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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5월 5th, 2016

TIPS의 원형인 이스라엘 TIP에 대한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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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출처 : 팁스홈페이지

더벤처스 호창성대표의 구속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TIPS프로그램은 지난 2013년 시작됐다. 위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초기 스타트업에 민간투자회사가 1억원정도를 투자하면 정부에서 5억원, 경우에 따라 9억원까지 추가로 매칭 투자해주는 방식이다. 투자를 받기 어려운 초기 기술스타트업에 민간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주는 취지다. 지금까지 팁스는 21개 투자파트너사와 함께 157개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나는 외국에서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를 보러온 외국손님들에게 항상 팁스프로그램을 가장 성공적인 한국정부의 스타트업지원프로그램으로 소개해왔다. 실제 스타트업업계에서도 다들 그렇게 이야기한다.

이 프로그램은 사실 이스라엘의 TIP(Technological Incubators Program)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난 막연히 이스라엘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역할을 다해서 끝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문득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보고 그게 아닌 것을 알았다. 이 프로그램은 아직 살아있고 잘 운영되고 있는 듯 싶다.

참고 삼아 이스라엘의 TIP에 대해 아래 메모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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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 이 TIP은 1991년 시작됐다. 91년 2월 걸프워가 끝나고 아무도 이스라엘에 투자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말라버린 기업투자에 씨앗을 뿌리기 위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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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은 이스라엘정부기관인 OCS(오피스 오브 치프 사이언티스트)에서 주관한다. (OCS는 이스라엘 경제부 하부조직으로 국가R&D를 담당한다.)

현재 20개의 인큐베이터가 있다. 이 인큐베이터들 소속으로 160개의 기업이 프로그램에 들어와있다. 인큐베이터 라이센스는 받으면 8년간 유효하다.

프로젝트당 예산은 50만불에서 80만불사이에서 결정된다. 이중 15%를 인큐베이터가 부담하고 나머지 85%는 정부에서 제공한다. 성공할때 되갚으면 된다. 스타트업은 향후 나오는 매출에서 3~5%를 로열티로서 정부에 이자포함 전액을 갚을 때까지 내면 된다. (한국TIPS는 성공시 매출의 일부를 로열티로 내는 방식으로 R&D출연금의 10%까지만 갚으면 된다.)

인큐베이터는 투입예산의 15%만 투자하면 되며 50%까지의 지분을 받을 수 있다. (한국TIPS는 40%까지 지분을 받을 수 있다.)

현재 160개 회사중 40%는 의료기기회사, 8%는 바이오테크 및 약품, 15%는 클린테크, 35%가 ICT다.

91년에서 2013년까지 이스라엘정부는 1900개의 기업에 누적으로 7억3천만불을 투자했다. (대략 8천3백억원정도의 돈으로 한 기업당 4억원정도 투자한 셈.)
이중 2년뒤 졸업한 회사는 1600개. (300곳은 2년안에 문닫았다는 뜻인듯) 그중 60%는 민간투자회사에서 후속투자를 받았다고 한다. (약 960사) 2013년말 졸업한 회사중 35%정도는 아직 살아있다. ( 약 560개사) 어쨌든 지금까지 이들 회사들이 받은 누적민간투자는 40억불이라고.

이 프로그램은 정부가 나서서 위험을 지는 방식으로 매년 70~80개의 새로운 스타트업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OCS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다. 2013년 이후의 데이터는 업데이트가 안되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어쨌든 이스라엘정부로서는 대외적으로 크게 자랑하는 정책이라고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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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5년이나 운영된 프로그램인데 항상 칭찬만을 받는 것은 아닌 듯 싶다. Haaretz라는 이스라엘매체에서 2년쯤전에 “테크인큐베이터 : 이제는 그 역할이 끝난 것인가?“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기사를 썼다. 이 기사의 부제는 “이 정부프로그램은 지난 20년간 스타트업의 산실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대기업과 부유한 투자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지나치게 이용해먹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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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마지막 부분이 흥미로워서 소개해 본다.

The program still suffers the reputation of a refuge for lesser-quality startups. Many suffer from what the industry calls Death Valley — an inability to raise capital after leaving the incubator. According to one startup investor, it’s an open secret that investors shun incubator startups because they use their capital poorly.

이 프로그램은 질이 떨어지는 스타트업의 피난처라는 평판에 아직 시달리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이 인큐베이터를 떠난 뒤 펀딩을 하지 못해 고전한다.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인큐베이터스타트업을 기피한다는 것은 알려진 비밀이다.

중략

In addition, the government lets incubators take too large a percentage of startups’ shares, often between 30% to 50%, says the investor. In most cases they take the maximum. All this dampens an entrepreneur’s incentive to make a company a success, he says.

