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EstimaStory.com

Thoughts on Internet

Archive for the ‘라이코스이야기’ Category

[라이코스 이야기 18] 이메일 중심 업무문화

with 5 comments

lycosMailLogo

한국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그렇긴 하지만 미국회사에서 이메일은 업무의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일이 이메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메일만 잘 써도 능률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큰 문화차이를 보여주는 보이스메일

업무관계로 만난 사람과도 아무 거리낌없이 휴대전화번호를 교환하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용건으로도 상대방의 휴대폰으로 주저없이 전화를 거는 편인 한국문화는 미국에서는 무례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인들은 비즈니스관계에서 예고 없이 전화를 잘 걸지 않는 편이다. 모르는 번호에서 온 전화는 잘 받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전화를 받을 수 있는데도 자동으로 보이스메일(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게 놔두는 경우가 많으며 남겨진 메시지를 들어본 다음에 필요하면 콜백을 한다.

Screen Shot 2016-02-14 at 3.02.46 PM

미국에서 생활할 때는 그렇게 많이 쓰던 보이스메일 기능을 한국에 오니 전혀 쓸 일이 없다

문자메시지를 애용하는 한국문화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폭설로 인한 휴교 같은 대량으로 학부모들에게 보내야 할 메시지도 문자로 안보내고 자동녹음된 전화메시지로 알려준다. 알림전화를 받지 못하면 음성메시지로 남겨지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전화나 문자를 받는 편에서도 요금을 부담한다. 그래서 스팸문자에 특히 민감하다.)

보통 아주 절친한 사이가 아닌 경우 보통 비즈니스파트너에게 미리 이메일을 보내서 “오늘 몇시쯤 전화통화가 가능하냐. 용건은 무엇이다”라고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확인하고 통화일정을 잡는 경우가 많다. 컨퍼런스콜 일정이 잡히면 캘린더(일정관리)소프트웨어의 초대기능을 통해서 참석자들에게 초대메일을 보내고 Yes나 No로 응답해서 참석여부를 조율한다.

워낙 다양한 시간대와 생활문화가 존재하는 나라다 보니 멀리 떨어져 있는 거래처와의 통화는 서로 업무시간이 겹치지 않을 수도 있고 서로의 식사시간, 가족시간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예고없는 전화걸기를 피하는 것이다.

내가 경험한 미국의 비즈니스 이메일문화

어쨌든 이메일은 미국직장생활의 기본이다. 내가 경험한 미국 비즈니스이메일문화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격식 없이 짧게 쓴다.

정말 용건만 간단히 쓰는 편이다. “Hi John.” 같은 식으로 가볍게 시작해 용건으로 곧바로 들어간다. 오랜만에 연락하는 경우에도 “I hope this email finds you well.”, “I hope all is well with you.” 같은 간단한 안부뒤에 용건만 이야기한다. 그리고 Best, Best wishes 등의 맺음 인사와 함께 끝맺는다. 생각해보면 간결하게 쓰는 것이 더 어렵다.

2. 답장이 빠르다.

데스크탑PC에서든 스마트폰에서든 이메일을 받으면 보는 즉시 답장하는 사람이 많다. 이메일을 보내면 당연히 답장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전화해서 “이메일보냈으니 확인하고 답장바란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답장도 “Yes”, “OK”같은 식으로 아주 간단히 답하는 사람이 많고 마치 채팅하듯 이메일을 교환할때가 많다. 이메일 교환속도가 업무의 스피드와 직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3. 참조(cc)를 잘 활용한다.

이메일을 보낼때 업무에 직접 관여하는 상대방외에 관련해서 그 내용을 알아야 할 사람들을 참조자로 잘 집어넣는 편이다. 답장을 할 때는 꼭 전체답장(Reply all)을 해서 정보를 다 같이 공유한다. 나중에 길게 이어진 이메일교환내용만 봐도 무엇을 어떻게 논의했는지 알수있도록 한다. 물론 지나치게 참조자를 많이 남발해 집어넣는 것은 꺼꾸로 공해다. (한국에서는 전체답장을 안하고 메일보낸 당사자에게만 답장을 하는 경우가 있어서 가끔 당황스럽다.)

4. 이메일자체가 업무상 효력이 있다.

구매지출결의(Purchase Order)나 대외 계약체결 같은 건이 아니면 별도의 결재문서없이 웬만한 회사내부의사결정은 이메일을 통해서 끝내는 경우가 많다. 이메일이 공식 결재문서로서의 효력이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관련자를 cc해서 메일로 회람하는 전자결재 같이 생각하면 된다. 대기업이 아니고 작은 규모의 회사일수록 더욱 그렇다. 미국회사들은 (구매결정시스템 등을 빼고) 전자결제소프트웨어를 잘 쓰지 않고 이메일로 그 역할을 대신한다.

5. 회사이메일만 쓴다. 개인이메일주소를 섞지 않는다.

