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8월 2011
빅 곤도투라의 스티브 잡스와의 일화
스티브 잡스의 애플의 CEO사임소식에 그야말로 미국이 난리다. 동부시간으로 어제 오후 늦게 발표된 그의 사임소식후 블룸버그는 2시간 넘게 특집방송을 내보내고 거의 모든 뉴스사이트가 1면톱으로 이 뉴스를 다뤘다.
읽어보면 역시 권위지답게 뉴욕타임즈와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들이 돋보인다. 그냥 여기저기 퍼져있는 내용을 짜깁기 해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새로운 앵글에서 조명한 기사를 소개한다. Steve Jobs’s Patents라는 스티브잡스가 이름을 올린 313개의 애플특허를 소개한 NYT의 인터렉티브기사가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최고의 테크칼럼니스트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WSJ의 월트 모스버그와 NYT의 데이빗 포그는 각각 잡스의 공적을 돌아보는 글을 썼다.
링크: Jobs’s Legacy: Changing How We Live -Walt Mossberg Steve Jobs Reshaped Industries -David Pogue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가진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잡스의 가장 큰 공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Getting technology out of the picture”라고 답했다. 즉, 테크기기에서 테크놀로지를 사라지게 했다는 것이다. 항상 스티브잡스가 이야기하는 “It just works”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것이 스티브 잡스의 가장 위대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어떤 CEO가 퇴임할때 이 정도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봤다. 몇몇 재벌회장을 생각해봤지만 잡스에 비하면 어림도 없을 것 같다.
어쨌든 잡스에 대한 글중 지금은 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된 구글의 모바일부문을 이끌었고 지금은 소셜네트워크부문을 이끌고 있는 빅 곤도투라(Vic Gundotra)의 잡스와의 일화소개(구글플러스)가 가장 인상깊게 다가왔다. 다음은 그 간략한 발췌소개.
2008년 1월6일 일요일 가족과 함께 종교행사에 참여중인 빅에게 “Caller ID unknown”으로 전화가 왔다. 그는 받지 않았다. 행사가 끝나고 보니 “집으로 전화를 달라”고 스티브잡스에게 온 보이스메일이 남겨져 있었다. 바로 콜백했다.
빅은 “예배를 보던 중이며 발신자불명으로 전화가 오길래 당신의 전화를 받지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러자 잡스는 “Vic, unless the Caller ID said ‘GOD’, you should never pick up during services”라고 답했다.
당시 구글의 모바일앱을 총괄했던 빅은 잡스와 정기미팅을 갖고 있긴 했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일요일에 전화를 했을까 싶었다. 천하의 스티브 잡스가 아닌가.
다음은 스티브잡스가 당시 빅에게 한 말이다.
“So Vic, we have an urgent issue, one that I need addressed right away. I’ve already assigned someone from my team to help you, and I hope you can fix this tomorrow” said Steve.
“I’ve been looking at the Google logo on the iPhone and I’m not happy with the icon. The second O in Google doesn’t have the right yellow gradient. It’s just wrong and I’m going to have Greg fix it tomorrow. Is that okay with you?”
즉, 아이폰에 있는 구글로고에서 ‘Google’의 두번째 O가 노란색 그라디언트가 맞지 않다고 바로 고쳤으면 한다고 연락한 것이다.
빅이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그러자 몇분후 잡스는 “Icon Ambulance”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서 애플 휴먼인터페이스팀의 그레그 크리스티와 작업해서 바로 수정하도록 지시했다.
빅은 이후 리더쉽, 열정, 디테일에 대한 주의력을 생각할 때마다 당시 잡스와의 이 일화를 떠올린다고 한다. CEO는 디테일에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단지 아주 작은 노란색 그림자에도. 그것도 일요일에도.
Since I was 11 years old and fell in love with an Apple II, I have dozens of stories to tell about Apple products. They have been a part of my life for decades. Even when I worked for 15 years for Bill Gates at Microsoft, I had a huge admiration for Steve and what Apple had produced.
But in the end, when I think about leadership, passion and attention to detail, I think back to the call I received from Steve Jobs on a Sunday morning in January. It was a lesson I’ll never forget. CEOs should care about details. Even shades of yellow. On a Sunday.
난 솔직히 스티브 잡스의 발끝에도 못 쫓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 글을 읽고 다시 절감했다.
“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는가”
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 by MARC ANDREESSEN “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는가”(WSJ)
최초의 인터넷웹브라우저인 모자이크를 만들고 넷스케이프를 공동창업했던 마크 앤드리슨의 통찰력 넘치는 WSJ기고 칼럼이다.
