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EstimaStory.com

Thoughts on Internet

일본과 동남아를 석권중인 라인메신저의 인기

with 2 comments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NHN Japan은 라인의 인기로 회사이름도 Line Corp으로 바꿨다. 사진은 시부야 히카리에 빌딩에 있는 라인주식회사의 카페모습.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NHN Japan은 라인의 인기로 회사이름도 Line Corp으로 바꿨다. 사진은 시부야 히카리에 빌딩에 있는 라인주식회사의 카페모습.

최근 오랜만에 일본에 다녀왔다. 많은 일본인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이제 일본이 3년전의 대지진후유증을 극복하고 평온을 되찾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일본에서 놀란 것이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운행중인 지하철열차내부에서 휴대폰통화와 인터넷이 된다는 것이다. 어디서나 뻥뻥 인터넷이 터지는 한국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모바일선진국을 자부하는 일본에서는 의외로 지하에서 휴대폰이 안터지는 곳이 많았고 지하철내부에서 통화가 안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이제 열차내부는 물론 이제는 휴대폰전파가 닿지 않는 음영지역이 거의 사라져 있었다. 그 때문인지 일본의 지하철에서도 책을 읽는 사람이 옛날보다 크게 줄어든 느낌이었다. ‘독서대국 일본’, ‘출판대국 일본’의 국민들도 이제 스마트폰의 노예로 전락하는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라인을 실행하는 것과 일본에서 (일본번호로) 라인을 실행하는 것은 좀 다르다. 일본에서 라인은 이미 하나의 플랫폼화가 되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라인내에서 쇼핑이나 만화구입, 운세보기 등 기존 포털에서 할 수 있던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라인을 실행하는 것과 일본에서 (일본번호로) 라인을 실행하는 것은 좀 다르다. 일본에서 라인은 이미 하나의 플랫폼화가 되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라인내에서 뉴스를 읽고, 쇼핑이나 만화구입, 운세보기 등 기존 포털에서 할 수 있던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또 하나 놀란 것은 모바일메신저 라인의 인기다. 네이버의 일본법인인 라인주식회사(구 NHN재팬)에서 2011년 6월 내놓은 라인은 3년이 채안되는 사이에 전세계에서 4억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그중 5천만명 이상이 일본의 가입자다. 1억3천만명의 인구를 가진 일본의 스마트폰 보급율은 약 60%인데 그렇다면 일본의 성인 스마트폰사용자의 대부분이 라인을 사용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한국의 카카오톡처럼 라인이 일본의 국민메신저가 된 것이다.

서점에 깔려있는 라인활용술 책.

서점에 깔려있는 라인활용술 책.

실제로 일본의 서점에 가보니 ‘라인공략술’ 같은 활용서가 많이 나와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관한 책보다 라인에 관한 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신주쿠의 한 액세서리가게는 라인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코너를 크게 만들어놓고 손님을 끌고 있었다. 라인주식회사의 모리카와 CEO는 IT관련컨퍼런스에 단골 기조연설자가 됐고 각종 미디어에 쉴새없이 등장하는 일본 IT업계의 스타가 되어 있었다.

SNS에 대한 책이 꼽혀있는 서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관련책과 함께 라인에 대한 책이 가장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SNS에 대한 책이 꼽혀있는 서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관련책과 함께 라인에 대한 책이 가장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어떻게 라인은 어떻게 이렇게 일본에서 초절정인기를 구가하게 됐을까. 일본의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크게 다음의 2가지 이유를 많이 들었다.

신주쿠의 라인 스토어.

신주쿠의 라인 스토어.

첫째 매력적인 스티커캐릭터다. 일본인들은 원래 휴대폰이나 PC에서 그림문자를 많이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어로 그림문자를 뜻하는 에모지(Emoji)라는 말은 이제 서양에서 잘 알려진 단어가 됐을 정도다. 그렇게 그림문자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에게 라인의 풍부하고 개성있는 캐릭터들을 담은 스티커그림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캐릭터왕국인 일본에서 라인의 성공은 캐릭터유료매출로 이어졌다.

싱가폴의 오차드로드에서 만난 라인팝팝업스토어. 라인의 캐릭터를 소재로 한 각종 아이템을 파는데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 라인은 동남아등지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싱가폴의 오차드로드에서 만난 라인팝팝업스토어. 라인의 캐릭터를 소재로 한 각종 아이템을 파는데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 라인은 동남아등지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두번째는 무료문자와 무료음성통화기능(보이스톡)이다. 일본은 아직도 통화요금이 무척 비싸다. 장거리통화요금도 무척 비싼 편이다. 나고야에 부모님이 있다는 내 도쿄의 지인은 “한달에 통화요금만 거의 2만엔(21만원)이 나온다. 그래서 부모님이 스마트폰으로 바꾸게 하고 요즘은 라인으로만 통화해 전화요금을 대폭 절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의 성공은 일본의 IT업계에도 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일본인들은 스마트폰이전시대에는 모두 NTT도코모, AU, 소프트뱅크 등에서 제공하는 이메일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휴대폰문자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독특한 문화였다. 덕분에 이통사를 바꾸면 이메일주소가 바뀌는 문제가 있어서 이통사간에 고객이동이 적었다. 그러던 것이 사람들이 라인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이통사이메일이 필요없게 되어 자유롭게 이통사를 바꾸게 됐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아이폰을 내세운 소프트뱅크의 도발에 일본이통사간에는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라인의 무료문자와 무료통화기능은 많은 이통사의 매출과 수익에도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기존 인터넷과 게임업계의 강자인 야후재팬, 모바게타운의 DeNA같은 회사들도 라인의 성장에 바짝 긴장중이다. 야후재팬은 한국의 카카오와 제휴해 일본합작법인을 만들고 카카오톡을 밀었다. 그리고 DeNA는 자체 메신저 ‘콤’을 만들었지만 이런 시도는 막강한 라인의 성장세에 밀려 모두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인의 거침없는 성장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관심거리다.

