크루즈오토매이션자율주행키트장착아우디
크루즈오토매이션자율주행센서
[크루즈 오토메이션의 자율주행키트를 장착한 아우디자동차. 사진출처 크루즈 오토메이션]
기존 자동차를 해킹(?)해서 자율주행자동차로 바꾸겠다는 도전을 하는 스타트업들도 있다. 이들은 기존 자동차에 센서와 컴퓨터키트를 붙여서 비교적 값싸게 자동운전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얼핏 들으면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과소평가할 수 없다. 이런 스타트업을 대기업이 거액에 인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우디자동차를 자율주행차로 개조하는 3천5백불짜리 키트를 개발한 크루즈 오토메이션이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GM이 지난 3월에 인수했다. 인수가는 약 7억불정도였다. 겨우 40명정도의 3년된 작은 스타트업을 인수하는데 한화로 7~8천억원을 지불한 셈이다. 자율운행기술을 빠르게 향상시키기 위해 GM은 이런 거액의 딜을 감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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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오토메이션은 GM인수후 쉐보레 볼트에 자사의 자율주행기술을 적용해 샌프란시스코에서 테스트중이다.
콤마아이자율주행테스트차
[콤마아이의 자율주행키트를 장착한 어큐라자동차. 사진출처 콤마아이]
콤마아이라는 스타트업은 한술 더 뜬다. 어큐라 자동차에 장착하면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는 1천불짜리 키트를 개발중이다. 이 회사는 쇼퍼(Chffr)라는 스마트폰앱을 통해서 사용자들의 운전패턴 데이터를 흡수해 자율주행기능을 더 향상시킨다는 전략이다. 위에 소개한 넥사처럼 차량블랙박스앱으로 작동하면서 운전중 주위 데이터를 수집함과 동시에 우버앱처럼 운전자의 주행속도, 가속 및 브레이크패턴을 통해 운전습관을 분석해 차량의 자율주행기능이 향상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콤마아이를 창업한 조지 호츠는 2007년 아이폰을 첫번째로 해킹한 경력이 있는 천재개발자다.
Otto자율주행트럭
[자율주행트럭키트를 개발중인 스타트업 Otto의 트럭. 사진출처 Otto]
구글의 자율주행차프로젝트에서 핵심역할을 담당했던 앤서니 리반도우스키와 테슬라와 애플엔지니어 등이 모여서 만든 오토(Otto)라는 스타트업은 기존 대형트럭을 자율주행차로 만들어주는 애프터마켓 키트를 개발중이다. 트럭운전사들이 고속도로에서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운전대나 액셀, 브레이크페달없이 주행하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죽스(Zoox)라는 스타트업은 미국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까지 총 2천3백억원의 자금을 투자받았다. 이런 식으로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밸리에는 속속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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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도움이 전혀 없이 운행하는 완전자율주행차는 언제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 수준으로 가는 단계에서 자동차주행을 더욱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각종 기술은 나날히 발전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앱을 통해서 수집되는 각종 데이터가 첨단기술없이 스마트폰에 의존해 운전하는 자동차 운전자들의 안전까지 확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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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는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의 기술기반 스타트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자율주행관련 센서기술은 모빌아이라는 이스라엘기업이 앞서 있으며 최근 BMW, 인텔과 협업해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테슬라도 이 모빌아이의 센서를 쓴다. 원래 그래픽카드칩으로 유명한 엔비디아도 맹렬하게 자동차용 자율주행칩을 개발중이다.
특히 구글, 테슬라, 애플 등에서 자율주행이나 디지털지도관련해서 일하던 핵심인력들이 빠져나와 속속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트렌드에 주목할만 하다. 이런 스타트업에 실리콘밸리VC들이 거액을 투자하고 GM 등 대기업이 더 큰 금액에 인수하는 선순환이 시작됐다. 이런 변화는 완성차판매이후에 또 큰 시장을 형성하는 애프터마켓시장에서 또 큰 변화를 초래할 조짐이다.
반면 한국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규제로 인해 우버 등 승차공유, 카풀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고 주행관련 데이터분석도 쉽지 않다. 자율주행분야 관련해서도 차량 센서 분야도 취약하며 관련 법령도 정비되어 있지 못하다. 관련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도 거의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급변하는 전세계 자동차산업 트렌드에서 한국은 외톨이가 될 수 있다. 이런 변화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8월 5일 at 4:04 pm

포켓몬GO의 탄생비화와 그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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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휴가로 미국에 다녀왔는데 마침 샌프란시스코로 입국한 7월6일이 포켓몬GO가 발표되는 날이었다. 미국을 뒤흔든 포켓몬GO광풍을 그대로 실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런 혁신적인 게임이 나올 수 있었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 포브스지 기사를 인상깊게 읽었다. 포켓몬GO를 만든 나이앤틱랩스가 1년전까지만해도 구글의 사내벤처였고 계속 존속될지 생사의 기로에 섰었다는 내용이다. 워낙 흥미롭고 우리에게 시사점도 있어서 그 내용을 가볍게 메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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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행키 나이앤틱랩스CEO의 트위터사진.

나이앤틱랩스 CEO인 존 행키는 텍사스 시골출신이다. 그는 텍사스주립대를 졸업하고 90년대중반 UC버클리 하스스쿨에서 MBA과정을 밟았다. 여기서 만난 클래스메이트의 3D롤플레잉게임을 만드는 스타트업에 합류하면서 그의 창업여정이 시작됐다. 그는 2000년 공동창업한 키홀을 2004년에 구글에 3천5백만불에 매각하면서 구글에 조인한다.