회사일에 야후메일이나 지메일 같은 개인이메일을 쓰는 것은 금기시되어 있다. 회사이메일주소도 john.wood@icn.com 같은 식으로 자신의 이름을 기본으로 작명한다. 회사이메일에 Honeybee@icn.com movielover@icn.com 같은 식으로 닉네임 이메일주소를 쓰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솔직히 본 기억이 없다.) 이런 이메일주소를 보면 미국비즈니스맨들은 프로페셔널하지 않다고 여길 것이다. 미국회사와 비즈니스를 할 때는 꼭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6. 사람소개는 이메일로.

많은 새로운 비즈니스가 사람 연결에서 나온다. 그런데 미국에서 많은 회사-사람소개는 실제 만남없이 단순히 이메일을 통해서 이뤄진다. 소개시켜주려는 사람이나 회사가 멀리 떨어져있어서 물리적으로 직접 만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소개이메일을 잘 써야 유능한 비즈니스맨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지난 몇년간 미국에서 몇백번은 넘게 소개메일을 쓰거나 이메일로 사람을 소개받았던 것 같다. 그 중 실제로는 못만나본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이런 경우 “Nice to meet you over email.”보다는 “It’s great to connect with you”라고 이메일로 인사하는 것이 낫겠다.

7. 이메일박스는 (당연히) 회사소유다.

회사에서 해고가 되면 가장 먼저 회사 이메일박스부터 차단이 된다. 업무이메일에 담겨있는 내용이 회사의 재산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영업담당자가 해고되면 후임자에게 전임자의 이메일박스를 통째로 주기도 한다. 영업상 중요한 내용이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8. 이메일은 증거자료다.

업무상 사고가 생기거나 소송이 걸리면 이메일이 증거자료가 된다. 법원명령에 따라 이메일을 모두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수가 있다. 고의로 이메일을 삭제하는 것은 증거인멸시도가 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쓰는 회사 이메일은 나중에 남들이 다 들여다 볼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사적인 이메일이나 감정섞인 이메일은 자제해야 한다. 나중에 만천하에 다 드러나서 망신을 당할 수가 있다. (내가 라이코스를 나오면서 3년치의 이메일이 남았다. 소송을 거치면서 인도회사쪽에서 그 이메일을 변호사를 시켜서 모두 리뷰했다. 잘못한 일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나중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

미국과는 사뭇 다른 한국의 이메일문화

이런 이메일문화에서 일해온 미국인들은 다른 나라회사와 일하면서 이메일답장이 느리거나 거의 없다고 불평을 하는 경우가 많다. 라이코스직원들도 모회사인 다음에 대해서 이메일 답장이 없거나 느리다는 불만이 많았다. 얼굴도 보지 못하고 이메일로만 소통하는 상황에서 그런 일이 계속되면 신뢰가 사라진다.

미국회사에서 일하는 한국분들도 한국회사와 업무이메일을 교환하면서 답답해 하는 경우가 많다. 이메일을 한국쪽에 보냈는데 답장이 없고 함흥차사인 경우가 많아 꼭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로 수신여부를 확인하고 이메일답장을 독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업무내용을 한국에서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교환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지 못한다. 업무히스토리는 이메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이메일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제때 답장을 하지 않아 주위의 원성을 사는 직원도 있었다. 너무 이메일을 많이 받아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온 메일은 잘 답장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업무관련해서 평판이 나빠지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슬랙이 가져오는 변화

최근에는 이런 미국의 이메일중심문화에 조금 변화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슬랙(Slack)같은 이메일을 대체하는 업무도구 소프트웨어가 나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팀 협업용 게시판+메신저 같은 슬랙을 쓰면 메일을 많이 보내지 않고도 원활하게 일을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비슷한 소프트웨어로 잔디(Jandi)가 나와있다. 하지만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은 그래도 이메일로 해야 한다.

이 슬라이드 쇼에는 JavaScript가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미국식 이메일문화는 좋다고 생각한다. 미국회사들이 재택근무나 원격근무를 허용하는 것도 이처럼 이메일을 효율적으로 업무에 사용하는 문화가 확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는 (모든 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고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이메일을 잘 안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높은 고위층분들중에는 받기만하고 전혀 답장을 안하시는 분들이 있다. 대신 문자나 카톡을 선호한다. 또 회사 업무에 개인이메일을 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기업임원이나 고위공무원중에 버젓히 명함에 개인이메일을 적어놓은 일이 있어서 어처구니가 없게 느낄 때가 있다. 미국의 문화가 무조건 좋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과 사를 구분하는 프로페셔널한 이메일문화가 확립되어 있다면 업무의 진행속도도 빠를 것이고 무엇보다도 업무 히스토리가 잘 보존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글로벌비즈니스를 진행하기도 수월해진다. 한국의 이메일문화도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2월 14일 at 3:10 오후

[라이코스 이야기 17] 오버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with one comment

올핸즈미팅(전사미팅), 트렌드미팅에 대한 이야기를 어제 쓴 김에 2012년 2월 라이코스CEO를 사임한지 얼마 안되서 썼던 ‘오버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란 글을 다시 한번 소개합니다. 당시 떠오른 생각을 거칠게 쓴 글이었는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

IMG_6174

라이코스에 비빔밥 유랑단이 찾아왔을 때의 모습

2012년 2월 갑작스럽게 라이코스 CEO자리에서 물러난 뒤 전 직원에게 굿바이메일을 보냈었다. 전체 미팅을 갖고 안녕을 고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굿바이인사는 하고 싶었다. 그래서 HR매니저 다이애나에게 부탁해 간접적으로 전체직원들에게 굿바이이메일을 보냈다.