***

시사인에 기고했던 글에 제가 일본과 싱가폴에서 찍은 사진들을 더 덧붙였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14년 5월 17일 at 7:41 pm

의전사회

with 6 comments

몇년 전 미국에 있을 때의 일이다. 한국 쪽이 주최하는 콘퍼런스에 초청되어 간 일이 있었다. 정부의 실세 고위인사가 인사말을 하는 귀빈으로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는 행사였다. 대부분이 일반인인 청중 수백명이 자리에 앉아서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행사장 옆에 마련된 큰 방에는 관련 업계의 대표, 유명 교수 등이 빼곡히 앉아서 행사 시작 전에 그 고위인사와 차를 한잔하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행사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그 고위인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들 잡담을 나누며 지루하게 기다렸다. 거의 30분을 지각한 그 인사는 별로 미안해하지도 않고 기다리던 귀빈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 행사가 지체되고 있는데도 앉아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담소를 나눴다. 그리고 잠시 후 지루하게 행사 시작을 기다리던 청중 앞에 나가 형식적인 축하의 인사말을 한 뒤 귀빈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또 다음 일정 때문에 바쁘다”며 일찍 떠나버렸다. 행사의 실질적인 내용인 강연이나 토론에는 전혀 참가하지 않은 것이다. 그 인사가 떠난 뒤 다른 귀빈들도 뒤따라 빠져나갔다.

당시 나는 한국이 참으로 대단한 ‘의전사회’가 됐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 한시간여의 ‘의전적인’ 행사 동안 업계의 현안 등 실질적인 얘기는 전혀 오가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비위를 맞추는 공허한 덕담만 오갔다. 그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어쩌면 중요한 미팅이나 출장 일정도 미루고 온 민간기업 중역들의 시간은 누가 보상할까. 또 알맹이 없는 귀빈들의 축사를 듣느라 낭비된 청중들의 시간은 어떻게 할 것인가.

더 나아가 그때 내가 우려한 것은 그렇게 중요한 국정을 살피는 분이 형식적인 행사와 모임에 참석하느라 도대체 일을 할 시간이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듣자 하니 장차관 이상 고위인사들의 점심과 저녁 식사는 거의 한달 전에 다 찬다고 한다. 요즘에는 조찬모임도 흔하다. 잘못하면 새벽부터 저녁까지 행사장과 식사 약속 자리를 계속 이동하기만 하다가 하루를 다 보낼 수 있겠다 싶었다.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서 읽고 공부해야 할 것이 차고 넘치는 시대에 과연 저렇게 시간을 낭비해도 되는 것일까. 저렇게 해서 세계적인 리더들이 방문했을 때 그들을 감복시킬 만한 통찰력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인가.

이상한 해경 인력 배치..수색보다 '윗분 의전'-SBS뉴스 5월7일보도. (위 사진을 누르면 기사로 이동)

이상한 해경 인력 배치..수색보다 ‘윗분 의전’-SBS뉴스 5월7일보도. (위 사진을 누르면 기사로 이동)

의전사회의 폐해는 세월호 참사에서도 드러났다. 높은 사람이 오면 그에 맞춰서 의전을 준비하는 데 익숙해진 공무원들은 현장에서 고통받는 희생자 가족들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방법을 몰랐다. 위기상황에서 효율적으로 구조활동을 펼치는 방법에 대한 매뉴얼은 없는데 높은 사람들을 모시는 의전방법은 매뉴얼로 머릿속에 박혀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과도한 의전문화를 없애자고 제언하고 싶다. 쓸데없는 의전에 소비하는 시간을 줄이면 그 시간에 사색하고 실질적인 대화를 하고 보고서를 깊이있게 읽고 토론할 수 있다. 행사 진행자들이 높은 사람이 아닌 일반 참석자들을 위해서 더 많은 배려를 하고 내실있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는 필요하지 않은데도 끌려들어가서 자리를 지켜야 하는 회의에 대해서 불평한다. 안 가도 되는 불필요한 회의와 외부 미팅이 많은 문화의 회사에 다니다 보면 업무시간에는 일을 못하고 결국 야근과 주말근무로 해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과도한 의전문화도 똑같다. 윗사람들이 형식적이고 관행적인 행사를 쫓아다니는 동안 조직 전체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대한민국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 리더들부터 솔선수범해서 이런 형식적이고 권위적인 의전문화를 없애보면 어떨까.

***

한겨레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으로 마지막으로 쓴 칼럼. 2012년 6월에 시작해서 2014년 5월까지 1년11개월동안 연재했다.

Written by estima7

2014년 5월 8일 at 11:01 pm

생각의 단편에 게시됨

Tagged with ,

일주일에 평균 5번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는 미국인들

with 3 comments

Screen Shot 2014-05-04 at 4.52.56 PM

NBC Nightly News를 보다가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를 접하게 되었다. 이 조사는 소셜미디어(SNS)가 미국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보기위해서 한 조사다. 그런데 결론은 “소셜미디어가 사람들의 대면접촉을 줄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SNS가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리 통념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WSJ기사링크)

Screen Shot 2014-05-04 at 5.01.49 PM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위 그래픽에 보이는 것처럼 일주일에 최소한 5번은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고 답한 미국인의 응답자 비율이 15년전과 비교해서 거의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렇겠지만 자녀가 있는 가정의 경우 집에서 저녁식사를 한다고 답한 비율이 비율이 더욱 높았다고 한다.

처음 위 뉴스를 접하고 “정말 그럴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가만히 내가 보스턴에서 회사를 다닐때를 떠올려보니 정말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다음 3가지 때문이다.

다음 스토리볼 연재 '한국 vs 미국직장 1mm 차이' 미국매니저들과 저녁같이하기 편.

다음 스토리볼 연재 ‘한국 vs 미국직장 1mm 차이’ 미국매니저들과 저녁같이하기 편.

첫번째, 보통 미국직장은 야근 문화가 없다. 보통 5~6시쯤이면 대부분 퇴근한다. 교통체증을 피해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도 많다. 점심시간까지도 자리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을 정도로 대개는 업무시간에 집중해서 일을 하는 편이며 저녁시간이 되면 칼퇴근을 해버린다. 사무실에 남아있는 사람이 없으니 혼자서 남아서 일하기도 어색하다.

두번째, 사람들은 저녁약속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잡지 않는다. 많은 업무관련된 식사약속은 거의 대부분 점심시간으로 잡는다. 특별한 일이 아닌데 저녁에 만나자고 하면 실례다. 부득이하게 그렇게 저녁식사를 청해야 할 경우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하지만” 아니면 “패밀리타임을 빼앗아도 배우자에게 괜찮겠느냐”고 꼭 물어본다. 처음에 그걸 모르고 매니저들에게 매일 저녁 같이 먹자고 청하다 겪은 에피소드를 다음 스토리볼에 쓴 일도 있다.

