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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 이야기 9] 큰 눈이 내릴 때 미국 직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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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홍수가 날 정도로 비가 많이 오고, 다리가 푹푹 파묻힐 정도로 눈이 많이 내려 교통대란이 일어나도 직장인들은 최선을 다해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이 미덕이다. 혹독한 날씨속에 멀리서 통근하는 사람들은 몇시간씩 걸려 파김치가 되서 사무실에 당도하는 일이 생기곤 한다. 그렇게 악조건속에 출근한 부하들을 대견해하는 상사도 있다.

그래서 보스턴의 라이코스에 처음 갔을 때 눈이 많이 오면 사무실을 전면 폐쇄할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설마 그럴리가~”라고 생각했다. 한국식 직장문화에 익숙한 나는 아무리 눈이 많이 와도 웬만하면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대설이 내리면 보스턴에서는 아예 회사를 폐쇄하고 모두 집에서 재택근무하도록 했다. 회사뿐만이 아니다. 아이들 학교도 휴교하기 때문에 어차피 애들을 돌보기 위해서 집에 있어야 한다. 보스턴시는 아예 큰 눈폭풍이 오는 날에는 공무원들을 재택근무시키며 일반회사들에도 직원들을 가능하면 재택근무시키라고 권고한다.

그래서 HR매니저는 겨울이 되면 항상 일기예보를 주의깊게 챙긴다. 혹독한 날씨(Inclement weather)에 대비한 회사폐쇄규정이 미리 마련되어 있다. 그러다가 큰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나오면 그 규정에 따라 전 직원에게 예고 이메일을 보낸다.

“내일 아침에 눈폭풍이 올 가능성이 있으니 랩탑컴퓨터를 챙겨서 귀가하길 바랍니다. 내일 큰 눈이 내리면 전원 재택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길 바랍니다.”

HR매니저는 다음날 아침, 기상상황을 체크하고 있다가 출근이 어려울 것 같으면 일단 나에게 보고한다. “아무래도 직원모두 재택근무를 해야 할 상황 같습니다. 오늘은 전원 재택근무를 한다는 이메일을 보내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라고 내게 연락이 온다. 내가 알았다고 허가하면 전 직원에게 새벽 일찍 이메일이 발송되고 사무실은 하루종일 텅 비게 된다.

Screen Shot 2016-01-26 at 10.51.22 PM

밤사이에 눈이 많이 내린 뒤 그쳤을 때는 오히려 낫다. 제설차가 동원되서 쌓인 눈이 신속히 치워지기 때문이다. (눈이 많이 내리는 보스턴의 경우 제설차들이 눈을 치우는 실력이 발군이다. 엄청나게 신속하게 치운다.)

처음 그렇게 제법 눈이 내리던 날, 사무실에서 약 20분거리에 살고 있었던 나는 그래도 출근을 시도했다. 한국식 근무태도가 몸에 벤 나로서는 날씨가 나쁘다고 집에서 뭉개고 있을 수가 없었다.(CEO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그런데 길이 너무 미끄러웠다. 제설차들이 충분히 눈을 치우기 전에 길을 나섰던 나는 한번 쭉 미끄러진 뒤 잘못하면 큰 사고가 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살살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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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왔다. 학교가 며칠씩 문을 닫았다. 집에서 눈을 구경하던 나는 눈이 그치면 아이들과 함께 눈속에 파묻힌 차를 구하러 나가곤 했다. 말이 재택근무지 대부분의 보스턴사람들은 그런 날이면 하루종일 눈을 치우는데 여념이 없다. (아이들은 학교도 쉬는데다 눈도 많이 와서 항상 신이 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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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설이 내린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면 주차장이 말끔히 청소되어 있다. 그리고 한켠에는 거대한 ‘스노우마운틴’이 형성되어 있다. 이런 눈산이 다 녹아버릴때쯤이면 “봄이 왔다”고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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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날씨가 괜찮을줄 알고 제법 많은 직원들이 출근했는데 오후에 큰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나온 일이 있다. 그때 HR매니저 다이애나가 빠른 귀가를 재촉하면서 직원들에게 보낸 재치있는 이메일이 기억에 남아있다. 다음은 그 이메일.

From: Diana 발신 다이애나

To: Employees 수신 전직원

제목 Subject: oh the weather outside is going to get frightful and we want you safe at home and delightful … 오, 바깥의 날씨가 무시무시해질 것 같은데 우리는 여러분이 집에서 안전하고 즐겁게 있기를 바랍니다.

Hi all, 여러분

We have a few brave souls in the building today and really want you to get home safely … 오늘 여러 용감한 사람들이 사무실에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분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the building will close by noon at the latest, please plan accordingly and go home sooner if you can. 사무실빌딩은 정오에는 닫힐 것입니다. 잘 준비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Take laptops, a pile of work, etc with you just in case Monday turns out to be a weather snarly day too. 월요일도 혹시 혹독한 날씨가 될 수 있으니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랩탑컴퓨터와 서류 등도 잘 챙겨가세요.

Stay safe, we need and cherish each one of you! 안전하게 있으세요! 우리는 여러분 모두를 필요로 하며 사랑합니다!

Best, Diana

보스턴의 눈이 그립다.

사족 : 위의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한뒤 텍사스 오스틴에 사는 후배가 다음과 같은 댓글을 남겼다.

얘기를 하시니, 회사 동료에게 들은 일화가 생각이 납니다. 미국인 부부가 오스틴에서 각각 미국계 D사와 한국계S사에 다니고 있었죠. 2~3 전쯤으로 기억합니다. 12 어느 텍사스에서는 드물게 눈이 내렸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텍사스 사람들은 눈길에서 어떻게 운전해야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이른 새벽 비슷한 시간에 부부 모두 회사 이메일을 체크했더랍니다.

미국계 D : 눈이 와서 교통이 혼잡할거고 사고의 위험이 있다. 당신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니 회사나와야만 되는 일이 아니라면 오늘은 재택 근무들 하셔라.

한국계 S : 눈이 와서 교통이 혼잡할 거다. 제시간에 도착하려면 오늘은 집에서 일찍 나오셔라.”

Written by estima7

2016년 1월 26일 , 시간: 11:11 오후

라이코스이야기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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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spo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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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나의 iPhone에서 보냄

    ڹö

    2016년 1월 27일 at 8: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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