게다가 정부는 인큐베이터가 스타트업의 지분을 30~50%까지 너무 많이 가져가게 했다. 대부분의 경우 인큐베이터는 최대치를 지분으로 가져간다. 이렇게 하면 창업자가 회사를 성공시킬 동기부여가 안된다.

Critics say another problem is that life for incubator operators is too comfortable. They put up very little of their own money and the government takes most of the risk, making the upside sizable. It’s no wonder so many big companies and wealthy investors want in. There’s a suspicion that big companies use the incubators as an R&D arm at the public’s expense.

또다른 문제는 인큐베이터를 운영하는 것이 너무 쉽다는 것이다. 그들은 약간의 돈만 투자하면 되고 대부분의 위험은 정부가 가져간다. 덕분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 있게 된다. 대기업이나 부유한 투자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기업들의 R&D용 인큐베이터를 공공자금을 들여 지탱해준다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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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읽어보니 중기청이 디자인한 TIPS가 이스라엘 TIP과 아주 유사하다. 이스라엘에서 이 프로그램이 시작될때 인큐베이터가 스타트업 지분의 30~50%까지나 가져갈 수 있도록 한 부분은 좀 놀랍다. 25년전 당시만해도 워낙 투자가 말라있어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이스라엘의 사례를 따라서 그래서 한국에서도 인큐베이터가 40%까지 지분을 가져갈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부분은 좀 다르게 했어도 좋았을텐데.

어쨌든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만들어도 악용하는 경우도 있고 뒷말이 나온다. 하지만 크게 보아 이스라엘 TIP처럼 많은 스타트업들이 탄생하고 민간투자가 활성화되었다면 그 할 일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창성대표의 구속 사건을 계기로 팁스프로그램에 미비한 점이 있으면 보완해 나가면 될 것이다. 사실 어떤 부분이 잘못되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나도 궁금하다. 재판과정을 통해서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팁스프로그램이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를 계속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하고 이스라엘TIP처럼 20년뒤에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사례가 됐으면 한다.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

Update :  2016년 10월7일 호창성대표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조성문님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이 스타트업투자와 팁스프로그램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하 인용.)

팁스 총괄 운영지침에 따르면 운용사에게는 창업팀이 팁스 지원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추천하고 멘토링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호씨 등이 창업팀들에 반드시 팁스에 선정될 것을 약속했다거나 선정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다는 증거가 없으니 이는 직무 범위 내에서 적법한 것. 초기 기업은 정당한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고, 자본금 외 유무형의 지원 서비스 등 다양한 요소가 투자계약 체결에서 고려된다. 이 때문에 해당 벤처 가치를 더 낮게 잡고 적은 액수의 투자금으로 더 많은 지분을 인정받고자 하는 투자자와도 계약체결이 가능하며 팁스 운용지침에도 운용사가 창업팀에 지원하게 될 보육서비스를 고려해 투자 지분을 획득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사건 창업팀들이 대등하게 투자 지분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피고인들에게 협상이 유리했다 하더라도 이는 민간 투자주도형 기술투자를 효율적으로 하려는 팁스의 목적을 위해 제도적으로 허용되는 인센티브를 이용한 것이니 허위 계약서를 토대로 중소기업청을 기망했다고 볼 수 없다. 투자계약서상에 피고인들이 제공한 서비스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혀있지 않은 것은 맞으나 관계자들이 당연히 아는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해서 고려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다. 창업팀 또한 법정에서 피고인들로부터 여러 지원을 받고 있고 만족한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을 통해 지급받을 자격이 없는 창업팀이 지원 범위를 초과한 보조금을 지급받은 근거도 없다.

정말 다행이다. 초기 스타트업에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고 잘 성장하도록 돕는지에 대해 VC들을 비판하는 것은 필요하다. 더구나 그 과정에 보조금으로 정부돈이 들어간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확실한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고 실패할 가능성이 큰 초기스타트업에 큰 위험을 감수하고 현금을 투자하는 벤처투자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처럼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면 안된다. 잘못이 없는 투자자를 사기꾼으로 몰고 감옥까지 집어넣는 일은 이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5월 5일 at 11:20 오후

싱가포르와 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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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세계전기통신연합(ITU)이 개최한 ‘아시아 디지털사회정책 포럼’ 에 초청받아 다녀왔다.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에 대한 소개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인데 항공료, 숙박비 등도 모두 ITU에서 부담해줬다. 덕분에 동남아시아 정부관련인사들에게 한국스타트업생태계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싱가포르와 태국의 스타트업동네도 잠시나마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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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여한 세션 발표와 토론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맨 왼쪽의 보니는 인도네시아 창조경제국 소속 공무원인데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쳤다. 최문기 전미래부장관의 제자라고.