‘한국 vs 미국직장 1mm 차이’ 미국매니저들과 저녁같이하기 편.

세번째, 회사와 집사이에 유흥시설이 없다.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 시내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다르겠지만 미국의 교외에는 별로 갈 곳이 없다. 멋진 술집이나 맛집도 별로 없다. 라이코스는 보스턴교외의 Waltham이란 곳에 있었는데 회사근처에 마땅히 갈만한 맥주집도 없고 맛집도 없었다. (차를 몰고 15~20분쯤 가야 좀 갈만한 곳이 나온다.) 다 차를 몰고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누구랑 같이 어디 들러서 한잔 걸친다는 것도 쉽지 않다.

보스턴에 별로 아는 사람도 없는 나의 경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항상 퇴근해서 집에서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집밖에는 같이 저녁 먹을 사람이 없으니까!) 돌이켜보면 그때는 업무시간에 외부에서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외부미팅을 나갈 일도 없어서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퇴근한 뒤에는 뉴스도 보고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좀 심심하긴 했지만) 여러가지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내가 처음 트위터도 하고 블로그도 쓰게 된 것은 다 그때 시간이 났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사람들도 필요하면 집에서도 일을 한다. 이메일에 밤늦게 답장을 하는 매니저들도 많았다. 싱글이며 데드라인이 있는 재무업무를 맡고 있는 재무팀장은 곧잘 밤늦게까지 남아서 일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팀원들에게 야근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재무팀장의 경우 나중에 물어보니 일부러 집에는 인터넷회선을 넣지 않아서 집에서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상파채널에서 하는 미국의 저녁 메인뉴스인 NBC Nightly News, CBS Evening News, ABC World News 등은 모두 저녁 6시30분(동부시간)에 방영을 시작한다. 한국의 주요뉴스가 밤 9시에 방영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의 가정은 그 시간에 모두 귀가해서 뉴스를 보는 것으로 상정하고 방송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오바마대통령도 일주일에 5번은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 3월에 뉴스페퍼민트는 “오바마 대통령도 가족들과 저녁을 먹는데, 당신은 왜 어렵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글에는 이런 부분이 나온다.

사람들은 오바마가 6시 반을 가족과의 저녁식사 시간으로 정해놓고 이 규칙을 엄격히 지킨다는 사실에 매우 놀랍니다. 대통령으로서 공무가 바쁘니 일주일에 두 번까지는 놓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절대 안 된다는 게 오바마 대통령의 원칙입니다. 물론 식사 후에는 다시 일을 하겠지만요. 

지금 생각해보면 미국인들이 이런 ‘저녁이 있는 삶’ 라이프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이 가족과 지역공동체를 유지하고 잉여에서 나오는 창의력을 유지하는 원천이 아닐까 싶다. 꼭 금요일의 안식일 저녁을 온가족이 같이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는 유대인그룹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설문조사를 한국에서 실시한다면 한국인들은 과연 일주일에 몇번 가족과 함께 식사한다고 대답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Screen Shot 2014-05-04 at 5.01.29 PM

SNS 계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5년전과 비교해서 정말 많이 늘어났다.

Screen Shot 2014-05-04 at 5.01.19 PM

온라인으로 무엇을 많이 하느냐는 질문에 쇼핑이 69%고 흥미로운 것은 요금고지서를 낸다(Pay Bills)가 62%다.

Screen Shot 2014-05-04 at 5.00.07 PM

그리고 이웃을 잘 알고 지내느냐는 질문에 SNS를 쓰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이 ‘예’라고 대답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SNS가 인간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해석이겠다.

 

Written by estima7

2014년 5월 4일 at 6:18 pm

회사에서 더 배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당장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

with 10 comments

Screen Shot 2014-05-01 at 10.54.30 PM

캐럿글로벌 노상충대표가 쓴 ‘당근농장 이야기‘를 읽었다. 캐럿글로벌은 ‘당근영어‘라는 브랜드로 기업들을 위한 전화영어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보니 지금은 그 이상으로 고객들의 글로벌역량강화를 위한 컨설팅과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연매출 200억원규모의 회사로 성장해있었다. 이 책은 지난 2000년 캐럿글로벌을 창업해 14년간 끌어오면서 경영자로서 노대표가 ‘사람과 조직’에 대해서 깊이 고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성공철학이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역량을 키우면서 회사도 같이 성장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한 진솔한 경영자의 이야기다. 8년쯤전에 노대표를 만나볼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는 이런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인지 몰랐었다. 책 내용중에서 다음 부분에 특히 공감했다.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직원 수가 적었을 때도 사직을 고민하거나 일에 대한 열정이 보이지 않는 직원과 면담을 할 때 내가 단호하게 했던 말이 있다. 다음 두 가지에 해당하면 당장 회사를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말이다.

첫째, 회사에서 더 배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당장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 그런 회사를 다니다간 큰일 난다. 하루하루가 개인의 인생에 마이너스가 되고, 인생을 낭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둘째, 일을 통해서 성장할 생각이 없다면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고객과 동료들 그리고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치게 된다. 성장할 생각이 없는 사람은 스스로를 조직의 부속품처럼 한계 짓고, 기계적으로 일을 처리할 것이다. 의욕이나 열정이 없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까지 기운 빠지게 한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즉 생계수단으로서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노대표의 생각처럼 나도 이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는 지금까지의 직장생활을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데 돈까지 받는다”는 생각으로 다녔다. 이게 왠 횡재인가 하는 생각을 할때도 있었다. (미국에서 일할 때는 돈받으면서 영어공부를 하는 느낌도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 좋은 책을 누가 소개하지 않았을까 검색해봤더니 내가 신뢰하는 최고의 북리뷰어중 하나인 조선비즈 전병근기자가 이미 만나서 인터뷰하고 기사까지 써놓았다. (주목해서 발췌해 소개한 부분까지 나와 똑같아서 놀랐다. 역시~) 좋은 서평과 인터뷰기사다. 일독을 권한다.

[서평] 당근농장 이야기 ,  [저자인터뷰] 당근농장이야기의 노상충대표-조선비즈북클럽

내가 맡고 있는 조직을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경영자라면 꼭 읽어볼만한 책이다. (그다지 길지 않고 쉽게 쓰여 있어 가볍게 읽을 수 있다.)

