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실리콘밸리 방문 후기
실리콘밸리를 보통 일년에 2번쯤 방문하고 있다. 지난 2월에 이어 또 9월에 개인적인 일로 일주일정도 다녀왔다. 다니면서 느끼는 것을 그때그때 가볍게 페북에도 메모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사라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지난 2월의 가벼운 방문기에 이어서 이번에도 사진위주로 방문후기를 빠르게 적어놓기로 한다.
가서 우선 역대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컨퍼런스에 참가했던 분들과 저녁을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버링게임으로 옮긴 타파스미디어 김창원대표가 기꺼이 장소와 음식, 음료를 제공해줬다. 칼트레인역앞 지척에 있는 사무실은 밖에서 보면 뒷골목 창고 같은데 안에 들어가니 이렇게 멋진 사무실이 나왔다.
각자 근황을 업데이트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 등에 대해서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문화는 그야말로 회사마다 각양각색인데 한국에서는 너무 “평등하고 자유로운 조직문화”라고 천편일률적으로 보는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다.
칼트레인을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올라가면서, 공항으로 101고속도로를 타고 가면서, 혹은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찍은 사진이다. 베이에어리어 전체가 이처럼 건설붐이다. 아직도 실리콘밸리의 호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무실, 상가, 주택, 호텔 등의 건설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애플의 신사옥, 애플파크의 공사가 끝났고, 엔비디아 사옥도 곧 공사가 끝난다. 하지만 구글, 테슬라, 페이스북 등이 계속 회사가 팽창하면서 새 사옥 건설계획을 밝히고 있다. 내가 만난 테슬라분은 인원이 불어나 엄청나게 좁아진 사무실에서 모두 낑겨서 일한다고 할 정도다.
그 앞을 지나면서 찍은 샌프란시스코 에어비앤비의 사옥이다. 날씨는 좋았지만 평소 베이에어리어답지 않게 이번 9월중순은 너무 더웠다. 그 동네에서 열대야를 느껴보기도 처음이었다.
한 반년만에 만난 전 에버노트 아태지역부사장 트로이 말론은 에버노트 창업자 필 리빈이 만든 스타트업스튜디오 All Turtles에 새로 조인해서 아주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다. All Turtles는 일종의 스타트업엑셀러레이터인데 에버노트출신 디자인 전문가들이 특히 많다고 한다. 초기 스타트업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식으로 유명한 창업자들이 투자회사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를 만드는 것이 요즘 실리콘밸리의 큰 트렌드다. 워낙 펀딩이 잘 되는 분위기라 그런 것 같다.
마침 그 주에 비즈니스스쿨 수업을 들으러 샌프란시스코에 온 동생과 조우했다. 그리고 동생의 클래스메이트인 조나단 시걸을 만났다. 엄청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는 스타트업 연쇄 창업자다. 자신이 만든 스타트업을 여러번 엑싯하고 Xenon Ventures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이 회사는 초기 스타트업을 인수해서 비즈니스를 빠르게 확장시키는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투자가 아니고 ‘인수’를 한다. 그렇게 6개 정도 스타트업을 인수해서 조언하면서 회사를 키우고 또 매각하는 모델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가족과 함께 도쿄로 이주해서 살고 있다. 아시아에 관심이 많고 배워보고 싶어서 이사간지 일년이 됐다고 한다. 자녀가 8명이며 제일 큰 애가 13살인데 놀라운 것은 일본을 제대로 배우라고 모두 일본의 공립학교에 넣었다고 한다. 이 동네는 정말 독특한 인재들이 많다.
빅베이슨캐피털 윤필구대표의 소개로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인상적인 스타트업 창업자 굿타임의 문아련대표. 실리콘밸리IT대기업들을 위해 채용인터뷰 스케줄링 최적화 기능을 개발해 제공하는 B2B서비스회사를 하고 있다. 텍사스 오스틴에서 공부하고 샌프란시스코로 와서 창업.
굿타임에는 빅베이슨, 월든 등이 2백만불을 투자했다. 고객은 에어비앤비, 스트라이프 등 실리콘밸리의 유니콘스타트업들. 일년에 수백~수천명대의 개발자를 채용하는 실리콘밸리기업들을 위한 채용스케줄링 SW를 개발한다.
이런 실리콘밸리기업들은 하루에도 수십명이상씩 개발자를 불러서 인터뷰한다. 이들을 불러서 내부 개발자들이 면접을 보도록 하는 것이 HR담당자들의 업무인데 내부 수백~수천명의 개발자와 면접후보자를 스킬셋을 적절히 연결해서 인터뷰하게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들은 굿타임의 SW를 사용한 뒤로 면접자-내부개발자 자동 추천, 매칭 및 인터뷰초청메일 등을 자동화해서 HR담당자들의 잡일을 크게 줄여줬다고 한다. 벌써 직원이 20명가까이 될 정도로 급성장중인 회사. 한국에도 지사를 내려고 준비중이다.
굿타임 문아련대표는 원래 개발자가 아닌데도 코딩을 배워서 좋아하게 됐다고. 그래서 무아지경으로 코딩하다가 이런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굿타임은 샌프란시스코의 로켓스페이스라는 코워킹스페이스에 있다. 입주 스타트업들을 위해 이런 식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듯 싶다. (뭐 이제는 서울 테헤란로의 디캠프, 마루 180 등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6개월만에 방문한 샌프란시스코의 변화는 여기저기 자리잡은 포드의 공유자전거 Gobike였다. 시민들이 많이 사용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엄청나게 많이 깔아놓았다. Scoot라는 전기스쿠터도 여기저기 보였다. 모두 스마트폰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다.
