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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 이야기 11] 재택근무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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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 사무실에서 바깥을 내다본 풍경. 가을 모습.

미국의 직장생활에서 한국과 다르다고 느낀 것중의 하나가 재택근무에 너그러운 분위기였다.

재택근무는 회사에 나오지 않고 집에서 근무하며 회사업무를 보는 것을 말한다. 우리 회사에서는 보통 ‘Work from home'(WFH)이라고 했는데 텔레커뮤팅(Telecommuting)이라고도 한다. 꼭 집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면 ‘원격근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인터넷, PC, 스마트폰, 화상회의소프트웨어 등 기술의 발전으로 어디서나 회사안에 있는 것처럼 업무를 볼 수 있게 된 최근 10년간 이런 원격근무가 미국에서는 급증추세다.

처음에는 재택근무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내 시각

한국의 웬만한 회사 관리자들은 다 그렇듯 나도 처음에는 이런 재택근무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팀관리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팀원들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일을 하고 있는지 놀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또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있으면 일에 집중할 수가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일과 가정생활이 분간할 수 없게 섞여버리지 않을까.

라이코스에 간지 얼마되지 않아서 재택근무에 대한 그런 내 부정적인 시각을 더욱 굳히게 한 일이 있었다.

재무담당임원이었던 케빈이 매주 금요일에 회사에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그는 자동차로 한시간이상 떨어진 곳에서 출퇴근했다. 출퇴근시간의 살인적인 교통체증을 고려하면 하루에 3시간까지 길에서 소비할 수 있는 경우였다. 그래서 그는 예전 사장에게 매주 금요일은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허락을 받아놨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집에서 일할때 주위의 방해를 받지 않기 때문에 가장 생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좀 뜨악했다. 당시 회사는 흑자전환을 위해서 강도 높은 비용절감, 각 부문 사업 재진단 등 할 일이 많았다. 그런데 핵심업무를 맡고 있는 임원이 매주 4일밖에 회사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꺼림칙했다. 자진해서 철회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재택근무는 자신의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말하는 그에게 계속 금요일 재택근무를 허용해줘야할지 고민이 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알고 보니 재무팀의 직원들은 케빈이 금요일에 거의 일을 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왜냐하면 그가 금요일에는 별도 미팅(컨퍼런스콜)도 잡지 않고 이메일에 답도 잘 안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일부 직원들은 골프애호가이며 케이프콧의 골프코스내에 위치한 집에서 사는 그가 매주 금요일에는 골프를 즐길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결국 그는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떠났다.

또 라이코스는 당시 캘리포니아와 뉴저지에 재택근무를 하는 영업담당 직원을 1명씩 채용하고 있었다. 매출확대를 위해 실험적으로 채용해 본 것이었지만 역시 이렇다할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그들도 몇달뒤 회사를 떠났다.

이렇게 나는 “집에서 무슨 일을 한다는거야?”라는 재택근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미국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보니 필요할 때 재택근무를 하는 것은 아주 일상적인 미국의 직장문화였다. (물론 모든 미국 회사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렇다고 할 수 있겠겠다.) 재택근무에 대한 내 부정적인 시각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재택근무의 필요성에 대해 이해하게 되다

내게 직접 보고하는 매니저들중에서도 “의사와 약속이 있다”, “베이비시터가 오지 못해서 애들을 대신 봐줘야 한다”, “집에 고장난 곳을 고치러 수리공이 오기로 되어 있다. 그래서 집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등등 다양한 이유로 오늘은 집에서 근무하겠다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의 직장 같으면 나부터도 “집에서 일하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고 설령 개인 용무가 생겨서 반나절이상을 회사에 못가게되면 개인반차를 냈을 것이다. 그런 재택근무 문화가 없는 많은 한국의 직장상사들은 부하들이 그런 요구를 하면 “당신 제 정신이냐”는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천재지변이 나도 웬만하면 직장에 출근을 해서 상사에게 눈도장을 찍는 것이 한국직장의 미덕이 아니던가. 나도 그렇게 배웠다. 그래서 처음에는 개인용무를 위해 휴가를 쓰지 않고 재택근무를 요청하는 이런 일을 불편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미국인들의 생활을 이해하게 되니 그들이 재택근무를 해야하는 이유가 납득이 되기 시작했다. 일단 직장주변의 아무 병원이나 쉽게 갈 수 있는 한국과 달리 의료보험제도가 복잡한 미국에서는 몸이 아플때 자신이 지정한 집근처의 의사에게만 가야하는 경우가 많다. 또 어린 아이들을 혼자 놔두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차가 없으면 꼼짝도 할 수 없는 미국의 상황에서 부부가 교대로 아이들을 챙겨야 하는 일이 잦다. 더구나 웬만한 미국의 가정은 2명이상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부부가 아침저녁으로 아이들을 통학시키느라 분주한 경우가 많다. 아파트같은 공동주택이 아닌 단독주택에 사는 경우가 많은 미국인들의 경우 집에 생기는 잦은 하자를 직접 처리하고 수선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가까이 모시고 사는 연로한 부모님을 수발하기 위해서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면서 나는 재택근무에 대해서 너그럽게 변했다. 주어진 일을 기한안에 처리하고 집에서도 바로바로 이메일이나 전화에 응답하기만 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재택근무 허용은 중요한 복지혜택중 하나”