Written by estima7

2014년 5월 3일 at 5:03 pm

위기상황에서의 리더의 중요성

with 12 comments

Screen Shot 2014-04-24 at 9.01.35 PM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잘못된듯한” 세월호의 참극을 보면서 나는 5년여전인 2009년 1월15일 뉴욕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US Airways 1549편을 떠올렸다.

라과디아(LaGuardia)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한뒤 새가 엔진에 충돌해 양쪽 엔진이 다 멈추고 설렌버거기장이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는 드라마가 펼쳐진 전체 시간은 단 6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륙 2분만에 버드스트라이크로 엔진고장을 일으킨다. 즉각 뉴욕관제탑 콘트롤러와 교신에 들어가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가까운 공항에 착륙가능성을 타진한다. 관제탑콘트롤러는 테더보로공항으로 향할 것을 권유하고 그 공항에 신속하게 연락해 비상착륙을 위한 준비를 요청한다. 그러다가 당시 비행기의 고도와 속도를 고려해볼때 테더보로공항까지 가기 어렵다는 것을 판단한 기장은 “We can’t do it”이라며 “We’re gonna be in the Hudson”이라고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하겠다는 말을 한다.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한 관제탑 콘트롤러는 “I’m sorry. Say that again?”이라고 반응했다. 불과 1~2분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콘트롤러의 대응도 아주 프로페셔널하다. 당시 교신내용이 위 동영상에 다 공개되어 있다. 침착하게 기장과 교신하면서 동시에 다른 공항에 연락해서 비상착륙을 준비시키고 그 다음에는 바로 해경, 소방서등 다양한 곳에 연락해 비상구조대를 출동시키는 내용이 나온다. 한번 들어보시길.

그리고 그 교신을 마친지 1분30초만에 허드슨강에 불시착한다. 하강하면서 기장은 기내에 “This is the captain. Brace for impact”라고 방송을 했다. 그랬더니 바로 문을 넘어서 승무원들이 “Heads down! Stay down!”이라고 반복해서 승객들에게 외치며 대비시키는 것을 듣고 “승무원들도 나와 same page에 있구나”하고 안심했다고 한다.

설렌버거기장은 기체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하강속도와 평형 등을 최대한 맞춰서 기적적으로 큰 손상없이 허드슨강에 착륙했다. 그리고 그는 우선 여자와 아이들부터 풍선처럼된 비상탈출용 미끄럼대에 타게 했으며 나머지는 가라앉고 있는 비행기날개위로 나가 서있도록 했다.(1월이라 강물은 얼음처럼 차가왔을 것이다.) 그리고 주위의 페리들이 금세 달려와 가라앉는 날개부분에 서있는 승객들부터 구조를 시작했다. 한시간만에 155명의 승객들과 승무원들이 모두 안전하게 구조됐다. 승객들이 다 구조되었는지 꼼꼼이 내부를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구조된 것은 설렌버거기장이었다.

이 동영상은 이륙부터 버드스트라이크, 불시착까지 당시의 상황을 짧게 설명해주는 내용이다.

이 한편의 드라마에서 공항관제탑콘트롤러, 기장, 승무원, 페리승무원, 911구조요원 등 모두 ‘프로페셔널’하게 신속하게 판단하고 행동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장의 뛰어난 판단력과 능력, 기지가 대형참사로 이어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승객 모두를 구했다.

5년여전에는 감탄하기는 했지만 자세히는 안보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던 뉴스였다. 지금 세월호 비극을 보며 다시 찾아봤다. 세월호사건을 보도하는 외국뉴스에서는 계속 “So many things went wrong“이라고 나오는데 이 허드슨강의 기적 뉴스에서는 “So many things went right“이라고 나온다.

위기상황에 리더의 능력과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다시 실감한다. US Airways 1549 승객들은 기장을 잘 만나서 생명연장을 받은 느낌일 것이다. 반면 세월호희생자들의 경우는… 정말 아쉽고 원통하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Rest in peace.

(물론 이번 세월호참사에는 안전불감증, 미숙한 대응, 부패, 복지부동의 공무원 등등 많은 문제가 있지만 위 글은 ‘허드슨강의 기적’사건이 생각나서 리더의 중요성에 방점을 두고 적어봤다.)

Update: 마침 조선일보의 위클리비즈에 실린 ‘하버드大 위기 리더십 프로그램으론 돌아본 ‘세월호 참사’라는 기사에 나온 설렌버거기장의 ‘순간판단력’에 대한 부분을 발췌소개한다. 그의 놀라운 판단력과 대응능력은 저절로 나온 것이 아니고 ‘경험과 훈련의 산물’인 것을 알 수 있다.

‘순간 탄력성’을 발휘하라 -설렌버거 기장은 엔진 고장이 발견되자 조종간을 잡고 창밖 뉴욕 시내를 보면서 재빨리 3차원 지도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관제탑에서는 주변 공항으로 유도하려 했으나, 그는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뉴욕 상공을 낮게 날다가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음을 직감하고, 허드슨강에 과감하게 불시착을 감행했다. ‘바르고 빠른’ 판단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순간 탄력성’이라 부르는데, 경험과 훈련의 산물이다. 설렌버거는 1만9500시간 비행 경험과 함께 정기적으로 위기 대응 훈련 교육을 받았다. 비록 교실 수업이긴 했지만 물 위에 착륙하는 연습도 했다.


설렌버거 기장의 CBS 60 Minutes 인터뷰동영상이다. 유명앵커 캐이티 쿠릭과 가졌다. 당시를 회고하는 그의 이야기가 뭉클하게 다가온다.


‘비행기가 추락할때 배운 3가지 인생의 교훈’이라는 글을 3년전에 위 TED동영상을 보고 썼었다. 이 발표를 하는 Ric Elias는 당시 비상착륙한 US Airway 1549에 탔었던 승객이다. 맨앞인 1D에 앉았었다고 한다. 위 설렌버거 기장의 이야기에 덧붙여 그의 당시 상황 묘사를 통해 승객들이 탄 캐빈에서는 어떤 상황이었는지 느낄 수 있다. 한글자막을 선택하고 꼭 한번 보시길 권한다. 강추 동영상.