이 엔트리의 나머지 읽기 »

Written by estima7

2016년 2월 9일 at 11:34 오전

[라이코스 이야기 16] 올핸즈미팅

with one comment

미국회사를 경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는 (내가 생각하기에) 전사미팅이다. 미국직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올핸즈미팅’(All hands meeting)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모든 이들이 다 참여하는 미팅이란 뜻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이 말이 꽤 생소하게 들려서 뭐냐고 다시 여러번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

미국회사에서는 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정기적으로 이런 전사미팅을 소집해 회사의 경영상황을 전직원들과 공유하고 질문을 받고 답해준다. 회사의 매각이나 구조조정 등 큰 변화가 있을 때도 신속히 전사미팅을 소집해 직원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가 처음 라이코스에 갔을때 당시 있었던 한 한국인직원이 이렇게 조언해줬다. “정욱님, 영어를 더듬어도 상관없으니까 꼭 전사미팅을 갖고 회사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명해주세요. 미국사람들은 그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솔직히 나는 1대1 미팅을 편하게 여기는 성격이며 사람이 많을수록 말을 잘 못한다. 더구나 그것을 익숙치도 않은 영어로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크게 긴장이 됐다. 하지만 내가 CEO로 부임했을 당시인 2009년초는 리먼브라더스파산이후 미국경제가 얼어붙고 실업률이 2자리수까지 치솟은 몹시 암울한 시기였다. 추가 구조조정이 있을까 두려워하며 회사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직원들에게 회사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회사의 상황이 파악된 한달여후 첫번째 전사미팅을 갖고 회사에서 가장 넓은 공간에 모인 60여명의 직원들앞에서 회사의 경영상황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후 매분기별로 회사의 실적과 나아갈 방향을 알리는 전사미팅을 꾸준히 가져갔다.

잊을 수 없는 것은 2009년 8월과 10월의 전사미팅이었다. 그 8월초에는 본사에 가서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사회 멤버들에게 라이코스의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보고했었다. 라이코스로 복귀한 다음에 바로 전사미팅을 열고 이사회에서 보고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전달했다. 긴 슬라이드를 만들어 회사의 실적, 제품리뷰,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설명했다.

Screen Shot 2016-02-08 at 5.05.00 PM

또 3분기실적을 막 마감한 10월의 전사미팅에서는 회사가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 회복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유머러스한 내용으로 슬라이드를 만들어 솔직한 내 느낌을 전했다. 각 부문을 담당하는 매니저들이 짧게 직접 발표를 하도록 했다. 이후 직원들의 나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진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참고 : 라이코스 실적 3분기 실적공유미팅 )

다만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은 이런 전사미팅시간에 질문을 거의 받지 않은 것이다. 질의응답에 익숙하지 않기도 했고 불편한 질문이 나올까봐 사실 걱정되기도 했다. 그런 질문은 나중에 팀별로 미팅을 할 때 소화하도록 했다.

Screen Shot 2016-02-08 at 5.21.24 PM

매 분기 가졌던 회사실적공유 전사미팅 이외에 또 자주 가졌던 것이 소위 ‘트렌드미팅’이다. 내가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테크놀로지트랜드나 인상적으로 본 짧은 TED같은 강연동영상을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원들에게 설명하고 같이 관람했다. 참가는 자유였고 보통 피자를 주문해서 간단한 식사로 제공했다. (미국에서 이런 이벤트를 가질때 가장 만만한 음식이 피자다.) 나중에 지나고 보니 이것도 직원들과 나의 유대감을 강화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사장이 첨단 업계 트렌드에 관심이 있고 직원들과 자신이 알게 된 것을 항상 공유하려고 한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CEO로서 직원들에 대한 이런 커뮤니케이션은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그때 실감했다. (참고 링크 : 라이코스 트랜드 세션-에스티마블로그 )

나중에 실리콘밸리에 가서 보니 잘되는 미국회사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CEO가 직접 주재하는 전사미팅을 자주 갖는다는 것이었다. 구글의 경우 매주 목요일에 TGIF미팅이라고 해서 전사미팅을 갖고 래리 페이지 CEO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나서서 회사의 경영내용이나 현안에 대해서 설명하고 질문을 받는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도 매주 전사미팅을 갖는다. 물론 이제는 전세계에 지사를 둔 몇천~몇만명 단위의 회사들이 되었기에 이 내용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 이 두 회사는 매주 그런 미팅을 갖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서 몇번씩 확인을 했던 기억도 있다. 그런 거대기업의 CEO라면 엄청나게 바쁠텐데 매주 그렇게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넷플릭스, 링크드인, 트위터 등 방문하는 회사마다 물어봤는데 분기별이나 한달에 한번씩 미팅을 갖는다는 점이 다를 뿐 전사미팅을 갖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올핸즈미팅을 갖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적극적인 전사미팅을 통해 회사의 상황과 비전을 직원들과 솔직히 공유하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다.