정확히 2년전 싱가포르를 방문한뒤 다시 처음 동남아시아권에 간 것인데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스타트업 바람이 동남아시아에서도 예외 없이 불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2년전과 비교해 크게 확장된 싱가포르의 스타트업 단지

포럼 참석 전에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싱가포르도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앞장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싱가포르를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생태계의 허브로 만들기 위해 예비 창업가와 스타트업 기업 유치를 위한 정책을 적극 펴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유망 스타트업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해외 스타트업 기업들의 아시아 지사를 유치하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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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방문했을때 찍은 블록71 건물 빌딩.

싱가포르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이 ‘블록71’이다. 블록71은 싱가포르국립대 인근에 자리한 스타트업 단지다. 2년 전 이 곳을 방문했을 때는 구로공단처럼 보이는 허름한 공장형 건물에 수많은 스타트업 관련 지원기관이 모여 있었다. 2년 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해 다시 가 봤더니 상전벽해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큰 변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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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71 스타트업단지가 확장되고 있는 모습. 79, 73 건물은 이제 모두 오픈했고 그 옆에 휠씬 더 큰 빌딩을 건설중이다. 사진 출처 TechinAsia.

우선 스타트업 건물이 블록79와 블록73 건물들로 확장됐다. 예전에는 근처에 커피숍이나 식당도 찾기 힘들 정도로 외진 장소였지만 지금은 이 건물들 사이에 거대한 식당가와 공연장까지 들어서 젊은이들로 북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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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건물이 블록 7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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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79뒤에는 거대한 후드코트와 공연장이 생겨서 젊은이들이 밤낮으로 모여든다.

새로 생긴 블록79 건물 3층에는 싱가포르 최대의 협업 공간(코워킹 스페이스)인 배쉬(Bash)가 자리잡고 있었다. BASH는 Building Amazing Startup Here의 약자라고.
싱가포르 정보통신부(IDA) 주도로 지난해 2월 문을 연 700평이 넘는 공간에는 스타트업부트캠프핀테크, 플러그앤플레이, 핀랩 등 수많은 해외 액셀러레이터(육성업체)들이 들어와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었다. 마침 스타트업부트캠프핀테크가 10팀의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을 선발, 3달간의 집중 양성과정을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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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부트캠프 핀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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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쉬의 브루어리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는 모습.

 배쉬의 브루어리(맥주양조장)이라고 부르는 공간에서는 수시로 다양한 스타트업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건물 각 층마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벤처투자회사들이 들어차 있었다. 서울 강남의 테헤란밸리를 능가하는 활기와 역동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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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빌딩 입구마다 각종 행사와 구인광고 등이 빼곡히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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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존 빌딩들옆에 더 넓은 부지에 제2 단계 빌딩이 건설되고 있다.

동남아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랩과 우버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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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는 스마트폰 교통 혁명이 벌어지고 있었다. 특히 말레이시아 출신 스타트업으로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그랩(Grab)이 약진 중이었다. 2011년 말레이시아에서 스마트폰용 앱을 이용해 택시를 부르는 서비스로 출발한 그랩은 우버의 대항마로 성장하고 있다. 택시 호출 서비스로 시작한 그랩은 이제는 ‘우버X’처럼 개인이 보유한 차량을 이용해 택시 영업을 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출퇴근 시 운전자가 같은 방향의 동승자를 저렴한 가격에 태워주는 ‘그랩히치’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싱가포르정부가 그랩이나 우버를 규제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현지에 계신 분에게 했다. 그랬더니 택시 등이 모자라는 것이 사실이어서 그랩, 우버 등을 정부가 묵인하고 있는 것 같다는 대답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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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랩은 말레이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쿠알라룸푸르, 페낭 등 말레이시아 9개 도시에서 활발하게 영업 중이다. 지금까지 1,000억원 이상을 투자받은 그랩은 싱가포르 곳곳에서 거대한 광고판을 통해 공세를 펼치고 있고, 필리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까지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우버와 그랩은 동남아 각국에서 현지 상황에 맞는 ‘우버모토’ ‘그랩바이크’ 등 독특한 서비스를 내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서비스들은 동남아시아 도시들의 심각한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차량 대신 오토바이를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는 서비스다. (방콕에서 한번 써보려고 용감하게 우버모토를 신청했는데 호출한 오토바이가 결국 오지 않아서 써보질 못한 것이 유감이다.)
그랩은 최근 싱가포르에 200명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우버도 싱가포르에 250여명이 근무하는 동남아시아 본사를 개설하고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구글의 싱가포르 거점에는 3천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싱가포르정부의 지원을 받아 대폭 늘리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외국기업을 유치하는데 있어서 싱가포르정부의 능력이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을 했다.

‘스타트업 타일랜드’로 변신하는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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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방문한 시기에 스타트업 타일랜드 행사가 열렸다. 미래부 최양희장관도 참석했다.