더구나 나와 같이 일한 HR매니저 존과 다이애나는 재택근무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들은 대기업과 비교해 고액의 연봉을 줄 수 없는 우리같은 회사는 필요한 경우에 재택근무 같은 유연한 근무시간제도를 제시하는 것이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재택근무허용은 직원에 대한 중요한 복지혜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채용인터뷰를 진행하다보면 후보자가 회사가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분위기인지 물어보는 경우가 있었고 그것이 입사를 결심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직하겠다고 알려온 엔지니어중에 새로 일할 회사가 재택근무를 완전히 허용하기 때문에 옮긴다고 이야기한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소프트웨어엔지니어 구인난이 심각한 미국에서는 사는 지역에 관계없이 실력만 있으면 무조건 채용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리고 재택근무의 장점으로 꼽은 것이 집에서 일하는 것이 생산성이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잦은 전화나 동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독주택에 사는 많은 미국인들은 집에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오피스공간(Home office-일종의 서재같은 곳)을 따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자동차기름값이 해마다 치솟는 상황에서 재택근무는 기름값을 절약하고 친환경적인 새로운 시대의 근무형태라는 것이다. 부정하기 어려웠다.

재택근무는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회사밖 주위에도 재택근무를 하는 분들이 많았다. 이웃에 사는 한 한국 선배는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미국대기업으로 이직했다. 그런데 그 회사는 보스턴에 지사가 없는 관계로 선배는 100%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 처음에는 편하고 좋다고 하던 선배는 1년여가 지난 뒤에 그 회사를 떠났다. 하루종일 집에서 일을 하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고, 대화를 같이할 동료가 없으니 뭔가 소외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게다가 승진과 커리어 관리에 있어서도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아서 걱정하던 선배는 오히려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며 재택근무를 잘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분위기의 미국회사로 옮겨갔다. 꼭 재택근무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그때 느꼈다.

반면 나는 미국에서도 규칙적으로 일찍 사무실에 나가고 적당한 시간에 너무 늦지 않게 퇴근했다.  집이 20분거리로 가깝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기도 했다. 사장이 항상 회사에 같이 있다는 존재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장은 언제나 회사내의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존재가 아니던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더 익숙하고 능률이 높았다. 모두 자신에게 맞는 근무형태를 찾아서 실천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재택근무 문화를 위해 필요한 것들

그렇다면 직장에서 재택근무를 자리잡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도 그에 걸맞는 문화가 먼저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첫번째로 회사가 직원을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직원들이 일을 성실히 할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재택근무를 요청하는 경우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랬다고 믿어주고 직원들도 누가 보지 않더라도 성실히 일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두번째로 성과로 직원을 평가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아침에 일찍 나오고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고 남아있는 근태로 직원을 평가하는 회사라면 재택근무에 대해 너그럽지 않을 것이 당연하다. 반면 어디에서, 하루 몇시간동안 일을 하느냐와 상관없이 주어진 일을 얼마나 잘 완수하는지 성과위주로 평가하는 회사라면 재택근무자체에 대해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세번째로 직원들이 해야하는 일과 목표 등이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어야 한다. 회사의 비전과 목표가 확실하지 않고 직원의 평가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회사라면 재택근무를 악용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디서나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회사의 IT업무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쓰기 편한 이메일, 메신저, 전자결재시스템, 화상회의소프트웨어 등이 준비되어 있고 보안시스템도 너무 복잡하지 않아야 회사밖에서도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재택근무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미국에서도 재택근무를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하느냐에 대해 아직도 말이 많다. 예전에 마리사 마이어 야후CEO가 전면적으로 사내에서 재택근무를 금지한 것도 미국전역에서 큰 논란을 불렀다. 특히 일과 육아, 가사를 동시에 가져가야 하는 경우가 많은 여성의 입장에서 재택근무전면금지는 가혹한 조치라는 비난이 뒤따랐다.

마지막으로 이런 재택근무문화때문에 미국회사가 부럽다고 하지 말자.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가차없이 해고당할 수 있는 곳이 미국직장문화다. 미국에서도 승진에 욕심이 있는 야망있는 직장인의 경우 재택근무여부에 관계없이 어디서나 밤낮없이 일하고 한밤중이나 주말에도 이메일에 답장을 보낸다.

야후CEO 마리사 마이어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성과리뷰에서 목표에 미치지 못한 직원 5백명정도를 해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리 회사 좋은 회사라고 그런 복지혜택에 취해서 일을 게을리 하다가는 어느날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한 곳이 미국이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1월 30일 , 시간: 10:26 오전

라이코스이야기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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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spo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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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재택근무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잘 읽었습니다.

    kipacti (@kipacti)

    2016년 1월 31일 at 8: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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