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식 교통혁명에 완전히 뒤쳐진 대한민국
최근 몇년간 전세계 곳곳으로 출장을 다니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자가용을 몰고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들의 이동방식이 크게 바뀔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자가용을 타고 다닌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위시로 많은 사람들이 그냥 스마트폰으로 차를 불러서 타고 다니기 시작한다. 직접 자동차를 몰지도 않는다. 심지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지도 않는다. 차를 소유할 필요도 없어진다. 스마트폰으로 차를 불러서 이용하는 것이 너무 편하고, 심지어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싼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요금은 계속 내려간다.
최근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트랜스링크 캐피털코리아 허진호대표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우버에서 기본 설정이 UberX에서 UberPool로 변경되었는데, 신경 안 쓰고 신청하다 보니 거의 UberPool을 타고 다녔다. 예전 우리의 ‘택시 합승’인 셈인데, 실제로는 intelligent routing으로 추가로 걸리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정.말. 싸.다.
SF 다운타운에서 팔로알토까지 최저 17불, 최고 40불. 50km가 넘는 거리를 고려하면, 최저 가격의 경우 우리나라 택시와 비슷한 수준. 이제는 rhetoric이 아니라 economically도 ‘차를 팔고 우버만으로도 살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고 본다. 실질적인 ‘사회적 혁신’이 가능해지는 티핑 포인트를 넘어 섰다는 생각. 20여년 SF 출장 다니면서 온전히 렌터카 없이 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처럼 우버가 시작한 교통혁명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하루 수백만명이 전세계에서 우버를 이용하면서 본격적인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묶어서 움직이면서 이용가격을 계속 낮춘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니 더욱 많은 사람들이 우버드라이버로 참여해 네트워크효과는 더욱 커져간다.
이처럼 우버가 시작한 교통혁명이 세계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남는 차량을 나눠서 탄다는 의미로 이런 서비스를 승차공유(Ridesharing)서비스라고 한다.
그리고 각 지역마다 우버와 경쟁하는 로컬의 강자들이 있다. 미국의 리프트, 비아, 중국의 디디추싱, 동남아시아의 그랩, 인도의 올라, 유럽의 블라블라카, 라틴아메리카의 캐비파이 등이 지역강자들이다. 이런 서비스에는 속속 거액이 투자되고 있다. 우버는 벌써 10조원가까이 투자받았다. 리프트에는 GM이 6천억을 투자했다. 5월중순 애플이 중국의 디디추싱에 10억불을 투자한다는 뉴스가 나왔고 또 5월말에는 토요타가 우버에 투자했고, 폭스바겐도 Gett에 3억불을 투자했다는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Bloomberg TV

이런 뉴스를 보고 포브스 기자인 브라이언 솔로몬은 이런 트윗을 하기도 했다. 승차공유서비스와 자동차회사의 커플이 거의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계속 새로운 회사들이 이 분야에 쏟아져 나온다. 예를 들어 모바일메신저 바이버를 일본의 라쿠텐에 1조원에 매각한 이스라엘 창업가 탈몬 마르코는 주노(Juno)라는 승차공유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곧 뉴욕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처럼 전세계 곳곳에서 승차공유서비스가 생겨나 무서운 속도로 성장중인데 한국만 엄격한 규제로 인해 진공상태다. 콜버스 등 비슷한 서비스를 해보려는 스타트업들은 각종 규제와 기존 업계의 반발로 고전하고 있다.
위기에 처한 국가기간산업인 조선, 해운산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어서 지원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승차공유 비즈니스도 미래산업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웬만하면 규제를 풀고 허용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대로 몇년동안 글로벌 공룡 서비스들이 이 분야에서 다 자리를 잡고 나면 새로운 한국업체가 끼여 들어갈 틈도 없어질지 모른다.
한국에는 우버 같은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르는 정도의 단순한 비즈니스라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심지어 한 컴공과교수분은 “내 제자들을 겨우 그런 회사에 보낼 수 없다. 우버가 어떤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도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들 온디맨드 카 업체들은 결국 근미래에 인공지능 로봇 자동차를 굴릴 플랫폼을 장악해가는 회사들이라고 말이다. 안드로이드를 만든 앤디 루빈은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반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될 진정한 의미의 AI 기기는 ‘자율 주행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결국 자동차는 인류가 일상속에서 가장 빈번하게 이용하게 될 인공지능 로봇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매일 전세계에서 수백, 수천만명을 실어나르는 플랫폼을 가진 이들 승차공유 업체들이 이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데 있어 최적의 기반을 가진 회사가 될 것이다.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데 필요한 고객과 운행 이력, 실시간 교통정보, 디지털 지도 등 관련 데이터를 이미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우버는 카네기멜론대의 인공지능연구소 인력을 대거 흡수해가서 독자적으로 무인자동차를 개발중이다. 우버의 계획대로라면 우버는 5년뒤, 10년뒤 하루에 몇억명이 넘는 사람을 이동시키는 운송 플랫폼이 될지도 모른다.