구글을 몇달만 다니다 바로 떠날 줄 알았던 그는 예상과 달리 10년넘게 구글에서 일하게 된다. 구글어스와 구글맵 개발 등을 지휘했던 그는 2010년에 구글 샌프란시스코오피스에서 구글의 비밀게임조직을 만들고 나이앤틱랩스라고 이름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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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위치기반 모바일게임인 잉그레스를 2012년말에 발표했다. 이 게임은 전세계에서 열렬한 사용자층을 형성하는 등 어느 정도 성과는 냈지만 큰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정도였다.

2014년 봄 행키는 위치기반게임에 잘 알려진 캐릭터들을 조합해 만들어보는 것을 꿈꾸기 시작했다. 마리오나 돈킹콩 같은 캐릭터를 생각했는데 브레인스토밍과정에서 포켓몬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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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소프트웨어엔지니어로서 포켓몬 만우절장난 프로젝트를 생각해내고 실행한 노무라 테츠오상. (사진출처: 그의 링크드인)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우연히도 구글맵부문에서 일하는 일본인 소프트웨어엔지니어 노무라 테츠오라는 사람이 나이앤틱랩스와는 전혀 상관없이 흥미로운 일을 꾸미고 있었다. 만우절장난프로젝트용으로 구글맵에서 포켓몬을 사냥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구글은 매년 말도 안되는 황당한 만우절 장난프로젝트를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공개하는 전통이 있다.) 그는 친구를 통해서 포켓몬컴퍼니를 소개받아 미팅을 가졌다. 마침 편리하게도 구글재팬과 포켓몬컴퍼니는 사무실이 롯퐁기힐스 같은 빌딩내에 있기도 했다. “포켓몬CEO는 이 딜을 바로 마음에 들어했고 별다른 협상없이 일이 진행됐다”는 것이 노무라의 이야기다.

이 포켓몬챌린지 만우절장난비디오는 1천9백만뷰를 기록할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행키는 이것을 보고 노무라에게 포켓몬컴퍼니와 미팅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했다. 행키는 포켓몬컴퍼니가 모바일게임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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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컴퍼니CEO인 이시하라 츠네카츠. 사진 출처 포켓몬 위키.

2014년 5월 행키는 포켓몬 CEO인 이시하라 츠네카츠씨와 통역을 대동하고 미팅을 가졌다. 그런데 열렬한 인그레스 플레이어인 이시하라는 포켓몬을 이용한 위치기반게임의 가능성을 바로 이해했고 닌텐도CEO 고 이와타 사토루씨의 허락을 받아줬다. 행키는 덕분에 그해 여름부터 포켓몬 게임제작에 들어갔다.

한편 구글안에서 나이앤틱랩스의 위치는 갈수록 애매해졌다. 구글은 회사조직을 알파벳체제로 재편중이었는데 나이앤틱은 안드로이드그룹으로 통합되는 얘기가 나왔다. 행키는 관료적인 거대조직안으로 다시 들어가는데는 흥미가 없었고 독립회사로 스핀오프하는 것을 제안해 허락을 얻어냈다. 그리고 외부VC들에게 투자를 받으러 다녔다. 기업가치를 1억5천만불로 투자를 받으러 다녔는데 포켓몬 프로젝트 이야기를 공개하지 않은 행키에게 VC들은 너무 과한 밸류에이션이라고 투자를 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히 그럴 것이었다.) 하지만 행키는 결국 구글, 닌텐도, 포켓몬컴퍼니로부터 오히려 당초 계획보다 더 높은 1억7천5백만불의 밸류에이션으로 3천5백만불을 투자받는데 성공한다.

알파벳Inc이 정식으로 설립된 2015년 10월에 나이앤틱랩스도 정식으로 분사했다. 처음 포켓몬 만우절 장난 아이디어를 냈던 노무라 테츠오상도 이때 구글을 떠나 나이앤틱에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로 조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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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흥미로운 스토리에서 내가 감탄한 몇가지 점들.

만우절장난 아이디어에서 포케몬GO가 탄생했다. 이런 장난질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구글의 일본인엔지니어 덕분에 포켓몬이 쉽게 나이앤틱에 연결됐다. 직원의 다양성이 중요하다. 보수적인 일본회사와 처음 연락하고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데 노무라라는 구글직원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것 같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직원들이 많은 실리콘밸리기업들이 글로벌진출도 수월하게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시하라 포켓몬 CEO가 선뜻 구글의 만우절장난프로젝트나 나이앤틱에게 포켓몬캐릭터를 쓸 수 있도록 허락했다. 59세의 이시하라상이 열렬한 인그레스유저였다는 점이 놀랍다. 이런 나이 많은 고위임원들도 playful하고 말랑말랑한 마인드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즐겨보는 것이 중요하다. 포켓몬CEO가 인그레스게임을 안해봤다면 이렇게 쉽게 허락을 해줬을까.

외부 투자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존 행키는 분사를 택했다. 대기업 구글이 주는 안락함을 던져버린 것이다. 5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다시 스타트업창업에 나선 것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업가기질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기꺼이 분사를 허락해준 구글과 거의 2천억원이라는 큰 밸류에이션에 같이 투자를 해준 구글, 닌텐도, 포켓몬컴퍼니가 놀랍다. 존 행키가 외부 유명VC투자를 받아오지 못했음에도 믿고 거액을 투자해줬다.

구글이야 그렇다고 쳐도 보수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본회사들이 이렇게 유연하게 움직였다는 것이 놀랍다. 대기업의 내부 혁신이 어려운 시대에 어떻게 하면 조직내부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제품을 키우고 잘 살려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인 것 같다.

2천억원의 기업가치로 분사한 나이앤틱의 포켓몬GO는 지금 하루에 6백만불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5~6조원정도로 얘기되고 있다. 물론 이 포켓몬GO의 열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게임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찍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8월 4일 at 9:37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