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10월 27th, 2019
스타트업이 나섰더니… 바지락·감귤·원단 등 전통산업도 해외 진출
스타트업을 약탈자로 보는 시각이 있다. 굳이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제품·서비스를 만들어 중간에서 비싼 ‘통행세(수수료)’를 걷는다는 것이다. 전업 주부나 프리랜서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플랫폼 스타트업엔 “기존 노동자 일자리를 빼앗고 24시간 노동자를 착취하는 시스템 아니냐”며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있다. 소비자를 위해 새로운 가치와 편리함을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이 많은데도 이래저래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스타트업 중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전통 산업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상생의 모델을 갖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전통 산업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줘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시장에 판로를 늘려주는 것이다. 신선함을 넘어 하나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볼 수 있다.

지난 2014년 송기영 대표가 설립한 수아랩은 제조 공장의 현장 라인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불량품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정상품과 불량품의 사진을 기계에 학습시키면 알아서 불량품을 골라낸다. 사람이 육안으로 하나씩 보고 확인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다. 일손 부족으로 시달리는 공장에서 작업 효율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수아랩의 기술은 삼성, SK 등 한국의 대기업에 적용돼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만드니 눈 밝은 외국 대기업이 바로 인수에 나섰다. 지난주 미국의 인공지능 공장 자동화 기술 대기업 코그넥스는 수아랩을 23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017년 설립된 패브릭타임은 동대문 원단 시장을 디지털화해서 글로벌하게 원단을 판매하는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한국의 동대문 원단 시장은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파편화되어 있다. 한국 원단에 관심이 있는 해외 독립 디자이너들은 동대문에 직접 가기 전에는 원단을 구입할 방법이 없다. 원단 샘플을 미리 볼 수도 없고, 전화를 해도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패브릭타임 정연미 대표는 18만개의 원단 샘플을 하나하나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디지털화해서 스와치온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해외 디자이너들에게 원단 샘플을 보내주고 주문도 받는다.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완전히 노가다다. 3000곳의 동대문 원단 상인들과 해외 디자이너들을 일일이 상대해 연결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패브릭타임은 복잡한 원단 샘플 배송 및 주문받는 과정을 최대한 자동화하고 비용을 줄였다. 예를 들어 샘플 원단 박스 주문 제작 과정을 9.5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였다. 또 10가지 복잡한 수출 서류 처리 과정도 자동화해 1시간에서 30초로 줄였다. 이렇게 하니 이젠 전 세계 52개국에서 주문이 들어온다. 주문의 70%가 영국,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 패션 강국이다. 패브릭타임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원단 이미지 분류 및 검색 추천 기술을 개발 중이다.

2015년 설립된 에스랩은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의 먹거리를 신선하게 전 세계로 수출할 수 있는 특수 박스를 개발한 콜드체인 물류 회사이다. 이수아 대표는 동남아에서 한국 식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냉장차, 항공편, 통관 과정 등의 국제 배송 과정에서 제품이 변질되거나 맛이 변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하면 동남아 소비자들에게 최상의 상태로 상품을 보낼 수 있을까. 끊임없이 상자 포장을 연구하고 개선했다. 몇 년을 노력한 끝에 상자 내부에 특수 원단으로 단열해서 외부 열기를 막아 배송 중 신선도를 유지하는 콜드체인 박스를 개발했다. 따로 전기를 쓰지 않고도 일정 온도를 24시간 동안 지속시킬 수 있도록 했다. 냉장 상태가 6시간 정도 지속되는 스티로폼 상자보다 4배 이상 효과가 좋다. 또 IoT(사물인터넷) 장치를 달아 상자의 위치 및 온도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 가능하도록 했다. 배송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도 어디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살아 있는 바지락, 동죽, 꼬막, 백합 등 한국산 어패류를 싱가포르까지 신선 배송하는 데 최근 성공했다. 싱가포르에서 제주 감귤이 인기를 얻어 2500건 이상 배송하기도 했다. 한국 신선식품을 최상의 상태로 전 세계로 보내기 위한 인프라를 깔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스타트업들 덕분에 한국 전통 산업의 경쟁력은 높아지고 있다. 수아랩은 한국 제조 공장을 ‘스마트팩토리’화하고 있다. 패브릭타임은 한국 원단 산업의 해외 판로를 넓혀주고 있다. 에스랩은 국산 신선 식품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풀기 어려운 시장의 문제에 도전해 해결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 이것이 기업가정신이다. 전통 산업의 약점을 보완하는 참신한 해결 방법을 찾아 산업 전체가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스타트업이 다양한 영역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관성 없는 정책, 부족한 예산, 담당자의 의욕 부족으로 중도에 포기하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과는 달리 이 창업자들은 거듭되는 시행착오에 좌절하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해결 방법을 만들어 낸다. 이 창업자들은 “스타트업이니까 최소한의 비용으로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어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정체된 한국 경제에 활력을 주기 위해 이런 창업가와 스타트업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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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블로그에 재발행했습니다.
만화로 배우는 투자유치입문

벤처캐피탈(창투사)에 자금을 공급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LP인 한국벤처투자에서 흥미로운 책자를 펴냈다. 만화로 배우는 투자유치 입문서 ‘투자유치가 처음이세요?”다.