우버는 여전히 대세다. 이제 미국의 공항들은 좋은 위치에 라이드쉐어링앱을 위한 픽업존을 만들어놓고 있다. 위는 산호세공항의 우버존인데 Smartphone App Rides라고 써있으며 공항터미널문을 나서서 거의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친구차를 빌려타서 그렇게 많이 우버를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가끔 사용할 때는 그 편리함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산호세 인근 주택가에서 공항에서 가려고 새벽 5시쯤 호출했는데도 불과 3~4분만에 차가 왔다.
수퍼마켓에 가니 우버기프트카드도 있다.
전기차도 엄청 늘어난 듯 싶다. 테슬라는 너무 흔한 차가 됐다.
곳곳의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 겸용 주차공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는 쇼핑몰들도 전기차 주차공간을 많이 늘렸다고 적극적으로 광고를 하는 것을 봤다. 산호세의 밸리페어몰이다.
전기차에 전혀 관심이 없어보이던 지인분도 닛산 리프를 사셨다고 해서 물어보니 길이 너무 막혀서 전기차를 사면 카풀차선을 이용할 수 있어서 샀다고 한다.
아마존 북스토어도 실리콘밸리에 입성했다. 산호세 산타나로에 들어갔다. 시애틀에서 본 아마존북스와 똑같다.
아마존이 위세를 떨치면 떨칠수록 기존 오프라인 유통상점들은 큰 타격을 입는 것이 느껴졌다. Fry’s라는 전자제품 양판점에 들렀는데 매장이 너무 썰렁하고 진열된 상품관리가 허술했다. 옛날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얼마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베스트바이는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스타트업인큐베이터인 플러그앤플레이에도 오랜만에 잠깐 들렀다. 이곳은 외부방문자에게 냉랭한 다른 실리콘밸리 VC나 액셀러레이터들과 달리 해외에서 온 사람들을 환영하고 사무실을 잘 투어시켜준다. 그렇게 해서 실리콘밸리에 접점을 마련하고 싶어하는 해외정부, 기업 등에 스폰서를 받는 것이 비즈니스모델이다.
이 사업이 예전보다 휠씬 잘되고 있다는 것을 벽면에 붙은 스폰서기업 로고를 보고 느꼈다. 내가 예전에 봤던 것보다 휠씬 더 늘었다. 일본, 중국, 유럽기업 등이 많다. 이날도 일본, 중국 등에서 견학온 사람들의 행렬이 여기저기에 많이 보였다.
이번에 보니 지인 몇분이 집을 구입했다. 천정부지로 뛰는 실리콘밸리 집값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서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도저히 내리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좀 무리해서 샀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IT기업에 계신 분들과 이야기하면서 주요 화제는 언제 이 열기가 꺾일 것인가였다. 집값은 떨어질 줄 모르고 길은 갈수록 더 막히고… 그래도 이 거품(?)이 곧 터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스시집에서도 내가 실리콘밸리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테슬라롤’.
음식점 페이먼트 분야에서도 점점 변화가 느껴지고 있다. 이런 단말기를 가지고 나오는 곳이 늘고 있다.
VC들과도 Catch up을 했다. 위는 9월11일이 생일인 트랜스링크 음재훈대표의 생일축하 파티, 아래는 쿠팡, 미미박스, 비바리퍼블리카 등 많은 한국스타트업에 투자한 굿워터캐피탈의 에릭 김 파트너.
잠깐 짬을 내서 남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 다녀오기도 했다. 위는 토요일 아침 일찍 방문한 다니엘 리의 피플스페이스라는 코워킹스페이스. 어바인 존웨인공항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스타트업공간이다. 다니엘 리는 지난 캘리포니아출신의 창업가로 이 피플스페이스를 공동창업했는데 지난 일년동안은 가천대학교 창업담당 초빙교수로 나와있다가 다시 어바인으로 복귀했다.
캘리포니아의 부촌중 하나인 뉴포트비치의 멋진 뷰는 여전하다. 이 동네야 말로 테슬라가 실리콘밸리보다 더 많은 것으로 느껴졌다.
어쨌든 위와 같은 대략 일주일여의 일정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를 뒤로 하고 서울로 복귀! 이게 휴가로 다녀온 것인데… 쓰고 보니 내가 과연 휴가를 다녀온 것인지 좀 헷갈리기는 한다. 실리콘밸리는 서울을 제외하고 내가 아는 사람이 가장 많은 동네라고 할 수 있겠다.
좋은 글, 사진 감사합니다! 실리콘벨리 가고싶어지네요.
Francis Kim
2017년 10월 7일 at 10:36 pm
대세는 Workation 이지요.
https://www.bostonglobe.com/business/2017/06/29/workation-all-never-wanted/KJRhVPgF4OVX31hhnl0Z3N/story.html
Henry Kong
2017년 10월 8일 at 12:27 am
창업을 꿈꾸는 고3학생입니다.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익명
2017년 10월 8일 at 11:33 am
ㅎㅎ 사실 별 내용도 없는데… 감사합니다.
estima7
2017년 10월 8일 at 12:10 pm
긍정의 에너지를 많이 받으셨겠네요. 말씀하신대로 실리콘밸리라고 무조건 희극이라고 볼 수는 없겠죠.
익명
2017년 10월 8일 at 1:12 pm
예비창업자로서 간접체험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테스라롤 먹어보고 싶네요. 그리고 장차 제가 만든 서비스가 00롤이 메뉴에 등재됐으면 ㅋㅋ
익명
2017년 10월 10일 at 8:10 am
혹..최근 대통령 각하의 이민정책으로 아직 특별한 영향은 없나요? 궁금해서 질문해 봅니다.
고동현
2017년 10월 12일 at 7:30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