태국도 최근 ‘스타트업 타일랜드’를 선언했다. 정부가 5억7천만달러(약 6천500억원)의 창업펀드를 조성, 2년 내 태국의 스타트업 기업을 1만개까지 늘리겠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태국 부총리를 포함한 정부 사절단은 지난달 우리나라를 방문,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등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도 돌아보고 갔다.
태국의 디지털 시장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는 급격하게 이용자가 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보면 가늠해볼 수 있다. 태국의 이동통신업체 DTAC의 앤드류 크발세스 최고전략책임자는 “태국의 스마트폰 이용자 가운데 라인과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100%”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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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DTAC CSO의 발표중 한 슬라이드. 태국인들이 하루에 스마트폰을 쓰는 시간이 평균 7시간에 이르고 그중 라인이나 페이스북을 쓰는 비율이 거의 100%에 이른다고. 스마트폰 중독에 있어 세계최고 수준인 듯 싶다.

지난해 9월 기준 태국 인구 6,700만명 가운데 3,700만명이 매달 페이스북을 사용했다. (지난해말 기준 우리나라의 월간 페이스북 이용자 수 1,600만명의 두 배가 넘는다.) 라인의 태국이용자수는 3,300만이다. 태국인들의 페이스북 평균 이용 시간도 하루 2시간35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페이스북과 라인은 모두 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태국 정부가 나서 스타트업 육성 계획인 스타트업 타일랜드를 선언한 배경이 수긍이 간다. 이렇게 스마트폰을 열심히 쓰는 국민들이 있는데 해외서비스만 쓰니까 아쉽다는 것이다. 토종 태국스타트업이 만든 모바일서비스가 나와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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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스타트업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태국의 첫 번째 스타트업 협업 공간 ‘허바’(Hubba)다. 일반 주택을 개조해 만든 아담한 공간에 수십 명의 창업자들이 모여 자유롭게 일을 하고 있었다. 이곳을 이용하는 태국인과 외국인 비율이 5 대 5다. 일본 벤처투자업체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는 아예 이 곳에 태국지사 사무실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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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바 2층에 있는 태국 스타트업 스토리로그. 맨 오른쪽이 CEO 피포다.

이 곳에 둥지를 튼 태국 스타트업 ‘스토리로그’는 이용자들이 스마트폰 앱으로 이야기를 올리고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창업자 피포는 전세계 스타트업 업계에서 경전처럼 꼽히는 ‘린스타트업’을 읽고 자극을 받아 스토리로그를 시작했다. 그는 통신업체들이 개최하는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고배를 마셨다가 나중에 합격해 초기 투자 자금도 받고 멘토도 소개받았다. 현재 스토리로그는 매달 50만명 이상이 이용한다. 이제 초기 투자를 받은 것을 넘어서 휠씬 더 큰 스타트업에서 추가투자를 받아서 시리즈A단계로 들어간다고 한다. 그의 창업과 성장스토리는 여느 한국스타트업창업자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동남아서 큰 존재감 없는 우리 기업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스타트업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투자를 시작했지만 놀랄 만큼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그랩 같은 교통혁신 서비스와 전자상거래, 핀테크 서비스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 ITU행사에서 가장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던 세션은 의외로 핀테크세션이었다. 질문이 끝도 없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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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전역에서 비즈니스를 확장해가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이통사 Axiata의 발표에서 인상적으로 본 슬라이드다. 크레디트카드는 물론 은행계좌조차 없는 동남아국가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은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장차 금융의 중심이 될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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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웨이브머니 홈페이지. 노르웨이 이통사인 텔레노어와 미얀마 요마은행의 모바일머니 조인트벤처다.

ITU포럼에 참석한 브래드 존스 ‘웨이브머니’ 최고경영자는 “금융 인프라가 낙후돼 국민의 절반 가량이 신용카드도 없고 은행계좌조차 없는 미얀마에서도 최근 모바일 머니가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다”며 핀테크 스타트업이 일으키고 있는 변화의 단면을 보여줬다.
중국과 일본의 자본과 유럽과 미국의 기업들은 이를 보고만 있지 않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동남아의 디지털 경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뛰어들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최근 동남아시아의 아마존으로 통하는 온라인쇼핑몰 ‘라자다’를 약 6,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유럽 통신업체와 호주 은행들도 동남아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영역에서 우리 기업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라인을 한국회사라고 여긴다면 라인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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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열린 라인 타일랜드 미디어데이 행사 모습. 사진출처 라인.

싱가포르와 태국 방콕 곳곳에 있는 일본계 백화점과 일본대기업들의 광고를 보며 일본자본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것도 여전히 실감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동남아시아의 많은 정부와 스타트업들은 앞서있는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와 교류하며 경험을 배울 수 있길 갈망한다. 아직 비어있는 영역이 많은 동남아시아시장에 우리 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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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에 기고했던 글을 보완하고 사진을 더 집어넣어서 포스팅.

Written by estima7

2016년 5월 5일 at 9:13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