이런 전사미팅 문화는 한국 기업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실행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2월 8일 at 5:42 오후

라이코스이야기에 게시됨

Tagged with ,

[라이코스 이야기 15] 한국과 미국의 직급문화

leave a comment »

한국사람들은 미국회사의 직급과 타이틀(직함)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나도 그랬다.

한국의 직급체계인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이사, 부장, 차장, 과장, 대리 등은 사실 일본의 직급체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일본에 가서 보면 샷쵸(社長), 후쿠샷쵸(副社長), 센무(專務), 죠무(常務), 부쵸(部長), 지쵸(次長), 카쵸(課長), 다이리(代理) 등 거의 한국과 동일한 직급체계를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직장문화조차 한국과 일본은 꽤 비슷한데가 많다.

그런데 미국의 직장에서는 그 직급 체계가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또 미국에서도 회사나 업종에 따라 직급체계가 조금씩 다르다. 나도 라이코스에 처음 갔을 때는 이 직급체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서 조금 헷갈렸던 경험이 있다.

내가 라이코스에 가서 얼마 안되서 주요 간부급 매니저들의 인사이동을 단행했을 때의 일이다. 검색비즈니스를 맡고 있으며 General Manger라는 타이틀을 가진 에드에게 Vice President로 승진시켜주겠다고 했다. (나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는데) 나는 “제네랄매니저=(호텔)지배인”을 연상했고 그것보다는 부사장이 더 높은 직급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당연히 호텔지배인보다 부사장이 휠씬 좋지 않을까.

내 사려깊은 배려(?)에 대해 에드는 하나도 고맙지 않은 표정으로 “Thank you”라고 답했다. 그리고는 “그런데 미국에서는 GM이 VP보다 더 높은 직급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에드는 나중에 최고전략책임자(Chief Strategy Officer)로 승진시켜줬을때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미국회사의 직급체계 간단히 알아보기

Screen Shot 2016-02-07 at 10.49.28 AM

그림이 너무 좋아서 스토리볼 연재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박소라님의 그림.

*C레벨 임원(CxO)

CEO는 명실공히 경영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다. 그리고 최상위 직급의 임원들은 대개 C자가 붙은 사람들이다. CFO(최고재무책임자)나 COO(최고운영책임자), CTO(최고기술책임자)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명실공히 기업의 핵심임원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들은 보통 Executive Vice President나 Senior Vice President의 직급이다. 아주 큰 회사의 경우 CEO가 있고 그 아래 부문별로 최고임원이 President급이 되기도 한다.

*VP(Vice President), GM(General Manager)

그 다음 직급은 Vice President나 General Manager다. VP는 한국어로 번역하면 ‘부사장’이라서 대단히 높은 직급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한국직장에서 부사장은 보통 1명이며 말 그대로 사장에 이어서 넘버2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생각하는 부사장은 위에 소개한 Executive VP급이며 미국회사에서 그냥 일반 VP는 여러명이 있는 경우가 많다. 임원의 첫 단계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그런데 어떤 미국 회사에는 VP는 발로 차일 정도로 많다. 특히 금융계에 많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의 대표적인 금융회사인 골드만삭스에는 1만3천명의 VP가 있다고 한다. 전체 직원의 40%다.

*Director

디렉터는 임원 바로 아래 단계다.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부장’정도가 맞는 것 같다. 임원 바로 아래 단계로 각 부서를 담당하는 중요한 관리자들이다. 보통 디렉터앞에 Senior를 붙여서 한 단계를 더 만든다.

*Manager

보통 관리자가 되는 첫단계의 직급이 매니저다. 역시 매니저앞에 Senior를 붙여서 한 단계를 더 만든다.

*Associate, Analyst

평직원은 보통 어소시에이트나 애널리스트 정도의 타이틀을 붙이고 직장 생활을 시작한다. 한단계 승진하면 Senior Associate가 되든지 매니저가 되든지 한다.

보통 평범한 미국회사는 대략 이 정도라고 보면 된다. 회사에 따라 디렉터, 매니저 등에 Deputy, Senior, Junior, Associate, Chief, Lead, Assistant 등 다양한 접두사(?)를 붙여서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이다. (공무원들도 그렇다.)

엔지니어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라이코스는 관리자커리어로 가지 않고 계속 코딩을 하는 엔지니어의 경우는 SW Engineer/Senior SW Engineer/Principal SW Engineer의 타이틀을 부여했다. 경우에 따라 Chief, Lead 등을 붙이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위의 경우는 일반적인 경우고 회사와 업종에 따라 정말 타이틀은 천차만별이다.