전자책 플랫폼 기업인 가상의 스타트업 ‘놀자북스’가 성장하면서 차례 차례 투자를 유치하고 M&A인수제안을 거절하고 IPO까지 이르는 과정을 통해 투자유치에서 주의할 부분을 가르쳐주는 내용이다.

확실히 만화라 쉽게 읽힌다.

자세히 설명해 줘야 하는 부분에서는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마지막에는 보통주 투자계약서 양식, 전환우선주 투자계약서 양식을 실어놓았다.
창업자들에게 꽤 유용한 내용인 것 같은데 얼마나 많이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찾아 볼지는 모르겠다. 지난 6월에 나왔는데 나도 이제야 알았다.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알고 보면 좋을 것 같아서 내 블로그에 메모해둔다. PDF 다운로드는 여기서.
중국인의 일상생활에 침투하고 있는 안면인증 시스템
10월26일자 닛케이신문에 얼굴을 비추는 것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안면인증방식이 중국의 결제시장에서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는 1면 톱기사가 나왔다.

위는 닛케이신문에 실린 사진이다. 미리 앱으로 얼굴을 등록해 두면 세븐일레븐 등에서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도 없이 그냥 얼굴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결제가 된다는 것이다.

광저우 지하철역에서 안면인증 개찰이 지난 9월부터 시작됐다. 개찰구의 타블렛을 보는 것만으로 이용료가 결제되고 빠르게 개찰구를 통과할 수 있다고 한다. 0.3초쯤의 처리시간이라고 하니 사람이 많아도 큰 지장없이 승차가 가능할 듯 싶다. 베이징, 상하이에서도 시범도입이 시작되어 순식간에 전국에 보급될 분위기다.
편의점에서는 세븐일레븐이 도입을 시작해 약 1천개점포에서 안면인증결제가 가능하게 됐다고 한다. 자판기에도 보급이 확대중이다. 나도 저번에 상하이에서 이용해 보려다 (외국인이라) 실패한 일이 있다.

4대은행의 ATM에서도 카드없이 안면인식인증으로 위처럼 예금을 인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중국건설은행의 경우 약 절반정도의 ATM에서 안면인식인증이 가능하다고 한다.
사무실과 학교 등에서 출석, 출퇴근 등의 관리에 안면인식을 활용중이다.
안면인증결제 등록자가 1억명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정부의 독려 때문이다. 심지어 12월부터는 스마트폰 구입, 계약시에 얼굴사진의 제공이 의무화된다. 여기까지는 닛케이 기사에 나온 내용을 요약했다.
그리고 궁금해서 안면인식인증 刷脸支付관련 동향에 대해서 중국 인터넷을 더 찾아봤다.

그리고 놀란 것은 중국의 수많은 아파트단지에 위처럼 안면인식인증방식의 출입관리시스템이 만들어져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주차장에 많이 보급된 차량번호 인식시스템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동영상을 보면 주민이 거의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냥 천천히 걸어가는데 안면인식시스템이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 문은 자동으로 열린다. “너무 편리하다”는 주민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위는 항조우에 있는 아파트단지다.

또 다른 동영상을 보면 안면인증시스템을 붙인 공동주택이 나온다. 등록이 되지 않은 음식배달원들은 자신의 신분증을 태그해야 들어갈 수 있다. 얼굴을 시스템에 남기지 않고 출입하는 것은 불가능해져서 공동주택의 보안이 좋아졌다는 주민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경찰의 인터뷰가 나오는데 예전에는 아파트단지내에 절도가 있어도 파악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단지내의 사람들의 활동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아파트동별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전체 사람수, 자동차숫자 등이 나오고…

각 호수별로 몇명이 사는지 연령분포는 어떻게 되는지 다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누가 언제 들어가고 나오는지 마치 주차장에서 자동차 번호판으로 파악하듯이 할 수 있으니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놀라운 것은 이 안면인증 기술 관련해서 중국에서 나오는 TV보도의 상당수는 “편리해져서 좋다”는데 촛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만약에 내 정보를 해킹당해서 돈을 빼가면 어떻게 하냐는 우려는 있지만 국가가 나의 모든 것을 손바닥 보듯이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초감시사회’에 대한 우려는 언론에 나오지 않는다.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사회에 중국이 한 발 한 발 다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