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미국공습에 나선 한국드라마
오늘 오랜만에 Hulu.com에 방문했다. (요즘은 아이폰, 아이패드로 보기 때문에 PC화면에서 만날 일이 별로 없다.) 그랬다가 한가지 의미있는 변화를 발견했다.
한국드라마가 Hulu의 25개의 TV장르분류중 하나의 카테고리로 당당하게 들어간 것이다. 위에 보면 알겠지만 ‘Korean Drama’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반적인 비즈니스, 코미디, 뉴스 같은 평범한 장르분류다. 다른 국가별 TV콘텐츠분류가 존재하는 것도 아닌데 유독 한국드라마를 따로 분류해놓았다.
Hulu.com은 NBC유니버설, 디즈니, 뉴스콥 등 미국 미디어기업들이 조인트벤처로 만든 소위 ‘유튜브대항마’다. 대단히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급성장하고 있는 인터넷TV사이트라고 보면 된다. (미국외에서는 시청이 제한되어 있다.) 월방문자수가 2천만이 넘으며 유튜브에 이은 미국2위의 동영상사이트다. 모던패밀리, 로스트 같은 TV프로그램을 합법적으로 제공한다. (예전 포스트 참고 – 케이블TV업계의 아이패드앱전쟁과 넷플릭스, 훌루이야기)
일년여전부터 한국드라마가 드라마피버나 비키를 통해서 Hulu에 제공되기 시작해서 흐뭇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젠 제법 고정팬이 Hulu내에도 생긴듯 하다. 더구나 최근엔 Hulu가 한국드라마를 자체 프로모션을 시작한 듯 “Hulu의 광고과 추천을 통해 우연히 한국드라마를 접했는데 재미있다”는 미국인들의 트윗이 가끔 보인다.
Hulu의 수익모델은 광고와 유료가입자다. 월정액 9불쯤을 내는 훌루플러스 유료가입자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도 동영상을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다. 다만 광고는 계속 봐야한다. 드라마저작권을 가진 한국방송국들은 Hulu에게서 광고매출수익배분을 받을 것이다. 미국은 온라인비디오광고시장이 급성장중이고 지난해 3천억원에 근접한 Hulu의 매출도 올해는 두배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익을 떠나서 세계최대의 시장 미국의 시청자들에게 한국콘텐츠의 맛을 들인다는 점에서 이같은 Hulu에서의 좋은 반응은 청신호라고 할 수 있다.
한국드라마에 꽤 맛을 들이고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다.
한국드라마때문에 결혼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남편이 불평하고 있다는 위 댓글이 재미있다. 전생에 자기가 한국인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2004년 7월에 “일본의 한류바람”이라는 조선일보 기사를 통해 일본의 ‘겨울연가’열풍을 거의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한 일이 있다. 밤에 아마존재팬사이트를 보고 있다가 겨울연가DVD가 판매랭킹1위에 오른 것을 보고 인터넷을 뒤져서 일본인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쓴 기사였다. 일본에서 겨울연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는 것을 거의 처음으로 한국에서 보도한 기사였다. 당시에 연합뉴스부터 상당수의 매체가 내 기사를 받았었는데 많은 독자반응이 “에이, 설마 그럴리가 믿을수가 없다. 기사가 과장된 것 같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글을 쓰고 나서 많은 일본인들의 공감어린 이메일을 받았었다.
그중 한 일본독자가 쓴 편지를 “겨울소나타의 매력“이란 제목으로 당시 내 블로그에 소개하기도 했었다.
지금 찾아보니 신기한데 일본 속 한류 ‘거품 아닌 진짜 열풍‘이란 글을 당시 이메일클럽에 쓰기도 했었다. 도대체 사람들이 일본에서 한국드라마가 인기있다는 사실을 믿지를 않아서 그런 글까지 썼던 것이다.(과장을 일삼는 기자로 몰린 것 같아서 억울했다^^) 그후 일본에서 어느 정도의 한류붐이 일어났는지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시리라 믿는다.