참고로 내 지금 직함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센터장의 경우 영어로는 Managing Director라고 쓴다. 이런 비영리조직이나 센터, 정부기관의 경우 총괄하는 조직장의 타이틀을 Managing Director나 Executive Director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 있는 외국계회사의 직원들도 대부분 이런 본사의 직급체계를 따른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워낙 대외직함이 중요하기 때문에 본사에서는 디렉터나 매니저 정도의 직급도 한국에서는 대표, 전무, 상무, 부장급으로 조금 인플레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직함보다는 자연스럽게 이름을 부르는 직장 문화

어쨌든 미국직장인들도 직장에서의 타이틀에 신경을 쓰긴 한다. 타이틀이 바뀌면 승진을 하는 것이고 그에 걸맞은 연봉인상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별로 타이틀이 천차만별이고 서로를 부를때 그냥 이름, 즉 퍼스트네임으로 부르기 때문에 한국직장인들처럼 직함을 민감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국처럼 반드시 직함을 뒤에 붙여서 “김부장님”, “박상무님”, “이대리님” 이런 식으로 부르는 경우가 미국직장에서는 거의 전혀라고 해도 될 만큼 없다. 사장부터 평직원까지 모두 톰, 지미, 제인 등 이름으로 부르고 이메일에도 “Hi Tom”하는 식으로 시작하면 된다. 거래처 사람과 대화하거나 이메일을 주고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 동료나 거래처사람의 정확한 직함을 모르는 경우도 제법 많다.

미국회사와 일할 때 상대방에 대해 미리 정보를 파악하는 팁

마지막으로 미국회사와 비즈니스할 때 상대방에 대해서 미리 정보를 파악하는 방법을 팁을 2가지 공유한다.

1. 링크드인(Linkedin.com)에서 회사이름과 거래처 담당자 이름을 검색해본다. 업무관련된 SNS라고 할 수 있는 링크드인에는 요즘 웬만한 미국직장인들은 다 계정을 만들어서 자신의 경력을 공개하고 있다. 찾아보면 의외로 아주 자세한 정보가 많이 나와서 미팅전에 상대방에 대해 많은 것을 예습할 수 있다. 다만 처음에는 무료였는데 요즘에는 돈을 내야 직간접으로 연결되지 않은 상대방의 프로필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좀 아쉽다.

2. 상대방 회사 홈페이지의 매니지먼트 혹은 리더십 페이지를 확인한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미국회사는 홈페이지에 보통 회사의 핵심임원의 프로필을 모두 공개한다. 스타트업의 경우 전 직원을 모두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사장인사말만 게재하는 한국회사와는 다르다. 미팅을 할 미국회사의 상대방이 이 매니지먼트소개페이지에 나오는 사람인지, 아니면 내가 만날 사람이 어떤 임원밑에서 일하는 사람인지 상대방회사의 리더십구조를 파악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2월 7일 at 11:34 오전

라이코스이야기에 게시됨

Tagged with , ,

[라이코스 이야기 14] 떠있는 휴일

leave a comment »

미국의 ‘빨간 날’이 한국과 다른 점은 대부분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매년 화수목중에 걸려서 징검다리 휴일이 되던지 아니면 주말과 겹쳐서 모처럼의 휴식기회가 날라가는 한국과 달리 항상 긴 연휴를 즐길 수 있게 되어 있다.

No_Business_Transacted_poster_-_3g12934u

조지 워싱턴의 탄생일을 기념하는 미국의 기념우표(출처 : 위키피디아)

예를 들어 미국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의 생일인 2월 22일을 기념하는 프레지던트데이는 2월22일이 아니고 2월의 3번째 월요일에 쉰다. 미국의 현충일이라고 할 수 있는 메모리얼데이는 5월의 마지막 월요일에 쉰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11월의 4번째 목요일이다. 보통 다음날도 이어서 쉰다.

이처럼 미국의 공휴일은 매년 예측 가능한 편이다. 그리고 주말에 이어서 연휴를 만끽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능률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미국도 이렇게 된 것은 1968년에 소위 ‘월요일 공휴일법'(Uniform Monday Holiday Act)라는 것이 제정되면서부터다. 법을 통해 많은 공휴일이 월요일로 고정된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2014년부터 설, 추석, 어린이날에 한해 대체휴일제가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다.)

그럼 구체적으로 미국 직장인들이 어떤 날에 쉬는지 보자. 예를 들어 지난 2009년 라이코스는 다음과 같은 휴일을 지냈다. (회사마다 조금 차이가 있을수 있다.)

  • 정월초하루(New Year’s Day) 목요일 1월1일
  • 프레지던트데이(President’s Day-조지 워싱턴의 탄생일기념) 월요일 2월16일
  • 메모리얼데이(Memorial Day-미국의 현충일) 월요일 5월25일
  •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 금요일 7월3일 (원래는 7월4일이 독립기념일인데 2009년은 토요일과 겹쳐서 하루 일찍 쉼)
  • 노동절(Labor Day) 월요일 9월7일
  • 컬럼버스데이(Columbus Day-컬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날을 기념) 월요일 10월12일
  •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목요일 11월 26일
  • 추수감사절 다음날(Day after Thanksgiving-일명 블랙프라이데이라고도 하는데 자동적으로 휴일) 금요일, 11월27일
  • 크리스마스(Christmas Day) 금요일 12월25일

즉, 1월1일, 독립기념일(7월4일), 크리스마스(12월25일)을 제외하고는 휴일이 요일로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등이 주말과 겹치는 경우에는 금요일이나 월요일을 추가로 쉬도록 한다.

