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과 도쿄지하철 디스플레이 UX비교
도쿄에 출장가면 항상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엄청나게 비싼 택시에 비해 경제적인 대중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 감탄하는 것이 지하철내 디스플레이에서 보여주는 정보의 세심함이다. 요즘 도쿄의 지하철열차는 출입문위에 2개의 디스플레이가 있고 하나는 광고를 보여주고 또 하나는 승하차와 관련된 정보를 계속 보여준다.
2009년 도쿄의 13번째 지하철 노선으로 개통한 후쿠토신센(부도심선)이 시부야역에 도착할 때의 디스플레이 화면 모습이다. 내가 있는 열차가 3번열차이며 열차에서 내리면 어느 쪽에 출구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어느 쪽으로 내리면 시부야 히카리에빌딩이나 마야마스언덕쪽으로 나갈 수 있는지가 알기 쉽게 표시되어 있다.
도쿄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전철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JR야마노테선. 서울지하철 2호선처럼 원형노선으로 도쿄시내를 순환운행한다. 한바퀴 도는데 거의 한시간 걸리는 것이 2호선과 비슷하다. 야마노테선도 마찬가지로 출입문 위에 2개의 디스플레이가 있다. 내가 승차할 때마다 편리하게 생각하는 것은 앞으로 남은 역까지 몇분이 남았는지 보여주는 화면이다.
반면 서울 지하철 2호선의 디스플레이는 승하차 출입문이 아닌 열차 중앙쪽에 붙여져 있어 보기가 불편하다. 또 모니터 스크린은 2개를 붙여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둘 다 같은 화면을 보여주고 있어서 아쉽다. 항상 광고를 틀고 있으며 내릴 역에 대한 정보는 아래쪽에 최소한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최근에는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페친 이기복님의 사진.) 나도 이런 경우를 자주 접해서 하차 역을 확인하기 위해 정차역 간판을 열심히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잦았다.
서울에서 가장 최근(2009년)에 개통한 9호선의 경우는 조금 낫다. 하지만 출입문위의 디스플레이가 하나인 것이 아쉽다.
보여주는 정보도 그렇게 친절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역과 역사이에서는 광고를 보여주다가 정차가 임박해서야 내릴 역 정보를 보여준다.
Update: 5호선 지하철은 2개의 화면을 이용해 한쪽은 계속 광고를, 한쪽은 하차역정보를 보여줘서 도움이 된다. 내가 타본 지하철 노선중 가장 잘되어 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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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하철의 각종 표지판, 내부 디스플레이, 티켓 자동판매기 등을 보면서 고객입장에서 디자인한 UX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다. 도쿄를 여행해보신 분들은 비슷하게 느끼셨을 것 같은데 역사 곳곳에 승객을 배려하는 각종 안내문이 적절하게 붙어있다. 또 그런 안내문이 이제는 영어, 한국어, 중국어 등 다국어로도 잘 표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각 지하철역사에서 위처럼 다국어를 완벽하게 지원하는 세련된 UI의 승차권 판매기로 교체해 나가고 있다. 덕분에 외국인입장에서도 하등 불편하지가 않다. 가끔씩 디테일에 감탄하면서 “정말 고객입장에서 생각해봤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위 사진은 하네다공항에 내리면 만날 수 있는 열차 티켓 구매 코너다. 외국인을 위한 영어로 된 안내문이 굉장히 잘 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시부야, 신주쿠, 긴자, 롯퐁기 등 외국인들이 주로 가는 역으로 가는 다양한 방법을 영어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항상 옆에 서있는 안내원에게 물어보면 자세히 안내해준다. 헷갈려 하는 것 같으면 안내원이 먼저 말을 걸어서 도와줄까요하고 물어본다.
반면 서울 지하철에서는 그런 세세한 배려를 느끼기 어려워서 조금 아쉽게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서울지하철이 크게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불친절하고 더럽고 비싸기만 한 미국 등 세계각국의 지하철과 비교하면 서울지하철은 훌륭하다. 당연히 평균이상이다.
하지만 이왕이면 고객을 조금 더 생각하고 이런 디스플레이나 표지판 등의 UX를 신경써서 만든다면 매일 지하철을 이용하는 수백만명의 시민들은 휠씬 더 만족도가 높아질 것 같다. 그렇게 큰 예산이 드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설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결국 얼마나 우리가 고객중심마인드를 가지고 설계하는가에서 달라지지 않을까.
저는 좀 생각이 다른게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경우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지나친 정보제공이라 봅니다. 지하철이란 것은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재로 오히려 남녀노소가 공통적으로 쉽게 받아들이는 문자보다는 이미지형태의 단순한 UI가 좋다고 봅니다.
중요한건 내가 어디에 내리느냐이지 내려서 어디로 나가거나 환승해야 하는건 그 다음 문제라고 봅니다. 그렇기에 내리는 역에 대한 정보제공이 우선적으로 되고 많은 정보보다는 단순히 보여주는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잡스씨도 그랬잖습니까? 심플이즈 베스트라고…^^;;
김지수
2017년 10월 8일 at 8:45 am
네.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그런 많은 정보가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필요없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에 일본 지하철 안내를 보시면 어쨌든 내릴 역의 이름이 가장 크게 나옵니다. 시부야, 하마마츠쵸 같은 이름이요. 그래서 그냥 정차역이름만 알고 싶은 승객에게도 충분한 정보를 잘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2호선의 경우는 (제가 항상 이용하는 노선이기 때문에..) 단순하기는 하지만 화면 대부분은 광고가 차지하고 있고요. 안내문이 계속 바뀌면서 내릴 역 이름이 크게 표시되는 시간이 적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아쉽다고 한 것입니다. 좀 더 사려깊게 디스플레이 내용을 디자인할 수 없을까… 너무 광고만 크게 보여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
estima7
2017년 10월 8일 at 9:17 am
전 안내창이 가운데 있는게 편하던데요….