IT업계는 물론 SW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정독을 권하고 싶은 글이다. 대학을 졸업한지 얼마되지 않은 90년대중반 넷스케이프를 창업한 당시 파릇파릇한 20대초반이던 그는 이후 Loudcloud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실패와 성공의 우여곡절을 겪고, 이후 VC로 변신, Facebook, Groupon, Skype, Twitter, Zynga, Foursquare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이제는 유능한 VC, 존경받는 실리콘밸리의 Guru중 한명으로 변신해있다. 그는 페이스북, eBay, HP의 이사회멤버이기도 하다. (나는 기자시절 한국을 방문한 그를 96년 단독인터뷰했던 일이 있다. 그때는 진짜 어리버리한 대학생같은 이미지를 받았는데 지금은 정말 거물중의 거물로 성장했다.)
이 글에서 그는 HP가 PC사업을 포기하고,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하는 거대한 변화속에서 “소프트웨어기업이 세상을 지배하는 트랜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설득력있게 설명한다. 그는 그 증거로 보더스를 사라지게한 아마존, 블록버스터를 KO패시킨 넷플릭스의 예를 들며 이런 회사들이 모두 소프트웨어기업이며, 음악에서는 아이튠스, 판도라, 심지어는 애니메이션의 픽사까지 이제는 소프트웨어기업들이 업계를 지배하기 시작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기업들이 이런 소프트웨어혁명이 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지어는 MS와 오라클같은 기존 소프트웨어기업들까지 세일즈포스닷컴이나 안드로이드 같은 새로운 소프트웨어의 물결에 위협을 받을 정도니말이다.
Companies in every industry need to assume that a software revolution is coming. This includes even industries that are software-based today. Great incumbent software companies like Oracle and Microsoft are increasingly threatened with irrelevance by new software offerings like Salesforce.com and Android (especially in a world where Google owns a major handset maker).
그는 특히 앞으로 10년동안 기존 업계의 강자와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반란군의 대결이 엄청나게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Over the next 10 years, the battles between incumbents and software-powered insurgents will be epic.”
특히 그의 글 마지막 부분이 의미심장하다. 이런 소프트웨어신흥기업들의 밸류에이션에 대해 불평할 시간에 이런 새로운 기업이 무엇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자신의 비즈니스에 어떤 충격을 가져올 것인가, 앞으로 어떻게 이런 혁신적인 SW기업의 수를 늘릴 수 있을것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기회가 열리는 것이며 자신은 그런 혁신 SW기업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Instead of constantly questioning their valuations, let’s seek to understand how the new generation of technology companies are doing what they do, what the broader consequences are for businesses and the economy and what we can collectively do to expand the number of innovative new software companies created in the U.S. and around the world.That’s the big opportunity. I know where I’m putting my money.”
LG가 첫번째 안드로이드폰을 내놓을 뻔했다?
한달반전에 In the plex라는 책을 읽다가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과 삼성전자에 관한 흥미로운 일화를 발견해 블로그에 소개했었다.
그런데 (물론 내 블로그를 보고 쓰신 것은 아니겠지만) 이 내용이 중앙일보 칼럼 “[이철호의 시시각각] S급 천재를 걷어찬 삼성”에 소개되고, 또 구글의 모토롤라인수뉴스이후 “안드로이드 걷어찬 삼성, 품에 안은 구글”(조선일보)등 계속 뉴스를 타고 있다.
그러면서 언론은 괜히 “삼성은 앤디 루빈이라는 S급 인재를 놓쳐서 작금의 스마트폰전쟁에서 뒤지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엔 그것은 틀린 얘기다. 2005년 당시에는 누구도 지금의 이런 트랜드를 예견하기 어려웠고 당시 삼성이 앤디 루빈의 회사를 인수한다고 해서 지금의 안드로이드처럼 키울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사실 앤디 루빈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으로 치고 나온 덕을 단단히 본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스마트폰이 이처럼 빨리 성장할 수 있을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구글의 모토롤라인수와 관련해 오늘 실린 WSJ의 기사 “The Man Behind Android’s Rise“, 즉, “안드로이드의 아버지”에 대한, 앤디 루빈을 조명한 기사에서 또 우리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있는 흥미로운 부분을 포착했다.
In mid-2007 he faced a setback when LG Electronics Co. backed out of a deal to build the first Android phone, said a person familiar with the matter. Mr. Rubin then turned to little-known HTC Corp., which had built a phone for Microsoft.
(2007년중반, 앤디 루빈은 LG전자가 첫번째 안드로이드폰을 만든다는 딜을 포기하면서 시련을 겪었다고 그와 가까운 지인이 말했다. 루빈은 결국 잘 알려지지 않은 대만의 HTC라는 주로 MS스마트폰을 만들던 회사와 함께 첫번째 안드로이드폰을 내놓게 된다.)
역시 WSJ의 이 보도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LG가 첫번째 안드로이드폰을 내놓고 구글과의 관계를 지금의 HTC처럼 긴밀하게 가져갔다면 윗 그림의 HTC와 LG의 위치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잘 알려진대로 대만의 신흥휴대폰제조업체인 HTC는 스마트폰에 올인, 특히 최근 몇년간 구글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면서 첫번째 안드로이드폰인 G1, 그리고 넥서스원 등을 내놓으면서 급성장한 회사다. 특히 지난 4월에는 시가총액이 노키아를 넘어서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반면 LG전자가 스마트폰에 대한 대응에 늦어 고전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져있다.