Screen Shot 2016-02-06 at 3.19.12 PM

매사추세츠주 렉싱턴의 미닛맨 동상. 렉싱턴-콩코드전투를 기념.

각 주에 따라 공휴일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4월의 마지막 월요일은 보스턴에서는 패트리오츠데이(Patriots’ Day)다. 미국 독립전쟁의 시초인 렉싱턴-콩코드전투를 기념하는 날이다. 이날은 그 유명한 보스턴마라톤이 열리는 날이기도 해 보스턴은 축제분위기다. 나는 이것이 미국전체의 공휴일인줄 알고 캘리포니아에 사는 아는 미국인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 안쉬세요?”, “오늘 왜 쉬어? 일하는 날인데.”, “오늘 패트리오츠데이잖아요. 휴일아닌가요?”, “그게 무슨 날인가. 처음 들어보는데.”

그리고 추가로 일종의 복지혜택으로 플로팅 할리데이(Floating holiday), 즉 ‘떠있는 휴일’이라는 추가 유급휴무일을 제공한다. 이 플로팅 할리데이는 원래는 유대인 등이 다른 민족이 자기들 고유의 종교나 명절을 기념해서 쉴 수 있도록 하는 뜻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조직내 다양성을 위한 일종의 ‘배려’라고 할까.

어쨌든 라이코스의 경우는 매년 전 사원의 투표를 받아 위 공식공휴일에 더해 일년에 추가로 이틀간의 휴무일을 정했다. 2009년의 경우 그중 하루는 위에 언급한 패트리오츠데이였고 또 하루는 메모리얼데이주말 직전의 금요일이었다. 그때 하루를 더 붙여서 4일간의 연휴로 만들고 싶다는 사람들의 투표결과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면 라이코스에서 회사 창립기념일에 쉬는 문화는 없었다. 창립기념일에 기념파티를 하거나 야유회를 가는 것은 몰라도 휴무를 한다는 얘기는 미국에서 들어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어쨌든 미국의 직장인들도 이런 공휴일이 낀 연휴를 손꼽아 기다린다. 우리가 추석연휴전날 일찌감치 일을 마무리하고 사무실을 나서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추수감사절연휴전날에는 직원들이 일찍 고향으로 떠날 수 있도록 매니저들이 배려한다. 추수감사절 연휴직전,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고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기원하는 전체메일을 매번 보냈던 기억이 있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2월 6일 at 3:32 오후

라이코스이야기에 게시됨

Tagged with ,

[라이코스 이야기 13] 차별없이 사람 뽑기

with 3 comments

Screen Shot 2016-01-31 at 11.31.01 PM

라이코스에 있을때 처음 1년반을 나와 함께 일했던 콘트롤러(회사의 회계와 재무를 책임지는 재무팀장을 Controller라고 한다) 멜라니는 주위에서 워커홀릭으로 불렸다. 일에 대한 책임감이 무척이나 강했던 그녀는 매일밤 야근을 밥먹듯이 하고 필요하면 주말에도 나와서 일을 했다.

회계업무라는 것이 매주, 매달 데드라인이 있으므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는데 내가 좀 쉬어가면서 하라고 해도 “할 일이 많아서 어쩔 수 없다”며 항상 열심히 일했다. 일반적인 미국직원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래서 본사에서도 그녀를 좋아했다.

조금 가까와지자 멜라니는 자신은 뉴햄프셔 소도시의 가난한 집의 딸로 태어나서 대학가느라 빌린 학자금대출을 이제 나이 서른에 다 갚았다는 얘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한마디로 억척스럽게 사는 평범한 백인처녀였다. (지금 생각하니 요즘 말하는 소위 ‘흙수저’다.) 그녀는 자신은 고생하는데 야근하지 않고 일찍 퇴근하는 팀원들을 가끔 원망하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미국직장 분위기에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팀원들에게 무조건 야근을 강요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갑자기 페이롤을 담당하던 줄리의 해고로 인해서 결원이 생기면서 추가로 재무팀원을 뽑아야 할 일이 생겼다. 기본적인 회계처리업무는 물론 온갖 잡무를 같이 맡아줄 사람을 뽑아야 했다. 나는 일에 있어서 무척 깐깐한 멜라니가 어떤 사람을 팀원으로 뽑을까 내심 궁금했다. 백인동네에서 성장한 멜라니가 자신과 비슷한 배경을 가진 부지런한 백인여성을 뽑지 않을까 예상했다. 오래지나지 않아서 멜라니는 새로 뽑기로 한 직원이라며 입사예정자를 데려왔다. 그런데 그 새로운 팀원은 내 예상과는 달리 젊은 중국여성이었다.

20대중반의 후지에 장은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상하이에서 미국계 회계법인을 다니다 보스턴의 대학원으로 유학왔다. 그리고 2년동안 회계학을 공부, 졸업을 앞두고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영어가 모국어인 것도 아니고 미국체류경험은 2년정도다. 일단은 졸업후 1년간 유효한 OPT비자(학교졸업후 한시적으로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비자)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비자스폰서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도 멜라니가 외국인을 뽑았다는 것이 내게는 의외였다.