우버가 피츠버그시에서 가동중인 자율주행차 (Photo by Uber)
정부는 알파고 충격에 인공지능을 국가전략사업으로 설정한다고 했다.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하고 5년간 1조원을 투자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가장 중요한 인공지능 플랫폼을 가진 회사들이 한국에서 나올 수가 없는데 말이다. 우버의 대항마가 될만한 회사가 한국에도 있었다면 이미 현대차가 투자하고 제휴했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에는 그런 회사가 없다. 카카오조차도 규제 때문에 카카오택시플랫폼을 성장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승차공유 분야에서 한국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나올 수 있도록 스타트업들을 그냥 놔두었으면 좋겠다. 카카오든 콜버스든 마음껏 뭔가 만들어 볼 수 있도록, 그리고 힘을 키워서 다른 나라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가만 좀 놔두자. 다행히 최근에 통근 카풀서비스를 제공하는 풀러스, 공항승차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벅시 , 택시 빈자리 공유서비스 캐빗 등 새로운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이들 회사 창업자들을 만나서 얘기해보면 제일 걱정하는 것이 항상 ‘규제’다. 승차공유서비스도 미래산업이라고 생각하고 키우는 방향으로 규제가 완화되길 기대한다. 제발 좀 스타트업들을 그냥 놔두자.
에스티마님, 시의적절한 의미있는 포스팅 고맙습니다. 플랫폼을 여러 가지로 정의하지만 저는 간단히 놀이터(playground)가 아닐까 싶습니다. 새로운 놀이를 개발하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 함께 뛰노는 공간. 그 만큼 규제 없이 맘 놓고 하고픈 일을 다 해볼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이 세계를 무대로 맘껏 뛰노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popntalk
2016년 5월 30일 at 9:32 am
네 제가 좀 오버해서 쓴 측면도 있는데요. 답답해서 그랬습니다. 감사합니다. ^^
estima7
2016년 5월 30일 at 9:35 am
[…] with 2 comments […]
우버식 교통혁명에 완전히 뒤쳐진 대한민국 | 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EstimaStory.com
2016년 5월 30일 at 2:18 pm
포브스 기자의 트윗이 재미있으면서도 왠지 모를 위기감이 느껴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Wootaek Oh
2016년 5월 30일 at 2:28 pm
우버와 에어bnb같은 산업도 부정적인 측면이 분명있다는 점을 유의해야할 것 같습니다. 소비자들의 후생이 늘어날 것은 분명합니다만, 라이센스가 제한되어 공급이 수요에 턱없이 부족히고 택시운전자가 고소득직업인 미국과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로 인해 고사되고 피해를 받는 이들이 분명 우리 사회의 약자계층입니다.
본래의 직업이 있는이들(특히 집과 차가 있는 중산층이상)이 해당 서비스를 활용하여 추가소득을 올리는 반면 이로 인해 직업을 잃는 택시운전사 버스운전사 등은 다른 직업이 없습니다. 잉여자산이 있는 이들만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게되어 소득격차가 심해질 것입니가. 이로인해 고용이 줄어들고, 추가소득을 올리는 분들은 최저생계비 정도를 버는 이들보다 소비성향이 작아 이로인한 총수요의 감소도 걱정할만한 일입니다.
게다가 우버와 에어bnb가 기존에 사업자가 부담하던 고정비용과 다른 운영리스크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들에게 전가시키는 측면도 그렇게 바람직한 변화같지는 않습니다.
우버의 무인자동차 개발도 조금 다른 문제인것 같습니다. 우버가 무인자동차를 개발해야할 유인이 더욱 큰 것은 사실이지만 차량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시가 아니라도 무인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습니까? 우버같은 차량공유 서비스를 허가하지 않아서 무인차 개발이 한국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비약인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늘 RSS피드로 에스티마님의 글을 수년째 받아보고있습니다. 택시업계에서 지켜내야할 것이 있듯,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얻어내야할 것이 분명히 있고 그것을 대변하는 에스티마님의 글 늘 잘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미래의 우리 먹거리란 사실도 동의합니다만 이 부분에서는 조금 다른 생각이 있어서 처음로 댓글남깁니다.
김상영
2016년 5월 30일 at 2:59 pm
네. 저도 무조건 이런 서비스를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도 있고 특히 개인택시기사 등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부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해외를 다니면서 보니 이런 서비스들이 등장해서 세상을 바꿔나가는 트렌드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런 서비스들이 고도화되면서 자동차공유를 늘리는 등의 환경을 위해 바람직한 효과도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리고 창업가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경쟁하게 하면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혁신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됐습니다. (아이들만 전문으로 태워주는 서비스나 여성들만을 위한 서비스 등)
문제는 한국에서는 시민편익을 위한 이런 아이디어 서비스를 시도해 보는 것조차 원천봉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5년뒤, 10년뒤에 상당수의 나라들의 교통시스템이 이렇게 혁신적으로 변화되어 있는데 우리만 뒤쳐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때가서 뭐를 해보려고 하면 이미 공룡이 되어 버린 다른 나라의 회사들이 들어와서 시장을 장악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우려스럽습니다. 시장에 충격이 예상되면 조금씩이라도 작은 기업들이 시도해보도록 한 다음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를 만들어가는 것이 나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estima7
2016년 5월 30일 at 10:40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