결국 LG전자에도 기회는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사례를 통해 기회가 보였을때 트랜드나 패러다임의 변화를 빨리 이해하고, 멀리 내다보고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회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Update : 어제밤에 WSJ의 앤디 루빈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LG에 대해서 흥미로운 언급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가볍게 윗글을 썼다. (나는 WSJ를 온오프라인유료구독을 해서 전문을 읽을 수 있는데다 항상 내일 조간을 그 전날 밤에 확인하고 자는 편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소식이 조금 빠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서 보니까 삼성 이어 엘지도 ‘안드로이드폰’ 걷어 찼었다(한겨레), 앤디루빈, 2007년엔 LG전자에 안드로이드 제안했었다?(디지털타임즈) 두 군데서 이 내용을 받았다. 나도 WSJ를 인용한 것이니 상관없지만 위 블로그에 쓴 내 생각을 그대로 인용해서 깜짝 놀랐다. 별 생각없이 두서없이 쓴 글인데 (온라인기사기는 하지만) 매스컴을 통해 나가다니. 이것 참 앞으로 글을 쓸 때는 조심해야겠다. (그런데 그럼 이것도 일종의 특종인가??)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의 이익이 되다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기사는 요즘 심심치 않게 보인다. 6월 3일 WSJ에 실린 Nokia’s Pain Becomes Finland’s(노키아의 고통이 핀란드의 고통이 되고 있다)는 기사가 대표적이다.
나라전체경제가 너무 한 기업에 의존되어 지나치게 있다보니 생기는 문제다. 한때 나라전체 기업세금의 20%를 내던 기업이 “추락하는 새는 날개가 없다”는 말이 들어맞을 정도로 급속히 몰락하고 있고 회생가능성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또 WSJ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다.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의 이익이 되다(Nokia’s Losses Become Finland’s gains)”라는 제목의 기사다. 기사가 재미있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있는 것 같아서 몇군데 인상적인 부분을 인용해본다.
노키아와 함께 20년동안 양성된 세계수준의 모바일엔지니어들이 노키아의 몰락과 함께 스타트업생태계로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이런 트랜드가 새로운 벤처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The steady growth and domination of Nokia, and the surrounding ecosystem, during the last 20 years has created a large pool of world class mobile technology skills in Finland. Now, when the smartphone market is skyrocketing [and] Nokia is suddenly stumbling and forced to cut down substantially the multibillion R&D efforts…[it releases] some of the best resources to the start-up market.”
그리고 핀란드의 벤처생태계에 중요한 컬처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즉,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창업자가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로비오가 롤모델역할을 하면서 이런 창업트랜드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리고 적은 수지만 이미 성공한 창업가들이 다시 새로운 벤처기업을 만들고 투자에 나서면서 이런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Finns are nowadays more willing to take risks and become entrepreneurs,” he said. “Second, the recent success of startups like Rovio that serve as role models for would-be entrepreneurs boost this trend. Third, Finland now has a small but growing amount of serial entrepreneurs who are either forming new startups or investing in other startups and helping them progress faster. All of this has lead to there being more and better ideas for entrepreneurs to invest in.”
아래 이야기가 또 인상적이다. “창업이 드디어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의 좋은 대안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Tommi Laitinen, Flowd’s senior vice president, said he also thought that there had been a shift in attitudes. “Entrepreneurship is finally accepted as a good alternative to working in a big corporation.”
겨우 인구 5백만의 핀란드는 세계가 알아주는 교육선진국이다. 그만큼 훌륭한 인재도 많을 것이다. “혹독한 기후와 천연자원의 부족이 하이테크에 집중하도록 했다”는 한 벤처기업 CTO의 이야기도 눈에 들어온다. 20명의 직원중 8명이 박사학위소지자라고 한다.
All agreed that the high level of education was important. Harri Valpola, CTO of recycling technology developer Zen Robotics said that eight of the company’s 20 employees had PhDs. He added: “Maybe also the harsh climate and lack of natural resources has something to do with our focus on high tech.”
웬지 모르게 이 기사를 읽으면서 한 10년후에는 핀란드가 이스라엘같은 ‘창업국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국으로 둘러싸인 7백만의 인구를 가진 소국 이스라엘도 10여년전 ICQ 같은 회사의 성공적인 매각이 계기가 되어 벤처생태계가 꽃피는 창업국가로 변신하게 되었다.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에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좀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됐으면 한다. 핀란드의 정부와 언론도 이런 새로운 움직임을 ‘희망’으로 받아들이고 벤처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지도 궁금하다.
LeWeb에서 앵그리버드를 만든 핀란드의 벤처기업 로비오(Rovio)의 CEO가 가진 Q&A대담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