그래서 왜 후지에를 뽑았느냐고 멜라니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똑똑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열심히 일할 것 같아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때 깨달았다. 능력만 된다면 미국회사에 들어가는데 인종이나 국적여부가 그렇게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물론 이렇게 쉽게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그 전까지 가지고 있던 미국회사에 대한 선입견과는 달랐다는 얘기다.)

이후 후지에는 멜라니의 기대대로 일을 잘했다. 중국인특유의 액센트가 있는 영어를 구사했지만 업무를 위한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영어를 잘했고 회계관련 업무도 금세 배워서 능숙하게 처리했다. 멜라니는 후지에를 열심히 가르치고 좋아했다. 마치 자신의 옛날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말까지 했다. 그리고 또 팀에 한명을 더 충원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후지에가 추천한 그녀의 친구인 비슷한 경력을 지닌 중국여성을 또 한명 뽑았다. 그녀도 역시 일을 잘했다. 아 이렇게해서 중국인들이 미국회사에 자리를 잡아가는구나 싶었다.

이처럼 내가 경험한 미국회사에서는 일만 잘하면 인종이나 국적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회사의 엔지니어들중에는 러시아출신, 인도출신, 중국출신 등이 있었다. 다 나름대로 자신의 역할을 잘하는 좋은 엔지니어들이었다. 다만 몇몇 외국출신 일부 엔지니어들은 맡은 일은 잘 했지만 커뮤니케이션에는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같이 대화를 해보면 영어에 액센트가 심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처음에는 내가 영어실력이 떨어져서 못알아듣는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들의 담당 매니저가 하루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 친구들이 뭘 하자고 주장하는데 솔직히 뭘 말하려고 하는지 알아듣기가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확실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괜찮기는 한데 그 친구들에게 다른 사람을 관리하거나 리드하는 매니저역할을 맡기기는 어려워요.” 즉, 해야할 것이 명확한 시킨 일이나 혼자서 하는 일은 잘하지만 남들을 설득하고 이끄는 일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미국기업에서 경영진으로 올라가는 승진의 사다리가 소위 소위 뱀부실링(대나무천장-Bamboo ceiling)으로 막혀있다는 말이 있다. 물론 아직도 상당부분 존재하는 인종에 대한 차별, 편견, 선입견이 뱀부실링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라이코스에서의 경험을 통해 뱀부실링은 물론 차별도 있겠지만 주류미국인에 비해 아시아계가 커뮤니케이션과 리더십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똑똑하고 성실한 아시아계가 취업은 잘하고 자기 몫은 충분히 하지만 미국회사의 경영진까지 올라가겠다는 야망과 노력은 좀 부족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미국회사는 능력주의다. 아니 미국사회전체가 다른 어떤 국가에 비해서 능력위주다. Meritocracy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바마 같은 사람이 48세의 젊은 나이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회사에 비해 실력만 있다면 인종, 국적, 학력, 나이 등에 구애받지 않고 뽑는 편이니 능력을 갖추고 계속 도전하다보면 문은 열린다. 열심히 일하고 능력있는 한국인들은 일단 미국회사에 들어가면 빨리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조직의 사다리를 올라가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나 리더십 능력 키우기에는 소홀한 편이다.

Screen Shot 2016-01-31 at 11.29.02 PM

닛케이비즈니스의 인도계 CEO특집기사

이런 부분에서는 같은 아시아계지만 인도계들이 아주 적극적이다. 내가 만난 인도계 경영자들은 자신들에게는 뱀부실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미국에 어릴 때 이민간 사람도 아니고 나처럼 모국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온 사람도 이렇게 자신감 있게 이야기하는 것을 접하고 놀랐었다. 그리고 나서 몇년 뒤에 보니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도 모두 인도계 CEO로 바뀌었다.

우리 한국인들도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리고 자신감 등을 보완한다면 앞으로 미국대기업에서도 많은 한국계 CEO들을 배출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어차피 차별 때문에 안될거야하는 선입관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반대로 우리 기업에서도 외국인이라고 차별하지 말고 능력이 있다면 과감하게 리더로서 기용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1월 31일 at 11:40 오후

[라이코스 이야기 12] 직장내 경조사 문화

with one comment

한가지 한국과 미국이 많이 다르다고 느낀 것은 직장내 경조사문화다.

한국에서는 직장인이 결혼한다고 하면 회사내의 관련부서를 돌면서 열심히 청첩장을 돌리는 것이 상례다. 보통 주말에 열리는 결혼식에 같은 부서의 사람들은 많이 참석해 축의금을 내고 축하해주는 편이다. 결혼당사자의 직속상관은 거의 반드시 참석하며 친한 직장동료들이 오지 않으면 섭섭해한다. 회사의 총무부서에서는 사장님 명의로 축하화환을 보내준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장이 주례까지 서주는 일도 드물지 않다.

