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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 이야기 10] 승진과 수시 연봉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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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의 한 팀이 프로덕트 개발과정에서 토론하는 모습.

2009년 라이코스에 CEO로 부임했을 당시 그 전년도에 있었던 리먼브러더스은행 붕괴여파로 미국경제는 완전히 얼어붙은 상태였다. 더구나 적자행진을 거듭하던 라이코스는 직원 수십명을 잘라내는 구조조정을 진행중이었다. 그래서 직원들의 연봉도 전원 동결하기로 했다. 당시 분위기가 너무 암울했던지라 누구도 임금동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저 잘리지 않고 회사에 다닐 수 있는 것만도 감사하는 분위기였다고 할까.

어쨌든 매정하기는 했지만 인건비절감을 위해서 올해는 전혀 임금인상을 해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났다.

6월쯤이었나. 한 직원을 승진시켜주게 되었다. 직함이 그냥 ‘엔지니어’였는데 ‘시니어 엔지니어’로 올려주기로 했다. (라이코스는 관리자커리어로 가지 않고 계속 코딩을 하는 엔지니어의 경우는 SW Engineer/Senior SW Engineer/Principal SW Engineer의 타이틀을 부여했다.)

HR매니저인 존은 본인에게 예전부터 약속했던 승진이기 때문에 꼭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이 계속 약속했던 승진을 요구하고 있고 안해주면 회사를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그 정도 타이틀을 바꿔주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허락했다. (미국에서는 서로 이름만 부르지 직함을 부르는 일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직함을 바뀌어도 본인과 주위 사람 몇몇 외에는 거의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존의 설명에 따르면) 승진과 함께 연봉인상도 같이 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전사적으로 연봉동결을 선언했는데 그 친구의 연봉만을 꼭 올려줘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연말에 상황을 봐서 성과를 평가하고 전직원의 연봉을 인상해줄 때 같이 하면 안되냐고 말했다. 근무연수와 직급에 따라 연봉테이블이 정해져있는 호봉제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승진만 시켜줘도 본인에게는 충분히 고마운 일이 아닐까 싶었다. 연봉조정과 맞물리는 연말승진인사가 아닌 경우 한국에서 팀원하다가 팀장이 됐다고 바로 연봉도 따라 올려준 기억은 없었다.

그런데 존은 한사코 안된다는 것 아닌가. 타이틀을 바꿔주면 거기에 맞춰서 연봉도 바로 올려줘야한다는 것이었다. 단 1천불이라도 올려줘야 하고 미국에서 그것은 상식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직원입장에서도 당연히 승진과 함께 연봉인상도 기대한다는 것이다.

옥신각신하다가 결국은 내가 졌다. 전체 연봉동결은 했지만 이번 건만은 예외상황으로 인정하고 약간 연봉을 인상해줬다.

한번은 또 이런 일이 있었다. 어떤 직원에게 일을 조금 더 많이 맡기게 되었다. 디자이너로서 자기가 맡은 일만 하던 한 평직원의 능력을 인정해 다른 부서의 디자이너까지 같이 관리하게 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도 HR매니저는 “그 직원의 책임과 일이 늘어나게 되었으므로 어느 정도 연봉인상을 해줘야 한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도 “연말에 가서 성과평가할때 한꺼번에 같이 적용해주면 안되는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존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일이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연봉에 반영해주고 성과에 대한 평가는 나중에 따로 적용하는 것이 공평하다”라고 답하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도 결국은 그렇게 했다.

나중에 지나고 보니 승진이나 업무범위 확대에 대해서 즉각 연봉에 반영해주는 것은 미국직장에서 일반적인 일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사자가 바로 반발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것이 합리적인 것 같았다. 승진이나 업무범위확대는 결국 일을 더 시키고 책임을 늘린다는 뜻인데 바로 그에 맞게 보상도 늘려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후에도 연말이 아니라 연중내내 수시로 연봉을 조정할 일이 있었다. 어떤 직원은 다른 곳에서 더 좋은 오퍼를 받았다며 연봉인상을 안해주면 회사를 떠나겠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괘씸하게 여겨질 때도 있었지만 그 친구가 나가고 새로 직원을 뽑고 적응시키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해보면 맞춰주는 것이 합리적일 때가 많았다.

아니면 어떤 직원의 담당매니저나 HR매니저가 그 직원의 연봉수준이 시장의 평균수준에 비해 너무 낮다며 미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회사를 떠날 수도 있다고 선제적인 연봉인상을 제안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모든 요구를 다 수용한 것은 아니지만 꽤 자주 연봉조정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런 선제적인 연봉인상이나 수시연봉조정은 취업시장에서 몸값이 높은 엔지니어의 경우에만 주로 적용이 됐다. 쉽게 대체가 가능한 경영지원, 마케팅 등의 직원들은 이런 요구를 하는 법이 없었다. 미국경제가 회복되면서 엔지니어에 대한 스카우트 전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능력있는 엔지니어들은 충분히 몸값을 올려서 이직이 가능해졌기 때문인 것이다.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필요할 때마다의 연봉인상은 최소한의 조치였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헤드헌터의 전화가 오고 링크드인을 통해 각종 제안이 오는 좋은 엔지니어들에게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할 여지를 주면 안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 일을 겪으면서 미국직장에서는 구성원에게 승진과 책임의 확대를 요구할 때는 반드시 보상도 그에 맞춰서 해줘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핵심인재들의 보상은 반드시 시장수준(market rate)에 맞춰서 해줘야 나중에 탈이 없다는 것도…

Written by estima7

2016년 1월 28일 , 시간: 9:55 오전

One Respo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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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크몬드

    2016년 1월 31일 at 9: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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