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상황에서의 리더의 중요성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잘못된듯한” 세월호의 참극을 보면서 나는 5년여전인 2009년 1월15일 뉴욕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US Airways 1549편을 떠올렸다.
라과디아(LaGuardia)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한뒤 새가 엔진에 충돌해 양쪽 엔진이 다 멈추고 설렌버거기장이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는 드라마가 펼쳐진 전체 시간은 단 6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륙 2분만에 버드스트라이크로 엔진고장을 일으킨다. 즉각 뉴욕관제탑 콘트롤러와 교신에 들어가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가까운 공항에 착륙가능성을 타진한다. 관제탑콘트롤러는 테더보로공항으로 향할 것을 권유하고 그 공항에 신속하게 연락해 비상착륙을 위한 준비를 요청한다. 그러다가 당시 비행기의 고도와 속도를 고려해볼때 테더보로공항까지 가기 어렵다는 것을 판단한 기장은 “We can’t do it”이라며 “We’re gonna be in the Hudson”이라고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하겠다는 말을 한다.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한 관제탑 콘트롤러는 “I’m sorry. Say that again?”이라고 반응했다. 불과 1~2분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콘트롤러의 대응도 아주 프로페셔널하다. 당시 교신내용이 위 동영상에 다 공개되어 있다. 침착하게 기장과 교신하면서 동시에 다른 공항에 연락해서 비상착륙을 준비시키고 그 다음에는 바로 해경, 소방서등 다양한 곳에 연락해 비상구조대를 출동시키는 내용이 나온다. 한번 들어보시길.
그리고 그 교신을 마친지 1분30초만에 허드슨강에 불시착한다. 하강하면서 기장은 기내에 “This is the captain. Brace for impact”라고 방송을 했다. 그랬더니 바로 문을 넘어서 승무원들이 “Heads down! Stay down!”이라고 반복해서 승객들에게 외치며 대비시키는 것을 듣고 “승무원들도 나와 same page에 있구나”하고 안심했다고 한다.
설렌버거기장은 기체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하강속도와 평형 등을 최대한 맞춰서 기적적으로 큰 손상없이 허드슨강에 착륙했다. 그리고 그는 우선 여자와 아이들부터 풍선처럼된 비상탈출용 미끄럼대에 타게 했으며 나머지는 가라앉고 있는 비행기날개위로 나가 서있도록 했다.(1월이라 강물은 얼음처럼 차가왔을 것이다.) 그리고 주위의 페리들이 금세 달려와 가라앉는 날개부분에 서있는 승객들부터 구조를 시작했다. 한시간만에 155명의 승객들과 승무원들이 모두 안전하게 구조됐다. 승객들이 다 구조되었는지 꼼꼼이 내부를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구조된 것은 설렌버거기장이었다.
이 동영상은 이륙부터 버드스트라이크, 불시착까지 당시의 상황을 짧게 설명해주는 내용이다.
이 한편의 드라마에서 공항관제탑콘트롤러, 기장, 승무원, 페리승무원, 911구조요원 등 모두 ‘프로페셔널’하게 신속하게 판단하고 행동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장의 뛰어난 판단력과 능력, 기지가 대형참사로 이어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승객 모두를 구했다.
5년여전에는 감탄하기는 했지만 자세히는 안보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던 뉴스였다. 지금 세월호 비극을 보며 다시 찾아봤다. 세월호사건을 보도하는 외국뉴스에서는 계속 “So many things went wrong“이라고 나오는데 이 허드슨강의 기적 뉴스에서는 “So many things went right“이라고 나온다.
위기상황에 리더의 능력과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다시 실감한다. US Airways 1549 승객들은 기장을 잘 만나서 생명연장을 받은 느낌일 것이다. 반면 세월호희생자들의 경우는… 정말 아쉽고 원통하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Rest in peace.
(물론 이번 세월호참사에는 안전불감증, 미숙한 대응, 부패, 복지부동의 공무원 등등 많은 문제가 있지만 위 글은 ‘허드슨강의 기적’사건이 생각나서 리더의 중요성에 방점을 두고 적어봤다.)
Update: 마침 조선일보의 위클리비즈에 실린 ‘하버드大 위기 리더십 프로그램으론 돌아본 ‘세월호 참사’라는 기사에 나온 설렌버거기장의 ‘순간판단력’에 대한 부분을 발췌소개한다. 그의 놀라운 판단력과 대응능력은 저절로 나온 것이 아니고 ‘경험과 훈련의 산물’인 것을 알 수 있다.
