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차이나타운의 환치기 송금과 트랜스퍼와이즈
동아일보 4월22일자의 ‘차이나타운 은행 송금실적 ‘0’, 무슨 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등 중국 동포 밀집지역에서 환전소를 이용한 환치기 영업이 기승을 부리면서 금융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전소를 통한 환치기는 송금 기록이 남지 않아 탈세와 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림동 차이나타운에 약 2만명의 중국동포가 거주하고 있지만 대림역인근의 신한은행, 하나은행, 한국SC은행 등의 시중은행지점에서는 위안화송금실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거의 송금수요가 ‘0’에 가깝다. 아무리 환율을 우대해줘도 중국동포들이 은행에서는 은행에서 송금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사설 환전소에서 한다.
대림동 차이나타운에는 10여 개의 환전소가 성업 중이다. 환전소를 통한 송금은 중국동포가 원화를 환전소에 가져가면 환전소가 중국의 중개조직에 연락해 원화만큼의 위안화를 중국동포의 중국계좌에 입금해주는 식이다. 이른바 불법 환치기다.
그럼 왜 은행대신 환전소를 통해 환치기를 할까?
중국동포가 환전소에서 송금하는 이유는 쉽고 빨라서다. 은행에서 중국으로 돈을 보내면 이틀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환전소를 통하면 30분 내에 송금이 끝난다. 수수료도 은행의 3분의 1 수준이다. 소액 환전만으로 점포 운영이 어려워진 환전소들도 추가 수수료 수입을 올릴 수 있는 환치기 영업에 매력을 느낀다.
여기까지 읽고 든 생각은 “여기에 핀테크의 기회가 있다!”는 것이었다. 바로 위와 같은 이유로 영국을 대표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인 트랜스퍼와이즈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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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출신으로 영국 런던에서 일하던 타밧과 크리스토는 비싼 환전수수료때문에 불만이 많았다. 에스토니아에서 나온 인터넷전화서비스인 스카이프의 첫번째 직원이었던 타밧은 런던에 파견되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월급은 에스토니아에서 유로로 받았기 때문에 런던에서의 생활을 위해 매번 돈을 파운드로 환전해 런던으로 송금받았다. 반면 런던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던 크리스토는 매달 에스토니아에서 구입한 주택의 할부금을 갚기 위해 런던에서 파운드로 받은 월급을 유로로 환전해 에스토니아로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은행의 불편한 송금절차와 송금금액의 거의 5%에 이르는 비싼 수수료에 신음했다. 그러다가 서로 알게 된 그들은 자신들이 서로 돈을 교환하면 송금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타밧은 에스토니아에서 크리스토의 주택할부금을 유로로 대신 내주고 크리스토는 그만큼의 돈을 런던에서 타밧에게 파운드로 주면 송금수수료를 전혀 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한국에서는 ‘환치기’라고 한다.) 이들은 이것을 자기들이 개인적으로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업아이템으로 해서 스타트업을 창업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2011년 트랜스퍼와이즈를 창업했다. 웹과 모바일에서 쉽게 송금이 가능하며 송금수수료는 기존 은행들의 10분지 1 수준이라는 것을 내세웠다. 이 회사는 버진그룹 리처드 브랜슨 회장과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의 투자를 받았으며 현재까지 6조원이 넘는 돈을 누적송금했으며 1천억원정도의 펀딩을 받았다. 영국의 금융규제기관인 FCA의 라이센스도 받았다. 송금 거래내역도 다 기록으로 남는다.
이들은 광고도 공격적이다. 런던시내의 위와 같은 가두 광고에서 “당신이 거래하는 은행은 국제송금에서 몰래 바가지를 씌우고 있습니다. 당신은 속고 있습니다. 당신은 백주강도를 당하는 셈입니다. 다음부터는 트랜스퍼와이즈를 이용해 90%의 수수료를 절약하십시오”라는 식으로 마케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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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에서는 이것이 불법이다.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대림동에 사는 중국동포들이 은행을 외면하고 모두 이런 환치기 환전소를 이용하는데도 말이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이제는 외국환거래법이라는 법률을 좀 손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한데 동아일보의 기사는 이렇게 끝이 난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환전소의 환치기 영업이 워낙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어 단속이 쉽지는 않다고 밝혔다. 중국동포가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환전소를 이용하는 등 ‘생계형 송금’ 수요도 많아 환치기 영업을 아예 뿌리 뽑기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국동포가 송금 업무를 은행을 통해 하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환전소의 불법 영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과연 교육을 강화하고 환전소를 더 감시하면 해결될 일인가? 오히려 저렴하고 편리하게 돈을 송금하길 원하는 중국동포들을 위한 국제송금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스타트업을 활성화시켜서 양성화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수많은 국제송금 핀테크스타트업들이 나와 성업중인 영국에는 아지모(Azimo)라는 회사가 있다. 위 홍보비디오를 보면 나오는데 타겟고객은 영국으로 와서 일하는 터키,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의 외국인노동자들이다. 한푼이 아쉬운 노동자들이 본국의 가족에게 소액송금을 할때 모바일로 쉽게, 저렴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한국에 나와있는 중국동포들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려고 하는 생계형 송금인데 외환관리법을 완화해서 이런 핀테크형 송금을 양성화해야 하지 않을까.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사회구석구석에서 불편을 겪고 있는 이런 금융약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틈새형 핀테크가 한국에 필요하다.
보통 이런 곳에 댓글 안쓰는데요. 정말 궁금해서 여쭙니다. “금융약자”의 개념과 정의는 무엇인가요? 쓰신글로 보건대 금융약자=일반적인 사회적 약자의 하위 개념같은데, 사회적 약자이면서 금융약자가 아닌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해외 가족에게 송금할 니즈가 없는 사람들인가요?
제임스 본드
2015년 4월 24일 at 1:18 pm
그냥 생각나는대로 쓴 말인데 너무 의미를 부여하실 필요는… 쓸때의 느낌은 말씀대로 사회적 약자입니다. 하지만 보통은 제 1 아니면 제2 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려운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의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estima7
2015년 4월 24일 at 2:03 pm
문맥상 “금융약자”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은데 굳이 “사회적약자” 라는 의미와 연결시켜 민감하게 반응하실 것 까지 있으실까요?^^; 핀테크 얘기하다가 “사회적 약자”로 넘어간다면 더 논점을 흐리는 것 아닐까 싶네요
그나저나 최근 Uber도 그렇고 이런 FinTech도 그렇고 신사업 영역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보면 신쇄국 정책이라고 할만 하네요. 막는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고 큰 파도가 왔을때 거스르기 보다는 이용하여 탈줄아는 유연함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ㅠㅠ
정대리
2015년 4월 25일 at 3:42 am
사실 웨스턴 유니온이 미국-남미에서 몇십년동안 하던 BM이죠. 인터넷 없을 때도 스마트폰 없을 때도.
gkeem
2015년 5월 12일 at 9:41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