Written by estima7

2014년 4월 24일 at 10:07 pm

글로벌 인재 전쟁 시대

with 3 comments

Screen Shot 2014-04-22 at 5.52.33 PM

지난 3월 말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이란 콘퍼런스를 열었다.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한인들이 주축인 베이에어리어 케이그룹의 회원 9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연 행사였다. 인텔, 어도비, 트위터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젊은 엔지니어들과 토종 한국인으로서 현지에서 창업한 분들이 와서 실리콘밸리의 기업문화와 삶에 대한 강연과 함께 열띤 토론을 했다. (참고링크: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동영상과 발표자료)

이 행사에 대한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유료 티켓이 순식간에 동난 것은 물론 <한겨레>를 비롯한 많은 매체에서 이 내용을 다뤘다. 케이그룹 회원들은 다양한 언론매체의 취재에 응하고 여러 대학에서 분주하게 강연 일정을 보내며 그들이 직접 체험한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이런 현상을 보며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과 주로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한 직장인들이 해외취업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실감하게 됐다. (참고 기사: 실리콘밸리의 한국인들 “자유로운 조직문화가 혁신 만든다”, “실리콘밸리 매력은 높은 연봉이 아니라 삶의 질·노동환경”-한겨레)

요즘 해외 인터넷쇼핑몰에 직접 물건을 주문하는 ‘해외 직구’가 일반화되고 있다. 인터넷세상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국경의 존재가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기업의 인력수급에서도 국경이 사라져 간다는 것을 느낀다. 국경을 넘어 쉽게 정보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덕분이다. 그중 특히 자신의 업무와 관련한 경력과 업적을 공개할 수 있는 링크드인(Linkedin)이란 에스엔에스는 글로벌하게 일할 수 있는 인재에 대한 기업의 접근성을 예전보다 몇배는 올려주었다. 링크드인에 이력서를 공개한 유명 한국 기업 직원의 경우 해외 헤드헌터에게서 연락을 받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닌 것이다. 실력만 있다면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참고포스팅 : 최고의 글로벌인명사전 링크드인)

얼마 전 알게 된 사례 하나. 어떤 모임에서 곧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석사과정 졸업 예정인 한 여학생을 만났다. 한국에서 나고 교육받은 이 학생은 우연한 기회에 페이스북의 채용 인터뷰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 번의 프로그래밍 테스트와 전화인터뷰를 거쳐 본사에서 엔지니어로서 일할 수 있는 채용 제의를 받았다. 그런데 다른 매력적인 글로벌기업에서도 채용과정을 진행하던 그는 페이스북의 제의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고 망설였다. 그러자 페이스북에서는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에 이은 회사의 2인자인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직접 그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설득에 나섰다. 이런 적극성에 깜짝 놀란 그 학생이 페이스북으로 가기로 결심했음은 물론이다.

외국에서 일하다 보면 한국 인재의 우수성을 실감하게 된다. 머리가 좋고 근면하고 성실한 한국 출신 인재들은 어떤 직장에서든지 쉽게 두각을 나타내고 자리를 잡는다. 한국 출신 인재가 한명이라도 자리잡은 회사는 계속해서 한국 출신 인재를 채용하게 된다. 특히 억척스럽고 근면한 한국 여성들은 한국 남성보다 더 외국기업 적응력이 뛰어나고 환영받는다. 글로벌 인재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한국인의 채용을 늘리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런 시대 변화에 맞춰 한국 기업들도 변해야 한다. 상명하달식 군대식 조직문화를 평등한 조직문화로 바꾸어야 한다. 획일적인 문화를 다양성을 포용하는 문화로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해외취업을 꿈꾸는 국내 인재를 품고 다양한 글로벌 인재를 끌어올 수 있다. 이제는 한국 대기업들도 글로벌 인재 전쟁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다가는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한국에서 품귀 상태가 되어가는 몇 안 되는 고급 엔지니어들도 해외기업에 빼앗기게 될지 모른다. 글로벌 인재들이 오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직장으로 한국 기업을 탈바꿈시키려는 연구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4월15일자 한겨레신문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 칼럼으로 기고한 글입니다.

K그룹 윤종영회장의 발표

K그룹 윤종영회장의 발표

Written by estima7

2014년 4월 22일 at 6:00 pm

좋은 기업을 별점으로 고를 수 있게 해주는 글래스도어

with 4 comments

지난 2월말 미국의 유명한 테크블로거인 존 그루버가 인터넷사이트링크를 하나 소개하면서 “재미있는 일터 같다”(Sounds like a fun place to work)는 코맨트를 달았다. 삼성 산호세지사를 지칭해 비꼰 것이었다. 이 사이트에는 삼성의 경직된 기업문화를 불평하는 미국인 직원들의 글이 가득 올라와 있다. (참고 조선일보 관련기사)

410483v2-max-250x250

이처럼 직원들이 익명으로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대한 리뷰를 올릴 수 있는 사이트가 글래스도어(glassdoor.com)다. 미국에서 웬만큼 규모가 되는 회사라면 글래스도어에 이미 리뷰가 올라와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2007년 창업된 글래스도어에는 6백만개의 기업리뷰가 올라와 있으며 CEO지지도, 연봉정보, 채용인터뷰노하우 등이 공개되어 있다. 글래스도어는 기본적으로 취업정보사이트다. 하지만 잡코리아 같은 사이트처럼 단순히 회사측에서 제공한 구직정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글래스도어의 모토는 기업에 대해 투명한 정보를 제공해 구직자가 자신에게 맞는 문화를 가진 회사를 골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책을 고를때는 아마존평점을, 영화를 보러갈때는 IMDB평점을, 식당을 갈때는 옐프(Yelp)를, 여행지에서 호텔을 고를때는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의 리뷰를 참고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별점 한개차이에 따라 레스토랑이나 호텔의 매출이 왔다갔다 한다. 사람들이 이런 리뷰사이트를 이용해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처럼 일하고 싶은 회사를 고를때 도 글래스도어를 이용하라는 것이 이 회사의 목표다. 가고 싶은 기업의 기존 사용자(그 회사직원)가 올린 5점만점의 리뷰평점을 보고 고르라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이직을 고려하는 회사에 있는 선배나 후배, 친구들을 통해서 회사정보를 탐문한다. 내게 맞는 문화를 가진 회사인지 알아보고 들어가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인이 없는 작은 회사의 경우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그냥 괜찮겠지하고 입사했다가 회사가 자신과 맞지 않아서 금방 퇴사하는 경우가 있다. 글래스토어는 그런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회사다. 글래스도어에는 이런 리뷰가 있는 회사정보가 6백만개가 넘게 있기 때문이다.

