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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와 실리콘밸리에서 온 두 자매 : 황진이, 레베카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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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여기저기서 알게된 멋진 인연들이 있다. 20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만난 레베카 황이나 2015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난 레베카의 언니 황진이님 같은 분들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타지에 이민을 갔지만 한국인으로서 자기가 있는 곳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멋진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 한국에 올 때 스얼에 모셔서 더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내 큰 보람중의 하나다. 오늘 테헤란로런치클럽은 이 두 자매를 모셔서 이야기를 들었다.

우선 6살 때 아르헨티나로 이민간 레베카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성장한 레베카는 대학공부를 위해 MIT로 갔다.

많은 똑똑한 수재들이 그렇듯 레베카도 골드만삭스 같은 월가 엘리트회사에 입사해 평탄한 인생을 살 수 있었다. 그런데 무엇에 끌렸는지 인도에 가서 일을 해볼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저개발국가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문제를 해결하는 창업가의 길을 걷게 된다.

에콰도르 같은 라틴아메리카 저개발국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워터필터 등을 개발해 보급하기도 하고 많은 경험을 하면서 레베카는 스탠포드로 옮겨서 박사과정을 밟게 된다. 그러다가 유누들이라는 회사를 창업해 창업가의 길로 나서게 된다. 지금은 동료에게 유누들의 CEO자리를 물려주고 리빗 벤처스, 카레이벤처스를 통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레베카는 본인의 이런 인생역정 이야기를 지난해 TED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레베카는 마지막 슬라이드에서 얼룩말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Contrarian의 길을 이야기한다.

남들을 따라 똑같은 길을 택하는 사람보다 뭔가 반대로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면서 그의 언니인 황진이가 그런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황진이님이 등장했다. 좀 튀는 이름이다. 진이님은 한국말로 발표했다.

황진이님은 한국계로서는 최초로 아르헨티나에서 방송 앵커가 된 사람이다.

당시의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설명해줬다.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아르헨티나에서는 앵커가 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앵커교육학원까지 있다고 한다. 경쟁률도 엄청나다. 그런데 진이님은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앵커에 지원했다. 그리고 나서 이게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같이 지원한 아르헨티나인들은 너무도 잘나고 잘생긴 사람들 투성이였다.

나 같으면 포기했을 것이다. 그런데 진이님은 반대로 생각을 했다고 한다. 다들 아르헨티나인들만 지원한다면 아시아인인 내가 오히려 심사위원들에게는 튀어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인들은 이태리계, 스페인계, 독일계가 대부분이다.) 즉, 따분해 하는 심사위원들에게 오히려 내가 자극이 되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도전했고 합격했다.

그렇게 앵커로서 7년을 일했다. 하지만 인맥이 없는 한국계로서 한계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미국 NYU로 유학을 가서 법학을 공부하고 현지에서 일을 하다가 돌아왔다.

계속 무엇을 할까 고민을 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조금씩 한국에 대한 관심이 올라오고 있었다. 방송에서 한국에 대한 소개프로그램을 하고 싶었지만 시간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유튜브가 뜨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3년전에 유튜버로 시작을 해보기로 했다.

방송인이 왜 그런 것을 하냐며 돈이 되겠냐며 주위에서 걱정도 하고 많이 말렸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

K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글을 배우고 싶어하는 라티노들이 많지만 그것을 스페인어로 잘 가르쳐주는 유튜브채널은 없었다. 진이님은 한글도 가르치고 한국문화도 알리고 한국화장술 등도 가르쳐주는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본인은 꽤 화장도 잘하는데 이것도 앵커로서 일할 때 배웠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방송국에서 일할 때 방송국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다른 아르헨티나인들은 화장을 손봐주겠지만 진이님은 경험해본 일이 없는 아시안이라 화장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자기가 직접 방송 메이크업을 하게 됐고 그게 지금 유튜브채널을 운영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3년전에 시작했는데 열심히 한 결과 지금은 지니채널이 70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스페인어 한류채널 1위라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했다. 지금 라틴아메리카의 한류열풍이 정말 대단하고 그래서 자신도 정말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튜버가 된 다음에 성격도 더 적극적으로 바뀐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정말 그런 것 같다. 4년전에 뵈었을 때보다 휠씬 더 밝고 적극적으로 바뀐 것 같다.)

두 자매가 같이 질문을 받다가…

진이님은 갑자기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라틴아메리카의 팬들을 소환했다. 불과 2~3분 짧은 라이브에 라틴아메리카 전역의 팬 3백여명이 화답했다.

오늘 찾아주신 약 70명의 청중들은 이 에너지 넘치는 두 자매와 열심히 인사를 나누고 돌아갔다. 여기서 또 맺어진 인연을 통해서 라틴아메리카와 한국사이에 또 어떤 멋진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멋진 친구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기분 좋았던 하루를 기록.

Written by estima7

2019년 9월 19일 , 시간: 11:49 pm

세상사는 이야기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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