동료가 아닌 회사 상사의 자녀가 결혼하는 경우에도 회사직원들이 열심히 결혼식에 참석하기도 한다. 결혼시즌이 되면 사내외에서 지나치게 많은 청첩장을 받아 부담이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반면 미국에서는 직장상사는 물론 회사동료까지 거의 아무도 결혼식에 초대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자신의 결혼소식을 주위에 알리기는 해도 같은 팀의 동료들도 전혀 초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회 등에서 하는 격식을 갖춘 결혼식일수록 더 그렇다고 한다. 그리고 초대받지 못하는 것을 주위에서도 당연하게 여긴다. 많은 사람을 초대하는 캐주얼한 결혼식의 경우 직장동료를 초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도 그 직장동료들과 회사를 떠나 좋은 친구관계이기 때문에 초대하는 것이다. 직장동료여서 초대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는 자신의 결혼식을 회사에는 전혀 알리지 않고 숨기는 경우도 있었다. 라이코스에서 오래동안 근무한 데비는 역시 10년동안 같이 일한 자신의 상사 짐이 결혼식을 숨겨서 섭섭하고 화가 났었다고 내게 털어놓은 일이 있다. 짐이 일주일동안 휴가를 간다고 사라졌는데 회사밖의 지인중 누가 “그가 결혼한다”고 말해줬다는 것이다. 그래서 데비는 지역신문을 뒤져서 그의 결혼식소식을 확인했다. 그런데 일주일뒤 ‘허니문’에서 돌아온 짐은 아무 말없이 계속 시치미를 떼었다는 것이다.

Screen Shot 2016-01-30 at 10.07.29 PM

유대계인 신부 도리와 결혼한 조는 유대식 결혼식을 올렸다. 그래서 랍비가 주례를 보고 후파라는 차양밑에서 결혼식을 올리며 서약이 끝나고 신랑이 보자기로 싼 유리컵을 오른발로 깬다. 바로 그 순간.

하지만 나는 회사직원의 결혼식에 초대받는 행운을 누렸다. 회사의 IT담당 매니저인 조는 자신의 결혼식에 나와 다른 몇몇 동료를 초대해줬다. 그의 신부가 유대인이었던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랍비가 주례를 서는 유대식 결혼식을 볼 수 있었다. 미국에서 결혼식에는 보통 축의금은 내지 않는다. 대신 결혼할 커플이 자신들이 필요한 물품을 담은 ‘위시리스트'(Wish list)를 초대받은 사람들에게 보낸다. 보통 아마존같은 온라인쇼핑몰의 링크로 되어 있는데 보통은 그 중에서 선착순으로 선물을 골라서 ‘웨딩기프트’로서 결혼식에 가지고 간다. 나의 경우는 책을 좋아하는 신부를 위해서 전자책리더인 ‘킨들’을 선물했었다. 하지만 조가 직장동료들을 결혼식에 초대한 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라고 나중에 이야기를 들었다.

Screen Shot 2016-01-30 at 10.06.49 PM

결혼식이 끝나고 피로연이 열렸다. 신랑, 신부가 부모님과 함께 춤을 춘다.

그리고 미국회사는 보통 결혼하는 직원에게 공식적으로 화환을 보내거나 축하금을 지급하는 경우는 없는 편이다. 라이코스도 그랬다. 하지만 일부 회사문화에 따라 축하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장례식문화도 다르다. 한국에서는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가급적이면 회사동료의 가족장례식에 문상을 가는 문화다. 궃은 일일수록 더 챙기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직원본인이 사고로 고인이 된 경우나 고인이 된 동료의 가족을 직접적으로 아는 경우가 아니면 회사동료에 관련된 장례식에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직원가족의 부음을 알게 되면 회사에서는 과일바구니나 꽃바구니를 보내서 조의를 표시한다. HR매니저인 다이애나는 회사대표로서 장례식에 간 일도 가끔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가족의 장례식을 회사동료들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경우에는 주위에서 이야기를 들었더라도 본인앞에서는 일부러 모른 척해주기도 했다. 어쨌든 나는 본인이 감추고자 하지 않는 경우에는 회사에서 꽃바구니를 보내서 조의를 표시했다. 하지만 내가 장례식까지 갈 필요는 없었다.

이런 문화는 경조사는 개인의 사생활 영역이라고 여기고 침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듯 싶다. 특히 자신의 가족사 등 사생활을 주위에 노출시키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이런 경우 가까운 주변 동료들에게도 결혼여부 등 자신의 사생활을 전혀 털어놓지 않는다. 주위에서는 그런 사람을 가르켜 “그는 아주 비밀스러운 사람이다(He’s very private person)”란 표현을 쓰곤 했다.

싫든좋든 이런 문화 덕분에 내가 라이코스CEO로 재직한 3년동안 조의 결혼식에 참석한 일이 내 유일한 미국에서의 직장내 경조사경험이었다. 내 생각에 라이코스는 백인중심문화의 뉴잉글랜드에 위치한 회사라 좀 보수적이고 드라이한 편이었을 것 같다. 회사마다 문화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5년전 나를 결혼식에 초대해주었던 조는 지금 아브람이라는 귀여운 아들을 얻어서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아들바보인 그의 모습을 가끔 접한다. 참 좋은 세상이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1월 30일 at 10:30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