글래스도어 모바일앱에서 찾아본 삼성, 애플, 구글. 각 기업의 별점과 직원리뷰를 찾아서 읽어볼 수 있다.

글래스도어 모바일앱에서 찾아본 삼성, 애플, 구글. 각 기업의 별점과 직원리뷰를 찾아서 읽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 구글, 애플이 있다고 하자. 이 회사에 다니는 직원은 글래스도어 사이트에 가입해서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 대해서 리뷰를 쓰고 별점을 매길 수 있다. 실제 직원인지 여부는 회사 이메일주소로 인증을 해서 파악한다. 단순히 리뷰만 쓰는 것이 아니라 CEO에 대한 지지도, 연봉정보, 인터뷰할때 질문내역, 회사내부 사진 등도 올린다. 입사하고 싶은 회사의 정보를 원하는 입사지원자에게는 사막속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회사입장에서는 글래스도어는 눈엣가시같은 존재일수도 있다. 익명으로 된 회사에 대한 비판이 여과없이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래스도어는 반대로 자기들은 회사의 평판을 올려서 훌륭한 인재들을 뽑을 수 있도록 해주는 발판역할을 해준다고 선전한다. 종업원들에게 잘해주는 좋은 문화를 가진 회사일수록 글래스도어를 통해서 자동적으로 홍보가 되고 좋은 인재들이 제발로 걸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리뷰관리도 철저히 한다. 모든 글을 기계가 아닌 사람이 엄격한 규칙에 따라 모니터링해서 문제가 될만한 내용은 사전에 차단한다. 실제로 업로드된 리뷰의 15~20%는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아 등록이 거절된다고 한다.

Screen Shot 2014-04-21 at 6.02.17 PM

실제로 글래스도어가 매년 발표하는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Best place to work)은 언론에도 크게 보도되면서 높은 홍보효과를 올리게 된다. 2014년 1위는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 2위는 트위터, 3위는 링크드인이 차지했다. 세 회사모두 평점은 4.6점이었다. 반면 삼성전자아메리카와 LG전자의 평점은 각각 2.7점, 3.2점이었다. 한국회사들은 수직적인 의사결정체계와 야근을 강요하는 문화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위 동영상은 기업들에게 글래스도어의 Company profile페이지를 잘 관리하라고 조언하는 홍보비디오다. 미국의 호텔들이 고객수를 늘리기 위해서 Tripadvisor의 자사호텔페이지를 잘 관리하는 것처럼 기업들도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투명한 회사정보를 제공해서 구직자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측면에서 글래스도어의 존재는 바람직하다. 기업입장에서 좋은 문화를 만들어 좋은 평판을 확보해야 훌륭한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약 450억원의 투자를 받고 급성장중이다. 글래스도어는 미국직장인의 이력서기반 커뮤니티인 링크드인(Linkedin)과는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낸 취업정보사이트라는 점이 독특하다. (참고포스팅 : 최고의 글로벌 비즈니스 인명사전 링크드인)

책, 영화, 식당, 호텔 등 제품과 서비스에 주로 활용되던 인터넷사용자리뷰를 ‘회사’에까지 적용했다는 점에서 글래스도어는 취업정보업계에서 새로운 혁신을 이룩해냈다고 할만하다. 그리고 미국의 피드백문화는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런 서비스가 한국에도 등장할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시사인에 기고한 칼럼내용을 보완했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14년 4월 21일 at 7:14 pm

보스턴의 병원에 정식 도입된 구글글래스

with 2 comments

최근 보스턴글로브의 보도에 따르면 보스턴의 베스이스라엘병원이 응급실(ER)에 구글글래스를 정식으로 채용했다. (베스이스라엘병원은 하버드의대부속병원이다.) 이 병원의 응급실의사들은 환자를 진찰하기 전에 구글글래스로 바로 환자의 정보를 띄워서 확인한다고 하는데 그 방법은 바로 위에 보이는 사진처럼 각 병실에 붙어있는 QR코드로 바로 환자기록을 불러내서 확인한다고 한다.

GoogleGlassBI

사진 출처 : Life as a Healthcare CIO 블로그.

보스턴로컬방송 보도

보스턴로컬방송 보도. 위 사진을 클릭하면 TV뉴스 동영상으로 이동.

좀 신기한 뉴스라 정보를 좀더 찾아봤다. 위는 CBS 보스턴의 로컬TV뉴스 보도. QR코드 등을 활용해 의료정보를 신속하게 확인하는 소프트웨어는 샌프란시스코의 Wearable Intelligence라는 스타트업이 개발했다고 나와있다. 찾아보니 이 회사는 “Wearable Intelligence in Healthcare”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아래와 같이 공개했다. 응급환자를 대하는데 있어 구급요원과 의사들이 어떻게 구글글래스를 잘 활용하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아주 잘 만들어져 있다. 관심있는 분들은 필견이다.

이 동영상을 보니 가까운 병원에서 구글글래스를 낀 의사들을 만날 날이 그다지 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Written by estima7

2014년 4월 14일 at 5:04 pm

한국인과 창의력 키우기

with one comment

지난주 미래창조과학부 주최로 열린 창조경제글로벌포럼에 다녀왔다. 기조연설에 <프리>, <롱테일경제학> 등의 저서로 유명한 혁신전도사 크리스 앤더슨이 나왔다. 그는 창조경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일반대중들이 인터넷을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해 창조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개방적 혁신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참여해서 낸 아이디어로 독특한 드론(무인비행기)을 만들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DIY드론 링크)

Screen Shot 2014-03-29 at 1.43.15 PM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가 창의적인 혁신을 위해 필요하다고 역설한 글로벌한 개방형 지식플랫폼에 실제로는 한국인들의 참여가 떨어지는데 그 이유를 아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앤더슨은 아주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글로벌한 개방형 혁신커뮤니티에서 한국 사람들의 활동이나 기여도는 낮다. 왜 그런지 나도 궁금하다. 그래서 예전에 한국에 왔을 때 누군가에게 물어본 일이 있다. 그랬더니 ‘한국 사람들은 일하느라 매우 바쁘다. 보통은 늦게까지 일하느라 시간도 없고 지쳐서 취미생활을 즐길 여유도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아마도 그게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 한국인이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기여가 적은 것은 아마도 영어장벽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공헌도는 훨씬 높은 이웃나라 일본을 보면 꼭 그것이 이유는 아닌 것 같다. 앤더슨의 말처럼 한국인은 너무 여유없이 바쁘게 살아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미국에 살면서 관찰해보니 미국인들에게는 여유로운 ‘저녁’과 ‘주말’이 있었다.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은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지인인 한 벤처기업의 사장은 차고에서 아들들과 모형비행기를 같이 만들어서 주말마다 비행기를 날리러 갔다. (참고 글 – 창조경제는 ‘저녁이 있는 삶’에서 시작된다:한국아버지와 실리콘밸리 아버지의 차이-머니투데이 유병률기자)