한때 사그러드는가 했던 한류는 소녀시대 등 K-Pop열풍과 함께 다시 더 크게 타오르고 있다. “소녀시대 드골공항 입성, 한류에 샹송 종가집이 숨을 죽이다”라는 기사까지 나올 정도가 됐다.
그래도 역시 세계최고의 시장인 미국에서 한류가 자리를 잡기를 바란다. 콘텐츠자체의 개성과 경쟁력이 충분히 있는 만큼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전략을 잘 짜야한다. 미국주류방송과 케이블채널로는 진입에 한계가 있는 만큼 Hulu.com, Netflix 같은 새로운 온라인콘텐츠유통채널을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일단 미국인들이 한국콘텐츠에 맛을 들이면 돈은 자동으로 따라온다.
앞으로 1년뒤 한류가 미국에서 얼마나 자리잡고 있을지 기대해본다.
사족한가지 – 몇번 트윗을 통해 이야기한 일이 있는데 한국드라마가 Hulu를 통해서 제공되고는 있지만 아이폰, 아이패드앱을 통해서는 볼수가 없다. 한국의 저작권자가 판권상 PC웹사이트에서만 볼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미국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이용한 콘텐츠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같은 제한을 풀어주는 것이 바람직할 듯 싶다. 모바일기기상에서도 똑같이 광고가 돌아가기 때문에 콘텐츠소유자는 하나도 손해볼 것이 없다. 다른 미국콘텐츠는 다 보이는데 한국콘텐츠만 아이폰-아이패드에서 볼 수 없어서 불편하다는 댓글이 꽤 보인다.
재미있네요 몇년 전만 해도 제 주변에서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모르거나 북한만 떠올렸는데…^^ 한국의 문화가 미국에 많이 소개되기를 바라는 바람입니다. Hulu에서 한국 드라마 카테고리를 따로 만든 게 한국 드라마가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으로 이뤄진 것이겠지요?ㅎㅎ;;
박남욱
2011년 6월 11일 at 7:52 pm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으니까 찾기 쉽도록 저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죠.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지만 한국드라마의 중독성을 볼 때 점점 저변을 확대해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stima7
2011년 6월 11일 at 7:56 pm
얼마전 KBS에서도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에 불고 있는 K-POP 열풍을 소개했습니다. 정말 쑥스럽더군요. 아직은 우리의 문화가 유럽에서 환영받는 일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드골 공항을 비롯해 이태리 스페인까지 K-POP의 열풍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쓰신대로 미국에서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요. 비슷한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었는데, 어떤 분께서는 유럽의 아이돌은 한국과 너무도 다르다. 한국 아이돌같이 5-6명이 똑같이 춤을 추고 잘 짜여진 무대를 만드는 일이 유럽에서는 찾기 힘들다-라 하시더군요. 그러나 저 역시 아이돌을 소비하는 세대는 아니라서 어떤 포인트에서 유럽에서 그렇게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한국 언론에서도 정작 “와- 신기하다 유럽에서 한류가 불다니!” 정도로 다루지 “왜?”에서는 정작 분석이 없는게 아쉽더군요
마두리
2011년 6월 11일 at 8:13 pm
유럽에는 워낙 미국의 대중문화가 휩쓸고 있고 자국의 대중문화는 많이 약하니까요. 상대적으로 한류가 파고들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한류는 유튜브 등 인터넷의 덕을 많이 봤습니다. 큰 전략없이도 콘텐츠의 힘이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면서 세계각국으로 파고 든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터넷이 약한 중동 등에는 우리 드라마를 싸게 공급해서 저변확대가 된 측면도 있지요) 어쨌든 한류의 세계전파는 참 흥미로운 주제라서 저는 옛날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에서도 “와~”가 아니라 이젠 좀 깊이있게 파고 들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estima7
2011년 6월 11일 at 8:58 pm
우리의 문화콘텐츠가 미국에서 그리고 유럽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즐겁네요.