‘순간 탄력성’을 발휘하라 -설렌버거 기장은 엔진 고장이 발견되자 조종간을 잡고 창밖 뉴욕 시내를 보면서 재빨리 3차원 지도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관제탑에서는 주변 공항으로 유도하려 했으나, 그는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뉴욕 상공을 낮게 날다가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음을 직감하고, 허드슨강에 과감하게 불시착을 감행했다. ‘바르고 빠른’ 판단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순간 탄력성’이라 부르는데, 경험과 훈련의 산물이다. 설렌버거는 1만9500시간 비행 경험과 함께 정기적으로 위기 대응 훈련 교육을 받았다. 비록 교실 수업이긴 했지만 물 위에 착륙하는 연습도 했다.
설렌버거 기장의 CBS 60 Minutes 인터뷰동영상이다. 유명앵커 캐이티 쿠릭과 가졌다. 당시를 회고하는 그의 이야기가 뭉클하게 다가온다.
‘비행기가 추락할때 배운 3가지 인생의 교훈’이라는 글을 3년전에 위 TED동영상을 보고 썼었다. 이 발표를 하는 Ric Elias는 당시 비상착륙한 US Airway 1549에 탔었던 승객이다. 맨앞인 1D에 앉았었다고 한다. 위 설렌버거 기장의 이야기에 덧붙여 그의 당시 상황 묘사를 통해 승객들이 탄 캐빈에서는 어떤 상황이었는지 느낄 수 있다. 한글자막을 선택하고 꼭 한번 보시길 권한다. 강추 동영상.
주로 미국 사례를 이용하여 한국을 비판하시는데, 항공사고는 우리나라도 훈련이 매우 잘 되어 있습니다. 별로 공감이 되지 않는 내용입니다.
virtuoso
2014년 4월 25일 at 10:23 pm
리더의 중요성에 대해서 아주 잘 설명해 주신 내용입니다. 현재 대한미국에 리더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좋은내용 감사 드리고 폐북에
공유합니다.
sjc58
2014년 4월 26일 at 12:03 am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은 아주 비극적인 참사입니다. 선장과 선원들의 빠른 상황판단과 대응, 그리고 해경 등의 초기대응이 신속했다면 휠씬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던 5년전의 US Airways 1549편 허드슨강 비상착륙 사건 당시 뉴스를 찾아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이랬었더라면”하는 안타까움에 위에 서투른 글로 써보게 됐네요. 물론 항공사고 사례와 선박사고사례를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항공기가 이륙후 6분만에 강에 불시착하고 한시간만에 바로 침몰하는 상황에서 전원이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우리가 배울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렇게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stima7
2014년 4월 26일 at 7:08 am
Virtuoso님 부끄러운 줄 아시죠. 당신 같은 태도가 언젠가 제2의 세월호를 만드게 되는 거죠. 얌전히 배우세요^^
Min Kim
2014년 4월 26일 at 9:56 am
이런 사람이 사고를 일으키지. 조심해야함
venuschun
2014년 4월 28일 at 12:02 pm
안타깝네요.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는 내용을 느끼지 못하신다니…
우리나라가 파일럿분들이 훈련이 안되어 있다는 얘기가 아니쟎습니까.
run2you
2014년 5월 28일 at 1:15 am
부끄럽기 그지없지요!
배울건 배워야죠?
박동준
2014년 4월 26일 at 9:09 am
아시아나항공 사고에서 보듯 항공 부문은 훈련도 철저하고 승무원들도 헌신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번 세월호 사건은 단지 선장이나 선원만 탓할 수 없는 해운 부분에서의 기업 및 관련 정부부처 운영체계의 부실과 비리의 종합판이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적당한 선에서 몇 명을 희생양 삼아 덮는다면 이런 사고는 몇 번이고 재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별 조사단을 조직해서 1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내고 운영체계 전반을 대수술해야 합니다.
Jung-Ro Park
2014년 4월 26일 at 7:27 pm
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시스템전체를 대수술해야한다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estima7
2014년 4월 26일 at 8:22 pm
그 이유가 뭘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민성이 그렇게 나쁜 걸까요?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은 라는 개념이 있고 남의 일에도 정말 참견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참 이상하네요.
dltkdgkek
2014년 4월 28일 at 5:08 pm
세월호는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온갖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드러나서, 리더의 중요성을 논하는 것은 왠지 어설픈 먼나라 이야기 같네요. 그냥 양심과 기본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Jungkhun Byun
2014년 4월 29일 at 11:47 am
에스티마 님의 시의적절한 글 이제야 잘 읽었습니다~
run2you
2014년 5월 28일 at 1:16 am