 반면 우리는 너무 바쁘다. 보스의 눈치를 보면서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대기업 직원들이 많다. 대기업에 다니는 지인은 “아침에 별 보고 출근에 나섰다가 매일 밤 야근으로 파김치가 돼서 늦게 귀가한다. 주말에는 잠만 자다가 영화 보기 등 여가생활도 밀린 일 하듯이 한다”며 “쌓이는 것도 없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다”라고 괴로워한다.

 또 즐길 줄 모르는 문화도 창의력의 적이다. 앤더슨은 “창의력은 놀이(Play)에서 나온다. 3D 프린터를 가지고 놀다 보면 창의적인 제품이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는 무엇도 순수하게 즐기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책도 순수히 즐거움을 위해서 읽지 않는다. 남들이 읽는 베스트셀러를 경쟁하듯 읽는다. 베스트셀러 수위에는 자기계발서가 다수 포진해 있다. (참고글 : 즐거움을 위한 책 읽기-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얼마 전 보드게임을 만드는 회사 대표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아이들을 위해 보드게임을 사는 엄마들이 반드시 물어보는 말이 있다고 했다. “이거 뭐에 좋아요?”라는 것이다. 그러면 그는 어쩔 수 없이 틀에 박힌 대답을 한다고 한다. “두뇌개발에 좋고요. 인지능력도 향상됩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을 더 오래, 열심히 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하는 조직이 많다. 하지만 그것은 조직의 창의력을 죽이는 일이다. 그것보다는 정해진 시간 안에 집중해서 더 효율적으로 빨리 업무를 마칠 수 있도록 일을 하는 방법과 문화를 바꿔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유로워진 남는 시간에 휴식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순수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자. ‘경쟁’이라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평등하게 토론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자. 그러다 보면 창조경제가 자연스럽게 되지 않을까.

***

크리스 앤더슨이 준 깨달음(?)을 계기로 써본 한겨레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칼럼.

Written by estima7

2014년 3월 29일 at 1:55 pm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이 강한 이유

with 4 comments

Screen Shot 2014-03-22 at 6.25.03 PM
최근 이스라엘에 다녀왔다. 이스라엘은 전세계적으로 ‘창업국가'(Startup Nation)로 잘 알려져 있다. 인구 800만의 아랍의 적으로 둘러싸인 소국에 인구 대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처음 이스라엘을 방문했던 나는 이곳의 분위기가 실리콘밸리와 아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만난 이스라엘 스타트업 사람들은 마치 실리콘밸리 사람들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같았다. 마치 실리콘밸리 사람들을 그대로 이스라엘에 옮겨놓은 것 같다고 할까. 이후 여러번 이스라엘을 여러번 방문했던 나는 항상 이 작은 나라에서 매력적인 스타트업이 쏟아져나오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하는 내 나름대로 생각해본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강한 이유다.

텔아비브의 한 도서관내에 스타트업을 위해 만들어진 Co-working space공간.

텔아비브의 한 도서관내에 스타트업을 위해 만들어진 Co-working space공간.

첫번째는 이스라엘이 이민 국가라는 점이다. 이는 전세계에서 몰려온 이민자들이 현지 IT기업의 핵심 인재층을 채우고 있는 실리콘밸리와 비슷하다. 현 이스라엘 유대인 인구의 30%는 본인이 직접 이민온 1세대이며 나머지도 모두 이민 가정의 2세, 3세다. 특히 구소련 연방에서 이민온 러시아계 유대인들이 큰 인재풀이 됐다. 이들 중 주로 과학자나 엔지니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많은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학교에서 히브리어를 국어로 배우며 교육 받지만, 집에서는 영어나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 부모의 모국어를 사용해 다국어 능통자가 많다. 또 부모의 모국에 친척이 남아있거나, 이중 국적자로서 활발히 교류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이스라엘인들로 스타트업이 구성되면 저절로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다.

두번째는 좁은 국내 시장이다. 이스라엘의 인구는 2013년 기준으로 800만명 정도다이다. 서울 인구 만큼도 안된다. 그중에서 아랍계 인구를 빼고 나면 히브리어를 쓰는 유대 인구는 6백만 밖에 되지 않는다. 즉, 히브리어로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팔리는 내수시장은 세계시장에 비하면 한 줌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이스라엘 기업은 아예 처음부터 글로벌시장을 겨냥하고 시작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차별화된 기술이나 비즈니스모델로 승부하는 경우가 많다. 큰 내수시장이 있다면 외국에서 성공한 모델을 모방해서 국내 시장을 겨냥해도 되겠지만 애초부터 미국이나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시장을 겨냥하다 보니 뛰어난 기술이나 제품이 없으면 안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초의 인터넷 전화나 인터넷 메신저는 모두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처음 내놓은 것이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글로벌화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세번째는 전 국민의 높은 수준의 영어 실력과 글로벌한 비즈니스 감각이다. 이스라엘에 가보면 평범한 식당의 종업원이나 버스 운전사도 상당한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경우가 많아 깜짝 놀라게 된다. 영어가 공용어도 아니고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든 교육이 히브리어로 이뤄지는데도 그렇다. 히브리어가 영어와 비슷해서 잘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면 “히브리어는 오히려 아랍어와 비슷하며 영어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런데 왜 이렇게 영어를 잘할까.