이번만큼은 한류콘텐츠를 우리가 만들어 배포하는 일방적인 방식이 아닌,
미국이나 유럽 혹은 제3세계 팬들이 공감하고 적극 동참할 수 있는 캠페인 전략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나저나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말장난(?)들을 어떻게 번역되는지 궁금하네요~
JangHyun Choi
2011년 6월 11일 at 8:40 pm
제가 사실 Hulu에 있는 한국드라마들을 별로 본 일이 없는지라 어떻게 잘 번역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
estima7
2011년 6월 12일 at 7:27 am
한국쪽 드라마 저작권은 진짜.. 사람 고생 시키는 물건이더라구요. 어떤 면에선 미국 방송사들보다 더 보수적이고, 답답하달까요. 저작권 주체도 꽤 분산되어 있는 편이고…;;
참, 프랑스쪽은 의외로 해외 음악에 대해 꽤 많이 열려있는 편입니다. 몇년전 갔을때 아프리칸 음악이 대유행하는 것을 보고 황당해했던 기억도 있구요. 워낙 음악을 즐기는 계층이나 수요가 다양해서, 그런 흐름중 하나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청소년들에겐 한국 아이돌 스타일이 꽤 먹히는 편이기두 하구요…. 다만 지속적인 흐름을 만들어가기 위해선 다양한 매체에 노출되고, 자국내 활동이 필요할 텐데 너무 멀어서, 어느만큼 가능할 지는 미지수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훌루 모델은 한국에는 결국 못들어오겠지요. ㅜ_ㅜ 종편이 나오면서 경쟁이 좀 심화되면, 실험적인 시도를 해보는 방송사가 좀 생길까요.
자그니
2011년 6월 11일 at 10:28 pm
그런데 사실 제일 저작권에서 답답하고 닫혀있는 곳은 일본입니다. 지금까지도 일본은 인터넷으로 드라마서비스를 못하니 말 다했죠. 그런 의미에서 좋은 일본드라마도 보면 해외진출이 거의 안되고 있습니다.
훌루모델은 한국에서는 티빙이 시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승적으로 방송사들이 조인트벤처로 만드는 것도 방법일 것 같은데요. 하지만 기존 디지털자회사들의 매출감소를 감내해야하니 요원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말씀하신대로 종편이 나오면서 경쟁이 격화되면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방송사가 좀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지금 신문사들이 저렇게 많아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곳이 없는 것을 보면 좀 비관적이긴하지만…)
estima7
2011년 6월 12일 at 7:30 am
요즘 ‘최고의 사랑’ 드라마에 폭 빠져 보면서, 제가 한국 드라마에 빠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봤죠. 미드는 철저한 플롯과 스케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면, 한드는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감성을 자극하여 (마음을 간지럽히는) 빠져들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암튼, 한드 특성, 장점을 잘 활용하여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김도은
2011년 6월 12일 at 4:45 am
한드에 빠진 일본사람이나 미국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 그 중독성이죠. 다만 미드처럼 소재가 다양하지 못하고 천편일률적이라는 것이 좀 아쉽기는 합니다. 미국까지 진출해서 스케일이 커지면 그런 문제도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미국에서 성공해서 헐리웃의 제작시스템을 한국드라마에 접목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stima7
2011년 6월 12일 at 7:32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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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12일 at 7:07 pm
기분 좋네요. ^^
이찬진
2011년 6월 15일 at 12:20 am
이런 글을 읽을 때마다 좋네요..
하지만, 한국의 열악한 드라마 제작여건은 별로 훌륭하지 못합니다.
이런 드라마 제작여건이 개선된다면 더 좋은 콘덴츠가 나와서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지 않을까요?
박선주
2011년 12월 14일 at 10:21 pm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그 ‘열악한 제작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더군요. 이번에도 한국방문했을 때 방송국분들과 식사하면서 똑같은 질문을 했는데… 오랜 기간동안 관행이 되어 온 제작여건이라…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다들 눈치만 보고 있다고…
estima7
2011년 12월 14일 at 10:41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