출입문에 있는 경우에는 한적할땐 문제 없는데 사람이 많아지면 가려서 보이질 않아요….;;;;
익명
2017년 10월 8일 at 2:43 pm
네. 경우에 따라서 다르겠죠. 사실 방송도 도움이 됩니다.
estima7
2017년 10월 8일 at 3:54 pm
일본 것은 그냥 봐도 복잡해 보여요.. 디테일이 감동으로 와닿지 않네요. 광고 디스플레이와 분리되는 것도 그닥 효율적일 것 같지 않네요. 늘 다음역을 표시하고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열차가 달릴때 안내 디스플레이를 보고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고객중심의 마인드로 설계한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효율적인지도 따져봐야겠지요.. 정말 고객이 편리해 지는지..
구본무
2017년 10월 8일 at 3:36 pm
ㅎㅎ 늘 다음역을 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제 생각은 그런데요. 모든 사람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겠지요. 나중에 일본에 가실 기회가 있으면 직접 보시고 말씀주세요. 그리고 저처럼 일본어가 익숙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또 다르게 보이겠지요.
estima7
2017년 10월 8일 at 3:54 pm
디테일이 감동으로 와닿지 않는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것보다 ‘열차가 달릴때 안내 디스플레이를 보고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에서 구본무님께서 엄청난걸 관과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지하철에 탄 모든 이들이 방송을 듣는 것이 아니랍니다. 자는 사람도있고 핸드폰으로 음악에 심취한사람도, 게임하는 사람도있죠, 무엇보다 청각장애인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제 역에 도착할 즈음에야 잠깐 이 역이 어디인가를 알려주는 시스템은 너무 불편해요. 언제든지 조금있으면 도착할 역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면 사람들이 ‘혹시 내가 다른 것에 집중하거나 자는 동안 내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친건 아닐까?’하고 불안에 떨 필요도 없어요. 그리고 몇분후에 도착하느냐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타 지방에서 온사람이 처음으로 해당 지하철을 탔을때 손에 노선도를 들고있지 않잖아요? 그때마다 핸드폰 어플 켜서 지역선택하고 봐야하나요? 핸드폰이 고장난 사람은요? 핸드폰을 잃어버린 사람은 멍청이처럼 있어야해요? 그냥 도쿄 전철처럼 노선도를 알기쉽게 표시하고 자신이 얼마후에 대릴것인가의 견적을 미리 안다면 내리기전에 준비할수 있겠죠.
항상 서울의 일정 지하철만 매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건청인들은 이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못느끼시더군요. 비서울권에 사는 해당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는 한국인, 청각장애인, 외국인관광객들은 안내 디스플레이가 있으면 줄 곧 그것을 보며 거리를 계산하게되어요. 그게 더 정확하니까요.
혹시 당신이 근무하는 곳이 디자인이나 설계쪽이라면 ‘불편한 사람들’을 위주로 생각하면서 사물을 보시기 바랍니다. ‘일상적으로 그것을 사용하는 비장애인 한국인’들에게는 아 이딴 표기를 해둘 필요가 어딧어! 디자인적으로 촌스러워! 많아! 복잡해! 치워! 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소수의 외국인, 장애인들에게는 빛이되고 눈이 되고 안심감을 주는 것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현대 산업 디자인들이 추구하는 바이고요. 모두를 배려하자! 라고 하는 것이요.
카에
2017년 10월 9일 at 12:42 pm
좋은 글에 좋은 답글. 감사합니다^^
원영오
2017년 10월 11일 at 1:18 am
저는..조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본건데요… (너무 근본적인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이 사례가 UX의 사례가 맞을까?에 대한 생각입니다. 당연히 글쓰신 분의 의도로야 UX의 틀속에 있는 내용이란게 눈에 보입니다만.(막상 쓰기 시작하니 설명하기 정말 애매하네요)
수년전 일본을 방문해서 너무 엉망진창이었던 안내가 보기쉽게 바뀐 것을, UX로도- 혹은 일본인 특유의 접객정신인 ‘오모테나시’로도 볼수 있다는 뜻입니다. 요즘 제가 이 부분(오프라인 속 UX 전개반경)을 고민중이라 그런지, 제게는 UX의 반경이 오히려 너무 넓은 것이 그 정체성을 불분명하게 만들고 있어 혼란스럽습니다. 누구에게도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하고 있어 이렇게나마 하소연해봅니다. 일본인이 UX적으로 발달한 민족이라고 단순히 이야기하기에는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들어서요;;
박재형
2017년 10월 10일 at 3:26 pm
UX 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의 댓글을 보니 참 한심하다고 생각되네요.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는 블로그 내용인데…
익명
2017년 10월 11일 at 12:43 pm
파주사람이라 매일 타고 다니는 경의선도 화면 2개이고 왼쪽은 광고(코레일광고만 계속 나와요…수익이 날런지는 모르겠지만), 오른쪽은 ~행(-yuki), 이전역->다음역, 문 이렇게 정보를 순차적으로 보여줍니다.
Lee SeungHyeop
2018년 11월 17일 at 2:49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