Hasoffers.com 텔아비브지사에서 만난 아리. 그의 설명처럼 이스라엘TV는 웬만한 서구 프로그램을 다 더빙없이 자막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Hasoffers.com 텔아비브지사에서 만난 아리. 그의 설명처럼 이스라엘TV는 웬만한 서구 프로그램을 다 더빙없이 자막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해즈오퍼스(Has Offers)라는 미국스타트업의 텔아비브지사를 맡고 있는 아리 아트셜 씨는 미국에서 성장한 뒤 성인이 돼 이스라엘로 건너온 유대인이다. 그래서 히브리어보다 영어가 휠씬 편하다. 그는 이스라엘인들이 영어를 잘하는 것을 미국 프로그램을 더빙하지 않고 항상 자막을 달아서 방영하는 이스라엘 TV의 영향으로 해석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사인펠드’ 같은 미국의 인기 드라마를 어릴 때부터 원어로 즐기면서 자랐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스라엘 TV 방송을 살펴보니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까지 자막으로 방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그는 “많은 이스라엘 회사들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 사내 문서나 이메일은 영어로 쓰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나처럼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일하기가 아주 편하다”고 말했다.

구글이 스타트업에게 개방한 공간인 '캠퍼스 텔아비브'에서 만난 Zula의 CEO 데이빗.(왼쪽) 벌써 몇번의 창업을 경험한 이스라엘에서 잘 알려진 연쇄창업자라고.

구글이 스타트업에게 개방한 공간인 ‘캠퍼스 텔아비브’에서 만난 Zula의 CEO 데이빗.(왼쪽) 벌써 몇번의 창업을 경험한 이스라엘에서 잘 알려진 연쇄창업자라고.

네번째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활발한 창업 생태계다. 1998년 세계 최초의 인터넷 메신저 ICQ를 개발한 이스라엘 스타트업 미라빌리스가 미국의 AOL에 2억8700만달러에 매각됐다. 그런데 돈을 번 창업자들은 이후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재창업에 나서고 있다.
이런 ‘연쇄 창업자’들이 만든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이 매년 미국의 글로벌 IT기업에 매각되거나 나스닥에 상장된다. 그렇게 백만장자, 억만장자가 쏟아져 나오고, 그들이 똑똑한 인재들을 모아 다시 기업을 만들어 성공시키면서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돈도 모이고 인재도 모이게 된 것이다. 이런 선순환이 요즈마펀드 등 이스라엘 정부의 스타트업 진흥정책과 맞물려 돌아가면서 이스라엘은 그야말로 스타트업이 가득한 ‘창업 국가’가 됐다.

구글 텔아비브캠퍼스에서 만난 한 구글 직원은 “텔아비브에서 돌을 던지면 90%는 창업자에게 맞는다는 농담이 있다”며 “구글을 퇴사하는 직원들도 대기업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말할 정도다.

이스라엘에서 만나 식사를 함께한 '창업국가'(Startup Nation)의 공저자 사울 싱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해서 어디 출신이냐고 물어보니 미국에서 나서 자라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24살때 이스라엘로 이주했다고.

이스라엘에서 만나 식사를 함께한 ‘창업국가'(Startup Nation)의 공저자 사울 싱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해서 어디 출신이냐고 물어보니 미국에서 나서 자라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24살때 이스라엘로 이주했다고.

다섯번째는 전세계의 끈끈한 유대인 네트워크의 힘이다. 내가 같이 일해 본 이스라엘인들은 내 예상보다 휠씬 긴밀하게 같은 유대인들끼리 연결되어 있었고, 수시로 서로를 돕고 소개해 주고 있었다. 종교와 전통, 애국심으로 묶인 전세계 유대인들의 동질감이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성공한 이스라엘 창업자들은 뉴욕과 실리콘밸리를 분주하게 오가며 현지의 유대인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 지사를 설립하고 투자를 받는 것이 일종의 공식으로 되어 있었다. 또 IT 업계에서 성공한 미국의 유대계 미국인들도 분주하게 이스라엘을 드나들며 투자나 협력 대상을 찾는 경우가 많다.

텔아비브시내의 쇼핑몰에 가보니 젊은 군인들이 가득했다. 이스라엘에서는 남녀모두 3년간 의무복무를 해야한다.

텔아비브시내의 쇼핑몰에 가보니 젊은 군인들이 가득했다. 이스라엘에서는 남녀모두 3년간 의무복무를 해야한다.

여섯번째는 독특한 군대 경험이다. 이미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3년간 의무 군 복무를 해야 한다. 대개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군대를 간다. 군대에서 보낸 시간은 귀중한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과 달리 이스라엘 사람들은 대부분 군대 경험에 대해서 긍정적이다. 어린 나이에 위기 대처 능력과 리더십을 배우며, 인간으로서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였으며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스타트업 창업의 아이디어를 군대 경험에서 얻었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

Umoove의 캠핀스키 CEO

Umoove의 캠핀스키 CEO

눈의 동공과 안면 움직임으로 스마트폰과 타블렛의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유무브(Umoove)라는 예루살렘스타트업의 이츠 켐핀스키 CEO는 “군대에 있을때 이런 첨단기술을 군사용으로 개발하는 것을 보고 민간에 적용해볼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런 친구들에게 군대에서 정확히 뭘했었냐고 물으면 “보안 상 말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대개는 이스라엘 보안부대에 근무했던 경우다. 적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인 군사력을 만회하기 위해서 이스라엘 군대(IDF)는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편이고 거기서 배울 기회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환경에 대해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 데이빗 노이. 영어문법교정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진저소프트웨어의 CMO다.

하지만 내가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사람들에게 느낀 가장 큰 강점은 따로 있었다. 위험을 수반하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의 헝그리정신이었다.

영어 교정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진저소프트웨어의 마케팅 최고책임자 데이빗 노이 씨는 내게 “이스라엘인들은 기존의 틀을 부수고 바꿔보려는 습성이 있다”며 “그런 마음에서 그까짓 것 한번 해보지 뭐”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이스라엘인들의 도전 의식이 젊은 인재들로 하여금 변호사나 의사가 되거나 대기업에 가기 보다 스타트업에 쏠리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대신 이스라엘인들은 스타트업을 크게 키우지를(Scale up) 못한다”고 말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트위터처럼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약하고 중간에 매각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스라엘에서는 거꾸로 삼성, LG, 현대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있는 한국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역시 모든 것을 다 갖추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

2014년 3월 8일자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에 기고했던 내용입니다. 위에 진저소프트웨어의 데이빗 노이(애칭 두두)와 했던 이야기를 ‘보스와 부하가 평등하게 토론하는 이스라엘 조직문화’라는 글로 쓰기도 했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14년 3월 22일 at 6:43 pm

스타트업에 게시됨

Tagged with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